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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언급 때문에 몸살을 겪은 MBC TV '트리플' 1회가 방송됐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라게 되더군요. 기대 이상의 품질이었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생각해 봅시다. 대한민국에서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드라마를 만든다 치면, 그 얘기를 처음 들은 사람의 머리 속에는 세 글자가 새겨집니다. '김.연.아.' 그렇습니다. 김연아가 지금처럼 스타가 아니라면 이런 드라마를 만들 일도, 만들 PD도 없었을 겁니다.

이 드라마가 기획된 것은 2008년 초.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지난 겨울 쯤에는 이미 방송됐어야 했겠지만 이윤정 PD의 교통사고 등으로 조금씩 늦어지다 보니 지금까지 밀려온 셈입니다. 주인공 민효린이 스케이팅 연습을 한지는 1년이 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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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자신이 '트리플' 제작진이라면, 당연히 최고의 국민 스타인 김연아에게 뭔가 도움을 얻고 싶었을 겁니다. 크게 기대하면 우정출연이고, 적게 기대하면 김연아의 경기 영상 정도는 쓰고 싶었겠죠. 그런데 김연아 측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냉담합니다. 초상권과 성명권을 앞세워 "절대 드라마 속에서 이름도 언급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흥분한 것은 "세계대회를 앞두고 강훈 중인 김연아에게 드라마를 출연하라는게 말이 되냐"는 대목인데, 김연아는 1년 내내 대회 기간도 아니고, 이 드라마가 한달 사이에 다 찍는 드라마도 아닙니다. 김연아가 '무한도전'에 출연했고, KBS의 특집 쇼에 출연했으면 드라마에 출연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물론 연출진이 이런 저런 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연아 측의 입장이)너무 빡빡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다소 경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어떻게 기사화될 지, 그리고 그 말이 거의 모든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김연아 팬들에게 어떻게 들릴 지는 너무도 자명했기 때문이죠. 아무튼 사정을 되짚어 생각해 볼 때 다소 경솔했을 지는 모르지만, '무개념'이라고 욕을 먹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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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경솔함이 더욱 아쉬운 것은 만들어진 '트리플'이 기대 이상의 탄탄한 만듦새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관계가 약간 복잡합니다. 신활(이정재)과 하루(민효린)는 부모가 재혼하면서 만들어진 남매입니다. 하루의 어머니가 하루를 데리고, 신활의 아버지와 결혼한 거죠. 하지만 교통사고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사망하고, 어찌 어찌 하다가 하루는 시골로 내려가 친아버지(즉 하루 어머니의 전남편)와 살게 됩니다. 본래 전도유망한 피겨 선수였던 하루는 이렇게 해서 스케이팅을 그만두게 되죠.

하지만 고교 진학 후 다시 꿈을 찾으러 나선 하루는 서울로 가서 스케이트를 계속하고 싶다고 아버지를 졸라댑니다. 몇가지 자연스러운 우연과 오해가 겹쳐 하루는 신활이 자기를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고 서울로 이주합니다. 그런데 사실 신활은 전혀 하루를 다시 자기 인생에 받아 들일 생각이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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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설정상 주인공은 민효린이지만 이 드라마를 볼 시청자 층의 대부분이 '커피프린스'의 팬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작 초점은 신활과 함께 사는 조해윤(이선균)과 장현태(윤계상)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들은 직장에서도 AE(신활)-아트디렉터(조해윤)-카피라이터(장현태)로 광고업계 한 팀의 필수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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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렇게 잘생기고 유능한 세 남자가 한 집에 모여서 이렇게 깔끔하고 조용하게 사는 모습은 현실에선 거의 기대하기 힘들지만 아무튼 이 드라마의 소구 대상에게는 매우 끌리는 구도임에 틀림없습니다.

첫회의 스토리만 놓고 보면 뭔가 좀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는데 이정아 작가-이윤정 PD 팀의 손길은 매우 매끄럽습니다. 왜 신활의 의사와 관계 없이 하루가 서울로 올라오게 되는지가 퍽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광고회사의 주변 인물들이나 시골 집의 주변인물들의 캐릭터가 보는 사람들에게 슬쩍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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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놀라운 것은 잘 다듬어진 민효린의 뚱보 연기입니다. 당연히 오버액션인데도 어색하지 않더군요. 목소리를 지적한 평가도 있지만, 오히려 목소리가 캐릭터의 일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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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드라마 첫회가 발굴한 명배우라면 뭐니뭐니해도 하루의 친아버지 역을 맡은 최백호입니다. 중년층에겐 '영일만 친구'로, 그 이후의 태생에겐 '낭만에 대하여'로 잘 알려진 이 가수가 이렇게 연기에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과묵해서 경상도 사투리가 더욱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정이 깊은 아버지 역인데, '혹시 최백호 닮은 배우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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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없지만 피겨계에는 인물이 많더군요. 민효린의 라이벌 선수 역으로 출연한 최선영은 들국화 멤버 최성원의 딸이라고 하는데, 본래 피겨 선수 출신이라는군요.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배우인데 스케이트를 연습한 것인지, 스케이트 선수가 연기를 따로 배운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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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계스케이트계에서 따로 미녀를 찾자면 김연아와 동갑인 신나희가 있죠. 용모만 놓고 보면 주인공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피겨를 하면 예뻐지는 건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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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결론은, 드라마의 수준으로 볼 때 굳이 김연아를 들먹여 안티 바람을 불게 할 필요는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더욱 아쉽습니다. 현재 동시간대 1등인 '시티홀'이 3주 더 방송될 상황. 과연 '시티홀'의 막판 질주에 '트리플'이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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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서 드디어 한동안 사라졌던 문노가 돌아올 조짐입니다. 덕만(뒷날의 선덕여왕)은 문노(文奴)라는 두 글자가 쓰인 서찰을 보고, 신라로 돌아가 문노를 찾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거란 기대를 갖죠. 하지만 신라로 돌아와도 문노는 어디론가 사라져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기록은 문노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화랑세기' 기록과는 전혀 다릅니다. 문노는 신라를 대표하는 화랑 중의 화랑이고, 당대 최고의 검술가라는 것 까지는 일치하지만 미실과 적대관계였다는 등의 묘사는 사실과 상당히 다릅니다.

정호빈이 연기하는 문노가 '화랑세기'에는 어떻게 묘사되어 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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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노에 대한 기록은 4세 이화랑이 어린 사다함을 자신의 후계자(5세 풍월주)로 지목하는 무렵부터 등장합니다. 이때 이미 문노는 검술의 대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다함은 지난 포스팅에서 얘기했던 미실의 첫사랑인 유명한 화랑이며, 이화랑은 세속오계를 남긴 원광법사의 아버지로 화랑 계보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입니다.

사다함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이쪽 참조



- 이 무렵 비조공의 아들 문노 또한 호걸로 격검을 잘했다. 공(이화랑)은 사다함으로 하여금 문노에게 검을 배우게 했다. 문노가 말하기를 "검은 곧 한 사람만을 대적하는 것인데 어찌 고귀한 사람이 알 필요가 있습니까?" 하자 공이 말하기를 "한 사람을 대적하지 않으면 어찌 만인을 대적할 수 있겠는가. 이 아이(사다함)는 호협을 좋아하니 비록 무리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네가 그를 보호하라" 하였다. 문노가 이에 낭도 오백으로 따르니 그 위세가 토함(사다함의 친형) 보다 컸다. -

당연히 5세 사다함의 기록에도 문노 이야기가 나옵니다.

- (사다함은) 나이 12세에 문노를 따랐는데 격검에 능했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좋아했다. 낭도들이 서로 "구리공(사다함의 아버지)의 음덕으로 받은 복이다"라고 했다. -

사다함이 죽고 세종이 풍월주에 올랐을 때 문노는 세종에게 순종합니다. 하지만 설원랑이 세종의 뒤를 이어 풍월주가 되자 문노는 반발합니다.

- (설원랑이 풍월주가 되었을 때) 문노 일파가 세종을 따라 지방에서 전공을 세웠는데, 위를 얻지 못하여 설원랑에게 불복하고 일문을 새로 세웠다. 이때 낭도들이 마침내 나뉘었다. 설원랑의 파는 정통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하고, 문노의 파는 청의가 자기들에게 있다고 하여 다퉜다. 미실이 걱정하여 세종에게 화합을 권고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중략) 이에 왕에게 권해 문노를 국선으로 삼고 비보랑을 부제로 삼았다. 문노의 낭도들은 무를 좋아했고 호탕한 기질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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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중 많은 수가 따르는 문노를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설원랑이 풍월주였음에도 불구하고 문노에게 국선이라는 호칭을 주어 거의 동등한 대우를 해 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기록을 보면 문노의 무리는 무를 좋아해 '호국선', 설원의 무리는 향가를 짓고 도를 닦는 것을 좋아해 '운상인'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또 명문거족 출신은 설원을 따르고, 한미한 집안 출신들은 문노를 따랐다고 되어 있습니다.

결국 미실은 진지왕을 폐위하기에 앞서 문노를 자기 편으로 하기 위해 풍월주와 국선을 없애고 스스로 원화가 되어 화랑의 총 자휘자가 됩니다. 그러면서 문노의 파벌이 자연스레 귀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죠.

- 이로써 문노의 무리는 미천한 사람으로서 고관에 발탁되는 사람이 많았다. 평민 출신의 사람들과 투항하고 귀순한 무리가 (문노를 통해) 출세하는 문으로 삼았기에, 이들은 문노를 신과 같이 받들었다. -

미실의 문노에 대한 호의적인 움직임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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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실은 이에 설원랑이 문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알고, 문노를 선도(仙道)의 스승으로 삼는다는 명령을 내리고 설원랑과 미생 등에게 스승으로 섬기게 했다. 설원랑의 무리 가운데 불평하는 자가 있었으나 설원이 "미실 총주의 명을 거역할 수 없다" 하므로 모두 무릎을 꿇고 섬겼다. 그러자 문노의 무리 역시 설원에게 기꺼이 복종하였다. 미실이 기뻐하며 다음 풍월주의 자리를 문노에게 물려주게 했다.

그러자 문노는 "국선이 이미 풍월주보다 낮은 자리가 아니요, 내가 스승인데 어찌 제자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겠는가" 하니 설원은 "국선은 정통이 아니고, 세종전군도 왕자의 귀한 몸으로 사다함공의 뒤를 이어 풍월주가 된 적이 있으니 하물며 내가 사형(문노)을 받을어 섬긴 것은 미실의 명을 따른 것인데, 이제 미실이 양위를 명하니 감히 거역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문노 또한 "궁주가 이미 명령한 것이니 나 어찌 거역할 수 있겠는가" 하고 차기 풍월주가 되었다. -

이를 통해 미실의 권세가 다양한 안배와 깊은 계책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 나오는 미실은 자기 무리를 이끌고 다른 파를 배척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화랑세기'상의 기록에 나오는 미실은 설사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품고 따르게 할 수 있는 대단한 그릇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자신의 아들 하종 - 드라마에서는 바보로 나오지만 뒷날의 당당한 풍월주입니다 - 을 문노의 제자로 보내 검술을 배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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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미실이 문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화랑의 파벌 싸움은 계속됐을 것이고,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 지 모릅니다. 그리고 문노가 미실을 따른 것은 세종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문노가 처음에는 설원의 스승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설원의 뒤를 이은 풍월주가 되어 후배의 예를 취하게 된 데 대해 문노의 무리 중에도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 문노의 입장입니다.

