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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2008년이 마무리 4/4분기로 달려가는 마당에 이런 포스팅을 하게 된게 참 민망하기도 하지만, 제가 이런 게 있는지 알게 된 것이 최근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제목을 보시면 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듯. TIME은 시사주간지 TIME 맞습니다. 보다 보면 우리 정서와는 좀 안 맞는 듯한 부분도 눈에 띕니다. 문화 차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싶기도 하죠.


1위. 오프라 윈프리와 데이비드 레터맨의 슈퍼볼 광고



미국 TV의 두 거성이 파자마 바람으로 출연해 슈퍼볼을 광고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슈퍼볼 날 방송되는 Late Show를 광고하는거죠.)

레터맨: 당신은 베어스, 나는 콜츠를 응원하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하니 둘 다 이긴게 아니겠소.
윈프리: 여보, 제발 입에 뭐 넣고 말좀 하지 말아요.
레터맨: 미안해.

...뭐 미국에서 뽑은 거니까요.




2. 아디다스: 리오넬 메시 스토리



11세때 호르몬 이상으로 키가 자라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아르헨티나 소년 메시. 하지만 스피드와 땅에 붙이고 공을 모는 능력을 키워 세계적인 선수가 되다!

훌륭합니다. 이견이 없습니다.



3. 게토레이, 도루편



투수는 존 래키(캘리포니아 에인절스)인데 데렉 제터가 1루에 나가 있으면 하비 카이텔이 귀에 속삭이며 도루하라고 부추깁니다. "IT'S A BEAUTIFUL THING."



4. 도브, '리얼 뷰티' 프로그램



도브는 "미용산업이 당신의 딸에게 얘기하기 전에 먼저 말하라"며 세상에 가득 차 있는 "younger, smaller, tighter"의 신화를 경고합니다. 상품 광고 아닌 캠페인. 뭐 그리 광고적으로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5. 애플 아이폰 광고, 증언형



결국 꾸역꾸역 또 찾아 봤습니다. 증언자와 여자친구가 상사 커플을 발견한 순간, 상사의 여자친구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애인을 위해 아이폰의 인터넷 기능을 활용, 즉석에서 웹사이트를 검색해 이름을 찾고 위기를 모면한 경험담을 담담하게 얘기합니다.

자연스러움이 높은 점수의 요인인 듯. (물론 그렇다고 진짜 일반인이란 보장은 없지만)




6.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티나 페이 편



알렉 볼드윈이 능글맞은 방송국 경영인으로 나오는 '30 ROCK'을 보신 분이라면 티나 페이에게 빠지지 않을 재간이 없을 겁니다. 아멕스 카드 광고는 티나 페이가 나오는 연작 시리즈로 방송됐는데, 이건 그 중 하납니다.

티나 페이가 '30 ROCK' 중의 작가로 나오는 나머지 시리즈와는 달리 이 광고는 '배우 티나 페이'로 등장, 마틴 스콜시스 감독을 우연히 공항에서 만나 캐스팅 얘기를 하자는 가슴떨리는 제의를 받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라운지에 가서 얘기하자'는 스콜시스. 이 위기를 어떻게...?

p.s. 미드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 '30 ROCK' 아직 안 보신 분들 있다면 꼭 보시길.




7. 코카콜라, 해피니스 팩토리




국내에도 잘 알려진 광고. 뭐 더 설명이 필요할까요?




8. DOS EQUIS 맥주.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남자.




맥주 이름은 '다세끼스'라고 읽는다고 합니다. 일단 브랜드가 생소하고, 어떤 맛인지를 모르니 와 닿질 않더군요. 아무튼 아저씨 참 재미있게 사셨구나... 하는 생각.



9. 도리토스, Live the Flavor



도리토스가 와작와작 씹어먹는 과자라는 건 알지만 이 정도가 과연 10대 광고일까 하는 생각도 드는 작품. 어쨌든 메시지는 충실하죠?




10. 보험사 Nationwide Insurance: "Rollin' VIP" (Kevin Federline)
"Life comes at you fast."



가장 많이 웃은 광고입니다. 케빈 페덜라인이 누군지 모르는 분이 아니라면(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전남편입니다) 아마도 이 광고의 메시지가 너무도 와 닿겠죠. "니 인생이 앞으로 뭐가 될지 어떻게 알겠니. 있을 때 미리 미리 대비해야지"라는 메시지의 보험 광고가 페덜라인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상입니다. 본래 50대 광고까지 있는데 10개만 소개합니다. 나머지는 직접 찾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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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BC TV 드라마 '내 여자'가 방송중입니다. 고주원 박솔미 박정철 최여진 주연의 드라마인데, 여자에게 버림받은 한 남자의 복수극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매번 지켜보게 되지는 않지만, 왠지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 왠지 정이 가는 드라마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내 여자'는 1980년작인 MBC TV 드라마 '종점'의 리메이크입니다. 이병주 원작 '망향'을 각색한 작품으로, 이제 방송작가 중 최고 원로급인 이희우 작가가 '종점'에 이어 여전히 '내 여자'도 집필하고 있더군요.

당시 '종점'의 네 주인공은 현재 고주원 역이 이정길, 박솔미 역은 김자옥, 박정철 역은 박근형, 그리고 최여진 역은 김보연이 연기했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바보같은 보도자료 때문에 최여진=고두심이라는 보도가 몇번 나온 것 같은데, 김보연이 재벌집 딸 역이었습니다.
 
사실 '청춘의 덫'이 방송되고 몇년 지난 뒤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방송 당시에도 '청춘의 덫'과의 유사성이 여러 번 지목됐던 것 같습니다. 당연한 얘기죠. 남자의 배신으로 상처받은 여자가 복수한다는 부분에서 성별이 바뀐 걸 제외하면 재벌 남녀가 각각 문제의 '헤어진 남녀'를 좋아한다는 내용, 그리고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이정길, 박근형)이 같다는 점 등에서 유사점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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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이 방송된 건 중학교 2학년 때. 그리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었는데도 이상하게 '청춘의 덫'과 '종점'은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이정길이 연기한 남자주인공의 이름이 '안현상'이었다는 것, 그리고 김자옥이 변심해 갈라서는 장면이 선명합니다.

재벌집 아들 박근형은 마음에 두고 있던 김자옥을 비서로 기용한 다음 지방으로 함께 출장을 갑니다(당시만 해도 해외 로케이션은 힘들던 시절이라...). 하지만 가 보니 출장은 허울 좋은 핑계일 뿐이었어고, 박근형은 김자옥을 호텔 나이트클럽으로 데리고 가 술을 마시고 춤을 청합니다. 카메라는 박근형의 어깨 너머로, 뭔가를 결심하려는 표정의 김자옥을 클로즈업하죠.

이들의 관계가 만들어진 뒤, 모든 것을 알게 된 남자와 여자가 만납니다. 밤의 공원 정도로 설정된 세트. 배경의 서울 야경이 사진인 태가 너무도 역력한 세트였지만 연기는 진지했습니다.

"...말 해!"
"뭘 말하라구요."
"...가난이 싫어서 가는 거라고 말해! 쪼들리기 싫어서 가는 거라고!"
"그래요. 토큰 짤랑거리면서 버스 타기 싫어서 가는 거에요. 됐어요?"
(그 당시엔 버스를 탈 때 토큰이란 걸 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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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귀를 때리는 짜악 소리와 함께 남자는 떠나갑니다. 이런 장면에서 이정길-김자옥의 연기는 불꽃을 튀깁니다. 옛날 배우와 요즘 배우를 비교하는 건 좀 가혹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런 장면에서의 연기는 희미한 기억으로도 절로 비교가 됩니다.

그래서 이정길은 회사에서도 묘한 혐의로 해직당하고, 용달차 사업을 하면서(구레나룻을 기른 이정길의 모습은 사극 외에선 처음 본 듯 합니다) 살아가다가 어찌어찌해서 복수의 꿈을 키우게 되죠. 남자의 복수 앞에서 배신자들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후반의 볼거리입니다.

여기에 비하면, 현재까지의 '내 여자'는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참 많은 변명거리를 주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28년 전보다는 지금의 드라마 분위기가 '악역도 미워할 수 없게 해 줘야 한다'는 쪽의 생각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따지고 보면 이런 것도 최신 유행은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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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엔딩은 어찌 될 지 모르지만, '종점'은 재벌집 딸 김보연과 이정길이 맺어지는 걸로 끝납니다. 이정길에게 사랑을 고백한 김보연은 "나 현상씨 시골 집 가서 현상씨가 좋아하는 반찬 다 알아왔어요. 그거 매일 만들게요. 나 요리도 꽤 잘 해요"라고 눈물을 흘리며 웃습니다.

'내 여자'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뭐 제작진이 제정신이라면 용서와 재결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고, 결말에는 상당히 제한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주제를 살리려면 박정철-박솔미 커플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고, 원작의 김자옥처럼 박솔미가 병상에 눕게 될지는... 그건 작가의 선택이겠군요.

아무튼 왕년의 '종점'에 비해 '내 여자'는 큰 스케일의 기업드라마로서도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특히 조선산업이라는 한국의 심장 같은 사업을 배경으로 한 점도 눈에 띄더군요. 그래도 드라마 자체의 얼개가 옛날 드라마이다 보니, 21세기의 분위기를 내는 데 제작진의 고민이 꽤 따를 것 같습니다.


 




p.s. 1980년 당시엔 드라마와 함께 주제곡 '종점'도 꽤나 인기를 끌었습니다. 김추자라는 가수는 당시 이미 공개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 노래만큼은 드라마의 인기를 업고 상당히 히트했죠. 훨씬 나중에 나온 '서울의 달'의 느낌도 꽤 납니다만.

이 노래를 들어 보실 곳은 이쪽입니다. 온 인터넷을 다 뒤져도 '종점'의 스틸 컷 하나 구할 수 없던데 이분은 어디서 이런 슬라이드까지 만들어 놓으셨는지 놀랍습니다.

http://blog.naver.com/kurt0181?Redirect=Log&logNo=20027459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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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역사가 그리 오래진 않지만,  이 장르는 현대 문명 사회에서 전통적인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의 간극을 연결하는 고리 문화의 역할로 충실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긴 두 문화의 세계 사이에 끼어 있다 보니 한 쪽으로부터는 너무 가볍다는 비판을 받는 반면, 다른 쪽으로부터는 오히려 어렵고 생경하게 느껴진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 여행의 모토 중 하나는 '원없이 공연을 보자'는 거였습니다. 에딘버러와 런던에서 여덟 밤을 지새는 동안 뮤지컬 4편(에딘버러에서 '어새신'과 '리틀 샵 오브 호러', 런던에서 '빌리 엘리어트'와 '레미제라블'), 클래식 공연 2회(에딘버러에서 부다페스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와 런던에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퍼포먼스 1회('패밀리'), 무용 공연 1회('도리언 그레이')를 달렸습니다. 본래 창작 뮤지컬 한 편을 더 볼 계획이었지만 체력관리상 휴식이 필요하더군요.

