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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아가씨를 부탁해'가 화제 만발입니다. 윤은혜를 둘러싼 미스캐스팅 논란에서부터(...별로 미스캐스팅같지 않은데), 연출이 닭살이라든지(...뭐 이런 드라마가 그렇지), 연기가 발연기라든지(....사실 이런 드라마 보면서 연기력 따지는 것도 좀) 예상할 수 있던 모든 얘기들이 다 나오고 있는 듯 합니다.

결국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꽃보다 남자'의 성공에 용기백배한 KBS 드라마국의 기획 드라마 2탄이라는 점이 분명하고(물론 외부 기획 중에서 선택한 것이죠), 그런 만큼 이 드라마의 한계와 표적 또한 너무도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좀 심한 것이, 장면 장면마다 죄 너무나 어디서 본 듯한 친숙함이 흘러 넘치더군요.

물론 공감하시는 분도, 안 그런 분도 있을 겁니다. 아무튼 제가 '아가씨를 부탁해'를 보면서 느낀 기시감(데자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하긴 '일본 드라마 짜깁기'는 그리 새로운 현상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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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편 설명을 곁들이지면, 한국의 패리스 힐튼인 강혜나(윤은혜)는 강만호 회장(이정길)의 사실상 유일한 후계자(물론 강회장의 후처-아들-딸로 이어지는 경쟁자가 하나 있긴 합니다)로 온 아시아를 뒤흔드는 핫 셀러브리티입니다.

그 반대쪽에는 전직 제비족이지만 손을 씻고 여의주(문채원)네 꽃집에 얹혀 살고 있는 서동찬(윤상현)이 있습니다. 하지만 손을 씻은 대가는 사채업자들의 집요한 빚 독촉이죠. 그러던 동찬이 꽃배달을 가다가 혜나의 '싸가지 없는 운전 매너' 때문에 얽혀 드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해서 강회장이 동찬에게 혜나의 '사람 만들기'를 목적으로 동찬을 혜나의 전속 집사로 고용하는 기이한 사태가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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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마지막 시퀀스가 좀 이해가 안 가긴 하지만(드라마를 봐도 당연히 이해가 안 갑니다), 어쨌든 드라마가 원래 저렇게 되게 되어 있었으니 그냥 갈 길을 가는 겁니다. 거기에 토를 달아 봐야 별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너무 노골적으로 일본 드라마의 만화적인 분위기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드라마 도입부의 장중한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남자 목소리의 나레이션은 수많은 일본 드라마에서 써먹은 테크닉입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드라마는 당연히 '부호형사'입니다. '꽃보다 남자'에도 많은 영향을 줬던 이 드라마는 어마어마한 재벌가의 손녀딸인 후카다 교코가 형사가 되어 '이해하기 힘든 서민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해 가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하이 코미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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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다 교코가 극중에서 살고 있는 저택입니다. 네버랜드는 여기 비하면 콘테이너 임시주택 수준이군요. 저 넓이에다 한쪽에는 독자적인 항구까지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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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를 부탁해'에서 윤은혜가 살고 있는 '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이 갖춰진 40만평짜리 저택'을 보다 보니 '부호형사'가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그 다음은 당연히 많은 분들이 떠올리실 '메이의 집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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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에서 방송되어 상당한 호응을 얻었고, 국내의 일드 마니아들이 '꽃보다 남자'의 금단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많이 찾았다는 작품입니다.

내용인 즉 귀족가문의 영양들만이 다닐 수 있는 기숙학교(물론 가상)가 있고, 이 학교에는 학생 한명마다 식사와 의전을 책임지는 집사가 하나씩 있다는 기본 설정에서 시작됩니다. 이 학교에 어쩌다 너무나 평범하게 자란 메이라는 소녀가 다니게 되고, 그 어설픈 메이에게 어쩌다가 최고 중의 최고인 집사가 붙습니다. 당연히 메이와 집사 사이에는 뭔가 띠용띠용한 감정이 생기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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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사 역의 미즈시마 히로(당연히 가운데)는 차세대 기무라 다쿠야(물론 너무나 지겨운 호칭이기도 합니다)의 선두주자로 단연 부각되며 톱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차기작인 '미스터 브레인'에서는 기무라와 공연하기도 했더군요. (하지만 이번엔 좀 바보 캐릭터더라 전작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기대하기 힘들겠더라는...)

아무튼 '메이의 집사'는 철저하게 '아가씨들의 판타지'에 입각한 드라마입니다. 공주 옷을 입고 하늘하늘 뛰어다니던 아가씨.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이때 준비돼 있던 미남 집사가 나직한 저음으로 "비를 맞으면 건강에 해로우십니다, 아가씨"하며 우산을 펼쳐 줍니다. 정 우산이 없으면 "전 비같은 거 맞아도 괜찮습니다. 아가씨만 멀쩡하시다면" 하면서 재킷을 벗어 씌워주겠죠. 혹시 길에서 깡패를 만난다, 당연히 "네 이놈들, 우리 아가씨에게 감히 손가락 하나라도 댈 셈이냐! 내 목숨을 걸고 지킬테다!"하며 눈에서 불이 뿜어 나옵니다.

...네. 제정신을 가진 남자 시청자들은 절대 참고 볼 수 없는 드라마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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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가씨'와 '집사'라는 이 두가지만 보더라도 '아가씨를 부탁해'와 '메이의 집사'의 관계는 굳이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미즈시마 히로와 윤상현의 캐릭터 차이, 또 정일우라는 새로운 인물의 보강으로 스토리 라인은 절대 비슷하지 않을 구조를 갖췄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드라마는 그냥 느끼할 정도로 달디 달게, 그냥 판타지의 세계로 달려가 버리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볼 사람들도 그 이상의 생각은 할 능력이 없거나, 할 능력이 있어도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만큼은 잠시 어디다 '생각'을 접어 두고 보실 분들이 대부분일테니, 굳이 이 드라마에 '생각'을 심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그런데 강만호 회장의 캐릭터나 굳이 '인권 변호사'라는 명함이 붙은 정일우의 캐릭터는 좀 우려를 낳게 합니다. 괜히 이 드라마를 가지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물론 첫회에서는 비아냥의 대상으로 쓰였습니다만)를 얘기하거나 하는 건 오히려 참기름을 물에 녹이려는 부질없는 노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가씨를 부탁해'는 걸작을 지향하지도 않고, 지향할 수도 없는 드라마입니다. 10만원짜리 떡볶이를 만들어 봐야 별 소용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저기까지 가는구나' 하면서 너털웃음을 웃는게 시청자들의 적절한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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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똥을 치우는 혜나의 모습을 보다 보니 바로 패리스 힐튼의 '심플 라이프'가 떠오릅니다. 사실 패리스 힐튼은 아무 생각 없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냉혹한 사업가 기질이 돋보입니다. 힐튼가의 부를 축내는 천덕꾸러기 행세를 하지만 사실은 반대로 자신을 상품화해서 힐튼 가의 재산을 오히려 늘려 주고 있죠.

뭐 이런 사실을 반영하는 건 나쁘지 않겠지만 강만호 회장의 문제(건강? 피습?)로 그룹에 위기가 닥치고, 갑자기 경영의 천재로 돌변한 혜나양이 남자 주인공들의 도움으로 가문을 지키는 처녀 회장으로 돌변한다... 뭐 이런 진부한 진행만은 좀 피해 줬으면 합니다. 그건 '보자 보자 하니까...'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거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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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참, 이 만화와는 그냥 제목만 똑같을 뿐 내용은 거의 겹치는게 없다는군요. 제가 직접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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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탐나는도다' 첫회를 봤습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재미있는 설정이라는 생각에 관심이 끌렸던 드라마입니다. 조선 인조 때를 배경으로 제주도에 표류해 온 영국 귀족 청년과 조선의 선비, 그리고 순진무구한 해녀가 펼쳐가는 드라마라는 건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원작 만화는 보지 못했지만 영국 귀족 청년 역에 프랑스 출신인 금발의 미남 청년이 등장하고 선비 역에 임주환, 해녀 역에 서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훌륭한 진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탐나는도다'는 실망이 앞서는 드라마였습니다. 뒤로 가면서 좀 더 나아질 지도 모르지만 요즘 드라마의 스타일로 볼 때 이런 1회를 만든 드라마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서우의 열연이 아깝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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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으로 포장된 도입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1회에 방송된 '탐나는도다'는 시퀀스들이 너무 깁니다. 아마 다른 드라마들이라면 '탐나는도다'의 1회에 방송된 분량은 20분 정도면 정리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1회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영국 귀족 청년 윌리엄(황찬빈-피에르 데포르트)은 아시아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네덜란드를 넘나드는 일본 상인 얀(이선호)과 함께 나가사키행 배에 올랐다가 폭풍우를 만나 제주도 해안에 표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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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양의 선비 박규(임주환)는 부녀자 희롱죄(?)로 제주도로 유배를 오게 되고, 여기서 천방지축에 난채 그대로 있는 해녀 장버진(서우)과 엮이다가 결국 버진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처지가 됩니다. 버진은 우연히 바닷가에서 윌리엄을 발견하고, 몰래 감춰준 뒤 보살피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내용으로 한시간 가까운 분량을 만들었다는게 놀라울 지경입니다. 물론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소개되고, 이런 저런 '코믹' 에피소드들이 끼어들지만 문제는 이 코미디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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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보는 순간 윌리엄과 버진이 만났을 때 윌리엄이 버진을 virgin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걸 모를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마찬가지로 박규를 만나게 되면 fuck you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이 드라마의 코미디는 대개 이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네. 한국 드라마에 외국인 캐릭터가 처음 등장하던 1970년대 수준입니다.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이 조선시대 사람들과 만나 벌이는 해프닝이 한동안 방송에 나오지 않아서 신선할 거라고 생각한걸까요. 혹시 보다 보면 윌리엄이 고추장을 보고 "오! 케첩!"하고 퍼먹다가 매워 매워 물좀 줘 하는 내용이 나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진의 연구가 영 부족해 보입니다.

버진과 해녀들, 박규와 버진이 벌이는 해프닝도 영 어설프기는 마찬가집니다. 한번 뒤져보기나 하면 될걸 계속 진상패를 내놓으라는 버진과 그런거 안 갖고 있다는 박규의 승강이는 정말 지칠 정도로 이어집니다. "진상패 내놔요!" "어허, 네가 지금 정녕 진상을 떨고 있구나" 이런 식의 말장난이 시청자들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는게 놀랍습니다.

용변 해결을 위한 버전아비(변우민)와 박규의 나무 판자 놀이...도 제작진은 아마 '너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라고 느꼈을 것 같습니다. 이 제작진은 매주 '개그콘서트'라도 보면서 요즘 시청자들의 수준을 익힐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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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를 지켜보고 나서 든 생각은 "서우가 아깝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선 볼거리도 서우, 앞으로 발전이 기대되는 것도 서우밖에 없더군요. 조선시대의 4차원 해녀라는 생뚱맞은 캐릭터지만 서우가 연기하고 있으면 생기가 느껴집니다. 이 드라마가 어떤 결과를 내든 서우에게는 그리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임주환도 재능있고 매력적인 배우이긴 합니다만, 이 드라마를 통해 얻을 것은 별로 없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탐나는도다'는 매력적인 설정과 관심 가는 배우들로 이뤄진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느린 전개와 설정 자체에서 한발도 더 나가지 못한 지루한 대본은 이 드라마를 나락으로 밀어넣는 느낌입니다. 첫 주말이 지나고 나면 제작진도 느끼는 바가 있겠지만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p.s. 사실 제주도 사투리가 낯설기는 박규나 윌리엄이나 별 차이 없었을 듯 한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더군요.


p.s.2. 댓글들을 보니 이 드라마에 만족하신 분들이 꽤 많군요. 워낙 관심이 가던 작품이라 제가 이 드라마에 너무 많은 걸 기대했었나봅니다.

