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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가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19금'입니다. '19금' 속에 묻어 뒀던 이야기들이 세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부에 JTBC '마녀사냥'이 있습니다.

 

방송 4개월째를 맞은 '마녀사냥'은 신동엽, 성시경, 샘 해밍턴, 허지웅 네 남자가 주축이 되어 털어놓는 짜릿하고 은밀한 연애 담론입니다. 물론 종래의 연애 이야기가 뭔가 미성년자용인 듯한 냄새가 났다면, '마녀사냥'에서 다뤄지는 것들은 철저하게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종전에도 '19금'을 표방한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아예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누드 모델이나 성인영화배우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까지 시도된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이들 프로그램들과 지금 자리잡고 있는 '마녀사냥'과 'SNL'을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마녀사냥'이 리드하는 '19금 해금'의 분위기에는 쏟아지는 농담 속에서 은근히 지켜지는 품위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성인들이라면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이 정도 대화들은 하면서 서로 웃고 즐기지 않습니까'라는 식의 질문을 시청자에게 던지고 있다고 봐야겠죠.

 

다소 야하다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은근함'의 선을 넘지 않는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선을 지키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죠. 두 프로그램 모두 '신동엽의 통제' 아래 있다는 건 아마도 우연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마녀사냥'이 가고 있는 길은 어딘가 음습하고 으슥한 퇴폐업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누군가 별스러운 사람들이 즐기는 환락의 세계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면에서 이전의 19금 이야기들과 다릅니다. 방송 내용의 대부분은 시청자들이 보내 온 사연이나 질문으로 이뤄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녀사냥'은 우리 사회가 좀 더 솔직해지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한 10여년 전만 해도 이 사회의 결벽증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심했습니다. 여름 시즌의 납량 특집 프로그램에서 여자 연예인이 수영복 차림으로 등장하면 '선정적'이라며 철퇴를 맞던 시절입니다. 물론 그보다 조금 전에는 가요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수들이 울긋불긋 염색을 하고 나오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출연 정지를 시키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사실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닙니다. 최근에도 남자 아이돌들이 수영장에서 수영 경기하는 모습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상의 티셔츠를 입혀 수영을 시키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케이블TV 채널을 돌리면 클럽에서 벌어지는 남녀간의 짝짓기 게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버젓이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부비부비'라는 말이 방송용어가 되기 시작할 무렵의 얘기죠. 이 시절, 이미 이런 프로그램은 클럽에서 춤추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방송으로 내고, 이들 역시 카메라 앞에서 아무 스스럼없이 평소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이쪽 채널에서 이쪽 채널로 옮겨 가면, 바로 다른 세상이 펼쳐지던 시절입니다. 한마디로 한쪽은 조선 시대 그대로,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죠.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서 당연하게 생각되던 것들이 일부 강경한 도덕주의자들 때문에 엷게 가려져 있던 세상이었던 겁니다.

 

그러던 담론이 이제 세상 밖으로 서서히 펼쳐지기 시작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혼전순결이나 결혼의 영속성이 무슨 금과옥조처럼 지켜지던 시절도 아니고, 남녀가 사귀기 시작하면 대략 어떤 단계를 밟는다는 것도 이미 다 아는 세상이죠. 특히나 젊은 층일수록 '아저씨 아줌마'들의 상상보다는 훨씬 앞으로 나가 있습니다. 온 세상이 다 변하고 있는데 TV 혼자 청학동 계곡 안에 머리를 박고 있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변화의 징후는 고정 출연자인 곽정은 기자(위 사진 왼쪽. 슈퍼모델 한혜진 옆에서도 밀리지 않는 미모가...)가 '코스모폴리탄'에 쓰는 칼럼들을 통해서도 나타납니다. 10년 전, 15년 전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이런 식의 과감한 칼럼을 쓴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죠. 하지만 그 칼럼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사고 있다는 것은 이미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지표입니다.

 

그래서 하자는 얘기는: '마녀사냥'은 한국 사회가 보다 솔직해지고 있는 한 단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는 겁니다. 물론 19금 방송은 방송 시간 준수를 비롯해 19금 방송으로서 지켜야 할 위계가 있습니다. 오히려 무지와 미신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더욱 많은 세상에서 '마녀사냥'의 시도는 음지에서 수근거리며 이야기하던 것을 좀 더 많은 사람이, 밝은 광장에서 이야기하게 만들 것입니다.

 

 

 

 

 

 

 

'저래도 되는 거야?' '저런 얘기를 해도 돼?' 같은 이야기들은 생각해 보면 여러분들이 모두 주위 사람들과 아무 스스럼 없이 하던 이야기들입니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들의 해금을 통해 세상은 좀 더 솔직해 질 것이고, 이유 없는 금기는 조금씩 사라질 것입니다. 이런 식의 해금은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이미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홍석천이 이 프로그램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이 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로만 하는 성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필요 없죠. 이젠 그들도 이 사회에서 밥 먹고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옆에서 자기의 연애 이야기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런 식으로.

 

 

 

'예전에는' 구직자가 고용주에게 감히 '연봉을 얼마 달라'고 내놓고 요구하지 못했고, '예전에는' 교사의 비정상적인 폭력에도 학생들이 항거하지 못했고, '예전에는' 학교 안에 전경이 들어가 정치적 사안에 반대 집회를 여는 학생들을 잡아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얼마쯤 지나면 누군가 "예전에는 '마녀사냥' 같은 프로가 방송될 엄두도 못 냈대"라고 말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세상은 변하는 것이고, 그 변화의 방향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변하는 세상, 변하는 사람들을 느끼고 싶으신 분은... '마녀사냥'을 보시면 됩니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 이제는 슈퍼스타K 보다 시청률이 잘 나옵니다. 당신만 세상에 뒤처져 있습니다.^^

 

 

P.S. 마지막은 전설적인 신동엽의 셀프 디스: '남자가 연락을 안 하는 4가지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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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스페인을 찾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이. 한번도 안 가본 곳을 가보려는 생각 가운데 바르셀로나라는 도시 이름이 스쳤다.

 

그리고 후배 아무개의 페이스북에서, 야간 개방을 한 알함브라 궁전 곳곳을 찍은 사진을 봤다. 신비롭고 또 신비로웠다. 이런 곳이 아직 남아 있었는데 내가 못 가봤다니. 불끈 마음 속의 불기둥이 섰다. 에스빠냐. 곧 가고 말겠다.

 

 

 

마일리지 보너스 항공권으로 여행 일정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비행기 한 대에는 수백개의 좌석이 있지만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손님들을 위해 열어 놓은 좌석은 그중 한주먹을 넘지 않았다. 몇 차례 혼선을 겪은 끝에 일정을 잡았다.

 

스타 얼라이언스를 이용한 바르셀로나 in ~ 마드리드 out의 일정. 10월17일에 서울을 출발해 28일 돌아오는 10박12일의 일정이었다. 직장인으로선 감히 생각하기 힘든 사치였지만 사실 마지막 날은 약간의 착오 때문에 생겼다. 돌아오는 여정은 당일 도착이 아니라 +1이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 그래서 10박11일이라고 생각한 여정이 12일이 돼 버렸다.

 

아무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30분. 이미 프랑크푸르트에서 검색지역을 통과한 터라 바르셀로나에서는 바로 공항 문을 나설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는 유럽 공항 중에서도 유난히 민감한 검색으로 유명하다. 화장품류를 사는 경우, 액체 용량 제한에도 가장 엄격한 기준을 내걸고 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걸린 시간은 약 20분. 요금은 29유로 정도. 미터기대로 갔는데도 가이드북의 추정 요금 30유로를 넘지 않았으니 정직한 예금으로 보인다. 첫날은 바로 수면. 물론 시차 때문에 숙면은 힘들지만.

