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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에 대한 열번째 글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사랑하는 은동아] 3. 그렇다면 화양연화는 어떨까? http://fivecard.joins.com/1315

[사랑하는 은동아] 4. 주니어, 이자인이라는 보석의 발견 http://fivecard.joins.com/1316

[사랑하는 은동아] 5. 웹 드라마로 먼저 보여드리는 이유는? http://fivecard.joins.com/1318

[사랑하는 은동아] 6.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http://fivecard.joins.com/1319

[사랑하는 은동아] 7. 김태훈. 김민호. 김미진을 통한 완성 http://fivecard.joins.com/1320

[사랑하는 은동아] 8. 주진모라는 배우를 다시 알다 http://fivecard.joins.com/1322

[사랑하는 은동아] 9. 김사랑,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http://fivecard.joins.com/1324

 

 

오늘은 '사랑하는 은동아'가 촬영되고 있는 세트에 대한 글입니다.

 

10대 현수 주니어가 살던 집과 30대 은호 주진모가 살고 있는 집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중심부에서 1시간 반 정도 거리, 파주에 있는 세트장입니다. 외관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드라마 세트장들이 그렇듯 처음부터 방송용으로 설계된 곳은 아닙니다.

 

 

여기는 10대 현수의 집. 10대 현수(주니어)가 살던 춘천 집입니다.

 

1995년의 한 중산층 가정 거실인데, 사실 90년대, 20년 전이라 해도 그리 옛날의 느낌은 아닙니다. 요즘도 있을법 한 그런 거실의 느낌.

 

 

부엌입니다.

 

 

옛날식 라면 박스 스티커의 디테일. 그리고 냉장고 구석에는 중국집 배달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욕실.

 

 

현수의 방을 찍기 위해 거실을 카메라 스태프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스튜디오 촬영은 스튜디오 카메라, 야외 촬영은 야외용 카메라가 동원됐지만 근래에는 같은 종류의 카메라로 야외와 세트를 모두 소화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점점 더 진짜 건물 내부인지, 세트인지 구별하기 힘든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차이가 많이 나는 드라마도 있죠)

 

 

 

여기가 10대 현수의 방.

 

 

주니어군이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1회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낮에 은동이 만난 날, 현수가 침대에 누워 "박현수, 남자다" 하면서 혼자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현수를 높은 곳에서 찍어야 하는 장면이라 카메라가 높은 곳에 위치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저 위치에서 찍으면,

 

 

 

이런 장면이 찍히는 것이죠.

 

 

그리고 연출진은 밖에서 모니터로 촬영 장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왼쪽이 이태곤 감독입니다.

 

 

 

그래도 이 세트장은 비교적 지원 시설이 괜찮은 편입니다. 최근 들어 점점 드라마 세트가 대형화/정밀화 되어 가는 추세라 2000년대 이전에 건설된 각 방송사의 스튜디오들이 무용지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도권의 폐 공장, 폐 창고들이 스튜디오로 개축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경우 부대시설이 부족합니다.

 

특히 냉난방 시설까지 가면 참담한 경우도 있죠. 물론 점점 상황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현재 많이 나오고 있는 은호(주진모)의 집 세트입니다.

 

 

 

촬영중 잠시 장면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운데 은호가 서 있죠.

 

눈 밝은 분들에게 보이는 쿠르베 스피커.

 

 

 

은호의 침실도 쿠르베 스피커가 지키고 있습니다.

 

 

복층식 대형 펜트하우스 아파트의 설정이기 때문에 층고가 대단히 높습니다. 고급스럽죠.

 

 

 

 

은호의 집답게 벽에는 왕년의 지은호 사진들이 붙어 있습니다.

 

...은호가 아니라 주진모인지도.^

 

 

여기는 은호가 영화를 보는 방.

 

 

그리고 옷방.

 

 

욕실 인테리어가 상당히 깔끔합니다.

 

 

2층에서 바라본 거실 전경. 늘 은호가 자고 있는 소파가 보입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은호의 테라스. 네. '합성이다' 에 시달렸던 그 공간입니다.

 

이 공간도 사실은 실내에 있기 때문에 은호가 여기서 전화통화를 하거나 할 때, 하늘은 블루스크린을 통해 합성됩니다.

 

 

고급스러운 주방.

 

 

 

그리고 은호네 집에서 가장 큰 창은 바로 지금 보이는 저 왼쪽의 창인데요,

 

 

밤 장면에서 이 창밖으로는 이런 야경이 보입니다.

 

 

창문 밖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도시의 야경이 보이는 막 뒤에 조명이 켜져 있죠. 이렇게 하면 저 사진막의 불켜진 창들이 실제 불켜진 야경처럼 살아나 보입니다.

 

 

 

아, '사랑하는 은동아'가 이제 4회만 남겨놓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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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 관련 아홉번째 일지입니다.

 

지나간 글들은 이쪽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사랑하는 은동아] 3. 그렇다면 화양연화는 어떨까? http://fivecard.joins.com/1315

[사랑하는 은동아] 4. 주니어, 이자인이라는 보석의 발견 http://fivecard.joins.com/1316

[사랑하는 은동아] 5. 웹 드라마로 먼저 보여드리는 이유는? http://fivecard.joins.com/1318

[사랑하는 은동아] 6.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http://fivecard.joins.com/1319

[사랑하는 은동아] 7. 김태훈. 김민호. 김미진을 통한 완성 http://fivecard.joins.com/1320

[사랑하는 은동아] 8. 주진모라는 배우를 다시 알다  http://fivecard.joins.com/1322

 

 

 

 

직업의 특성상(물론 전 직업을 포함해서) "만나 본 여자 연예인 중에 누가 제일 예쁘냐"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게 아니라도 남자들끼리의 술자리라면 "난 전지현이 제일 예쁜데", "그래도 얼굴은 김태희 아닌가?" "무슨 소리야. 손예진이지" 하는 얘기들이 오가는 게 이상하지는 않습니다(반대 경우라면 강동원 정우성 김우빈 등이 거론되겠죠). 아무튼 이런 경우, 저 위에 있는 이름들 못잖게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코드 네임 김러브. 김사랑이죠.

 

 

 

 

 

김사랑의 비주얼은 이미 전설이 된지 오래입니다. 2000년 미스코리아는 진 김사랑, 선 신정선, 미 손태영을 배출한 역대 최강급의 대회로 꼽힙니다(여기에 미스 한주여행사 박미선 - 박시연도 있죠). 얼마 전 JTBC에서 역대 미스코리아 출신들이 출연하는 '비밀의 정원'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할 때, '2010년대 이후 미스코리아 출연자들이 뽑은 가장 인상적인 선배'로 김사랑이 뽑혔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몸매까지 포함하면 정말 반칙이죠. 물론 얼굴만 보더라도 결코 부족함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 얼굴이 지금까지도 전혀 손상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 포털 검색창에 '김사랑'을 치면 '김사랑 나이'가 연관 검색어로 나옵니다.

 

 

 

 

누가 봐도 사기 유닛이죠. 다른 여배우들이 나란히 서기를 꺼린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 김사랑이 출연한 드라마 중 가장 지명도 높은 작품인 '시크릿 가든'에서도 이 장면이 유독 화제가 됐습니다. 진정한 '피지컬 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화력 시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사랑은 '시크릿 가든' 이후 4년 동안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습니다. 스포츠용품 광고는 큰 화제가 됐지만 드라마든 영화든 출연작이 없었던 거죠. "그렇게 내키는 작품이 없었다"던 김사랑에게 '사랑하는 은동아'가 찾아간 건 어쩌면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 미팅에서 이태곤 감독이 김사랑에게 그 4년 동안 주로 뭘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기도"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마도 김사랑을 '사랑하는 은동아'로 이끈 건 하느님의 말씀이었던 듯.

 

그리고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는 지금, 역시 그 선택은 올바른 것임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수많은 명장면들이 꼽히고 있지만 김사랑의 감정이 가장 아름답게 폭발한 장면은 아무래도 이 장면 아닐까 싶습니다.

 

 

 

 

김사랑은 이 드라마를 통해 비주얼에서 끝나지 않는 진정한 내면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사랑하는 은동아'의 여주인공 캐스팅이 어려웠던 것은 - 물론 어떤 작품의 캐스팅이 쉬울까 마는 - 이 역할이 가지고 있는 약점 때문이었습니다. 첫째,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 서정은은 열살짜리 아들이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애 엄마 역에는 애 엄마'를 캐스팅하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그래도 작품의 특성상 '애 엄마 느낌이 나지 않는 배우'를 찾았기 때문에 저희는 고난의 세월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 역할은 본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역할입니다. 서정은은 톱스타 지은호의 구술 녹음을 듣고 자서전을 써 주는 대필 작가입니다. 그런데 이 대필 작업이라는 걸 하면 할수록, 왠지 친숙한 이야기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지은호 매니저를 만나고, 지은호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 마침내 곡절 끝에 지은호 본인을 만나고, 자신이 자신이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조금씩 알아차리게 됩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기억이라는 것이 단 한 순간에 망치로 머리를 띵 맞고 한꺼번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8부 엔딩에서 서정은은 일단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았지만, 자기가 바로 지은호가 찾고 있는 지은동이라는 것을 학적 확인을 통해 안 것이지, 그 당시 자신이 지은동으로 살았던 기억이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연기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즉 정은의 마음 속은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왠지 낯설지 않은, 뭔가 이상한 느낌의 상태' - '혼란스럽지만 마음이 흔들리는 상태' - '알 수 업는 설렘과 함께 그 남자가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상태' - '내가 누구인지는 알았지만 기억이 돌아오지는 않은 상태' 를 거친 뒤에야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일이 실제로 벌어졌는지가 모두 기억나는 상태'가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김사랑은 이 과정에서 몇 차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공감하시겠지만, 이 각각의 상태들을 구분해 연기하기란 어떤 배우라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사랑은 역할에 대한 애정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냈고,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인생 연기'라는 호평을 듣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이제 반환점을 넘었지만, 문득 이 드라마를 완주한 뒤의 김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천부적인 하드웨어에 감정 연기 옵션이 추가된 완전체가 된다면. 결국 그 뒤의 김사랑을 얘기할 때 사람들은 그 경계가 된 작품으로 '사랑하는 은동아'를 꼽게 되지 않을까요. 

 

저는 그럴 거라고 확신합니다.

 

 

 

 

P.S. 티저 촬영 때의 잠시 설정샷. 제작발표회 때 시청률 5%가 넘으면 김사랑의 기타 연주 영상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저는 아직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언젠가는 이렇게 두 사람이 기타를 연주하며 마주 보는 장면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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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 관련 여덟번째 일지입니다.

