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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되고 싶은 깡패 vs 깡패보다 더한 배우'라는 슬로건은 이 영화의 아주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욱하는 성질과 주먹잡이 실력으로 가는 데마다 사고를 치는 배우 장수타(강지환)는 어느날 우연히 룸살롱에서 잘생긴 건달 보스 이강패(소지섭)를 만납니다. 강패는 왕년에 배우가 꿈이었다는 사실을 은근히 털어놓지만 오만으로 똘똘 뭉친 수타에게 무시만 당합니다.

곡절 끝에 강패에게 영화에 같이 출연해달라고 종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수타. 하지만 이런 수타에게 강패는 결정적인 제안을 합니다. '액션 신에서 연기를 하지 않고 실제로 맞고 때리면서 찍겠다면 찍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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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는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33세 장훈 감독의 데뷔작입니다(앞서 말한 월간 키노 출신의 장훈 감독과는 동명이인이군요.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사실 대자본을 들인 영화도 아니고, 유명 감독의 영화도 아닌 이런 작품에 소지섭과 강지환 수준의 유명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다는 것은 공력도 공력이지만 일단 시나리오가 대단히 빼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진 '영화는 영화다'는 역시 탄탄한 시나리오에서 좋은 영화가 나온다는 불멸의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줬습니다.

사실 영화를 좋아하는, 혹은 영화계를 동경하는 '거리의 남자' 이야기는 전혀 드물지 않습니다. 일단 할리우드에서만 봐도 '브로드웨이를 쏴라'에 나오는 치치(채즈 팔민테리)나 '겟 쇼티'의 칠리 파머(존 트래볼타)처럼 아예 연예계로 나오고 싶어하는 건달 이야기는 수시로 영화에 등장합니다. 게다가 한국에는 왕년의 서방파 두목 조양은이 직접 출연한 '보스'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어쩌면 '영화는 영화다'의 출발점이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이 영화감독인 친구의 촬영장에 놀러 가서 빚어지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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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영화는 영화다'는 태어나 누구도 해본 적 없을 법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한 영화는 아니지만, 반대로 생각해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두고, 그 상황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을 충실하게 발전시켜 키워낸 시나리오가 빛을 발하는 경우로 보입니다. 장면 장면마다 유머감각이 살아있고, 남자 이야기에 흔히 등장하는 은원의 드라마가 좀 너무 많이 보던 이야기가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 역시 거슬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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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두 주연 배우는 모두 100점짜리 연기를 보여주지는 않더군요. 강지환의 연기는 매 신을 떼놓고 본다면 그리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전체를 연결해놓고 보면 역시 완급의 조절이라는 면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막 나가는' 부분을 좀 어색해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원래 성격이 너무 좋은 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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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소지섭은 워낙 설정이 좋았기 때문에 흠이 보이지 않는 경우입니다. 강패는 원래 생각이 표정에 잘 드러나지 않고, 감정 표현에 둔감한 인물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소지섭의 연기 역시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본인에게 어울렸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예'라고 대답할 수 있겠죠. 특이한 캐릭터의 소화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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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영화 속에 빛을 발하는 인물은 감독 역의 고창석입니다. 지극히 속물이면서 예술가인척 하는, 또 힘의 균형과 상황의 변화를 놀랍도록 빨리 파악하는 감독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 낸 고창석이야말로 이 영화의 숨은 주역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여배우들은 그리 언급할 부분이 없을 것 같습니다. 홍수현이 나오고, 장희진이 우정출연하는데 비중은 거의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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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뻘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혈투는 그야말로 한국 영화 격투사에 남을 정도의 명장면입니다. 제대로 서서 걷기도 힘든 뻘에서 두 사람이 얼마나 고생해서 찍었을지가 마음으로 느껴집니다.

글의 제목을 '소지섭은 영화다'라고 잡은 것은 이 영화에서 '소지섭'이라는 풍경이 차지하는 비중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소간지'라고 불리는 소지섭은 이 영화에서 스스로 미장센이며 스스로 스펙터클입니다. 그 '간지'를 실컷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실 만한 분들도 꽤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 물론 '영화는 영화다'는 그 외의 부분도 훌륭합니다. 아마도 '추격자'와 함께 신인감독이 만든 올해의 수작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합니다.





p.s.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소지섭의 영화 데뷔작이 '***고*'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으시길. 당연히 그 장면은 합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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