 

다음날 아침부터 일단 강행군을 시작했다. 유로자전거나라의 1인당 30유로짜리 가우디 투어. 바르셀로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꽤 심도있는 해설을 해 준다. 단 30유로는 순전히 가이드 비용. 각 건물의 입장료나 이동 교통비 등은 모두 각자 부담이다. 그러니 절대 싼 가이드비는 아니지만, 찬찬 세세한 설명은 충분히 그 값을 한다.

 

 

 

 

첫 방문지는 카사 비센스 Casa Vicens. 스페인어로 '카사 ~'라는 이름은 '~의 집'이라는 뜻이다. 즉 카사 비센스는 주인의 이름이 비센스라는 얘기. 건물 전면을 타일로 장식한 것은 비센스 선생의 직업이 타일 판매상이라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1878년부터 약 10년간에 걸쳐 지어진 카사 비센스는 가우디의 첫 작품이라 그의 취향이 그리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지는 않다는 설명. 아무튼 이색적인 건물이 충분히 눈길을 끈다. 어쨌든 현재 개인 소유라 내부 공개는 하지 않는다.

 

 

 

 

이런 소소한 유머감각까지.^^

 

이 집은 현재 판매중이라는 후문. 자신있는 분은 응찰해 보시길.

 

 

 

 

특이한 건 집 앞 전깃줄에 내걸린 운동화.

 

 

 

 

알고 보니 이 신발은 그 앞집에서 대마초를 팔고 있다는 사인이라고.

 

 

 

다음은 산길을 넘어 도착한 구엘 공원.

 

 

 

그 수없이 많은 관광 책자며 블로그에서 보던 바로 그 정문.

 

구엘공원은 알려진대로 1900~1914년 연립주택으로 설계됐다. 옥상에 내린 빗물을 자동 정수해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등 획기적인 구상과 디자인이 당시에도 화제였다. 하지만 문제는 20세기 초의 교통 환경. 당시 이 일대는 주거지로 삼기엔 너무 산 꼭대기의 외딴 땅이었다. 그래서 결국 완공에 실패했고, 1920년 언저리에 공원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입구의 이 아리따운 건물들이 바로 구엘 공원을 연립주택으로 설계했을 때 경비초소와 경비원 숙소라는 얘기.

 

 

 

 

 

금요일이라 공원 안은 소풍온 어린이들로 인산인해. 특히 계단의 상징 표석과 알록달록 도자기 모자이크가 박힌 도마뱀 주위는 항상 관광객들로 포위되어 있다.

 

이 기법을 트렌카디스 trencadis 라고 부른다고 한다.

 

 

 

10월이라도 구엘공원의 햇살은 충분히 일사병을 걱정하게 했다. 이때 위안이 된 것은 석조 회랑 안의 시원한 공간. 천정의 모자이크는 공사중이라 볼 수 없었지만, 그 곡선미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곳으로 소풍오는 초등학생들에 대한 약간의 부러움도.

 

 

 

 

 

 

건물 주위를 둘러싼 유명한 석축 회랑을 뒤로 하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아예 작정을 하고 조성한 듯한 공원이 나타난다.

 

 

 

 

 

 잘 알려진대로 공원의 가장자리는 이렇게 트렌카디스 기법으로 장식된 물결 무늬 모양의 벤치가 만들어져 있고,

 

 

 

 그걸 아래쪽에서 보면 이렇다.

 

 

 

 아무튼 구엘 공원에서 정면 쪽을 바라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리가 다 아는 그 공사중인 옥수수 탑이 보인다.

 

 

 

사실 볼거리는 이게 전부. 10월 초라도 무시무시한 땡볕 때문에 밖에서 오래 구경하는 건 건강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가우디의 명성 덕분인지 인파는 바글바글. 

 

일설에 따르면 해질 무렵 여기서 바라보는 석양이 기가 막히다고도 한다.

 

 

아무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구엘 공원은 마냥 아름답다. 구엘 공원 탐방을 마치고, 시내로 이동했다. 가우디와 관련해 돈독이 심한 바르셀로나에서 구엘 공원은 예외적으로 아직 공짜지만 곧 여기도 입장료가 생긴다는 얘기가 있다. 이렇게 해서 오전 일장을 마치고 시내로 이동했다. 

 

시내 한 복판에 있는 가우디의 간판들, 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요, 그리고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기 위해서.

 

18일 밤: 택시비 29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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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 들어서던 날, 비가 오고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태양의 나라에도 가을 겨울은 있었다. 이런 날씨라면... 국물이 필요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먹었던 사르수엘라(자르주엘라) Zarzuela가 생각났다.

 

하지만 호텔 매니저는 사르수엘라를 잘 하는 집은 커녕 사르수엘라라는 음식을 아예 몰랐다. "공연을 보시고 싶은 건가요?" 하고 반문을 한다. 참고로 사르수엘라는 스페인식 오페라의 일종을 가리키는 이름이기도 하다. 

 

포기. 그럼 카스티야 풍의 국물 음식은 뭐가 있는지 물었다. 문득 가이드북에서 본 코시도 Cocido 라는 말이 생각났다. 호텔 근처에 코시도 잘 하는 집이 있느냐고 묻자 매니저의 눈이 반짝였다. 이건 자신이 있다는 신호. '미첼린'에도 나온 집이란다. '음. 스페인식으로는 미슐랭이 미첼린이로군'.

 

그가 지도를 꺼내 표시해 준 집은 라 볼라 La Bola. 볼라 거리를 대표하는 집이라는 뜻이란다. 호텔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를 걸어가면 작은 광장이 나오고, 거기서 메르쿠레 Mercure 호텔이 보이면 왼쪽으로 꺾으란 설명. 시키는 대로 했는데 그 안에서 또 길이 두 갈래다. 이런. 일단 볼라 거리 Calle de Bola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다행히 한 아주머니가 이 방향이라고 가르쳐 준다.

 

 

 

가는 길에 한식당 마시타 Mashita 발견. 사실 여기까지 와서 한식당을 갈 이유는 없었지만 나중 호기심에 찾아 보니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꽤 순위가 높은 집이었다. 많은 손님들이 이 집에서 '환상적인 스시'를 먹었다고 하는데... 과연 무슨 스시를 먹은 것일지. 혹시 노리마키?

 

 

 

 

마시타에서 골목길을 죽 내려가면 오른쪽에 라 볼라가 보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후 3시에 줄을 서 있다. 대단하다.

 

 

 

 

집 대문을 장식하고 있는 미슐랭(스페인식으로 미첼린) 가이드의 위용. 그리고 더 잘 보이는 '현찰만 받아요' 간판.

정감있는 고전적인 분위기의 실내엔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첫 주문은 당연히 이 집의 성명절기인  '마드리드식 코시도 Cocido Madrileño '. 그리고 고기와 토마토 소스 스튜라는 설명이 있는 로파비에하 Ropavieja를 시켰다.

 

 

 

 

아담한 항아리에 담긴 코시도가 나왔다. 아래 보이는 올리브는 기본 제공. 이 올리브만 반찬으로 해서도 빵 한접시를 비울 수 있을 정도로 신선하고 상큼한 맛이 났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후, 항아리가 개봉됐다.

 

 

 

 

코시도를 먹는 순서 1. 우묵한 접시에 소면 같이 가느다란 파스타를 담고, 거기에 항아리에서 국물만 따라 붓는다. 진한 국물과 함께 소면을 말아 먹는 셈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인상적인 맛.

 

대부분의 국내 곰탕/설렁탕 집들은 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오만가지 비법을 다 쓴다. 마늘과 양파, 통후추는 기본이고 각종 한약재에서 커피까지 다양한 소재들이 고기를 삶을 때 비장의 재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코시도의 국물은 이보다 훨씬 정직한 '고기 국물' 맛이다. 국물의 '고기 냄새'에 예민한 사람들은 싫어할 수도 있을 듯.

 

 

 

수프와 파스타 접시를 비우면 항아리의 내용물이 나온다.