 

지나간 글들은 이쪽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사랑하는 은동아] 3. 그렇다면 화양연화는 어떨까? http://fivecard.joins.com/1315

[사랑하는 은동아] 4. 주니어, 이자인이라는 보석의 발견 http://fivecard.joins.com/1316

[사랑하는 은동아] 5. 웹 드라마로 먼저 보여드리는 이유는? http://fivecard.joins.com/1318

[사랑하는 은동아] 6.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http://fivecard.joins.com/1319

[사랑하는 은동아] 7. 김태훈. 김민호. 김미진을 통한 완성 http://fivecard.joins.com/1320

 

 

벌써 몇달째 이 드라마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지만, 매주 시청자의 입장이 될 때가 있습니다. 각 회의 편집된 영상을 처음으로 보는 순간입니다. 물론 대본에서 다 읽은 대사고, 촬영할 때도 간혹 지켜보는 신들이지만 그것이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어진 뒤의 모습을 처음 볼 때에는 역시 남다른 감동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점점 느끼게 되는 것은 주진모라는 배우의 가치입니다. 매주 '사랑하는 은동아'를 보면서, 그동안 이 배우가 얼마나 과소평가되어 왔는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실 이 배우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주 오래 전, '댄스 댄스'라는 영화를 통해 황인영과 함께 데뷔했을 때부터, 이 배우의 깎은 듯한 얼굴은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해피 엔드', '미녀는 괴로워' 같은 영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빛을 발했습니다.

 

 

 

 

물론 어떤 배우도 나이를 먹습니다. 그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주진모도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모습으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이미 이런 풋풋했던 시절의 모습은 아닙니다.

 

또 영화 '쌍화점'과 '사랑', 드라마 '기황후' 등을 거치면서 주진모에게는 '근엄한 왕 역할이 어울리는 배우'라는 이름표가 붙었습니다. 이 말은 뒤집으면 '다소 경직된', 혹은 '멜로드라마에는 잘 맞지 않는'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주진모에게 아직 카드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몇해 전 본 '무릎팍 도사'에서의 모습이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주진모는 결코 '무게만 잡는' 배우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얼굴을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사실 '사랑하는 은동아'의 남자 주인공은 첫째, 톱스타라는 직업에 어울리는 관록을 보여주는 배우여야 했고 둘째, 그러면서도 마음 속에 열일곱 악동 소년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이 두 조건을 다 갖춘 배우로 주진모를 떠올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역시 몇해 전, 한 술자리에서 주진모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거의 속내를 내보이지 않는, 지나치게 관리가 철저한 몇몇 배우들과는 달리 주진모는 술자리에서 밝은 웃음과 소탈한 자세로 좌중과 함께 진정으로 자리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 이미 '사랑하는 은동아'를 지켜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 매니저 동규(김민호)와 중학생 수준의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은호의 모습과 주진모가 아주 잘 겹쳐지는 조합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런 확신이, 결코 싸지 않은 몸값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인공은 주진모'라는 주장에 힘을 싣게 한 것 같습니다.

 

 

 

 

대본에 대해 처음 얘기를 나눌 때, 주진모에게 "이 역할은 멋지게만 보이는 역할은 결코 아니다. 대신 진모씨의 연기 역정에서 뭔가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주진모 역시 "나도 잘 알고 있다. 그게 바로 내가 이 대본을 선택한 이유"라고 대답하더군요.

 

그 자신에게도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던 겁니다.

 

 

 

 

물론 이렇게 '다 내려놓은' 가벼운 연기로만 '사랑하는 은동아'의 주진모를 평가한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그의 진가를 볼 수 있는 건 역시 눈물 어린 멜로 연기였습니다.

 

 

 

 

드라마를 보신 분이라면 이 장면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 애타게 찾아 해메던 그 여자가 바로 근처에 있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은호. 그러나 이미 그녀에게 남편과 아이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 상황.

 

그래서 그녀를 발견하고도, 섣불리 다가가서 나를 모르겠느냐고 나서지 못합니다. 이보다 안타까울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 놓인 은호의 심정은 주진모의 안타까운 눈물을 통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흔히 가끔 지나치게 잘 생긴, 조각 같은 남자의 얼굴을 보면 '느끼하다'고 말하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주진모는 물론이고 20대 때의 장동건도 흔히 들었던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눈물은 그런 선입견을 날려 버리기 충분했습니다.

 

못 보신 분이 있다면 한번 보시길. '심쿵' 준비가 필요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저기서 무너질듯 주저앉아 통곡하는 은호의 모습까지 화면이 이어져야 하는데... 이 장면을 못 보신 분들은 VOD를 이용하시길. 돈이 아깝지 않으실 겁니다.)

 

저렇게 망가질 땐 제대로 망가져 줬다가 이런 멜로 장면에선 시청자의 가슴을 쥐어 짤 수 있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런 그의 호연 덕분에 이미 수많은 분들의 호평이 온/오프라인을 메우고 있습니다. 시청률 면에서도 곧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 TV평점순위에서 '사랑하는 은동아'는 700여명의 네티즌들로부터 9.9의 평점을 받았습니다.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들 가운데 단연 1위 입니다. 10점 만점에 9.9라는 점수가 나온다는 건 누구라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것도 한두명도 아닌, 700여명이 투표를 했는데 말입니다.

 

 

 

정말 신기할 따름...

 

어떤 분 말마따나 "이 드라마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편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란 말이 실감납니다. 그런 호평들 덕분에, 용기를 잃지 않고 제작진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리고 있습니다.

 

 

 

 

다음번엔 '사랑하는 은동아'의 속살, 세트를 살짝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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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 관련 일곱번째 일지입니다.

 

지나간 글들은 이쪽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사랑하는 은동아] 3. 그렇다면 화양연화는 어떨까? http://fivecard.joins.com/1315

[사랑하는 은동아] 4. 주니어, 이자인이라는 보석의 발견 http://fivecard.joins.com/1316

[사랑하는 은동아] 5. 웹 드라마로 먼저 보여드리는 이유는? http://fivecard.joins.com/1318

[사랑하는 은동아] 6.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http://fivecard.joins.com/1319

 

 

 

네. 드디어 메인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사실 김태훈이라는 배우가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낸 건 꽤 오래 전 일이지만, 솔직히 저 자신부터도 '아저씨' 이전의 모습은 기억에 없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노희경 작가의 '굿바이 솔로' 같은 드라마에 나왔다고 하는데, 글쎄 무슨 장면이었는지는 떠오르지 않더군요. 아무튼 '아저씨'에서 형사 역으로 두각을 보인 뒤(당시엔 '어, 김태우 닮은 배운데 연기를 잘 하네...') 무섭게 풀려나갔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악역. 최근 끝난 '앵그리 맘'에서도 악역이었죠.^ 아무래도 강렬한 눈빛이 악역의 면모를 갖추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지만, '사랑하는 은동아'의 서정은 남편 최재호 역은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연기를 잘 하는 배우여야 했죠.

 

최재호는 왕년의 아마야구 최고 투수 출신. 메이저리그의 손짓을 받고 미국으로 진출하기 직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휠체어 신세가 됐습니다. 그래도 그 사고 때 약혼녀 정은(김사랑)을 지켜냈고 - "사고 날 때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핸들을 꺾고 자기 쪽으로 충돌해 여자는 거의 다치지 않았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 결국 정은과 결혼, 아들 라일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역할 덕분에 김사랑으로부터 발을 씻어주는 서비스.;; 를 받고 있는 김태훈... 뿌듯할듯)

 

본래는 상당히 유복한 집안이었지만 오랜 재호의 투병 때문에 살림은 풍족하지 않고, 결국 정은이 여러 개의 알바를 하면서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늘 그것 때문에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죠. 어느날 아내가 톱스타 지은호의 자서전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며 기뻐합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돈을 벌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남자가 자서전을 쓰는 이유를 안 다음, 그는 더 이상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리고 서서히, 그는 자신 안의 이기심이 고개를 드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천성이 선한 사람이기 때문에 갈등은 더욱 커져 갑니다.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죠. 몇 안 되는 후보 가운데서 당연히 김태훈이 첫 손에 꼽혔습니다만, 문제는 이 분이 당시 '앵그리 맘'에 한창 출연하고 있었다는 점이죠. 어떻게든 스케줄을 만들어 달라는 수차에 걸친 요청 끝에 김태훈의 출연이 성사됐습니다. 특히 제작진 중 여성 스태프들의 성원이 절대적이었는데, 어쨌든 캐스팅 이후 재호의 분량은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은호의 수행 매니저(실장급)인 고동규 역. 이 역할 역시 대한민국의 25~30세에 이르는 배우들 중 웬만한 배우는 거의 다 - 물론 주연급들은 빼고 - 거쳐간 역할입니다. 주인공인 지은호와 가장 많은 장면에 같이 등장해야 하는 - 심지어 여주인공 정은 보다 더 - 역할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매니저와 스타는 절대적으로 각별한 사이입니다. 특히나 이 작품에서 동규와 은호의 호흡은 절대적입니다. 은호는 표면적으론 최고의 스타지만 개인적인 공간으로 들어가면 10대 초반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인데, 그 십대 소년 같은 어리광(?)을 슬쩍 받아 넘기면서 은호에게 회사가 원하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 동규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스타가 죽으라면 죽는 것이 매니저지만 동규는 이미 그 선을 넘어 섰고, 은호의 머리 꼭대기에 선 것은 물론 은호의 비위를 맞출 때는 맞춰 주면서 실질적으로 은호를 '관리'하는 인물입니다. 동규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어디 가면 나 만한 매니저가 있을 줄 알아요? 형은 나 없으면 큰일 나'라는 자신감이 있고, 실제로 그렇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은호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동규 역할을 위해선 뭔가 곰의 외형과 여우의 내면을 갖춘 배우가 필요했는데, 까다로운 이태곤 감독이 마침내 OK를 한 것이 신인 김민호였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론 동규 역할에 뭔가 주진모를 삼킬듯한 미소년이 하나 나와 주기를 바랐던 바라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탄탄한 연기력은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했습니다.

 

머잖아 드라마에도 그의 놀라운 개인기(?)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근데 볼수록 싸이 닮았군요.)

 

 

 

 

마지막으로 김미진. 한때 '목소리 이영애'로 유명했지만, 연기력 또한 발군입니다. 왕년의 '소울메이트'에서 명연기가 지금도 생생한. 극중에선 동규의 사촌 누나이며, 정은과 인연이 깊은 미용실 원장입니다. 가족이 없는 정은에게 친언니 같은 존재고, 뒷날 은호와 정은 사이에서 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소리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연들이 있습니다. 요즘 남주혁과 함께 가장 핫한 남자 모델로 꼽히는 장기용이 '2005년 당시 배용준 급이었던 이석태' 역으로 이미 2회에 출연했고, 2회에서의 느끼한^ 연기가 호평을 받으면서 2015년에도 '왕년에는 배용준 급이었지만 어느새 몰락한' 성인 연기자 이석태 역으로 이어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문득 생각해보니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10대, 20대 30대로 갈라져 있는 바람에 10년을 뛰어넘어 출연하시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은호의 동생 현아 역의 20대와 30대 역으로 김윤서, 은호의 평생 친구인 현발이의 10대와 20대 역으로 김형규, 그리고 이석태의 20대와 30대 역으로 장기용... 아, 여기에 2005년과 2015년에 같이 나오는 가율할머니가 계시긴 합니다.)

 

그리고 미세스 탁 역의 황혜진, 오디션 때 영어 발음으로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했던 아역 박민수. 그리고 정동환 이영란 남경읍 서갑숙 등 관록있는 배우들로 '사랑하는 은동아'의 진용이 갖춰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3회. 실질적인 드라마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제공 들어갑니다.... 스피커는 쿠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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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 관련 여섯번째 일지입니다.