그중에서도 압권이라면 아무래도 런던 퀸스 시어터의 '레미제라블'을 꼽아야 할 듯 합니다. 무려 22년째 공연되고 있는 대작 중의 대작. 이상하게도 국내에서는 별 이유 없이 저평가되고 있는 듯(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이 아니라서?) 합니다만 세계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평이 아깝지 않은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인류가 만들어 낸 단 두편의 뮤지컬을 꼽으라면 웨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이 작품을 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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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모르시는 분은 없으실테지만 동화(?)로 이 작품을 접하신 분들에게는 오히려 뮤지컬의 뒷부분이 대단히 낯설 수도 있습니다. 이유는 이 작품의 뒷부분이 1832년, 민중왕 루이 필립 치하의 파리에서 일어나는 6월5일과 6일의 민중 항쟁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항쟁에서 마리우스는 공작가의 자손이지만 민중의 지도자 앙졸라에게 감화돼 시민군의 바리케이트에서 선봉에 섭니다. 장발장은 친딸처럼 키워 온 코제트의 연인인 마리우스가 바리케이트에서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전장에 몸을 던지고, 마리우스를 짝사랑한 에포닌도 그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죠(뮤지컬에서의 처리는 좀 다릅니다).

본래 소설에 다 나와 있는 진행이긴 하지만, 우리가 잘 아다시피 왕년의 한국 사회는 어린이들에게 이런 민중봉기에 몸을 던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해 줄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죠.^^

그래서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있어 '레미제라블', 혹은 '장발장 이야기'는 은식기를 훔친 장발장에게 "왜 촛대는 가져가지 않았나, 친구?"라고 말해 19년의 옥살이 기간 동안 사회에 대한 원한으로 가득 찼던 장발장을 선인으로 회개하게 하는 미리엘 주교의 감동 스토리만 기억되게 된 것입니다. 뒷부분의 민중 항쟁은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는 구성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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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혁명'에 초점을 맞춘 뮤지컬이기 때문에 'One Day More'나 'Do you hear the people sing'같은 불온한(?) 노래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이 빛나는 것은 이런 아름다운 선동의 노래들 때문만이 아니죠. 팡틴이 부르는 'I Dreamed a dream', 에포닌이 부르는 'On my own', 심지어 피도 눈물도 없는 철혈형사 자베르에게도 'Stars'와 같은 명곡을 줍니다.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에게 다양한 히트 넘버를 주는 뮤지컬로는 비교할 만한 작품이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이 아름다운 스코어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는 요령부득의 스토리 때문에 감동이 반감되는 부분이 있다면, '레미제라블'은 탄탄한 원작의 힘과 재치있는 각색 덕분에 스토리와 음악의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클로드 미셸 숀버그의 역량은 이 작품에서 최절정의 힘을 보여주죠.

아무튼 포스팅의 특성상 노래를 안 들어보면 얘기가 안 되겠죠. 자,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를 가장 잘 정리한 화면을 고르라면 아무래도 신화적인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에게 헌정된 공연 '헤이! 미스터 프로듀서' 중의 한 장면이 제일 나을 것 같습니다.

이 화면에는 코러스의 At the End of the Day, 자베르의 Stars, 에포닌의 On my own, 장발장의 Bring him home, 그리고 전원이 부르는 One Day More가 담겨 있습니다. 출연진은 전에 소개한 적 있는 레미제라블 10주년 기념 공연 때의 멤버와 거의 동일합니다.




물론 이 방대한 뮤지컬에 담긴 전곡을 수없이 많은 가수들의 노래로 다 들어 볼 수는 없고, 일단 두 곡만 추려 보렵니다.

먼저 'I Dreamed a dream'입니다. 이 곡은 코제트의 어머니 팡틴이 사생아를 몰래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쫓겨나 이제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하는 장면의 노래죠. 거친 운명 때문에 마음에 품을 꿈 하나 없어진 여인의 비참한 심정을 담은 노래입니다.

10주년 기념 음반에는 루디 헨셜의 노래로 실려 있습니다. 다시 한번 들어 보시죠.



다음은 웨스트엔드 초연 때의 팡틴이었던 패티 루폰의 노래입니다. 앞의 사설이 좀 깁니다.





다음은 브로드웨이 초연 때의 팡틴이었던 랜디 그라프.




90년대 브로드웨이의 에포닌이었던 레아 살롱가는 21세기 재공연 때에는 팡틴 역으로 변신했습니다. 2007년, '브로드웨이 온 브로드웨이' 행사의 일환으로 설치된 거리 무대에서 'I Dreamed a dream'을 부르는 장면을 누가 찍어 뒀군요.

이런 종류의 영상 치고는 화면과 소리가 들을 만 합니다. 그리고 이 가수가 얼마나 가공할 실력을 갖췄는지도 함께 보실 수 있죠.





다음은 'One day more'와 함께 이 뮤지컬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입니다. '민중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분노한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이것은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을/ 사람들의 음악이다'로 시작되는 가사처럼 혁명을 품은 사람들의 노래입니다.

아무래도 10주년 기념 DVD의 힘을 빌어야 되겠군요. 앙졸라 역의 마이클 매과이어가 빛나는 장면입니다.




이 노래는 온갖 합창단에 의해서도 합창으로 불려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만한 버전은 1996년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유로 96 축구대회 개막식에서 불려진 버전입니다. 웅장하기로는 압권이죠.




10주년 기념 음반의 피날레입니다. 아무래도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의 결정판이라면 이 장면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1987년부터 96년까지 전 세계 17개국에서 장발장 역을 맡았던 배우 17명이 등장해 이 노래를 함께 부릅니다.





자, 지금부터 제가 본 공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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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명연들을 일찌기 듣고 있었지만, 웨스트엔드 퀸스 시어터의 '레미제라블'은 여전히 훌륭한 공연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약간 할인 판매를 하고 있긴 하지만 평일인데도 저녁 공연은 여전히 만원.

22년간 조금씩 보완됐겠지만, 회전 무대를 기본으로 한 무대의 배치와 운영도 완벽합니다. 아쉬운 건 팡틴 역의 배우가 저 위의 스타들에게는 비교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는 점 정도. 장발장 역의 드루 자리치가 너무 젊다는 점도 살짝 걸렸지만, 보는 공연 마다 코엄 윌킨슨을 기대할 수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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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과 장발장을 거론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코엄 윌킨슨은 '라만차의 사나이'에서의 돈키호테로도 절창을 보여준 가수입니다. 중년의 바리톤 역으로 그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뮤지컬 배우는 현재로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아, 물론 한때는 팬텀 역으로도 등장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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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본 공연의 엔딩 인사입니다. 맨 왼쪽의 여자 빼고 그 다음부터 앙졸라, 테나르디에 부인, 테나르디에, 에포닌, 장발장, 자베르, 팡틴, 마리우스, 코제트입니다.

그동안 몇 차례 기회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인연이 닿지 않았다가 이번에야 직접 보게 된 공연이라 더욱 가슴에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날 귀국을 앞두고 몸은 피곤하고 부상(?)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이 공연을 그냥 넘어갔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마지막 화면은 지난 2006년, 바로 이 퀸스 시어터 무대에서 있었던 런던 초연 때 멤버들의 재결합 무대입니다. 윌킨슨을 비롯해 마리우스 역의 마이클 볼, 팡틴 역의 패티 루폰, 에포닌 역의 프란시스 루펠, 코제트 역의 레베카 케인 등이 무대에 서서 One More Day를 불렀습니다.





이 공연이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아마도 초연 때 가브로슈 역을 맡았던 소년이 자라 장발장 역을 맡을 때까지는 충분히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 됐기 때문이죠.

현재 이 뮤지컬을 자국 버전으로 공연한 나라는 21개국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하루 빨리 한국 배우들로 이뤄진 '레미제라블'을 볼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많은 분들이 김진태, 남경주 주연 버전을 얘기하시는군요. 그렇게 무대에 올려진 적이 있는줄 몰랐습니다. 이제 저변도 더 넓어졌으니 다시 한번 '제대로'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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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귀국해서 가장 먼저 보게 된 TV 프로그램이 반찬 재활용에 대한 거였습니다. KBS 1TV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이더군요.

저녁 손님들은 거의 점심 손님들이 먹다 남긴 반찬을 먹게 된다, 점심도 12시30분 넘어서 가면 거의 재활용 반찬이다... 심지어 제육볶음은 먹다 남은 걸 그대로 남비에 부어 다시 볶아온다... 손님 상에 올랐던 김치는 당연히 찌개용이다...

솔직히 말해 먹고 남긴 순두부를 그자리에서 모아 다시 끓여 내놓는다든가, 먹던 밥을 모아 누룽지를 만든다든가 하는 몇몇 장면을 빼면 그리 놀랍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반 식당에서 손님들이 남기는 반찬을 모두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 많았다는게 신기할 정도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그냥 먹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밖에서 일하는 사람의 숙명이죠.)

