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역시 코리안 특급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허당 박찬호'가 등장하자마자 '1박2일'을 일요일의 시청률 톱에 올려놨습니다.

사실 그동안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의 시청률 진검 승부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SBS TV '일요일이 좋다'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시청률을 체크하는데 1부='패밀리가 떴다'이기 때문에, '패밀리가 떴다'의 시청률은 매주 선명하게 알 수가 있었죠.

하지만 '1박2일'이 속해 있는 KBS 2TV '해피선데이'는 3시간짜리 프로그램 전체의 시청률로 공개되기 때문에 '1박2일'만의 시청률은 정확하게 알기 힘들었습니다. 그동안에도 '패밀리가 떴다'가 '1박2일'보다 시청률이 앞선다는 말은 대략 추정한 수치였죠. 아무튼 이번에도 마찬가지지만, '1박2일' 부분의 시청률이 32.5%, '패밀리가 떴다' 쪽이 27.7%였습니다. (처음에 한 얘기는 착각이었습니다. 숫자를 잘못 읽었군요. 죄송.^)

물론 두 프로그램이 28일에도 별로 겹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숫자 역시 진검대결이라고 할 수는 없죠. 아무튼 박찬호 덕분에 '1박2일'은 상징적으로나마 일요일 밤의 최고 인기 코너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날 출연으로 박찬호는 그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다소 친근하지 못한 이미지를 벗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박찬호는 아주 친근한 스타는 아니었죠. 잘생긴 외모와 빼어난 성적 덕분에 온 국민의 성원을 받는 대 스타였지만 한 켠에서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엄..."하는 식의 말투와 함께 다소 까다로운 이미지 덕분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인상을 줘 왔습니다. 그동안 방송에서도 웃는 얼굴보다는 경기중의 긴장된 얼굴, 그리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잘 웃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1박2일'에 출연한 박찬호를 보면 그 동안의 유감(?)이 사라지는 느낌을 누구나 받았을 겁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건 강호동에게 '딱밤'을 맞은 뒤 바로 "한판 더 합시다" 하고 정색을 하는 박찬호의 모습이었습니다. '박찬호도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그를 메이저리그 100승 투수로 만든 것은 바로 저런 '지고는 못 사는' 경쟁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장면이었죠. 이어진 '허당 찬호'의 등장은 말할 것도 없죠.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13년 전의 박찬호가 떠올랐습니다. 1995년 초, 귀국 개인 훈련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던 박찬호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박찬호의 미국행이 결정된 것은 1993년 말이었습니다. 제가 회사에 처음 출근할 바로 그 시점이었죠. 처음 '박찬호 메이저리그행' 보도가 나갈 때만 해도 '그냥 조회만 해 본 정도겠지'라는 의견이 과반수였습니다. 최동원이며 선동렬, 박찬호의 동기생들인 임선동 조성민에 이르기까지 메이저리그가 관심을 가졌던 한국 투수들은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박찬호의 경우는 진짜였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습니다. 물론, 이때까지도 회의적인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거기가 어떤 덴데... 가서 얼마나 버티고 올 지 모르겠다.' 이들의 예상대로 1994 시즌,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단 2경기에 등판, 11.25라는 치욕적인 방어율을 기록합니다. 한마디로 성적이랄 게 없었죠. 물론 토미 라소다 감독은 끊임없이 박찬호에 대한 칭찬을 했지만 이때는 '립 서비스'라는 비아냥을 받았습니다.

첫 시즌을 마친 박찬호가 귀국했을 때 공항에는 취재진이 인산인해처럼 몰려들었습니다. 이때 야구계와 취재진의 기본적인 정서는 '어쨌든 간 게 어디냐'는 생각과 '첫 시즌을 보니 별볼일 없을 것 같다'는 것이 반반쯤 혼재된 상태였죠. 여기서 박찬호는 은근히 국내 야구인들의 심사를 건드리는 대답을 한마디 합니다. "지금 한국 프로에서 뛴다면 어느 정도 성적을 낼 것 같으냐"는 질문에 "엄... 한 20승?"이라고 가볍게 대답한 것이죠. 이 얘기를 전해 들은 한 지도자는 어떻게 보느냐는 말에 "하하하"하는 냉소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물론 1997년, 14승을 거둔 뒤의 박찬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면 20승도 꽤 겸손한 대답이었겠지만, 이건 아직 1994년의 얘기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즌중에도 그랬지만 윈터 시즌의 신문 스포츠면은(스포츠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박찬호 얘기로 도배가 됐습니다. 고향 잔치에까지 서울에서 내려온 기자들이 득시글거릴 정도였죠. 그런데도 쉬이 식는 것이 인심이듯, 정작 박찬호가 95년 초 출국할 때에는 공항에 아무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급히 몰래 출국한 것이기도 했고, 워낙 그동안 수없이 다뤄진 터라 이제 더 얘기할 거리도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아무튼 입국할 때의 아수라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모습이었죠. 기자는 단 두명, 지금은 모 포탈에 계신 전 중앙일보의 이 모 기자(박찬호의 결혼식에 기자로는 유일하게 초대받은 분입니다)와 저뿐이었습니다. 환송객도 박찬호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한양대 동기생이던 차명주 한 사람 뿐이었죠.

저를 뺀 세 사람은 그 며칠 전에도 함께 노래방을 다녀왔을 정도로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좀 소외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무튼 이렇게 해서 저는 세기의 대투수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어 봤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까지의 박찬호는 맥주 한잔도 피할 정도의 금주가였던 반면 노래방이 없으면 못 산다는 귀여운(?) 면을 보여줬습니다.

기회가 기회였으므로 내심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습니다. 94년말, 박찬호가 소속된 LA 다저스에 일본의 야구 영웅 노모 히데오의 입단이 결정됐습니다. 매스컴이 노모에게 박찬호와 같은 팀에서 뛰게 된 소감을 묻자 "축하한다. LA의 한국 나이트 클럽이 좋다던데(?) 박찬호와 함께 놀러 가보고 싶다"는 말을 하더군요. 당연히 기자들은 박찬호에게 이 말을 전했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죠. 이때 박찬호의 대답은 "난 그런데 안 간다"는 짧고 무뚝뚝한 것이었다고 보도됐습니다.

저는 95년의 박찬호에게 당시 왜 이런 식으로 대답했느냐고 물어봤죠(메이저리거에게 그 귀한 시간에 이런 거나 물어보냐고 질책하셔도 할 말 없습니다. 그게 궁금했거든요.^). 의외로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기분 나쁘잖아요. 자기가 왜 한국 나이트를 가요." 그렇습니다. 독립기념관이 가까운 공주 출신의 우리 찬호군은 항일정신이 탄탄한 청년이었던 것입니다. 뒷날, WBC 일본전에서의 박찬호를 봤을 때도 이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때도 박찬호는 지극히 예민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사람들은 기회가 왔을 때에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를 즐기지 않죠. 당시 박찬호는 슬슬 '거만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던 터라 그 정황이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시대를 뛰어넘어 2008년 연말, '1박2일'에 나온 박찬호는 몰라볼 정도로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물론 방송 초반에는 어느 정도 경직된 모습이었죠. 하지만 그걸 그냥 두고 보면 강호동이 아닙니다. '운동 선후배'임을 들어 일단 '말을 트고', 한대 맞고 나면 아찔해지는 딱밤을 통해 박찬호의 승부욕에 불을 질렀죠. 이것이 당대 최고 MC의 실력입니다.

이날의 하일라이트는 누구나 알 수 있듯 냉수 입욕입니다. 여기서 강호동 역시 특유의 경쟁심을 보여줍니다. '네가 1인자면 나도 1인자'라는 것이죠. 한겨울에 냉탕에 들어간 두 사람은 만만찮게 버팁니다. 여기서도 강호동이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님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박2일' 출연은 강호동과 박찬호에게 윈-윈 게임이었습니다. '1박2일'은 정상의 방송이라는 성적과 자신감, 또 첫 게스트 기용에서의 성공이라는 이익을 봤고 박찬호는 그동안 자신을 알게 모르게 감싸고 있던 '거리감'과 '거만함' 등등의 부적절한 이미지를 씻는데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또 과거로 잊혀질 뻔한 '117승의 신화'를 되살리는 데에도 효과가 있었죠. 

(이날 막내 이승기가 "저는 어려서 잘 모르는데 그때 그렇게 박찬호 선수가 대단했나요?"라고 말하는 걸 보고 저는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 그게 벌써 그렇게 옛날 일이 됐구나....)

아무튼 13년전의 그 내성적인 거한 청년이 이렇게 유연하게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걸 보니 새삼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현역인 박찬호, 2009 시즌에는 왕년의 위력을 다시 찾길 기대해 봅니다.




728x90

'벼랑 위의 포뇨'가 국내에서 상영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제작자를 꼽자면, 1위는 이미 오래 전에 작고한 월트 디즈니일테고 두번째는 미야자키의 이름이 나올 겁니다.

미야자키가 왜 유명한지까지를 글 하나로 커버한다는 건 만용일테고, 얼마 전 '포뇨'의 개봉에 맞춰 미야자키를 잠시 돌아본 글을 쓸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문득 일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도, 안노 히데아키도, 오시이 마모루도, 다카하타 이사오도, 그 밖에도 헤아릴 수 없는 거장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대신 한국에는 봉준호, 임권택, 박찬욱이 있다고 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린이의 세계로 돌아간 67세의 거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몇가지 키워드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연친화, 환경보호, 반전 등의 주제와 그를 떼놓고 생각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1978년 감독 데뷔작 '미래소년 코난'은 핵전쟁으로 철저하게 문명이 파괴되어 바다로 덮인 세계에서 시작한다. 그로부터 30년 뒤에 나온 최신작 '벼랑 위의 포뇨'에서 세계는 다시 한번 바다로 뒤덮일 위기에 놓인다.

포뇨는 인간세계가 싫어 바다로 떠난 마법사 아버지와 대양의 여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 얼굴의 물고기 소녀. 우연한 기회에 만난 인간 소년 소스케와 포뇨는 서로 좋아하게 되고, 두 어린이의 사랑은 바다로 뒤덮일 뻔한 지구를 구한다.

1941년생이지만 미야자키에게서 은퇴의 기미를 발견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21세기 들어 세계 유수 영화제들로부터 받은 찬사가 노익장을 뒷받침하는 분위기다.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아카데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부문과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고 2005년 제62회 베니스 영화제에선 평생공로상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았다. 그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와 지브리 박물관은 전 세계 '아니메(Anime)' 마니아들의 성지가 된지 오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7월 일본에서 공개된 '벼랑 위의 포뇨'는 극장에서도 흥행 기록을 갱신하며 대박을 터뜨리지만 평론가들로부터는 '미야자키도 이제 늙었다'는 신통찮은 평가를 들어야 했다. 아름답고 감성적인 영상과 동화적인 이야기에 대한 어린이 관객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지만 부모들은 뒤로 갈수록 모호해지는 플롯에 고개를 흔드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사실 그의 작품 목록을 살펴봐도 어린이용, 온 가족용으로 분류되는 작품은 '이웃집의 토토로' 정도다. 거의 모든 작품의 주인공들이 10대 중반 이하의 소년 소녀지만, 그의 작품들은 오히려 "만화영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통념을 씻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대한 모험 드라마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일본 전설을 배경으로 한 '원령공주'에 이르기까지 담고 있는 메시지가 놀라울만치 성숙하기 때문이다. 오랜 전쟁에 염증을 느끼고 돼지 얼굴이 되어 숨어 사는 노장 파일럿의 이야기인 '붉은 돼지'는 굳이 말할 것도 없다.