- (그런 주장에 대해) 문노가 꾸짖어 말하기를, "궁주(미실)는 전군(세종)이 받드는 바이다. 어찌 감히 말이 있을 수 있는가?" 하였다. 이에 문제를 제기한 자는 다시 말하지 못하였다. 대개 문노의 뜻은 미실보다는 세종을 위한 것이었다. 세종이 미실을 지극히 받들고 섬기면서도 오히려 모자람이 있을까 두려워하였다. 그래서 문노는 굽히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미실은 자신의 사촌인 윤궁과 문노를 결혼시키는 등 문노와의 화합에 온 힘을 기울입니다. 윤궁은 본래 동륜태자의 아내였지만 문란했던 동륜태자가 개에게 물려 죽어 과부가 된 뒤 문노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문노는 '화랑세기'에서 정말 드물게 한 아내에게 정성을 다 한 인물입니다. "단 한번도 유화와 물의를 빚은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정말 끝까지 철저한 바른생활 사나이의 모습이죠. 오히려 윤궁이 "공은 환락을 좋아하지 않아 내가 불편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아무튼 윤궁은 미실과 문노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그 자손들도 번창합니다. 두 사람은 3남 3녀를 두는데 그중 막내아들 금강은 뒷날 이찬과 상대등의 자리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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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 보면 문노의 일생은 화랑의 무력에 대한 상징이면서 서민들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휘하에서 통일의 기초가 된 용사들이 다수 배출됐고, 그는 또 권력을 독점하던 귀족들에 맞서 서민 출신들이 출세하는 길을 연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권력의 중심을 떠나지 않았고, 세종과 미실의 권위를 인정하고 따랐습니다. 부귀와 권력, 공명이나 환락에 머물지 않은 진정한 바른생활 사나이이자 화랑의 귀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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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화랑세기'의 기록을 보다 보면 정작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은 덕만공주쪽이 아니라 문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비밀일까요. 그건 다음 시간에 - . (아, 사실은 진평왕의 본명이 준표였다 뭐 이런 건 아닙니다. 연기자 정호빈에 대한 얘기도 내일로 미루겠습니다.)


             15일 방송에선 또 어린 김유신이 나와서 뭔가를 생각나게 하더군요.


 

 

그동안 '선덕여왕'에 대해 썼던 글들입니다.

드라마의 전체 개관. 첫번째 글
 


미실과 사다함의 옛 사연, 그리고 미실은 왜 사랑을 잊었나..
 


쉬어가는 글 - 칠숙의 정체에 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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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 PD를 뽑으라면 여러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모래시계'의 김종학,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장미빛 인생'의 김종창, '첫사랑'의 이응진, '별은 내 가슴에'의 이진석... 하지만 딱 한사람만 꼽으라고 하면 이병훈 감독님을 뽑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연출한 작품이 지나치게 사극에 편중되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같은 사극이라도 그 안에서 엄청난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개척하신 공로가 적지 않습니다. 더구나 '임진왜란', '암행어사', '허준', '서동요', '대장금', '이산' 등 30여년에 걸친 대단한 히트작들을 생각하면 한국 방송 드라마의 산 역사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습니다.

이병훈 감독님이 직접 쓰신 '꿈의 왕국을 세워라'라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지난 40년간 드라마를 만들어 오신(스스로 "아마 대한민국에서 드라마 연출을 가장 많이 해 본 PD가 나일 것"이라고 말하시곤 합니다) 이 분의 내공이 담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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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일반인들의 시각으로 볼 때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이국장님(다들 이 분을 이렇게 부릅니다)과 함께 일한 톱스타들에 대한 이야기죠. 그 중에서도 관심 가는 내용은 이 분이 작품을 연출할 때마다 가장 먼저 주인공으로 떠올린 것이 송윤아라는 것입니다. 내용을 보시면 이국장님의 송윤아에 대한 구애가 얼마나 절절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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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허준'의 예진 아씨 역입니다. 송윤아의 고운 선을 좋아했던 이국장님은 송윤아에게 제일 먼저 이 역을 제의했지만 퇴짜를 맞았습니다. 누구나 아시다시피 이 역은 황수정에게 돌아갔죠.

이어 '상도'의 다녕 역(김현주가 맡았습니다)을 제의했다가 역시 퇴짜. '대장금'의 장금이 역도 역시 퇴짜... 마지막으로 '서동요'의 선화공주 역(이보영이 맡았죠) 까지 제의하려다가 "자존심도 없느냐"는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영애 이야기는 지난해 이국장님이 한 강연에서 얘기해 화제가 됐지만 황수정 얘기는 처음입니다. 물론 송윤아가 지금까지 연기자로서 걸어 온 길도 훌륭했지만, '허준'이 끝난 직후의 황수정이나 '대장금'의 이영애를 생각한다면 예진아씨나 장금이 역을 거절하고서 후회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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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코믹한 것은 황수정과 이영애가 모두 7순위로 선택된 연기자들이라는 것이죠. 예진아씨는 송윤아를 시작으로 김지수 오연수 등에게 줄줄이 퇴짜를 맞았고, 대장금은 역시 송윤아 이후 김하늘 장진영 명세빈 등에게 연거푸 고배를 마신 끝에 이영애에게 돌아갔습니다. 참 흔한 말이지만, 역시 모든 배역에는 주인이 있는 듯 합니다.

그럼 왜 이영애에게는 처음부터 이 역할이 가지 않았을까요?

'허준' 때 이미 정상급 여자 연기자를 사극에 캐스팅하기 힘들다는 것을 안 이국장님은 아예 "이영애 정도의 톱스타는 언감생심"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한 기자가 "왜 이영애에게는 제의하지 않느냐"고 말한 데서 용기를 얻어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죠. 그 공로로 이 기자는 국장님의 저서에 이름을 올려 놓는 영광을 누립니다. (아, 저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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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은 '드라마 연출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반가운 책일 수 있습니다. 겉에서 보는 드라마 세계와 속에 들어가 보면 어떻게 다른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40년 경력 연출자의 통찰이 담긴 한마디 한마디가 참 무릎을 치게 합니다. 저도 나름 곁눈질로 그 세계를 꽤 엿봤다고 생각했는데도 '아하'하는 대목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시청자들 중에서도 그저 방송만 보고 있는 데서 한 단계 올라서 프로 시청자가 되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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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장님의 주변에 있는 드라마의 거장들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최완규 김영현 김이영 작가는 물론이고 '모래시계'의 김종학 PD 얘기도 나옵니다. 그분이 이국장님의 조연출이던 시절, 엄동설한에 조선 포로들이 왜군에게 끌려가는 장면을 대신 촬영하게 했더니 포로 역 엑스트라들을 모두 맨발로 출연하게 한 것을 보고 이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이: 아니 날이 추우니까 엑스트라들 발 얼지 않게 조심하라니까...
김: 그런데 왜군이 조선 포로들 끌고 갈때 신발을 신겼겠어요?
 
그래서 엄동설한인데 모두 신발을 벗기고 찍었다는 얘깁니다. "저렇게 독하니(?) 장차 훌륭한 PD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부분이 참 인상적입니다. 이런 비슷한 얘기는 수도 없이 책에 나옵니다.^^

이밖에도 이영애가 '대장금'을 촬영하던 시절 왜 살이 찌는 것을 무릅쓰고 매일 밤마다 라면을 먹었는지, 최진실은 왜 신인상을 수상하고 "이병훈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는지, 지상렬은 어쩌다 '이산'에 출연하게 됐는지, 임현식은 왜 중간에 연기를 포기하고 목장을 경영하려 했는지, '왜 여주인공은 무조건 예쁘게 찍어야 하는지' 등등의 흥미진진한 일화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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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국장님을 생각하면 참 많은 전설들이 떠오릅니다만, 그중에서 이 책을 보다가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이국장님은 1944년생, '대장금'이 종영하던 2004년 회갑을 맞으셨습니다. 바로 그 '대장금'을 찍을 때 스태프 한 사람과 얘기를 나눴던 기억입니다.

나: 고령이신데 그렇게 전국을 누비고 다니면 힘들어하시지 않나요?
스: 글쎄요, 워낙 체력이 좋으셔서.
나: 그래도 온 산이고 들이고 다 직접 다니시나요? 산 위 같은데는 공동연출이...
스: (정색) 무슨 말씀을, 우리가 못 따라가요.
나: 에이 설마...
스: 아니라니까요. 맨 앞에서 엄청나게 빨리 올라가세요. 우리가 따라가려면 숨이 차요.

그런데 이 책에서 그 당시의 일화를 읽어보고 혼자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이 에피소드의 진실(?)이 담겨 있더군요. 궁금하시겠지만 책을 사서 읽어보셔야 진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냥 힌트를 드리자면 '이 산이 아닌개벼...' 스토리입니다.


p.s.2. 이국장님의 차기작은 '동이'라는 제목으로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http://isplus.joins.com/enter/star/200906/04/200906040945265006020100000201040002010401.html 이번엔 누가 주인공이 되어 차세대 한류 스타로 성장할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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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을 보다가 갑자기 어디서 본듯한 장면이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화요일 밤 방송된 4회 얘깁니다.

미실(고현정)로부터 소화(서영희)와 덕만(남지현)을 끝까지 추격하라는 명령을 받은 칠숙(안길강)은 무려 15년간을 추적한 끝에 사막 한 복판에 숨어 살고 있는 두 모녀(?)를 발견합니다. 참 대단하죠. 바로 그 부분입니다. 감정 없는 얼굴, 무지막지한 힘과 무공,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의지. 그렇습니다. 바로 터미네이터의 모습이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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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의 이날 장면은 '터미네이터' 시리즈 가운데서도 아이와 엄마가 함께 도망치는 2편의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사라 코너-존 코너 모자의 모습과 칠숙으로부터 도망치는 소화-덕만의 모습이 겹쳐졌던 거죠.

특히 건물 안에 불이 났는데 무표정하게 다가오는 칠숙으로부터 공포를 느끼며 달아나는 장면, 소화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받고도 포기하지 않는 장면, 죽은 듯 쓰러졌다가 어느새 생명력을 회복해 다시 일어나는 장면(원래 터미네이터는 내부의 주 동력이 꺼졌을 때 보조 동력으로 시스템을 변경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등이 꽤나 비슷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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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더군요. 혹시나 해서 '선덕여왕 터미네이터'를 검색해 보니 꽤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을 한 듯 합니다. '쿠궁 쿵 쿠구궁' 하는 터미네이터의 테마가 칠숙 안길강의 테마로 등장하는 동영상이 나와도 신기하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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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상으로는 칠숙이 그냥 미실 휘하의 자객이나 무사인 것처럼 등장하지만, 사실 이 시기 삼국사기에도 칠숙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그런데 신분이 다르죠. 진평왕 시절, 이찬 칠숙과 아찬 석품이라는 사람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이찬이면 신라 관등제에서 최고위의 벼슬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가 '덕만공주(선덕여왕)가 진평왕의 후사를 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따라가서 죽이려고 한 것은 허구겠지만 어쨌든 역사에서는 선덕여왕의 반대세력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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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선덕여왕' 작가진이 역사에서 칠숙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그 이름을 자객의 이름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뒤집어 보면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칠숙과 석품의 난은 등장하지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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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길강은 지금까지의 출연작에서 대부분 장사 역을 맡았죠. '주먹이 운다'의 교도주임 역이나 '짝패'에서의 주먹 1인자 왕재 역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맞아도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남자 역할이 제격인데 이번엔 터미네이터라니,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선덕여왕'에 대해 지금까지 쓴 글들입니다. 드라마 보시는데 꽤 도움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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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이 3회만에 20%를 넘어섰습니다. 화려한 출연진과 화려한 세트, 거기다 호화찬란한 연기까지 보태지며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사극의 무대가 이집트, 로마에까지 뻗어가는 모습도 이색적이더군요.

지난주 방송된 1,2회만 보더라도 이 드라마가 예사 드라마와는 좀 다른 조짐을 보인다는 느낌은 충분히 받았습니다. 사극으로서 인기를 끌 것이라는 사실은 꽤 분명해 보였지만, 이 드라마가 역사를 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다는 면에서 마냥 칭찬할수만은 없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가기 위해서, 이번에는 실질적인 주인공인 미실의 과거를 좀 파헤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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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공주를 안고 말하는 "...전부 네 탓이다." 이 장면에서의 고현정은 정말 악의 화신이라도 된 듯 하더군요. 정말 소름끼치게 멋진 장면입니다.)

지난번에도 얘기한대로 미실과 관련된 모든 기록은 위서 논란이 있는 '화랑세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화랑세기'는 역대 화랑의 장(풍월주)들의 간략한 전기입니다. 그런데 이 전기 한 권의 전반부가 사실상 미실이라는 여주인공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또 이렇게 '화랑세기'가 허구라면 미실 또한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게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지난번 글에 자세히 썼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패스.)