여담이지만 얼마 전 세계적으로 깨끗한 걸로 유명하다는 일본의 고급 식당에서도 다른 손님이 먹던 회를 재활용했다는 보도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139557 를 보고 체념과 함께 '어디나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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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문제 심각합니다. 고쳐지면 당연히 좋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먹으러 다니는 사람들부터 고쳐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두가지. '싸고 반찬 많이 줄 수 있는 식당은 없다'와 '이유 없이 싸고 맛있는 식당은 없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아직도 '백반 1인분에5000원인데 반찬이 20가지 나온다'고 좋아하든가, '1인분에 4000원인데 국물 맛이 기가 막히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 속으로는 답답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반찬 재활용 안 하고 5000원에 20가지씩 반찬 주면서 니가 장사 해 봐라. 안 망하나"라고 얘기를 해 줘도 막무가내더군요. "에이, 설마." 설마는 무슨 설맙니까. 반찬 20가지 깔아 놔 봐야 무게로 따지면 최하 30%, 평균 40%는 다시 상 물릴 때 나갑니다. 그걸 다 버리다간 재료 값도 재료값이지만 음식물 쓰레기 수거하다 일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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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한국 음식의 특성을 생각하면 식당 주인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식당에서 함께 모여 밥을 먹을 때 가장 '위생적인' 그릇이라면 눈 앞에서 화력을 가해 끓여 먹는 찌개 종류일 겁니다. 어제 방송에선 이 찌개도 재료를 재활용할 경우 세균이나 미생물은 죽어도 독소가 사라지지 않아 위험하다고 했지만 그건 재료가 부패-변질된 경우를 좀 과장되게 얘기한 것이고 - 실제로 얼마 전까지 일식집 주방에서 나온 상한 생선으로 매운탕을 끓여 먹고 식중독으로 사망한 노숙자들 얘기가 뉴스에 실리기도 했죠 -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끓여 먹는 음식은 일단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찌개는 같이 간 사람들끼리 '위생적으로' 나눠 먹으라고 그릇을 주지만, 반찬 나눠 먹으라고 그릇 주는 식당은 못 봤습니다. 아, 앞접시를 주긴 하지만 그 앞접시에 자기가 밥 한끼 먹을 반찬을 한번에 다 덜어놓고 먹는 사람이 있나요? 다 자기가 먹던 젓가락으로 다시 집어다 먹죠. 그럼 이미 한국식 식탁에서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각자 자기 찬을 챙겨 먹기 전에는 이미 '남의 침 섞인 음식'을 먹는다는게 전제된 겁니다. 앞 사람이 방금 집어 먹은 콩나물이나 잡채 그릇에 젓가락을 갖다 대면서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시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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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따지면 내 앞에 있는 사람 -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먹던 음식이나, 내가 얼굴을 보지 못한 다른 사람이 먹던 음식이나 위험성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얼굴을 보지 못한 그 어떤 사람이 치명적인 병에 걸려 있을 확률이 있다면, 그건 내 앞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도 같은 가능성이 있는 셈이죠. 특히 직업상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을 일도 숱한 저로서는 그런 위험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이 먹던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그 반찬을 다시 수거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이 더 불쾌하죠. 혹시라도 며칠씩 그렇게 방치되어 있는 반찬, 또는 설겆이통 바로 옆에 반찬통을 두고 있어서 개숫물이 튀어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반찬(방송에서 이런 식당이 나왔습니다)이 더 끔찍했습니다.

아무튼 반찬 재활용이라는 건 분명히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당 주인들만 노력해서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먹는 사람이 일단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 음식을 남게 시키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항상 음식을 넉넉하게 시켜야 보기 좋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일단 돈 들어서 아깝고, 음식 남아서 아깝고, 그 음식이 또 비위생적으로 유통될테니 더더욱 아깝습니다. 특히 내가 돈 낼 때에는 더 아깝죠.

짠돌이 소리 듣더라도 음식 시킬 때 먹을 만큼만 시킵시다. 또 남이 돈 낼 거라고, 회삿 돈으로 먹는 거라고 팍팍 시키는 것도 안 될 일이죠. 남이 호기 있게 많이 시키더라도 옆에서 말려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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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찬 많이 나오는 집, 푸짐한 집 너무 좋아하지 말자

아직도 특정 지방 출신들은 "우리 고향에선 라면 하나 시켜도 반찬이 네가지씩 나오는데"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네. 그 인정많은 고향 아주머니는 음식 아까운 것도 잘 아시는 분들일 겁니다. 당연히 먹던 반찬도 잘 아껴서 다시 쓰시겠죠.

요지는 반찬 가짓수 많은 집을 너무 선호하지 말라는 겁니다. 시킨 양보다 유난히 많이 나오는 집도 경계해야 합니다. 예전에 가던 집 중에 세종문화회관 뒤의 광화문집이라는 김치찌개집이 있었습니다. 요즘도 인터넷에 맛집이라고 가끔 소개되는 집입니다.

회사가 그 근처일 때 참 많이 갔습니다. 뭘 시켜도 2인분이 4인분처럼 나오고, 맛도 좋아서 다들 신나하며 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음식에서 재활용을 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오물이 두어번 나왔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절대 그 집에 가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맛집이라며 멀리서 찾아가는 사람이 있더군요.)

식당 주인들 바보 아닙니다. 일단 너무 푸짐한 집은 멀리 하세요.



* 설겆이를 도와줘라

사실 한때는 학교 앞 중국집이 단무지, 양파를 모아서 다시 쓰는 걸 보고 갈때마다 남은 단무지에 모두 구멍을 내고 나오던 적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주인이 와서 사정을 하더군요. "다른 손님들이 이상하게 본다. 앞으로 남은 단무지 다 그냥 버릴테니 제말 그러지 좀 말아 달라"구요. (물론 그 뒤로 고쳐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요즘도 시간 있으면 잔반은 모두 찌개나 전골 남비, 국그릇에 다 부어 놓고 나오곤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반찬을 다시 쓸 수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기 보다, 손님이 '반찬 다시 쓰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는 걸 주인이 알 수 있어야 합니다.


* 재활용을 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진 집을 도와줘라

김치 깍두기며 밑반찬을 아예 손님 상에 두고, 알아서 덜어 먹으라는 집들도 요즘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집에 가도 반찬을 산처럼 덜어 두고 다 남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면 어느 식당 주인이 초심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일단 처음에 주는 반찬의 양이 적은 집들도 칭찬할만한 집입니다. 이런 집들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서라도 반찬 리필은 꼭 먹을 만큼만 시킵시다. 괜히 먹지도 못할 양을 욕심내고 달라고 해서 다 남기면 그보다 미안한 일이 없죠.




아무튼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될 식당들도 있을 겁니다. 어제 방송에 나온 토속촌(02-862-2027, 서울 관악구 신림 8동 소재라고 합니다. 간판을 보면 확인 가능할 겁니다) 같은 식당들은 이제 상당히 영업에 도움이 되겠죠.

자신있는 식당 주인들은 다같이 <우리 식당은 음식 재활용을 하지 않습니다>같은 간판을 써 붙이는 운동을 해도 좋을 겁니다. 그리고 뭣보다, 손님들이 믿을 수 있도록 바퀴달린 큰 잔반통 같은 도구를 활용해서, 상을 치울 때 보란듯이 거기에 잔반을 모아 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대신 이렇게 운영하는 식당의 운영비는 불가피하게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 5000원 하는 째개백반이 6000원, 7000원으로 올라가게 되겠죠. 하지만 어떤 경우든 싼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상표 달린 컴퓨터 안 쓰는 분들은 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뭐든 제대로 소비하려면 제대로 된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게 아마 가장 큰 교훈일 겁니다. 돈은 안 내고 소비자 주권(?)만 주장하는 것도 문젭니다. 5000원짜리 물건 사면서 10만원짜리 애프터 서비스를 기대하거나, 20만원짜리 패키지 여행 가면서 100만원짜리 여행급의 품위를 요구하는 것도 사실 양심불량이죠. 소비자의 권리는 언제든 거기에 걸맞은 돈을 낼 때 의미를 갖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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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프로그램들은 다 좋은 취지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소비자를 위한다는 방송을 할 때에도, 항상 소비자들에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점을 확실히 알려 주는 내용이 포함되기를 바랍니다. 가끔씩 4000원짜리 햄버거에 쇠고기가 4000원어치 들어 있지 않다고 '고발'하는 식의 내용을 볼 때면 불편해지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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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겠지만 매년 8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에딘버러 페스티발에는 공식 행사인 인터내셔널 페스티발과, 그 주변에서 열리는 프린지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공식 페스티발은 브로드웨이, 프린지는 오프 브로드웨이 식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겠죠. 세계적인 공연단체와 아티스트들이 으리으리한 공연장에서 뽀대 있게 공연하는 공식 페스티발이 열리는 동시에 온 시내의 수백개 공연장에서 수천개의 곁다리 공연이 열립니다. 연극, 음악, 뮤지컬 등 장르에도 아무 제한이 없죠.

당연히 한국 공연도 꽤 있습니다. 올해도 10여개 단체가 공연했다더군요. 물론 올해 열린 2000여개의 전체 공연 중에선 결코 눈에 띌 정도가 아닙니다만, 꽤 늘어난 숫자입니다. 지난 2002년에 갔을 때 한국 공연을 하나도 안 보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려서(^^) 이번엔 챙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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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는 태권도 가족과 B-BOY 가족이 최고의 가족을 뽑는 콘테스트 결승에서 맞붙어 각자 기량을 뽐내 대결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그 가운데서 태권도 가족의 최고 연장자인 할머니와 B-BOY 가족의 할아버지가 눈이 맞아 므흣한 관계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태권도 패밀리는 태권도 선수 출신, B-BOY 팀은 B-BOY 출신들이 공연에 나섭니다. 전혀 연기 경력이 없는 선수들을 연습시켜서 만든 공연이더군요.

공연장 입구는 이렇습니다. 이 공연장에선 '패밀리'외에도 인도의 민속 공연이 3개, 그리고 다른 한국 공연팀의 '아리랑 파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헤비메탈 드러머 출신인 최소리씨의 퍼포먼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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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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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패밀리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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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석 조금 넘는 작은 공연장이었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더군요. 두 아이를 데려온 현지인 관객 맥클라런드씨에게 물어보니 "공연을 본 친구에게 추천 받아 아이들을 데려왔다. 너무 재미있었다. 나도 다른 가족에게 추천하겠다"고 하더군요.

왠지 뿌듯했습니다.




매일 하루 2회씩 공연을 한 팀이라 지칠만도 하지만, 이른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곧바로 다시 가두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건 몸풀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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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딘버러 페스티발 기간중엔 온 거리가 공연장이 되고, 가두 홍보도 허가받은 장소와 시간에만 하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패밀리' 팀은 불행히도 그런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국 한국식의 게릴라 홍보로 승부를 걸었다는군요.

그냥 몸으로 밀어붙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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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중 B-BOY 팀의 박성배군(정말 박지성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맨유 유니폼이라도 있었다면.^^)의 묘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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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붕붕 나는 건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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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군의 후배. 다른 단원들은 이 주변에서 열심히 목소리를 높이며 공연 전단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좀 더 집단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러면 금세 공연 단속팀이 출동해서 처벌 대상에 오른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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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여기가 로열 마일. 에딘버러 구시가의 중심입니다. 페스티발 기간중에는 인파로 넘쳐나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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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단속을 피해(?) 두 사람 정도의 팀 퍼포먼스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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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기 이를데없습니다. 이러고 있으면 수십명이 "무슨 공연이냐?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고 전단을 받아 갑니다.