미야자키는 이런 평가에 대해 주인공 소스케가 자신의 아들 고로의 다섯살 때를 모델로 했으며, "처음부터 다섯살 짜리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어쩐지 이 작품 속의 어른들은 동화적인 상상 속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다. 소스케의 엄마 리사는 물고기가 사람으로 변했다고 주장하는 소스케를 미쳤다고 생각하거나 구박하지 않는다. '미야자키의 작품들을 보고 자란 어른' 들을 상징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그의 장남 고로의 감독 데뷔작인 '게드 전기(2007)'는 혹평을 받았지만, 이미 일본 애니메이션계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보고 자란 '제2의 미야자키'가 즐비하다. 그 또한 자신을 애니메이터로 만든 것은 '우주소년 아톰(원제:철완 아톰)' '사파이어 왕자' 등을 만든 거인 데츠카 오사무였다고 말한 바 있다. 과연 한국에서 제2의 김청기, 제2의 신동헌은 언제쯤 나올까. (끝)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불행히도 신동헌의 '소년 홍길동'이나 김청기의 '로보트 태권 V', '황금날개'를 보고 자란 세대 중에는 아직 그만한 스타 애니메이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닐 겁니다. 정부의 지원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을 것이고(물론 저 일본의 거장들이 정부의 체계적인 육성 방안에 의해 만들어진 건 아닙니다), 힘든 일이나 도제식 수업을 거부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보다 구체적인 데 강하고 상상력이 다소 부족한 듯한 국민성의 차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스토리의 힘을 무시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게 됩니다.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고 올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기법이나 신기한 CG가 아니라 흡인력 있는 스토리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마지막으로 탄탄한 스토리의 국산 애니메이션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갑자기 원작의 장점까지도 망쳐 버렸던 '아마겟돈'의 악몽이 되살아납니다)

아무튼 더 길게 얘기할만큼 아는 게 없어서 유감입니다. 다만 관객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국산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을 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벼랑 위의 포뇨' 리뷰는 이쪽입니다. 일각에서는 메시지라고는 없는 '포뇨'를 보고 미야자키 선생의 에너지가 다했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분의 메시지는 이미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익숙하게 듣지 않았습니까? 이제 '토토로'의 세계를 다시 한번 본다고 나쁠 것도 없을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28x90

요즘 무서운 기세로 대세로 상승하고 있는 손담비 얘깁니다. 연예계에서는 흉내내는 사람이 나타나면 뜬 거라는 얘기가 있죠.

손담비가 '미쳤어'에서 보여주는 의자춤을 온갖 여자 연예인들이 따라하고 있습니다. 신봉선, 현영, 정가은 등에 이어 남자인 비도 살짝 비슷한 모습을 보여줄 정도입니다. 동영상 사이트들을 찾아보면 '여고생 의자춤' '여고생 미쳤어' 등의 제목으로 일반인들이 흉내낸 손담비의 의자춤 UCC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얼굴+몸매+춤 실력은 탁월해서 언젠가는 뜰 거라고 생각했던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동안 손담비를 띄우려는 주위의 노력에 비해 큰 성과가 없어 소속사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기도 했는데, 이제 걱정이 끝난 듯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포즈는 사실 그리 쉽게 나오지 않죠. 몇몇 사람들이 따라했지만 저 쭉 뻗은 다리의 포스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대개 저 상태에서는 무릎을 어느 정도 구부리게 되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의자춤의 원류는 어디일까요. 사실 의자를 사용한 춤 자체는 드물지 않습니다. 25년 전 영화 '플래시댄스'에도 이미 의자를 이용한 섹시 댄스 퍼포먼스가 나오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욘세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전에 이미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Stronger'의 뮤직비디오에서 의자를 갖고 별 짓을 다 한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기억이 나실 겁니다.




물론 저 비디오에도 결정적으로 손담비를 유명하게 한 '의자 등받이 위로 다리 넘기기' 동작은 나오지 않죠. 그런데 놀랍게도 할리우드의 고전 명화를 보다가 손담비 의자춤의 원형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1951년작, '파리의 아메리카인'입니다. 뮤지컬 영화의 역사를 따질 때 역시 진 켈리가 주연한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과 함께 결코 빠뜨려서는 안될 대작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리에 살고 있는 가난한 미국인 화가 제리(진 켈리)는 어느날 우연히 부자 미망인 마일로(니나 포크)로부터 스폰서가 되어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같은 날 프랑스 미녀 리즈(레슬리 카론)를 보고 반합니다. '무척 가난한 도시'로 묘사되고 있는 2차대전 직후의 파리를 배경으로 제리가 두 여자 사이에서 겪는 고뇌와 가난한 예술가들 사이의 우정이 그려진 고전 뮤지컬의 걸작이죠.

최근 DVD 시장의 충격을 대변하듯 직배사들이 잇달아 한국을 대상으로 한 DVD 사업을 철수하고 있는 가운데 폭탄 세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시 고전 걸작인 '키스 미 케이트'와 이 영화를 묶어 파는 상품이 있어 얼른 샀습니다.

그런데 어려서 TV로 볼 때는 몰랐던 장면이 나오더군요. 물론 다 커서 보더라도 요즘이 아니면 그냥 그런가보다 넘어갈 장면이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유튜브에는 역시 있군요. 

여기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한 40초쯤부터 시작됩니다.)

 

의자 위로 다리 드는 춤 정도야 '시카고'에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하지만 저렇게 의자 등을 앞으로 해 놓고 다리로 넘기는 장면은 그리 흔치 않죠. 아마도 저 영화가 1951년작이니 '의자 등받이 위로 다리 넘기기'의 오리지널은 이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워낙 고전에 걸작이니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써먹었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기도 하죠.

그냥 뜻밖의 장면에서 낯익은(!) 장면을 발견하고 혼자 웃었다는 얘깁니다.

참 이 카메라 CF에 나올 때만 해도 '왜 이렇게 성장 속도가 더딜까' 우려하게 했던 손담비 양. 이제 내년엔 할리우드 영화에도 나온다니 여러 가지로 기대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새 이런 사촌동생까지 등장했군요. 인물이 집안 내력인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728x90

갑자기 병원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혹시 이게 낚시라고 생각하실 분이 있을까봐 - 이건 낚시 아닙니다. 17대 1로 악당들과 싸우다가...는 아니지만 아무튼 약간의 부상으로 집 근처 병원에 들어앉게 됐습니다.

이게 아무래도 2008 운세의 마지막 챕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연말연시라 한창 바쁠 때 혼자 쉬게 되어 여기저기에 참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게 팔자라면 받아들여야죠.^^ 어쩌겠습니까. 병상 사진이라도 찍어 올려 볼까도 했는데 뭐 흉한 모습 보여 뭘 하겠습니까.

아무튼 당부하자면, 다들 샤워하실 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목욕탕에서 넘어져 다쳤다...는 대개 운동선수들이나 연예인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말려들었을 때 흔히 써먹는 핑계라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당하고 보니 아찔합니다.

입원이긴 합니다만 별 일은 아니니 걱정들은 마시고 - 그나자나 이 부상 때문에 각종 마무리 송년회와 신년회는 당분간 힘들어질 듯 합니다. 다들 올해 마지막 주말 잘 보내시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목을 저렇게 붙인 건,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은 강력한 낚시 얘기가 있어섭니다. 오래 전 제가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를 한 편 올려 보겠습니다. 어찌 보면 좀 무섭고 슬픈 얘기기도 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6.25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서울 거리, 한 거지 소년이 있었어.

비록 거지라고는 하지만, 시절이 시절이다보니 거지지, 누가 거지가 되고 싶었겠어?

먹을 게 없어서 거지가 되긴 했지만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초롱초롱 빛나는 눈에다

잘 씻어놓고 보면 배추쪽같이 희멀걸 것 같은 얼굴의 소년이 있었어.

이 비슷한 또래의 소년들이 깡통을 놓고 다들 구걸을 하는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을 매일 지나다니는 할아버지가 있었어.

 전당포를 경영해서 그 시절에도 따슨 밥을 먹고 사는 부자였지.

 이 할아버지도 수많은 거지들 중에서 어딘가 눈에 띄는 소년을 알고 있었지.

 어느날 밤, 가게 문을 닫고 집에 가던 할아버지가 괴한들에게 뒤통수를 맞고 쓰러졌어.

 할아버지의 현금 보퉁이를 노린 거지.

 괴한들은 달아나고, 혼자 거리에 쓰러진 할아버지를 그 소년이 발견하고,

 병원까지 업고 뛰어가서 목숨을 구하게 된거야.

 정신을 차린 할아버지는 소년을 알아보고,

 '진작부터 너를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내 너에게 목숨 빚을 졌구나.

 이 은혜를 갚고 싶다.

 혹 부모님이나 친척이 계시냐' 하고 물었어.

 그런 사람이 있으면 거지로 길에 나앉아 있을 리가 없지.

 소년이 고개를 젓자 할아버지는,

 '그럼 우리 집으로 가자.

 세끼 밥이나 먹고, 학교는 가게 해 주마.'

 그래서 소년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갔어.

 마침 할아버지도 아들 내외를 전쟁통에 잃고 가정부 아줌마와 손녀딸만 함께 살던 참이었지.

 소년이 들어오면서 집안은 묘하게 활기를 띠기 시작했어.

 잘 씻기고 먹여 보니 예상대로 소년은 귀태 나는 미소년인데다 머리도 총명했지.

 처음엔 거지라고 싫어하던 손녀딸도 한살 아래인 소년을 잘 돌보기 시작했고,

 어느새 둘은 친남매 못잖게 친숙한 사이가 되어 버린거지.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

 둘은 어른이 됐어.

 둘은 너무나 서로를 아꼈지만, 누구도 그걸 남녀감정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

 그러다 나이가 찬 소녀가 선을 보고 결혼을 하게 됐어.

 소년은 왠지 모를 상실감에 시달리게 됐지.

 그러던 어느날, 못 먹는 술을 마시고 거리를 방황하던 소년은 문득 깨달아버렸어.

 그녀를 잃으면 자기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그리고 그녀에게 반드시 이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걸.

 정신을 차려보니 결혼식은 바로 내일.

 미친듯이 집으로 달려간 소년은 소녀를 찾았어.

 그러나 방은 텅 비어 있었지.

 이방 저방을 찾아 헤매던 소년은 마침내 다락방에서 소녀를 발견했어.

 소녀도 허전한 마음에 어려서 함께 소년과 함께 찍은 사진첩을 보며 추억을 되새기던 참.

 이제 처녀가 된 소녀는 놀란 눈으로 숨을 헐떡이는 소년을 바라봤지.


소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

 '누나...'

 소녀는 물었지.

 '왜...?'

 소년은 목이 메어 소리쳤어.

 '누나, 결혼하지마! 난 누나를 정말 사랑해!!!'

 소녀의 눈이 놀람으로 커지는 걸 바라보면서 소년은 소녀를 와락 껴안았어.


 그 순간!








'우지지지직!' 소리가 소년의 머리 속 가득 울렸어.








그 소리에 놀란 소년은 눈을 번쩍 떴어.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눈앞에 있던 깡통이, 너무 세게 껴안는 바람에 찌그러져 있었던 거야."



어땠습니까? 너무 강했나요?^^

즐거운 연말, 사랑하는 분들을 이 얘기로 낚아 보세요.




'블로그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상예술대상에 초대합니다  (46) 2009.02.12
새해, 식은땀  (28) 2009.01.05
블로그로 돈을 벌어 보자니  (22) 2008.11.26
감사합니다. reunion.  (35) 2008.11.08
확인사살, D-1  (22) 2008.11.06
728x90

오늘이 지나면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포스팅일 것 같아 허겁지겁 올립니다. 사실 크리스마스때 생각나는 수많은 음악 종류들이 있지만 캐럴 종류를 제외하면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삽입곡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에 들지 않을까 합니다.

'뮤지컬=앤드류 로이드 웨버'로 여겨지는 한국에서도 이 뮤지컬(이하 'J.C.S')은 사실 그리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팬텀'을 가장 먼저 꼽게 되고 그 다음은 '캐츠'나 '에비타'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하지만 누가 뭐래도 웨버의 최고 걸작을 논한다면, 저는 이 작품을 빼고는 얘기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뮤지컬을 처음 본 것은 1981년의 일인 것 같습니다. 당시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 무대에 올려진 'J.C.S'에는 그야말로 전설적인 멤버들이 캐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김도향 추송웅(이상 유다), 윤복희(막달라 마리아), 이종용(예수), 그리고 유인촌 최주봉(이상 빌라도) 등이 기억나는 출연진입니다.




'피터팬' 종류를 제외하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뮤지컬이었는데, 그야말로 혼이 나가 버렸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종류의 멜로디, 처음 들어보는 가사. 이건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던 세계의 바깥에 있는 물건이더군요.