이 '화랑세기'가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 문건이 발견자 박창화가 1930년대 즈음에 창작한 한문 소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 '화랑세기'가 진짜 소설이라면, 우리는 세계적인 로맨스 판타지 작가를 보유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밀하지 않은 구조로 보아 '화랑세기'는 요즘으로 치면 대작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의 설정집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런 치밀하고 장대한 설정을 짜낼 수 있는 작가가 과연 한국 문단에 존재한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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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국사(도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교과서에는 사다함과 무관이라는 두 화랑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진흥왕 때 인물인 이 사다함은 삼국사기에 사다함열전이 있을 정도로 꽤 유명한 실존 인물입니다. 주요 기록 내용은 화랑 사다함이 있어 15세의 나이에 비장으로 발탁되어 대가야 정벌에 큰 공을 세웠고 나라에서 300명의 포로를 노비로 주었으나 모두 자유민으로 풀어 주었다, 그리고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했던 친구 무관이 일찍 죽으매 안타까워 울다 병이 들어 곧 따라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화랑세기'는 이 사다함이 바로 현재 고현정이 연기하고 있는 미실의 첫사랑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화랑세기의 5세 풍월주 사다함의 기록 가운데 미실과 관련된 부분은 이렇습니다. 드라마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보다 20년 이상 앞선 얘깁니다. 미실과 세종의 청소년 시절 얘기죠.

- 대개 공(사다함)은 미진부공의 딸 미실을 사모하였다. 미실 또한 공을 좋아하였으나 태후의 명으로 세종공에게 시집을 갔다. (중략, 확실치 않은 부분) '청조가'를 지어 불렀다. 청조란 곧 미실을 가리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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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나오는 세종이란 진흥왕과 어머니가 같은 형제인 세종전군을 말합니다. 지금의 '선덕여왕'에서 독고영재가 연기하는 미실의 남편이죠. 진흥왕은 법흥왕의 동생인 갈문왕 입종(선마로)과 지소부인 사이의 아들인데, '화랑세기'에 따르면 장군 이사부(苔宗)와 지소부인이 서로 통해 낳은 아들이 세종입니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불륜의 소생이지만 '화랑세기'의 세계에서는 너무도 태연하게 이뤄지는 일입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왕족이 아니지만 어머니가 귀인이므로 전군이라는 왕자의 칭호를 얻게 됩니다.

사다함이 일찍 죽은 이유는 두 가지의 충격입니다. 대가야 원정에서 돌아와 보니 연인이던 미실이 세종의 아내가 되어 있고, 또 친구인 무관이 충격의 죽음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무관은 괜히 죽은 것이 아니라 사다함의 어머니 금진과 몰래 사귀는 관계였던  탓에 죽은 것입니다. (...네. 성인용입니다.) 사다함을 추종하던 낭도들이 무관의 불측한 행동을 보고 죽이려 달려들자 달아나다가 떨어져 죽은 걸로 돼 있습니다.



'화랑세기'의 6대 풍월주 세종편에 보면 미실과 세종, 사다함의 삼각관계가 좀 더 자세히 나옵니다. 진흥왕이 선 뒤 세종의 어머니인 지소태후는 세종이 미실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세종과 미실을 짝지우는 한편, 세종의 누이인 자신의 딸 숙명공주를 진흥왕의 정실로 삼으려 합니다. 하지만 진흥왕의 정실이자 미실의 숙모인 사도황후는 여기에 강하게 반발해서 태후의 계책을 무산시킵니다. 이에 분노한 태후가 사도황후의 친척인 미실과 세종을 갈라 놓으려 합니다.

- 이에 태후는 미실을 불러들인 것을 후회했다. 미실을 불러 꾸짖기를 "너로 하여금 전군을 받들게 한 것은 단지 옷을 드리고 음식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감히 사사로이 색사로 전군을... 어지럽혔으니 죄를 용서할 수 없다"하고 출궁을 명했다. .... 그리고 진종 전군의 딸 융명을 (세종 전군의) 정비로 삼았다.

그리고 출궁한 미실은 사다함을 만납니다. 어떻게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 이에 이르러 미실은 "일찍이 지아비를 맞는 데에는 마땅히 사다함과 같이 하여야 한다. 무릇 부귀라는 것은 한때이다" (중략) 이에 사다함이 노래를 불러 위로했다. 미실은 이에 정이 일어나 서로 기뻐하였다. 사다함이 출정할 때 미실이 노래를 불러 전송했다. -

이 노래를 '풍랑가'라고 하며, '화랑세기'의 지지세력은 기록상 최초의 향가라고 보기도 합니다. 한편 사다함이 대가야 정벌을 위해 떠나자, 전세는 다시 역전됩니다.

- (세종) 전군이 듣고 괴로워하였다. 태후가 전군이 상심할까 염려하여 다시 미실을 입궁시키자, 전군은 기뻐 미친 듯이 달려갔다. 태후는 부득이 (미실에게 세종을) 다시 섬기도록 명하였다. 미실은 원비의 첩(이미 융명과 세종이 결혼했으므로)이 된 것을 부끄럽게 여겨 색공에 응하지 않았다. (중략) 미실은 전군과 더불어 정을 배반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마침내 융명을 내쫓았다.

사다함이 돌아왔을 때 미실은 이미 궁중에 들어가 전군의 부인이 되어 있었다. 까닭에 사다함은 '청조가'를 지어 슬퍼하였다. 내용이 몹시 구슬퍼 사람들은 다투어 서로 암송하여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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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습니다. 참 한폭의 멜로드라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다함은 세종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탓에 그를 원망하지도 않고(저 '청조가'의 내용도 전군 부부를 끝까지 자기가 보호하겠다는 것입니다. 궁금하시면 각자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죽을 때도 자신의 후임 풍월주로 세종을 천거합니다.

- 태후가 "나의 아들(세종)은 어리고 약하다. 어찌 풍월주가 될 수 있는가" 하자 미실은 세종에게 권하기를 "사다함 종형(그 시절엔 온 신라가 서로 다 친척입니다^)이 나를 사모하다가 죽었습니다. 죽음에 임하여 한 말을 들어 주지 않으면 장부가 아닙니다"라고 했다. 세종이 옳게 여기고 태후를 설득하여 허락을 얻고 6세 풍월주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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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미실은 이때 이미 사다함과 세종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가 부와 권력을 선택한 셈이었고(뭐 그때나 지금이나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가는 길입니다), 진정한 사내 대장부이자 화랑의 표상이던 사다함은 이를 원망하지 않고 슬픔을 간직한 채 자신의 길을 가던 도중 친구 무관의 죽음에 치명타를 맞고 요절합니다. 하지만 그의 아내를 빼앗은 세종은 사다함의 유언을 계기로 문약한 서생에서 화랑의 지도자로 변신, 뒷날 삼국 통일의 기초를 다지는 초석으로 성장합니다. 아울러 미실은 사다함의 죽음 이후 자신은 한 사람을 사랑하고 살 수 있는 여자가 아님을 깨닫고 권력의 화신이 되죠.

제가 '화랑세기'를 갖고 드라마를 만든다면 이 사다함 시대의 이야기를 택했을 듯 하지만, '선덕여왕' 제작진은 권력자 미실의 모습이 더 매력적이었는지 훨씬 뒷날의 이야기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각이 그리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드라마 '선덕여왕'을 볼 때 약간의 불편함을 남깁니다. 물론 일개 시청자로서의 의견입니다.

아무튼 너무 길어지니 그 이유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그냥 쉬어가는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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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드라마 '선덕여왕'이 호평 속에 막을 올렸습니다. 신화적인 시청률은 아니지만 첫회와 2회가 모두 경쟁사 드라마들을 압도하는 성적을 거뒀더군요. KBS 2TV '남자 이야기'와 SBS TV '자명고'는 모두 단자리수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잘 만든 드라마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앞날에 대해선 약간 걱정이 됩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배경은 '삼국유사'나 '삼국사기'가 아닌 '화랑세기'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설화와 역사의 사이에서 '선덕여왕' 제작진이 어떤 발걸음을 걸을지에 대한 생각입니다. 특히 미실이나 선덕여왕 같은 여성 등장인물들의 다소 요란한 남녀관계 때문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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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논란의 대상인 '화랑세기'라는 책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사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은 "김대문이 '화랑세기'라는 책을 썼다"는 것 뿐이죠. 기록에 따르면 이 화랑세기라는 책은 신라가 통일에 이르던 6세기 말에서 7세기에 이르는 시절 화랑들을 이끌었던 풍월주(화랑의 장) 32명의 전기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책이 세상에 발견된 것은 20세기의 일입니다. 그것도 최근, 1989년의 일이죠. 일제시대때 박창화라는 분이 일본 황궁 도서관에서 '화랑세기' 원본을 발견하고 손으로 필사해서 남겼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일본에 그 원본이 있다는 이야기도 전혀 없습니다. 이런 도입부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등을 비롯해 참 많은 소설가들이 이용하는 트릭이기도 하죠.

이 화랑세기 필사본은 "박창화의 창작이다" "진짜 화랑세기의 필사본이 맞다"는 치열한 논란에 들어갑니다. 사실 그 내용은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미실이라는 여성에 대한 부분이 특히 그렇죠. 5대 풍월주 사다함의 연인이고, 6대 풍월주 세종의 부인이고, 7대 설화랑을 정부로 두고, 10대 미생랑의 누나이며, 11대 하종랑과 16대 보종랑의 어머니인 이 여성을 놓고 보면, 한마디로 '화랑세기'의 진짜 주인공은 미실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창작이건 진짜 역사건, 현재 알려진 '화랑세기'의 내용이 드라마 '선덕여왕'의 주요 내용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내용이 과연 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것이냐는 데 대해서도 여러 우려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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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실의 남자관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화랑세기'가 기술하고 있는 당시의 남녀관계나 이성관계는 엄청날 정도로 개방적입니다. 미실이 성장했을 때 진흥왕은 이미 말년에 접어들어 있었지만 어머니가 같은 동생인 세종 전군(아버지는 다릅니다. 왕비와 장군 이사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아내인 미실을 후궁으로 둡니다. 진흥왕의 아내인 사도부인은 미실을 '3대에 걸쳐 색공을 할 수 있는 여인'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색공이란 왕과 잠자리를 같이 하며 모시는 것을 말하죠.

미실은 진흥왕 사후 태자 진지왕을 왕으로 옹립하기로 하고 서로 배신하지 말자는 뜻으로 진지왕과 잠자리를 같이 한 뒤, 자신을 황후의 자리에 맞기로 약속합니다. 그러나 진지왕은 왕위에 오른 뒤 약속을 깨고, 미실은 화랑들과 대신들을 동원해 진지왕을 왕위에서 쫓아낸 뒤 진평왕을 옹립합니다.

여기까지가 화랑세기의 기록에 나오는 미실의 당시 행적이고, 이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앞부분과 일치합니다. 지금까지만 보더라도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참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문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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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행히도 이 드라마가 나오기 전, KBS의 '천추태후'가 방송됩니다. 이 드라마가 보여준 것은 고려 초기의 엄청나게 문란(물론 현대인의 시각입니다)한 가족관계였습니다. 친남매끼리도 어머니만 다르면 혼인을 하고, 과부가 된 왕비가 다른 왕족과 불륜을 저지르는데 그 후손이 왕위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인 관계를 보여준 것이죠.

만약 앞에 '천추태후'가 방송되지 않았더라면, '선덕여왕'은 '사극을 빙자한 패륜 드라마'로 낙인찍혔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천추태후'가 그나마 어느 정도 완충제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사실 '화랑세기'에 나오는 미실의 관계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동생인 미생과의 관계입니다. 남매간에도 근친상간을 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죠. 아무리 드라마 '선덕여왕'이 파격적인 신라시대의 남녀관계를 가감없이 묘사한다 해도 여기까지는 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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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부분으로 가면 내용은 더 심각해집니다. 흔히 선덕여왕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처럼 평생 처녀로 산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화랑세기'에는 네 명의 남편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중 두 사람은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아버지와 양아버지인 용수와 용춘이고(게다가 용수는 언니인 천명공주의 남편입니다), 네 명 가운데 지금 신구가 연기하고 있는 재상 을제도 있습니다. (신구-이요원 커플이라... 참 흥미롭군요.^^)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앞으로도 선덕여왕과 김유신을 커플로 묶을 분위기이니 이런 엽기 커플의 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아무튼 '화랑세기'와 미실, 그리고 드라마 '선덕여왕' 얘기는 한번에 다 풀어내기엔 좀 떡밥이 큰 것 같습니다. 몇 차례에 걸쳐 풀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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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고현정의 연기력은 정말 발군입니다. 아마도 이 작품이 고현정의 대표작에서 마침내 '모래시계'를 밀어 내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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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 그나자나 결국 선덕여왕도 자기가 누군지 모르는 어린 날을 보낼 전망이군요. 대체 언제까지 이런 설정을 울궈먹을지 모르겠습니다. 왜 사극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이런 어린 날을 보내야 한단 말입니까? 서민으로 살아보지 못하면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컴플렉스라도 있는 걸까요? 아마도 김영현 작가 때문이라기보다는 MBC 드라마국이 이런 설정을 고집했을 듯 한데, 시청자를 너무 바보로 보는 듯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는 아역의 고생이 빨리 끝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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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목요일 밤이 즐겁습니다. SBS TV '시티홀' 때문입니다. MBC TV '신데렐라 맨'과 KBS 2TV '그저 바라보다가'도 각각 화려한 캐스팅과 나름대로의 매력으로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시티홀'이 갖고 있는 화려한 '대사빨'의 마력 앞에는 한수 양보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대부분 예상했던 일이지만, 김은숙 작가는 이번에도 또 해냈습니다.