이렇게 '탐나는도다'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니 드라마의 앞날이 생각보다 밝은 듯 하군요. 부디 닥본사하셔서 '탐나는도다'가 흥행면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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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 뛰어든 비담 김남길은 단 2회 출연만에 온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습니다. 축구로 치자면 아주 적절한 시기에 투입된 조커라고나 할까요.

사실 비담이 인기를 모으는 건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그동안 미실 고현정, 덕만 이요원, 천명 박예진 등 여자 주인공들이 판을 치던 드라마에서 혼자 남자 주인공의 역할을 감당하던 유신 엄태웅은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답답한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목검으로 나무등걸을 천번 내리치다가도 한번 정신이 어긋났다고 다시 하나부터 시작하는 에너자이저 유신랑은 진지하고 진솔한 면은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도대체 잔재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비담 김남길은 첫 등장부터 광기가 흐르는 눈빛으로 예사롭지 않은 앞날을 예고하더군요. 특히 약초 캐던 농민들이 비담의 미소를 보고 질겁하는 장면은 이미 비담의 비위를 조금이라도 거슬렀다간 명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신라의 정예 10화랑과 혼자 붙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 엄청나게 강한 무공과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텅 빈 머리 속, 때로 어린애같은 성정은 비담을 사뭇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 아니죠. 분명 어디선가 본듯 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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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을 봤을 때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캐릭터는 바로 이 친구였습니다. 당연히 많은 분들에게 친숙할 겁니다. 바로 '슬램 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베가본드'의 무사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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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바와 같이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 전국시대의 지독하게 강한 검객입니다. 긴 검과 짧은 검을 함께 써서 니토류(二刀流)의 대가로 불리는 무사시는 일본의 역사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졌고, 1950년대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뒤 3편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베가본드' 역시 같은 원작을 취하고 있으므로 내용은 똑같습니다. 단지 '베가본드'의 무사시에게선 조금 더 강백호의 냄새가 난다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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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건 만화건 이 시리즈에 나오는 젊은 날의 무사시는 그야말로 야수같은 매력을 뿜어냅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베어야 한다는, 엄청나게 강하지만 선악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캐릭터죠. 아니, 아예 감정이란 요소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는 게 나을 겁니다. 어찌 보면 요즘 스릴러에 자주 등장하는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캐릭터의 원형은 중국 고전 '수호지'에 나옵니다. 바로 108영웅들 중 하나인 흑선풍 이규입니다. 쌍도끼를 휘두르는 천하장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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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더 원형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규의 원형은 삼국지의 장비입니다만, 장비는 어쨌든 배운 사람이고 정규군의 장수이므로 이규처럼 무차별 살인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살성(天煞星)을 타고 난 이규는 피를 보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살인을 즐기는 인물이죠. 그런데도 송강의 명이라면 절대 복종하는 어린이같은 면모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 뒤로 각종 무협지에 나오는 '천살성'이란 말은 하나의 캐릭터로 정립됐습니다. 선악이나 정사 따위는 가리지 않고 거스르는 자는 무조건 죽이고 보는 단순무식막강한 캐릭터를 가리키는 말이 됐죠.

얼마전에 한 분이 최근 한 일본 만화에 나오는 무겐이라는 캐릭터를 비담의 닮은꼴로 추천하셨는데, 무겐이 나오는 작품을 본 적은 없지만 대략 그림만 봐도 어떤 캐릭터인지 느낌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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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캐릭터가 아무리 좋아도 그걸 연기하는 배우가 엉망이라면 인기가 있을 리 없습니다. 비담이란 인물이 성공한 데에는 그 역할을 맡은 김남길이라는 배우의 역량이 절대적인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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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 IS 연예팀은 '올해의 유망주'로 15명의 각 부문 신인을 선정했습니다. 당시의 명단은 '고아라·민효린·이선호·유연지·정일우·최시원·지서윤·하정우·이한·한효주(이상 연기자)와 김현중·남규리·민선예(가수). 신봉선·정성호(개그맨)'입니다. 이때의 이한은 '굳세어라 금순이'의 금순이 남편과 '굿바이 솔로'의 냉정한 친구 유지안 역을 맡아 연기력보다는 외모로 주목을 끌던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08년 초, 연기자 이한에 대한 평가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함'이었습니다.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870705) 3단계 평가에서 맨 아래 순위였죠(아, 물론 김현중과 하정우도 이때까진 '좀 더 노력이 필요함' 등급이었습니다^^). 영화 '후회하지 않아'와 드라마 '꽃피는 봄이 오면'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성애 소재의 '후회하지 않아'는 애당초 흥행이 될 영화는 아니었고, 이 영화에서의 이한은 장래에 대한 기대를 더욱 크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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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춤거리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김남길이라는 본명을 되찾은 뒤 이한은 특유의 '섬뜩한 눈빛'을 빛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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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역은 아니었지만 '공공의 적 1-1'을 본 사람은 김남길이라는 배우의 차가운 매력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김남길은 한 자루의 날선 칼날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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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던 보이'.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김남길은 친구 해명(박해일)을 싸늘하게 버리는 일본인 검사 신스케 역을 맡아 우아한 잔혹함을 연기해냅니다. 이 정도면 동년배 배우들 중에서는 연기력으로 단연 돋보이는 모습을 보인 셈이죠.

그리고 나서 이번 비담 역할은 김남길의 앞날에 어느 정도 길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려도 하나 떠오릅니다. 어떤 배우에게 쉽게 굴레를 씌우고 싶어 하는 한국의 영화/ 드라마 판의 속성상 김남길에게도 앞으로 계속 이와 유사한 역할만이 몰려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김남길이 잘생긴 얼굴에 머물지 않고 탁월한 성격 연기의 길을 개척한 것은 칭찬할 만 합니다. 하지만 연기를 잘 하는게 오히려 족쇄가 되어 '이상성격 전문배우'의 길을 걷게 되는 것도 걱정스럽습니다. '선덕여왕'이 끝난 뒤,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비담의 활약은 '선덕여왕'의 앞날을 더욱 탄탄대로로 만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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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이 날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선덕여왕이 아직 감춰두고 있는 카드(혹은 떡밥, 혹은 비밀무기)'들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비담 김남길 떡밥을 빼먹었더군요. 비담 공개는 최상의 선택인 듯 합니다. 비담과 문노를 한방에 공개한 걸 보면 꽤 쏠쏠한 완성도를 보이고 있는 '드림'을 초반부터 아예 밟아 버리겠다는 살의(?)가 번득입니다.

사실 비담 얘기로 포스팅 하나를 때우려는 건 아니고... 딴 얘깁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는 가운데 요즘 그 원작격인 '화랑세기'를 직접 읽어보겠다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그냥 읽는 분들은 아마 놀라실 일이 많을 겁니다. 사실 '선덕여왕'이 처음 시작할 때에는 미실의 복잡다단한 남자관계에 눈살을 찌푸리셨던 분도 많았겠지만, '화랑세기'를 직접 보신 분이라면 그게 얼마나 빙산의 일각인지도 아실만 합니다.

사실 '화랑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들 중 차마 점잖은 자리에서 거론하기 힘든 얘기는 미실과 관련된 이야기뿐만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화랑세기'가 진짜 역사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력한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걸 다 지어냈다고 치면 참 그 상상력도 대단한 상상력이란 생각도 듭니다.

드라마에서 다 볼 수 없었던 19금판 선덕여왕, 용어해설로 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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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덕여왕, 제대로 만들었으면 19금

MBC TV '선덕여왕'은 왜 인기일까. 타이틀 롤인 선덕여왕 이요원도 잘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 드라마의 일등 공신은 미실 역의 고현정이다.

미실. 장희빈도 아니고 정난정도 아니고, 웬만한 시청자들이라면 이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까지 생전 듣도 보도 못했을 이 캐릭터가 어떻게 이렇게 시청자들을 빨아들이고 있을까. 더구나 이 미실이라는 인물은 한국 사극에서 전례를 보기 힘들 만큼 문란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남편 세종(독고영재)이 있으되 정부인 설원(전노민)도 버젓이 옆에 버티고 있고, 진흥왕(이순재)와의 관계가 암시되는가 하면 그 아들인 진지왕(임호)과는 아예 '왕위에 오르면 왕비로 삼겠다(아니, 남편이 뻔히 있는 여자가!)'는 보장을 받고 몸을 섞는다. 아무리 '천추태후'가 사극 여주인공의 사생활의 한계를 넓혔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늘 그렇듯 TV 드라마가 전부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 드라마의 원작 격인 '화랑세기'를 보면 더욱 입이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진짜 역사라는 주장과 1930년대에 쓰여진 창작물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물려 있는 책이지만, 아무튼 '화랑세기'의 미실은 훨씬 과감하다.

진흥-진지왕에 이어 근 30세 연하인 진평왕과도 몸을 섞는다. 예를 들자면 이런 수준이다. 드라마 속에서 김유신(엄태웅)의 라이벌인 보종(백도빈)이 태어나게 된 계기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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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 8년(579년), 미실궁주가 옥새를 맡아보는 새주(璽主)가 되어 정사당에서 문서들을 보다가 낮 꿈을 꾸었는데 흰 양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길한 꿈임을 알고 급히 왕(진평왕)를 끌고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왕은 아직 어려서 궁주의 기분에 제대로 따라 주지 못했다. 이에 설원랑을 불러 들여 보종공을 낳았다. (따라서 누구의 아들인지 분명치 않았지만)보종은 자라면서 모습이 설원랑과 같았으므로 궁주가 설원에게 내려 아들로 삼게 하였다.' 이런 식이다.

사실 내용인 즉 허균의 '홍길동전'에서 홍판서가 길동이를 낳게 되는 대목 - 용꿈을 꾸고 부인에게 동침을 요구하지만 부인이 대낮부터 망측하다며 거절하자 여종 춘섬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다 - 이나 '삼국유사'의 지철로왕 관련 기사(지철로왕은 지증왕의 다른 이름. 궁금하면 찾아 보시라)를 생각해보면 뭐 충격 받을 수준은 아니지만, 아무튼 '화랑세기'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런 얘기들의 연속이다. 이 책을 보고 나면 흔히 '화랑'이란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육사 생도들이나 보이스카우트의 이미지는 싹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역사책이다 보니 그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름하여 'TV에는 안 나오는 진짜 선덕여왕 용어 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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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공(色供) = 글자 그대로 색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일, 즉 잠자리를 같이 하는 일을 말한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왕을 모실 수 있는 모계 혈통에는 진골 정통과 대원 신통이 있는데, 이들의 가문은 왕의 총애를 차지하기 위해 특별한 재능을 갖춘 여자들을 계속 배출했음이 암시되어 있다.
미실의 어머니인 묘도와 이모인 사도(진흥왕의 왕후)는 미실이 세종과 결혼할 때 "우리 가문은 대대로 색공을 바치는 집안"임을 강조하며 어찌 왕의 서자 뻘인 세종 따위(?)에게 시집을 가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미실은 태연히 "어찌 남편이 있다 하여 임금을 모시지 못하겠느냐"고 맞받아쳤다는 기록이 있다.

음사(陰事) = 군주와 잠자리에 드는 것. 즉 방사(房事)의 높임말이다. '선덕여왕'의 사실상의 주인공 미실은 음사에 특히 능해 그와 한번 잠자리를 같이 하면 군왕들도 헤어나지 못했다. 특히 진흥왕은 미실을 잊지 못해 남편 세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미실을 불러들였다. 심지어 임신중에도 미실을 입궁시킨 기록이 있다.

마복자(磨腹子) = 현대인의 시각으로 볼 때 가장 기이한 성풍속의 하나. 윗사람이 임신한 아랫사람의 아내를 받아들여 관계한 뒤 낳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보살피는 것을 말한다. '화랑세기'는 시작부터 제 1대 풍월주인 위화랑이 비처왕의 일곱 마복자들인 이른바 '마복칠성' 중 하나임을 밝히고 있다. 그의 어머니 벽아부인이 그를 임신한 채로 비처왕의 후궁으로 들어가 낳은 아들이란 얘기다.