그날로 성음에서 나온 오리지널 캐스트의 카세트 테이프를 샀습니다. 그 테이프 속의 유다 목소리가 머레이 헤드(몇년 뒤 'One Night in Bangkok'으로 유명해집니다), 예수 목소리는 그 유명한 딥 퍼플의 리드 보컬 이언 길런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아무튼 골백번 들었습니다. 노래 순서는 물론이고 가사까지 다 외웠죠.

(뭐 옛날 얘깁니다. 확인은 하지 마시고. ^^; )




그 뒤로 당연히 1973년 노먼 주이슨이 만든 영화판도 봤고, 공연만도 5-6차례 봤습니다. 그리고 최근, 지난해 12월 15일에도 브로드웨이 투어 팀(?)의 잠실 공연도 달려가서 봤죠. 그리고 나서 다시는 체육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을 보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뮤지컬에는 수없이 많은 명곡이 등장합니다. 유다와 예수 역의 노래들은 전부 명곡 중의 명곡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중에서도 예수가 부르는 '겟세마니 Gethemane'는 웬만한 가수가 불러도 박수가 나오는 강렬한 곡입니다. 들어 보신 분이라면 충분히 이해하실 겁니다.

웨스트엔드-브로드웨이의 최고 스타 테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볼은 이 노래를 이렇게 불렀습니다. 그가 부른 이 버전은 일종의 표준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 버전도 휼륭하지만 물론 약간의 아쉬움은 있습니다. 이 노래가 담고 있는 절박한 상황, 즉 아들 예수가 "왜 당신의 계획을 위해서 내가 죽어야 하느냐"고 아버지 하느님에게 마지막 한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점잖다는 것이죠.

비교의 근거는 이런 가창입니다. 이언 길런이 부른 버전이죠.




물론 어느 쪽이든 훌륭한 가수의 훌륭한 가창이기 때문에 한 쪽을 좋아하는 것은 취향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는 예수의 '절절한 심정'이 녹아 흐르는 듯한, 분노와 배신감으로 미칠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인간적인 예수의 목소리로는 길런이나 영화판의 테드 닐리가 더 마음에 듭니다.

길런의 스타일을 재현하는 가수로는 인기 높은 스티브 발사모가 있습니다.



굳이 흠을 잡자면 박자가 약간 제멋대로^^인 느낌이 있지만 라이브에서 이 정도의 감정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최고 수준의 가수나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래도 심정적으로는 젊은 이언 길런이 1990년대의 음향 장비로 이 노래를 불렀다면 이보다 더 인상적인 녹음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이 역시 취향.)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이 뮤지컬에서 예수 역보다 좀 더 중요한 역은 유다 역입니다. 두 역할은 서로 대립하면서, 어떤 때에는 살짝 동성애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죠. 아무튼 약간 대조를 이루는 가수들이 역할을 나눠 맡게 되어 있습니다.

유다의 노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곡은 아무래도 마지막 부분의 'Superstar'죠. 이 뮤지컬 전체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곡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불행히도 이번 공연에서 유다의 목소리는 그럴 듯 했지만 코러스나 무용수들의 배치가 좀 무성의했습니다. 좀 더 화려한 무대를 기대했기 때문일테지만 말입니다.

지금까지 들어 본 녹음 중에서 가장 훌륭한 버전으로는 이걸 꼽고 싶습니다. 1998년 로열 알버트 홀에서의 웨버 50세 기념 공연중(위의 마이클 볼이 등장한 바로 그 무대입니다) 마커스 로빗이 전 출연진을 코러스로 두고 불렀습니다.






그 다음은 살짝 코믹한 버전입니다.



어떻게 생긴 사람들이 부르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선 링크를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버전은 퍼 올 수가 없게 되어 있더군요. http://www.youtube.com/watch?v=ZDGoFnMNHVI 로 가서 직접 보세요.

(코믹하다는 것은 언어에 대한 편견이 아닙니다. 노래 실력은 상당하지만, 시립 오페라단의 바리톤과 합창단이 와서 'JCS'를 공연한다면 어느 나라 말로 해도 웃길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수와 유다를 중심으로 볼 때 이 뮤지컬에서 가장 멋진 장면은 '최후의 만찬'입니다.

예수와 열두 사도가 모여 저녁식사를 나눕니다. 유다를 제외한 사도들은 포크 풍으로 예수의 복음을 전파하는 사도로서의 소박한 즐거움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누던 예수는 너무도 생각 없고 단순하기만 한 사도들에게 역정을 내며 '너희들이 날 기억하겠느냐. 베드로 너는 내가 죽자마자 세번이나 나를 부정할 것'이라며 가치돋친 말을 쏘아댑니다.

이를 본 유다는 '그건 다 네가 자초한 것'이라고 되쏘고, 예수는 '배신자. 어서 가서 네 일을 해라. 그들이 기다리고 있잖아'라고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이 대목에서 두 사람은 보컬로서의 한계를 시험하듯 치열한 배틀에 들어갑니다.


1973년 영화판을 보시는게 이해가 빠를 겁니다. 예수는 테드 닐리, 유다는 칼 앤더슨입니다.




김동욱과 박완규 버전을 한번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실연과 녹음의 차이이기 때문에 이 소리만으로 한국 가수들을 폄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김동욱은 약간 아쉽습니다.






자, 너무 길어지면 곤란하니까 마지막압니다. 이 뮤지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은 바로 막달라 마리아의 노래, 'I Don't Know How to Love HIm'입니다. 이 노래를 녹음하지 않은 여가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고, 가수들도 선호하는 곡이죠.

누구의 녹음을 고를까 하다가 웨버의 영원한 디바인 사라 브라이트만부터...




하지만 이 노래를 누구든 불렀을 때 가장 기준이 되는 건 아무래도 이본느 엘리먼입니다. 아무래도 브라이트먼의 목소리는 이 노래에는 좀 지나치게 기름지다는 느낌이 있죠. 그래서 좀 부족하고 애절하다는 느낌이 떨어집니다. 반면 엘리먼은 감정이 넘쳐 흐릅니다.





어떤 무명 가수가 유튜브에 올려 놓은 버전입니다. 이번 내한 공연팀의 마리아는 독감에라도 걸렸는지 너무나 목 상태가 안 좋아서 이 노래는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 어떤 공연도 완벽할 수는 없겠죠.




시너드 오코너가 부른 버전도 저는 마음에 듭니다만 그건 퍼 올 수가 없군요.

http://www.youtube.com/watch?v=ryCMGSK6slQ 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728x90
MBC TV '에덴의 동쪽'에 나오고 있는 이다해의 모습을 2주 후면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다해가 '거짓된 연기는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선언한데 이어 제작사와 방송사 측이 이다해는 40회 정도까지만 출연하는 것으로 조정을 마친 듯 합니다.

이다해와 유사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김정은이 너무 과도한 PPL 등으로 비난을 받아온 '루루공주' 출연 도중 "진심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더 이상 출연할 수 없다"고 했고 '마녀유희'의 한가인이 제작진을 비난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사례들도 이다해와는 사건의 핵심적인 동기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어쨌든 출연하던 작품을 끝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다해의 글이나 주변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중도 하차를 원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에덴의 동쪽'에 나오는 이다해의 역할이 당초 기획단계에서 약속된 것에 비해 너무 축소된 것이라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집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너무도 흔했습니다.

1997년, '별은 내 가슴에'라는 드라마에서 최진실 차인표 안재욱 전도연이라는, 당시로서도 빛을 발하는 캐스팅이 이뤄졌습니다. 물론 안재욱과 전도연은 아직 최고 스타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 레벨이었고, 차인표와 최진실이 단연 투톱이었죠.

시놉시스 단계에서 이 드라마의 스토리는 만화 '캔디 캔디'와 똑같았습니다. 고아 출신의 여주인공 최진실이 부잣집에 들어오고, 우연히 명문가 출신으로 가수 지망생인 반항아 안재욱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죠. 물론 이 뒤에는 조용히 최진실을 바라보고 있는 엄친아 차인표가 있습니다. 결국 안재욱은 전도연에 대한 연민 때문에 전도연과 맺어지고 최진실은 차인표의 품에 안긴다는 것이 당초의 구도였습니다. 만화를 보신 분이라면 캔디(최진실) 테리(안재욱) 윌리엄(차인표) 스잔나(전도연)이 그대로 구현됐다는 걸 아시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막상 드라마가 시작하자 구도가 흐트러집니다.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톱스타 감은 아니라고 여겨졌던 안재욱은 이 드라마를 앞두고 독한 마음을 먹고, 앞머리를 늘어뜨린 순정만화형 캐릭터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여기에 당시 소녀 팬들의 열광이 쏟아진 거죠. 시청률은 사회 현상이 될 정도로 치솟고, 제작진은 이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점점 안재욱-최진실의 비중을 높입니다. 주인공이었던 차인표는 조연이 되어 갔고, 조연이었던 전도연은 단역이 되어 갔죠. 결국 결말마저도 시청자들의 뜻대로 최진실과 안재욱의 해피엔딩이 됐습니다.

배우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분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차인표와 전도연은 지금도 당시 드라마의 제작진과 소원한 관계입니다만 당시에도 공식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부분은 연출진의 권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1년 전 얘기지만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방송을 해 가면서, 시청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해 가면서 드라마를 만드는 한국 시장의 특성상 드라마의 결말이나 인물의 비중이 당초의 구상과 달라지는 일은 지금도 비일비재합니다. 이유도 여러가지죠.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갑자기 비중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연출자의 판단에 따라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류의 문을 연 드라마 '가을동화'도 마찬가지. 당초 송승헌-송혜교의 사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악역은 송혜교와 바뀐 딸 역인 한채영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신인이었던 한채영은 그 역할을 감당할만한 연기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한채영은 단역으로 변했고 송승헌의 애인 역으로 나왔던 한나나의 비중이 갑자기 커졌습니다.

왕년의 인기 드라마였던 '여인천하'에서도 강수연-전인화가 주인공으로 굳혀지는 과정에서 박상민과 김정은 등 당초 주연급으로 간주됐던 연기자들이 도중에 빠져나갔습니다. 당연히 이들 또한 자신의 역할 축소에 대한 문제로 제작진과 갈등을 빚었죠.

이처럼 배우의 비중이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커지고 작아지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그런 상황에 이다해처럼 격렬하게 반응하는 일은 대단히 드뭅니다. 이다해의 경우, 하차 문제를 놓고 제작진과 충분히 논의를 했고, '하차선언' 이전에 하차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 해도 스스로 '나 이 작품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것은 경솔했다는 생각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부분의 현장 관계자들은 "아무리 불만이 있다고 해도, 한 작품에 출연하기로 한 것은 그 작품이 끝날 때까지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합의한 것인데 이렇게 빠져나가 버린 건 너무 지나친 게 아니냐"는 입장입니다. 또 어떤 경우든 자신이 출연하던 작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의를 지켜 줘야 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스스로 원했든, 제작진의 선택이든 중도 하차가 그리 자랑할 일은 아닌 만큼 내놓고 얘기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이것은 배우와 제작진 중 누가 헤게모니를 쥐느냐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 일부 연기자들은 "시나리오를 끝까지 볼 수 있는 영화만 하겠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화의 경우에도 중간에 배우의 비중이 달라지는 경우는 너무도 흔하죠.

얼마 전 '박중훈 쇼'에서 박중훈은 최진실과 함께 출연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때의 에피소드를 얘기했습니다.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최진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연기도 썩 잘 한다고 느끼지 않았다. 촬영이 진행되는 사이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 광고가 떴고, 하루가 다르게 최진실이 스타가 되는 걸 느꼈다. 결국 영화가 개봉될 때 영화사는 포스터에서 아예 내(박중훈) 사진을 빼고 최진실 혼자 있는 모습을 내놨다. 기분이 나빠 항의했다"는 얘기였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리하자면 이다해의 문제는 결국 전작제가 실시되지 않는 상황, 즉 드라마 전편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을 시작하고,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촬영을 계속해야 하는 현재의 드라마 제작 환경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방송 전에 드라마가 모두 촬영됐더라면 이렇게 문제가 될 일도 없었죠.