물론 아무리 좋은 도다리라도 칼잡이를 잘못 만나면 손님의 타박을 면할 수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시티홀'의 호조는 그 맛깔나는 대사를 착착 입에 붙게 소화해내는 차승원과 김선아의 매력에 상당 부분을 빚지고 있다고 봐야죠. 특히 코믹 연기라면 누구에게도 뒤질 리 없는 차승원이 김선아가 마음대로 특유의 오버 액션을 펼칠 수 있게 조용히 받아주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그야말로 최고의 호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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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홀'의 출발점은 어찌 보면 그리 독창적이지는 않습니다. 일개 민초의 눈으로 소위 '잘 나가시는 분들'이 얼마나 나라를 형편없이 다스리고 있는지를 통쾌하게 비판하고 풍자하자는 생각은 그리 새롭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방송 전부터, 이 드라마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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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아닙니다.^^ 기무라 다쿠야가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에서 어찌어찌하다가 일본 총리가 되는 이야기, 바로 지난해 5월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된 '체인지(chang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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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빠글 파마 머리로 초등학생들과 씨름하고 있던 아사쿠라 게이타(기무라 다쿠야)는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출마하라는 강력한 권유(?)를 받습니다. 망설이던 아사쿠라는 출마하자마자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에 꽤 재능이 있음을 깨닫고, 일본 정치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천재 선거 전문가 니라사와(아베 히로시)의 도움으로 당선됩니다.

아사쿠라의 상품성을 알아본 일본 여당의 실력자 간바야시(데라오 아키라)는 아사쿠라를 일본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깜짝 총리로 만들었다가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간바야시의 힘으로 하루아침에 총리가 되어 버린 아사쿠라. 하지만 일단 하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의 아사쿠라는 간바야시의 생각대로 허수아비가 되려 하지 않고, 스스로 일본을 바꿔 나가려고 노력하죠. 여기서부터 아사쿠라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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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드라마 사이의 공통점은 '정치라곤 아무 것도 모르던 평범한 사람이 어느날 권력을 쥐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 정도입니다. 이런 설정을 가져오면 당연히 '부패한 기존 권력의 거두' 캐릭터가 나오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지만 그리 타락하지는 않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건 1+1=2가 될 것처럼 당연한 일이죠. 드라마 '체인지'에서 조력자라면 니라사와 역의 아베 히로시, 권력자라면 간바야시 역의 데라오 아키라가 대표적입니다.

전혀 다른 얘기긴 하지만 '시티홀'의 구상에 '체인지'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시티홀'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 것은 '체인지'의 약점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체인지'는 아사쿠라라는 인물의 수직상승폭이 너무 크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단조로우면서도 황당무계해지는 약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시티홀' 팀은 김선아를 대통령을 만드는 대신 시장 정도로 조정한 듯도 합니다.

부언하자면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아사쿠라가 얻은 지혜가 나라를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건 좀 너무 비약이 심해서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는 얘깁니다. 하지만 김선아가 10급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얻은 지혜는 충분히 인주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이용될 수 있겠다는 것이 시청자에게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죠. (물론 시장은 아무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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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봐 거듭 강조하지만, 발상 자체는 그리 중요한게 아닙니다. '시티홀'이 성공적인 드라마인 것은 발상 때문이 아니라, 디테일과 전개, 그리고 화려한 대사와 두 주인공의 매력 넘치는 연기 덕분입니다. 차승원과 김선아가 1:1로 연기 배틀을 벌이는 장면들은 그냥 한번 보고 지나치기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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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아베 히로시와 차승원의 비교입니다. 두 배우 모두 훤칠한 키의 미남형 배우이면서도, 스스로 웃지 않고 남을 웃기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외모...도 비슷하다면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까칠한 수염이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죠. 저는 사실 '트릭' 시리즈나 '드래곤 사쿠라'보다 'Hero'를 먼저 본 탓에 처음에는 아베 히로시가 그렇게 웃기는 배우인 줄 잘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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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심가 간바야시 의원 역의 데라오 아키라>

당초 '시티 홀'팀의 구상을 보면 차승원이 연기하는 조국은 '체인지'의 간바야시를 빼닮은 악역이 될 것처럼 보입니다. 철저한 야심 덩어리인 조국이 자신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신미래를 시장의 자리까지 끌어올리지만 신미래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설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악당을 만들기 싫어하는 한국 드라마의 특성상 절대 이렇게 끝나지는 않겠죠. 어느새 신미래의 열정과 헌신이 조국을 개과천선시켜서 이름 그대로 조국을 위한 큰 인재가 되게 하는 식의 진행이 예상됩니다. 그러다 보면 차승원은 절로 아베 히로시와 이미지가 다시 겹쳐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시티홀', 경쟁작들을 잘못 만나는 바람에 15%대의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시청률로 1위를 달리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머잖아 제대로 바람을 타면 올 상반기 드라마들 중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드라마로 꼽힐 만 합니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은 김선아가 모처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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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대회 개최면 개최, 도배면 도배, 연설이면 연설, 뭐 하나 못하는게 없는 슈퍼 10급 공무원 김선아의 캐릭터를 보고 있자니 절로 이 캐릭터가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혹시 이 드라마의 김선아를 보다가 '홍반장'의 김주혁을 떠올리신 분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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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 등 F4와 구혜선의 일본 방문이 화제입니다. 16일 공식 팬미팅에는 2회에 4000명의 팬들이 몰렸다고 하는군요. 이 4000명이 모두 국내에서 따라간 팬들은 아니겠죠.^

이민호와 김현중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방송되는 동안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드라마가 끝난 시점에서 볼 때, 아무래도 이 대결에선 이민호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한류 시장을 놓고 벌이는 F4 2라운드, 일단 김현중이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오는 여름방학에나 일본에서 방송될 예정이지만, 15일 당일의 TV 출연과 약식 팬미팅에 운집했던 김현중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놀라움을 던졌습니다. 또 김현중은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일본에서 F4의 대표 및 대변인 자리를 굳히는 듯한 느낌을 던졌습니다. 누가 MC라도 일본어로 즉답이 가능한 김현중에게 질문을 집중할 수밖에 없겠죠.

사실 관계자들에게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4월15일 방일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그동안 김현중과 SS501이 미래를 내다 보고 했던 투자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 거였으니까요. SS501이 일본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7년 3월. 벌써 만 2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결실을 거둘 시점이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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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SS501의 일본 활동이 시작된 것은 2006년이라고 봐야 합니다. 물론 이때는 단발성 활동이었고, 일본은 커녕 국내에서도 SS501의 팬덤은 그리 탄탄하지 않았던 시점입니다.

하지만 SS501의 소속사 DSP는 2006년 연말 일본 홈페이지를 오픈하면서 열도 공략 계획을 본격화합니다. 그리고 2007년,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가량을 일본에서 머물며 활동을 한다는 과감한 작전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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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501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5년이니 데뷔 만 2년을 맞아 일본행을 하는 셈이었죠. 솔직히 말해 가요계에서도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엔 '국내에서 잘 안 풀리니까 일본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죠. 또 보아나 윤하 등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한류 가수들은 한국에서의 인기를 배경으로 하고 일본에 진출하는 게 상식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할 때 과연 당시의 SS501이 갖고 있던 지명도가 '한국만으로는 좁아서 일본으로 넘쳐 가는' 상황이었느냐 하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었던 겁니다. 2007년 첫 싱글 '코코로'가 오리콘 데일리 차트 5위에 올랐고, 지난해 3월에는 일본 골드디스트 대상에서 뉴 아티스트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신인 10팀 중 하나로 꼽힌 거죠. 도일 1년만의 성과로는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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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큰 자산은 다양한 일본 내 활동을 통해 일본어에 대한 자신감과 일본 내 지명도를 높였다는 것입니다. 또 SS501의 외모와 퍼포먼스가 일본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죠.

여기가 끝은 아닙니다. 사실 이 정도로 만족하려고 그렇게 객지에서 멤버들이 고생했을 리는 없죠. 여기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스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뭔가 극적인 이벤트가 필요했고 마침내 그게 2009년 터졌습니다. 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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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꽃보다 남자'가 일본에서 큰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방송된다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던 SS501, 그리고 김현중의 팬덤을 확대시키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강점이 있다면 김현중의 외모가 누군가와 꽤 닮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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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김현중을 몰랐던 사람들(SS501의 일본 내 팬덤은 기존 한류 팬들인 중년 이상층과는 좀 맞지 않았죠)에게 이런 외모가 주는 효과는 꽤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김현중과 SS501에게 일본 시장은 잘 차려놓은 밥상처럼 보이는 시점입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겠죠. 이를테면 일본 팬들에게 있어 김현중과 김형준의 이름 구분은 설탕 알갱이를 젓가락으로 집어먹으라는 수준의 난제일 겁니다. (대부분의 일본 팬들은 그래서 김현중을 그냥 '리다(leader)'라고 부른다는군요. 그래서 일본에서 그냥 김횬쥰이라고 하면 그냥 김형준이라네요.)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수는 노래가 좋아야 히트한다는 만고의 진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 '캡틴'은 뭔가 전달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듯 합니다. 다시 확인해 보니 '리다'가 맞군요. 그리고 팬들의 지적에 따르면 김형준군은 '막내'나 '스에꼬'라고 불린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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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김현중이 다른 멤버들보다 한발 앞서 가지만 F4의 나머지 멤버들의 폭발력은 드라마 방송 이후인 오는 7월에나 확인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사실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똑같은 듯 하면서도 미묘한 취향의 차이가 있어서 정말 한국에서와 같은 붐이 일어날지는 그때를 지켜 봐야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한국에서의 1라운드 때에도 드라마 방송 전까지는 김현중의 인기가 단연 이민호나 다른 멤버들보다 앞서 있었다는 점 또한 잊어선 안되겠죠. 진짜 승부는 7월 이후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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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 이민호가 태국에 가 있다는 건 팬들이면 다 아실만한 얘기죠. 시위 때문에 걱정하신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현지에서 보내온 소식 중에 '송크란(Songkran) 기간인데도 정말 많은 취재진과 인파가 몰려들었다'는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태국에 대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죠. 송크란 때 사람들이 이런 일에 신경을 쓴다는 건 좀 이례적인 일입니다.

송크란이란 굳이 말하자면 태국의 설날에 해당합니다. 저도 태국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여러 해 전 마침 송크란 기간에 태국을 방문한 적이 있고, 그때 너무나 즐거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태국에는 설날이 셋 있죠. 양력설, 음력설, 그리고 송크란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신나는 설날은 바로 송크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마도 태국 기자들은 이민호의 갑작스런 방문 앞에서 "왜 하필 송크란때 오고 난리야"라고 중얼거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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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민호 관련 이야기. 방콕에서 한류 행사를 주로 맡아 하시는 분 가운데 KTCC의 이유현 사장님이 계십니다. 한때는 현장을 누비는 대한민국 최고의 야구 기자였고, 그 뒤로는 연예 기자로 변신해서 역시 업계의 최고로 인정받았던 분인데 이제는 한류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우연히 다른 일로 통화하다가 이민호의 태국 입국 일정이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딱 송크란 기간이더군요. 이사장님도 "송크란 기간 중에는 대개 무슨 행사가 열리건 사람들이 무관심하기 마련인데, 이민호의 영향력이 대단하더라. 아직 태국에서는 '꽃보다 남자' 방송 얘기도 없는데 다들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봤는지, 이민호에 대한 성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태국의 시위 때문에 걱정했는데 시위대는 마주치지도 않았다는군요. 태국도 사람들이 워낙 시위에 둔감해져서 한쪽에선 시위를 해도 관광이나 일상생활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유현 사장님은 "시위 때문에 집회 금지령이 내려졌는데도, 그리고 무엇보다 송크란 기간인데도 이만한 취재진이 모인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더군요.

