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이 압도적인 호쿠사이 미술관.
그런데 사실 이게 다라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니었다.
호쿠사이의 고향 스미다라는 점을 강조한 것까진 좋은데, 정작 호쿠사이의 그림을 그리 많이 소장하고 있지는 못했다.
전시실은 3층의 두개가 전부. 2층은 특별 전시 때만 사용한다고 한다.
전시실 하나만 보면 400엔, 두개 다 보면 700엔. 그런데 표를 사려고 서 있으면 옆에서 친절하게 얘기를 해준다. 400엔으로 볼 수 있는 건 전부 레플리카라고.
뭐요 레플리카? 호쿠사이 미술관이라고 이름을 걸어놓고 레플리카?
뭐 기본적으로 우키요에는 전부 판화다. 그 판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느 것인지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건 좋았다.
그 유명한.... 그런데 물론 레플리카.
이것도 어디서 많이 본 '요시와라의 새해' 그림.
요시와라는 에도 시대의 유명한 유곽 지역. 새해를 맞아 요시와라의 여인들이 몸 단장을 하고 손님맞이 준비를 하며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요란하게 그려져 있다.
물론 '풀 스케일 하이 데피니션 레플리카'라고 쓰여 있다.
가나가와의 혼모쿠 해안 그림. 그 유명한 가나가와의 파도 그림의 자매편 쯤 되는데, 역시 레플리카.
조개줍기 그림. 언뜻 봐도 몇군데 벗겨진 것이 오래된 느낌이 든다. 혹시 이건...?
진품이네. 그 유일하게 하나 있는 진품에는 '사진찍지 말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아. 미안해. 벌써 찍었네. 이거 하나는 봐줘.
이런 식의 삽화들,
그러니까 이 두 그림은 모두 후가쿠 36경이라는 시리즈의 일부다. 후가쿠( 富嶽)는 후지산의 별칭.
당연히 후가쿠 36경에 담긴 그림에서는 모두 후지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판화집에는 모두 46장의 그림이 실렸다는데(36경이라더니?) 당시에도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다고. 과연 몇부나 찍었을지?
(물론 이 그림들도 모두 레플리카...)
사실 호쿠사이의 작품들 중에서 특별히 맘에 드는 건 이런 식의 귀신 요괴 그림들.
결국 현장에서 이런 우키요에로 그린 귀신 그림 모음집을 샀다.
그리고 우키요에 미술관을 따로 찾은 보람은,
호쿠사이의 아틀리에(?)를 재현해 놓은 공간.
제자 츠유키 릿츠가 그의 작업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는데, 그 그림대로 방을 재현해 놓았다.
방이 좀 추웠던 듯? 옆에 앉은 여인은 당연히 아내겠거니 했는데 위의 설명을 다시 읽어 보니 딸이라고.
아니 딸이 왜 나이가 더 들어 보여... 살림살이가 넉넉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기야 당시의 우키요에는 포스터, 포장지, 책 표지로 마구 뿌려졌다고 하니 뭐 그럴수밖에. 대신 후손들에게는 꽤 좋은 일을 한 편이다. 호쿠사이의 이름만 내건 이 허접한 미술관도 꽤 많은 방문객을 모으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호쿠사이의 공로 중 하나는 만화를 발명(?) 했다는 것인데,
그의 작품집 중에는 호쿠사이만화(北斎漫画)라는 이름인 '그림 그리는 법 교본' 풍의 책이 여러 가지 있다.
대략 이런 식으로 된 책인데, 인물 표정의 단순화, 동작, 표정을 통한 의미 전달 등이 현대 만화의 기본을 모두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호쿠사이 만화가 줄거리와 대사가 있는 현대 만화와 바로 이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cartoon의 한자 번역어가 '만화'가 된 것은 바로 이런 호쿠사이의 공헌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현재 모든 일본의 만화가/애니메이터의 조상은 호쿠사이라는 말이 자주 통용된다.
물론 이 미술관에 전시된 호쿠사이 만화는 진품인지.... 역시 촬영 금지.
그리 크지도 않은 전시실 2개 뿐인 호쿠사이 레플리카 뮤지엄은 30분 정도면 다 볼 수 있다. 더 있고 싶어도 더 볼게 없다.
기념품점에서 도록이나 카드를 사는 정도로 끝.
건물만 멋진 호쿠사이 미술관 안녕.
기운이 빠져 호텔로 후퇴하기로 했다.
오는 길에 다이몬 역 앞에 있는 도쿄 유수의 붕어빵집을 들렀다.
한국에서는 '붕어빵' 이지만, 아무래도 그 원조일 일본에서는 '타이야키'라고 부른다. 타이는 돔.
돔과 붕어의 몸값 차이가 있으니, 한국의 붕어빵과 일본의 타이야키는 몸값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팥, 고구마, 크림이 든 타이야키는 300엔. 계절 한정 상품인 사과가 든 것은 330엔.
한국에서 붕어빵이 이제 천원이라고 개탄을 했는데 여기선 이미....
그 이름도 거룩한 나루토 타이야키 본점. 나루토는 물결이 거세기로 유명한 세토나이카이의 해협 이름이다(닌자와 무관). 거기서 잡은 도미가 맛있다고 해서 타이야키 이름에 나루토를 붙이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센스....
(하긴 영덕 게빵이 있는 한국 사람이 이런 말 하면 안 될지도.)
잘 보니 토카치(홋카이도의 지명이다)의 명산 팥, 나루토의 고구마를 썼다는 것 같다.
근데 한국 붕어빵도 이렇게 번듯한 가게에서 위생복 입은 직원이 만들면 한개 3000원쯤 하려나?
3000원짜리 단팥빵이 있는 걸 보면 그리 놀라운 가격이 아닐수도.
돈 날아가지 말라고 누르는 역할의 도미도 있다. 천엔 내고 3개.
사과에는 애플파이 같은 사과 프리저브가 들었고,
팥에는 팥이 가득 들었다.
껍질이 한국 붕어빵보다 훨씬 얇은데다 팥도 연양갱 수준으로 달다.
양갱에 껍질을 살짝 붙인 느낌. 어우 달어. 난 인제 됐네.
이렇게 해서 레플리카 미술관을 다녀온 느낌으로 똑같이 퐁퐁 찍어내는 붕어빵으로 마무리.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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