하지만 현실은 현실입니다. 게다가 20부작도 아닌 50부작을 모두 사전제작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그리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죠. 또 어떤 배역이 축소되고 어떤 배역의 중요성이 갑자기 부각되는 것은 결국 제작진의 권한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드라마가 성공하고 실패하는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제작진이죠. 이를 위해 역할을 조정하거나 아예 빼 버리는 일, 새로운 역할을 추가하는 일 등은 제작진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이다해의 '공개 해명'은 좀 성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경우 이다해가 할 수 있었던 방법은 조용히 하차하거나 묵묵히 끝까지 출연하는 것이었을텐데, 그렇게 하기에는 연기자로서의 자존심이 너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이다해의 가장 좋은 복수는 최대한 이 작품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다음 작품에서 멋지게 성공해 '에덴의 동쪽'이 스타 이다해의 위치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었다는 것을 만천하에 과시하는 것이었을텐데 말이죠.




728x90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용 포스팅이 보입니다. 크리스마스용 영화 관련 포스팅도 넘쳐나죠. 주관적으로 뽑은 베스트 크리스마스 무비 순위 등등. 뭐 역시 뻔합니다. '러브 액츄얼리', '세렌디피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로맨틱 홀리데이' '그린치' '007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달달한 영화들의 줄세우기죠.

그래서 약간 색다르게 구성해봤습니다. 제목은 '7편의 크리스마스 영화를 통해 정리한 한 남자의 일생'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구나 크리스마스 때에는 기적이 일어나 인생의 전기를 맞는 꿈을 꿉니다. 아무튼 일곱 편의 영화 속 주인공이 모두 같은 인물이라고 가정하고 그가 일곱 번의 크리스마스를 통해 어떻게 변신해가는지 살펴보자는 의도입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보시면 내용을 보시면 이해가 갈 겁니다. 자, 그럼 첫번째 영화부터 시작합니다.



1.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Tokyo Godfathers, 2003)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글 제목은 이렇지만,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겐 '도쿄 갓파더스', 혹은 '도쿄 대부'로 더 익숙한 작품입니다. 콘 사토시 감독의 2003년작이며 초강추작입니다.

존 웨인 주연의 1947년작 '3 Godfathers'의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은 황야에 버려진 아기 하나를 발견한 세 명의 무법자가 어찌 어찌 하다가 자기 목숨을 버려 가면서 아기를 보호한다는 내용으로 저도 어렸을 적 TV에서만 본 작품입니다.

콘 사토시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까칠한 노숙자, 은퇴한 게이, 가출 십대 소녀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고 친부모를 찾아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감동, 웃음, 액션,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걸작입니다.

...뭐 이런 얘기가 전부가 아니고, 아무튼 우리의 주인공은 이렇게 태어났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인생이 고해라는 걸 깨달은 셈입니다.



2. 나홀로 집에(Home Alone, 199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 설명은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애정이 없는 영화입니다. 참고로 저는 '톰과 제리' 보면서도 톰을 응원한 사람입니다. 매컬리 컬킨 같은 꼬마를 보면 그냥...

...아무튼 우리의 주인공은 갓 태어났을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소년으로 자라납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집에 도둑이 들면 울거나, 오줌을 싸거나, 도망치거나 하겠지만 이 당돌한 소년은 무시무시한 폭력으로 대항합니다. 영화니 망정이지 실제 상황이었다면 도둑들은 화상으로 죽고, 맞아 죽고, 계단에서 굴러 목 부러져 죽고, 못 밟아 죽고, 과다출혈로 죽고, 이 소년은 어린 나이에 찰리 맨슨의 후계자로 위키피디아에 등재됐을 지도 모릅니다.

어째 다음 영화로 '양들의 침묵'이 나와야 할 것 같은 분위기지만 이 소년의 폭력성(!)은 약 30년  동안 잠잠하다가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 다시 살아납니다.




3. 패밀리 맨 (Family Man, 200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돈 밖에 모르는 월가의 거물 니콜라스 케이지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사랑하던 여인 티아 레오니와 헤어지지 않았을 때를 가정하고 꿈을 꾼 뒤 인생의 의미를 찾는 내용입니다. 수전노 스크루지가 꿈을 꾸고 나서 새 삶을 찾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의 패러디죠.

사실 제가 독신이던 시절, 이 영화는 꽤나 가슴을 무겁게 했습니다. 라디오 출연때 이 얘기를 했더니 황정민 아나운서 왈, "내가 아는 독신남 하나는 지난 10년간 크리스마스 때마다 케이블 채널에서 이 영화를 보고, 볼 때마다 운다더라"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이 영화엔 남자의 가슴을 찡하게 하는 뭔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예를 들면 이 영화의 첫 시퀀스입니다. 하룻밤 파트너 아가씨에게 "오늘 저녁에도 만날까?" 했다가 "뉴저지에 사는 부모님을 만나러 가야 해. 크리스마스 이브잖아"라는 말에 머쓱해진 니콜라스 선생. 괜히 파바로티가 부르는 '여자의 마음(La Donna Mobile)'를 100평짜리 아파트에 쩌렁쩌렁 울려퍼지게 틀어 놓고 팔까지 휘저으며 따라 부릅니다. 남자들은 압니다. 본능적으로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저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면서 지극히 성공지향적인 인물로 다시 태어난 우리의 주인공은 이렇게 해서 바람둥이가 되고, 꿈을 꿔서 인생 역전의 기회를 맞지만(영화의 결말과는 조금 다르게) 결국 다시 혼자가 됩니다. 그래서...?




4. 러브 어페어(An Affair to remember 1957, Love Affair 199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케리 그란트-데보라 카, 워렌 비티-아네트 베닝 두 번의 커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나자고. - 자연스럽게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과 연결되는 전설적인 멜로 영화들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람둥이 남자가 인생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 여자를 우연히 만나, '우리의 사랑이 식지 않는다면 6개월 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여자는 나오지 않고... 평생을 갈 것 같던 오해는 어느 크리스마스에 아름답게 다시 태어납니다.

아마도 현대 관객들에게는 1994년판의 비티와 베닝이 더 취향에 맞겠지만, 그 원작의 아름다움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아, 물론 보진 못했지만 프랑스 영화인 진짜 오리지널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데보라 카가 불렀던 'Our Love Affair'를 조쉬 그로번이 부릅니다. 원곡을 알건 모르건, 이 목소리와 이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실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서 이 남자의 인생에도 평화가 찾아오는 듯 하지만 그 다음 영화는...?



5. 다이 하드(Die Hard, 198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절대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사랑에도 조금씩 금이 가고, 여자는 남자가 있는 뉴욕을 떠나 LA로 일하러 가버립니다.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아내를 만나러 LA에 간 남자는 아내가 있는 건물이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점거되는 광경을 목격하죠.

어쩌겠습니까. 아내를 구해야죠. 그런데 신기한 건 자신이 이런 상황에 너무나 잘 적응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너무나 잘 알지 않습니까? 그가 어린 시절, '나홀로 집에' 있을 때 저질렀던 그 잔혹한 만행들을. 그 꼬마가 커서 이제는 힘과 경험, 총기 사용법까지 익혔으니 그저 상대 테러범들이 불쌍할 뿐입니다.

...몇년 뒤, 공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나홀로 집에'를 보지 못한 악당들은 너무도 가련하게 시체조차 찾기 힘든 죽음을 맞습니다. 또 다시 크리스마스 이브에. 몇 차례나 테러의 위협을 물리쳐 영웅이 된 남자는 정계로 진출합니다.



6. 러브 액추얼리(Love Actually, 200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영화의 수많은 에피소드 중에서도 가장 유쾌했던 건 영국 총리가 된 휴 그랜트가 비서를 유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워킹 타이틀=휴 그랜트라고 불려도 좋을 만한 그의 명 연기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테러를 진압하더니 갑자기 웬 영국 총리냐고 항의하시는 분들, 네. 그 분들을 위해 수정하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의 주인공, 미국 대통령 빌리 밥 손튼이 되어 영국 총리가 눈독 들이고 있던 비서에게 추근댑니다. 그 결과가 미국에 대항하는 영국의 자주 정책(?)으로 나타나죠. 뭐 어느 쪽이면 어떻습니까. 아무튼 정치를 하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총리 관저에서 '미국 대통령에 맞선 용감한 총리'라는 라디오 방송의 칭찬을 듣던 휴 그랜트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노래는 포인터 시스터즈의 올드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걸즈 얼라우드의 'Jump'.





7. 34번가의 기적  (Miracle on 34th Street 1947, 1973, 199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타클로스는 실제로 존재할까요? 영악한 아이들은 일찍 그 정체를 알아차리지만 그래도 어린이들은 꽤 믿는 편이라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미국의 수많은 백화점들이며 각종 기구에서 '아르바이트 산타클로스'를 고용하죠. 할일없는 노인들에게 소일거리를 주는 셈이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를 진짜 산타라고 믿는 소녀, 소녀를 위해 진짜 산타임을 고집하는 노인, 그러다 이 노인이 법적으로 자신이 산타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선의를 가진 어른들이 노인을 도우면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세 편의 영화가 있지만 아무래도 우체국 두 남자의 장난(?)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오리지널 1947년판의 문제 해결 방식이 가장 유쾌하고 인상적입니다.

...당연히 우리의 주인공, 대통령직(총리직...?)도 말아 먹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자신이 지나치게 충동적인 삶을 살았다는 걸 반성하고 아르바이트 산타로서의 직무에 충실해집니다. 마지막에나마 세상에 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말이죠.

이렇게 해서 이 남자의 인생에도 마지막으로 평화가 찾아옵니다. 참 파란만장한 인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때면 10년에 한번 꼴로 인생이 변하는 남자라니. 하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여러분의 인생이 바뀔만한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군요. 기대해보시길.


728x90

2주간에 걸친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 1000회 특집이 막을 내렸습니다. 사실 지난 20년, 1000회에 걸쳐 국민들의 주말 시간대를 장악했던 거대한 프로그램의 역사를 짚어 보는 특집이라면 그 정도 시간은 할애할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아쉽다면 '일밤'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 빠져서는 안 될 주병진, 노사연, 이문세, 이홍렬, 신동엽, 최수종 같은 이름들이 거의 거론되지 않았고, 자료 화면에서도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주병진의 경우 스스로 연예인으로서 다시 TV에 등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출연을 거절했고, 신동엽의 경우 SBS에서 현재 동시간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예의상' 출연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저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정작 두 차례의 특집에 출연한 사람들 중, 최근 몇년이 아니라 일밤의 20년 역사를 거론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이경규와 김용만, 이휘재, 김국진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으로 얘기하면 이 정도의 숫자는 '20년 총정리'를 말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해 보입니다. 이 부분에서 '일밤 1000회' 특집의 제작진은 어느 정도 반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자리가 허술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역시 이경규의 존재 덕분이었습니다.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 대중문화에서 이경규와 '일밤'이 지금까지 남긴 족적은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지 '일밤'에 가장 많이 출연한 인물이라서가 아닙니다. 이경규는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 가지 장르의 막을 열었습니다. 하나는 그 자체가 장르의 이름이 된 '몰래카메라'고, 또 하나는 '이경규가 간다'로 대변되는 국민 계도성 오락 프로그램 입니다.

90년대 후반까지 누가 뭐래도 MBC 예능은 경쟁 방송사들을 압도했습니다. 그 시기를 지킨 수많은 예능 PD들은 두 가지 흐름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송창의(현 tvN 사장)-은경표(현 워크원더스, DY 사장)로 대변되는 '재미 지상주의' 세력과 주철환(현 OBS 사장)-김영희(현 PD연합회장)로 대표되는 '교양주의(혹은 당의정파)' 세력입니다. 일단 오락 프로그램은 재미가 있어야 하며 그 재미가 바로 사회에 봉사하는 길이라는 것이 전자의 입장, 그리고 재미가 있는 가운데서도 보고 나면 뭔가 생각할 거리나 느낄 거리를 줘야 한다는 것이 후자의 입장입니다.