사실 이민호는 기자회견 하러 간 게 아니라 바빠서 못 찍은 화장품 CF를 찍으러 간 거였는데, 현장에서 겸사겸사 행사를 갖게 된 거였습니다. 이민호로서는 뜻깊은 생애 첫 해외 기자회견인데 다행히 성황을 이뤘다는군요. 최근 파타야에 소녀시대와 샤이니가 다녀가는 등 요즘 태국의 한류 붐이 한껏 물이 올랐다는데 이민호가 그 뒤를 곧 이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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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뿐만 아니라 구경 온 팬들도 만만찮습니다. 아직 드라마는 방송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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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크란은 매년 4월 13일에서 15일까지 열리는 축전인데 주말과 겹치면 자동 연장됩니다. 기후를 따지자면, 태국에는 건기와 우기, 그리고 그 중간의 봄철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늦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양력 3월까지는 건기입니다. 태국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날씨죠. 파란 하늘과 무덥지 않은 날씨가 그만입니다. 그리고 송크란은 건기의 끝, 그러니까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전입니다. 이때부터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하고, 한국의 여름철이 되면 본격적인 우기를 맞아 매일같이 비가 내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송크란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고, 생명의 근원인 물을 기념하는 축제가 곳곳에서 열립니다. 뭐 굳이 축제랄 것도 없더군요. 거리를 달리는 차들(픽업 트럭이 유난히 많습니다)에는 물을 가득 담은 드럼통과 물총을 든 사람들이 빼곡 타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물총을 이용한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좀 심하게 노는 사람들은 밀가루나 색소를 뿌리며 물총을 쏘아대기도 합니다.

문득 한 9년 전에 송크란을 구경하고 돌아온 감상을 쓴 글이 생각나서 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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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크란: 1년에 계절이 3개인 태국에서 건기(dry season)가 지나고 여름(hot season)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명절. 과거 태국의 설날. 4월 13~15일 정도를 가리키며 이 기간중에 비가 와야 풍년이 든다는 뜻에서, 길거리에서 마구 서로 물을 쳐 뿌리는 축제 기간이기도 하다...

  라고 여행안내서에는 써 있었다. 사실 무슨 아침 여성프로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세상에 길 다니는 사람에게 마구 물을 뿌리다니, 뭐 저런 무식스런 놈들이 다 있어. 거기다 그 물에서 냄새가 얼마나 나겠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어떤 후배 한 놈(노는데 환장해서 미친듯이 놀면서도 여자들도 수십명 거느리고, 이번엔 박사학위를 한꺼번에 3개를 따는 아주 요상한 놈이다)이 "형, 금요일 출발로 대한항공타고 방콕 파타야 3박5일가는 34만원짜리 투어가 나왔는데 갑시다. 마침 송크란이야. 송크란"하고 나섰다. 그 바람에 송크란이 뭔지 확실히 알게 됐다.

  으윽.. 금요일 가는걸 월요일에... 라고 잠시 고민했지만 어느새 "마일리지는 얼마나 쳐 준대냐?"를 물어보고 있었다. 아. 이 충동구매 인생.

  그러던 수요일, 나보다 한술 더 뜨는 충동구매 황제 한놈까지 자기도 가겠다고 나서 결국 남자 셋이 여행을 떠났다. 가보니 투어 전체 인원이 남자 셋. 분위기 싸아 했을건 다들 보이지? 이 정도 인원이면 원래 투어 취소했어야 정상이지만 남자 셋이니 어디 음흉한데 가서 부수입이라도 짭짤할줄 알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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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크란, 가보니 장난 아니었다. 태국은 세계에서 픽업트럭이 두번째로 많은 나라다. 방콕에서 파타야로 가는 도로 위에 가득 찬 그 많은 픽업 트럭 뒤에 애들이 빼꼭 타고, 가운데 커다란 드럼통 하나 가득 물이 실려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애녀석들이 전부 손에 손에 물총을 들고 있는 거다. 달리는 차에서 서로 물총을 쏴 대느라 정신이 없다. 개중에는 밀가루 탄 물도 있어서 잘못하면 바로 문둥이 꼴이 된다. 우리는 그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철없는 가이드는 판촉에 헛고생만 한다.

가이드: 씨푸드(가이드 가격 40불, 실제 가격 15~20불)라도 드시죠?
우리: (멀뚱멀뚱 창밖만 본다)
가이드: 알카자쇼(게이쇼. 가이드 가격 30불, 실제가격 10불) 아세요?
우리: (멀뚱멀뚱)
가이드: 한밤 시내 투어 어떠세요?
우리: (멀뚱멀뚱)
가이드: 악어농장이라도 함 가실래요?
우리: (멀뚱멀뚱)

가이드: 마사지(가이드 가격 20불, 실제 가격 5불), 이거 꼭 하셔야 합니다.
우리:(멀뚱멀뚱. 한놈이 창문을 열고 애들한테 소리지르는 걸 말리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가이드: (포기한듯) 개인적으로 시내 가시게요?
우리: (헤벌레)
가이드: 조심하셔야 합니다. 여기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나리에요. 뭐 불교국가라지만 범죄율, 만만치 않습니다. 또 송크란 축제 기간이라 교통 엄청 막혀요. 시내까지 한 40분 걸릴겁니다. 택시비도 한 400바트(10불) 나올거구요. 영어 쓰는 사람 한명도 없습니다. 무슨 일 생기시면 전 절대 책임 못 집니다.
우리: (멀뚱멀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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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내까지 150바트에 딱 10분 걸렸다. 시내 나가자 마자 숙원사업인 50바트짜리 물총(거대한 주사기에서 바늘을 뺐다고 생각하면 된다)을 샀다. 잠시 후, 이 '물총을 들고 있는 행위'가 바로 '제발 날 좀 물총으로 쏴 주세요'라는 뜻임을 알게 됐다. 다행인 것은, 이 사람들이 반드시 깨끗한 물로 물총을 쏜다는 에티켓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다(밤에만 그런 모양이다). 양놈 일본놈 조선놈 태국놈 할것 없이 죄 물총들고 시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야아. ... 다 젖었다.

  외국 나가서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도 별로 없었다.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은 내년 송크란때 태국에나 가 보길. 편하게 입고 한번 뛰어 보라니까. 애 있는 사람들은 애들 물총 하나씩 사서 들려 주고 말이야.

  암튼 가이드를 울리면 여행이 즐겁다. "제발 여러분같은 분들은 웬만하면 패키지 여행 하지 마세요"라던 가이드의 마지막 절규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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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예전의 송크란은 여행 성수기가 아니라서 요금도 싸고, 덤핑 패키지도 많이 나올 때였습니다. 지금도 사방에서 물총 쏴 대던 어린이들, 어른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올해는 벌써 지나갔지만 내년쯤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물총 하나씩 들고 태국으로 가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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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미워도 다시한번'이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결국은 근친상간 테마의 드라마였던 거죠. 박상원-최명길 부부의 아들 정겨운으로부터 청혼을 받은 박예진이 사실은 자신이 박상원-전인화 사이의 불륜에서 태어난 딸이란 걸 알게 된 거죠. 죽은 걸로 알려져 있던 이들 커플 사이의 첫 딸이 살아서 자라난 거였습니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공포영화 수준으로 죽었던 사람이 반드시 되살아나는 막장 드라마의 무서움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렇다고 정겨운-박예진이 모두 박상원을 아버지로 두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드라마가 아예 여기서 끝나 버려야겠죠. 다행히도(?) 정겨운은 최명길이 박상원과 결혼하기 전, 옛 애인인 화가 선우재덕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기 때문에 정겨운과 박예진 사이의 혈연은 아슬아슬하게 꼬이지 않고 비껴 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게 아니겠지만, 이런 진행 왠지 너무 낯익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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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안방극장을 흥분시켰던 '하늘이시여'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남자주인공 이태곤은 여주인공 윤정희와 갖은 고난을 극복하고 결혼을 하죠. 그런데 자신의 어머니 한혜숙이 사실은 윤정희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물론 한혜숙은 이태곤이 태어난 다음 그의 아버지와 재혼한 계모이기 때문에 자신과는 혈연이 닿지 않지만, 윤정희의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한 순간에 친어머니로 둔갑하는 순간입니다.

윤정희의 아이를 두고 이태곤의 여동생인 이수경이 하던 대사가 걸작입니다. "그럼 얘는 내 친조카야, 외조카야?" 이 사실을 윤정희에게 알린 못된 계모 박해미에게 분노를 폭발시키던 이태곤이 화장대 거울을 깨던 소란스러운 장면만 기억에 남지만, 아무튼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틀어 놓으면 또 보게 되는 중독성 강한 막장 드라마였죠.

시아버지가 친아버지가 된 박예진, 시어머니가 친어머니가 된 2005년의 윤정희. 그대로 베꼈다는 평을 피하기 위해 살짝 성별을 바꿔 가는 패턴도 고전적인 스타일을 따랐습니다. 정말 '미워도 하늘이시여 다시한번' 혹은 '하늘이시여, 미워도 다시한번' 이라는 제목을 붙여야 딱 어울릴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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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전개는 새롭거나 특이한 건 아닙니다. 문득 오래 된 서양 농담이 생각납니다. 한 청년이 사귀던 아가씨를 데려가 아버지에게 결혼 승락을 받으려 합니다.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 흡족한 표정을 짓던 아버지는 아가씨의 출신 내력과 부모 이름을 듣더니 갑자기 얼굴이 흐려졌습니다. 서둘러 아가씨를 돌려보낸 아버지는 아들에게 어렵게 말을 꺼냅니다.

"미안하다. 아들아. 그 아가씨의 어머니는 예전에 나와 사귀던 사람이란다. 우리가 불륜의 만남을 갖던 시기에 저 아가씨의 아버지는 해외 체류중이었지. 태어난 달을 보니 저 아가씨는 분명 내 딸이다. 너희는 남매가 되는구나. 이뤄질 수 없는 사이니 어서 잊도록 해라."

비감한 마음을 견딜 수 없던 아들은 그날로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 누웠습니다. 병이 깊어져 사경을 헤메던 아들에게 병상을 지키던 어머니는 고민이 있어 보이는 아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몸을 해치느냐고 묻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하늘을 찌르던 아들은 결국 어머니에게 모든 비밀을 털어놔 버리죠. 하지만 어머니는 얘기를 다 듣고도 냉소를 지을 뿐입니다.

"걱정마라, 아들아. 너도 네 아버지 아들이 아니야. 너희는 결혼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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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이야기를 자기 작품으로 가장 먼저 승화시킨 사람은 무협의 거장 김용 선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의 작품 '천룡팔부'를 보신 분이라면 무슨 뜻인지 금세 이해하실 걸로 믿습니다.

'천룡팔부'는 한 세대를 풍미한 무협지의 주인공이 가장이 되어 아들을 낳은 다음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대한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무협지의 장르 파괴라고나 할까요.^

어쨌든 초반의 '미워도 다시한번'을 보고 중년 스타들의 연기력에 혹해 '명품 드라마' 운운 하셨던 분들이 이제 이 드라마의 본질을 보시고 충격을 받지나 않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정겨운이라는 새로운 연기파 배우의 등장을 알리는 작품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그 외의 부분들은 김종창이라는 명 연출가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작품이라고나 할까요.

(중견 연기자들의 호연이야.. 그 분들이 연기 잘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대한민국에 있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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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누구나 조금씩 했을 겁니다. 이민호는 KBS 2TV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라는 캐릭터를 만나 일생 일대의 기회를 잡았고, 대변신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캐릭터라도 같은 캐릭터를 또 맡을 수는 없는 일이죠. 팬들이야 1년 뒤든 2년 뒤든 구준표와 금잔디의 결혼을 그리는 속편이 나오길 바랄 수도 있고, 주구장창 두 사람의 부부생활을 그린 100부작 일일드라마가 나와도 좋아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민호나 소속사가 제정신이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최근 공개된 사진을 보니 이미 이민호는 '탈출 구준표'를 시작했더군요. 물론 이번 달과 5-6월까지는 '꽃보다 남자'의 일본 프로모션이 잡혀 있으니 다시 구준표 이미지로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다른 모습의 이민호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이 순서입니다. 사진은 카스 모델로 나서 제시카 고메스와 포즈를 취한 이민호입니다. (나머지 사진들은 글 맨 아래 첨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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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의 카스 뮤직비디오 프로모션입니다. 2x송이라는 노래를 이민호가 직접 불렀다는군요. 가창력은 일반으로선 훌륭하지만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팬들의 귀에는 천상의 소리로 들리겠죠.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궁금증은 이런 겁니다. 과연 짧게는 2-3년, 길게는 5-10년이 지난 뒤에 살아 남을 것은 이민호일까요, 구준표일까요. 어느 쪽이 과연 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을까요.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이민호는 구준표라는 강력한 캐릭터를 벗어나서도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할까요? 