 

지나간 글들은 이쪽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사랑하는 은동아] 3. 그렇다면 화양연화는 어떨까? http://fivecard.joins.com/1315

[사랑하는 은동아] 4. 주니어, 이자인이라는 보석의 발견 http://fivecard.joins.com/1316

[사랑하는 은동아] 5. 웹 드라마로 먼저 보여드리는 이유는?  http://fivecard.joins.com/1318

 

 

 

 

팍팍하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만약 누군가가 20년 동안 애타게 당신을 찾아 해메고 있으며, 그 사람이 당신의 인생을 바꿔 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그리고 그 사람이 주진모나 김사랑 같은 멋진 상대라면 어떨까요. 물론 현실에선 일어나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것은 결국 그렇게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상상을 대신 보여주는 데 그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리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번 주말 '사랑하는 은동아'의 1,2회가 방송되고 있습니다. 총 16부작인 '사랑하는 은동아'에서 1회와 2회는 현수와 은동이라는 두 인물이 어떻게 만나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헤어져야 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3부부터는, 성인이 되어 지은호라는 톱스타가 된 현수가 은동이를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현수의 자서전을 대필해 주게 된 정은이 자신의 현실과 은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낭만적인 상상을 빠지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근본적으로 이 이야기는 판타지입니다. 위에서 말했듯 쉽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잠시 주변을 잊고 빠져들 수 있는 그런 판타지를 지향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 "나는 너를 기억하고 아직도 사랑하는데, 왜 너는..."이라고 말하는 순간을 상상해 보면, 그대로 빠져들 수 있는 그런 판타지죠.

 

 

 

 

 

그동안 '사랑하는 은동아'의 웹시리즈인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 관련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본방에 들어간 만큼, 그동안 소개하지 못했던 '사랑하는 은동아' 전체 출연진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인물관계도. 1995년과 2005년용입니다.

 

 

 

그 다음은 2015년용.

 

 

 

 

1995, 2005, 2015년의 세 시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지만 세 시점의 비중을 공평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현재인 2015년 시점의 이야기가 가장 많고, 그 시점의 주인공인 지은호 역의 주진모와 서정은 역의 김사랑이 메인입니다.

 

두 주인공 중 주진모의 캐스팅 과정은 의외로 순탄했습니다. 2015년의 지은호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고, 만인의 연인입니다. 스타가 아닌 배우를 스타 역으로 캐스팅했을 때에는 드라마가 성공하기 힘들어집니다. 스타들만이 갖고 있는 아우라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무나' 캐스팅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데, 시운이 맞았는지 주진모가 이 대본을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함정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주진모는 사랑에 빠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심각한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 혹은 만인을 호령하는 왕 역할이 어울리는 배우의 역할을 주로 연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지은호는 사람들 앞에 서면 위엄 넘치는 한류 스타의 느낌이지만,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이 드라마에서는 매니저 동규가 그 역할을 주로 합니다) 앞에서는 10대 불량소년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 나오는 타입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상당 부분 '내려놓고' 망가져야 살 수 있는 역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진모는 이 역할을 마음에 들어 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제작발표회 때 "이만큼 사랑하게 된 작품이 없었다"고 말한 게 농담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반면 서정은 역은 상대적으로 캐스팅이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열살 짜리 아이가 있는 엄마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아이 엄마인 배우를 캐스팅하면 별 무리가 없었겠지만, 스토리의 특성상 '애 엄마 같지 않은 애 엄마'가 필요했기 때문에 캐스팅은 난항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누군가 "김사랑은 어때?"라는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사실 김사랑은 굳이 '시크릿 가든'의 예를 들지 않아도 대한민국에서 '부잣집에서 자라난 시크하고 부티나는 미인' 역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은동아'의 서정은은 옷가게 알바며 대필 작가, 마트 알바 등 가리지 않고 혼자 벌어 남편과 아들을 부양하는, 그러면서도 구김살 하나 없고 에너지 넘치는, 다 자란 캔디 같은 대한민국의 아줌마(물론 아줌마로 보이지 않는 아줌마)입니다. 과연 김사랑에게 이런 역할이 어울릴까?

 

이건 연출자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였고, 김사랑과 꽤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이태곤 감독은 짦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은이다." 그리고 그날부터 김사랑은 서정은이 되었습니다.

 

10대 현수 역의 주니어이자인을 캐스팅한 과정은 지난번에 설명한 적이 있고, 20대 현수 백성현은 이태곤 감독의 간곡한 부탁으로 역할을 맡았습니다. 사실 백성현 급의 배우에게 극 전반부에만 출연하는 역할을 요청하는 건 결례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이태곤 감독의 작품인 '인수대비'에 출연했던 인연 덕분에 백성현은 20대 현수 역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요즘 '카이스트녀'로 각광받고 있는 윤소희도 역시 JTBC 드라마 '달래된장국'에 출연했던 옛 정을 살려 20대 은동 역으로 출연하게 됐죠.

 

 

 

그리고 나서 이어진 캐스팅. 은호를 좋아하지만 갖지 못하는 재벌 가문의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 조서령 역은 김유리가 너무나 잘 해낼 것이 분명한 역할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이견이 없었습니다. 사실상 현수의 누나 역할을 하는 현수의 여동생 현아 역의 김윤서도 별 이론 없이 선택됐습니다. 현수의 어린 시절 라이벌(?)이었지만 뒷날 매니저가 되어 톱스타 지은호의 평생 동반자 역할을 하는 현발 역은 중견 연기자 김용희가 맡게 됐고, 현발이의 10대와 20대는 눈매가 인상적인 신예 김형규가 연기하게 됐습니다. 사실 10대 현수와 20대 현수가 다른 인물이면 현발이도 다른 인물이어야 했지만, 재능 넘치는 김형규를 좀 더 오래 보여주기 위해 10대 현발이와 20대 현발이는 같은 인물이 연기하는 것으로 처리됐습니다. 1부에서 20대 현발이의 등장을 알리는 대사는 이렇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10년 일찍 나이들어 있던 현발이의 세월만 그대로였습니다...." 타고난 노안이었단 얘기죠.^

 

물론 아직 남아 있는 부분이 몇 있었습니다. 2015년 시점에서 정은의 남편이며 한때 메이저리그를 겨냥했던 유망주 투수 출신인 최재호 역, 은호를 늘 수행하며 손발 역할을 해 주는 실장(매니저) 고동규 역, 그리고 동규의 친척 누나이며 동규와 정은을 처음 연결해 주는 미순 역 등, 유난히 비중이 큰 역할에는 누구를 캐스팅해야 할지가 고민이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한번 접겠습니다.

 

일단 '사랑하는 은동아' 1회를 못 보신 분들은 이쪽에서 한번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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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 관련 다섯번째 일지입니다.

 

지나간 글들은 이쪽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사랑하는 은동아] 3. 그렇다면 화양연화는 어떨까? http://fivecard.joins.com/1315

[사랑하는 은동아] 4. 주니어, 이자인이라는 보석의 발견 http://fivecard.joins.com/1316

 

 

 

 

웹시리즈(웹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은 총 5부작으로, 이제 마지막회가 남아 있습니다. 총 50만 뷰 이상의 수치가 나왔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이라 다들 고무되어 있습니다. 격려 전화도 옵니다. 그런데 이런 반응.

 

"너희 예고 잘 봤다. 잘 만들었더라."

"예고? 아. '더 비기닝' 말씀이군요. 2편도 보셨나요?"

"2편은 또 뭐야. 예고가 2편이 있냐?"

"14분, 15분씩 되는 예고가 어디 있어요. 그거 5부작 웹 드라마에요. 본편 앞부분을 새로 편집한."

"응? 그게 그렇게 길었어? 5부작이면 드라마를 다 보여주는 거 아니냐? 왜 그렇게 많이 보여줘?"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에는 수억원의 돈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비싼 콘텐트를, 방송 전에, 다른 플랫폼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미리 다 보면 누가 본방을 보겠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곤 했습니다.

 

드라마만 그런 것은 아니었죠. JTBC 예능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뽑아서 예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제일 재미있는 걸 예고로 보여주면 누가 본방을 보겠느냐"는 주장 때문이었죠. 이걸 방송용어로 '바레(일본말입니다. '네타바레'의 그 '바레'죠)'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처럼 볼 거리가 널려 있는 시대에는 가장 재미있는 것이 예고로 나가야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습니다. '아끼면 똥 된다'의 세상인 셈입니다.

 

 

 

다행히 '사랑하는 은동아'의 이태곤 감독은 사전 프로모션의 중요성을 잘 아는 분이었고, "시청자들에게 아낌없이 드라마의 고갱이를 보여줘야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말에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여전히 불안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드라마의 저변을 일찍 넓혀야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대세론이 이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웹 시리즈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 5부작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사실 JTBC는 이전부터 드라마의 온라인 선공개 사례가 몇차례 있었고, 꽤 반응도 좋았습니다. '무정도시', '우리가 결혼할수 있을까', '세계의 끝' 등이 1회 70분 분량을 미리 인터넷을 통해 선공개됐고, '밀회'도 예고편이라기엔 매우 긴 25분 분량의 압축 영상이 미리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당연히 꽤 큰 반향이 있었고, 화제를 낳았습니다.

 

 

 

 

이번 '더 비기닝'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셈입니다. 사실 온라인의 작은 화면으로 70분 분량의 드라마를 한꺼번에 보는 것은 상당히 피로한 일입니다. 그리고 방송용 드라마와 온라인 영상의 호흡도 다르다는 점을 반성했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이번에는 웹 드라마의 형식에 따라 5부작 시리즈가 탄생한 것입니다.

 

 

 

 

 

 

웹 드라마 제작에는 공동 연출자인 김재홍 감독이 가장 큰 기여를 했습니다. 본래 대본 순서대로 촬영된 장면 가운데 웹드라마 형식에 가장 적절할 것 같은 장면을 뽑고, 편집을 새로 해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29일 방송되는 본편을 보시는 분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드라마를 보시게 될 겁니다. 몇 장면은 웹 드라마에만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 측의 정책에 따라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은 '웹 시리즈'라는 이름을 갖고 방송됩니다. 처음부터 온라인을 목표로 제작된 콘텐트는 아니기 때문에 '웹드라마'라는 장르에 포함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뭐 운영 정책인데, 거기 맞설 이유는 없겠죠.

 

아무튼 시청자들이 정규 편성 시간에만 드라마를 보고 즐길 거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시청자의 환경이나 취향에 따라 콘텐트를 소비하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드라마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시청자들에게 낚싯밥을 던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렇게 다양한 스크린에서 시청자들이 콘텐트를 소비한다고 해도, 네트워크 TV의 편성 자체가 의미 없는 시대까지는 아직 좀 시간이 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본다면 현재의 월-목요일 밤 10시대나, 토-일요일 밤 10시대, 그리고 '사랑하는 은동아'가 방송될 금-토요일 밤 8시40분대 같은 시간은 오프라인 매장의 윈도우 같은 역할을 하는 시간대라고 생각됩니다. 이 시간대에 살아남는 드라마는 고전적인 시청률이 높은 작품일 수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다른 많은 사람들이 보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공유하게 해 주는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시간에 같은 콘텐트를 공유하고 있다는 기분(물론 SNS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그 기분을 표출할 수 있게 된 세상이죠), 그걸 위해서라도 편성 시간의 의미는 꽤 의미를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금,토요일 밤 8시40분입니다.)