방외우(方外友) = 글자대로 풀면 그냥 '신분을 벗어나 사귀는 사이'라는 의미지만, '화랑세기'의 사이에서는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여자들과 관계하면, 그 여자들 주변의 사람들과도 친구 뻘이 된다는 뉘앙스의 말로 사용됐다.
예를 들어 방탕했던 동륜태자(진평왕의 아버지)는 미실에게 혹하자 신분이 한참 아래인 설원이나 미실의 동생인 미생과도 친구가 된다. 이것이 바로 방외우의 기본 형태인 것이다.

유화(遊花) = 낭도들의 짝이 되는 신분이 낮은 여자들. 본래는 이들도 크게 볼 때 화랑도 조직의 일원인데 역할은 궂은 일에서 밤일에까지 넓게 걸쳐 있다. '화랑세기'의 진흥왕 대창 원년(568년) 기록엔 이런 대형 난교 파티의 기록이 있다.
'...이날 밤, 왕(진흥왕)과 미실은 남도의 정궁에서 합환을 하였다. 낭도와 유화들로 하여금 새벽까지 돌아다니며 노래하고, 서로 예를 갖추지 않고 합방(奔)하게 하였다. 성중의 미녀로서 나온 자가 만여명이었다. 등불의 밝음이 천지에 이어졌고 환성이 사해의 물을 끓어오르게 하였다. (중략) 낭도들이 각기 한 명의 유화들을 이끌고 손뼉치고 춤추며 난간 아래를 지나갈때마다 만세 소리가 진동했다.'
이 광경을 바라보며 진흥왕과 미실은 군중들에게 돈을 던져주며 즐겼다고 한다. 이 땅에서 있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환락의 도가니였던 모양이다. 물론 이날의 기록 외에도 유화와 화랑 사이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난 기록이 전해진다.

용양신(龍陽臣) = 최측근. 항상 곁에 두는 총신의 의미이지만 '화랑세기'의 기록을 살펴 보면 이 단어에서 남색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미실의 첫사랑인 사다함의 가계를 살펴보면, 스페인 영화 '하몽하몽'을 연상시키는 난맥상을 발견하게 된다. 사다함은 구리지공과 금진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미남으로 유명했던 구리지공은 한 촌부와 정을 통했는데, 이 촌부는 이미 유화로 나가던 시절 이름도 모르는 화랑과의 사이에서 설성이라는 아들을 두고 있었다. 설성은 어려서부터 '얼굴이 아름답고 교태를 잘 부려' 구리지공은 얼마 뒤 설성을 자신의 용양신으로 삼았다. 어머니와 아들을 모두 파트너로 삼은 셈이다.
그러나 구리지공이 전쟁터에 나가 자리를 비운 사이, 금진은 설성을 잠자리로 끌어들였고 그 사이에서 설원이 태어났다.
이렇게 어지러운 사연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요즘 '선덕여왕'에 나오는 설원랑이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뒷날 이 가문에서 원효대사와 설총이 나왔다.

신선골(新善骨) = 출세를 위해 낭도들 가운데 화랑에게 딸을 바치고 청탁을 하는 자들이 나타났다. 이렇게 딸을 바쳐 화랑과 연을 맺은 자들을 신선골이라고 불렀다. 물론 이때의 '골'은 골품(骨品)을 의미한다. 13세 풍월주 용춘 때 대남보라는 낭도가 신선골이 되기를 거부했다는 말을 듣고 용춘이 기특하게 여겨 승진을 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아내를 바쳐 그 아들을 마복자가 되게 하는 것과 딸을 바쳐 신선골이 되는 것, 과연 어느 것이 더 부도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삼서지제(三壻之制) = 한 여자에 대해 세 명의 남편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제도. '화랑세기'에는 이에 따라 선덕여왕은 용춘과 흠반, 을제 등 세 남편을 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이 여왕의 경우 후사를 얻지 못할 때 세 명까지 남편을 둘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 여성들의 경우에도 세 명의 남편을 둘 수 있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불행히도 정사인 '삼국사기'에는 선덕여왕의 남편이 몇명이었는지는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러나 후대의 진성여왕이 자신의 숙부뻘인 각간 위홍을 연인으로 삼았다가 위홍이 죽자 수십명의 미남 청년들을 끌어들였다는 기사를 싣고 있어 여기에 비쳐 볼 때 선덕여왕의 세 남편 이야기도 그리 황당무계한 것은 아님을 보여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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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자라는 희한한 풍습에서는 어쩐지 손님에게 아내를 주어 동침하게 하는 북방민족의 풍속이 연상됩니다. 사실 이 방법보다 더 손님-혹은 나그네-에게 '우리는 적이 아니다. 너와 나는 한 가족이다. 내게 무슨 일이 있으면 네가 내 아내와 자식을 보살피기 바란다' 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없을 듯 합니다.

마찬가지로 마복자 제도 역시 '뱃속의 아이는 네 아이지만 내 아이기도 하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 어머니와 관계를 하겠다. 너의 아내 역시 내 아내인 셈이다' 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정말 엽기적이지만, 일부 기마민족 사이에서는 이와 유사한 풍습들이 전해진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역사이건 위작이건, '화랑세기'는 오늘날의 잣대가 아닌 신라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의 느낌을 갖게 합니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현대적인 시각으로 짜여져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에 지치면 '화랑세기'를 한번 펼쳐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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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 캐릭터, 굳이 말하자면 천살성(天煞星)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상당히 낯익은 캐릭터이면서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공개되지는 않은 캐릭터입니다. 나중에 여기에 대해서도 좀 공을 들여 들여다 보겠습니다.

 




그나자나 이제 남은 떡밥은 김춘추-유승호 떡밥 하나인 셈이군요. 언제 나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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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이 인기 궤도에 오르면서 '이 드라마에는 세 개의 떡밥이 있다'는 얘기를 기자들과 나눴습니다. 굳이 떡밥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시청자를 붕어로 비하하는 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게 가장 적절한 표현일 듯 합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떡밥이란, 이 드라마가 후발 주자들의 추격으로 위기(?)에 놓일 때 터뜨릴 수 있는 세 가지 비밀 무기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말하자면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비단 주머니 같은 역할이죠.

첫번째 떡밥은 당연히 덕만(이요원)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문노(정호빈)의 재등장이죠. 세번째는 유승호로 정해져 있는 김춘추의 등장입니다. 이 세가지 무기가 이미 장착돼 있기 때문에 '선덕여왕'은 탄탄한 독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이고, 이번에 첫번째 떡밥이 뿌려졌습니다. 아마도 SBS TV '드림'의 방송 시작에 맞춰진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덕만이 천명(박예진)의 동생이라는 것이 공개되면서 '선덕여왕'은 34%로 치솟았고 '드림'은 여전히 5%대에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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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드라마에는 예고된 이벤트가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베테랑 작가들은 한껏 긴장을 고조시켜 놓고 '터뜨릴 수 있는' 사건이나 인물들을 배치해놓고 전략을 짜기 마련이죠. 이미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들은 시간순에 따라 전략적인 사건 배치로 후발 작품들의 추격을 피하려 합니다. 반대로, 후발 작품들은 기를 쓰고 이런 상대방의 계산을 깨기 위해 현재 방송중인 작품을 1,2회 연장해 흐름을 깨려 하고, 특집방송을 끼워 넣는 등의 형태로 가장 중요한 첫회의 방송 시점을 미루곤 합니다. 시청률이란 작품의 수준에 따라서도 결정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진운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덕만의 출생의 비밀'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끝나긴 했지만 상당히 반성의 여지도 남겼습니다. '덕만의 고민이나 반응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시청자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라는 것을 안 덕만의 "나는 없어야 하는 사람이라면서요"라는 반응은 누가 봐도 20세기 이후에 태어난 사람의 것입니다. 7세기 사람이라면 저런 식의 '자아 우선' 반응을 보일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게다가 공주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도 '덕만아 덕만아' 하는 유신랑(엄태웅)의 태도 역시 무엄하기 짝이 없는 것이죠. 최소한 둘만 있을 때라도 존대를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아무튼 아직 '덕만이 공주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이 전제가 되고 있으니 한동안 드라마가 골치아픈 방황을 하게 될 것은 분명해졌습니다. 작가진이 스스로 만든 이 난제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궁금합니다. 어려서 이미 죽어야 할 몸이었다면, 다 커서 돌아왔다 한들 내버려둘 수 없는 것은 분명하고 또 미실이 이를 묵과할 리가 없는데 과연 어쩔 작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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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번째와 세번째 떡밥으로 넘어갑니다.

사실 이 떡밥들이 언제 나올지는 제작진의 영업 비밀이므로 미리 알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주변 상황으로 추측해 볼 수는 있습니다. 일단 문노 부분입니다. 처음 몇 회 나오지 않았지만 '정의롭고도 강한 남자' 문노의 이미지는 워낙 강렬했고, 다시 등장하면 악의 무리(?)들을 단칼에 정리할 수 있을 듯 하기 때문에, 문노의 출현은 그 자체로 상당히 큰 이벤트가 될 겁니다.

하지만 문노의 재등장은 당분간 좀 어려울 듯 합니다. 국선 문노께서 제주도에 바쁜 볼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SBS TV 수목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에 상당히 중요한 역으로 출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쪽에서의 비중이 계속 커지는 한 양다리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따라서 SBS가 '드림'을 간접 지원하는 방법 중에는 '태양을 삼켜라'에서 정호빈의 출연 신을 계속 늘리는 것도 있을 겁니다. 아직도 '선덕여왕' 시청자 가운데 "대체 문노는 언제 나오는 거냐"고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반면 정호빈의 역할이 축소된다면 문노의 복귀는 그만큼 앞당겨 질 수 있겠죠. (물론 심각해지면 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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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떡밥 역시 '드림' 쪽에는 치명적입니다. '드림'이 겨냥하고 있는 주 시청층이 10대와 20대를 핵심으로 하는 여성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승호의 등장은 만만찮은 위협입니다.

유승호는 별다른 최근 히트작 없이도 수많은 누나 팬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 티아라의 뮤직비디오에 출연, 멤버 지연과 나눈 키스신 때문에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왜 벌써 그런 걸 시키냐'는 '누나 팬'들의 분노(?)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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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승호의 등장은 정말 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그리 앞당겨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28일 방송에서 가만히 천명공주의 어깨를 감싸던 유신랑의 손길처럼, 유신랑을 둘러싼 두 자매의 미묘한 감정 대립이 상당 기간 이 드라마의 주제가 되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래 한 쪽은 애 딸린 과부고 한쪽은 처녀라는 점에서 그리 팽팽하지 못한 대결인데, 심지어 그 미망인에게 유승호같은 장성한 아들이 불쑥 등장한다면 이건 멜로드라마로선 치명적이겠죠.

그러니 제작진으로서는 '유승호의 등장 = 박예진의 멜로의 끝'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박예진과 이요원은 설정상 쌍둥이 자매입니다. 어느 한쪽만 확 늙고, 어느 한 쪽은 여전히 젊은 채로 있다는 것도 비웃음을 자아낼 상황이죠. 즉 '유승호 같은 장성한 아들의 등장'은 곧 이요원에게도 '나도 제때 낳았으면 너만한 아들이 있다'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아무튼 이런 난제 때문에 유승호군의 등장은 그리 빨리 기대할 수 없겠습니다. 왕자 옷 입은 유승호군의 미태를 빨리 보고 싶은 시청자들은 안타깝지만 좀 더 기다리시든가, 아니면 '선덕여왕'의 시청률을 확 끌어내리든가 하는 방법을 써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그게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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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모 손담비 김범. 세 주인공의 이름값만으로도 기본은 먹고 들어갈듯한 SBS TV 새 월화드라마 '드림'(극본 정형수, 연출 백수찬)이 27일 첫 방송을 마쳤습니다. 이종격투기와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다소 낯선 소재에 대한 접근이 눈길을 끕니다.