여기에 답을 하기 위해선 우선 역사의 교훈을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왕년의 선배 구준표들은 과연 어떻게 한방에 벼락같은 인기를 얻었고, 어떻게 그걸 유지했을까요. 과거를 돌이켜 보면 답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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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호(차인표)

1m80에 탄탄한 근육질의 체구. '기름바른 머리'가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선진국형 용모. 빼어난 영어 실력. 다소 어색한 듯 하지만 과묵함으로 커버한 연기력. 이상이 신인 차인표의 스펙이었다면 강풍호는 재벌 2세, 느끼함과 귀여움의 겸비, 뛰어난 두뇌, 손가락 액션과 색소폰 연주에 이르는 다양한 개인기를 갖춘 캐릭터였습니다. 둘이 만나자 저절로 시너지가 폭발했고,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결혼에 이르며 전설이 완성됐습니다.

이후 차인표의 행보는 '단색 귀공자 연기에 머물지 않겠다'는 몸부림의 연속이었죠. '허리케인 블루'가 가장 대표적인 행보였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심하게 망가진 연기 한 번'+'귀공자 연기 한 번'의 패턴을 계속했지만 사실 '망가진 연기' 쪽에서의 히트작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대한민국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라는 강점이 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투철한 신념과 실천으로 장동건과 문근영을 제치고 '안티 제로'라는 신기원에서 독주하고 있는 거죠. 냉정하게 말해 연기력 면에서는 그보다 앞선 사람이 널려 있지만 '강풍호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멀리 날아오른 걸 따지자면 대단히 성공한 인물입니다.

이민호를 위한 교훈: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인격의 성숙은 연기력과 외모를 뛰어 넘어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 된다. 오만과 방종, 나태로 인해 스스로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스타들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리고 연예인과의 사귐은 결코 나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여자 연예인'과 만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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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이정재)

"감독님, 정말 잘생기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간지가 납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연기력이 아직 좀..." "그래? 그럼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되겠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전설 속 '침묵의 보디가드'. 그 뒤로 수많은 연출자들이 잘생긴 신인을 섭외할 때마다 "야, 너 이거만 하면 불같이 뜬다. 어떤 역이냐고? 왜 있잖아. '모래시계 이정재' 역할. 니가 아직 연기가 안 돼도 이건 할 수 있어." 물론 그 수많은 이정재의 복사본들이 다 떴다면 지금껏 '모래시계 이정재'가 전설로 남아 있을 리가 없죠. 대사 없이 가만히 서 있어도 멋있어지는 건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 약 10년 간, 이정재는 '모래시계 이정재'를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물론 연기력 면에서는 괄목상대의 변화를 겪었죠. '태양은 없다'에서의 능글맞은 매니저 연기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까지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무시할 수 없는 배우가 된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흥행 운이라는 건 영 따라 주질 않았습니다. 일단 본인이 작품 수를 매우 제한하는 정책을 취했는데, 이 경우 한번 떴을 때 오래 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번 실패하면 후유증도 오래 간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민호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작품 수를 너무 제한하는 것도 곤란하다. 지나치게 작품성 위주로 출연작을 선택하는 것도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항상 대중과의 호흡을 의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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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윤(이서진)

이서진은 이때까지 절대 무명이 아니었습니다. 나름 주연급 배우로 평가도 받았습니다. 히트작이 없었을 뿐이었죠. 그런데 분명 똑같은 이서진이었는데도 수염을 붙이고 상투를 틀자 갑자기 여자들이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투박하게 생겼다'는 평을 듣던 광대뼈가 갑자기 귀골의 상징으로 탈바꿈한 거죠.

그리고 나서의 이서진은 최고의 섹시 스타로 대접받게 됐습니다. 다만 '다모'의 성공이 다시 이어지지 않은 것 뿐이었죠. '불새'가 히트했지만 황보 종사관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은 한풀 꺾인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인기는 상투를 틀자 마자 다시 살아났습니다. 바로 '이산'이죠. 이산가족이 됐던 이서진의 팬들은 어느새 다시 뭉쳤습니다. '그때 그 모습'을 다시 보게 된 거죠. 아무튼 두 편의 작품을 통해 이서진이 확인한 것은 시대극에서의 폭발력이 훨씬 앞선다는 거였습니다.

이민호를 위한 교훈: 왠지 일이 잘 안 풀린다는 생각이 들 때는, 가장 잘 나갔을 때의 모습으로 잠시 돌아오는 것도 괜찮다. 야구선수들도 슬럼프 때는 '제일 잘 맞을 때의 폼'을 확인하기 위해 옛날 비디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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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안재욱)

돌이켜 생각해보면 안재욱 역시 '별은 내 가슴에' 이전에도 꽤 촉망받는 배우였습니다. '눈먼 새의 노래' 이후 '연기력은 동년배 중 최고'라는 평가를 얻고 있었죠. 다만 '외모가 주는 임팩트가 약해 원톱 주인공은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을 뿐입니다.

'별은...'에 캐스팅될때만 해도 이 드라마의 최초 구상은 차인표-최진실 커플을 축으로 한 것이었죠. 하지만 앞머리를 기른 가수 강민역의 안재욱이 보여준 폭발력은 드라마의 결말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여느 배우들을 뛰어넘는 가창력은 '가수 겸엄 안재욱'의 시대를 열었죠.

그 뒤로도 안재욱은 4-5년간 절정의 인기를 누렸지만 현재는 약간 소강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예상 밖의 일이지만 지나간 나날을 해석해 보자면 당시의 틴 아이들 이미지가 신인 시절의 안재욱이 추구하던 연기파 배우로서의 꾸준한 성장을 잠시 가로막은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게 안재욱의 경력에 쉼표나 마침표를 찍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지금도 비슷한 또래에서 안재욱을 뛰어넘을 진지한 연기파 배우는 별로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나이와 함께 오히려 그동안 '강민 이미지'에 묻혀 있던 안재욱의 진짜 강점이 드러날 시기가 온 것 뿐이죠.

이민호를 위한 교훈: 한때 주춤할 지는 몰라도 연기력에는 슬럼프가 없다. 용모는 언젠가 쇠퇴할 수 있어도, 연기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짝 아이들 이미지에 집착하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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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이민호는 그 나이 때의 차인표나 이정재보다 훨씬 뛰어난 연기력, 이서진이나 안재욱보다 훨씬 뛰어난 신장과 외모라는 좋은 조건을 갖췄습니다. 현재로서는 성장을 가로막을 장애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험요소는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일단 위에 나오는 선배들은 반짝 스타로 끝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왜 성공했나, 혹은 왜 한때 주춤했나를 알아 두는 것이 본인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본인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말입니다. 위에서는 기술하지 않았지만 이준기가 '개념준기'로 큰 가닥을 잡은 데에는 '스타는 개념이 있어야 한다'고 계속 채찍질한 팬들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이민호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팬들은 또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자못 기대가 큽니다. 본인은 올해 학교에도 좀 다니고 싶다고 했다는데...^^

보너스컷을 몇장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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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진은 다니엘 헤니처럼 보이기도 하는군요. 마지막 컷은 카스 광고와는 무관하지만 남성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너무 한국에서 활동이 많다보니 이제 고메스는 한국 연예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고 보면 꽃남에 대한 글을 꽤 썼지 말입니다.

이건 꽃남 출연자들에 대한 얘기,
 

그리고 이건 PPL에 대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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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꽃보다 남자'의 후속으로 박용하 박시연 주연의 '남자 이야기'가 6일 처음으로 방송됐습니다. 첫회에는 사회적 이슈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는 듯한 시도가 엿보이더군요. 박용하가 석궁을 들고 방송사 생방송 스튜디오로 난입하는 장면이나, 박용하의 형이 경영하는 만두 공장이 쓰레기 만두 파동에 휘말리는 장면 등이 그랬습니다.

그런데 좀 어처구니없는 것은 아직도 그 시절의 '만두 파동'에 대해 엉뚱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쓰레기 만두'라는 말을 유행시킨 당시의 만두 파동은 한국 언론의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만한 사건인데, 아직도 그 실수를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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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박용하의 형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만두가게를 만두공장으로 끌어올린 성공적인 기업인입니다. 하지만 회사로 찾아온 방송사 기자가 만두의 제조 공정을 오도할만한 화면을 촬영해 방송하면서 '비위생적인 만두가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를 터뜨립니다.

이어 각종 언론사가 이를 이어받아 보도하고, 네티즌들은 '먹을 것 갖고 장난치는 놈들은 사형대로 보내라'며 들끓어 오릅니다. 사태가 커지자 식약청은 제대로 조사도 해 보지 않고 일단 여러 개 업체의 만두를 불량식품으로 낙인찍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조사결과가 밝혀졌을 때, 각종 매체에 보도가 나가지만 이미 그때는 1단짜리 기사만 나갈 뿐입니다. 이미 공장은 망해 있고, 명예는 회복되지 않은 채 박용하의 형은 자살에 가까운 죽음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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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은 지난 2004년 한국을 뒤흔들었던 소위 '쓰레기 만두 파동'을 대략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의 파동은 방송사 기자가 독자적으로 엉터리 취재를 한 것이 아니라, 각 방송사가 경찰이 촬영한 자료 화면을 그대로 쓰면서 경찰의 초기 수사 결과를 아무 검증 없이 방송하면서 이뤄진 것입니다. 문제의 보도는 '만두 소를 공급하는 소형 식품사들이 단무지 공장에서 버리는 쓰레기 단무지로 만두 소 원료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죠. 이 보도는 대기업 식품사들도 이 소형 식품사들이 공급하는 만두 소로 만두를 만든다는 사실로 이어지며 대대적인 폭풍을 일으켰습니다.

폭등한 여론은 "즉시 '쓰레기 만두'를 만드는 회사의 이름을 공개하라며 관계 당국을 압박했고, 식약청은 여론에 밀려 제대로 조사도 해 보지 않고 25개 업체를 공개합니다. 결국 이 리스트에 오른 만두 회사들은 거의 폐업 위기에 몰리고, 그중 한 회사의 대표는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자살을 감행합니다.

조사 결과는 씁쓸했습니다. 문제의 '쓰레기 단무지'라는 것의 정체가 밝혀진 것이죠. 단무지 회사들은 단무지를 담근 다음 상품으로 포장할 때 둥글게 쓸 수 없는 무우의 양쪽 끝 부분은 '버립니다'. 이 '버리는 부분'이 만두 원료로 만두 소 회사에 팔려갔다는 것이죠. 즉 '모양 때문에 상품화할 수는 없지만 먹는 데에는 지장 없는 부분'을 판 겁니다. 문제될 게 없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어 다르고 아 다른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건 말하자면 김밥을 예쁘게 썰어 도시락에 담기 위해 각 줄에서 양쪽 끝 부분은 '버린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즉 예쁘지 않기 때문에 '버리는' 것이지, 그걸 '쓰레기'라고 불러서는 안 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한탕'을 위해 이를 '쓰레기 단무지' 혹은 '단무지 공장의 폐기물'이라고 불렀고, 이런 선정적인 표현이 언론을 통해 증폭되면서 사람들의 감정을 끓어오르게 한 것입니다.

뒤늦게 식약청 조사 결과 많은 업체가 누명을 벗게 되지만 이미 이때는 사람들의 마음이 돌아서 있었던 터라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불신을 표명합니다. 또 언론의 본질상 '터뜨릴 때는 크게, 해명은 조용하게'가 여기서도 적용됩니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를 '반성'하는 두 개의 기사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4&oid=036&aid=0000005505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0&aid=0000276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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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번 머리에 박힌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 모양입니다. 최근들어 '남자 이야기' 방송을 앞두고, 1회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는 여러 인터넷 매체의 기사들입니다. 한번 보시죠.

