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많이 가는 편은 아니다, 라고 쓰려고 했는데 사실 또 아예 안 간 편도 아니다. 굳이 휴가로 일본을 갈 바엔 도쿄보다는 다른 곳이 더 좋았을 뿐이다.
문제는 도쿄를 여러번 갔다고 해도, 매번 비슷한 곳을 맴도는 경우가 많았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에 집중적으로 도쿄를 몇번 나갔는데, 대부분 한류와 관련된 이벤트 출장이었다. 다만 패턴이 늘 비슷했다. 아카사카 미츠케 역 부근에 초대측이 주선한 숙소를 잡고(아카사카 엑셀 도큐 호텔을 몇번 갔다. 가성비가 좋아서 개인적으로 갈 때도 사용했다.
지금은 영업 중지 상태인데, 리뉴얼 공사중일지. 리뉴얼 되면 시설은 좋아지겠지만 예전의 가성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쉽다), 낮에 일정을 소화한 뒤 저녁에는 아카사카 뒷골목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는 패턴이었다. 간혹 시간이 나도 아카사카 미츠케 역에서 전철로 10여분이면 가는 신주쿠나 시부야를 갈 뿐, 다른 지역은 어쩌다 한번 가는 정도.
내가 도쿄에서 대해 아는 것은 대개 아카사카보다 서쪽의 것들 뿐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2024년에는 도쿄의 동쪽을 한번 가보자고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고, 일단 6월에 도쿄를 가려고 보니 호텔비가 어마어마하게 올라 있었다. 특히 록퐁기, 아자부, 시부야, 신주쿠, 오모테산도 지역이 말도 안 되게 비쌌다. 그렇게 서칭을 하다 보니 시나가와-신바시로 이어지는 도쿄 동쪽 지역은 상대적으로 덜 비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유는 모른다. 아무튼 그래서 6월에는 신바시로, 12월에는 다이몬으로 갔다.
다이몬이라는 지역을 특별히 잘 알거나 관심을 가진 것은 전혀 아니다. 한자로 大門이기 때문에 무슨 문이 하나 있겠구나 하는 정도. 사실 항공 루트가 나리타 공항 입출국이 아니었으면 다이몬에 굳이 관심을 갖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리타에서 도쿄 도심으로 향하는 스카이액세스 전철은 우에노 행과 하네다 공항 행으로 크게 나뉘는데(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어쨌든 도심 동쪽으로 가는 노선은 이렇다고 볼 수 있다), 하네다 공항 행은 신바시-다이몬-시나가와를 지난다. 이 노선을 이용하면 70km가 넘는 거리를 70분 정도에 주파할 수 있어 도심에서 먼 나리타 공항의 불리함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었다.
그런 시각으로 접근하니 다이몬은 이점이 많았다. 시내 한복판이긴 하지만 지바 공원 부근이라 다소 한적하기도 하고, '큰 역'인 야마노테센의 하마마츠초 역에서 멀지 않아(도보10분) 술집이며 식당도 즐비했다. 나이가 든 뒤로, 대도시 여행을 할 때에는 도심에서 먼 신축 호텔을 숙소로 잡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이제는 오전에 나가 대도시 명소를 구경하고, 저녁 식사 전까지 한번은 쉬어 주는 것이 좋다. 아침밥 숟가락을 놓자 마자 뛰어나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거리를 쏘다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은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초로의 저질 체력 부부는 도심에 숙소를 잡고, 오후에 방에 들러 휴식을 취해야 다시 저녁식사를 하러 나갈 수 있었다(물론 아예 안 나갈 수도...).
도심이라 여기저기 목적지까지 거리가 짧고, 공항 가기도 편하고, 식당이며 편의시설도 충분하고, 그러면서도 북적대지 않고 적당히 한적한.... 매우 이상적인 지역인데 아쉬운 것은 호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깔끔한 호텔이 없는 것은 아닌데 문제는 방이다.
도쿄에서 3성 수준의 비즈니스 호텔은 대개 더블베드 사이즈가 폭 140cm에 맞춰져 있다. 방 넓이도 딱 그 침대가 들어갈 정도(13~15 제곱미터 정도). 침대도 침대지만 공간이 너무 좁아 답답하다.
이에 비해 트윈룸은 침대 2개가 들어가야 하니 최소 18~20 제곱미터는 되어야 한다. 그러니 조금 가격이 올라도 트윈룸을 잡으면 대략 해결되는 문제긴 한데, 이런 호텔들은 트윈룸도 있다고 표시는 되지만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 공실이 없다. 눈 씻고 찾아도, 비슷한 등급의 호텔 중에는 트윈룸으로 3박 이상을 해결할 수 있는 호텔이 뜨지 않는다.
그러니까 트윈룸을 이용하려면 4성급 이상의 호텔을 선택해야 하는데, 12월 중 도쿄 도심의 4성급 호텔은 동쪽이고 서쪽이고 1박에 최하 45~50만원대.
코로나 전을 생각하면 미친 가격이다.
결국 리치몬드 호텔을 이용했는데, 아무래도 방 넓이와 침대 넓이에는 불만이 있었다. 프런트 직원에게 대체 왜 트윈룸은 예약할 수가 없느냐고 물었는데, 답을 듣고 놀랐다. "사실 저희 호텔에는 트윈룸이 3개밖에 없습니다."
12층짜리 호텔에 트윈룸이 3개밖에 없다니. 충격. 아무튼 그래서 비교적 괜찮은 가격에 적당한 2인용 호텔 방을 찾는 사람 - 계량적 기준으로 말하면 도쿄 도심권의 트윈베드룸 1박을 그나마 20~25만원 정도에 해결하려는 여행자 - 의 고민은 앞으로도 더욱 깊어질 것 같다. 코로나 전이라면 10만원대 초반에 구할 수 있었던 방인데 말이다. 140cm 폭의 침대에서 둘이 잘 수 없는 사이라면 아예 3성급 호텔의 각방을 쓰는게 4성급의 트윈룸보다 쌀 수도 있다.
딱히 팁은 없다. 각자 알아서 잘 찾아보는 수밖에. 반대로 이게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여행자들이라면, 다이몬 역과 지바공원 사이에 있는 리치몬드 호텔은 꽤 괜찮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1층에 스타벅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