 

 

 

스페인 특유의 알 굵은 콩을 중심으로 쇠고기 한 덩어리(양지머리 같은 부분이 아닐까 생각됨), 닭 가슴살 한 덩이, 소 꼬리 한토막, 그리고 삼겹살(이라지만 사실은 거의 비계) 한 덩이가 들어 있다. 이걸 푹 곤 국물을 좀 전에 먹은 거다.

 

 

 

고깃덩이를 가져다 찢어 먹는게 코시도의 두번째 순서. 느끼한 맛을 덜기 위한 토마토 소스, 초절임 고추(전혀 맵지 않다), 날 양파가 제공된다. 고기와 삶은 콩, 토마토 소스를 마구 버무려 먹다가 심심하면 고추절임을 한입씩 깨물면 된다.

 

맛있다. 음.

 

 

 

그러는 사이 두번째 메뉴 로파비에하 Ropavieja 등장.

 

재료상으로는 코시도 마드릴레뇨와 크게 다를 게 없다. 토마토 소스를 나중에 첨가해서 먹느냐, 아니면 토마토 소스를 함께 넣고 고기를 잘게 찢어 국물이 많지 않게 자박자박하게 끓여 내느냐의 차이 정도.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로파비에하가 이 집의 진미를 맛보는 더 간편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코시도로 일어선 집인 만큼 처음에는 일단 코시도를 맛봐 주는게 예의가 아닐까 싶다.

 

이밖에도 메뉴상으로는 다양한 생선과 고기 요리를 취급한다. 혹시 다음에 가 볼 기회가 있다면 이 집 방식의 라따뚜이를 맛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아무튼 태양의 나라에도 쌀쌀한 날씨는 있는 법, 푸짐하게 먹고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마드리드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코시도.

 

 

 

끝으로 서비스의 질. 서빙하는 거구의 어르신도 라 볼라의 명성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어왔을 듯 하다. 말 안 통하는 외국인 손님들을 맞아서도 여유가 넘치고, 양쪽에서 똑같은 음식을 주문했을 때 코시도 항아리를 들고 왔다갔다 하면서 '어.느.놈.을.먼.저.줄.까.요' 를 몸짓으로 구현하기도 하는 재치까지. 음식 맛 뿐만 아니라 여유있는 서비스도 인상적인 식당이었다.

 

 

 

1870년부터 성업중인 노포의 명성은 역시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닌 듯.

 

 

 

스페인 여행 첫 소식을 이걸로 전합니다. 앞으로 [여행]과 [맛집]으로 나눠 포스팅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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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은 다 아시다시피 천재적인 관상가 내경(송강호)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은 점이나 조짐, 팔자 등에 기대게 되어 있습니다. 모르면 몰라도 계유정난 당시, 각 진영엔 결정적인 판단을 할 때 의견을 묻던 점술가가 있었을 겁니다. 이 영화는 그런 상상에서 출발한 것이죠.

 

그럼 조선시대의 기록에 그와 비견할만한 역술가가 있었을까요. 조선 초기, '조선 왕조 500년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역술가'로 불린 인물이 있었습니다. 물론 기록이 너무 기이하다 보니 실존 인물인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고 문헌마다 살았다는 연도가 제각각이라 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힘들 듯한 면이 있습니다. 반면, 그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을 듯.

 

그의 이름은 홍계관입니다.

 

 

 

 

홍계관(洪繼灌, ?~?)

 

영화 관상은 관상의 대가 김내경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실제 사건인 계유정난을 재해석한 영화다. 영화 속 내경(송강호)는 누구든 얼굴만 보면 내력과 속내, 그리고 장래의 운명까지 꿰뚫는 천재 관상가다. 누구든 이렇게 관상으로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치세보다는 난세에 훨씬 더 출세하기 쉽겠지만, 불행히도 영화 속 내경의 행보는 그리 평탄치 않다.

 

실제로도 내경 같은 인물이 있었을까.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조선 초기에는 도성 안에 통명청(通明廳)을 두고 빼어난 점쟁이를 국복(國卜)으로 삼아 큰 일을 점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여러 사서에 조선을 통틀어 최고의 점쟁이로 홍계관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어찌나 유명했던지 한양 도성 안에 홍계관골이라는 마을이 생길 정도였다.

 

관상의 내경이 관상가였던 반면 홍계관은 맹인이었다는 차이는 있다. 하지만 백발백중이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어쩌지 못했다는 점에선 매우 유사하다 하겠다.

 

여러 문헌을 통해 전해지는 홍계관의 일화에는 계유정난을 전후로 한 세종~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과 명종 시대의 것이 뒤섞여 있다. 두 시대의 간격이 약 100년 정도이니 동일인일 가능성은 없고,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인물이 남긴 행적이 합쳐졌을 것이다.

 

세조 시대의 홍계관은 계유정난의 주역 중 하나인 홍윤성의 장래를 알아 본 것으로 유명하다.  젊은 시절 장안의 유명한 건달이었던 홍윤성이 점을 보러 오자 홍계관은 갑자기 자세를 고쳐 큰 절을 올렸다. 놀란 홍윤성이 연유를 묻자 공은 뒷날 정승의 자리에 오를텐데, 뒷날 제 아들이 누명을 쓰고 죽을 위기에 놓일 테니 그때 목숨을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과연 홍윤성이 홍계관의 지시에 따라 세조와 인연을 맺고 승승장구, 벼슬이 형조판서에 이르렀는데 한 죄수가 윤성을 보고 저는 점쟁이 홍계관의 아들이니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하고 외쳤다. 홍윤성이 그의 목숨을 구해 주고 홍계관의 재주에 탄복했다는 이야기다.

 

 

 

 

부계기문(涪溪記聞)’엔 이렇게 전해지지만. 극작가 윤백남의 채록에 따르면 홍계관의 아들은 배은망덕한 홍윤성 때문에 결국 목숨을 잃는다. 권세를 남용하며 백성을 학대했다는 홍윤성에 대한 민간의 반감이 표현된 설화다.

(윤백남의 채록에 따르면 홍윤성은 홍계관의 아들임을 알고도 뇌물을 요구하고, 홍계관의 아들에게 뇌물로 줄 돈이 없자 그를 처형당하게 내버려 둡니다. 그러자 홍계관의 아들은 끌려나가며 "우리 아버지가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는 평생 후손이 없을 것이라 합디다"라고 울부짖었다는 것이죠. 윤백남에 따르면 홍윤성이 그 뒤로 절손을 당했다고 하나, 실제로 홍윤성에게 자손이 아주 없지는 않았던 듯 합니다.)

 

명종 시대의 홍계관은 젊은 날의 승려 보우(普雨)와 재상 상진(尙震)을 만나 앞날을 예언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그의 죽음에 대한 것이다.

 

어느날 자신의 운명이 궁금해진 홍계관은 모년 모월모일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과, 그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는 용상 밑에 엎드려야 한다는 점괘를 얻는다. 명종의 총애를 받고 있던 홍계관은 왕에게 사정해 한시간 동안 용상 아래 숨을 수 있게 되었다.

 

용상 아래 홍계관이 죽은 듯 엎드려 있을 때 갑자기 전각 안으로 쥐 한 마리가 후다닥 달려들어왔다. 갑자기 홍계관을 시험하고 싶어진 왕은 지금 들어온 쥐가 모두 몇 마리냐고 물었다. 그러자 홍계관은 점을 짚어 본 뒤 세 마리라고 답했다.

 

재차 확인해도 홍계관이 세 마리라고 말하자 왕은 불같이 화를 내며 네가 그 동안 사기로 점을 쳐서 민간의 재물을 함부로 취했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당장 처형할 것을 명했다. 홍계관이 형장으로 끌려가 죽음을 기다리는데 혹시나 싶었던 왕이 쥐의 배를 갈랐다. 그 안에는 새끼 두 마리가 들어 있었다.