태권도 팀도 가만 있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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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역의 김미란양이 품세를 시작했습니다. 구경하는 관객들이 늘기 시작합니다.

사실 무허가 홍보라 너무 관객이 몰려도 안됩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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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시범단 출신답게 동작에서 절도가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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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발차기. 구경꾼들의 박수가 터집니다.

공연 막바지라 다들 파스로 도배가 된^^ 몸들이었지만, 에딘버러 하늘을 지르는 발차기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기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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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공연장이 어딘지 아십니까?

바로 런던 한복판에 있는 로열 알버트 홀입니다. 2008년 8월 25일, 드디어 이곳에 들어오는데 성공했습니다. 감격의 눈물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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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로열 알버트 홀은 하이드 파크 남쪽에 붙어 있는 유서깊은 공연장입니다. 굳이 이름을 댈 필요도 없는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들이 섰던 꿈의 무대죠.

20년 전, 홍안소년의 모습으로 이곳에 와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언젠가 이 안에서 공연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세상 참 좋아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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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본 공연은 BBC가 주최하는 프롬(PROMS)이라는 여름 특별 공연 시즌 중의 하나였습니다. 로열 알버트 홀과 BBC가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셈 치고 저렴한 가격에 여름 내내 유수의 공연자들을 불러 모아 하루에도 3-4회씩 공연을 합니다.

저희가 본 건 그중 53번 공연, PROM 53였습니다. 다니엘 가티가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 순서였습니다. 3층의 2만원 정도 하는 티켓을 예매했습니다. (그래도 한국까지 배송을 해 줍니다. 더 싼 표를 샀다면 운송료가 더 들지도 모릅니다.^ )

28일, 이번 프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뉴욕 필하모닉 공연도 가장 비싼 2층의 박스석 표는 54파운드(약 11만원?)까지 있지만 저희가 본 3층의 서클석은 5파운드(1만원)짜리 표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자리도 충분히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학생증(아무 학생증이나)만 있으면 절반 가격입니다. 대개 이 정도의 충격적인 가격이죠. 안타깝게도 저희는 이 공연까지 볼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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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안에 들어와서 바라본 로열 알버트 기념탑입니다. 네. 저 위의 홀 사진에 보이는 세로 휘장 뒤에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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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내부는 명목상 4층까지가 객석입니다. 물론 4층은 좌석 없는 갤러리 입석. 3층에는 저렇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매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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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매점이라고 했지만 간단한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파는 공간. 관객들이 와인이며 맥주를 마시면서 온갖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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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는 눈 높이로 로열 알버트 기념탑이 보입니다. 소박하고 고풍스럽지만 정감 있는 공간입니다. (사실 실제 색은 위 사진보다 좀 더 우중충합니다. 캐논 카메라의 고질적인 왜곡^^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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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돈만 많다면 이렇게 분위기 있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바로 엘가(Elgar) 레스토랑. 영국인이 사랑하는 작곡가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안 물어봤지만 가격은 상당히 비쌀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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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3층 입장. 빨간 재킷의 안내원이 일일히 자리를 가르쳐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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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수용인원은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큰 홀인데, 공연 시작 30분 전에 거의 차 있습니다.

1층 가운데 자리는 입석인 어레나(Arena)석. 4층의 갤러리와 함께 입석은 당일 현장에서만 팝니다. 가격은 확인해보지 못했는데 좌석 최하가 5파운드였으니 그보다는 싸야겠죠(록 공연이라면 스탠딩이 더 비싸니 혹이 이것도...?).

3층 서클석에서 바라본 공연장의 전체 모습입니다.



대단하죠?

오케스트라 자리는 아직 비어 있습니다. 조명이 근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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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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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제가 아는 사람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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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머리 위로 보이는 자리가 바로 갤러리석입니다. 입석. 난간에 기대서 봅니다.

한번 올라가 볼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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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오케스트라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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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려 드릴 수는 없고...

프로코피에프는 이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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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5번은 이런 느낌.

가티의 지휘는 무척 가볍고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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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어레나 석은 분방하기 짝이 없습니다. 배낭 베고 누워서 듣는 사람도 몇명 있을 정도.

위 사진은 중간 휴식시간이지만, 휴식이 끝나도 저 주저앉은 사람들은 그대로 있습니다. 물론 오케스트라 바로 앞 사람들은 일어서죠.

연주가 끝나고 사람들은 열광적인 커튼콜에 들어갑니다.

얼마나 열광적인지 한번 보시죠.



연출기법상의 과장(^^)이 좀 있긴 했지만 분위기가 이랬습니다. 수천명의 관객들이 일제히 발을 구르니 공연장이 흔들흔들 하더군요. 물론 가티는 끝까지 앵콜을 아꼈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공연이 모두 끝났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복도에서도 관객들은 차이코프스키 5번의 테마(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민해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와 매우 흡사합니다)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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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밖의 포스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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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레녹스, 존 레전드, 브라이언 아담스, 게스트 스타 주드 로... 줄리언 로이드 웨버, 전설의 무디 블루스라니. 정말 런던에 살고 싶어졌습니다.

프롬 콘서트, 올해는 좀 늦었지만 여름 런던에 가실 분들은 꼭 한번 시도해 볼 만 할겁니다. 특히 배낭여행 간 지갑 얇은 학생들도 저 정도 가격이 비싸서 못 갈리는 없겠죠. 런던에는 60파운드짜리 뮤지컬만 있는 건 아닙니다.

p.s. 글이 잘 올라가야 할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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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에딘버러 페스티발에서 지난 22일 초연된 매튜 본의 신작 '도리언 그레이'를 봤다는 얘깁니다. 아시다시피 매튜 본은 '백조의 호수'를 남자 무용수들로 채운 걸로 유명한 안무가죠.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1890년 당시에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공포소설의 하나로 받아들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남자간의 금지된 사랑을 은근히 비치고 있는 줄거리(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 파문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에 경악한 사람도 있었겠죠.

이 시절에 비하면 매튜 본은 대단한 표현의 자유를 타고 난 셈입니다. 네. 마돈나의 남편인 가이 리치의 친구이며 클라우디아 쉬퍼의 남편인 영화감독 매튜 본이 아니라 무용계의 스필버그 취급을 받고 있는 바로 그 매튜 본입니다. 지난 23일, 매튜 본의 신작 '도리언 그레이'를 봤습니다. 22일 밤 공연이 월드 프리미어였으니 세계에서 두번째로 무대에 올려진 공연을 본 셈이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내용을 잠깐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런던 사교계의 중심 인물인 귀족 청년 헨리 경은 친구인 화가 바질이 그리고 있는 초상화를 통해 그림의 모델인 미남 도리언 그레이에게 관심을 갖습니다. 바질은 그레이에게 끌리는 자신에 대해 두려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레이를 만난 헨리는 자신의 분방한 도덕관으로 그레이를 '오염'시키죠. 헨리의 영향으로 그레이는 자신의 미모가 갖는 위력을 마음대로 휘두릅니다.

그는 잠시 여배우 시빌에게 끌리지만, 자신이 무대 밖의 그녀에게 아무련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싸늘하게 변해 버리죠. 결국 시빌은 자살하고, 그는 자신이 악행을 저지를 때마다 바질이 그린 초상이 점점 늙은 모습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영원한 젊음과 미모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나서 이야기는 18년 뒤의 시점으로 넘어갑니다. (혹시 스포일러라고 하실 분도 있을테니 이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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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도리언 그레이'는 이 이야기를 21세기의 패션과 광고 산업으로 끌고 옵니다. 그레이는 무명의 웨이터에서 일약 톱모델로 올라서는 꽃미남 스타로, 바질은 '당연히' 사진작가가 됩니다. 이렇게만 바뀌면 너무 평이하겠지만 여기서 헨리 경은 연예계의 권력자(에이전시 사장? 광고주? 미디어의 실력자?)인 레이디 H로, 여배우 시빌은 남성 무용수 시릴로 성별이 바뀝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초상화는 그저 사진으로 대입되는 것이 아니라, 그레이의 내면을 상징하는 분신(도플갱어)로 묘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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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리언 그레이와 레이디 H.)


스타가 된 그레이의 타락을 그려내는 소재로 마약과 술, 바이섹슈얼과 오만방자함 등의 부덕이 무대를 수놓습니다. 매튜 본의 타고난 흥행감각 덕분에 '도리언 그레이'는 훌륭한 대중용 상품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무용극이라지만 조금도 지루하거나, 전문적이라거나, 난해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기발한 회전무대는 수시로 광고 스튜디오에서 사진작가의 침실로, 화려한 파티장에서 은밀한 사랑의 공간으로, 플래시를 받는 현장에서 그레이의 방 사이를 수시로 오갈 수 있게 합니다. 이 이중 회전 무대와 도플갱어의 존재는 너무도 간단하게, '자아의 분열'이라는 주제가 오스카 와일드와 매튜 본을 관통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죠. 아무튼 이 작품은 19세기 고전의 현대화라기보단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에 더욱 가까이 있습니다. 도리언 그레이가 광고하는 향수의 이름이 불멸(Immortal)이란데선 무릎을 탁 치게 하기도 합니다.
 
매튜 본의 작품을 처음 본 저같은 사람에게 있어 '도리언 그레이'는 매우 흥미롭고 강추하고 싶은 수작입니다만, 이미 '백조의 호수'에서 '에드워드 가위손'까지 그의 작품을 여럿 경험한 평론가들에게 있어선 그리 매력적인 작품이 아닌 듯 합니다. '가디언'과 '더 타임즈'는 모두 인상적인 혹평이더군요. '가디언'은 새로운 것이 없다는 쪽, '타임즈'는 심지어 '게이 포르노가 너무 자주 나온다'는 식입니다. 사실 중요한 러브 신이 모두 남자 무용수들 사이의 것이긴 합니다. 하긴 아주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사실 어찌 보면 매튜 본의 주요 고객들인 '배운 여성 관객'들의 취향에 맞춘 고급 야오이 무용극(?)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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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리뷰 모두 그레이 역을 맡은 리처드 윈저(Richard Winsor)에겐 호감을 갖고 있더군요 윈저나 레이디 H역의 미카엘라 메짜(Michaela Meazza) 모두 본과는 '에드워드 가위손' 등에서 손발을 맞춘 사이입니다.