 

웹 시리즈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 1회 이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2회부터 4회까지.

 

 

 

 

 

 

 

 

 

 

 

사실 웹 드라마 제작의 반론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좋아. 선공개가 재미있어서 본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나머지 분량의 시청률이 높아진다고 치자. 만약 선공개의 반응이 안 좋으면 미리 공개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것 아닐까?" 뭐 맞는 얘기긴 합니다만, 그렇게 해서 망할 드라마라면 굳이 선공개를 하지 않아도 망하겠지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가장 빛나는 현수-은호 3인방의 떼샷. 이렇게 놓고 보면 참 캐스팅 잘 됐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뿌듯)

 

다음엔 전체적인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이 드라마에 현수/은동이만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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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 관련 네번째 일지입니다.

 

지나간 글들은 이쪽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사랑하는 은동아] 3. 그렇다면 화양연화는 어떨까? http://fivecard.joins.com/1315

 

 

 

 

 

이미 첫글을 보셨으면 드라마의 줄거리를 아시겠지만, 이 드라마는 주인공 역할이 3명씩인 독특한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대략 이런 느낌이죠.

 

10대 현수 (주니어)             -         10대 은동 (이자인)

20대 현수 (백성현)             -         20대 은동 (윤소희)

30대 현수-은호 (주진모)      -         30대 은동 (?)           -              작가 서정은(김사랑) 

 

 

 

 

특히 남자 주인공을 2명 쓰느냐, 3명 쓰느냐는 꽤 골치아픈 문제였습니다. 대개의 작품에서 대부분의 역할은 10대 남자/현재 남자, 10대 여자/현재 여자 정도로 나뉘는게 보통인데, 이 드라마는 구성상 각각 3명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로 쓰여졌습니다. (왜 그런지는 본편 드라마를 보시면 아마 이해하실 듯.)

 

그래서 남녀 메인 주인공이 주진모-김사랑으로 결정된 다음에, 10대와 20대 역할들을 어떤 배우로 채워가느냐 하는 것이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특히 주진모의 어린 시절로 누구를 캐스팅할 것이냐 하는 문제 때문에 정말 많은 배우들을 검토했습니다. 유명 아이돌들을 비롯해서, 대한민국 18~25세 정도의 배우들 가운데 '10대 현수'역으로 검토해보지 않은 배우는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그만치 이 캐스팅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 친하게 지내던 P모씨와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 없나?"

"우리 애들이 요새 좀 바쁘긴 한데, 한번 보실라나?"

"누구?"

"주니어요."

 

주니어라면 그.... 아무개씨와 이름이 똑같던 얘?

 

 

 

그, 글쎄... 그렇게 잘생겼다는 기억은 없ㅇ...

 

솔직히 말해 JJ프로젝트도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때는 얼굴이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그 주니어군이 회사로 찾아왔습니다.

 

헛.

 

너 언제 이렇게 잘생겨진거냐. (물론 원래 잘 생겼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날 오디션을 본 주니어는 그렇게 뛰어난 연기 자질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쳐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얼굴에 비해, 연기력은 아직 미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수준.

 

심지어 오디션 말미에 이태곤 감독은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네가 뽑히면 부모님 덕이고, 안 되면 네 탓이다." 주니어 군이 떠난 뒤에도 약간의 논란이 있었을 정도. "그래도 주인공인데 저 연기력으론 곤란하지 않냐"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저런 비주얼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력한 드라이브 (물론 저도 이 쪽이었습니다)에 반론은 묻혔습니다.

 

두번째 위기는 스케줄. 세계로 뻗어가는 탑 아이돌 그룹의 멤버답게 국내에 있는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작진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연기를 잘 하면 모르겠는데, 연기가 불안하기 때문에 절대 촬영 일수를 양보할 수 없다." 하지만 한류 팬들을 외면할 수 없던 소속사의 고민이 시작됐고, 다들 애가 탔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니어 군은 그냥 저냥 얼굴만 잘생긴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볼 때마다 일취월장. 그때부터 주니어는 이 드라마의 에이스로 자리잡았습니다. 스케줄만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면 나오는 장면이 훨씬 늘어났을텐데...

 

(모든 제작진의 아쉬움을 담아 묵념.)

 

 

 

 

주니어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상대역은 이자인. 덧니가 매력적인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네. 은동이의 실제 나이죠. 처음 대본을 볼 때만 해도 "열일곱 고등학생과 열세살 초등학생 사이에... 그게 뭐냐"에서부터 "대체 얘들이 느끼는 감정이 뭔지 모르겠다"는 주장이 꽤 있었습니다.

 

사실 대본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감정인지 충분히 알 것 같았습니다. 현수 말마따나 '가슴에 쥐가 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보고 있으면 막 안타깝고, 귀엽고, 죄진 듯한 기분이 들면서 정말 뭐라도 다 해주고 싶은 그런 느낌.

 

제작진은 열일곱 소년에게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얼굴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그리고 머잖아 그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사실 자인이의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 뒤에는 굉장한 승부욕이 숨어 있었습니다. 최종 오디션을 볼 때, 이태곤 감독은 여섯명의 후보 중 이자인 양에겐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데 질문을 안 하는게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만 질문이 돌아오지 않자 이자인 양은 얼굴에 숨김 없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더군요. (좀 미안한 얘기지만, 정말 귀여웠습니다.)

 

오디션이 끝난 뒤, 왜 자인이게는 아무 질문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대답은 "질문할 필요가 없지요. 처음 볼 때부터 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이런 아저씨들의 속을 몰랐던 자인양은 오디션이 끝난 뒤 엄마 앞에서 분을 참지 못하고 펑펑 울었다는 후문이 전해집니다.

 

 

 

카메라 스태프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촬영 시작.

 

 

연출을 맡은 이태곤 감독입니다.

 

 

 

햇살이 무척 따가운 날이었습니다.

 

사실은 이런 날도 조명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낮에 왜 조명팀이...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조명이란 결국 최적의 광량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겹친 끝에 드라마 한 장면이 얻어지는 것이죠. 1분, 2분짜리 짧은 그림을 얻기 위해 수십명의 보이지 않는 제작진이 땀을 흘립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첫 결실이 오늘 선을 보였습니다.

 

바로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 1회. 5부작인 '사랑하는 은동아'의 웹드라마 버전 중 첫번째 편입니다.

 

 

 

 

첫날부터 뜨거운 반응 보여주신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나자나 왜 곧 방송될 드라마를 왜 이렇게 온라인으로 먼저 보여주고 난리일까요? 다음 번 글은 바로 이 '웹드라마 버전을 굳이 만드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 될 듯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이런 심쿵 장면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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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에 대한 세번째 글입니다.

 

가끔 되물어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랑하는 운동화' 아니고, 스포츠 드라마 아닙니다.

 

아무튼 앞글들은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첨밀밀'에 이어 '사랑하는 은동아' 제작진이 오마주할 작품으로 선택한 영화는 바로 이 작품, '화양연화'입니다.

 

1990년대의 왕가위 감독은 인간을 벗어난 존재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중경삼림'이나 '아비정전'도 흠잡을데 없는 작품들이지만 이 영화, '화양연화'에서 보여준 감정의 폭발은 그야말로 최고. '어른들의 금지된 사랑'을 이야기할 때 아마도 영원한 레퍼런스로 남을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은동아'도 어쩔 수 없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연인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특히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현수와 은동이의 관계는... 대본만 보더라도 참 보는 이들을 가슴아프게 합니다. (물론 가슴아프게만 하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도 웃음이 넘치는, 특이한 구성이 돋보입니다.)

 

 

 

어쨌든 실로 어느 한 장면을 꼽기 힘든 이 영화. 우메바야시 시게루의 음악. 냇 킹 콜의 목소리.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무엇 하나 버릴 수 없는 추억입니다.

 

아무튼 구상은 끝났고, 이제 실천에 들어갑니다.

 

 

 

일단 '첨밀밀' 편. 서울 당인동의 창 넓은 카페가 영화 원작에 나온 전파사로 변신했습니다.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이지만 찍는 품은 장편 드라마와 똑같습니다.

 

 

 

 

 

 

 

 

 

 

이 영상에는 '사랑하는 은동아' 본편의 주역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왼쪽 모자 쓴 분이 이동규 조명감독, 오른쪽 카메라 옆에 있는 분이 김천석 촬영감독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촬영감독 중 한 분인 김천석 감독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통해 드라마에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잘 알려진 분이죠.

 

시간 절약을 위해 촬영 장소를 한 곳으로 제한했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흔히 "나 드라마 촬영장 구경 가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실제 촬영장에 가면 30분도 못 버티고 지겨워서 도망가시곤 합니다. 만들어 놓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분들은 신 단위로 보게 되지만 촬영은 컷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화면에 나타나는 장면이 바뀔 때마다 카메라를 옮기고 조명도 새로 세팅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분들은 촬영장에 직접 가도 왜 1분 남짓한 장면을 찍는데 길게는 한시간씩 시간이 가는지 의아해 하곤 합니다.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두 주인공은 카페 한 구석의 기타를 집어들었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두 사람 모두 기타 유단자. 주진모는 고교시절 일산 부근에서 소문난 밴드의 기타리스트였고, 김사랑은 클래식 기타리스트 배장흠씨의 제자로 지난해 7월 무대에 서기도 했습니다.

 

못 믿으실까봐 퍼왔습니다. 약 4분13초 정도부터.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영화 '원스'의 느낌이.

 

 

 

아무튼 이렇게 잠시 시간을 보내고,

 

 

 

'첨밀밀' 편 촬영이 마무리됐습니다.

 

해가 진 뒤 곧바로 '화양연화' 편 촬영이 시작됩니다.

 

 

 

장소는 종묘 뒤편. 흔히 '순랏길'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해가 지고 노란 가로등이 켜지면 이렇게 운치있는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촬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바로 이 담벼락.

 

 

 

처음이라 좀 어색한 듯한 느낌도 있지만 이내 프로답게 감정이 잡혀 갑니다.

 

사실 두 배우는 이 예고 촬영 때까지 두 사람이 같이 찍는 장면이 없었습니다. (포스터 촬영 외에는)

 

 

 

어깨에 기대자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장만옥. 감정 들어갑니다.

 

 

 

 

치파오 차림이 참 잘 어울립니다.

 

 

 

모니터 화면으로 보면 이런 느낌.

 

 

 

 

밤도 깊어가고, 짧은 영상이지만 베스트 컷을 얻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에 밤은 점점 깊어갑니다.

 

 

 

 

 

 

다음 글에선 우리 최강 비주얼의 세 현수, 주니어-백성현-주진모 중 주니어 커플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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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에 대한 두번째 글입니다.

 

첫편은 이쪽:

[사랑하는 은동아]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한 편의 드라마를 성공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드라마를 잘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그 잘 만든 드라마가 묻히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즉 앞의 것은 production, 뒤의 것은 promotion입니다. 다른 모든 흥행 업종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콘텐트가 있어도 사람들이 그 콘텐트의 존재를 몰라서 접근하지 못한다면 말짱 헛일이 되고 맙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수없이 많은 스크린에서 거의 무한에 가까운 콘텐트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선.