이중 후자의 결정판이 바로 '이경규가 간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목부터 '뭐든지 할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만큼 '이경규가 간다'의 정체는 매우 불분명했습니다. 그러던 1996년 어느날, '이경규가 간다'는 이른바 '양심냉장고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우리 사회의 숨은 양심을 찾겠다는 취지에서 전 국민을 몰래카메라의 대상으로 삼은 겁니다. 포상을 의식하지 않고 대의를 지키는 사람들을 찾아 국민의 영웅으로 삼겠다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했습니다.

지금도 몇몇 주인공들 - 심야 정지선을 지킨 장애인 운전자, 한밤에도 자동차 전용도로 제한속도를 지킨 중소기업체 사장, 복잡한 지하철의 높은 계단 앞에서 무거운 보퉁이를 든 할머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장병 등은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경규가 간다'는 그동안 재미만 있으면 자기 몫을 다 했다고 여겨지던 오락 프로그램들도 공익적인 목표를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나갔습니다.

이후 '이경규가 간다'와 같은 뿌리의 오락 프로그램들은 MBC만이 가진 독보적 무기로 톡톡한 공을 세웠습니다.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나 아예 다른 프로그램으로 출범한 '느낌표'를 비롯해 수많은 코너와 프로그램들이 산타클로스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습니다. 감동과 재미라는, 종래에는 절대 함께 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를 한 울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죠. '이경규가 간다'는 또 세 차례의 월드컵에서 보였듯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오락 프로그램에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정상에서의 나날이 길다 보니 이경규 역시 잘 된 프로그램도, 실패한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너구리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적도 있었죠. 주병진이나 이홍렬, 신동엽처럼 당대 최고의 순발력을 자랑하는 천재형 MC들과 나란히 섰을 때에는 재능이 부족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예능 MC의 가능성을 지금처럼 확대했고, 10년 이상 예능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을 이끌었다는 꾸준함과 공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비록 수많은 '진짜 왕'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지나치게 무시당해 '일밤 1000회 특집'이 내세운 '왕들의 귀환'이라는 제목이 낯간지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경규가 있어 볼만했습니다. 공약대로 '일밤 2000회 특집'에서도 이경규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28x90

요즘 한국 영화의 제목 짓는 기술이 영 신통치 않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과속스캔들'도 제목만 잘 지었다면 훨씬 더 히트했을 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 이어 '달콤한 거짓말'도 어쩐지 이 너무나 평범한 제목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돕니다.

이 영화에 대해 알려진 가장 핵심적인 정보는 '박진희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거짓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예고편은 박진희가 거짓말을 해서 여러 남자를 농락하는 여자인 양 그려져 있습니다. 상세한 줄거리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어쨌든, 제목의 '거짓말'과 상승작용을 하면서 뭔가 너무나 뻔한 영화인 듯한 느낌을 주는 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심한 영화 취급하기엔 '달콤한 거짓말'은 기대 이상으로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특히 다른 요소를 다 떠나서,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 중 가장 여주인공의 비중이 큰 영화의 주역을 맡은 박진희의 열연이 빛을 발하는 영화라는 점을 주목할 만 합니다. 그리고 박진희는 그럴 자격이 있는 배우라는 걸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술버릇이 꽤 고약한데다 맡은 방송마다 조기종영하기 일쑤인 노처녀 방송작가 지호(박진희, 그래 봐야 스물아홉 서른 정도의 나이입니다)는 어릴 적부터 남자와는 낭만적인 첫 만남으로 한 눈에 사랑에 빠져야 한다고 믿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어릴 적 고교 1년 선배인 민우(이기우)에 대한 짝사랑이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추억으로 남아 있죠.

그런 그가 어느날 소매치기를 쫓아 달려가다 외제차에 부딪힙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병원. 그리고 자신을 들이받은 차의 운전자가 꿈에도 잊지 못하던 민우라는 걸 알게 됩니다. 물론 짝사랑이었으므로 민우는 지호를 절대 알아보지 못하죠. 민우와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이어 가기 위해 지호는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 '자기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기억상실증을 가장하게 됩니다.

이 방법을 통해 민우의 집에 들어앉게 된 지호는 우연히 민우의 이상형이 현모양처형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갖은 내숭으로 민우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본색을 너무나 잘 아는 고교동창 동식(조한선)의 등장으로 지호의 사기극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까지 배경을 읽고 보면 그리 신기할 게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수많은 사건들이 대부분 우연으로 점철되어 있는 듯도 하지만, 설정을 잘 살펴 보면 어떻게든 아귀를 맞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민우의 곁에 찰싹 달라붙은 지호가 우연히 동식을 만나 위기를 맞곤 하는 것도 지나친 우연처럼 보이지만, 이 세 주인공이 모두 고등학교 동창이고, 그 동네에서 계속 살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세 주인공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지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친구 은숙(최은주)이나 민우의 친구이자 옛날 은숙의 짝사랑 대상이었던 한상(조진웅)이 모두 고교 동문이라는 것은 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추억의 공간이 모두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한 동네이며 함께 소풍을 가곤 했던 동물원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죠. 아울러 양자강이라는 동네 중국집도 여전히 영업중이라는 사실 역시 매우 큰 의미를 갖습니다. (보시면 압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코미디 영화인 만큼 가끔씩 개연성의 벽을 슬쩍 넘으려 드는 '달콤한 거짓말'을 안정시키는 절대적인 요소는 박진희입니다. 한국 영화의 신화 중 하나인 '여고괴담' 첫편이 벌써 10년 전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시에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만큼 빨리 성장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 이 배우는 어느 감독이라도 욕심낼 만큼 탄탄한 연기력으로 자신을 관리해왔습니다. 쉽게 빠질 수도 있었던 '글래머 여배우'의 길과는 다른 성실한 노선을 걸어 온 거죠.

최근 들어 '돌아와요 순애씨'나 '쩐의 전쟁'같은 드라마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둬 왔지만 불행히도 스크린에서는 데뷔작 '여고괴담'만큼 주목받거나 흥행에 성공한 작품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의 기대작 '궁녀'에서도 훌륭한 소재에 비해 지나치게 개연성이 떨어지는 대본이 박진희의 열연을 묻어 버렸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이번 '달콤한 거짓말'은 그야말로 박진희의 원맨쇼입니다. 관객들은 박진희가 가는 길로만 가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두 남자 상대역은 아직까지는 '연기 멀었음'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젊은 배우들이죠. 이기우도 조한선도 키 크고 허우대 좋지만 한 사람의 배우로 평가받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인물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진희의 분전은 정말 눈부십니다. 몸을 날려 차를 들이받는 건 기본이고, 코미디의 기본 요소인 순간적인 표정 변화와 적절한 망가짐이 이 배우가 일정 수위 이상의 내공을 확보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안타까움이 있다면 익스트림 클로즈업에서 주름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정도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 남자 배우 중에는 조한선의 캐릭터가 좀 더 유리합니다. 그저 멋진 척만 하면 되는 이기우에 비해 조한선은 확실한 변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죠. 동식이란 인물은 뜯어 놓고 보면 복잡합니다. 겉으로는 아무 말이나 찍찍 내뱉고 패션이라곤 트레이닝복이 제격인 껄렁한 '동네 형'의 분위기인데 의외로 착실한 살림꾼이고 마음 씀씀이도 깊은 데다 정도 깊습니다. 나름 상상력도 풍부합니다.

동식에게 있어 최고의 장면은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패러디 신입니다(역시 영화를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을 기준으로 조한선의 연기를 평가한다면... 한 75점 정도는 줘도 될 듯 합니다. 슬슬 이 친구에게도 배우의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달콤한 거짓말'의 가장 큰 미덕은 코미디를 위해 배치한 사소한 요소들이 제몫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 큰 역이라고 볼 수 없는 지호 동생 역의 김동욱, PD 역의 김광규나 AD 역의 개그맨 정성호, 그리고 제법 중요한 역할인 양자강 맨 정재용은 큰 욕심 없이 자기 몫을 다 합니다. 모든 배우가 홈런을 치려고 달려들다 망하는 실패한 코미디 영화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점입니다.

'달콤한 거짓말'을 전체적으로 봐도 이 영화는 '두 시간 이내에 최대한 웃긴다'는 코미디 영화의 미덕을 한껏 발휘한 작품입니다. 무슨 대단한 교훈을 주겠다는 야심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엔딩은 - 물론 무슨 반전이 있는 듯도 하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이죠 - 나름 따듯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부실한 제목인 '달콤한 거짓말'에 비하면 훨씬 속이 알찬 영화입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면 코미디의 수작이라는 말은 아깝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흥행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 제목이 주는 거부감을 누르고 표를 살지에 달려 있다고 봐야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가장 박진희의 매력이 빛나는 장면은:
지호: 그럼 민우씨가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민우: 거짓말하는 사람이요.

p.s.2. 영화 도입부와 뒷부분은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참 의이한 부분입니다. 만약 영화가 진행 순서대로 촬영됐다면, 정감독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s.3. 이승환의 '좋은날'이 나옵니다. 공식 주제곡은 리메이크 버전이지만 역시 원곡을 따를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맛뵈기로 살짝 들어 보시길.







728x90

마침내 '독사'와 '독사2'가 만났습니다. 현재 방송중인 MBC TV '종합병원2'에는 류승수가 악명 높은 치프 레지던트로 나옵니다. 쌍꺼풀 없는 쭉 찢어진 눈에 우락부락한 생김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후배들을 단련시키는 '독사' 역할은 류승수에게 딱 어울립니다. '종합병원2'가 어떻게 끝나든 류승수에겐 남는 게 있을 법 합니다.

오래된 시청자들은 이 '독사' 캐릭터가 어디서 온 것인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바로 원조 '종합병원'에 나왔던 오욱철의 캐릭터였죠. 오욱철의 매서운 눈매와 고문 앞에 이재룡 신은경 등 당시의 젊은 레지던트들은 모두 벌벌 떨었습니다. 특히 권위와 관행에 얽매이지 않으려던 주인공 이재룡은 독사에게 '찍혀' 고난의 나날을 보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종합병원'의 인기에는 바로 이 독사 캐릭터가 큰 몫을 했습니다. 며느리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드라마의 인기를 주도하듯 한 거죠. '대장금'으로 대입하면 이재룡이 장금이, 오욱철이 최상궁 정도 됐으려나요. 그런데 18일 방송에 오욱철이 등장하면서 '원조 독사'와 '현재의 독사'가 만났습니다. '종합병원'의 역사를 생각하면 사뭇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독사도 독사 나름입니다. 후배들의 입장에서 보면 '잘 되라고 갈구는' 선배와 '죽이려고 드는' 선배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독사라고 불렸다 해도 메디컬 드라마의 단골 캐릭터인 치프 레지던트(레지던트들의 기강과 훈육을 담당)는 분명 전자에 해당하는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주인공이 최고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이런 캐릭터는 쉽게 볼 수 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를테면 '실미도'의 허준호. 부대원들을 악마처럼 굴리는 조중사 역이었죠. 하지만 마지막에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좀 오래 된 영화지만 '사관과 신사'의 루이스 고세트 주니어입니다. 해군 비행학교 사관생도 리처드 기어를 악랄하게 못 살게 구는 교육 담당 하사관 역이죠. 이 연기로 82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그 역시 매끝에 정든다는 속담을 구현하기라도 하듯 마지막에는 리처드 기어와 서로 인간적인 교감을 보여줍니다. 이 대사가 지금도 생각나는군요. 마침내 역경을 딛고 장교가 된 리처드 기어. 이제 상관이 된 기어에게 고세트 주니어가 "Sir"라고 부르며 경례를 합니다. 그리곤 그동안 고마웠다는 듯 닭살스러운 말을 하려는 기어에게 낮은 목소리로 쏘아붙이죠. "빨리 꺼져."