'남자이야기'의 첫번째 에피소드는 극중 ‘김신’(박용하 분)의 형 ‘김욱’(안내상 분)이 운영하는 만두공장이 ‘쓰레기만두’라는 오명을 쓰게 되는 사건이다. ‘쓰레기만두’ 파동은 지난 2003년 거대 만두제조업체들에서 단무지 공장에서 버려진 쓰레기 단무지를 만두속 재료로 사용해 사회적으로 큰 파동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실제로 쓰레기 만두 파동은 2003년 거대 만두제조업체들에서
단무지 공장에서 버려진 쓰레기 단무지를 만두속 재료로 사용해 사회적으로 큰 파동을 일으켰던 사건. 우리 사회가 식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해 주었던 실제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 같은 사건은 지난 2003년 거대 만두제조업체들에서 단무지 공장에서 버려진 쓰레기 단무지를 만두속 재료로 사용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아이템.


아주 사이 좋게 연도도 틀린데다(위에서도 말했듯 2004년 6월의 일입니다. 누가 하나 잘못 쓰면 끝없이 베껴 쓰는 인터넷 보도의 특징이 잘 살아 있습니다), 다시 한번 '쓰레기 만두'를 들고 나와 당시 처참한 피해를 입은 만두 회사 관계자들을 두번 죽이고 있습니다. 결국은 '사고는 크게 치고 해명은 작았던' 당시의 보도 행태가 이런 식으로 또 한번의 오류를 낳은 것이겠죠. 이 사건은 식품 위생에 대한 경각심도 경각심이지만 언론의 선정적 보도 행태에 경종을 울린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억되어야 하는데, 비록 인터넷 매체라지만 아직도 저런 보도가 나오고 있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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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이야기'가 또 하나 지적하고 있는 것은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흥분의 폐해입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댓글 알바'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식품 회사의 M&A를 위해 만두 파동을 조작하고 크게 확대시키는 주범들이 알바들을 동원해 뉴스 댓글로 만두 사건을 확대시키는 장면이었죠.

알바 몇명으로 여론이 좌우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정확한 정보 없는 속단이 대중들의 기호에 영합하는 경우, 그 폭발력은 지금까지 수없이 지켜본 바와 같습니다. 집단지성이라는 말도 있지만, 가끔은 과연 집단에 지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 드라마에 등장한 두번째 소재, '석궁 테러 사건'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유가 어떻든, 법치 국가에서 피고인이 판사를 석궁 같은 흉기로 쏘아 부상시킨 것은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입니다. 한데 이런 사건을 놓고도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겠느냐'는 여론과 함께 사건 당사자를 로빈 훗이라도 되는 양 포장하는 여론이 일어난 것은 도저히 합리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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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식으로 꽤 생각할 여지가 있는 사건들을 드라마로 풀어내는 것은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자칫하면 사건의 의미를 엉뚱하게 오도하는 우스꽝스러운 드라마가 되는 일도 드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이야기' 첫회는 '역시 송지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드라마였습니다.

박용하와 박시연의 연기도 칭찬할만 했습니다. 박용하는 본래의 모습인 터프가이로 유감없는 매력을 발산했고, 박시연은 이제 연기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프트가 인프라를 따라가지 못한다(죄송합니다. 전문용어라서^)를 평가는 이제 접어도 좋을 듯 합니다.

전반적으로 괜찮았지만 '아빠와 크레파스' 신, 뱅 앤 올룹슨 오디오를 이용한 '고급 악당' 김강우의 연출 등은 좀 의욕 과다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첫회가 이 정도라면 꽤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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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 물론 성공한 드라마들은 다 겪는 일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악착같아지는 PPL의 러시가 시청자들에게는 상당히 짜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작진의 변명은 '이렇게 해서라도 수지를 맞추지 않으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꽃보다 남자'가 생각보다 회당 제작비도 많이 들었더군요. 자세한 수지는 준비가 되면 나중에 다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회는 다들 보셨습니까? 25회는 그냥 '시리즈를 끝내기 위한 60분'에 충실한 의미였군요. 후반부(13회 이후) 들어 윤지후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던 구준표는 마지막회를 맞아 윤지후를 제치고 다시 주인공의 위용을 회복했습니다.

혹시 못보신 분들을 위해 살짝 결말 설명부터 잠시 하자면, 구준표는 금잔디의 졸업식날 미국으로 함께 유학가자고 청하지만 잔디는 한국에서 의대 입학을 위해 더 공부하겠다고 말합니다. 결국 4년 뒤, 준표는 의젓한 차세대 경영자가 되어 돌아오고, 3수끝에 의대에 들어간 잔디가 봉사활동을 간 지방으로 헬기를 타고 찾아갑니다. 스웨덴으로 유학갔던 소이정도 돌아오고, 윤지후는 의대 상급생으로 여전히 잔디 곁에 있습니다. 불쌍한 송우빈만 4년 뒤에도 뭘 하는지 전혀 설명이 나오질 않는군요. 아무튼 네 남자와 잔디가 해지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멋진 엔딩 장면을 연출합니다.

다른 결말을 기대한 분들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제목이 '꽃보다 남자'인 이상 츠쿠시는 츠카사와 맺어지는게 순리죠. 변화를 준답시고 결말을 바꿨다가는 열혈 시청자 몇명쯤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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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드라마의 성격에 맞는 결산을 뭘로 할까 생각하다가, 혜택받은 연기자들을 지난번에 했으니 이번엔 혜택받은 사물 위주로 정리를 해 볼까 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이 드라마의 꽃은 찬란한 PPL이었죠.

물론 이 순위는 전적으로 제가 개인적인 편견으로 추린 겁니다. 다른 분들은 각자 자기 생각으로 순위를 매겨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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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는 뭐니뭐니해도 애니콜 햅틱팝입니다. 극중에서 '구준표가 쓰는 전화기'로 소문났지만 사실은 F4 모두가 쓰는 전화기였죠. 특히 구준표가 사용하던 일명 추파춥스폰, 즉 색동무늬 커버 버전이 대단한 인기를 모았습니다.

사실 이 전화기는 이민호에겐 영욕이 함께 어린 상징입니다. 시청자들로부터 일찌감치 '구준표폰'이라는 영예의 명칭을 얻었지만 정작 이 전화기 CF의 메인 모델은 김현중에게 양보하게 됐으니 말입니다. 아마도 LG텔레콤과 삼성전자 애니콜 광고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은 당사자들에게도 '광고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롭게 느끼게 해 주는 계기가 됐을 듯 합니다.

그나자나 이 전화기 사 달라는 자녀들 때문에 고민하시는 부모님들이 꽤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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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는 배스킨 라빈스와 본죽의 공동 수상으로 하겠습니다. 잔디와 가을의 아르바이트 장소로 늘 등장하던 '봄죽'이 노출로는 단연 앞섰다고 볼 수 있겠지만, 수시로 등장해 신제품 아이스크림을 먹는 법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 배스킨 라빈스의 수혜도 만만찮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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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부터는 배경이 된 장소들이 대거 등장할텐데, 아무래도 장소라면 남산 N타워만큼 혜택을 본 곳도 없을 듯 합니다. 일단 서울 시내에 있는데다 이 드라마를 통해 서울 최고의 데이트 장소로 강조됐으니 관광객 유치에도 꽤나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꽃보다 남자'가 한류 드라마로도 뜬다면 곧 남산 케이블카 정거장 앞에서 두 손을 꼭 모으고 줄서 있는 일본 아줌마들을 보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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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는 하얏트 호텔입니다. 각종 객실과 볼룸이 수시로 등장했지만 아마도 서울 남산 하얏트에서 가장 멋진 장소로 꼽을 수 있는 수영장과 풀사이드가 집중적으로 노출된 점이 큰 소득이라 하겠습니다.

이 수영장은 겨울에는 스케이트 링크로 변신해 수많은 남녀들에게 역사가 이뤄지는 장소를 제공해왔습니다. 마지막회의 풀사이드 파티 신도 괜찮았지만 아마 내년 겨울이면 '그 스케이트 신을 찍은 곳'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 제법 될 것 같습니다. 워낙 비싸서 만만치 않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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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는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 사실 드라마 노출의 정도는 훨씬 심했지만 드라마를 광고 영상으로 삼았다는 반발이 드러나며 마케팅 효과가 오히려 감소한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경우라도 드라마라면 사람이 주인공이어야지, 건물이나 배경이 주인공이어서는 안 됩니다. 돈 들여 드라마에 협찬을 제공한 쪽에서는 가능한 한 자신들의 시설물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좋다고 하겠지만, 실제로는 적당한 선을 지키는게 훨씬 낫습니다. 공연히 반감을 불러 일으켜 봐야 득 될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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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가 말 많은 누벨 칼레도니아. 초기에 잔디가 준표에서 지후로 미끄러져가는 중요한 부분이 촬영된 곳인데 본 드라마의 촬영 이전이었으므로 배우들이 꽤나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아시다시피 누벨 칼레도니아는 신혼 여행 장소로 꽤나 뜨고 있는 장소입니다. 하트섬을 비롯해 이 섬의 풍불과 리조트 풍경이 자세히 소개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 역시 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살짝 눈썹을 찌푸리게 됩니다. 또 배우들 몇몇이 "보기보단 참 개발이 덜 됐더라"는 식으로 현지 촬영중의 고생담을 털어놔 한때 필화 사건으로 번질 뻔 한 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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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는 농심...을 꼽아야 할 듯 합니다. 유난히 라면을 좋아하는 준표의 설정에도 불구하고 농심은 초기 스폰서가 아니었죠. 그래서 '스폰서 유치를 위한 의도적인 장면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는데 제작진의 해명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라는군요.

아무튼 라면 먹는 장면은 많이 봤건만 어느 라면인지를 구별해서 생각나지 않으니 라면 PPL은 그리 큰 성공이라고 보기는 힘들 듯 합니다. 그냥 김현중의 라면 CF를 더 자주 방송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게 나을 듯. (그런데 정작 '꽃보다 남자' 방송 때에는 이들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CF가 그리 많이 방송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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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는 로터스. 스포츠카의 명성이 국내에서까지 그리 높지 않던 로터스는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젊은이들의 드림카로 꼽힐만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구준표가 몰고 다니던 파란색 유로파 모델과 소이정이 타던 주황색 엑시지 모델이 강한 인상을 남겼죠. (여기서 또 불쌍하게도 송우빈의 차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윤지후가 타던 모터사이클은 엠비 아구스타라는 명품이라는데, 특이하게도 모델명이 F4라는군요. 잘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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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가 아쉬운 빈폴. 물론 초기에만 해도 프레피 룩이라는 이 드라마의 간판 스타일과 함께 대단한 호응을 얻은 듯 합니다만, 뒤로 갈수록 쏟아지는 명품 러시 속에서 좀 빛을 잃었다는 느낌입니다. 재벌가 자제들의 의상이라 워낙 화려했던 탓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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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 봤던 구준표의 이 트레이닝(추리닝이라고 해야 느낌이 나는데..) 복도 사실은 대단한 명품이라는군요. 프레드 페리라는 브랜드인데 국내에는 정식 수입도 되지 않은 브랜드랍니다.





정식 순위는 이 정도로 해 두고... 이밖에도 수많은 협찬사들이 있지만 다 기억이 나질 않아 여기서 굳이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아차상이라면 '부산오뎅연합회' 정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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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단일 브랜드였다면 대단한 성공을 누렸을텐데요. 아깝습니다. 날씨가 아직도 쌀쌀하던데, 혹시 여자친구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한번에 오뎅 20개씩 먹는 젊은이들 덕분에 포장마차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으로 '꽃남의 유산'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또 어떤 브랜드가 꽃남의 수혜자로 우뚝 설지 궁금합니다. 혹시 제가 기억 못한 브랜드가 있으면 추가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그나자나 다음주 월,화요일부터 심각한 금단 증상에 시달릴 분들이 꽤 있겠군요. 뭐 떠나 보낼 건 떠나 보내야죠.






p.s. 물론 아무리 상품들이 크게 성공했다 해도 가장 성공한 건 이 드라마에 출연한 꽃미남 꽃미녀들이죠. 과연 누가 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큰 성장을 이뤘을까요. 그건 지난번에 따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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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끝납니다. 막판에 영 힘이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래도 아쉬워하는 분들이 꽤 많은 듯 합니다.