자, 지금부터는 염장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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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연 장소인 킹스 시어터는 에딘버러 성 남서쪽에 있습니다. 매튜 본 정도의 지명도를 가진 인물이 초연을 하기엔 좀 초라해 보일 정도로 낡은 극장이란 느낌. 1906년에 지어진 극장답게 외양은 꽤 쇠락했고(왕년의 단성사나 스카라 극장 느낌입니다), 아주 규모가 큰 홀도 아닙니다. 하긴 이런 걸 보면, 한국 공연문화는 지나치게 외양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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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는 사람도 있군요. (네. 휴가중이란 뜻입니다.)


아무튼 극장 안은 '에딘버러 페스티발의 60년 역사상 무용 작품으로는 최고 히트작'이라는 설명답게 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찼습니다. 올해 날씨와 올림픽 때문에 에딘버러 페스티발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는 데서 더욱 이례적인 히트로 여겨지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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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갈채와 함께 공연이 끝났습니다. 무대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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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마지막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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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는 9월2일부터 런던으로 자리를 옮겨 공연된다고 합니다만, 매튜 본의 인기를 생각하면 언제든 국내 무대에도 올려지겠죠. 매튜 본 빠순이(?)를 자처하시는 분들은 곧 비행기 티켓을 사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입가심으로 두 사람의 도리언 그레이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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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 하트필드는 1945년작 영화의 타이틀 롤인 도리언 그레이입니다. 왠지 신성일씨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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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그레이는 영화 '젠틀맨 리그'의 스튜어트 타운젠드입니다. 하긴 뭐 리처드 윈저 정도라면 그레이 역으로는 손색이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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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번 실패하고 오기로 올리니 올라가는군요. 이놈의 유럽 인터넷. 오랜만에 훈훈한 포스팅이라고 좋아하실 분들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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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동안 찍은 사진들입니다.

망 사정이 형편없어서 계속 좌절했는데 오늘 망이 정신차린 김에 올려 봅니다.

사진에 나오는 곳은 어느 도시 주변일까요?

가장 먼저 맞추시는 분께는 돌아오는 오프라인 이벤트에 선물을 드립니다.

(그런데 직접 나와서 수령하셔야 한다는^^)

아무튼 인터넷 사정이 너무 안 좋아서 이걸로 인사를 대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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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달라고 할 때도 이상하게 '맥주 주세요'가 아니라 '무슨 맥주가 있죠?'라고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The Best Beer."

그러고서 꺼낸 것이 저 맥주라면 뭐 할 말이 없겠죠. 개인적인 취향인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세계 최고의 맥주라면 하이네켄을 꼽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밀러...같은 맥주를 꼽는 분들은 없겠지만 유수한 경쟁자들 속에서도 저기 비길만한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맥주는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면 저 나라는 참 괜찮은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본 적은 없지만 요한 크루이프에서 반 바스텐, 그리고 반 니스텔로이에 이르는 슈퍼 영웅들의 고향인데다 어네스트 호스트의 고향이기도 하죠. 인구도 많지 않은데 참 대단합니다. 하이네켄과 히딩크가 있어서 더욱 잊을 수 없는 나라. 게다가 동성 결혼이며 대마초 합법화 등등 항상 다른 나라를 앞질러가는 개방 1위국가. 또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제공항에 버젓이 카지노를 차려 놓은 나라(그런데 오늘 보니 못 찾겠더군요. 스키폴 공항의 카지노가 없어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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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이 나라는 나라 이름을 붙인 국적 1호 항공사가 외국에 매각되는 불운(네. 에어프랑스가 KLM을 인수해버렸답니다. 물론 브랜드는 유지합니다)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독특한 서비스는 여전하더군요.

일단 기내식이 좀 달라 보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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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뱅앤 올룹슨 오디오 같은 것도 기내식 포장입니다. 왼쪽에는 펜네 파스타, 오른쪽에는 한국식 버섯볶음, 가운데는 긴 사과파이가 들어있더군요.

포장못잖게 맛도 굿. 인천 공항 벽제갈비의 물냉면에서 느낀 배신감(아니 '봉피양'을 그렇게 크게 써 붙여 놓고 봉피양 맛의 절반도 안 되는 냉면을 팔면 어쩌라는 건지)이 씻겨나가는 느낌입니다.




p.s. 아, '저 나라 비행기를 탔다'는 거지 '저 나라를 갔다'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포스팅은 그리 자주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죽을 것 같네요.

맥주는 더럽게 못 만들지만 인터넷 하나만큼은 세계에서 제일 빠른 나라에서 뵙겠습니다. (삿포로나 칭따오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타이거 만큼만 만들어도 애국심이 꽤 올라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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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연화, 1600년 전의 러브스토리  (37) 2008.08.07
CHECK EVENT 정답 공개  (26) 200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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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대해 일반 관객이 알면 얼마나 알겠으며, 꽤 안다 한들 한국에서 제일 야구 잘 한다는 선수들, 제일 승부에 강하다는 코칭스태프가 가 있는데 그걸 보고 이상하다 문제있다 하는게 오히려 넌센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살다 살다 이번 올림픽 야구처럼 요상한 대회는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 8 - 7 미국

한국 1 - 0 캐나다

한국 5 - 3 일본

한국 1 - 0 중국

한국 9 - 8 대만

한국 7 - 3 쿠바


단 한 경기도 '응... 이겼구나' 하는 게임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이닝이 끝날 때까지 그야말로 똥줄 타는 접전으로 이어진 경기들입니다. 막말로 6승이 아니라 2승4패, 1승5패를 했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경기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나눠놓고 보면 양상도 참 다양합니다.

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추격당했다가 막판에 힘을 내 빠져나간 경기(미국, 대만)

2. 일단 선방을 맞고 정신 번쩍 차린 경기(일본, 쿠바)

3. 타선이 죽기 직전까지 침묵을 지키다가 간신히 이긴 경기(캐나다, 중국)

이쯤되면, 제가 상대 팀이라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올 것 같습니다. "한국, 대체 정체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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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주 얘기는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세 번이나 등판에서 간신히 방어율을 표시할 수 있는 숫자로 만들었다면 그건 쓸 수 있는 선수가 아닙니다. 더구나 놀다 온 선수도 아니고, 조금 전까지 리그에 참가하다가 온 선수가 그런 꼴을 겪는다면, 그건 자신감을 회복해서 될 투수가 아니라 쓰면 안 되는 투수, 안 통하는 투수라는 뜻입니다.

"마무리 투수가 자신감을 회복해야 중요할 때 쓸 수 있지 않느냐"고 했는데, 한기주가 망칠 뻔 한 경기를 다 빼앗겼을 때에도 과연 4강 얘기가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기회를 준 결과 알아낸 것은 '한기주를 4강전에서 썼다가는 정말 큰일 난다'는 결론 아닙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또 기회를 줄지. 그때는 'KIA를 위해서 썼다'고 할지...)

김경문 감독의 무시무시한 신뢰의 힘은 1할 타자 이승엽도 계속 4번에 남겨 두고 있습니다. 다행히 결과가 모두 좋았기에 망정이지, 결정적일 때 이승엽이 침묵해서 지는 경기가 나왔다면, 팀에게건 선수에게건, 모두 엄청난 손해가 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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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한국 타자들의 오기입니다. 일본전에서는 홈런을 맞자마자 바로 이대호의 홈런으로 따라붙었고, 쿠바전에서도 송승준의 난조에 전혀 굴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최약체라는 중국전에서의 부진 뒤에는 끝까지 심각해지지 못했던 타자들의 비밀이 있습니다. 중국전 12이닝 동안 한국 타자들은 삼진을 몇개나 당했을까요. 답은 0입니다. 이건 중국 투수들의 공이 너무나 위력적이었다기 보다는, 한국 타자들이 스스로 자멸했다는 걸 뜻합니다. 스트라이크 3개를 당하기는 커녕 3구, 4구 이내에 승부를 걸어서 범타를 자초했다는 것이죠. 꾸준히 기다려서 4구를 얻어내려는 시도 역시 거의 없었습니다.

대만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8대0이 된 뒤 타자들의 선구와 스윙 시점이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충 대충 빨리 끝내자. 다 이긴 경긴데.' 라는 마음가짐이 눈에 훤히 보일 정도였죠. 유독 이날은 수비에서의 실책까지 이어지며 자멸 직전까지 갔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대표팀의 특징은 양철 냄비입니다. 달아오르면 5초만에 새빨간 불덩어리가 되어 버리고, 조금만 불기를 치우면 얼음장이 되어 버립니다. 상대 팀들까지도 헷갈릴 겁니다. 어떤 때에는 세계 최강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파괴력을 보이다가, 어떤 때에는 고교야구팀처럼 굴기 때문입니다. 중국전이나 대만전에서의 모습을 보면 정말 낯이 뜨겁지만 쿠바전에서의 모습을 보면 이건 세상에 막을 팀이 없을 정도죠.

부디 네덜란드전을 푹 쉬고(장원삼 선발이 유력하지만 웬만하면 한기주가 완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10점을 주건, 20점을 주건 상관없는 경기니까) 4강전에서는 좋았던 때의 모습만으로 달려들어 금메달 한번 따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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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나자나 이대호는 야구를 계속 하는 한 죽을 때까지 자랑할 거리가 생겼습니다. "니들 쿠바가 고의사구로 걸러낸 타자가 누군지 알아?" 지난 WBC때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이승엽을 걸러낼 때 이후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다고나 할까요.


P.S. 2. 한기주를 제외한 한국 투수들, 정말 눈부신 분전입니다. 상대적으로 대만전에서 부진했던 봉중근도 그만하면 자기 밥값은 다 했습니다. 특히 선발에 비해 약한 걸로 지목됐던 불펜, 역시 한기주만 빼면 모두 놀라울 정도로 멋지게 던져 주고 있습니다.

역대 국제 대회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은 사실 90%가 소수의 뛰어난 투수들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국제전에서 쓸 수 있는 선발요원이 이 정도 숫자로 늘어난 것은 글자 그대로 한국 야구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정말 뿌듯합니다.


P.S. 3 그동안 블로그에 이상이 있어 접속을 못 하다가 들어와 보니 역시나 엉뚱한 소리 하는 분들이 있어서 한마디 더 보탭니다.

세상에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선수가 어디 있습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국대 경기에서 그런 선수가 나온다면 일단은 뽑은 사람이 잘못이겠죠. 그런데 그 선수를 결정적인 시기에 결정적인 역할로 자꾸 기용한다. 이것 역시 기용한 사람이 가장 잘못입니다.