사용자 삽입 이미지

'G.I. 제인'의 비고 모텐슨은 독사이기도 하면서 너무 처음부터 데미 무어에게 동정적인 모습을 보여줘 진정한 독사로서의 순도는 떨어집니다. 아무튼 기억에 남는 독사 캐릭터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처럼 성공적인 드라마의 공식 속에서 독사는 끝까지 독사로 남으면 안 되죠. 어느 시점에선가는 '그게 다 너 잘 되라고 그런 거였어'라는 식의 해소가 필요합니다. 뭐 너무 당연한 일이라 드라마의 흐름상 이런 장면이 생략되기도 하지만 다소 단순한 시청자들을 고려하고, 또 독사 캐릭터를 맡았던 배우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이런 장면은 반드시 들어가는게 좋겠죠.^

기자들도 초년병일 때에는 거의 모두 독사같은 선배를 경험합니다. 그 선배가 좋은 기억으로 남는지, 아니면 끝까지 '인간 말종'으로 기억되는지는 결국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칼자루를 바꿔 잡고 보면, 굳이 미워할 이유가 없어도 어쨌든 어리버리한 후배들을 보면 목소리가 커 지는게 선배들의 인지상정인 것 같더군요. 물론 소리만 질러서 될 일도 아니죠. 적당히 조이고, 적당히 풀어주는 게 선배가 할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너무나 심하게 '쪼아 대는' 선배 때문에 고민하는 후배들에게는 이런 말로 슬쩍 넘어가곤 합니다. '탄소를 다이아몬드로 바꿔 놓는 건 엄청난 압력'이라고. 아무튼 요즘 고민 많은 '종합병원 2'에 '돌아온 독사' 오욱철이 어떤 영향을 줄 지 궁금합니다.



728x90
뜬금없이 이런 얘기가 왜 나오나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사실은 지난 주말 방송된 '박중훈 쇼' 첫회 때문에 다시 기어나온 겁니다. (주중에도 재방송?)

언젠가부터 한국의 진짜 톱스타들은 토크쇼나 오락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와도 정말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너무도 바르고 고운 모습들만을 고집하기 때문이죠. 물론 원조 바른생활 사나이 차인표처럼(왕년에 '허리케인 블루' 패러디를 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작심하고 무너져서 온 국민을 즐겁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대다수는 절대 그런 모헙을 하지 않습니다.

'박중훈 쇼'가 장동건에 이어 정우성을 두번째 출연자로 정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재미있을까요? 정우성은 가끔씩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라 첫회보다는 훨씬 부드러울 지 모릅니다. 그런데 문득, 할리우드 스타들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썼던 포스팅이 생각났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시작부터 설명을 하겠습니다. 미국에는 지미 키멜 Jimmy Kimmel이라는 토크쇼 사회자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지미 키멜 라이브'라는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쇼를 끝낼 때마다 독특한 엔딩 멘트를 사용해왔습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뭔고 하니...

누가 게스트로 나오든, 누구와 인터뷰를 하던 중이건 마지막 멘트로 ", 오늘 방송은 이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시간이 다 됐군요. 대기하고 있던 맷 데이먼씨, 죄송하지만 다음 번에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안녕히계십쇼" 라고 말하는 겁니다.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굳이 달자면 "우리는 맷 데이먼 정도는 시간이 남을 때를 대비한 예비 출연자로 쓰고 있다. 즉 우리 쇼에 나오는 사람들은 맷 데이먼보단 훨씬 중요한 스타들이다"라는 식의 농담입니다. 참 한국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물론 미국이라도 '(사람 좋은)맷 데이먼이니까 참는다' 수준의 얘깁니다. 아무튼 맷 데이먼은 자신이 이런 멘트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는 걸 꽤나 즐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을 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직접 출연 또한 굴욕의 연속입니다. 지미 키멜은 맷 데이먼을 소개하면서 데이먼의 모든 출연작 제목을 거론하는 데 1분 넘는 시간을 소모합니다. 그러면서도 가증스럽게(^^) 데이먼을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분(A man who needs no introduction)"이라고 덧붙입니다.

환호와 함께 등장해 지미 키멜의 옆자리에 앉는 맷. 하지만 여지없이 이날도 ", 시간이 다 됐습니다. 맷 데이먼씨, 죄송하지만 이만---"의 선언이 이어집니다.

맷 데이먼의 'Fuck, Fuck, Fuck' 시리즈도 볼거립니다.

이어지는 공격. 지미 키멜은 정체불명의 하수인 기예르모를 보내 영화 '오션스 13'의 시사회장을 기습합니다.



천진난만한 웃음이 무기인 기예르모는 '지미 키멜 라이브'가 방송되는 방송국의 주차장 관리인 또는 경비원으로 일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의 솜씨로 보아 방송 훈련을 쌓지 않은 일반인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만 아무튼 대강 그렇게 넘어가야 합니다.

기예르모의 활약을 살짝 정리해봤습니다.
(뭐 제 짧은 영어 실력으로 한거니 엉성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류수정 환영입니다.^)


제작자 제리 와인트로브

기예르모(이하 기): 나도 좀 배우로 써 줘요
제리 와인트로브 : 난 돈은 많이 안 줘
: 사실 지미 키멜도 나한테 돈 주고 이런거 시키는 건 아니에요.
제리: , 그렇군 ;;;

수퍼 데이브 오스본

: (포스터를 가리키며) 그런데 왜 당신은 사진(picture)에 없지?
수퍼: 나는 저 영화(picture)에 나와! (해설: 기예르모가 말하는 picture는 영화 포스터. 하지만 수퍼 데이브 오스본이 말하고 있는 픽처는 영화 '오션스 13'. 같은 단어로 뜻이 달라지는 것을 이용한 말장난.)
: (포스터를 가리키며) 봐요. 당신 얼굴은 저 사진에 없잖아.
수퍼: 나 분명히 영화에 나와. 나는 플롯상 미리 공개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당신 저 영화를 보기나 했어?
: (완전히 무시) 맛 데이몬! 맛 데이몬!
수퍼: (열받음) 이봐. 데이먼은 바빠. 여기서 당신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알아? (계속 무시당함)

엘렌 버킨

: 당신 정말 이뻐.
: 고마워.
: 브래드 피트보다 이뻐. (^^;;;;;;)
: (...너 뭐냐)
: 그렇게 수많은 잘생긴 남자들과 수퍼 데이비드 오스본과 함께 영화 찍은 기분이 어때요?
: , 오스본은 내가 좋아하는 타입인데. (예의상)

돈 치들 (이 부분은 정말 자신이 없습니다.)

: 돈 치들씨, 안녕하세요.
돈 치들 : 내 이름 좋아해?
: 그럼요
: 대체 무슨 뜻으로 좋아하는거지?
: 당신 보고 있으니 배가 고파져요. (뭐냐;;)
: (쓰러짐)
: 치토스 먹는게 생각나요.
: (뭐라는거냐 -_-;;;)


앤디 가르시아

기예르모와 인사를 나누던 앤디가 옆에 온 버니 맥과 포옹한다.
: 나도 안아줘요! 나도 안아줘요!
앤디, 마지못해 안아준다.


알 파치노

: 안녕하세요 알 파치노씨! 안녕하세요!
: (미소)
: 당신은 어떤 바다인가요?
(오션스 13... 바다가 13개 있다는 뜻으로 슬쩍 넘겨서 그중 당신은 어느 바다냐는...)
: (기이한 표정) 내가 무슨 바다냐고?
: .
: (한참 고민하다가) 글쎄... 대서양(Atlantic)?
: (혼자서 알 파치노가 멋지다며 감탄한다. 글쎄... 별로 재미있는 개그도 아니었는데.)

조지 클루니

: 클루니씨, 우리 엄마가 당신 영화를 좋아할까요?
: 지금 여기 계세요? 이리 오슈. , 거래합시다.
엄마: (조지 클루니 옆으로 온다)
: , 당신이 영화를 돈 내고 보면, 지미 키멜이 차를 사 줄겁니다.
: 엄마, 들었어요?
: 클루니씨, 고마워요.
: 아녜요. 정말 예쁘시네요.
: 클루니씨, 그런데 섹시하게 보이는게 어려워요?
: (예의 눈빛) 이봐, 우리끼리니까 얘기지만 그거 하나도 안 어려워. 아주 쉬워. 그냥 있으면 돼. 어머니한테 물어봐.
: 엄마, 클루니씨 섹시해요?
: Very Sexy!

브란젤리나

: 안젤리나! 안젤리나! 나 좀 입양해 줘! 나 좀 입양해 줘(Adopt me)!

맷 데이먼

: 맛 데이먼! 맛 데이먼!
: 안녕하세요!
: (냉정하게 돌아서서 카메라를 보고) 시간이 다 됐군요. 이만 마칩니다.
: (당황한 척;;) 너 뭐야! (생각하는 척) 혹시 지미 키멜이 보내서 온거냐?
: (전혀 개의치 않고) , 데이먼씨, '오션스14'때 봅시다.

.......


세번째 테러. 지미 키멜은 '본 얼티메이텀' 촬영장으로 자객 기예르모를 보냅니다.

이건 뭐 설명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을 듯.

", , , 예이슨 본!"



그래서 마침내 맷 데이먼의 복수가 시작됩니다.

지미 키멜에게는 나이는 좀 많지만 섹시한 애인이 있죠. 이름은 사라 실버맨입니다.




잘 보시고 기억을 더듬어 보면 '스쿨 오브 락'에서 잭 블랙을 구박하던, 함께 살던 친구의 여자친구입니다. 코미디쪽에 재능이 있죠. 미국의 정선희랄까...

'저게 뭐가 섹시해!'라고 하실 분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아무튼 이 사라 실버맨이 지미 키멜 라이브에 게스트로 나와 갑자기 고백할 게 있는데 말로 하긴 그렇다며 비디오 클립을 공개합니다.

그 비디오가 바로 유명한 'I'm F***ing Matt Damon!' 입니다.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후렴구를 외치는 맷 데이먼의 천진난만(?)한 모습이란... '침대에서도! 마루에서도! 타월을 깔고도! 문에 대고 서서도! ....'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찍는지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 현재까지 나온 마지막 타이틀입니다.

맷 데이먼에게 여자친구를 빼앗긴(?) 지미 키멜이 복수를 시도합니다. 데이먼이 자기 여자를 빼앗았으니 자기는 데이먼의 가장 친한 친구인 벤 애플랙과 잤다고 선언을 해 버리는 겁니다.

그게 바로 저번에 보신 'I'm F***ing Ben Affleck!' 비디오입니다. 화려한 캐스팅을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마지막에 피아노에서 일어나는 조쉬 그로번(점잖고 깔끔한 노래와 이미지로 인기있는 가수죠)을 보고 쓰러졌습니다.



참 이런 걸 보다 보면 미국이란 나라와 그 나라 사람들의 희한한 사고방식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맷 데이먼은 연구 대상이란 생각이 듭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장난질(?)에 맞장구를 쳐 주는 것인지.

한 매체가 그에게 "지미 키멜의 여자를 빼앗은 소감"을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마냥 실제 상황인 것처럼 진지하게 대답해주는 맷 데이먼. 아예 이 역할에 푹 빠졌군요.

아무튼 맷 데이먼, 참 연구대상입니다.



728x90
사람마다 볼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각양각색입니다. 주인공을 보고 고르는 사람(통계에 따르면 모든 조건 중에서 남자 주인공을 기준으로 고르는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감독을 보고 고르는 사람, 또는 특정 제작사(예를 들자면 전성기의 골든 하베스트나 워킹 타이틀)의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 등등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겠지만 제게도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은, 실망하든 만족하든 '돈이 없으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어쨌든 보고 나서 말을 해야 하는' 감독에 속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나 제임스 카메론이 그렇듯 말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의 '벼랑 위의 포뇨'가 18일 국내에서도 개봉됩니다. 2004년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4년만이지만, '하울'은 원작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야자키의 오리지날 스토리로 된 작품은 2001년의 '센과 치히로의 모험' 이후 7년만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간단한 줄거리를 보자면 이렇습니다. 주인공인 다섯살 소년 소스케는 벼랑 위의 집에서 선장인 아버지 고이치, 양로원에서 일하는 엄마 리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바닷가에서 놀던 소스케는 사람의 얼굴을 한 빨간색 붕어 한마리를 발견하고, 포뇨라는 이름을 붙여 친구가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치히로가 성장한 듯한 씩씩한 엄마 리사)

하지만 포뇨의 아버지 후지모토는 인간 세상이 싫어 바다에서 살기로 결심한 마법사. 후지모토는 갖은 수단을 다해 포뇨를 바다로 다시 데려옵니다. 하지만 포뇨는 육지로 나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죠. 결국 포뇨는 수많은 동생들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실험실에 침투하는데 성공합니다. (여기까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포뇨의 아빠인 마법사 후지모토)

'벼랑 위의 포뇨'는 한폭의 예쁜 동화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않은 작품입니다. 그만치 어린 관객들을 의식한 부분이 많이 눈에 띕니다. 예쁜 화면, 너무나도 앙증맞고 귀여운 캐릭터, 동화적인 전개 방식과 일체의 비극이나 희생을 배제한 플롯 등등이 어린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맞춤형 작품으로 결실을 맺은 셈입니다.