 

그제야 홍계관의 재주에 탄복한 왕은 급히 내시를 보내 형을 멈추려 했으나 이미 홍계관은 목이 잘린 뒤였다. 왕이 아차하고 탄식했다는 데서 이 곳의 지명이 아차산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이 아차산은 지금의 노량진 사육신묘 부근이란 설과 서울 광진구 아차산이라는 두가지 설이 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지만,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전하는 고구려 때 추남(楸南)의 이야기와 사실상 같다. 역시 억울하게 죽게 된 점쟁이 추남이 고구려 왕에게 내가 신라 김서현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 이 원한을 갚겠다고 한 뒤 김유신으로 태어났다는 설화다.

 

배경이야 어쨌든 이야기의 교훈은 유명한 점쟁이라 해도 제 죽을 날을 내다 보지 못한다는 것. 영화 속 내경의 경우에도 별 차이가 없었던 것을 보면, 운명을 예측한다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부질없는 짓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끝)

 

 

 

이렇습니다. 추남의 이야기란 삼국유사에 나오는 김유신의 젊은 시절 일화 중 하나입니다.

 

김유신이 국선(國仙)인 화랑(花郞)이 되었을 때, 백석(白石)이란 사람이 낭도(郎徒)로 있었다. 김유신이 삼국통일 계획을 세우는데, 백석이 고구려의 정세를 탐지한 뒤에 계획을 수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말을 옳게 여긴 김유신은 백석과 함께 고구려의 사정을 탐지하기 위해 길을 떠나 하루는 밤에 산 고개에서 쉬는데, 두 여자가 나타나 따라가겠다고 했다. 같이 일행이 되어 가는데, 골화천(骨火川)에 이르니 밤에 다시 한 여자가 나타나, 세 여자는 김유신에게 과일을 대접하며 즐겁게 얘기하고 놀았다.

 

김유신이 세 여인들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니, 여인들은 신(神)의 모습으로 변하여 자신들은 나라를 지키는 내림(奈林) 혈례(穴禮) 골화 등 세 지역 수호신인데, 김 공이 적국 사람에게 유인되어 가는 것을 막으려고 온 것이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놀란 김유신은 나와서 골화관에서 자고, 중요한 문서를 잊고 왔으니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하여 집으로 돌아와서 백석을 묶은 다음 문초를 했다. 백석은 원래 고구려 사람으로, 김유신이 전생에 원한을 품고 죽은 고구려의 추남이기 때문에 그를 잡으러 왔다고 했다.

 

추남은 고구려의 유명한 점쟁이였는데, 국경지역에 냇물이 거꾸로 흐르는 변고가 생겨 점을 치게 했더니 추남은 왕비가 왕과의 잠자리에서 음양을 거꾸로 하기 때문에 일어난 변고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왕비는 요망한 거짓말을 하니, 다른 것으로 시험해 보고 맞히지 못하면 벌을 가해야 한다고 임금에게 말했다. 임금이 상자 속에 쥐 한 마리를 넣고 봉한 다음, 무엇이 들었는지 맞혀 보라 했는데, 추남은 쥐 여덟 마리가 들었다고 대답했는데, 왕은 쥐 한 마리가 들었기 때문에 잘못 대답했다고 해 추남을 죽였다. 그런데 상자 속의 쥐를 꺼내 배를 갈라보니 새끼 일곱 마리를 배고 있었다.

 

추남은, 자신이 억울하게 죽으니 다른 나라 장군으로 태어나 고구려를 멸망시키겠다고 말하고 죽었는데, 이날 밤 임금의 꿈에 추남이 신라 서현공 부인 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꿈 얘기를 들은 고구려 사람들은 모두 추남이 원수 갚기 위해 신라 김유신으로 태어났다고 믿고 있어, 김유신을 제거하려고 했던 것이다. 김유신은 이야기를 듣고 백석을 사형에 처한 후, 음식을 마련해 지역 수호신에게 제사를 모시니, 신들이 나타나 흠향했다.

 

 

그러니까 홍계관의 사망 관련 설화는 아무래도 삼국시대 추남의 이야기, 혹은 그 이전부터 전해오던 용한 점쟁이의 이야기가 슬쩍 변형되어 '홍계관'이란 유명한 점쟁이의 이름에 덧씌워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선시대의 문헌이 '홍계관골이라는 지명이 있었다'는 기록을 전하고 있는 걸 보면 홍계관이라는 용한 점쟁이가 있었다는 건 사실인 듯.

 

 

 

아무튼 홍계관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점쟁이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점쟁이의 초인적인 능력을 인정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운명의 힘이란 점 따위로 비껴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짚어 내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 '관상'의 결론도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은데, 홍계관과 재상 상진(尙震)의 일화는 그 예외는 바로 '선행'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점쟁이 이야기를 후세에 전하는 뜻은 그런 교훈담이었다는 이야기.

 

상진 관련 설화를 마지막으로 전합니다. 출전은 '연려실기술'.

 

점쟁이 홍계관(洪繼灌)이 공의 일생을 점쳐 보니 길흉화복이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고, 죽을 해까지도 말하였다. 공이 지난 일이 다 맞았으므로 그해에 이르러 미리 초상에 쓸 것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홍계관이 마침 일이 있어 호남에 가 있으면서, 서울에서 오는 이를 만나면 꼭 공의 안부를 물었는데 1년이 다 지나도 공은 탈이 없으니, 홍이 매우 이상하게 여겨서 서울에 오는 길로 곧 공을 찾아 인사하니, 공이, “내가 자네의 점을 믿고 명이 금년으로 다 된 줄 알았더니, 어찌 맞지 아니하는가.” 하였다.

 

홍이 말하기를, “대감의 명수를 보면 어긋남이 없을 것이오나, 예전 사람이 음덕으로 수명을 연장한 이가 있었으니, 대감께서 반드시 그런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였다.

 

공이 말하기를, “어찌 그런 일이 있겠는가. 다만 내가 수찬으로 있을 때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오는데 노상에 붉은 보자기가 있어서 주워 보니, 순금 잔 한 쌍이라 가만히 간직해 두고 대궐 앞에 방을 붙이기를, ‘아무날 물건을 잃은 자는 나를 찾아오라.’ 하였더니, 이튿날 한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소인은 대전 수랏간 별감(大殿水刺間別監)이온데 자질의 혼인이 있어 몰래 주방에 있는 금잔을 빌려 내왔다가 잃었으므로 이미 죽을 죄를 범하였으니, 후일 탄로가 나면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대감께서 얻으신 것이 그 물건이 아닌지요.’ 하기에, ‘그렇다.’ 하면서 내어주었다.” 하니, 홍이 말하기를, “대감의 수명이 연장된 것이 반드시 이 때문입니다.” 하였는데, 15년 후에 죽었다.

 

결론: 착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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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워낙 잘 알려진 인물인데다 드라마며 영화에도 한두번 등장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래서 매우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아주 오래 전, 중학교 시절 김동인의 장편 '대수양'을 읽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기본 상식은 이광수의 '단종애사'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손자의 미래를 걱정하며 김종서 황보인 같은 중신들과 성삼문 박팽년 등 자신이 신뢰하는 집현전 학사들에게 단종을 보필할 것을 당부한 세종의 모습, 당연히 그 당부를 이행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람들은 '선인'의 영역에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또 당연히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즉 어린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이나 그를 도와 피바람을 일으킨 한명회 신숙주 홍윤성 같은 사람들은 악인의 위치에 올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대수양'('수양대군'이란 제목의 판본도 있습니다)은 이런 시각과는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이 책에는 김종서와 황보인이 역모까지는 아니지만 어린 왕을 볼모삼아 권력을 탐하는 무리들로 그려집니다. 정작 세종의 유지를 이어 왕권을 안정시키고 새 왕조를 탄탄하게 한 것이 바로 수양대군의 공이라는 쪽이죠.

 

실제로 세종의 눈부신 업적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반석 위에 놓인 것은 세조~성종 연간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국대전을 비롯한 제도의 정비가 완성된 것이 이 무렵이기 때문입니다. 1392년에 건국한 조선이라는 나라가 그 첫 100년에 걸쳐 이룬 것들이 이후 400년을 지탱한 힘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첫 100년을 이끈 사람들 중 '한명회'라는 이름은 단순히 업적만으로도 빼놓기 힘든 인물이더군요.