한번이면 모를까, 두번 세번 자꾸 그런 경우를 만드는 건 이런 단기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나간 사람 아니면 이 대목에서 왜 선수를 욕하겠습니까. 대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 좀 생각을 하고 글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전에 한기주 선발 시키자니까 이걸 곧이 곧대로 듣는 분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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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게 가난한 아버지(주성치)와 아들(서교). 하지만 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구김살이 없는 부자간이고, 예쁜 선생님(장우기)도 이들을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이런 그들 앞에 어느날 아버지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외계인의 애완동물 장강 7호가 나타납니다.

장강 7호는 대체 어떤 능력을 갖고 있을까요?

사실 그렇습니다. 이런 내용의 영화 '장강 7호'는 재미있는 영화긴 하지만 결코 주성치의 대표작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주성치가 쌓아 올린 수많은 매력적인 영화들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를 분석하고 자시고 하는 건 주성치에 대한 모욕이 되겠죠. 씹을 것 하나 없이 그냥 훌훌 들여마셔도 좋은, 아주 편안하고 유쾌한 영화입니다.

다만 21일 '장강 7호'의 개봉에 맞춰 한번쯤 주성치 얘기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냥 그래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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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아닌 서민의 별, E.T에 도전하다

주성치(저우싱츠, 周星馳)가 나타나기 전, 홍콩 영화계에서 최고의 스타가 되려면 용의 이미지(龍像)를 가져야 했다. 이소룡(李小龍)과 성룡(成龍)은 상이한 캐릭터였지만 정의롭고 당당한 용의 느낌에선 일치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21세기, 당금 천하는 이들의 후계자랄 수 있는 이연걸(李連杰)가 아닌 주성치의 차지가 돼 있다.올해 46세. ‘소림축구’와 ‘쿵후 허슬’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인의 스타가 된 이 사나이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올드 팬들에게 주성치는 트럼프 카드를 양손으로 문지르는 익살스러운 초능력 청년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

1990년대 초, 홍콩 누아르의 끝물에서 유덕화(劉德華) 주연의 ‘지존무상’ 이후 갑작스러운 도박 영화의 붐이 일었다. 그 흐름을 다시 비틀어 놓은 것이 주성치의 ‘도성(9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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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쥔 카드를 다른 카드로 바꿀 수 있는 청년 역을 맡은 주성치는 그때까지 홍콩 누아르를 지배하던 의리와 비장미를 한 방에 날려 버리고, 극도로 유치한 코미디도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후 ‘심사관’ ‘도학위룡’ ‘녹정기’ 등 유치 만발 코미디들이 홍콩 박스오피스를 연타했다. 영토 반환을 앞둔 홍콩 사람들은 잠시나마 모든 걱정을 잊게 해주는 주성치의 코미디에 환호했다. 하지만 그는 코미디로만 자신의 재능을 낭비하지 않았고 다양한 시도로 내공을 키워갔다. 주성치의 열혈 팬들이 꼽는 최고작 ‘서유기’ 2부작도 이 시기의 작품이다. 특히 손오공의 모습을 한 주성치가 자신이 ‘가지 않은 길’을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은 중국 영화사에 남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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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와 손오공의 관계는 그의 인기를 설명하는 단초가 된다. 일찍이 중국의 문호 임어당(林語堂)이 “중국을 이해하려면 일단 ‘서유기’를 읽으라”고 말했듯 중국인들은 개구쟁이지만 선량하고, 작고 우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한 손오공의 활약에 수세기 동안 열광해 왔다. 손오공을 계승한 대표적인 캐릭터로는 중국 무협의 거장 김용(金庸)이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은 ‘녹정기’의 위소보가 있다. 많은 중국인들은 말썽꾸러기에 허풍쟁이지만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주성치에게서 손오공과 위소보의 얼굴을 본다. 그가 두 역할을 모두 연기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주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세상의 부조리를 웃음으로 승화시켜 온 그는 21일 개봉하는 ‘장강 7호’에선 농민공(農民工) 문제를 겨냥했다. 중국 사회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꼽히는 농민공이란 급속한 도시화를 계기로 농촌에서 이탈해 도시 근로자로 흡수된 사람들을 말한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건설 공사에 투입됐던 농민공들은 안전 올림픽을 지향하는 당국의 정책 때문에 일제히 고향으로 돌려보내져 논란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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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는 ‘장강 7호’에서 날품팔이로 아들을 키우며 사는 농민공을 연기한다. 제대로 교육 받은 사람만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며 무리해서 아들을 고급 초등학교에 보내는 아버지다. 더 이상 꿰맬 자리가 없는 운동화는 ‘소림축구’ 때나 마찬가지지만, 주성치의 마력은 구차하고 궁상맞은 생활도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져 오는 추억으로 바꿔 놓는다.

주성치의 실제 모습은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영화 속에선 대개 한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지고지순한 인물형을 많이 그려냈지만 실제론 대단한 바람둥이다. 특히 신인들을 연인으로 삼아 홍콩 영화계의 빅 스타로 키워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다. ‘도성’의 장민(張敏)을 비롯해 ‘식신’의 막문위(莫文蔚), ‘선리기연’의 주인(朱茵) 등이 대표적이다. ‘장강 7호’의 장우기(張雨綺)와도 26세 차이의 연인 관계였지만 최근 결별했다는 소문이 있다.

할리우드에서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베스트 셀러 만화 ‘드래곤 볼’의 영화화에 제작자로 참여 중인 저우싱츠는 홍콩에서는 ‘쿵후 허슬 2’의 제작-감독-주연을 모두 맡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린 시절 이소룡의 열렬한 팬이어서 영춘권을 연마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소룡이 초창기 출연했던 TV 시리즈 ‘그린 호넷’의 영화화 작업에도 참여해 자신의 영웅에 대한 의리를 보여주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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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의 '장강 7호'는 E.T에 대한 도전 - 그가 초기에 계속했던 '홍콩 레옹' '홍콩 마스크' '주성치의 007' 등을 생각해보면 이 또한 할리우드의 값싼 변형으로 볼 수도 있지만 - 인 동시에, 찰리 채플린의 '키드'에 대한 오마주로도 보입니다. 사실 주성치의 세계에서 채플린의 영향을 발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포복절도할 듯한 웃음 속에 숨어있는 진한 감동이 그의 특기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주성치의 세계는 일찌기 그 안에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그의 팬으로서 기쁜 건 작품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아직도 보지 못한 영화들이 계속 나온다는 것이죠. 언젠가는 다 보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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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축구'와 '쿵푸 허슬'을 안 보신 분은 이미 없으리라고 치고, 그 이후에 주성치의 세계로 들어서기를 바라는 분들에게는 '희극지왕'을 권합니다. 초능력도, 쿵후도 나오지 않지만 주성치의 웃음과 페이소스를 느끼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식신'이나 '북경특급 007 2(대내밀탐)', '파괴지왕' 등으로 가는 게 좋겠죠. 이 작품들을 마쳤다면 이제 많은 주성치 팬들이 걸작으로 꼽는 '서유기' 2부작을 보셔도 좋습니다. 특히 2편 '선리기연'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오랜 여운을 남깁니다. 이 장면은 우디 앨런의 '애니 홀'의 마지막 장면과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엔딩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주성치와 홍콩에서 생각하는 주성치의 가장 큰 차이라면, 중국어권에서 생각하는 주성치는 대단한 미남이라는 것입니다. 글쎄요, 한국 관객들에겐 양조위나 유덕화와 주성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도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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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 7호'의 비밀무기는 국내에도 '짝퉁 송혜교'로 잘 알려진 장우기입니다. 2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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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얼굴이 똑같다 치면 훨씬 경쟁력 있는 쪽은 장우기라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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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중생 아역 스타가 교내 폭행 사건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있은 뒤로 아역 탤런트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린 배우들이 잘 자라는 건 뭣보다 중요한 일이고, 거기에 대해 관심이 늘어나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사실 현장에서 보고 들은 사람이 아니면 별 의미없는 얘기도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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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한 장면이라는 걸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 소년이 바로 몇해 전, <여인천하>에서 어린 세자 역을 맡아 안방극장을 들었다 놨다 했던 아역스타 권오민 군이라는 걸 아시는 분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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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최근 '이산'에서 대수(이종수)의 아역으로 나온 배우라는 것도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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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탤런트 중에 어른으로 성장해서 크게 성공한 사람은 적지 않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아역 스타 셜리 템플은 나중에 미국의 가나, 체코슬로바키아 대사를 역임하기도 했지요. 반면 어린 시절의 연예계 경험이라는 것이 성장에 그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얄개' 이승현씨의 경우가 널리 알려졌고, 몇몇 아역 출신 연예인들은 이미 성년이 되기 전에 아주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신문 사회면에 이름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아역 스타는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요. 선진국에서는 촬영장에 교사가 대기하지 않으면 아역을 동원한 촬영은 아예 불법적인 행위로 규정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는 한국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지켜 본 아역 스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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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건 아역 배우들이 연기를 못해서 드라마가 재미 없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항상 아역 배우는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녀들을 아역 배우로 만들어 보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뜻도 되겠다. 하기야 요즘처럼 연예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이런 수가 훨씬 더 많아졌음 직 하다. 그러나 아역 배우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세계에 던져져 겪어야 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권오민. 누군지 모르겠다고? <웰컴 투 동막골>에서 동구 역으로 출연해 강혜정과 멋진 호흡(?)을 보여줬던 소년이다. 그래도 기억이 안 난다면 혹시 왕년의 인기 드라마 <여인천하>의 세자라면 기억이 좀 더 쉬울지 모르겠다.

97년생인 권오민은 <여인천하>에서 태어난지 6일만에 어머니를 잃고 문정왕후(전인화)의 손에 자라는 세자 역할로 장안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연출자였던 김재형 PD는 어린 세자가 드라마의 인기를 끌고 나가자 신이 나서 세자의 대사 양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권오민은 신동 소리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말 투성이인 대본을 척척 외워 주위의 칭찬을 독차지했다.

권오민의 영특함(?)을 일러주는 일화가 있다. <여인천하> 촬영장으로 국회의원들과 송도균 당시 SBS 사장이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 여성 국회의원이 귀엽다며 세자를 덥썩 안고 뽀뽀를 시도했다. 하지만 "악, 이상한 아줌마야! 싫어, 놔!"하고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금세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송사장이 안았다. 역시 권오민은 격렬하게 반항했다.

"싫어, 놔, 놔."

"이 녀석, 내가 누군지 알아?"