일단은 속도감있는 연출이 안정감 있게 다가오는 첫회였습니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도 간명하게 펼쳐졌고 세 주인공의 엇갈림도 인상적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거침없는 진행이 돋보였습니다.

물론 이 드라마를 차별화하는 요소는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는 지금껏 방송됐던 수많은 드라마들과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첫회에 나온 그 많은 등장인물 가운데 기존의 드라마 상식선에서 볼 때 '착한 인물'이 당최 보이질 않는 겁니다.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예의없고 못된^^ 드라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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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투수 유망주 출신으로 어깨가 망가진 뒤 스포츠 에이전트로 전향한 제일(주진모)은 냉정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에이전트계에서 두각을 보이지만, 어느날 친구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 기탁(연정훈-우정출연인 듯 합니다)이 스테로이드제 강제 복용을 폭로하고 야구계를 떠나버리는 대형 사고를 당합니다. 그동안 제일을 키워준 사장 경탁(박상원)은 곤란한 지경에 놓이자 제일을 헌신짝처럼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한편 소년원을 출소한 장석(김범)은 진짜 아버지인지 의심스러운 영출(오달수)를 만나고 가는 길에 드림체육관을 엿보다 관장 딸이자 태보 지도자인 소연(손담비)에게 혼쭐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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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1회의 대략 스토리. 그리고 앞으로는 경탁에게 버림받은 제일이 홀로서기를 위해 노력하다가 이종격투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장석(척 보면 당연하죠)의 에이전트가 되고, 그를 선수로 단련시키는 과정에서 소연과 두 남자가 삼각관계가 될 거라는 건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보지 않았어도 드라마 세편만 본 사람이면 알 수 있는 진행 방향입니다.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특이한 건 정말 한결같이 싸가지없는^^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입니다. 에이전트들인 경탁과 제일은 천하 제일의 냉혈한들이고 장석 역시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고 결심은 했다지만 결코 선량한 성격은 아닙니다. 소연 역시 만나자마자 재수없게 구는 제일을 그냥 두고 볼 성격이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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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장석의 아버지 영출부터 제일이 마음대로 주무르던 주기자(이름부터 참 의미심장합니다)에 이르기까지, 뭔가 생각을 추스려서 말하는 인물이 없습니다. 다들 생각나는대로 내뱉는 인물들 투성이고, 도대체 제대로 된 인물이 없습니다. 정말 쓰레기같은 세상이고 그 못잖은 등장인물들입니다.

이전까지 '다모'나 '주몽'같은 점잖은(?) 사극을 쓰던 정형수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버릇없음'은 참 뜻밖입니다. 아마도 이런 식의 거침없는 인물 됨됨이들은 바로 20대 이하 연령층을 겨냥한 의도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옆에서 '마마' 하는 사극 '선덕여왕'이 굳게 버티고 있으니 이런 식의 직설 화법을 쓰는 드라마가 눈길을 끌 수가 있겠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시청률을 확인해보니 5%대에 머물렀군요. 아직은 '선덕여왕'의 벽이 엄청나게 높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선에서 침몰할 드라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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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에서 유난히 돋보인 것은 손담비의 활용입니다. 사실 1회에서의 손담비는 대사 처리도 나쁘지 않았고, 뛰어난 연기 적응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연기보다 중요한 것은 손담비 그 자체더군요. 흔히 말하는 '자체발광'이란 말에 걸맞게, 그저 손담비가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럴때 저는 '자연 다큐멘터리적인 연출'이라는 말을 씁니다. 손담비를 다루는 '드림' 제작진의 손길은 히말라야의 비경이나 이과수 폭포를 다루는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진의 접근 방식과 비슷하더라는 것입니다. 그저 카메라를 갖다 대면 그냥 볼거리더라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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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첫회 스토리의 초점은 주진모에게, 그리고 스토리와 무관하게 영상의 초점은 손담비에게 맞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김범의 비중은 작았지만 첫회에선 그 정도면 충분할 듯 합니다. 언제쯤 김범이 단련된 복근을 꺼내 여성 시청자들을 넋나가게 할지도 지켜볼 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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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범의 복근은 전략적으로 아껴 둘 수도 있겠지만(예상보다 시청률이 더디게 오를수록 빨리 등장하겠죠), 줄리엔 강(위 사진)을 비롯한 다른 근육질 출연진들의 대거 등장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자극이 될 듯 합니다.

결국 '드림'의 성패가 전 연령층의 여성 시청자들, 그리고 30대 이하의 남성 시청자들을 '선덕여왕'과 '결혼 못하는 남자'로부터 얼마나 빼앗아 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때 김범과 기타 출연진의 복근이 맡을 역할은 막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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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이런 드라마에 과연 언제쯤 '괜찮은 기자'도 하나쯤 나올까 하는 겁니다. 보통 사람보다 유별나게 괜찮지 않더라도, 대략 그냥 보통 사람 정도만 되는 기자 하나만 구경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뭐 판타지이긴 하지만 스포츠 백 안에 가득 든 돈다발... 그저 웃음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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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태양을 삼켜라'는 일명 '올인 2'라고 불립니다. '올인'의 두 주역인 최완규 작가 - 유철용 PD가 다시 뭉친 작품이기도 하고, 지성이나 진구, 정호빈 등 '올인' 때 호흡을 맞췄던 멤버들이 다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밑바닥에서부터 다져 올라가 야망에 젊음을 거는 주인공 김정우의 모습에서는 '올인'의 김인하가 언뜻언뜻 보입니다.

하지만 15일 방송된 2회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올인'이 아닌 다른 작품의 향기가 짙게 풍겼습니다. 설정은 극중 장회장(전광렬)이 제주도에서 발견한 정우(지성)를 쓸만하게 여기고 아들 태혁(이완)의 곁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타리스트 태혁이 어떤 여자와 진하게 키스하는 장면을 본 정우가 태혁에게 아버지가 보내서 왔다고 하자 태혁은 "우리 아버지가 보냈으면 양아치 아니면 쓰레기"라며 아버지에 대해 극도의 경멸을 표현합니다.

자, 이 대목에서 어떤 영화가 떠오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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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클레망 감독의 1960년작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는 20세기 최고의 미남 배우로 꼽히는 알랑 들롱의 25세때 모습을 볼 수 있는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이 영화에서 들롱이 연기하는 톰 리플리는 한 백만장자의 부탁을 받고 비뚤어진 아들 필립(모리스 로네)을 찾아가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합니다. 어찌어찌하다가 필립과 톰은 친구가 되는데 톰은 어느새 필립의 애인 마지(마리 라포레)에게 연정을 품게 됩니다. 물론 친구라고 해도 둘 사이에는 엄밀히 신분의 격차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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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맷 데이먼 - 주드 로 - 기네스 팰트로가 주연한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1999)'의 오리지널인 바로 그 영화입니다.

드라마 보기 30여년의 경력으로 짐작해 볼 때 '태양을 삼켜라'의 다음 진행은, 당연히 수현(성유리)과 태혁을 맺어주려 애써야 하는 입장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수현을 좋아하게 되는 정우의 내면 갈등이 될 것 같습니다. 뭐 '태양은 가득히'나 '리플리'를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구성이죠.

정우와 톰 리플리는 재능은 있지만 배경이 없고, 가진 것에 비해 야심만만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태혁이나 필립은 성공의 끈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끈을 놓칠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한눈에 반하게 된 여자에 대한 갈증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합니다.

물론 톰 리플리는 이 정념때문에 파멸의 길을 가겠지만, 정우의 운명은 좀 다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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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태양을 삼켜라'의 전략은 '올인 2'라는 평가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른 드라마들이라면 '올인 2'라는 이름에 다소 짜증섞인 반응을 보일 법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아예 내놓고 '올인'과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현재 TV 드라마의 시청층을 생각할 때 익숙한 코드와 영상의 재현은 그리 나쁜 전략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최근 들어 '선덕여왕'이 다소 유치한(?) 구도로 돌아서면서 그동안 걸려 있던 30% 벽을 훌쩍 뛰어넘은 데서도 알 수 있듯 적절한 선에서의 '어디선가 본듯 한 느낌'의 재현은 시청률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물론 이런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진을 갖춘 드라마가 성공했던 전작의 자기 복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작품성을 평가할 때에는 엄연한 감점 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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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묘하게도 지성의 얼굴에서 자꾸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이 보이는 듯한 착각이... 뭐 여기까진 괜찮은데 정작 심각해야 할 장회장의 얼굴에서는 어쩐지 '씁쓸한 인생'의 김준호가 연상되어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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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은 끊임없이 화제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초반의 기대에 못 미친다, 자꾸만 '궁정 내 싸움'으로 작은 드라마가 되어 가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이 있지만 경쟁작들의 추월 가능성은 이제 거의 희박해졌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이런 인기와 관련해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선덕여왕'의 메시지입니다. 굳이 옛날의 예를 들지 않아도 모든 사극은 현대인들에게 주는 메시지의 자유로운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시대, 어떤 사건을 소재로 삼느냐부터 바로 이 '메시지'는 시작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덕여왕'은 현대의 위정자들이 보기에 두 가지 두드러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관련된 문제, 또 하나는 위정자의 도덕성과 능력 사이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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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과연 화랑들은 누구의 아들들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바로 우리 사회에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명문 귀족의 자제들이 모두 화랑을 이끄는 화반들이고, 아무리 명문 거족의 후예라도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지 못하면 고위직에 발탁될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진흥왕의 동생이며 미실의 남편인 세종도 일찌기 장군으로 수차 전장에 나갔고, 세종과 미실의 아들인 하종 또한 전투에 나가지 않았으면 관직에 나갈 명분이 없다는 내용이 수차 방송됐습니다.

비단 이런 내용은 드라마 '선덕여왕'이나 '선덕여왕'이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화랑세기' 만의 기록은 아닙니다. 이른바 정사인 삼국사기를 통해서도 귀한 가문 출신의 화랑들이 앞다퉈 목숨을 내던졌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일찌기 구리공의 아들이며 5세 풍월주인 사다함도 16세의 나이로 선봉의 중책을 맡아 대가야 정벌에서 큰 공을 세운 것을 비롯, 김유신 또한 약관의 나이에 백제와의 국경을 지키는 중책을 맡아 무장으로서의 경력을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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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가장 잘 말해주는 인물들은 너무 유명해서 다시 거론하기가 힘들 지경인 반굴과 관창이 있습니다.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김유신의 신라군은 황산벌에서 계백의 5천 결사대를 돌파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역사의 기록입니다.

관창에 가려 명성이 덜 알려진 반굴은 유신의 동생인 흠순의 아들이니 신라군 총사령관의 조카인 셈입니다. 반굴이 먼저 단기로 적진에 달려들어 용맹을 뽐내고 죽은 뒤 관창이 풀려나면 달려들고 풀려나면 다시 달려들어 오늘날까지 이름을 남겼습니다.

조카를 희생시킨 마당에 아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죠.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뒤 펼쳐진 나-당 전쟁에서 김유신은 전장에서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원술을 아들로 인정할 수 없다고 내칩니다. 고위층 자제들이 가끔 병역 문제로 물의를 빚는 오늘날의 모습과 관련해 생각해 보면 얼마나 다른 분위기인지 실감이 납니다.