 

 

 

 

 

한명회(1415~1487)

 

권력에 눈이 먼 모리배인가, 시대의 경륜가인가. 한명회를 어떤 인물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16세기 이후 지식인들의 답 없는 숙제였다. 그를 정반대로 그린 이광수의 단종애사와 김동인의 대수양보여주듯, 한명회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의 역사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준이었다.

 

개국 공신의 후예였지만 가난한 집안의 칠삭동이로 태어난 인물. 변변찮은 외모에 과거에 번번이 떨어진 낙방거사가 하루 아침에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자로 거듭난 신화는 많은 창작자들을 자극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그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그중 기억할 만한 한명회 연기자로는 1984 MBC ‘조선왕조 500시리즈 설중매의 정진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한가놈조희봉과 영화 관상의 김의성을 주목할 만 하다. 특히 관상의 김의성은 실제 출연하는 장면은 두세 신 뿐이면서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명회에 대한 사적을 검토해 보면 다른 무엇보다 냉철한 판단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1453년 음력 1010, 뒷날 계유정난이라 불린 김종서 참살의 날 당일 낮까지도 수양대군의 측근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수양은 이미 김종서 등이 불측한 마음을 먹었으니 내가 베어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했으나 휘하 무장들은 임금(단종)에게 먼저 고하는 것이 좋겠다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때 한명회가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진다. “큰길 옆에 집을 지으면 오가는 사람마다 훈수를 두어 3년이 지나도 완성하지 못한다(作舍道旁, 三年不成)고 합니다. 이제 공이 큰 뜻을 세웠으니 오직 실행이 있을 뿐입니다.” 이 말에 수양은 과감하게 따를 자는 따르고, 갈 자는 가라. 강요하지 않겠다(從者從, 去者去, 吾不汝强)”는 비장한 한마디를 던진 뒤 단신으로 김종서의 집에 달려가 일을 치른다.

 

(그러고 나서도 곧바로 '혼자 가게 내버려두어선 안된다'고 장사들을 수습해 뒤를 따르는 것도 한명회입니다.)

 

 

 

세조의 내심을 그만큼 잘 읽어내는 사람도 없었다. ‘소문쇄록에 전하는 일화 하나. 술자리에서 만취한 세조가 신숙주의 팔을 꺾으며 그대도 내 팔을 꺾으라고 장난을 쳤다. 역시 취한 신숙주가 대뜸 세조의 팔을 꺾자, 옆에서 보던 세자(뒷날의 예종)의 안색이 변했다. 다들 껄껄 웃으며 술자리를 파했지만, 한명회는 신숙주의 하인에게 신숙주는 아무리 취해도 집에 가면 일어나 앉아 책을 읽는다. 오늘은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과연 밤에 세조가 내시를 보내 신숙주의 집을 정탐하게 했다. 한명회는 세조가 혹시 신숙주가 맨 정신이 아니었을까 의심하리라는 것을 내다 본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시는 분을 위한 해설. 그러니까 한명회는 '내시가 궁에 돌아가 "신숙주 대감은 귀가후 불을 켜고 한참 책을 읽다 잠이 들었습니다"라고 보고할 경우, 세조는 신숙주가 자신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이 술에 취해서 실수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해코지를 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입니다. 세조가 겉으로는 호방하지만 속으로는 매우 의심이 많고 치밀한 성격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한명회이니 이런 예측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 만큼 세조도 자신의 속내를 너무 잘 아는 한명회를 은근히 두려워했다. 1467, 이시애의 난 때 한명회와 신숙주가 내통한다는 소문이 돌자 세조는 즉시 두 사람을 의금부에 잡아들였다. 10여일만에 풀려나긴 했으나, 이들의 평생 관계를 생각하면 역시 권력의 비정함을 느끼게 한다..

 

관상의 한명회는 김내경(송강호)의 예언 때문에 평생 적을 만들지 않고 살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그에게 도전한 신진 세력은 어김없이 철퇴를 맞았다. 귀성군과 남이의 옥사가 대표적인 예다. 김종직 이후 배출된 사림파는 한명회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조정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도 1487년 사망할 때까지 아무도 그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죽은 뒤의 일까지 예측할 수는 없는 법.  1504, 연산군은 22년 전 아버지 성종이 폐비 윤씨를 사사하겠다 결정할 때 찬성한 사람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당시 조정의 중신 전원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살아있던 사람들은 즉시 참수됐고, 이미 죽은 정창손 한명회 등은 관을 뻐개고(剖棺) 시신의 목을 치는(斬屍) 부관참시를 당했다. 중종반정과 함께 복권이 이뤄졌지만, 선조 이후 정권을 장악한 사림은 대의명분을 앞세워 그를 대표적인 간신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행정구역의 이름 면,(面里)제도를 포함해 조선시대의 문물과 제도 가운데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명회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것이 드물다. 북방을 개척한 무인으로서의 공훈까지 생각하면, 조선 500년을 통틀어 그만한 업적을 가진 인물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결과가 과정을 덮을 수 있을지 고민할 만 하다.

 

그는 한강변에 압구정(狎鷗亭)이란 정자를 세우고 하루 빨리 고된 조정 일을 떠나 낙향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고 입버릇 처럼 말했지만, 그가 압구정에서 베푸는 연회는 그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들끓는 권력의 잔치였다. 공교롭게도 그 일대가 동네의 이름이 되어 오늘날에도 부귀공명의 상징이 됐다. 참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끝>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이 기억하고 있는 가장 선명한 한명회의 이미지는 과거 '조선왕조 500년'의 '설중매' 편에 등장한 정진 씨의 모습입니다. 당시 TV에선 사실상 무명이었다고 할 수 있는 정진씨는 이 드라마에서 '체구는 왜소하지만 꾀 많은 한명회'의 모습을 그럴싸하게 그려내면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진왜란' 편에서는 풍신수길 역으로 다시 등장했죠.

 

 

 

 

그리고서 기억할만한 한명회는 역시 또한번 '한명회의 틀'을 깬 '이덕화 한명회'. 한명회 역을 하기엔 너무 멀쩡한 외모 때문에 당나귀 귀 모양(혹은 스포크 귀^^)의 특수 분장을 하고 등장했습니다.

 

 

 

 

역시 최근의 모습 중에는 '뿌리깊은 나무'의 '한가놈'을 빼뜨릴 수 없죠. 끝까지 이름은 나오지 않고 '머리 좋고 임기응변에 능한 한가놈'이었던 조희봉은 마지막회에서야 '한명회'라는 실명을 드러냅니다. 작가진이 이 한명회가 주축이 되어 다시 밀본을 재건하는 내용의 속편을 준비중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죠.

 

 

 

 

이번 '관상'의 한명회는 목소리가 포인트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등장은 최소화하면서도 존재감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목소리가 필요했던 것이죠. 그리고 나서 마침내 얼굴이 공개되는 장면, 이 장면의 긴장감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탁월한 발성 덕분에 '목소리만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한명회' 역할이 제대로 살았던 거죠. 기억나는 영화와 비교하자면 영화 '프롬 헬'에서 마지막 시퀀스, 이안 홀름의 눈동자 색이 바뀌는 장면과 비교할만 합니다.  

 

 

 

 

배우 김의성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두 주인공이 들은 건축학개론 수업의 교수님으로 잘 알려진 분입니다. 물론 기억을 되새겨 보시면 홍상수 감독의 출세작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주인공이기도 했죠.

 

최근에는 연극 '우먼 인 블랙'의 주인공으로도 장기 출연중. 근래 몇년 사이 갑작스레 주목이 늘었지만 80년대부터 활동해온 원로 배우(물론 중간에 휴지기가 있었지만)에게 새삼 신 스틸러니 명품조연이니 하는 것도 적절치 않은 얘기라는 생각. 