 

그래서 어떤 식으로 '사랑하는 은동아'에 손님들을 모셔올 것인지에 대한 숙의가 시작됐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포스터와 티저(Teaser)라고 불리는 예고입니다(본래 티저란 예고나 광고 중에서도 뭔가 속임수를 쓴 듯한 특이한 기법을 사용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근래에는 아예 예고를 티저라고 부르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더군요). 영화라면 트레일러(Trailer)라고 부를 것들입니다.

 

이미 보여드린 바와 같이 '사랑하는 은동아'의 첫번째 티저는 드라마의 전체 주제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기자회견 신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 이어서 공개될 티저를 뭘로 할까를 놓고 회의를 진행햇습니다. 그러다 '사랑하는 은동아'의 두 주인공, 주진모와 김사랑이 고전 명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말하자면 오마주(Hommage)를 해 보자는 거였죠.

 

 

 

 

 

 

물론 오마주를 한다고 해서 아무 영화나 할 일은 아니고, '사랑하는 은동아'와 뭔가 맥이 통하는 작품이라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일단 어떤 영화의 어떤 작품을 오마주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줄거리를 아시는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사랑하는 은동아'는 일단 '위대한 개츠비'에 꽤 많은 것을 빚진 작품입니다. '한 남자와 일생을 건 사랑' 이야기라는 면에서 그렇죠. 그밖에도 이 작품은 몇 가지 영화가 레퍼런스 역할을 합니다. 그런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해 보는 것은, 영화의 주제를 잠재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개츠비라면 이런 장면. (사실 디카프리오 버전은 크게 기억나는 장면이 없죠. 오히려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온 예전 개츠비 쪽이 명장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전 영화라 곤란하다는 결론.)

 

 

 

두 주인공의 '기억', 그리고 '평생에 걸친 사랑'이 중요하게 부각된다는 점에서 '노트북'도 큰 영향을 미친 작품입니다. 심지어 드라마 2부에는 주인공들이 이 영화를 같이 보는 장면도 나옵니다. 특히 이런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그런데 저 장면을 보고 '노트북'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까?"라는 질문 나옴.)

 

 

 

 

역시 '정말 사랑하면서도 운명에 의해 만나지 못하게 된 연인'의 이미지를 담은 '러브 어페어'도 상당히 관련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장면도 정말 낭만적이지 않습니까. (역시 비슷한 질문 나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가서 찍어보자"는 의견 낸 사람이 폭행당함.)

 

 

 

그리고 남편이 있는 여주인공과의 절절한 사랑이란 면에서 고전 중의 고전인 이런 작품,

 

 

 

 

 

뭐 풋풋한 첫사랑을 다룬 작품인데다 근래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던 멜로드라마라는 점에서 이런 작품도 거론됐습니다. (물론 거론만... 주진모와 김사랑이 저 장면을 재현한다는 건 좀...)

 

 

 

뭐 첫사랑 얘기를 하자면 너무너무 지겨운 -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써먹어서 - 이런 장면도 있죠. (하지만 너무 식상해서...)

 

 

 

이 작품도 끝까지 거론된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가 한 여자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고, 특히 이 엔딩 장면은 참 여러 모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됐지만 안타깝게도 '리무진은 구할 수 있지만 베란다에 사다리가 달린 집은 국내에서 찾을 수 없다'는 말에 꿈을 접게 됐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론 이 장면을 참 좋아합니다만, 그리 지명도가 높지 않은 장면이라는 점에서 탈락.

(기억하시는 분 있을 겁니다. 저 보석 상자로 탁 깨무는...)

 

그래서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된 영화는,

 

 

바로 이 영화. 세대를 뛰어넘은 고전이면서, 평생을 그리워 하지만 운명에 의해 자꾸만 엇갈리는 연인들의 이야기. 등려군의 노래들과 함께 정말 잊을 수 없는 영화죠. '인연'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는 면에서 '사랑하는 은동아'와 어울리는 면이 있습니다.

 

 

이 영화 하면 이 장면을 떠올리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만,

 

 

 

이 장면 또한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죠. 정말 잊을 수 없는.

 

아무튼 이 영화와 또 한편의 영화(이건 다음 포스팅에서 공개합니다)가 최종 선정돼 이 두 작품에 대한 오마주로 '사랑하는 은동아'의 예고편을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자, 그런데 어떻게 만들지?

 

일단 '첨밀밀' 편을 보시고, 너무 길어졌으므로 '그 어떻게'에 대한 나머지 얘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갑니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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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라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솔직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제목은 처음 듣는 사람에게 그리 썩 세련됐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합니다. '은동이'가 여자 아이의 이름이라는 것도 쉽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 제목을 처음 들은 사람은, "'사랑하는 운동화'? 스포츠에 대한 드라마야?" 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대본을 읽다가 저는 제 정체성을 살짝 의심했습니다. 저는 본래 '가을동화'나 '겨울연가'류의 드라마를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참고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대본은 사람을 푹 빠져들게 하더군요. '내가 이상해진 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해서, 저는 이 드라마를 통해 드라마 CP로 데뷔하게 됐습니다.

 

 

 

 

 

'사랑하는 은동아'는 간략하게 정리하면,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사랑 하나를 갖지 못한 남자가, 20년간 사랑해온 여자를 잊지 못해 일어나는 이야기' 입니다. 어찌 보면 '위대한 개츠비'와 닮아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2015년 현재. 30대 톱스타 지은호(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입니다)가 어느날 자서전을 쓰겠다고 발표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단 하루도 잊어 본 적이 없는 진정한 자신의 사랑을 찾겠다는 겁니다.

 

지은호가 은호라는 예명을 쓰기 전인 20년 전(1995),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고1 박현수(지은호의 본명입니다)는 열 세살 소녀를 처음 만납니다. 부모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왠지 씩씩하고 구김살 없는, 맑은 눈망울을 가진 은동이. 현수는 은동이를 보면서 '가슴에서 쥐가 나는' 느낌을 갖게 되지만, 불행히도 뭔가 어떻게 해 보기도 전에 둘은 헤어집니다.

 

10년 뒤(2005), 현수는 배우 지망생입니다. 잘생긴 얼굴에 비해 연기 재능은 별로라는 평을 들었지만 어느날 길에서 은동이를 만납니다. 10년 만에. 아무 예고도 없이. 둘은 그대로 불타오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쩐 일인지, 은동이는 어디론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현수에겐 아무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다시 10년 뒤인 현재(2015). 현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 배우가 되어 있습니다. 부와 명성을 모두 차지한 남자. 누구나 부러워하는 남자.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의 빈 자리를 채우지 못한 남자. 그래서 그는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 은동이가 살아 있다면, 나를 모를 리는 없다. 그런데도 은동이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 것은 이미 죽었거나, 내가 자신을 찾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은호가 된 현수는 책을 씁니다. 자신과 은동이가 만난 많지 않은 날들의 기억을 담은 책을.

 

그렇지만 생전 글을 써 보거나 한 적이 없는 은호. 그래서 주위의 알음알음으로 대필작가 정은을 구합니다. 은호는 자기의 사연을 말로 녹음해 전달하고, 정은은 그걸 풀어서 글로 쓰는 역할이죠. 정은은 은호의 육성을 통해 현수와 은동이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기 얘기처럼 공감하면서 글로 사연을 정리합니다.

 

 

 

 

 

이 대본을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건 역시 '신선함'이었습니다. 무슨 소리냐. 어린시절부터 시작하는 순정 스토리가 어떻게 참신할 수 있느냐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전통적인 멜러드라마의 선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감각을 줄타기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다릅니다. 고전 멜로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지나친 순수함과 맹목적인 정열 때문에 자신도 망치고 상대도 망치는 민폐성 인물들이었다면,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적당히 이기적인, 실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면모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드라마들에 비해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감정 표현이 있는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대본을 쓴 백미경 작가는 비록 신인으로 분류되지만, 필력은 결코 신인이 아닙니다. 작가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결국 한 남자의 변함 없는 사랑입니다. 일찌기 개츠비가 그랬듯, 한 남자의 심지 굳은 사랑은 때로 '위대한 사랑'으로, 어떤 때에는 집착에 가까운 '지독한 사랑'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이 드라마는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 돈, 명예, 명성, 대중의 사랑을 모두 가진 한 남자가 어떻게 사랑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랑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를 '지금까지의 비슷한 드라마들과는 달리 엄청나게 경쾌한 템포로' 보여줄 것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며칠 전 경기도 모처(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은 드라마의 판타지를 깰 수 있기 때문입니다)에서 '사랑하는 은동아'의 도입부를 이루는 기자회견 장면의 촬영이 있었습니다. 은호가 자서전을 쓰기로 결심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은동이의 존재를 알리는 그 장면입니다. 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주진모의 첫 촬영이기도 했죠.

 

 

 

이 작품을 위해 5kg를 감량한 주진모의 날쌘 턱선이 돋보이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기자회견의 기자 여러분들은 물론 진짜 기자가 아니지만, 중간 중간 진짜 기자보다 날카로운 질문들이 나와 주진모씨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복근 관리' '얼굴 사이즈' '이상형'에 대한 질문들도 나왔습니다. 간간이 웃음이 터지는 가운데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사실 저렇게 멀쩡히 앉아 있지만 이날 주진모는 땀을 1리터는 흘렸을 겁니다. 일단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문을 닫고, 에어콘 소리도 막아야 했기 때문에 저 자리는 엄청 더웠습니다. 조명 아래 앉아 보지 않은 분들은 그 고초를 모르죠.)

 

 

 

 

이 장면이 현재 공개된 '사랑하는 은동아'의 첫번째 티저가 됐습니다.

 

 

 

앞으로 [사랑하는 은동아]라는 말머리를 단 글은 실제 제작 일정과는 좀 다른, 저만의 제작 일지로 써 볼 계획입니다. 드라마 현장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드라마 촬영장이란 곳이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번 글은 '영화같은 티저를 만들어라'가 될 겁니다.^  저 길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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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2일. 또 한번 저의 공연 관람사에 남을 날짜가 생겼습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 첫 내한 공연의 날입니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첫'이라고 쓰고 싶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비 맞으며, 스마트폰으로 메모 해 가며, 셋리스트를 대략 기록했습니다. 물론 모르는 곡 넘어가고 넘어가고.

 

 

 

 

 

결국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셋리스트를 대략 정리해 봤습니다. 결론은 첫곡 빼놓고 이번 Out there 투어의 4월27일 도쿄돔 공연 때 셋리스트와 첫곡 빼고는 똑같았다는 것입니다. (첫곡은 왜 바꾸셨을지... 너무 분주하게 사는 한국인들에 대한 동정의 노래?)

 

아무튼 토요일 잠실 야구경기가 끝나지 않아 종합운동장 주변 주차장은 모두 마비 상태. 거의 1시간 가까이 주변을 돌다가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 주차. 다행히 견인되거나 하지는 않았더군요. 공연은 8:30 경 시작.