얼마전 '선덕여왕'의 전투신에서 부상당한 화랑 알천이 자신은 퇴각의 짐이 될 뿐이니 죽이고 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작가의 창작이겠지만, 전반적인 화랑의 분위기를 볼 때 크게 벗어남이 없는 진행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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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권력을 쥔 자들이 어떻게 정당성을 얻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14일 방송분으로 볼 때 '선덕여왕' 제작진이 제시한 미실의 권력 기반은 한발 앞선 정보력과 기술력에서 온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어찌 보면 속임수이고, 또 미실은 당시 세계 최첨단의 과학 기술을 먼저 도입했고, 비록 그 기술을 사사로이 사용했다고 할 수 있지만 결국 그들이 아니었다면 신라가 혜택을 보지 못했을 새로운 문명을 접하게 한 것 역시 미실 일파의 공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미실과 '선덕여왕' 속 권력자들은 세계의 흐름과 문명의 발전에 있어 일반 국민이나 그들에게 도전하는 다른 세력에 비해 한발 앞서 있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주장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90% 이상 창작이니 사실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첨단 기술에 의한 사회의 변화 속도가 날로 빨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제작진이 굳이 '정보와 기술의 이해'를 권력의 핵심으로 본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잣대를 들이미는 경우가 있다면 그런 권력은 뒤로 밀려나 마땅하다는 생각도 도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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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덕만에게 '미실이 악이냐'고 묻습니다. 이미 미실은 정권을 잡기 위해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다는 것을(드라마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그런 분위기를 짙게 풍깁니다) 전제라고 하고 있고, 지금도 공포를 정치의 근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덕만은 미실이 악에 더 가깝다고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게다가 미실은 민본주의자도 아닙니다. 말하자면 덕만은 미실의 도덕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실은 '지금 신라에 나보다 더 이 나라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나보다 더 세계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고, 나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잘 읽으며, 나보다 더 국민들의 신망이 두텁고, 나보다 더 무사 집단이 존경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당당하게 던질 수 있고, 여기에 대해 누구도 이론을 제기할 수 없는 위정자라면, 과연 국민들은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요. 과연 우리는 이 시대에 이런 위정자나 거기에 걸맞은 대안을 갖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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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BC TV '선덕여왕'이 한창 인기인데, 거기에 대한 포스팅을 너무 자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사실 선덕여왕을 열심히 보다 보니 거기에 대해 쓸 거리가 많아지는 것은 아마 자연스러운 현상일 겁니다. 특히 드라마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신라사나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책인 '화랑세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보니 집필의 의욕을 좀 많이 느끼게도 합니다.

그 중에는 특히 문노, 미실, 칠숙, 대남보, 보종 등 기존의 역사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 인물(심지어 실존 인물인지도 아리송한)들에 대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서라벌의 10화랑이라든가, 또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긴 하지만 김유신의 드라마 밖 이야기 같은 것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등등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포스팅할때마다 지난 포스팅들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게 좀 아쉽더군요. 또 그렇게 적극적으로 찾아서 보실 분들이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고... 그래서 아예 인덱스 포스팅을 하나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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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포스팅들에 대한 목록과 안내의 성격을 갖는 포스팅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선덕여왕에 대해 썼던 글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서 찾아보시면 될 듯 합니다.


천추태후 덕을 본 선덕여왕

첫번째로 쓴 글입니다. 미실이란 어떤 인물이며, 그 복잡다단한 사생활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선덕여왕'이란 드라마를 보실 때 꼭 필요한 내용일 겁니다. 물론 미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젊은 날의 사랑을 알아야 합니다. 그건 다음 포스팅의 주요 내용입니다.




미실의 첫사랑, 사다함
 
신라를 이끌어갈 젊은 화랑이던 사다함이 어떻게 해서 요절하게 됐는지, 그리고 미실과 그의 관계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주로 다뤘습니다. 지금 방송되는 '선덕여왕'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부분입니다.



사다함과 미실의 진짜 비밀은

사다함이 마침내 어린 미실과 함께 드라마 '선덕여왕'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다함과 미실의 관계에는 상당히 큰 의혹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현재 김정현이 연기하는 미실의 아들 하종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것이죠.



터미네이터, 칠숙의 정체

이 칠숙은 의외로 실존인물입니다. 그리고 정사에 나오는 칠숙의 모습은 앞으로 이 드라마에서 안길강이 연기하는 칠숙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도 슬슬 엿보게 합니다. 그리고... 드라마 속 칠숙의 모습은 정말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더군요.^^




선덕여왕의 문노, 진정한 화랑

많은 분들이 '선덕여왕'을 보면서 '도대체 왜 문노는 말로만 나오고 실제로는 안 나오는 거냐'고 궁금증을 느끼곤 합니다. 선덕여왕 최대의 떡밥 문노. 그는 대체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김유신의 어린시절, 화랑세기 기록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는 10권의 열전 중 3권을 김유신의 전기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김유신이란 인물은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유명한 인물이죠. 이런 유명한 인물고, '선덕여왕'의 등장인물들은 어떤 관계로 묘사되었는지 '화랑세기' 기록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드라마에 없는 김유신의 첫사랑

지금까지 김유신이 등장한 모든 드라마에는 천관녀가 등장했습니다. 특히 말 목을 베는 에피소드는 김유신이란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유명한 일화죠. 이를 포함해 삼국사기 기록에 나오는 김유신의 실제 여자관계를 살펴봤습니다.



서라벌 10화랑, 총정리

화랑세기 기록과 '선덕여왕' 작가진의 상상력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신라시대의 F10, 서라벌 10화랑에 대한 참고 사항 총정리입니다. 각 화랑의 성격과 그 역할을 맡은 연기자들에 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위정자들이 봐야할 선덕여왕
 
드라마 선덕여왕이 과연 오늘날에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일까를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측면에서 본 글입니다.


선덕여왕 3대떡밥 언제 다?

'선덕여왕'이 위기에 놓이면 드라마에 등장할 세가지 비밀무기에 대한 글입니다. 첫째가 덕만의 출생의 비밀, 둘째가 문노의 재등장, 그리고 세째가 김춘추=유승호의 등장입니다. 이때는 비담의 등장이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비담 캐릭터 어디서 봤다

비담에 대한 내용은 별도 포스팅으로 처리했습니다. 비담과 '베가본드'에 나오는 무사시의 공통점, 그리고 이런 캐릭터의 역사와 김남길(이한)의 경력에 대한 간략한 정리입니다.


무삭제로보는 19금 선덕여왕
 
'선덕여왕'을 제대로 만들면 19금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 '선덕여왕'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문의 사서 '화랑세기'에 나오는 '마복자' '용양신' 등의 특수 용어를 통해 신라인들의 성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재미로 본 화랑들의 전투력 랭킹
 
과연 '선덕여왕'에 등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누가 가장 강한 전투력을 갖고 있을까요? 화랑 전투력 랭킹 베스트 5를 꼽아 봅니다.



'선덕여왕'에서 소외된 화랑들
 
진지왕-진평왕대에 이름을 날렸으면서도 드라마 '선덕여왕'에는 등장하지 않은 많은 인물들이 있습니다. 특히 세속오계를 남긴 원광법사, 원광으로부터 오계를 받아 화랑들에게 전파한 귀산과 추항 등이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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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함의 매화'가 호기심을 자극한 MBC TV '선덕여왕'의 한편이었습니다. 물론 일부러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시도이니 6일 방송에서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것은 뻔하지만 아무튼 정보 빠른 네티즌들에 의해 이미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사다함의 매화는 월력, 즉 달력이었죠. 미실이 기우제를 지내자 바로 비가 온 것도 사실은 미실이 선진 책력을 이용해 천기를 짐작한 덕분이었던 겁니다.

과학 기술 이야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은 김영현 작가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미 '서동요' 때, 시청자들이 기대하던 신라와 백제의 패권 다툼 이야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전파 이야기에만 주력하다가 시청률이 고비(30%)를 넘기지 못한 기억이 여전하겠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김작가는 다시 과학 이야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물론 '서동요'때는 지나치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꽤나 근거 있는 이야기가 될테니 - 어차피 드라마 후반에 첨성대 이야기가 나와야 할테니까요 - 너무 과학 기술 이야기에 깊이 빠지지만 않는다면 이번엔 시청률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아무튼 달력은 달력이고, 사실 사다함과 미실 사이에는 다른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화랑세기'가 부인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너무 의혹이 짙은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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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다함의 매화'가 달력이라는 것은 제작진의 1급 비밀이었지만 드라마가 끝난 직후 검색해보니 이미 '매화의 정체는 달력'이라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더군요. 뭐 짐작으로 맞췄다 해도 사실 그리 엄청난 건 아닙니다. 소화와 덕만 얘기에서도 달력 이야기가 나왔고, 6일 방송 끝자락, 다음회 예고에 보여준 '책력(冊曆)'이라는 글자(위 사진이죠)가 이미 답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삼국시대의 각국은 이미 모두 국가 지정 달력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미실 혼자 독점했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듯도 하지만, '보다 정확한 달력'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몰래 감춰 둔 승려는 그걸 신라의 날짜에 맞춰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봐야 하겠죠.

아무튼 아쉬웠던 것은 미실과 사다함의 러브스토리가 너무 축소됐다는 것입니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이 이야기는 그 자체가 드라마 한편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을만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지난번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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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빠진 내용에 대해 몇가지 기술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사다함은 삼국사기 열전 4권에 전기가 나오는 실존 인물입니다. 실존 여부가 분명치 않은 미실이나 설원 등 '화랑세기'의 주요 인물들(혹은 드라마 '선덕여왕'의 인물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뜻이죠.

 

그런 의미에서 '화랑세기'는 사다함을 중심으로 현실과의 연결 고리를 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실은 사다함의 옛 연인이며, 설원은 사다함과 어머니가 같은 형제입니다. 둘 사이는 참 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사다함의 아버지 구리지공이 설성(설원의 아버지)의 어머니를 첩으로 취하자 사다함의 어머니 금진은 소년 설성을 정부로 취해 설원을 낳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설원랑의 입장에서 보면 구리지공은 할머니의 정부이면서 어머니의 남편이라는 복잡한 촌수입니다.^

하지만 '화랑세기'의 이런 기술과는 달리 정사인 삼국사기 열전에 나오는 사다함은 그냥 씩씩한 화랑일 뿐입니다. 16세의 나이로 5천 병력을 거느리고 대가야 정벌의 선봉을 맡았고,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지만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조한 친구 무관랑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병들어 죽어간 비운의 화랑입니다.

그러나 '화랑세기'에 따르면 사다함이 죽은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다시 한번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첫번째 이유는 전쟁에 나간 사이 연인이던 미실이 세종전군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무관이 자신의 낭도들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화랑세기' 기록에 따르면 금진은 미실 못잖은 남자 밝힘증 환자입니다. 설성을 비롯해 다섯 남자를 동시에 거느렸고, 아들의 친구인 무관랑도 정부로 삼습니다.

사다함은 이를 알고도 뭐라 하지 못했지만, 사다함의 낭도들은 풍월주의 어머니를 탐한 무관을 용서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무관은 자신을 죽이려고 쫓아오는 사다함의 낭도들로부터 달아나다가 해자에 떨어져 죽고, 무관이 비참하게 죽어간 데 대해 사다함은 비애를 이기지 못합니다. 두 겹의 슬픔이 사다함을 일찍 숨지게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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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함 역의 박재정과 미실 역의 유이... 대사가 하나도 없는게 영 아쉽군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 세종과 미실 사이에선 아들 하종이 태어납니다. 네. 지금 김정현이 연기하고 있는 바로 그 하종입니다. 과연 이 하종의 친아버지가 누구냐 하는 것이 오늘의 미스터리입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에 대한 '화랑세기' 세종전의 기록입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 천주사에서 사다함의 명복을 빌었는데 그날 밤 과연 사다함공이 미실의 품에 들어오며 "나와 그대가 부부가 되기를 원하였으니, 그대의 배를 빌려 태어날 것이다" 하였다. 미실이 세종공에게 아뢰니 공 또한 이상하게 여겼다. 바로 임신이 되어 하종공을 낳았다. 하종공은 모습이 사다함과 심히 비슷하였다. 그러므로 세상에서는 혹 사다함과 정을 통할 때에 이미 임신을 하고서 입궁하여 낳은 아들이라 하나, 그렇지 않다.

누가 봐도 저 '그렇지 않다' 가 너무 궁색한 변명으로 들립니다. 또 미실이 진흥왕의 총애를 독차지하여 권세가 날로 높아가는 대목을 설명하는 데에도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사다함의 영혼이 미실의 가슴 안에 있으며 좋은 계책으로 도와주는 덕분이라고 하였다.

