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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서 성인 연기자들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10화랑을 비롯해 청소년 역으로 나오던 배우들이 모두 어른으로 바뀌었지만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김유신(엄태웅)과 천명(박예진), 덕만(이요원)의 세 등장인물입니다. 이 셋은 앞으로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아무튼 오묘한 감정의 흐름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덕만공주와 김유신은 꽤나 진척된 연인 관계가 될 것 같기는 하나, 어쨌든 드라마가 역사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맺어지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초등학생이라도 '삼국 통일의 명장 김유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김유신의 여자관계도 제법 잘 알려진 편입니다. 각종 자료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김유신의 일생에는 최소한 서너 명의 여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드라마에서는 선덕여왕과의 로맨스(?) 때문에 기존의 여자관계는 모두 묻힐 듯 합니다.

그 사이에 묻힌 다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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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바로 '김유신의 첫사랑'으로 묘사되는 천관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절대 나오지 않지만, 훨씬 후대의 문헌인 '파한집' 등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유명한 이야기였던 듯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백년이 지나서까지 이렇게 인구에 회자될 리가 없지요.

내용은 잘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김유신은 기녀 천관에게 정을 두고 향락에 빠지지만, 어머니 만명부인의 엄한 꾸짖음에 정신을 차리고 천관에게 가던 발을 끊기로 맹세합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유신을 태우고 가던 말은 늘 가던 길대로 천관의 집 앞으로 갔고, 늘 하던대로 천관은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제서야 술이 확 깬 유신이 그 자리에서 말의 목을 쳐서 결심을 확인하고, 그 다음부터 향락을 멀리해 뒷날 통일의 영웅이 되었다는 참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은 것은 그 교육적인 가치 때문일 겁니다. 당시에 비해 훨씬 보수적인 후대의 유학자들에게도 구미에 맞는 얘기였겠죠. 사실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면 성공을 향해선 사랑 따위는 가볍게 버릴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주의자의 이야기로 비쳐지기도 합니다만..^^

가장 최근에 천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SBS TV '연개소문'입니다. 김유신 역으로는 이종수, 천관 역으로는 박시연이 나왔죠. 이 드라마에도 미실이 나오긴 합니다. 천관의 양어머니 역이고 서갑숙이 연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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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천관녀 얘기도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이 드라마에 천관녀까지 나왔다가는 영웅 김유신이 어째 너무 난잡한 남자로 보일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게다가 덕만과의 애틋한 관계까지 해칠 우려가 있죠. 여기서 천관녀는 아쉽지만 삭제될 듯 합니다.


'화랑세기'에 나오는 유신의 여인은 하종의 딸 영모입니다. '선덕여왕'을 보시는 분들을 잘 아시겠지만 하종이 미실의 아들이니 유신은 미실의 손녀사위가 되는 셈입니다. 이런 혼맥을 봐도 미실이 유신을 멀리 할 생각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죠. 나중엔 영모의 동생 유모도 첩이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미실로서도 가야계의 핵심이자 떠오르는 무장인 유신을 자신의 품에 안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고, 하종과 보종이 모두 유신과 지극히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은 이미 지난 포스팅에서 얘기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특히나 보종은 유신을 두려워 할 정도로 존경했다는 이야기가 '화랑세기'에 나옵니다. - 물론 '화랑세기'의 기록을 신뢰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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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화랑세기 식으로 하자면 이 분이 바로 유신랑의 장인 되실 분.


세번째. 진짜 사서에 나오는 김유신의 부인은 지소부인입니다. 오래 전 교과서에도 나오던 유치진의 '원술랑'에 원술의 어머니로 나오는 바로 그 분입니다.

그런데 이 지소부인과 유신은 사실 나이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야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이 지소 부인은 김유신의 조카이기 때문입니다.

김유신과 김춘추 사이의 유명한 일화로 '누이 동생 태워죽이기 쇼'가 있죠. 김춘추가 유신의 동생 문희와 정을 나누고도 혼례를 올리려 하지 않자 김춘추가 선덕여왕을 모시고 산에 오른 날 유신이 '불륜을 저지른 문희를 태워 죽인다'며 집에 장작을 쌓아놓고 연기를 피워 올려 혼인을 성사시킨 이야기 말입니다.

사연을 안 여왕이 혼인 허락을 하고, 김춘추가 즉시 집으로 달려와 장작에 불을 끄고 문희를 품에 안았다는 해피엔딩입니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김춘추가 바람둥이라서 책임지기를 거부했다기 보다는, 두 사람 모두 나라의 중신이라 해도 왕가의 직계인 김춘추와 가야에서 넘어 온 가문의 후손인 김유신 사이에는 함부로 혼인할 수 없는 신분의 벽 같은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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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천관녀 이야기와 연결시켜 볼 때 이 이야기 역시 왠지 아름다운 이야기라기보다는 장차 왕이 될 귀인과 인척 만들기에 골몰한 성공지상주의자의 일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참 지모가 뛰어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김춘추와 왕비가 된 문희는 잘 사는데, 뒷날 김춘추는 손위처남인 김유신에게 문희가 낳은 딸 중 지소 공주를 내려주어 혼인을 시킵니다. (...난감하죠.) 뭐 당시 신라의 분위기로 보아 이 정도가 큰일 날 근친혼은 아닌 듯 하고, 오히려 공주와 결혼하는 것은 가문의 영광일 듯도 합니다.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유신의 아버지 서현은 만명공주와 몰래 사통을 해서 멀리 도망친 끝에 유신을 낳습니다. 이걸 봐도 김유신의 가문이 함부로 왕가와 혼인할 수 있는 레벨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죠. 그러니 만년에 진짜 공주와 결혼하는 영광을 안게 된 김유신은 - 비록 조카라고 해도 - 이를 절대 거부하지 않았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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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과 장군의 로맨스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이야기를 보면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선덕여왕의 이미지는 상당 부분 엘리자베스 1세의 이미지에 덧씌워진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만, 뭐 상상으로는 나쁠 것이 없겠죠.

사실 기록에 나타난 김유신의 모습으로 보아 만약 여왕의 남편이 될 기회가 있었다면 그를 거부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도록 해야겠죠.

어쨌든 위 사진에서 보듯 여왕마마와 유신랑의 로맨스는 저렇게 가학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어째 이쪽 방향으로 자꾸 상상을 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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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자나 10화랑이 모두 등장을 하는데 다들 한 미모 하는군요. 아마도 F4에 대응하기 위한 신라시대 F10의 등장이 아닐까 싶은데(미모로 따지자면 엄포스 장군은 아무래도 좀 뒤로...), 나중에는 이쪽으로 정리를 좀 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름부터 '화랑'이니 F10이라고 해도 이쪽이 더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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