 

아무튼 1980년대 이후 국사 교과서에서 훈구파와 사림파 중심의 내용이 나오면 '좋은 건 훈구파, 나쁜 건 사림파'로 쓰면 맞다는 우스개도 있었습니다. 사림파의 집권이 결국 지나치게 절의와 명분에 집중하고, 뒷날 당쟁의 기원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렇기도 합니다만, 그 훈구파의 '좋은 점'들을 마지막으로 계승한 인물이 바로 한명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대의명분과 역사의 정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정 반대의 답이 나오겠지요.

 

그래서 한명회라는 인물은 더욱 매력적으로, 그리고 한명회를 연기한 배우들을 더욱 명배우로 이끌어 내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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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왜 포스팅이 안 올라오나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멀리 멀리 와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로마인들이 히스파니올라라고 불렀던, 그리고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이 헤스페리데스의 사과를 찾아 노저어 갔던 바로 그 곳입니다.

 

대략 밤에 잠들면 아침에 깨고, 현지 요령이 하나둘씩 생겨날 무렵에 돌아가야 한다는게 아쉽지만...^^

 

이런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먹고 있습니다.

 

 

 

 

 

 

 

 

 

 

 

 

 

 

 

 

 

 

 

 

 

 

 

 

 

 

 

 

 

 

 

 

 

 

 

 

 

 

 

 

 

 

일부만 올리는데도 참 힘들군요.

 

아무튼 그동안 없던 마음의 평화를 한껏 누리고 있습니다.

 

곧 돌아가서 뵙겠습니다.

 

(연말까지는 여행 포스팅으로 먹고 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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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의 아내]

'네 이웃의 아내'는 금기 중의 금기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성경의 10계명 중 아홉번째가 바로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죠.

 

JTBC에서 새로 시작한 월화드라마의 제목이 '네 이웃의 아내'라는 건 그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이른바 '남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죠. 이 드라마에서 특이한 점은 그 '남의 아내'가 곧 '나의 아내'라는 점입니다. 아파트에서 한 복도와 안 엘리베이터를 쓰고 있는 앞집. 그 앞집에 마주 보고 사는 부부가 서로 상대방의 남편과 아내를 탐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뭔 막장 불륜 스토리냐 싶기도 하고, 스티븐 킹의 스와핑 단편 같기도 한 얘기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드라마라는 것의 존재 이유가 '세상의 변화에 대한 단초를 짚어간다'는 것, 혹은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의 단면을 보여주자'는 것이라면, '네 이웃의 아내'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습니다.

 

 

 

 

송하(염정아)는 광고회사의 꽤 유능한 팀장. 종합병원 의사인 남편 선규(김유석)와 겉으로 보기에는 주위의 부러음을 살 만한 전문직 부부의 외양을 갖추고 있지만 실상은 그냥 꾸역꾸역 살고 있는 커플. 신선한 자극도 이미 부부생활에선 사라진지 오래. 아직 어린 아들과 딸 남매를 두고 있습니다.

 

대기업 부장인 상식(정준호)는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철두철미하고 책임 추궁에 강한 남편. 유능하지만 독선적인,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고 살아온 남자의 모습입니다. 그런 상식에게 늘 반쯤 기가 죽어 사는 아내 경주(신은경). 남편 앞에선 목소리가 기어들어갈 정도로 순종적이지만 사실은 남편의 밥그릇에 침을 뱉는(위 사진) 비틀린 면을 보여주는 여자입니다.

 

주위에서 그리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부부들의 모습이지만 이들 사이에선 뭔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일에서의 성공을 향해 악착같이 버티던 송하에게도 어느새 직장이 시들해지고, 병원의 수익 창출에 영 비협조적인 선규는 경영진의 눈밖에 나 위기를 맞습니다.

 

 

 

 

상식 역시 어느 남자에게나 찾아오는 중년의 위기를 슬슬 느끼고 있고, 경주는 과연 두 딸에게 자신이 제대로 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회의하기 시작합니다.

 

아무튼 별 일 없던 것 같은 안온한 부부 관계에 변화가 생기는 계기는 평범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망 사건. 그것도 남편이 가정불화 끝에 아내를 폭행하고, 달아나던 아내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죽는 사건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살인이라고 부르기엔 약간의 어폐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살인사건이라고 부릅니다).

 

그 사건 이후 송하는 "인생이란, 부부란 뭘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 사건으로 앞집이 비면서 상식과 경주가 앞집으로 이사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아울러 이 사건을 통해 경주는 상식에 대한 인간적인 기대를 더 낮춰 잡게 되죠.

 

 

 

 

그러는 사이 송하와 상식이 광고회사와 광고주 관계로 만나게 되고, 상식과 경주는 앞집 사람으로 얼굴을 마주칩니다. 그러면서 슬슬 이들의 잠들어 있던 과거가 눈을 뜨고, 비밀스러운 관계가 싹트기 시작합니다.

 

아울러 주변에선 또 다양한 인물들의 인생이 그려집니다. 이 드라마의 주제를 말하고 있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 특히 아파트의 두 주부들입니다. 이름은 따로 없고, 주부1, 주부2라고 표현해야 할 듯한 캐릭터들이지만 비중은 제법 큽니다. 바로 서이숙-김부선 콤비죠.

 

 

 

 

영자 역의 김부선은 왕년의 아매부인으로 잘 알려진 분이지만 서이숙은 많은 분들께 '얼굴은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대표적인 배우일 겁니다. 많은 드라마에 상궁이나 동네 아줌마 역 등으로 나오셨죠. 아무튼 이 드라마에서는 최고의 적역을 맡았습니다.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밖에선 아무도 몰라!" 라는 소름끼치는 대사를 말하는.

 

 

 

 

또 김부선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이세창 역시 할 얘깃거리가 많아 보입니다. 한참 연상인 아내와 조용히 잘 살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사실은 물밑에 숨은 바람의 제왕.

 

그밖에 송하의 직장 동료인 섹시한 유부녀 지영(윤지민)과 직장 내 넘버1 킹카인 정이사(양진우) 등이 주변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지 궁금한 캐릭터들이죠.

 

 

 

 

어쨌든 '네 이웃의 아내'라는 제목으로 출발했으니,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 사이의  속시원히 꿰뚫는 이야기가 나올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해 '아내의 자격'이라는 드라마가 방송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또 불륜 드라마냐'고 보지도 않고 입방아를 찧었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몸서리치게 리얼한 묘사에 눈길을 빼앗겼습니다.

 

 

 

'네 이웃의 아내'는 '아내의 자격' 처럼 현실보다 더 리얼한 드라마를 표방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대신 이 드라마에는 미스테리가 있고, 코미디가 있습니다. 10년 넘게 산 부부들, 더 이상 할 말 못할 말이 따로 없는 부부들의 속내가 여지없이 파헤쳐집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늘 보는 드라마의 늘 보는 그런 결론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드라마가 30여편씩 방송되는 드라마 공화국, 하지만 결말이 궁금해지는 드라마는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과연 이들은 어떤 '부부의 진실'에 도달할까요?

 

 

 

 

P.S. '네 이웃의 아내'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드라마 리뷰 이벤트가 진행중입니다.

 

자신의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리뷰 하나 잘 쓰면 상품이 후두둑. 상품 중에는 명품 프라다 백도 들어 있습니다. 이 기회에 드라마 보고, 한 살림 장만하시기 바랍니다.

 

http://home.jtbc.co.kr/Board/Bbs.aspx?prog_id=PR10010260&menu_id=PM10020468&bbs_code=BB1001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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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도 어김없이 '뉴스9' 클로징에 다섯 곡의 노래가 소개됐습니다.

 

물론 다 좋은 곡들이겠지만, 뉴스와 연결해서 읽으시면 흥미를 더합니다.