물론 '화랑세기'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이 자손을 낳을 때 한 여자가 아버지가 제각각인 아이들을 낳는 것은 흉이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이미 아버지가 죽고 없는 아이라면, 왕의 아들인 전군의 아들로 포장하는 것이 죽은 화랑의 아들이 되는 것 보다는 장래를 위해 훨씬 나을 것입니다. 세종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하종은 뒷날 전군의 칭호를 달고 왕자 대접을 받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봐도 하종의 생부는 세종이 아니라 사다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아무튼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이 '사다함의 좋은 계책'이 바로 달력이 된 셈입니다. 혹시 '선덕여왕'에서도 나중에 언젠가 세종의 입으로 "하종이 내 아들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뭐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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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나저나 대남보가 미생의 아들이었다니, 실망입니다.

미실이 왜 조카를 못 알아보는지 궁금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본래 미생은 수많은 첩들로부터 수많은 아이들을 낳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선덕여왕'에서도 미실이 미생에게 "아우님은 자기 아이들 이름은 다 압니까?"하고 면박을 주는 장면이 나왔죠.

 

대남보가 누군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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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에 드디어 서라벌 10화랑이 공개돼 활약하고 있습니다. '화랑'이란 말을 들으면 당연히 '꽃같은 남자'라는 뜻이라는게 떠오르겠죠. 올 한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F4의 F가 FLOWER의 약자라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테고, 그러니 서라벌 10화랑은 F10이라고 불러도 별 무리가 없을 겁니다.

물론 캐스팅을 놓고 보면 정작 '꽃'이라는 이름을 과연 붙여도 좋을까 싶은 친구들도 몇명 섞여 있습니다만^^, 알천랑 역의 이승효가 무섭게 뜨고 있는 걸 보면 역시 드라마는 캐릭터가 최고라는 생각도 듭니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풍월주인 호재랑은 10대 화랑에 속해 있지 않고 유신랑도 빠져 있으니 현재 '선덕여왕'에서 활약하고 있는 화랑들은 모두 F12라고 할 수 있겠죠.

대부분 신인들이라 누가 누군지 잘 모르실 겁니다. 이 기회에 한번 싹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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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 고윤후

'화랑세기'에 나오는 14세 풍월주의 이름은 호림(虎林)입니다. 굳이 이름을 호재라고 살짝 바꾼 것은 아마도 '화랑세기'와 드라마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호림공은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뒷날 진덕여왕때 함께 국사를 논했다는 여섯 명의 중신, 즉 유신, 호림, 임종, 알천, 염장, 술종의 여섯 사람 중 하나입니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비처왕의 증손이고 어려서부터 문노의 제자였으며 문노의 사위이기도 하죠. 당연히 문노의 진전을 잇는 화랑입니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좀 달라지겠죠.

고윤후는 잘 알려진대로 '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의 적대자에서 심복이 되는 독사 역으로 등장했습니다. 올백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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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성도 보종 백도빈

'화랑세기'에 나오는 미실의 막내 아들. 드라마에는 강인하게 나오지만 '화랑세기'에는 오히려 상당히 나약한 성격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보종의 성격과 유신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설명했기 때문에 여기선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화랑 풍월주의 계보상 유신이 보종에게 풍월주의 자리를 물려주는 관계입니다.

백도빈은 잘 알려진대로 백윤식 주니어입니다. 얼마 전 정시아의 남편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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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익도 석품 홍경인

역사에는 진평왕 말년 선덕여왕의 왕위 계승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킨 귀족들의 이름으로 칠숙과 석품이라는 등장합니다. 알고 보니 드라마 '선덕여왕'의 구상에서는 칠숙(안길강)과 석품이 형제간으로 설정되어 있더군요. 터미네이터 칠숙이 혹시 살아 돌아오면 강력한 형제 듀오가 생성될 듯 합니다. 드라마에선 보종의 오른팔처럼 등장합니다.

홍경인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테죠? 제대 후 눈에 띄는 복귀작이 없었는데 여기서 보게 됐습니다. 이 드라마에서의 눈매를 보니 군대에서 후임병들 깨나 갈궜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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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도 덕충 서동원

화랑세기에는 나오지 않는 화랑입니다. 꽃 이름의 문파 이름이 미실의 지지세력임을 드러내는 듯 합니다. 석품-박의와 못된 놈 3총사라는군요.

군 입대 전의 서동원은 '말죽거리 잔혹사',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을 통해 살짝 가벼운 조연으로 두각을 보였습니다. 제대 후에도 활발하게 움직이더니 이런 역을 맡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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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매도 박의 장희웅

역시 화랑세기에는 등장하지 않는 석품의 패거리. 박의라는 이름은 신라시대의 작명으로는 대단히 어울리지 않는 무신경한 이름입니다. 화랑 알천이 소씨의 시조이듯 다른 화랑들도 모두 성이 따로 있는데, 굳이 성을 붙여서 표기한 것이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박박의도 아니고...

장희웅은 '이산'에서 호위무사 '레골석기'로 인기를 끌던 배우입니다. 이번엔 악역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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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선도 임종 강지후

'화랑세기'에 따르면 호국선도라는 이름은 문노를 추종하는 세력의 이름입니다. 세상에서 문노의 낭도들은 호국선, 설원의 낭도들은 운상인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죠.
문노가 행방불명이라 '선덕여왕' 제작진은 임종을 용춘의 측근으로 놓고 그 이름을 호국선도라고 한 듯 합니다.
임종은 앞서 말했듯 실존하는 화랑 출신 중신의 이름입니다. 배역은 '뉴하트'에서 레지던트 역이었던 강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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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지도 알천 이승효

호림(호재) 부분에서 설명했듯 알천은 뒷날 유신, 호림 등과 함께 선덕-진덕여왕 때 국사를 맡았던 여섯 대신 중 한 사람입니다. 특히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용맹무쌍한 인물인데 이 드라마에서도 그런 기백이 잘 살아 있습니다. 물론 삼국유사의 기록은 김유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었죠. '그런 용맹스런 알천도 유신의 위엄 앞에 항상 한 수를 양보했기 때문에 나라가 잘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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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효라는 이름은 정말 낯설었습니다. '대조영'에 이해고(정보석)의 부장으로 나왔다는군요. 충주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이렇다 할 출연작도 그다지. 이준기와 닮았다는 주장에는 그다지 찬성하고 싶지 않군요. 쌍꺼풀이 없다는 것 외에는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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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지도 필탄 이상현

기록에는 없는 인물인가...했지만 삼국유사에 나오는군요. 선덕여왕의 세가지 신묘한 예측 가운데 '한겨울 옥문지에서 개구리가 울자 백제군의 공격을 알았다'는 것이 있습니다. 이때 선덕여왕은 '알천과 필탄을 보내 백제군을 섬멸시켰다'고 되어 있더군요.
드라마의 설정으로는 10화랑 중에서 알천에 이어 두번째로 유신을 인정하는 인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역할은 신인 배우 이상현이 연기합니다. 아무튼 참 스샷도 어렵게 찾았습니다. 다른 화랑들에 비해 좀 나이들어 보이는 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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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상인도 선열 최성조

호국선도 편에서 설명한대로 '운상인도'라는 이름 자체가 설원랑의 추종자들이라는 뜻입니다만, 드라마에서는 또 어떻게 갈지 지켜 볼 일입니다. 이름으로 봐서는 미실계의 주축이어야 합니다만.

배역은 '간고등어 코치'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최성조. 차승원 등 연예인들의 헬스 트레이너로 TV에 자주 등장했었죠. 특기를 고려할 때 아마도 화랑들의 노출 신을 담당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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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시원도 왕윤 김동희

F10 중에서 마이너 그룹의 주자입니다. 솔직히 왕윤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유는 박의 부분에서 얘기한 바와 같습니다. 진성여왕 때의 왕거인으로부터 왕씨가 있었다는 추정을 했는지 모르지만, 10화랑에 들 정도면 중앙 귀족이었을텐데... 이런 이름은 참 어색합니다. 삼국지도 아니고. 아무튼 사진상으로는 맨 왼쪽입니다. 그 옆으로 선열(최성조), 임종(강지후)가 나란히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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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하기 전부터 명성을 얻은 김동희는 김혜수의 막내 동생입니다. 닮았다고 보기는 힘들 듯 합니다만... 잘 생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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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비도 대남보 류상욱

사진 왼쪽 인물입니다. 드라마에선 아직 부각될 일이 없지만 대남보는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이름입니다. 13세 풍월주 용춘공의 시절에 기록이 있죠.

대남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용감하고 일을 잘 처리하였으며 급인지풍(急人之風: 남의 위급함을 구해주는 성격)이 있어 무리들이 모두 우러러보았다. 그런데 골품이 없고 균등의 힘이 없었다.

용춘은 대남보가 딸을 바쳐 출세하기를 거절했다는 소문을 듣고, 낮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으로 발탁해 재능을 키워 줍니다. 이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문노를 찾아가 항의하지만 문노 역시 "현재 풍월주의 말을 따르는 것이 옳다"며 용춘의 판단을 지지합니다.

이런 배경을 그대로 가져 온 거라면 대남보는 당연히 유신에게 우호적인 용춘의 지지 세력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냥 이름만 가져온 거라면... 장래는 알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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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욱은 '신데렐라 맨' 등에 출연한 예비 스타 꽃미남입니다. 가끔 주상욱과 헷갈리시는 분이 있지만 다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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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에 나오는 그림입니다만, 어쨌든 10화랑에는 보종이 들어가야 하고 호재가 빠져야 하니 이 그림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면 풍월주 호재는 중립이라고 치고 보종과 석품, 덕충, 박의는 미실계로 보입니다. 선열 역시 이름으로 보아 미실계일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문노의 후예이며 용춘계인 임종, 유신에게 기우는 알천과 필탄, 그리고 이름은 당연히 용춘계인 대남보까지가 대적 세력이 되겠군요. 왕윤은 이름으로 보아선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당분간 '선덕여왕'은 미실-천명의 수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유신이 10화랑을 어떻게 하나 하나 자기 편으로 만드는가의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걸로 10회 이상은 버텨야 할테니 좀 지루해질 가능성도 있겠군요. 그걸 막기 위해 사극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주인공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이 또 시작될 전망인데, 이게 얼마나 재미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난주의 예고 생략으로 보아 제작진은 촬영분 축적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합니다만, 시청률이 30% 장벽에서 맴도는 것은 추진력 부족을 상징합니다.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들 느끼고 있겠지만 그럴 여력이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마음에 드셨으면 추천이라도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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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내린 비가 이미 부산 앞바다를 장악한 비키니 열풍을 잠잠하게 한 주말, MBC TV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하 그냥 '친구')' 1회와 2회가 방송됐습니다.