그런 한편으로 또 작품을 볼작시면 은근히 미야자키 선생이 뿌려 놓은 떡밥이 눈길을 끕니다. 그냥 그림만 보기에 심심한 어른 관객들을 위해 생각할 거리를 주자는 심산이겠죠. 뭐 당연히 이 작품의 포스터만 봐도 생각나는 '인어공주'나 '니모를 찾아서'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인어공주'의 막내 공주는 다리가 생긴 뒤에도 땅을 밟을 때마다 면도칼 위를 걷는 고통을 느꼈지만 다행히도 우리의 포뇨는 착한 제작자를 만난 덕분에 아무 통증 없이 땅 위를 달립니다.

그런데 아버지 후지모토는 자신의 장녀(포뇨)를 브륀힐데라고 부릅니다. 딸이 브륀힐데 라면 아버지 후지모토는 자동적으로 보탄(오딘)이 되고, 그 수많은 일본 명란젓 광고에 나오는 것 같은 꼬마 동생들은 발퀴레가 되는 거죠. 네. '벼랑 위의 포뇨'와 '니벨룽의 반지' 사이에는 제법 깊은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포뇨의 동생들, 왠지 다음 사진이 생각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의 명란젓 광고입니다. 비슷하지 않습니까? ^)


이런 관계에 대한 추정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생명의 물을 마신 포뇨가 거대한 물고기로 변한 동생들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수면을 향해 솟구칠 때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유명한 '발퀴레의 기행'과 아주 흡사한 연주곡이 울려퍼집니다. 변주곡이라고 해야 할지도.

푸르트벵글러의 기악곡 버전 '발퀴레의 기행'입니다. 본래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중 2부에 해당하는 '발퀴레' 3막에 나오는 곡인데, 여기서는 발퀴레 역을 맡은 소프라노들의 목소리가 빠져 있습니다. 뭐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보신 분이라면 너무나 귀에 익었을 곡이죠.



 
바그너의 장대한 4부작 '니벨룽의 반지'의 근간이 되는 '니벨룽의 노래' 신화에 비쳐 보면 소스케 역시 지그프리트의 자리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죠. 브륀힐데는 아버지인 주신 보탄의 명을 어긴 죄로 봉인당하고, 난관을 돌파하고 그녀를 찾아올 만한 영웅을 만날 때까지 잠자는 신세가 되죠. '벼랑 위의 포뇨'에서도 후지모토는 포뇨를 공기방울 안에 가둬 둘의 만남을 방해하지만, 결국 포뇨의 엄마인 바다의 여신의 뜻에 따라 둘을 다시 만나게 하기도 합니다.

(그 다음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을 듯 하여 색깔로 가려 놓겠습니다. 감수하고 보실 분이나, 이미 영화를 보신 분만 보시기 바랍니다. 마우스로 긁으면 글자가 보입니다.)

'니벨룽의 반지'의 마지막 4부 제목은 '신들의 황혼'입니다. 이 '황혼'은 북구 신화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라그나로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신들의 시대가 가고 인간들이 자신의 역사를 일궈나가기 시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이 신화에서 주인공 지그프리트와 브륀힐데는 비극적인 운명을 마치고, 그것이 신화의 종결을 상징하지만 포뇨와 소스케는 행복한 결합을 통해, 바다의 힘으로 인간들의 문명에 종지부를 찍으려던 아버지 후지모토로부터 인류 문명을 보호합니다. 어쨌든 '인류 문명의 재개'를 뜻한다는 의미는 통한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란맘마레)

포뇨의 엄마 이름은 '그란맘마레'라고 되어 있죠. Grandmom와 프랑스어로 바다를 뜻하는 mare의 합성어입니다. '바다 할머니' 정도가 되겠군요. 대강 봐도 농경문화가 발전했던 지역에서 숭상해온 대지의 여신(大母神, Magna Mater)의 해양판에 해당하는 바다의 여신입니다. 과문한 탓인지 바다의 주신을 여신으로 설정한 신화는 그리 접해보지 못해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소스케의 아빠 고이치가 탄 배의 선원들에겐 '관세음보살'로 보이죠.

어른 관객들에게는 소스케와 포뇨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너무 간단하고 단순하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결말은 활짝 열려있는 진행형이긴 합니다만, 미야자키 선생은 두 어린아이가 기존의 주인공들처럼 어려움을 겪는 건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듯 합니다.

아무튼 일본에서도 이 작품은 엄청난 흥행 성과를 거뒀고, 어린이들은 미칠듯이 좋아했지만 어른들은 '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뒤로 갈수록 너무나 단순해지면서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플롯 상의 문제들(대체 왜 소스케 엄마와 포뇨 엄마가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밀담을 나눠야 하는지 등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기도 했다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저는 심심해서 해 본 짓이지만, 사실 '벼랑 위의 포뇨'같은 영화를 보면서 이런 저런 신화와 연관을 지어 보는 건 상당히 바보같은 짓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냥 스크린에 지나가는 곱고 귀여운 형상들을 보면서 가벼운 유머에 미소지으면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닌가 싶은 거죠. 혹시 옆에 앉아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있는 어린이들이 보이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입니다.

미야자키 감독의 메시지요? '벼랑 위의 포뇨'에서 받을 만한 메시지라면 이미 수십년 전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나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의 토토로'에서 충분히 다 받지 않았나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미야자키는 소스케 캐릭터에 대해 "아들 고로가 다섯살 때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아들 고로'가 바로 욕을 엄청나게 먹은 '게드 전기'의 감독이죠.

주제가, 마냥 신납니다.^^ 정말 중독성 강합니다.









728x90
드디어 화제의 영화 '쌍화점'이 공개됐습니다. 예상을 뛰어 넘는 신체 노출과 자극적인 장면들이 일단 눈길을 끄는 가운데 보는 사람을 압박하는 긴장감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잘 봤지만, 자세한 리뷰는 일단 뒤로 미루겠습니다. 아직 개봉이 열흘 넘게 남은 터라.^^)

영화 '쌍화점'을 보면 막연히 이 이야기가 고려 공민왕 대의 이야기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과연 실제 역사와 얼마나 흡사한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과연 영화 '쌍화점'은 얼마나 실제 역사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거의 그대로 가져온 부분이 상당히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쌍화점'은 왕(주진모)이 자신이 사랑하는 건룡위 수장 홍림(조인성)에게 왕비(송지효)와 동침하라고 명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처음에는 왕명을 따랐을 뿐인 홍림과 왕비는 점차 이성간의 사랑에 눈뜨고, 이들의 격정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집니다.

공민왕은 1351년 왕위에 오릅니다. 실제로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왕입니다. 우선 강도(강화도)를 나와 원에 입조한 이후 고려의 왕은 조-종의 칭호를 쓰지 못하고 왕으로 강등된데다 반드시 몽고 공주들과 혼인을 해 부마가 되어야 했고, 왕호 앞에 반드시 '충'자를 넣게 되어 있었죠. 충숙왕, 충혜왕, 충선왕 등이 그 예입니다. 공민왕은 굴욕의 '충'자를 떼낼 수 있을 만큼 자주적인 왕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 현종의 치세가 성군으로 꼽히던 전기와 당 멸망의 근거를 가져온 후기로 선명하게 갈리듯, 공민왕의 치세도 전기와 후기로 정확하게 갈립니다. 친원파 귀족들을 척살하고 북방 영토를 회복하며 홍건적을 물리치는 등 활기찬 모습을 보였던 공민왕은 1365년, 금슬이 유달리 좋았던 왕비 노국공주가 난산 끝에 사망하자 정치에 뜻을 잃고 이때부터 신돈이 권력을 쥐어 고려말의 혼란이 시작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371년, 신돈 마저도 반역죄로 척살되고(드라마 '신돈'에서 보듯 기득권 귀족들의 반발이라는 설도 유력합니다), 세상 일에 흥미가 없어진 공민왕은 1372년 명문 자제들 중 용모가 아름다운 자들을 골라 자제위(子弟衛)를 궁안에 두게 됩니다. 이때부터 공민왕의 동성애설이 세상에 퍼지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생각해 보십쇼. 궁 안에 거주하는 남자는 본래 왕 하나뿐인게 정상입니다. 나머지 남자는 모두 내시들 뿐이죠. 그런데 궁녀와 후궁들이 득시글거리는 궁 안에 미남 청년들을 풀어놓았으니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궁 안의 풍기가 문란해진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결국 자제위의 하나인 홍륜(洪倫)이 노국공주 사후 맞아들인 익비를 임신시킵니다. 내시 최만생이 이를 공민왕에게 밀고하자 공민왕은 대노하여 사실을 아는 관련자들을 모두 죽이고 입을 막으려 합니다. 이를 눈치챈 최만생은 오히려 홍륜과 결탁해 먼저 공민왕을 암살하죠. (일설에 따르면 동침 자체가 왕의 생각이었지만, 왕실의 안정을 위해 관련자들을 모두 죽이려 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민왕은 이미 1363년 흥왕사에서 김용의 자객들에게 목숨을 잃을 위기를 겪었지만 내시 안도치가 대신 칼을 맞은 덕분에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운이 미치지 못했죠. 물론 왕을 살해한 자들도 사후 처리가 미숙했던 바람에 최영과 경복흥 등에 의해 모두 참살당하고 맙니다.

이상은 '고려사'의 기록입니다. 공민왕 사후 우왕-창왕-공양왕으로 세 왕이 더 왕위에 오르지만 사실상 공민왕의 죽음과 함께 고려조는 끝을 봅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사가들은 공민왕의 동성애나 신돈과의 어지러운 이야기 등은 모두 조선 왕조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조선 건국 세력들이 날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아무튼 이쯤 되면 '쌍화점'의 중요한 스토리는 거의 대부분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역사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어찌 보면 홍륜을 홍림으로 바꿔 놓았을 뿐 역사와 거의 똑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 물론 홍륜과 공민왕의 로맨스 같은 것은 역사책에 기록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죠.

공민왕은 정치와 군사에도 훌륭한 자질을 보였고, 한편으로는 유명한 화가이기도 했습니다. 충분히 사극의 주인공이 될만한 자격을 갖춘 왕이죠. 그의 그림 천산대렵도는 이 영화에도 등장합니다. 물론 - 영화 속의 그림은 종이에 그려지지만 현재 남은 천산대렵도는 비단에 그려진 것이란 차이가 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흥미로운 점은 현재 남은 천산대렵도가 길게 찢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그 그림이 대체 왜 찢어져 있는지도 아마 아시게 되겠죠. 그렇게 따지면 '쌍화점'은 실제 역사와 아귀를 맞추기 위해 대단히 많이 노력한 영화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p.s. '쌍화점'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쩐지 '쌍화점'의 이야기는 아서 왕의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위대한 왕인 아서는 왕비 기네비어가 자신의 오른팔인 랜슬로트와 사랑에 빠지면서 참을 수 없는 모욕과 질투로 타락해갑니다. 그리고 위 장면은 뭔가 이 스토리와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아서와 랜슬롯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던 걸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혹시 '달콤한 인생'의 강사장과 김실장도...? ^^





728x90

장동건이 TV에 나왔습니다. '박중훈이 TV 토크쇼를 진행한다'에 이어 '장동건이 나온다'는 건 충분히 주말 밤, 시청자들을 화면 앞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을 만한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KBS 2TV '박중훈쇼'는 비슷한 시간대 MBC TV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과 각축전을 벌였습니다. 안성기가 나레이션을 맡아 '라디오 스타' 콤비의 맞대결로 눈길을 끌었는데 쇼 프로그램과 다큐가 붙으면 당연히 오락 프로그램이 유리하겠죠. 하지만 두 개의 시청률 조사기관 중 한쪽은 '박중훈쇼'가, 다른 한 쪽은 '북극의 눈물'이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한쪽은 11.4%, 다른 한쪽은 9.5%로 집계했으니 '경이적인 시청률'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내용이 좋았으면 모르겠지만, '보다가 딴데로 돌렸다'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반응이 의미하는 것은 '박중훈과 장동건의 굴욕'일까요? 왜 이 정도의 성적밖에 거두지 못한 것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너무나 당연한 사실부터 짚고 넘어갑니다. 현재의 연예계에서 일반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진행자가 박중훈이 아니라면 장동건을 TV 토크쇼에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최고 인기 토크쇼라고 할 수 있는 '무릎팍 도사'가 1년 넘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장동건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어제 방송에서도 말했듯 '연기를 통해서만 대중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방송에 출연한 건 결국 박중훈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는 얘깁니다. 그럼 그렇게 어렵게 불러 낸 박중훈 측에서도 장동건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대한 '부드럽게 다뤄야' 한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동건의 열렬한 팬들이라면 그 정도만으로도 만족할지 모르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에게는 '성인이 된 뒤에 사귄 여자가 몇이나 됩니까' '좋아하는 여자의 부위별 특징은' '밤에 혼자 있을 때는 뭘 합니까' 라는 식의 진행은 불만 투성이일겁니다. 물론 모두 나쁜 질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나 각종 연예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그 질문 하나로 끝나는 진행에 결코 만족하지 못합니다. 더 파고 들어가서 어느 정도 속 시원한 결말을 내 주길 바라는 거죠.

