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처음 공개됐을 무렵 페이스북에 쓴 글을 옮겨왔습니다.]
 
<삼체>를 보다가 <리플리>에 눈길이 갔다. 이미 세계적인 스타를 써서 두번이나 영화화된 작품. 그걸 심지어 드라마로? 결과 다 아는 얘기로 8부작이나 할 얘기가 있겠어?
 
하지만 감독과 각본을 겸한 스티븐 제일런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오스카 각본상/각색상 후보에 5회나 올랐던(1회 수상, 쉰들러 리스트) 대가의 말씀인데 누가 감히 토를 달았을까 싶기도 한데,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면 8회를 넋놓고 정주행했다.
 
 
앤드루 스코트는 개인적으로 <셜록>의 모리어티 교수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받은 배우. 그가 리플리 역을 하기에는 너무 늙고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한데, 사실 리플리 역을 했던 배우들 중에는 존 말코비치도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마셨으면.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알랭 들롱의 그림자가 워낙 커서 그렇지, 솔직히 맷 데이먼도 그닥 꽃미남 계열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제작진도 18년 차이 나는 다코타 패닝과의 로맨스는 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이번 작품에서 이 부분은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마지라는 캐릭터가 리플리가 디키에게 갖는 동경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 부분은 좀 아쉬운데, 그 밖에도 앤드루 스코트의 리플리는 보여줄 것이 많았다.
 
전작들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이 작품의 리플리는 사기꾼의 재능이 매우 떨어진다. 능력보다는 동기가 앞서고, 충동적인 시도가 겹쳐지다 보니 스스로도 내릴 기회를 놓친 비극의 주인공이다. 일단 사고를 쳐 놓고 고민하는 리플리가 신선했다.
 
옆엣분은 이탈리아의 멋진 풍광이 흑백 영상에 갇힌 게 매우 유감이라는 평을 남겼는데, 개인적으로는 펠리니와 데 시카의 이탈리아가 다시 살아오는 듯한 느낌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뭣보다 계속 인용되는 카라밧지오. 화면의 미학적으로도 근래 보기힘든 걸작이라는 생각.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