과연 800만 관객을 동원한데다 글자 그대로 전설이 되어 버린 영화를 어떻게 드라마로 다시 만들까, 굳이 드라마로 다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1회에서 현빈과 장동건의 연기 논란이 뜨겁게 일기도 했지만, 결국 1회와 2회의 의미는 '이 드라마를 왜 만들었는가'에 대한 곽경택 감독의 대답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1회에선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니가 가라, 하와이" 시퀀스가 방송됐습니다. 이미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드라마의 결론, 뭐 감출 필요가 있겠느냐는 계산이었겠죠. 배우는 달랐지만 전복되는 얼음 트럭까지 영화 그대로 재현된 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1회와 2회에 걸쳐 과연 동수의 죽음과 준석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한 첫 단서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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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를 보고 난 사람들 중 절대 다수는 당연히 동수(장동건)의 죽음은 준석(유오성)이 지시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두 조직간의 갈등이 갈 데까지 가 있었고, 수습하기 위해선 동수와 준석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할 상황이었죠. 그리고 준석이 동수의 아지트를 떠나기 전 던진 담배가 '타협의 여지는 없다. 동수를 제거하라'는 명령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거기에 반박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동수의 죽음과 준석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것이죠.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준석의 모습과 '건달은 쪽팔리면 안되잖아'라는 대사를 증거로 댑니다. 즉 준석은 동수 살해와 무관하지만 조직의 논리에 의해서, 혹은 죽은 동수의 체면을 위해서 자신이 배후라고 자백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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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들으면 해석 과잉이란 생각도 들지만, 또 한 편으로는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조직과 조직간에 이런 사태가 생기면 동수는 양쪽 조직 모두로부터 제거 대상 1호가 됩니다. 동수와 준석은 모두 조직의 보스는 아니고, 더 상위에 있는 보스의 지휘를 받는 입장입니다. 양쪽의 최고 보스들이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사태를 수습하려면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동수를 제거하는 것으로 '성의 표시'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준석이 상관이 없다면 동수의 죽음은 (1) 준석의 조직 상부로부터 준석을 건너 뛰고 내려진 암살 지시 (2) 동수의 조직 상부로부터 내려진 제거 명령 등 둘 중 하나로부터 나온 결과라는 얘기가 됩니다. 특히 영화에서는 동수의 심복이었던 은기(정호빈)이 동수 살해의 순간 뒤에서 동수의 팔을 잡고 암살에 협조하는 장면이 보이기 때문에 (2)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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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드라마. 2회에서 준석(김민준)은 진숙(왕지혜)에게 "동수는 내가 죽인 거나 다름 없다"며 괴로워합니다. 진숙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며 위로하죠. 그리고 1회에서는 동수의 보스(이재용=영화와 같은 역입니다)가 "그놈들(동수와 준석)이 우정 생각을 할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놓은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곽경택 감독은 영화를 만든지 8년만에 드라마 '친구'를 통해 동수는 조직의 논리에 따라 같은 편에 의해 제거된 것이라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 셈입니다.

이런 해석이 마음에 드는 분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처음 생각했던 대로 '친구끼리도 죽고 죽이는 이야기'라는 쪽이 보다 현실에 맞는 얘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자칫하면 지금의 드라마 이야기는 '좋은 건달과 나쁜 건달이 있다'는 허황된 이야기로 흐를 가능성이 보입니다.

아무튼 영화 '친구'는 누가 뭐래도 진하디 진한 건달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과연 방송용 소재로 적합한가에 대한 고민은 좀 더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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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모자이크로 떡칠을 하면서까지 굳이 방송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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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에는 그리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현빈은 영화보다 훨씬 더 비중이 커진 동수 역할을 소화하는 데 있어 할만큼 했다는 느낌입니다. 문제의 '니가 가라 하와이' 신에서는 현빈이 문제가 아니라 김민준의 연기가 눈에 걸렸습니다.

수세에 몰렸지만 자존심을 잃지 않고 친구에게 도피를 권유하던 영화판의 준석 유오성에 비해 드라마 친구의 준석 김민준은 누가 봐도 겁에 잔뜩 질려서 제발 하와이로 도피해달라고 비는 얼굴이더군요. 이런 준석은 영화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유오성이 너무 명연을 펼친 터라 김민준으로서는 좀 역부족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드라마 '친구', 다음 주부터는 진숙을 둘러싼 세 친구의 첫사랑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듯 합니다. 아무래도 폭력성 시비를 줄이려면 액션은 최소화하고 개인사를 파고 드는 수밖에 없겠죠. 영화만 봐서도, 동수 역시 진숙을 좋아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부분이 보다 적극적으로 묘사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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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똑같았나 했더니 옷 색깔과 머리칼 방향이 바뀌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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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서 성인 연기자들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10화랑을 비롯해 청소년 역으로 나오던 배우들이 모두 어른으로 바뀌었지만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김유신(엄태웅)과 천명(박예진), 덕만(이요원)의 세 등장인물입니다. 이 셋은 앞으로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아무튼 오묘한 감정의 흐름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덕만공주와 김유신은 꽤나 진척된 연인 관계가 될 것 같기는 하나, 어쨌든 드라마가 역사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맺어지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초등학생이라도 '삼국 통일의 명장 김유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김유신의 여자관계도 제법 잘 알려진 편입니다. 각종 자료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김유신의 일생에는 최소한 서너 명의 여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드라마에서는 선덕여왕과의 로맨스(?) 때문에 기존의 여자관계는 모두 묻힐 듯 합니다.

그 사이에 묻힌 다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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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바로 '김유신의 첫사랑'으로 묘사되는 천관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절대 나오지 않지만, 훨씬 후대의 문헌인 '파한집' 등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유명한 이야기였던 듯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백년이 지나서까지 이렇게 인구에 회자될 리가 없지요.

내용은 잘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김유신은 기녀 천관에게 정을 두고 향락에 빠지지만, 어머니 만명부인의 엄한 꾸짖음에 정신을 차리고 천관에게 가던 발을 끊기로 맹세합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유신을 태우고 가던 말은 늘 가던 길대로 천관의 집 앞으로 갔고, 늘 하던대로 천관은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제서야 술이 확 깬 유신이 그 자리에서 말의 목을 쳐서 결심을 확인하고, 그 다음부터 향락을 멀리해 뒷날 통일의 영웅이 되었다는 참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은 것은 그 교육적인 가치 때문일 겁니다. 당시에 비해 훨씬 보수적인 후대의 유학자들에게도 구미에 맞는 얘기였겠죠. 사실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면 성공을 향해선 사랑 따위는 가볍게 버릴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주의자의 이야기로 비쳐지기도 합니다만..^^

가장 최근에 천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SBS TV '연개소문'입니다. 김유신 역으로는 이종수, 천관 역으로는 박시연이 나왔죠. 이 드라마에도 미실이 나오긴 합니다. 천관의 양어머니 역이고 서갑숙이 연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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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천관녀 얘기도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이 드라마에 천관녀까지 나왔다가는 영웅 김유신이 어째 너무 난잡한 남자로 보일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게다가 덕만과의 애틋한 관계까지 해칠 우려가 있죠. 여기서 천관녀는 아쉽지만 삭제될 듯 합니다.


'화랑세기'에 나오는 유신의 여인은 하종의 딸 영모입니다. '선덕여왕'을 보시는 분들을 잘 아시겠지만 하종이 미실의 아들이니 유신은 미실의 손녀사위가 되는 셈입니다. 이런 혼맥을 봐도 미실이 유신을 멀리 할 생각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죠. 나중엔 영모의 동생 유모도 첩이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미실로서도 가야계의 핵심이자 떠오르는 무장인 유신을 자신의 품에 안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고, 하종과 보종이 모두 유신과 지극히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은 이미 지난 포스팅에서 얘기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특히나 보종은 유신을 두려워 할 정도로 존경했다는 이야기가 '화랑세기'에 나옵니다. - 물론 '화랑세기'의 기록을 신뢰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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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화랑세기 식으로 하자면 이 분이 바로 유신랑의 장인 되실 분.


세번째. 진짜 사서에 나오는 김유신의 부인은 지소부인입니다. 오래 전 교과서에도 나오던 유치진의 '원술랑'에 원술의 어머니로 나오는 바로 그 분입니다.

그런데 이 지소부인과 유신은 사실 나이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야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이 지소 부인은 김유신의 조카이기 때문입니다.

김유신과 김춘추 사이의 유명한 일화로 '누이 동생 태워죽이기 쇼'가 있죠. 김춘추가 유신의 동생 문희와 정을 나누고도 혼례를 올리려 하지 않자 김춘추가 선덕여왕을 모시고 산에 오른 날 유신이 '불륜을 저지른 문희를 태워 죽인다'며 집에 장작을 쌓아놓고 연기를 피워 올려 혼인을 성사시킨 이야기 말입니다.

사연을 안 여왕이 혼인 허락을 하고, 김춘추가 즉시 집으로 달려와 장작에 불을 끄고 문희를 품에 안았다는 해피엔딩입니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김춘추가 바람둥이라서 책임지기를 거부했다기 보다는, 두 사람 모두 나라의 중신이라 해도 왕가의 직계인 김춘추와 가야에서 넘어 온 가문의 후손인 김유신 사이에는 함부로 혼인할 수 없는 신분의 벽 같은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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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천관녀 이야기와 연결시켜 볼 때 이 이야기 역시 왠지 아름다운 이야기라기보다는 장차 왕이 될 귀인과 인척 만들기에 골몰한 성공지상주의자의 일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참 지모가 뛰어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김춘추와 왕비가 된 문희는 잘 사는데, 뒷날 김춘추는 손위처남인 김유신에게 문희가 낳은 딸 중 지소 공주를 내려주어 혼인을 시킵니다. (...난감하죠.) 뭐 당시 신라의 분위기로 보아 이 정도가 큰일 날 근친혼은 아닌 듯 하고, 오히려 공주와 결혼하는 것은 가문의 영광일 듯도 합니다.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유신의 아버지 서현은 만명공주와 몰래 사통을 해서 멀리 도망친 끝에 유신을 낳습니다. 이걸 봐도 김유신의 가문이 함부로 왕가와 혼인할 수 있는 레벨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죠. 그러니 만년에 진짜 공주와 결혼하는 영광을 안게 된 김유신은 - 비록 조카라고 해도 - 이를 절대 거부하지 않았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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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과 장군의 로맨스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이야기를 보면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선덕여왕의 이미지는 상당 부분 엘리자베스 1세의 이미지에 덧씌워진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만, 뭐 상상으로는 나쁠 것이 없겠죠.

사실 기록에 나타난 김유신의 모습으로 보아 만약 여왕의 남편이 될 기회가 있었다면 그를 거부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도록 해야겠죠.

어쨌든 위 사진에서 보듯 여왕마마와 유신랑의 로맨스는 저렇게 가학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어째 이쪽 방향으로 자꾸 상상을 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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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자나 10화랑이 모두 등장을 하는데 다들 한 미모 하는군요. 아마도 F4에 대응하기 위한 신라시대 F10의 등장이 아닐까 싶은데(미모로 따지자면 엄포스 장군은 아무래도 좀 뒤로...), 나중에는 이쪽으로 정리를 좀 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름부터 '화랑'이니 F10이라고 해도 이쪽이 더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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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2009 외인구단'이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있습니다. 40대 정도의 시청자 중에는 원작 만화는 거의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외우다시피 하는 분들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만, 드라마 시청률은 지리멸렬을 면치 못했습니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경제 위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가벼운 이야기 쪽에 눈과 귀를 기울이게 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가 21세기의 풍조와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무엇보다 원작을 뜯어 다시 드라마를 만든 솜씨가 어쩐지 허술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가장 안됐다 싶은 사람은 주인공 까치 역을 맡은 윤태영입니다. 윤태영이 까치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뭔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은 분도 아마 별로 없었을 겁니다. 그동안 윤태영이라는 배우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까치 오혜성이라는 주인공에서 겹쳐지는 부분은 별로 없는게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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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첫번째 이유는 윤태영이든 누구든, 까치 오혜성 역할을 한다고 나섰을 때 어떤 한 사람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바로 1986년의 최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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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야인시대'의 마루오카나 지금 방송중인 '천추태후'의 강조를 통해 최재성을 알 젊은 시청자들에겐 황당무계한 얘기겠지만 당시의 최재성은 지금의 조인성이나 송승헌이 부럽지 않은 초절정 꽃미남 스타였습니다. 거기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반항아 특유의 눈빛은 여성 관객들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죠.

그 시절을 못 본 분들을 위해 퍼왔습니다. 왕년의 '외인구단' 주제가로 한창 유행했던 정수라의 '난 너에게' 뮤직비디오입니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 '.



그렇기 때문에 윤태영에게 가해지는 평가에는 좀 부당한 요소들이 많이 개입해 있다는 게 사실입니다. 워낙 원작과 영화판의 최재성이 동일시되는 까닭에, 다른 사람을 그 이미지에 덧씌우기가 쉽지 않은 거죠.