더구나 누구보다 장동건의 평소 모습을 잘 알고 있을 박중훈이라면, "저번에 술자리에서 보니까 이러이러한 모습도 보이던데..."라는 식으로 슬쩍 슬쩍 시청자들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었을텐데 매우 아쉽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용이 빈약한 이유 중에는 녹화 시간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무릎팍 도사'는 대개 4-5시간에 걸쳐 '게스트가 진이 다 빠질 때까지' 취조를 합니다. 그 정도로 '짜내고 짜내' 그걸 60분 내외로 편집해 두번에 걸쳐 방송하니 토크의 밀도가 다르게 느껴지죠. 장동건의 녹화 시간은 노래 부른 시간까지 합해 2시간 미만이었습니다.

물론 너무나 당연한 것은, 아무도 장동건에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이고, 그런 식의 적나라하고 날카로운 토크를 통해 '하늘 위에 사는 미남 귀공자'의 이미지를 훼손해 가면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로서 그에게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대체 뭐가 아쉽겠습니까.

그런 가운데서 장동건으로부터 주울 말은 "맥주 세 캔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다" "새벽 세시에 혼자 깨 있을 때, '20분 안으로 전화하는 여자가 있으면 무조건 그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뒷말 때문에 이 방송을 본 여자들 사이에선 "어떻게든 장동건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야겠다"는 농담 섞인 난리가 나기도 했죠.

여담이지만 장동건은 이날 세곡이나(^^) 노래를 불렀습니다. 김수희의 '고독한 여인'과 최대 히트곡인 '되고송', 그리고 마이크를 잡고 박중훈의 '비와 당신'은 제대로 불렀죠. 사실 '비와 당신'은 세 번이나 다시 불러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습니다.

왕년의 가수 출신으로 대만에도 진출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좀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최대 히트곡(?)인 '너에게로 가는 길'을 다시 부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설적으로 말해 이 정도의 빈약한 토크로 시청률 두자리를 기록했다는 게 장동건의 위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긴 현장에 나간 후배들의 얘기로는 KBS 아나운서들도 녹화 현장에 내려가 방청객 역할을 자청할 정도였다는군요. (부럽습니다.^)

아무튼 첫회의 지루한 진행은 장동건이 출연했기 때문이라고 치겠지만, 박중훈의 토크 진행 자체도 - 물론 첫회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 그리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일단 너무 툭툭 끊어지는 화법이 진행자로서는 감점 요인입니다. 그가 게스트였을 때에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입장에서 보면 진행자로서 스피드 조절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장동건 아닌 다른 게스트가 나왔을 때에도 이런 식의 진행이라면 그건 아마 재앙 수준일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으로 어깨를 숙이고 자리에 앉은 자세도 좀 불편해 보였습니다. 좀 더 높은 테이블을 써서 테이블에 기대든가, 아니면 다리를 꼬고 안락의자 깊이 앉은 자세에서 대화를 끌어가는 건 어땠을까요. 주말 밤이라면 이런 게 보는 사람에게도 편안함을 줄 수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첫날 방송의 박중훈은 평소의, 특히 청룡영화상 인기상 시상 MC로 등장해 수많은 스타들을 '가지고 놀던' 여유 넘치고 노련한 모습이 아니더군요. 물론 워낙 뛰어난 감을 갖고 있는 분인 만큼 곧 자신의 페이스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이 정도의 관심이 몰린 것만으로도 '장동건 효과'는 충분히 본 셈이죠. 이제는 어떤 토크로 승부를 볼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분명한 건 '첫회처럼'은 두번 다시 안 된다는 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조진행자로 나온 이현주는 알고보니 '연세대 얼짱'으로 꼽혔던 슈퍼모델이었군요. 하지만 방송 무대에서는 아직 갈고 닦을 점이 많을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28x90
좋은 재료를 다 넣어 봅니다. 최고급 꽃등심에 싱싱한 전복, 참치 뱃살과 캐나다산 바닷가재를 전부 한 남비에 넣었습니다. 각각 먹어도 맛있는 재료들이니 한꺼번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최고의 요리가 나올까요? 불행히도 늘 그렇지는 않습니다.

'트로픽 썬더'의 진용은 화려하기 짝이 없습니다. 벤 스틸러가 연기파로 변신하려는 액션 스타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를 위해선 성형수술도 불사하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잭 블랙이 진지한 연기파로 변신하려는 악동 코미디언으로 나옵니다. 여기에 톰 크루즈, 닉 놀테, 매튜 매커너히가 조연(!)으로 나오는 이 영화가 과연 재미 없을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영화에서 스포일러를 따진다는게 별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아래 내용 중에 스포일러가 있다는 분이 계십니다. 물론 이 영화의 예고편에도 다 나와 있는 내용들입니다. 그래도 꺼려지시는 분은 여기서 멈추시는게 좋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막이 오르면 서너개의 예고편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극중 스타들의 주요 경력이 지나가는 거죠. 터크 스피드맨(벤 스틸러)은 5편까지 속편이 나온 액션 영웅 시리즈로 대단한 인기를 모았지만 최근 하락세인 액션 스타입니다. 아카데미상을 노리고 발달장애 연기에 도전한 '바보 잭(Simple Jack)'역시 엄청난 혹평을 듣죠.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이번엔 월남전 당시의 실화를 다룬 대작 영화 '트로픽 썬더'로 재기를 노립니다.

'트로픽 썬더'는 월남전 영웅 포리프 테이벡(닉 놀테)의 회고록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스피드맨은 포리프 역을 맡고, 상대역인 흑인 오시리스 역으로 아카데미상 5회 수상을 자랑하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 커크 라자러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기용합니다. '한번 어떤 역할을 맡으면 DVD의 코멘터리를 녹음할 때까지 그 역할로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라자러스는 흑인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피부색을 바꾸는 수술까지 감행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에 뚱뚱이 가족 코미디로 인기를 끈 악동 배우 제프 포트노이(잭 블랙), 마초 이미지의 흑인 래퍼 겸 배우 알파 치노(알 파치노가 아닙니다^^, 브랜든 T 잭슨), 신인급 배우 케빈 선더스키(제이 버루철)이 합류합니다.

하지만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한 이들 톱스타들은 젊은 영국인 감독 콕번(스티브 쿠건)으로선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인물들이라는 게 곧 드러납니다. 당장 영화사 사장인 레스 그로스맨(톰 크루즈)에게 끌려가 혼쭐이 나는 콕번에게 원작자 포리프는 약간 정신나간 아이디어를 줍니다. "엉망진창인 배우들을 위험한 실제 정글에 내던지고, 곳곳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를 동원해 영화로 만들라"는 것이죠. 하지만 베트남 정글 속에 수없이 남은 지뢰, 마약밀매집단의 게릴라, 정글 속의 지독한 날씨가 개입되면서 영화는 이들이 상상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 이 정도까지 소개해도 영화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기대가 만발합니다. 정말 기발한 설정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와 만족한 관객들은 많이 잡아야 20%, 냉정하게 보면 10%를 넘지 못할 겁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는 한국과 미국식 코미디의 온도 차이입니다. 1980년대 이후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코미디는 (1) 바보 흉내로 웃기려는 코미디, (2) 넘어지는 걸로 웃기는 코미디가 되었습니다. 영구 심형래와 맹구 이창훈 이후 바보 흉내로 성공한 코미디언이 없다는 게 방증입니다. '개그 콘서트'의 박준형이나 김대희가 살짝 시도를 했지만 그건 전체 코미디의 일부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리 성공적이지도 않았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덤 앤 더머'류의 코미디가 상당히 중요한 장르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 벤 스틸러의 특기인 화장실 유머가 결합되면 할리우드에서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물론 이 계열의 코미디로 한국에서도 패럴리 형제와 벤 스틸러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가 꽤 히트한 적이 있죠. (사실 저는 이 영화가 전혀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똥으로 웃기는 코미디를 대단히 싫어합니다.)

영화 초반에 잭 블랙이 보여주는 1인 6역(7역인가요?)의 코미디 역시 한국인의 유머감각에는 별로 와 닿지 않습니다. '너티 프로페서' 역시 한국에선 그리 히트하지 못했죠. 이 영화의 '필살기'라고 여겨지는 톰 크루즈의 엉덩이 춤 역시 '분장하는데 꽤 애썼구나' 이상의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합니다. 요즘 한국인들의 웃음 포인트를 생각하면 장동건이 대머리 분장을 하고 나와서 춤을 춰도, '...애 썼다' 이상의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다가 '트로픽 썬더'류의 영화에서 배우들이 따발총처럼 쏴대는 욕설과 풍자를 몇 줄의 자막으로 옮겨놓는다는 건 대단한 무리입니다. 배우들이 한 줄 정도로 읊어대는 문장도 그 배경과 왜 웃기는지의 포인트를 설명하려면 세 줄, 네 줄이 넘어가야 할테니까요.

또 미국 관객들에겐 백인 배우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흑인으로 변신해 사용하는 '흑인 영어', 그리고 백인이 흑인 흉내를 내는 것이 불만인 알파 치노 역의 브랜든 T 잭슨과 벌이는 실랑이가 그 자체로서 훌륭한 코미디입니다. 하지만 절대 다수 한국 관객(물론 저 포함입니다)에겐 똑같이 영어 쓰는 놈들끼리 쑈 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 관객들을 위해 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벤 스틸러가 잇달아 시도하는 '플래툰' '람보2'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 패러디 정도입니다. 잭 블랙은 이 영화에서 전혀 코미디를 주도하지 못하고, 그냥 짜증 내는 뚱보 역일 뿐입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전혀 웃지 않는 표정으로 로버트 드 니로나 말론 브란도를 형상화한 듯한 '약간 미친 듯한 연기파 배우'를 웃음거리로 만듭니다만,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영화광이 아니라면 전혀 먹히지 않을 코미디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트로픽 썬더'는 한마디로 코미디에 대단히 관대한 미국 관객들을 위한, A급 배우들이 B급을 표방하고 만든 영화입니다. 지나치게 내수에 초점을 기울이다 보니 수출용 상품으로서의 매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죠. 미국에서 8월13일 처음 공개돼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한 영화가 한국에선 12월11일에서야 개봉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생활이나 유학, 사업을 앞두고 자신이 얼마나 미국식 정서에 적응했는지를 테스트해 볼 분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단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스쿨 오브 락' - '아이언 맨'을 재미있게 봤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선택하시는 분이라면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걸 말씀드려야 할 것 같군요. 단단한 각오란, 아무런 기대 없이, 마음을 비우는 걸 말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닉 놀테와 매튜 매커너히는 오히려 꽤 웃깁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