 

1. 8 days a week

2. Save us

3. Can't buy me love

4. Jet

5. Let me roll it

 

오프닝입니다. 애용하시는 곡들의 흐름이라 낯설지 않습니다. 일본에선 첫곡으로 Magical Mystery Tour 등장

 

6. Paperback writer

7. My Valentine

8. 1985 ('윙스 팬들을 위한 곡' 이라고 소개됨)

9. Long and winding road

10. Maybe I'm amazed

 

처음 듣는 곡이 나와서 잠시 당황. 그리고 Long and Winding Road에서 핸드폰을 이용한 조명이 장내를 밝히기 시작. 그리고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주최측에서 받은 우비가 있어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감전당할 위기만 피한다면, 오히려 빗속에서 보는게 더 재미있죠.

 

 

 

 

11.I've just seen a face

12. We can't work it out

13. Another day

14. Hope for the future

15. And I love her

 

14번은 Destiny인가 하는 게임에 사용됐다는 곡입니다. 폴 옹의 음악세계 밥그릇 수를 따지자면 꽤 신곡. 그런데 의외로 훌륭합니다.

 

 

 

16. Blackbird

17. Here today (존을 위한 노래)

18. New (신곡)

19. Queenie Eye (신곡)

20. Lady Madonna

 

먼저 간 존(레논)을 그리는 노래와 두 곡의 '신곡' 발표가 있었습니다. 물론 말이 '신곡'이지 2013년에 이미 발표된 곡들입니다(물론 이 공연을 보러 간 사람 중 절대 다수에겐 그냥 신곡이겠죠^^. 2013년에도 신곡이 나오고 있다는 게 마냥 놀라울 뿐). 그리고 그동안 미온적인 반응(?)이었던 관객들을 열광시킨 Lady Madonna. 아, 이제 막 달리는구나!

 

21. All together now

22. Lovely Rita

23. Eleanor Ligby

24.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25. Something (조지를 위한 노래)

 

...라고 생각하기엔 좀 일렀죠. 존을 위한 노래에 이은 조지를 위한 노래가 나오고 있으니 링고를 위한 노래는 왜 안 나오나 했지만 링고 스타는 멀쩡히 살아있는 인물. 뭐 살아 있어도 이 먼 나라까지 왔으면 링고를 위한 노래 하나 쯤은 해 줄만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 다음 텀이 진짜 하이라이트.

 

26. Obladi Oblada

27. Band on the run

28. Back in USSR

 

세 곡 달려 주다가,

 

29. Let it be

 

한 박자 쉬는 척 하면서 다시 한 번 잠실을 핸드폰 불빛으로 덮어 버리고,

 

 

 

 

 

30. Live and let die

31. Hey Jude

 

두 곡의 킬러 넘버로 확실하게 본 공연 마무리. 특히 "Live and let die 는 건스 앤 로지스 노래가 아니야" 라고 으름짱을 놓는 듯한 강렬한 연주와 엄청난 물량의 불꽃놀이가 압권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떼창곡인 Hey Jude는 뭐 굳이 군말이 필요 없을 열광의 무대. 폴 옹의 습관인 '자, 남자끼리 한번' '자, 여자끼리 한번', '자, 그럼 다같이'는 이번에도 여전했더랍니다.

 

이렇게 해서 1차 퇴장.

 

 

1st Encore

 

32. Day Tripper

33. Hi HI Hi

34. I Saw her standing there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첫번째 앵콜. 무대에 다시 올라온 폴 옹을 일부 관객들이 '나 나 나 나나난나 나나난나 헤이 주드'로 맞이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워낙 떼창 좋아하는 한국 관객들이지만 메인 공연 마무리 때 'Hey Jude' 떼창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었던 거죠.

 

 

 

처음엔 다소 황당함을 느꼈던 폴 옹은 기타로 반주를 해 줘 가며 Hey Jude의 떼창 부분을 리바이벌 해 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관객이 하고 싶다는데 해야지, 라는 최상의 팬 우선주의. (유튜브에 어느 분이 올리신 걸 퍼 왔습니다.)

 

살짝 세 곡 달려놓고 야속하게 무대 뒤로 숨어버린 폴 옹.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관객들이 알아버린 사실. 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The End 다. 그 노래가 나올 때까지 다들 방심하지 마라!

 

2nd Encore

 

35. Yesterday

36. Helter Skelter

37. Golden Slumber

38. Carry the weight

39. The End

 

그야말로 화려한 마무리. 야~~ 정말 살다 보니 Yesterday를 폴 옹의 라이브로 들을 날이 오는구나.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인 폴 옹의 매너는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한국어 발음을 해 가며 '고마워요' '대박' 등을 구사하는가 하면 어떤 내한공연에서도 보지 못한 동시통역 서비스까지. 대단한 멘트를 한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관객들을 위해 이만한 배려를 한다는 게 참 놀라웠습니다.

 

게다가 가끔씩 구사하는 귀요미 포즈와 표정은 참.... 한번 귀요미는 영원한 귀요미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많은 분들이 이런 말을 싫어하시지만 참 '정말 세상 좋아졌다'가 절로 입에서 나왔습니다. 레이프 가렛의 내한으로 남산 숭의음악당이 뒤집어지고 둘리스 내한으로 서울 시내 각급학교가 합동 '학생 단속반'을 구성하던 시절. 그나마 팝 신에서 알아줄만한 대형 밴드의 내한 소식이라고는 리틀 리버 밴드 정도가 고작이던 시절. 그 젊은 날, 퀸이나 키스, 딥 퍼플이나 아바, 마이클 잭슨이나 토토는 아예 한국이란 나라가 지구상이 존재하는지 마는지도 관심이 없던 것 같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시절을 생각하면 마룬 파이브와 오아시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을 찾고, 비록 젊음은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오지 오스본이나 롭 핼포드의 모습을 보면서 늦은 것이 없는 것 보다는 훨씬 행복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거인 중의 거인, 폴 옹의 아직도 정정한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풀이를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수많은 버킷 리스트의 한줄이 지워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한편으론 이제 또 어떤 거인이 이만치 가슴을 설레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로저 워터스는 잠실에서 감동적인 공연을 볼 수 있었고, 엘튼 존과 빌리 조엘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물론 두 사람이 한꺼번에 피아노를 맞대놓고 공연하는 FACE TO FACE는 아직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생전 세 차례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걸 행운으로 생각하렵니다. 그럼 이젠? 롤링 스톤스? 아이언 메이든? 리치 블랙모어? 지미 페이지? 액셀 로즈? 

 

개인적으론 이 형님들을 한번쯤 만나 보고 싶은 기대가 있습니다. 한때는 진정 뜨거웠지만 지금은 마이너리티가 되어 버렸지만. 멤버들도 여전히 싸우고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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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쓸데 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 했어(Good Job)'야."

 

이 말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영화, '위플래쉬(Whiplash)'를 봤습니다. 압권입니다. 특히 마지막 15분 가량, 대사는 열 마디도 되지 않는 가운데 펼쳐지는 치열한 대결과 반전, 이런 영화는, 특히 이런 피날레는 어떤 영화에서도 일찌기 본 적이 없습니다. 근 몇년간 본 영화 중 가장 강추하고 싶은 작품.

 

감독 데미안 차젤(Damien Chazelle, forvo.com에 따르면 샤젤도, 차젤레도 아닙니다)은 18분짜리 단편으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본 뒤, 그 성과를 토대로 투자를 받아 이 본편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역시 인간승리.

 

그런데 의외로 이 영화에 반감을 갖는 분들도 적지 않더군요. 물론 어떤 부분이 거부감을 낳는지도 충분히 이해할 만 합니다.

 

 

 

 

드럼에 재능 있는 학생 앤드루(마일스 텔러)는 미국 최고의 음악학교인 샤프너 스쿨(가상의 학교입니다)에 입학해 꿈을 키워나갑니다. 여느 때처럼 밤 늦게 연습하던 어느날, 학교 최고의 실력자인 플레처 교수(J.K. 시먼스)로부터 지목을 받고, 학교의 엘리트들이 속해 있는 스튜디오 밴드의 연습에 나가게 됩니다. 그날부터 앤드루의 지옥 문이 열립니다.

 

플레처의 광기는 영화 전편을 통해 관객을 장악합니다. 어린아이를 보거나, 마음에 드는 순간에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따뜻한 말로 간을 빼줄 듯 얘기하지만, 일순간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연주를 접하게 되면 조상 삼대를 들먹이는 욕설과 함께 폭행도 서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미친 선생'이죠. 그에겐 레귤러와 후보의 구분도 없습니다. 어제 아무리 잘 했어도 오늘 실수하면 당장 연습장 밖으로 악기를 싸 들고 나가야 하는 것이 그의 규칙입니다.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이런 식의 훈육 방식이 가능하다는 게 놀라울 수도 있는데, 영화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전제는 플레처의 실력입니다. 일반인은 물론 드러머들의 귀로도 구별하기 힘든 미세한 박자 차이를 고집하고, 30여명의 밴드 가운데 누가 틀린 음을 냈는지 귀신같이 짚어 내는 능력. 그리고 그가 지도한 밴드의 수상 경력과 그가 키워낸 제자들의 활동상이 이미 그의 실력을 검증해 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폭거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죠.

 

이런 내용이다 보니 영화의 제목이자 메인 테마인 곡의 제목이 whiplash, 곧 '채찍질' 인게 당연한 일. 

 

 

 

 

 

이 영화에 대한 반감의 포인트도 여기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의 시퀀스들을 '교육 현장'에 대입하고 싶어 합니다. 실제로 영화 중간에 플레처의 훈육을 받았던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문제 제기가 중요한 장면으로 등장하기도 하죠. 하지만 분명히, 이 영화의 내용을 교육 전반에 대한 우화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상위 0.01%, 아니, 상위 0.0001%에 속하는 초 엘리트들의 도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학교 교육이란 '과정 이수'와 '졸업 자격'에 초점이 맞춰지기 마련입니다. 즉 '이 수준의 학교에서 60점 이상으로 과정을 마치면 어느 정도의 수준 이상임을 인정할 수 있다' 정도가 학교 조직의 목표인 셈이죠. 하지만 이 경우, 고도의 능력을 갖춘 슈퍼 엘리트의 육성을 기대하는 것은 큰 무리입니다. 이른바 일반 교육과 영재 교육을 분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꽤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 나를 극한까지 혹독하게 몰아쳐서 내 안의 잠재력을 일깨워 줄 수 있었으면'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물론 태어나서 단 한번도 이런 욕구를 느껴보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욕구는 의외로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정상을 노릴 만 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서구인들보다는 한국인들의 내면에 이런 정서가 더 잘 받아들여지는 듯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그랬고, 만화도 영화도 아닌 김성근 감독의 신화에 많은 사람들이 찬사와 존경을 보내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플레처가 계속 예로 드는 찰리 파커와 조 존스의 전설도 '누군가를 끝까지 쥐어짜 죽을 힘까지 다 발휘하게 하지 않으면 천재성은 쉽게 발현되지 않는다'는 굳은 믿음을 뒷받침합니다. 일본 만화에서 주인공이 한번 '각성'에 이르기 위해선 온갖 시련을 죄다 극복해야 하는 것처럼.