사실 윤태영의 노력은 이미 촬영 전, 1년 전부터 시작된 야구 트레이닝에서부터 잘 알려졌습니다. 이 작품이 준비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부터 윤태영은 몸 만들기를 했고,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긴, '아르바이트로 연기하는거죠?'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던 그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전-현직 야구인들의 도움으로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 결과 직구 최고 시속이 120km를 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일반인이 130km의 공을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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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되는 '외인구단'을 보고 있으면 그 고생이 절로 느껴집니다. 방송이 시작된 뒤로 장염에다 크고 작은 부상까지 겹쳐서 발병해서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죠. 가뜩이나 까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살을 뺀 뒤라 더욱 수척하게 보입니다. 나이들어보인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으면 참...

물론 윤태영에게도 장점이 있습니다. 영화판의 최재성에 비해 훨씬 진짜 선수같다는 것이죠. 실제 윤태영의 체격은 야구선수로 직접 나선다 해도 그리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탄탄합니다.

연기력 부분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1980년대 중반의 최재성은 '얼굴로 사는 배우'였죠. '외인구단'에서는 워낙 적절한 이미지 때문에 그냥 넘어갔지만 연기력은 사실 크게 기대할 게 없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윤태영의 연기가 훨씬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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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뭐니뭐니해도 2009 외인구단이 영화판에 비해 갖는 강점이라는 것은 CG의 힘입니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4, 5, 6이 어찌해도 극복할 수 없는 것이 1, 2, 3과의 CG 차이죠.
영화판을 만들던 시절의 제작진은 투수가 던진 공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투명한 아크릴 판 위에 야구공을 올려 놓은 다음 회전하는 모습을 찍어 보자는 식이었죠. 당연히 써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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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판 외인구단은 철저하게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특수효과(?)라면 검도 사범 출신의 나한일을 외팔이 최관 역으로 기용한 것이죠. 검도인답게 나한일은 한팔로 배트를 잡고(자세히 보면 짧습니다) 공을 쳐내는 연기를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2009년 드라마에서는 이 역할을 야구선수 출신 이정준이 맡았다더군요.

영화판을 통해선 나한일 외에도 하국상 역의 권용운, 조상구 역의 조상구(아예 이 배역때문에 이름을 바꿨습니다) 등이 데뷔했죠. 이 조상구씨는 외화 번역가로 이름을 떨치기 전에 다른 한 편의 이현세 원작 영화에서 오혜성 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지옥의 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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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과 드라마 '외인구단'의 공통점이라면 최대한 유명 연기자의 캐스팅을 피하고, 무명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인생 역전을 노린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실제 생활에서도 외인구단'이라는 것이죠.

드라마 '외인구단'의 실패와 극장판 '외인구단'의 성공 사이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원작에 대한 태도입니다. 영화판은 물론 20여년 전의 작품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최대한 살리고, 새로운 에피소드의 추가를 기피했습니다. 가능하면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한 점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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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라마는 가능한 한 많이 뜯어고치겠다고 작정한 듯한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까치와 마동탁이라는 주축 캐릭터는 물론이고 이해할 수 없이 커진 현지의 비중, 지지부진한 진행 등은 원작에 대한 경외심의 부족과 함께 대체 원작이 왜 성공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과일 뿐입니다.

드라마 '외인구단'은 오우삼의 '적벽대전' 상-하편과 함께 전설적인 원작을 무시하고 사소한 잔재주에 의존한 결과가 어떤 재난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로 남을 듯 합니다. 윤태영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땀방울은 대체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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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 나오라는 문노는 3회 연속 낚시질만 한 끝에, 마침내 소년 김유신이 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미 지난주 6회에서 얼굴은 잠깐 등장했지만 이번 주에는 천명공주(신세경)를 구해내는 역할을 맡았더군요. 어린 김유신 역으로는 최근 방송된 '돌아온 일지매'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이현우군이 등장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서현과 유신 부자가 미실과 좀 적대적인 관계인 양 그려지고 있습니다만, 물론 기록과는 좀 다릅니다. 아무튼 소년 김유신이 천명공주를 포로로 잡아 놓은 상황에서 코믹한 장면이 연출되더군요. 당장 자신을 태수 김서현(김유신의 아버지) 앞으로 데려가라는 천명공주에게 소년 김유신은 "수련이 끝나면 안 그래도 데려갈 것"이라고 또박또박 말합니다. 그리고는 짚 인형을 목검으로 내려치는 수련을 시작하죠. 갯수를 셉니다. "하나" "둘"

이렇게 세기 시작한 숫자가 점점 늘어납니다. "천 하나" "천 둘", 천번이 넘어도 안 끝납니다. 그리고는 "구천구백구십육"... 굉장합니다. 1초에 한번씩 쳐도 만번이면 세시간을 꼬박 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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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면 끝나겠지 싶었던 내려치기가 10,000개 가까워지면서 천명공주의 얼굴에는 피로와 짜증이 역력합니다. 그런데 만개를 채우나 싶었는데 여기서 소년 김유신은 다시 "하나, 둘, 셋"을 세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천명공주가 버럭 화를 내죠. 왜 만개를 채우려다 말고 다시 시작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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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답이 이걸 줄 알았습니다.

"세다가 까먹어서."

혹시 저 말고도 이걸 연상하신 분이 있지 않나요? 이건 바로 백만돌이 에너자이저의 모습입니다.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세다가 갯수를 잊어버린 에너자이저, "에이, 처음부터 다시 하지 뭐" 하고 열심히 팔굽혀펴기에 들어갑니다.


물론 소년 김유신이 만개를 채우지 않고 다시 시작한 것은 마지막 순간 정신 집중이 풀어진 자신을 경계하는 의미였다고 설명하지만 아무튼 그 대목의 소년 김유신이 에너자이저를 연상시켜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딱 그 푸시업 광고는 구할 수가 없고... 비슷한 느낌이 나는 추억의 광고를 찾았습니다.



아무튼 지난번에는 터미네이터가 등장하더니 이번엔 에너자이저까지... 참 '선덕여왕' 작가들의 유머감각이 끝이 없군요.^

지난번의 터미네이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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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 무력, 아버지 서현 등 김유신의 직계 조상들은 가야 출신으로서 신라와의 융합에 가장 앞장 선 사람들입니다. 김유신의 증조부는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해왕(구충왕)이고, 이들은 신라에 항복해 신라 조정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구해왕의 아들 무력은 장군으로 여러 차례 군사를 이끌고 공을 세웁니다. 그 결과 이들 가문은 신라를 대표하는 무장 가문이 되죠.

화랑세기에는 서현이 지금 드라마의 무대가 된 만노(충북 진천)으로 가게 된 계기가 자세히 나옵니다.

15세 풍월주 유신공은 서현 각간의 아들이다. 어머니는 만명부인인데 곧 만호태후의 사녀(남편 이외의 관계로 낳은 딸)이다. 아버지는 숙흘종인데 또한 입종 갈문왕의 아들이다. 처음 만명과 서현이 야합하여 임신했는데 태후는 서현이 대원신통류이기 때문에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만노로 도망하여 무릇 스무달 만에 (유신공을) 낳았는데 꿈의 상서로움이 많았다. 진평왕은 사매(만명부인)가 괴로움을 받자 서현공을 만노(태수)에 봉하였다.

공은 자라자 태양과 같은 위용이 있었다. 태후가 보고 싶어하여 돌아올 것을 허락하여 보고는 기뻐하며 "참으로 나의 손자다" 하였다. 이로써 가야파가 마침내 받들었다. 호림공의 부제 보종공은 미실궁주의 막내 아들인데 아버지는 설원이었다. 유신공이 중망이 있다 하여 그 자리를 양보하였다. 이는 대개 (미실)궁주가 (만호)태후를 위로하기 위해 명한 것이다. 공의 나이가 15세였는데 커다란 도량을 가지고 있어 낭도들을 능히 다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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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호태후는 진평왕의 어머니이므로 만명부인은 진평왕의 여동생 뻘이 됩니다. 그래서 서현은 매제, 유신은 조카가 되는 셈이죠. 지금까지의 '선덕여왕'을 봐선 서현과 유신이 뭔가 미실의 반대세력이 될 듯한 기미를 보이지만 이는 화랑세기의 기록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일단 만호태후와 미실이 적대관계가 아니었고, 유신의 할머지, 즉 서현의 어머니인 아양공주가 미실의 직계 상사라고 할 수 있는 사도태후의 딸입니다.

이 드라마에는 사도태후나 만호태후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미실이 감히 넘보지 못할 절대적인 지위에 있던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당대의 권력을 손에 쥔 미실을 그리면서 미실이 고개를 숙이고 섬기는 '윗분'들이 나오면 곤란하겠죠.

게다가 서현 또한 미실 쪽의 추천으로 처음 출세를 합니다. 12세 풍월주 보리공 때의 기록.

(12세 풍월주 보리공은) 건복 8년(591년) 정월 (미실의 아들인) 하종으로부터 풍월주의 자리를 물려받아 서현랑을 부제로 삼았다. 서현랑은 아양공주의 아들인데 영특하고 통달한 기운이 있어 태상태후(사도-아양공주의 어머니)가 사랑하였다. 이에 하종공에게 명하여 전방화랑을 삼았고, 건복 2년에 (보리)공과 더불어 우방화랑이 되었다. 건복5년 하종공이 풍월주가 되자 (보리)공을 부제로 삼고 서현랑을 우방대화랑으로 삼아 공에게 속하도록 하였다. 이에 이르러 공이 서현랑을 부제로 삼고, 용춘랑을 우방대화랑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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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보면 미실-하종과 서현-유신의 나이가 너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미실과 서현이 비슷한 또래로 보일 지경이지만 사실은 서현은 미실의 아들인 하종이 자신의 휘하에 두었던 화랑인 만큼, 아들보다도 어린 세대인 것입니다. 유신은 손자뻘이란 얘기가 되겠죠. 아무튼 드라마와는 이렇게 해서 다른 길로 빠집니다.

게다가 미실의 아들인 보종은 유신을 믿고 따르는 사이로 기술되어 있는데,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유신은 자신의 다음 풍월주로 보종을 천거해 앉힙니다.

...(보종공은) 유신공을 엄한 아버지와 같이 두려워하였다. 유신공이 웃으며 "형이 어찌 아우를 두려워합니까"하고 묻자 "유신공은 바로 천상의 일월이고 나는 곧 인간의 작은 티끌입니다. 감히 두려워하고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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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계속 등장하는 서라벌 10화랑은 그냥 작가의 창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10화랑과 비슷한 것이 '화랑세기'에 나오기는 합니다. 바로 칠성우(七星友)라는 것입니다. 14세 풍월주 호림공에 대한 기록에 이 말이 나옵니다.

알천, 임종, 술종, 염장, 유신, 보종, 호림이 칠성우를 이루어 남산에서 만나 놀았다. 통일의 기초가 공 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성대하고 지극하도다.

이들 일곱명 중 보종을 뺀 여섯명은 나중에 모두 재상이 되어 함께 국사를 논하던 사이라는 기록이 '삼국유사'에도 있습니다. 여섯 사람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산에서 호랑이가 뛰어 나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는데, 알천은 태연히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아 용맹을 뽐냈다. 그러나 그런 알천도 유신의 위엄 앞에서는 항상 양보했다... 이런 내용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죄송. 지금 책을 갖고 있지 않아서 결국 틀렸군요. 알천공으로 수정합니다.)

임종과 보종이 이미 10화랑의 일원으로 나오고 있으니 이 칠성우에 몇명을 더 추가해서 만든 것이 10화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 또 10화랑의 하나로 나오는 석품은 진평왕 말년 선덕여왕이 후계자가 되는 데 반대해 난을 일으킨 인물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 파트너의 이름이 칠숙이라는 것은 이미 지난번 포스팅에 소개한 적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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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무튼 좀 막 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드라마 '선덕여왕'은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천명공주 역의 신세경은 한국 아역사에 남는 새로운 기록을 남기겠더군요. 무슨 기록일까요? (정답은 내일 공개)


 

지금까지 선덕여왕에 대해 썼던 글들입니다.

 


드라마의 전체 개관. 첫번째 글
 


미실과 사다함의 옛 사연, 그리고 미실은 왜 사랑을 잊었나..
 


쉬어가는 글 - 칠숙의 정체에 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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