"누군데?"

"나 SBS 사장이야. 방송국 사장이라구."

잠시 몸부림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하던 권오민, "그래? 그럼 해" 하며 볼을 송사장 쪽으로 쑥 내밀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박장대소할수밖에.

그러나 이런 날만 있지는 않았다. 세자가 인기가 좋다 보니 한 아침 프로그램에도 출연을 했는데 철없는 MC 하나가 "엄마가 좋아, 어마마마가 더 좋아?"하는 질문을 해 버린 거다. 워낙 어린 나이라 거짓말을 못 하고 머뭇거리던 세자가 "어마마마가 더 좋다"는 식의 대답을 했다.

그 다음부터 촬영장 분위기가 묘하게 냉각됐다. '어마마마'인 전인화는 권오민의 가족들 눈치를 보느라 잠시도 세자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권오민 역시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어마마마' 주변에는 가까이 가질 않았다. 자연히 연기 호흡이 깨졌고, NG가 잦아져 녹화 시간이 길어졌다. 특히 엄마가 주변에 있으면 더 NG를 많이 내는 것 아닌가. 결국 연출진은 진짜 엄마를 스튜디오 밖으로 내보내고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을지 딱하기도 하지만 <웰컴 투 동막골>이며 드라마 <회전목마>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걸 보면 구김살 같은 건 전혀 없는 모습이라 적잖이 마음이 놓였다. 성장기의 혼란을 이겨내지 못해 나쁜 길로 빠진 아역 출신 스타들은 전 세계적으로 한둘이 아니지만 권오민이 보여준 영특함을 보면 손창민이나 정준 못잖은 아역 출신 스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아역 스타들이 제대로 크는 데에는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홀로 집에>로 만 10세에 엄청난 부와 명성을 손에 넣었지만 어린 나이에 결혼과 이혼, 마약 파문 등으로 혼란을 겪은 끝에 평범한 20대 청년이 되어 버린 매컬리 컬킨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성공한 이후로 아무도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안돼'라고 말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다 했지만 그게 결국 내게는 독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정작 힘든 역할은 바로 '성공한 아역 스타의 부모'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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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다룬 영화들을 몇개 찾다 보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올림픽을 소재로 한 영화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는 겁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우선 올림픽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겠더군요. 기록 영상이야 넘쳐나지만 그건 모두 저작권이 뚜렷할테니 가져다 쓰려면 꽤 많은 돈이 들 겁니다. 게다가 가상의 올림픽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그 엑스트라 동원 비용만 해도...

또 올림픽에서 영화 소재를 뽑아내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영웅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 해도, 이미 금메달을 딸 정도면 각 나라의 스포츠 엘리트로 선택된 선수들입니다. 특별히 가슴을 쥐어짜는 휴먼 스토리가 나오기가 쉽지 않죠.

아무튼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불의 전차 입니다. 1924년 파리 올림픽 육상에 참가한 두 사나이의 이야기죠. 반젤리스의 음악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걸작입니다.





아무튼 올림픽과 영화 얘기를 하려면 레니 리펜슈탈에서 시작할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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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대중 선동 정책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던 리펜슈탈은 배우 출신의 미모 덕을 봤다는 얘기도 있지만, 영상을 통해 사람들의 가슴을 불타오르게 하는 데 각별한 재능을 과시했습니다.

아래 영상은 오래 전에 한번 써 먹은 적이 있었죠.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궐기대회를 담은 '의지의 승리'의 사열 장면입니다. 본래는 바그너의 작품이 배경음악이었다고 하는데 이 동영상에선 스타 워즈 시리즈의 임페리얼 마치가 깔려 있죠.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잘 어울립니다. 뭐 조지 루카스가 이 장면을 그대로 베껴서 다스 베이더의 사열 장면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리펜슈탈은 '의지의 승리'에 이어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담은 영화 '올림피아'로 제3제국 최고의 영상예술가 대접을 받았습니다. 물론 내용이야 생각할수록 사악하기 짝이 없지만, 리펜슈탈의 재능에는 누구라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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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나치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려고 광분했던 히틀러의 야욕에 찬물을 끼얹은 영웅이 있죠. 바로 제시 오웬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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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안 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떨치려던 히틀러는 오웬스가 금메달을 딸 때마다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는군요. 그게 얄미워서인지 오웬스는 더욱 분발해 4관왕이 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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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웬스의 경우도 TV용 영화 외에는 주목할만한 작품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런데 2009년 개봉 예정으로 '제시 오웬스'라는 영화가 제작중이군요. 기대해 보겠습니다.

(언젠가는 1936년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도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올림픽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별로 없다 보니 이런 영화도 꼽게 됩니다. 사실 저도 오래 전 흑백 TV 시절에 본 영화인데, 대단히 유쾌한 코미디입니다.

바로 '뛰지말고 걸어라(Walk, Don't Run)'이란 영화죠. 벤처스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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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도쿄 올림픽 당시, 도쿄 시내는 극도로 심각한 방 구하기 전쟁에 빠집니다. 그래서 초로의 미국인 사업가, 젊은 미모의 여인(여자 직업은 잘 생각이 안 나는군요), 그리고 미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 선수가 아파트 하나를 빌려 우연한 동거생활에 들어갑니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선수가 "대체 무슨 종목에 출전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을 회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죠. 결국 이 선수의 출전 종목이 뭔지는 그가 경기장에 선 순간에서야 알게 됩니다. 과연 남자의 종목은 뭐였을까요?

40년 넘은 영화로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암전 처리를 하겠습니다. 이 남자의 종목은   경보        였습니다. 사실 제목이 힌트죠.^^  궁금하신 분들은 빈 부분을 마우스로 긁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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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70년대 미국의 육상 스타인 스티브 프리폰테인(Steve Prefontaine)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사실 미국 밖에서는 그리 알려진 인물이 아닙니다. 심지어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아니죠. 하지만 1972년 뮌헨 올림픽에 나간 뒤 24세로 요절했다는 얘기가 심금을 울렸습니다.

그를 소재로 한 영화는 '프리폰테인'과 '위드아웃 리미트(Without Limits)'의 두 편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본 사람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왜 그를 기억하는 영화가 자꾸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아마도 그의 코치였던 빌 바우어만이 창업한 스포츠 메이커가 잘 나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 들어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Nike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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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뮌헨 올림픽을 생각하면 당연히 이 영화가 빠질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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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는 전혀 무관한 영화지만, 영화 '뮌헨'은 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 숙소에 난입한 아랍 테러단체 '검은 9월단'의 학살 사건에서 시작합니다.

이후 반쪽 행사가 된 1980년 모스크바와 1984년 LA 올림픽까지, 이 시기의 올림픽은 대단히 정치적인 행사였다는 본질을 드러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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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 다음은 아주 낯익은 장면들이 등장하는 '펜타트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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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프 룬트그렌 주연의 '펜타트론 (Pentathlon)'은 서울 올림픽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서울 장면은 물론 그리 많지 않죠. 아무튼 낯익은 풍물들이 잠시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나자나 5종경기는 아무래도 '펜타슬론'이라고 써야 할 것 같은데(10종경기를 '데카슬론'이라고 쓰는 이상), '펜타트론'은 아무래도 좀 그렇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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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동계 올림픽을 소재로 한 영화는 꽤 됩니다. 아마도 보신 분이 꽤 많을 '미러클'은 1980년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 올림픽 때 무적의 소련 대표팀을 꺾고 우승한 미국 아이스하키 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오래 전 칼 말덴이 코치 역으로 나오는 TV판 영화를 본 것 같은데, 이 극장판 영화에선 커트 러셀이 같은 역입니다. 이때의 승리가 얼마나 감동적이었으면 자꾸 자꾸 영화로도 보고 싶을까요.^^ 아무튼 당시 소련 대표팀은 동계 올림픽 전초전으로 가진 NHL 선발팀과의 친선 경기에서도 이겨 버렸을 정도의 막무가내 팀이었던 만큼 감격이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저 영화 100편으로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영화를 빠뜨릴 수 없습니다. 바로 '쿨 러닝'. 다 아시겠지만 1988년 캘거리 올림픽에 등장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의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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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셔야 하는 영화입니다. 특히 엔딩 신의 감동은 그동안 스치고 지나간 가벼운 웃음을 싹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합니다.

그 '문제의 엔딩 신'입니다.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절대 보시면 안 됩니다.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 싶은 분들만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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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연히 태환이면 박태환이지 누가 있겠습니까. 제목을 저렇게 붙인 건 상당히 노골적인 낚시 저도 박태환의 정신을 이어받아 블로그에서 새로운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뜻입니다.

(아, 아직 흥분하시긴 이릅니다. 절대 그냥 낚시 아닙니다. 맨 마지막까지 포스팅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박태환 대단합니다. 그러고 보면 찬호 지성 세리 태환... 왜 이렇게 한국 스포츠는 박씨들이 주름잡고 있는 겁니까? (뭐 최근 추락한 주영도 있지만) 올해 여름은 태환 총각과 함께 더위를 달래야겠군요. 설마 한자가 兌換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이 이름, 돈 버는 이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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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늘 보던 숫자 정리입니다.

스핑크스 블로그가 생긴 날은 2008년 5월 22일입니다. 뭐 집까지 지어 놓고 강제 이주를 종용하는 데 한달을 버텼으면 많이 버틴 거죠.^^ 아무튼 6월13일에 이쪽 집으로 이사를 시작했고, 6월26일, 공식적으로 새 집에 입주했습니다.

2008/08   240532
2008/07   725943
2008/06    53973
2008/05        10

허수에 가깝긴 하지만 5월 방문자 수가 10으로 잡혀 있으니 스핑크스의 생일인 5월22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5월에 10일, 6월 30일, 7월 31일, 8월 11일 해서 82일만에 100만을 넘었습니다. (두번째 100만 때에는 대단히 속도가 빨라지겠군요.)

뭐 나중에 찾아보려면 귀찮을 것 같아서 미리 정리해 봤습니다.

아무튼 방문자 수는 해놓은 꼴에 비하면 대단히 과분합니다. 다만 광고 수입 등등이 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먼산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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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 월성연화 퀴즈의 정답 발표를 안 했군요. 몰아서 해 버리겠습니다.

첫번째 문제. 사진만 확대할 수 있다면 奈勿이라는 글자가 보이셨을 겁니다. 내물왕릉.

두번째 문제. **의 길이가 엄청났던 신라 왕에 대한 삼국유사 기록입니다.