 

물론 아무리 쥐어 짜도 그 방면으로 별 특출한 재능이 보이지 않는 학생을 누군가의 욕심에 의해(이 '누군가'는 부모, 교사, 가족, 친지, 심지어 그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미친듯이 쥐어 짜 봐야 그 결과가 해피엔딩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 역시 자명합니다. 다만 그 누군가가 그 자신이라면 - 즉 자기를 남들의 눈으로 볼 때에는 미친 짓으로 보이는 고된 수련의 길로 뛰어들게 하는 것이 그 자신이라면, 그리 길지 않은 인생에서 그만치 자신을 쏟아 부을만 한 목표를 갖는 것 또한 행복한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위 사람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재능이 보잘것 없는 것이고, 그 부문에서 큰 성취를 기대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영화 '위플래쉬'의 플레처와 앤드루는 둘 다 행복한 편입니다. 비슷하게 미쳐 있으니 말이죠. 이 둘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원하는 바가 같고, 원하는 바를 위해 가려고 하는 길도 같습니다. 앤드루 역시 기회가 온다면 언젠가 또 다른 플레처가 될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도 자명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쨌든, 앤드루나 플레처 같은 사람을 '정당하다고' 옹호하는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

 

아무튼 아닌 경우도 있겠으나, 대개의 경우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천재를 낳게 하는 것은 가혹한 훈련과 경쟁의 결과라는 것은 매우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위플래쉬'의 영화적 성취는 탁월합니다. 영화 전편에 나오는 드럼을 모두 직접 연주했다는 마일스 텔러의 노력에도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론은: 꼭 보세요.

 

 

 

P.S.1. 이 영화와 더불어, '세상은 꼭 1등만을 위한 것은 아니야. 평범한 재능의 사람들에게도 이 세상은 충분히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야'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두개의 가치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게 오히려 문제죠.

 

P.S.2. 영화의 결말은 제 생각엔 해피엔딩인 것 같습니다만, 그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많은 듯. 글 저 아래에 데미언 차젤 감독이 생각하는 '영화가 끝난 뒤 두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붙여 놨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P.S.3.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곡들은 이미 존재하는 명곡들입니다. 듀크 엘링턴의 '캐러밴'. 그 유명한 조 존스의 드럼 솔로입니다. 어떤 사람이었는지 한번 보시죠.

 

 

 

그리고 행크 레비의 '위플래쉬'. 역시 전설적인 섹소폰 연주자 돈 엘리스의 1973년 오리지널 녹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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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데미언 차젤 감독은 이 영화의 엔딩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부러 번역은 하지 않았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사실 아니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영화를 본 뒤에 읽어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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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fivecard.joins.com/1304 에서 이어집니다.

 

 

1. 유후인 료칸 야스하, 살짝 들여다 보기  http://fivecard.joins.com/1304

2. 일본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란? http://fivecard.joins.com/1305

3. 유후인, 야스하 료칸의 아침 식사는?  http://fivecard.joins.com/1306

4. 유후인, 왜 모든 사진들이 다 똑같을까?  http://fivecard.joins.com/13067

 

 

 

아무래도 료칸 여행은 식도락 여행을 겸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이세키 요리라는 특전이 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이 '가이세키' 라고 한글로도 일본어로도 발음이 똑같은 회석 會席 요리와 회석 懷石 요리를 착각합니다. 전자는 격식을 갖춰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정찬 요리로 양도 많고 코스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후자의 가이세키도 다양하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도 용어로, '배고픔을 이기기 위한 간단한 식사'라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면

가이세키 會席 = 양이 많고 코스가 다양한 정찬 요리 

가이세키 懷石 = 다도에서 비롯된 간단하고 정갈한 소품 식사

 

역사적으로 연원을 따지면 會席요리는 일본 전래의 정찬인 혼젠요리(理, 4~5차례 상을 바꿔 들이며 대접하는 전통적인 손님 접대용 정찬 요리)에 懷石 요리의 형식이 영향을 미쳐 성립된 것이라고 하니, 전혀 무관한 사이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향하는 방향이 정 반대이기 때문에 혼동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발음이 같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잘못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일식당 중에도 나오는 요리를 보면 會席 쪽인데 한자는 懷石 이라고 써 놓은 집을 가끔 보게 됩니다.

 

아무튼 우리가 료칸에서 먹은 것은 會席(이제부터 이 글에서 쓰는 가이세키는 모두 이 會席 요리를 뜻합니다) 요리. 기본적인 가이세키 요리는 '전채1( - 전채2(前菜) - 맑은 국( - 생선회(お造り)- 구이(焼物) - 튀김(- 찜( - 초절임(酢物) - 밥(お碗) - 디저트'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야스하라는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 구성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식전주

오자쓰키(

 

 

 

이 료칸에선 이렇게 미리 한글로 된 메뉴를 줍니다.

 

일본 료칸은 본래 방으로 큰 상을 들여다 식사를 제공했고, 아직도 전통을 중시하는 일류 료칸들은 그렇게 한다고들 합니다만, 이미 대다수 료칸들은 별도의 식당을 마련하고 식사를 하게 합니다. 아무래도 방까지 상을 들이는 인건비 등이 만만치 않아 그렇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이렇게 나와 먹는게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식전주. 복숭아 맛이 나는 달콤한 칵테일. 거의 술이 아닙니다.

 

 

오자쓰키(

 

 

젠사이(膳彩). 아귀 간과 두부, 치즈스틱을 햄으로 만 것, 가다랑어 무침, 호두 선, 사과 젤리, 새우 마요네즈 무침, 오징어 유자 매실무침, 농어 초밥... 아기자기해서 참 먹기 아깝습니다만 호로록 호로록.

 

 

 

 

 

 

생 와사비와 앙증맞은 강판 제공. 참 강판이 귀엽기도 하거니와, 생 와사비에서 매운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달다고 생각될 정도.

 

 

 

야스하의 특징으로 꼽히는 간장 젤리. 간장에 다섯가지 과일주스 등을 섞어서 굳힌 젤라틴 형태의 간장입니다. 가끔 장조림에 들어 있는 반 고형 간장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듯. 색깔별로 다른 향이 살짝 스치는 희한한 맛입니다. 아무튼 굿.

 

 

 

 

 

 

 

 

 

 

 

 

 

 

 

 

 

배가 부른데! 배가 부르다고!

 

 

 

  

 

다 보여드리는 건 뭐 귀찮기도 하고, 아무튼 다시 11코스의 가이세키 요리를 먹었습니다.

 

  

 

  

 

유일하게 이틀 연속 등판한 분고 비프. 아무튼 두번쨋날 저녁에도 여지없이 배가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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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은 아침식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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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처음으로 일본 료칸(旅館)을 다녀왔습니다. 일본 여행은 꽤 해 봤고, 당연히 온천도 가 봤지만 전통 료칸에 머문 것은 처음이라 꽤 궁금했습니다.

 

사실 일본에 가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료칸에 대한 로망을 갖고 가지만, 쉽게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료칸이라고 불리려면 당연히 온천이 있어야 하고, 전통적인 다다미방 숙소에 홑이불을 깔아 주는 서비스가 있고, 일본 전통 가이세키(會席. 일식집 중에도 가끔 다도에서 쓰는 懐石과 혼동해서 써 놓은 경우가 있는데 발음은 같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요리로 저녁 성찬을 차려준다는 점 등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를 받으려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개 료칸의 요금은 손님 1인당 가격으로 계산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위의 조건을 갖춘 료칸은 대개 1인당 1만엔 대부터 시작하고, 별채 방마다 개인용 욕실이 딸려 있느냐, 그리고 그 욕실이 노천 온천이냐 아니냐, 주위의 풍광이 얼마나 좋으냐, 식사를 방에까지 날라다 주느냐 등의 조건에 따라 가격이 점점 올라갑니다.

 

최고급 료칸 중에는 1인당 5만엔대까지 있다고 하는데, 이 경우면 2인 1박에 한국 돈으로 100만원인 셈이죠(물론 제가 간 곳은 당연히 이런 최고급 료칸은 아닙니다;).

 

아무튼 사치라면 상당히 사치인 셈인데, 최근의 엔저 에 용기를 얻어 한번 질러 봤습니다.

 

총 4편의 글 중 첫편입니다.

 

1. 유후인 료칸 야스하, 살짝 들여다 보기  http://fivecard.joins.com/1304

2. 일본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란? http://fivecard.joins.com/1305

3. 유후인, 야스하 료칸의 아침 식사는?  http://fivecard.joins.com/1306

4. 유후인, 왜 모든 사진들이 다 똑같을까?  http://fivecard.joins.com/1307

 

  

 

유후인(湯布院) 역 전경. 만약 유후인만 갈 생각이라면 후쿠오카 공항에서 바로 연결되는 직행 고속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듯 합니다. 고속버스 터미널은 역 정면으로 약 30m 떨어져 있습니다. 편도 2800엔 정도. 2시간~2시간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그렇지 않고 후쿠오카 시내(하카다 역?)까지 들어가든, 큐슈의 다른 도시를 거쳐가든 하면 역을 이용할 일이 있겠죠.

 

아무튼 이번 여행의 목적은 아무것도 곁눈질하지 않고 그냥 료칸에서 쉬다 오는 거였기 때문에 바로 버스를 이용해 저 위치에 내렸습니다. 역전에서 료칸에 전화하면 차가 데리러 오거나, 택시를 이용하는데 택시 요금을 료칸에서 지불합니다. (물론 안 그런 곳도 있습니다. 예약할 때 확인 필요.)

 

 

역에 내리면 보이는 유후인의 랜드마크는 유후다케라고 불리는 저 흰 봉우리.

 

 

차를 타고 료칸으로 가는 동안에도 정면의 흰 봉우리가 보입니다. 역에서 유후다케 방향으로 가는 큰길이 유후인의 메인 스트리트입니다. 그리고... 금세 알게 되지만 유후인은 매우 작은 골입니다. 정말 두어 시간이면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마을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러니 차로 한 10여분 달리면 야스하(泰葉) 료칸에 도착합니다. 메인 스트리트 주변에도 료칸들이 눈에 띄지만, 메인 도로에서 건물이 약간 드물어질 때쯤 왼쪽 산길로 올라가면, 오르막길을 타고 좌우 양쪽에 료칸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약간 산속 같은 곳에 있는 편이 더 료칸 분위기가 납니다.

 

홈페이지는 http://www.yasuha.co.jp/index.htm  예약도 여기서 할 수 있습니다.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위에 보이는 건물이 1번의 메인 건물. 2층 건물로, 객실 몇개와 대욕장(이라지만 크지는 않음)이 있습니다. 2번 건물은 식당, 3번은 건물이 아니라 족욕장입니다.

 

 

족욕장에서 유후인 시내 쪽을 내려다보면 대략 이런 풍경입니다. 흰 연기는 온천수를 뽑아내는 수증기.

 

이 료칸을 선택한 건 '유후인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온천수'를 보유한 집이라는 설명 때문이었습니다. 유후인의 수많은 온천장 가운데서도 이 집의 원탕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뭐 무슨 근거인지 알 수 없지만 몸을 담가 본 결과 믿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일부 료칸들은 아직도 전화로만 예약을 받더군요.^)

 

http://www.jhpds.net/yasuha/uw/uwp3100/uww3101.do?yadNo=333257

 

 

 

객실과 객실 사이는 다 이런 회랑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눈비가 올때 편하도록.

 

 

위 지도에서 보면 7번 위치에 있는 방입니다. 다다미 8조짜리 별실이고, 전용 노천욕조가 바로 밖에 붙어 있습니다.