쉬운 퀴즈를 하나 내자면: '꽃남' 출연자 중에서 가장 출연료가 비쌌던 배우는 누구일까요? 정답은 이혜영입니다. '당연히 주인공의 출연료가 가장 비쌀 것'이라는 드라마의 기본 원칙과 동떨어진 답이긴 합니다. 그만치 이번 '꽃남'은 신인들로 채워져 투자 대비 압도적인 효율을 기록했습니다. 주인공 F4는 물론이고 그 주변의 수많은 출연진이 모두 '꽃남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럼 '꽃남' 출연을 통해 최고의 수혜를 누린 사람은 누구일까요. 물론 개인적인 편견을 기준으로 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순위를 매겨 보겠습니다. 불만 있는 분은 오늘이라도 블로그를 개설하시고 자신의 순위를 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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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이민호

아마도 이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무슨 기준을 적용한다 해도 이민호 개인으로 보나, 드라마 제작진의 입장에서 보나 최고의 소득은 이민호의 발굴입니다.

외모에 대해서는 굳이 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은근히 연기력(특히 코믹 연기에 대한 감각)을 요하는 구준표 역할을 이렇게 잘 소화해냈다는 건 정말 기대 이상의 소득일 겁니다. 어찌 보면 '인재는 언젠가는 드러난다'는 낭중지추의 법칙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요즘 케이블TV로 재방송되는 '달려라 고등어'를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이민호의 스타성에는 큰 차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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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김현중

사실 김현중이 1위라고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겁니다. 굳이 김현중이 2위인 것은 이 드라마 출연 직전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또 멀게는 SS501의 캡틴 역할을 통해 이미 만만찮은 스타덤이 형성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연기라는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 이만치 성과를 거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평가를 해 줄 수 있습니다. 아직 연기가 부족하다는 점 역시 인정해야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5년, 6년씩 연기를 하고 있는 선배들 중에도 아직 용모에 연기력이 끌려다니는 사람들이 널려 있죠. 굳이 연기 첫 경험인 김현중에게만 냉랭하게 대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단지 용모와 재능만으로도 김현중은 윤지후를 충분히 빛냈고, 자신도 그 과실을 다 충분히 따 먹었습니다. SS501이 그로 인해 받은 후광까지 감안하면 '꽃남' 출연의 소득은 이민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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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이민정

일본 드라마를 참고한다면 이 역할은 전형적인 '치고 빠지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한국판 드라마에서는 4각 관계에 너무 깊이 빠져들다보니 이민정이 연기한 하재경의 비중이 너무 커졌습니다.

이민정이 거둔 최대의 성과라면 쉬크해 보이는 외모와는 정 반대로 엉뚱한 성격인 하재경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평가를 얻은 것이죠. 두번째로는 도회적인 미모와는 달리 '수더분하고 털털한' 이미지를 덤으로 얻은 것입니다.

물론 배우로 갈 길은 아직 꽤 멉니다. 특히 '앵앵거리는' 목소리는 다른 역할을 맡는 데 있어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보완된다면 발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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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김소은

'천추태후'와 '꽃남'의 동시 출연이 훌륭한 시너지가 된 경우입니다. 물론 앞으로 한동안 단독으로 주연을 한다든가 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풋풋하고 상큼한 이미지는 '김소은'이라는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심는 데 큰 역할을 했죠.

김소은이 이 역할을 맡지 않았다면 소이정-추가을 커플이 지금처럼 높은 지지를 얻지는 못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나이를 감안하면 아직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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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김준

F4의 나머지 두 멤버, 김준과 김범의 활약상을 비교하자면 당연히 김범의 극중 비중이 훨씬 앞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이익'을 따지자면 김준을 더 위로 놓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역시 이유는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드라마 출연 전까지 김준이 누군지, 티맥스가 누군지 알던 사람들은 대단히 한정되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위치를 보면 김준이 얻은 것이 훨씬 더 많다고 보게 됩니다.

또 김준은 당당한 F4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F3에 비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동정표의 주역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F3가 모두 여성 상대역과의 신이 있고, 심지어 단독으로 등장하는 신마저 얼마 안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김준에게 쏟아진 많은 관심과 격려는 모두 그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앞날은 그 하기에 달렸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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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이시영

사실 효과로만 본다면 김소은보다는 이시영을 4위에 올려놓는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명도의 상승이나 부수적으로 누리게 된 인기의 크기, 화제성 등을 감안할 때 이시영이 얻은 것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시영의 현재 지위는 '꽃남'에 출연함으로써 얻은 것이라기보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엉뚱한 모습, 또 인터뷰 과정에서 보여진 오다쿠(?)적인 면모가 화제를 촉발시킨 것이라는 생각에서 한 단계 아래로 뒀습니다. 어쨌든 이런 모든 것들이 결국 '꽃남'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이었을테니 이 정도 대접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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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김범

물론 김범 역시 이 드라마의 수혜자입니다. 단지 7위까지 밀려 온 것은, 당초 이 드라마를 통해 김범이 얻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것에 비해 다른 젊은 배우들이 훨씬 잘 치고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꽃남'이란 드라마가 나오기 전까지 올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에덴의 동쪽'의 김범이었습니다. 그만치 나이에 비해 성숙한 연기력을 일찌감치 평가받은 것이죠. 그에 비해 '꽃남'의 소이정 역할을 연기하는 김범의 모습은 어쩐지 살짝 어색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바람둥이 역할이 좀 불편한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까지 거론된 모든 배우들 중에서 연기자로서의 강점을 생각하면 김범을 최우선으로 놓는 데 별로 주저하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나이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소년이 아닌 청년의 모습으로 성장할 김범의 모습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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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출연진들 가운데 '꽃남' 출연으로 굳이 뭔가를 얻었다고 할 만한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부모 세대의 연기자들 가운데서도 그렇고,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지위에 올라 있는 구혜선이나 박지빈이 특별이 뭔가 소득을 얻었다고 보기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됩니다.

너무 상식적인 순위일까요? 여러분의 순위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결산에 맞춰 그동안 '꽃보다 남자'에 대해 썼던 글들을 대략 모아 봤습니다.

이민호의 정체(?)에 대한 글
 

그 시리즈로 김범의 실상에 대한 글


꽃남들의 운명에 대한 글




벌떡 일어선 이민호가 뿌린 화제에 대한 글



관련이 있다면 있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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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꽃보다 남자'가 이렇게 온 사회를 들썩거리게 하는 화제작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제작진도 잘 알고 있겠지만, 탄탄한(?) 원작의 힘도, 탁월한 연출이나 극본의 힘도 아닙니다. F4로 불리는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의 완벽한 캐스팅이 다른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한 덕분입니다.

특히나 신인이라지만 이미 지난 3년간 만만찮은 수련을 쌓은 준비된 신인 이민호는 빼어난 용모 못잖은 연기력으로 이 드라마의 최대 수혜주가 됐고, 연기력은 아직 미숙하지만 용모만큼은 만화책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김현중의 파워 게임이 이 드라마 최고의 자산입니다.

이처럼 네 명의 남자 주인공이 날마다 화제를 뿌리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그 상대역들인 여배우들은 어떨까요.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금잔디를 둘러싼 논란은 전혀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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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뭐니뭐니해도 금잔디. 이 부분은 두 가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한국판 드라마의 금잔디가 과연 원작의 츠쿠시가 가져야 할 미덕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는 것은 '꽃보다 남자'의 츠쿠시는 풀(나물)의 이름인 츠쿠시라는 이름대로 강인하고 잡초같은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즉 안하무인인 으리으리한 재벌가의 도련님들을 상대해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기 앞길을 자기가 헤쳐가는 단단한 소녀죠.

그런데 한국 드라마의 금잔디는 여기서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 있습니다. 잔디도 잡초는 아니지만, 잔디보다는 온실 속 화초라는 편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금잔디는 이미 도련님들 앞에서 홀로 서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커녕 기회 있을 때마다 기대고 의지하는 캐릭터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이들이 주는 고가의 선물도 넙죽넙죽. 한마디로 F4, 더 한정시켜 말해 윤지후가 없으면 혼자 살아갈 수도 없는 연약한 여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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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금잔디라면 대체 F4가 무슨 매력을 느낄까요. 일본 드라마에서 이노우에 마오(위 사진)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원작이 정해놓은 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극중에서도 금잔디는 외모 면에서는 별로 주목할 게 없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외모도 그저 그런데 성격은 예쁜이들보다 더 의존적이고 칭얼대는 공주형이라면 과연 금잔디의 매력은 어디서 오느 걸까요. 불가사의합니다.

두번째는 애당초 그런 금잔디(혹은 츠쿠시)라는 캐릭터와 구혜선이라는 배우의 궁합이 맞느냐 하는 것입니다. 구혜선은 지금껏 청순가련형의 역할을 주로 맡아 왔고, 그건 구혜선이라는 배우가 가진 분위기와 꽤 맞아 떨어졌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져 내릴 것 같은 큰 눈은 구혜선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물론 배우들은 모두 역할에 적응하고, 역할에 따라 이미지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구혜선이 연기하는 금잔디는 초반의 발차기 신 등 몇 장면을 제외하면 측은하고 가녀린, 구혜선 본연의 청순가련형 캐릭터로 어느 새 돌아가 있습니다.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남자 캐릭터들에게 의존하는 금잔디라니, 이건 솔직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에 한국판의 제작진이 구준표-윤지후-금잔디의 삼각관계를 너무 깊숙히 끌고 가는 바람에 금잔디는 거의 된장녀나 꽃뱀같은 캐릭터가 되어 버린 부분도 있습니다. 안 어울리는 것도 안 어울리는 거지만, 구혜선이라는 연기자의 장래를 위해서도 이 금잔디 역할은 별로 권장할만한 캐릭터가 아니게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약 한달 전에도 이 캐릭터가 이 드라마의 불안요소라고 지적한 적이 있는데, 지금으로선 그 예상이 맞은 듯 합니다.

(p.s. 구혜선양의 팬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는게 당연할 듯 하지만, 아무튼 저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게 현실입니다.

캐스팅이 나쁘다는 것은, 배우가 나쁘다거나 연기를 못한다는 뜻과는 전혀 다릅니다. 구혜선양이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그렇게 말한 적도 없습니다. 단지 금잔디라는 캐릭터에 구혜선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리고 금잔디 역이 산으로 가고 있는 것이 구혜선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쓴 적도 없습니다. 그건 당연히 작가와 연출자의 몫입니다. 윗글에도 그렇게 되어 있군요.

공연히 흥분해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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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다음으로 비중이 큰 캐릭터는 이민정. 구준표의 약혼녀 하재경 역을 맡은 이민정은 일단 외모가 주는 분위기에서는 성공적인 캐스팅입니다. 특히 이번 역할을 위해 채비한 헤어스타일이 일등공신입니다. 이전의 긴 머리였을 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개성이 살아났습니다.

물론 이민정에게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목소리입니다. 아직까지는 연기자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는 새 소리가 나더군요. 그리고 캐릭터에서도 지나치게 일본판 드라마의 시게루(위 사진 왼쪽의 가토 나츠키)를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건 사소한 부분이고, 아무튼 이 드라마를 통해 얻는 게 있는 여배우가 있다면 그건 이민정과 추가을 역의 김소은 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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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에서 처음 등장한 소이정의 첫사랑(이름을 모르겠군요) 역을 맡은 박수진은 다행히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 몇 장면만으로도 극악의 캐스팅이었다는 걸 확실히 증명하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이 캐릭터는 지금 최강의 바람둥이가 되어 버린 소이정이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는, 고향 같은 캐릭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박민영(^^)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소이정이 기댈 수 있는 푸근함을 갖고 있는 캐릭터여야 합니다.

하지만 박수진의 모습은 거기선 거리가 멀더군요. 이건 연기력이 미치고 못 미치고 보다 훨씬 전 단계의 문제입니다. 캐릭터 구축을 위해 시청자들에게 적응기간을 줄 수 있는 캐릭터도 아니고 보면 첫 눈에 알 수 있는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텐데, 무슨 생각으로 이뤄진 캐스팅인지를 궁금하게 합니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 역할에 에이미가 나오는게 아니냐고 경계했는데, 차라리 에이미가 나오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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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한채영과 김현주가 등장한 것은 화제를 모으는 데에는 성공적이었지만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내용은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한채영과 김현중의 초반 앙상블은 많은 시청자들이 리모콘을 찾게 만들었고, 김현주와 재벌가 맏딸의 캐릭터는 그리 좋은 조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도 진선미 삼총사와 지금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잘 나가고 있는 이시영이 남는군요. 워낙 비중도 작고 지나간 얘기라 굳이 뭐라 토를 달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꽃보다 남자'의 완벽에 가까운 F4 캐스팅에 비해 여성 캐릭터들의 선정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여배우들 때문에 '꽃남'을 보는 시청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제작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큰 다행이라고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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