<<지철로왕은 신라 제 22대 임금이다. 왕은 그 음경의 길이가 무려 한자 다섯치나 되어 왕후가 될짝을 구하기 어려웠다. 마침내 삼도에 사자들을 보내어 왕후가 될짝을 구해 오도록 했다.

사자가 모량부에 있는 동로수아래에 이르렀을때 개 두마리가 크기가 북만큼이나 한 인분덩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으르렁대며 먹고 있었다. 사자는 그 인분덩이의 임자가 필경 거인일테고 그것이 여자라면 지철로왕의 짝이 될 만하겠다고 생각하고 그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조그마한 계집아이가 있다가 모량부 상공의 딸이 그곳에 빨래를 하다 수풀 속으로 들어가 눈것이라고 알려줬다.

사자가 보량부 상공의 집을 찾아가 살펴보았더니 놀랍게도 그 딸은 신장이 일곱 자 다섯치나 되는 거인이었다. 돌아와 왕에게 사실을 알렸더니 왕은 수레를 보내어 그 모량부 상공의 딸을 궁중으로 맞아들여 왕후로 삼았다. 뭇 신하들은 왕의 경사를 축하했다.>>

지철로왕은 지증왕의 별칭입니다. 신라 최초로 '왕'이란 왕호를 사용했고, 이사부 장군을 보내 우산국을 정벌하는 등 공이 컸던 임금이죠. 아무튼 이 대목을 읽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라에서 보라고 권장한 우량도서에 이런 내용이 나오다니...

세번째 문제. 호공을 속인 석탈해의 속임수에 대한 문제.

<< 월성터[月城址]는 원래 충신인 호공(瓠公)의 거주지였는데, BC 19년(박혁거세 39) 석탈해(昔脫解)가 금성(金城)의 지리를 살펴본 뒤에 가장 좋은 길지(吉地)로 호공의 집터를 지목하여 거짓 꾀를 부려 호공의 집을 빼앗아 월성을 쌓았다. 이 공으로 석탈해는 남해왕(南解王)의 맏사위가 되었고, 그 후에 신라 제4대 왕위에 올랐다. >>

<< 탈해는 호공의 집 주변에 숯과 부싯돌 묻어 둔 다음 "이 집은 우리 조상이 살던 집이다. 우리 조상은 대대로 대장장이였으니 집 안팎을 파 보면 증거가 나올 것이다"라고 우겼다. 파 보니 과연 그랬으므로 호공은 집을 내 주었다.>>

네번째 문제. '간밤에 울던 제비'로 시작하는 '망부석',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로 시작하는 '송학사'는 모두 김태곤의 노래입니다. 송창식과 함께 일본에서 꽤 반응이 있었던 분이죠.

계기를 주신 파란미디어 박언니께 다시 한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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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백만돌이 모임은 개인사정으로 가까운 시일내에게는 갖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대신 9월 초에 다른 축하할 일로 만나뵙겠습니다.



5.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태환이에 대해 모르셨던 비밀.

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7&dir_id=704&eid=k72GUMC0MbH8D9lH7tZ5D8bn94m9sV4w&qb=xcLIrw==&pid=f6sKOsoi5TCssurzzYhsss--160799&sid=SKAMdKL-n0gAACrzyLk

분명히 미리 경고합니다. 저질이라고 욕하실 분은 안 열어보시는게 좋습니다.

(과연 참으실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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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호평 일색인 영화를 볼 때면 '흥, 어디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보자' 같은 심정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영화들은 보고 있으면 이런 투지가 뚝 부러지는 느낌을 주곤 합니다. 한마디로 전의를 빼앗아 버리는 영화들이죠.

사실 픽사(PIXAR)의 애니메이션을 두고 잘 만들었느니, 걸작이라느니 하는 수식어를 쓰기를 포기한 지 이미 오랩니다. 아마도 단일 제작사 이름만으로 영화를 볼지 말지를 정하라고 한다면, 이 회사만큼 신뢰도가 높은 이름이 지구상에 존재할까 싶습니다. 굳이 '토이 스토리'며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며 '인크레더블'을 들먹일 필요도 없을 겁니다.

물론 초창기라면 몰라도, 현재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돈을 쓰지 않고 단지 아이디어나 땀방울만으로 만들어진 건 절대 아닙니다. '니모를 찾아서'의 제작비가 이미 9400만달러, 이번 '월 E'의 제작비는 1억8000만달러나 합니다. 더구나 '월 E'에는 나름 유명 배우들을 성우로 쓰지도 않았으니(사실 쓸 필요가 없었죠. 컴퓨터 목소리를 낸 시고니 위버 정도?), 정말 '그림만 그리는 데' 들어간 돈 치곤 엄청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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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화면에서 돈 냄새가 나는 '다크 나이트'의 제작비가 1억8500만달러(공식적으로 그렇습니다), 역시 돈 깨나 쓴 '미이라 3'가 1억4500만달러입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하나 만드는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10배나 되는 돈이 들어간 겁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월 E'가 준 좌절감은 '다크 나이트'보다 훨씬 컸습니다. 사실 '미이라 3' 정도라면, 저 정도 돈 - 약 1500억원 정도 - 이 들어온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마 그보단 훨씬 잘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 같은 영화라면, 같은 돈을 준다 해도 한국에서 만들기는 쉽지 않을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여기엔 단시간에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다크 나이트'를 '죽었다 깨나도 만들 수 없는 영화'라고 표현한다 칠 때 '월 E'는 '두번 죽었다 깨나도 만들 수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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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E는 텅빈 지구를 지키고 있는 청소 로보트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혼자 남아 인간은 커녕 생명체라곤 바퀴벌레 한마리 뿐인 지구를 청소하고 있죠. 그런데 그는 - 원래 그랬는지, 뭔가가 잘못됐는지 -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됩니다. (아마도 원래 그랬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던 어느날, 외계로부터 이브(EVE)라는 성질 사나운 친구(여성형으로 느껴집니다)가 찾아옵니다. 뭔가 사명을 갖고 지구에 온 건 분명한데, 월 E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죠.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것 처럼 이브는 어느날 갑자기 말을 않게 되고, 역시 어느날 갑자기 외계에서 온 거대한 우주선에 의해 떠나갑니다. 여기서 월 E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겠죠. 그렇게 해서 대모험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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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서 대다수 관객들은 '저렇게 한정된 수단으로 이토록 풍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니'라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보시다시피 월 E와 이브는 모두 얼굴이 없습니다. 있다면 간신히 표현되는 눈 정도죠. 그런데도 월 E는 별 용기 없는 수줍은 찌질남을, 이브는 똑똑하고 도도하며 세련된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물론 이건 애니메이션의 발전이기도 하지만, 관객의 발전-혹은 적응-이기도 합니다. 정교하게 설명하려면 더 오래 걸리겠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원시 사회에 고립돼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영화를 봐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영화를 쉽게 이해하는 건 그만큼 우리가 영화라는 매체의 문법에 적응해 있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월 E'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애니메이션인 사람은 그만큼 놀라운 경험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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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디자인과 연출에 대한 놀라움은 이들 주인공 뿐만 아니라 더욱 단순하게 디자인 된 조연 캐릭터들에게서도 각각 독자적인 '성격'이 살아 숨쉬는 듯 묘사된다는 데서 배가됩니다. 월 E가 우주선에서 만나는 작은 청소 로봇 모(MO)의 경우가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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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사용 역시 달인의 솜씨가 돋보입니다. 노래하지 못하는 주인공들을 쓴 대신 1969년작인 할리우드의 고전 뮤지컬 영화 '헬로 돌리'가 사용됩니다. 감독 앤드류 스탠튼은 "소심한 남자가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나가는 이야기기 때문에" 이 뮤지컬을 사용했다고 말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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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사용된 노래는 'Put On Your Sunday Clothes'와 'It Only Takes a Moment' 두 곡입니다. 그러고 보면 '월 E'에선 '장밋빛 인생'을 부른 루이 암스트롱도 '헬로 돌리'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연출이나 음악도 그렇지만 픽사 애니메이션 최강의 카드는 바로 최상의 유머 감각이죠.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탄탄한 스토리의 힘은 웃다가도 무서워질 정돕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선장과 오토(AUTO)의 격투 장면에서 갑작스레 흘러나오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였습니다. 당연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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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말해선 잘 모르실 분들이 꽤 있겠군요. 일단 '월 E'를 보시고, 그 다음에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해 조금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월 E'에 나오는 오토의 눈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할(HAL)의 눈이 매우 닮았습니다. 아마도 큐브릭에 대한 오마주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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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양한 이미지의 차용은 '월 E'가 할리우드의 백년 역사가 만들어 낸 걸작 중 하나로 꼽힐 수 있는 것은 그 전에 존재했던 수많은 걸작들의 가르침을 쉽게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바탕은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탄탄한 플롯에서부터 설계를 시작하는 노하우 말입니다.

지금도 '상업영화'를 우습게 보면서 '돈만 더 있으면 얼마든지 뽀대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분들이 보셔야 할 영화가 바로 '월 E'같은 영화입니다. 그나자나 이런 디지털 캐릭터들의 명연기를 보고 나면 반성해야 할 배우들도 한둘이 아니겠군요. "이봐, 얼굴에 눈밖에 없는 디지털 캐릭터를 써도 너보단 연기 잘 할 것 같은데 어때?" 이런 말이 곧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할리우드의 몇분의 1 가격으로 비슷한 수준의 액션을'을 셀링 포인트로 잡고 있는 분들이 부디 하루 빨리 '월 E'같은 영화를 보고, 뛰어난 스토리의 개발이야말로 더욱 투자가 시급한 부분이라는 점을 깨닫기 바랍니다.

이렇게까지 주절주절 떠들었는데 '그래서 재미있다는 얘기냐'고 물을 분은 없겠죠.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어야만 영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돈만 많다면 '재미 없으면 극장 표값 물어주겠다'고 호기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홥니다. (물론 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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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브의 디자인에서는 너무도 애플의 냄새가 짙게 풍깁니다. 이 묘한 느낌은, 월 E가 왕년의 뮤지컬 영화 비디오 테이프를 재현하는 장비가 iPod이란 데서 확신으로 바뀝니다. 아무리 스티브 잡스가 PIXAR와 인연이 두텁다고 해도 이 정도면 돈 한두푼으론 해결이 안 될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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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 그나자나 날로 우주선 속 인류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저로선 참 뼈저린 영화기도 하더군요.^^ 누가 트집 잡을때마다 '미래형 몸매'라고 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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