 

 

들어가 보면 이런 모습. 다다미가 깔린 끝에 2인용 탁자가 있고, 그 창밖이 바로 노천온천입니다. 왼쪽 문을 열고 나가면

 

 

이런 작은 욕실을 거쳐 바로 노천온천입니다.

 

 

이런 모습. 오른쪽은 관을 통해 온천물이 쉴새없이 흘러들고 있고, 왼쪽에는 냉수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습니다. 온천 원수는 매우 뜨겁기 때문에 사람이 들어가기 전에 왼쪽 찬물을 틀어 대략 온도를 낮춰야 합니다. 찬물을 타면서 왼쪽에 있는 저 넓적한 판때기로 물을 아래위로 휘젓죠.

 

 

방에 이불을 깐 모습. 채널 5개가 나오는 TV 한대, 빈 냉장고 한대, 물을 끓일 수 있는 포트와 차 세트가 있고, 얼음물은 무한 공급입니다. 유카타는 당연히 공급.

 

야스하 료칸에는 일반 객실, 다다미 8조짜리 별채 객실(노천온천 포함), 12조짜리 별채 객실(노천온천 포함)의 세 가지 방이 있습니다. 당연히 뒤로 갈수록 비쌉니다. 8조와 12조의 차이는 방 크기 외에 온천이 있는 정원도 조금 더 넓은 듯 합니다. 하지만 2~3인 정도라면 8조 객실로 충분합니다.

 

 

 

노천온천은 욕조 위로 바로 하늘이 보이는 타입은 아니고, 지붕이 있어 비가 올 때에도 노천욕을 하는데 지장이 없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 있으면 왕년에 홋카이도에서 겪었던, '노천온천에 누워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는 맛'은 보기 힘들죠.^^

 

뭐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지만, 이 온천에 누워 울창한 수풀과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순해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됩니다.

 

 

 

소개글들을 보면 야스하 료칸의 온천수는 은은한 푸른색을 띤다고 되어 있습니다.

 

바닥의 돌이 파란 색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은근히 푸른 느낌이 드는 건 맞습니다.

 

 

일단 온천을 본 이상 이성을 잃고 뛰어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 발 하나로 모든 설명 끝.

 

 

 

물은 쉴새없이 흘러들어오고 흘러나갑니다. 출수구의 저 흰 얼룩이나,

 

 

탕의 수위선에 어느새 생긴 흰 선을 보면 물에 석회질이 상당 부분 섞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새벽에 일어나 탕으로 나가면 이렇게 푸르스름한 안개까지. 분위기 좋습니다.

 

 

 

방 밖은 거의 항상 이렇게 온천수를 뽑아내는 수증기로 가득.

 

 

온천수의 성분 때문에 주위의 나무들이 저렇게 흰 색으로 뒤덮인다고 합니다.

 

 

다시 본관. 본관은 이렇게 거대한 화덕 주위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이 공간 바로 뒤편에 대욕장(공동탕)이 있습니다.

 

 

공동탕 안에는 당연히 이런 욕조와 일반 목욕탕 같은 벽면의 샤워 시설이 있고,

 

 

 

거기서 한번 더 문을 열고 나가면 대망의 노천탕이 있습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잘 꾸며져 있고 나무가 우거져 있어 개방감이 좋습니다. 전체적인 푸르스름한 색조도 좋고, 몸을 담그면 기분 좋은 짜릿함이 느껴집니다.

 

일부 지역에는 이 노천탕이 남녀 혼탕인 곳이 있지만 여기는 노천탕도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다만 바로 옆이라 소리를 지르면 들릴 정도는 될 듯...^^

 

 

물론 저런 공동탕도 좋지만 형편이 허락한다면 방마다 딸린 독점 노천탕의 유혹은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번거롭게 멀리 있는 욕장에 갈 채비를 할 필요 없이 그대로 옷만 벗고 탕으로 뛰어들어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매력입니다.

 

밤의 모습. 쌀쌀한 날씨에 뜨뜻한 탕 안에서 몸을 덥히고, 너무 더워지면 밖으로 몸을 내밀고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서늘해지면 또 탕에 뛰어들고,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어놓으면 금상첨화.

 

정말 저러고 있으면 세상에 부러운게 없더군요. 글자 그대로 PERFECT RETREAT.

 

 

 

 

 

 

자. 다음은 당연히 식사편. http://fivecard.joins.com/1305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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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잘 하겠다고 반성해놓고 또 이런 일이 ;;

 

죄송합니다. ;;

 

 

 

 

 

10만원으로 즐기는 3월의 문화가이드(2015)

 

해외에 나가서 공연을 본다고 하면 가장 선택하기 어려운 게 연극이지. 아무래도 대사의 비중이 크다 보니, 외국어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하지만 요즘은 해외 유명 극단들도 내한공연을 하고, 기술의 발달로 자막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연을 즐기게 됐지.

 

2015 3월에 가장 관심이 가는 공연은 국립극장에서 35일부터 7일까지 펼쳐지는 영국 극단 컴플리시테의 라이온보이. 지난달 프랑켄슈타인은 무대극을 녹화한 영상이었지만 이번엔 진짜 배우들이 하는 내한공연이지.

 

원작은 2의 조앤 롤링으로 불리는 영국 작가 지주 코더(본명은 루이자 영)의 판타지 소설 라이온보이시리즈야. 검색해 보니 첫 공연 이후 수많은 미디어로부터 경이롭다’ ‘무대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어마어마한 극찬을 받았어. 고양이과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된 흑인 소년이 납치된 부모를 찾아 벌이는 모험의 세계라는데, 과연 그걸 어떻게 영화도 아닌 연극 무대에서 펼칠지 사실 나도 궁금해. 일단 영국 가디언지가 브로드웨이에서 온 다른 커다란 맹수(뮤지컬 라이온 킹을 말함)보다 훨씬 볼만하다고 평했으니 기대해 볼만. VIP 7만원부터 시작인데, 3만원짜리 S석도 괜찮을 거라고 권해 주고 싶어.

 

이달은 추천하고 싶은 볼거리가 월초에 몰려 있네. 33,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윤한(피아노), 성민제(더블베이스), 크리스 리(피아노) 등 이미 실력으로 명성 높은 네 훈남 연주자들이 재즈 연주를 위해 뭉쳐. 공연 제목은 더 로맨티스트’. 연주 곡목도 루이 암스트롱의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 등 재즈의 고전 중 고전들. 감상용으로도 좋고 데이트용이라면 최고일 듯. R 12만원부터 시작인데, 어차피 오빠들의 얼굴은 맨 앞자리 아니면 안 보여. B 3만원으로 좋은 시간 보내도록.

 

 

 

3월 후반엔 예술의 전당의 해피 버스데이 바흐가 눈길을 끄네. 바흐는 1685 321일 생이지만 공연 날짜는 22. 그러니까 탄생 330주년 생일 잔치인 셈이지. 임경원 교수의 무반주 첼로조곡 1번을 비롯해서 유명 연주자들이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 바흐의 간판 히트곡들을 연주해. 제목은 몰라도 일단 들어 보면 , 이것도 바흐 곡이구나할 곡들이야. S 35천원. 31일엔 같은 기획으로 해피 버스데이 쇼팽공연도 있으니 참고해.

 

 

 

이달의 추천 책 1번은 질 브라가르, 크리스티앙 루도 공저 대통령의 셰프. 세계 정상들의 식사를 책임진 특급 셰프들의 에피소드를 정리한 책인데, 전체적으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 넘쳐나는 책이야. 다뤄지고 있는 나라는 각각이지만 그 셰프들은 대부분 프랑스 사람들이니 말야.

 

하지만 전 세계 명문 축구 클럽이 브라질 산 스트라이커를 찾듯(하긴 뭐 요즘은 그렇지도 않지만), 미식에 대한 한 프랑스인 셰프들과 프랑스 요리들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으니 어쩌면 정상적인 비율일 수도 있겠지. 20세기 초까지 프랑스 정찬은 15~10코스, 3시간이 표준이었는데 음식에 별 관심이 없었던 드골 대통령이 그나마 줄인 게 5코스에 100분 정도라는 얘기도 이 책에 나와. 레이건 대통령의 셰프였던 피에르 샹브랭이 남긴 지방이 없는 음식은 맛이 없다. 나는 평생 훌륭한 요리를 해 왔다. 병원 요리를 하고 싶었다면 병원에 취직했을 것이란 명언은 다이어트에 지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기도 해. 12000원 정도.

 

이 책 얘기를 하다 보니, 이런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뜨리지 않아야 할 책 한권이 생각났어. 바로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이야. 요네하라 마리 팬들이 보시면 아니 이런 뻔한 고전을 이제사 소개해서 뭘 어쩌자는 거냐고 따지실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아직 이 책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강추하고 싶어. 어린 시절 동유럽과 러시아에서 살았던 저자의 독특한 경험이 낳은 책이야. 보드카 원조국의 명예를 걸고 벌인 러시아와 폴란드의 대결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 11000원 정도. 이달은 조금 넘쳤지? 다음 달에 절약해.

 

P.S. 이달의 궁금증은 공연 제목 더 로맨티스트(Romantist)’. 영어엔 로맨티시스트(Romanticist)라는 말은 있어도 로맨티스트라는 말은 없어. 출연자 이름의 절반이 영어인 저 공연에 어쩌다 저런 제목이 붙었는지 정말 궁금해. 혹시 아는 사람 있으면 제보 부탁해.

 

 

3.5~3.7, 영국 컴플리시테 극단의 라이온보이       S 3만원

3.3     더 로맨티스트공연                       B 3만원

3.22    해피 버스데이 바흐콘서트                S 35000

질 브라가르, 크리스티앙 루도 저 대통령의 셰프     12000

요네하라 마리, ‘미식견문록                         11000

 

                                                   118000

 

 

 

 

안 그래도 월초에 볼거리가 몰려 있어 어쩔까 싶던 차에 복잡한 일들이 한데 몰려 이런 참사가 일어났습니다그려;;

 

대신 책 많이 읽으시는 3월이 되기를(퍽) 기원합니다.

 

'대통령의 셰프'를 읽다 보면 이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 얘기가 나오는데, 마침 3월 개봉이더군요. 책 안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안 그래도 보수적인 남자들의 사회인 주방에서, 여성 셰프가 프랑스 대통령의 수석 셰프가 된 뒤로 수많은 갈등과 얘깃거리가 있었다고 하는데, 영화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현실에선 대단한 해피엔딩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영화 소개는 이 쪽: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9148

 

아무튼 위에서 예로 든 피에르 샹브랭의 코멘트처럼 'Kcal=맛의 단위'라는 것은 역시 정설인 듯 합니다.

 

같이 소개한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은 블로그에서도 한번 소개했던 책이고, 사실 국내에서 요네하라 마리의 산문 열풍이 불게 했던 발화점을 제공한 책이기도 합니다. 따뜻하면서도 유머 넘치고, 그러면서도 뭔가 냉철한 그의 문체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의 다른 책들이 이 책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살짝 실망하기도 했던.)

 

마지막은 아무래도 생신 맞으신 바흐님에 대한 헌정입니다. '브라질 풍의 바흐'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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