 

어떤 엔딩곡들이었을까요. 바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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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힘들었을, 누군가에게는 당혹스러웠을, 누군가에게는 억울했을지도 모를 9월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내일(1)도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뉴스9을 마칩니다. 여러분 대단히 고맙습니다.

 

'Man in the mirror' - James Morrison

 

 

Man in the mirror란 누구일까요. 바로 그 자신이죠.

 

나는 거울 속의 남자와 함께 새로 시작해요.

나는 그에게 그의 방식을 바꾸라고 말하죠.

그리고 이보다 더 선명한 메시지는 없을 거에요.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으면, 그 자신을 돌아보고, 그의 방식을 바꾸라고. 

 

I'm starting with the man in the mirror
I'm asking him to change his ways
and no message could have been any clearer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a change

 

네.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제일 먼저 자신이 변하라는 교훈적인 노래죠.

혹은 이해할 수 없는 대응 방식 때문에 많은 사람을 답답하게 했던 어떤 사람에 대한 노래일 수도.... (물론 제가 선곡자의 의도를 100%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저도 이 글을 쓸 때는 시청자 중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사실 모리슨의 곡도 좋지만 이 곡은 아무래도 오리지널이 최강이죠.

 

 

 

 

 

 

 

101

 

10 1일 밤의 뉴스 9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끝까지 시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도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Leader of the band/ Washington Post March

Dan Fogelberg

 

 

 

 

 

댄 포겔버그는 'Longer'로 한국인이 오랫동안 사랑해온 포크 가수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 내용은 작중 화자(아마도 댄 포겔버그 자신)이 존경했던 밴드 리더에 대한 이야기라서, '대체 이 곡이 왜 선곡된걸까'에서부터 제목 뒤에 '워싱턴 포스트 마치'는 왜 붙어 있는 거냐고 궁금해 할 분들이 꽤 있을 걸로 보입니다.

 

잘 들어 보시면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 살짝 행진곡이 들립니다. 아주 잠깐.^^

 

매우 유명한 곡이죠. '행진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필립 수자의 대표작인 '워싱턴 포스트' 행진곡입니다. 다음 동영상의 앞부분에 이 곡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가 어린이 작문 콘테스트의 프로모션을 위해 수자에게 작곡을 의뢰했기 때문에 '워싱턴 포스트'라는 제목이 붙은 거였군요.^^ 어쨌든 이 곡은 오랜만에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재개된 날, 서비스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102

 

또다시 남북대화록 파문을 접하면서 사후에도 편치 않은 사람을 봅니다.

뉴스9을 마치겠습니다. 내일(3)도 저희들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The Frozen Man' - James Taylor

  

 

 

손사장님이 사랑하시는 제임스 테일러가 또 등장했습니다. 사실 제임스 테일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많지만(대부분 연식이 상당하신 분들 가운데), 그 분들이 좋아하시는 테일러는 70년대의 테일러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1991년 곡. 90년대에도 신곡을 계속 내놓고 활동한 테일러의 정력도 놀랍지만 이렇게 오래 살아남은 팬은 매우 드물죠.

 

왜 이날 이 노래가 선곡됐나를 알아 보려면 설명이 꽤 필요합니다. 영상 앞부분을 보시면 이 노래를 작곡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제임스 테일러 본인이 직접 길게 설명합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보다가 영감을 얻었다는 얘기죠.

 

요약하면,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향하던 시절의 범선이 항로를 잘못 잡아 얼음에 갇힙니다. 그러던 것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배가 발견되어 탐사대가 찾아가죠. 그리곤 얼어 있던 시체들을 일으켜 사진을 찍고... 그러니까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를 보던 제임스 테일러는 '사진기가 발견되기 전에 죽었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는 느낌과 함께 이 노래를 작곡합니다.

 

비록 다큐에선 시체를 일으켜 사진을 찍는 정도지만, 'The Frozen Man'의 가사에선 윌리엄 제임스 맥피라는 선원이 되살아납니다. 하지만 그에게 이 현대 사회는 아내도 아이들도 이미 없는 쓸쓸한 곳일 뿐입니다. 되살아난 기쁨의 노래는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테일러도 노래를 시작할 때 가사의 마지막 부분인 Lord have mercy on the frozen man'을 먼저 말하고 노래를 시작하죠.

 

이날의 가장 큰 뉴스는 NLL 대화록의 발견입니다. 그럼 클로징 멘트에 나오는 '사후에도 편치 않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매우 분명해집니다.

 

P.S. 참고로 이 곡은 2009년 11월19일 손석희 MC의 '백분토론' 마지막 방송 때 퇴장곡으로도 사용됐습니다. 본인에게 매우 의미 있는 곡인 듯 합니다. 참고하실 분은 아래 블로그 글을.

http://blog.naver.com/unisite?Redirect=Log&logNo=120060429558

 

 

 

103

 

적어도 토요일까지는 높은 하늘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일(4)은 부담없는 금요일입니다. 내일도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Sky Walker' - Isao Sasaki

 

 

 

하늘이 열린 날, 맑은 하늘 아래.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선곡입니다.

 

 

 

 

104

 

뉴스9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주말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Jason Mraz ’93 Million Miles’

 

 

 

유명한 제이슨 므라즈의 유명한 노래. 60대 무명 기타리스트와 함께 변기를 고치며 만든 노래라는 뒷얘기도 있는데 뭐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고...^^

 

아무튼 930만마일은 약 1억4900만 Km, 즉 1AU입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죠. 그 어마어마한 우주의 사이즈에 비해 보면 지구 어디에 살든 우리는 집에 있다는 코스모폴리탄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는 노래입니다.

 

특별히 10월4일의 뉴스와 관련지을 이유는 없고, 굳이 연결하자면, 요즘 대개 그렇지만 이날도 참 답답한 뉴스가 많았다는 점 정도. 거기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아버지는 내게 말하셨지. 아들아. 인생은 어둡게 보인단다.

하지만 빛이 없는 시간도 존재의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

알아둬라. 너는 혼자가 아니란 걸.

넌 언제든 집에 돌아올 수 있다는 걸.

 

He told me, Son sometime it may seem dark,
But the absence of the light is a necessary part.
Just know,
you’re never alone,
You can always come back home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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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가을의 중심. 가장 풍요로운 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루 늦었습니다만, 아무튼 10월의 권장 소비 문화 행사를 정리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문화 소비는 '10만원 가이드'와 함께~~

 

 

 

 

10만원으로 즐기는 10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올해가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란 얘기는 이미 여러 번 해서 지겨울거야. 그래서 국내외에서 수많은 공연이 있었는데, 아마도 올해 한국에서 무대에 올려졌던 오페라 중에 지금부터 얘기할 공연만큼 의미 있는 무대는 없을 것 같아.

 

10 1, 3, 5일 예술의전당에서 올리는 파르지팔(Parsifal)’이야.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인 파르지팔은 아서왕 휘하 원탁의 기사 중 성배를 발견하는 기사 퍼시벌Perciva의 이야기를 모태로 하고 있어. 퍼시벌의 독일어식 표기가 파르지팔이지. 그리고 이 파르지팔은 이미 바그너의 초기작 로엔그린에서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의 아버지로 나와. 

 

아무튼 , 드디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페이지를 열었다가 헉 하고 놀랐어. 이 오페라의 주역인 구르네만츠 역으로 연광철 선생이 나온다는 거야.

 

참고로 바그너 오페라의 주역을 꿈꾸는 가수에게 최고의 무대는 잘 알려진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이야. ‘파르지팔도 바이로이트에선 거의 매년 공연되지. 그런데 연광철 선생은 거기서 5년 연속으로 구르네만츠 역을 맡았거든. 이건 한마디로 굴지의 바그네리안인 동시에 세계 최고의 베이스 가수로 인정받았단 뜻이야.

 

여기다 지휘를 맡은 로타 차그로젝(Rotha Zagrosek)도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음악감독을 역임한 바그너 전문 지휘자야. 또 악한 마법사 크링졸 역을 맡은 몇해 전 국내 음악회에서 본 바리톤 양준모도 미래가 촉망되는 성악가지. 한마디로 흥분되는 무대야.

 

 

당연히 아쉬운 건 가격인데, 오페라하우스 3 B석에 5만원 정도는 투자할만한 생각해. 경쟁 상대라면 1015일 신영옥이 질다 역을 맡는 리골레토가 있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이미 질다 역으로 재능을 인정받은 신영옥이니 누가 토를 달 수 없는 훌륭한 공연이겠지.

 

그런데 이 공연은 무대 장치 없이 콘서트 홀에서 약식으로 공연이 진행되는 콘체르탄테(concertante). 반면 파르지팔은 제대로 무대와 의상을 갖추고 하는 정식 공연이지. 비슷한 가격이라면, 이번엔 파르지팔을 권하고 싶어. , 물론 무조건 바그너 보다 베르디가 좋다는 사람은 취향을 따라야겠지.

 

 

 

다음은 전시. 지난 달에 로버트 카파전을 소개했으니 이번 달에는 라이프 사진전이야. TV나 영화의 위력이 요즘같지 않던 시절, 사진 저널리즘의 최고봉이었던 라이프(LIFE)’ 지는 지금까지도 그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잊혀지지 않고 있어.

 

이번 전시는 ‘people’ ‘moments’ ‘It’s life’라는 3개 섹션을 통해 1936~1972년 사이에 촬영된 140여점의 사진이 전시돼. 특히 관심을 끄는 건 ‘people’ 섹션이야. 윈스턴 처칠-아돌프 히틀러, 무하마드 알리-조 프레이저에서 김구-이승만까지 라이프의 앵글에 잡힌 20세기 대표 인물들의 모습이 자못 기대돼. 1125일까지. 12천원.

 

 

 

국립극장에선 9월부터 하반기 완창 판소리 공연이 재개됐어. 1019, 최승희 명창이 정정렬제 춘향가를 완창해. 지난 3월에 우리 나이로 여든인 성창순 명창의 심청가를 듣고 홀딱 반했는데, 올해 희수(喜壽)인 최승희 명창도 그 못잖은 관록을 보여 주실 거야. 워낙 고령이시니 따님인 모보경 명창을 비롯한 네 제자들이 분창자로 나와. 2만원.

 

 

 

최근 이 모 국회의원 사건과 주사파 논란을 보면서 존 르 카레의 영원한 친구라는 소설이 생각났어. 유럽에서도 한때 학생운동이 뜨거울 때가 있었지. 하지만 이상주의적 좌파였던 학생들은 나이를 먹어 가며 동서 양대 진영의 현실 정치 세력에 의해 도구가 되어 있는 자신들을 발견해. 그리고 세월이 흘러 소련과 동구가 몰락한 뒤, 이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 그로부터 꽤 긴 세월이 지난 어느날, ‘현장이 다시 이들을 찾아와.

 

이 소설의 결말과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그리 비슷하지는 않아. 단지 세상은 쑥쑥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여전히 젊은 날의 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게 공통점이랄까. 고전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러시아 하우스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그 뒤로 존 르 카레의 관심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아. 대략 12천원 정도.

 

마지막으로 놓치지 말고 지켜봐야 할 것이 간송미술관의 가을 개관이야. 매년 5월과 10월에만 꼭 보름씩 보물창고를 여는 독특한 진행인데, 그런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사진으로나 봐야 할 명품들이 나와. 게다가 이 전시는 공짜.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이번에도 10월 중에는 개관을 할 테니 다들 개관 소식을 기다려 봐.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 B    5만원

라이프 사진전                  12천원

최승희, 정정렬제 춘향가 완창    2만원

존 르 카레, ‘영원한 친구        12천원

간송미술관 가을 개관 전시       무료

 

합계 94천원

 

 

 

 

아시는 분들은 이미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베이스바리톤 연광철은 한국 음악계의 진정한 국보입니다. 실제로 해외에서 평가하는 한국 성악계의 최대 강점은 베이스에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쓸만한 강속구 투수가 없을 때 '어디 쿠바에서 배 타고 누가 도망 안 나오나' 하듯, 유럽 오페라 관계자들은 '소프라노는 발트해 연안에서, 베이스는 한국에서'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병운, 연광철, 전승현(아틸라 전) 등 스타들이 줄줄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현재 최고의 명성을 가진 스타는 바로 연광철.

 

일단 몸풀기 영상부터.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라이문도 역을 맡았습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와의 듀엣.

 

 

 

워낙 바그너 전문 가수로 잘 알려져 있어서 이탈리아 오페라에 출연한 모습은 저도 처음 봤습니다. 아무튼 가볍게 감상.

 

다음은 독일계 성악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슈베르트 가곡.

 

 

 

'겨울나그네' 중의 '밤 인사'입니다.

 

자, 다음은 대망의 '파르지팔'.

 

 

'파르지팔'은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입니다.

 

당연히 표면적인 주인공은 파르지팔 역의 테너지만, 바그너 오페라가 대개 그렇듯 테너의 역할은 사실 별게 없습니다. 전체 등장인물 중 맨 처음 무대에 오르는 기사 구르네만츠가 실질적인 주인공이죠.

 

그런데 연광철은 현역 최고의 구르네만츠로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의 '파르지팔'에서 5년 연속 구르네만츠 역을 맡았다면 뭐 더 할 말이 없는 거죠.

 

2012년 바이로이트에서는 성배수호자인 왕 암포르타스의 부하인 구르네만츠와 그 시종들에게 모두 천사 날개를 달았습니다. 12분30초 쯤 보시면 구르네만츠가 등장합니다.

 

 

아무튼 뭐 이 정도로 해 두겠습니다.

 

(참고로 '파르지팔'의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성 금요일의 음악'은 아주 오래 전 MBC 뉴스 타이틀 음악으로 쓰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라이벌이던 TBC 뉴스는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팡파레를 타이틀로 썼죠.^^)

 

 

신영옥이야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습니다만.

 

 

 

포레의 '월광'입니다. 아름답습니다.

 

이상하게도 신영옥이 질다 역을 맡은 영상은 유튜브에서 발견할 수가 없군요. 아무튼 맑고 투명한 소리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라노입니다.

 

 

 

 

 

존 르 카레의 '영원한 친구'는 사실 끝까지 읽고 나면 좀 허탈할 수도 있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1970년대, 80년대의 이념을 21세기에 적용한다는 건 결국 이렇게 끝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마무리이기도 합니다.

 

(위 사진은 '영원한 친구'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그룹 폭시 사진. 이 친구들은 요즘 어디가서 뭘 하는지...^^)

 

 

 

 

끝으로 간송 가을 전시는 13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간송미술관 정도 되는 소장품을 가진 미술관이 아직 공식 홍페이지도, 전시 안내도, 이번 전시의 주제에 대한 발표도 없다는 건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매번 전시를 할 때면 이런 국보급 문화재들을 가산을 털어 마련한 간송 전형필 선생의 업적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지만, 그 전시 방식이나 미술관의 운영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제가 알지 못합니다만, 언젠가는 좀 개선되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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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싱어2]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히든싱어 시즌2가 오는 10월12일 돌아옵니다.

 

이미 시즌1의 성공적인 방송을 통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프로그램이지만 벌써부터 다양한 수단을 통해 히든싱어2가 시즌1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을 이루고 있는 건 다양한 이벤트입니다. (저 아래, 마지막 동영상을 보시면 그 이벤트의 성공을 위해 제작진 혹은 마케팅 스태프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고 있는지 아실 수 있습니다.^^)

 

이달 초,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대형 극장 이벤트가 그 시작입니다.

 

사실 이 이벤트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아직도 상품이 - 치킨 500마리가 걸려 있습니다. 지금부터 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3000명이 들어 찬 대극장에서 정답을 발표했을 때 울려퍼지던 '우와'하는 함성은 지금도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이 극장용 듣기평가 이벤트는 10월1일 오후 2시30분, 히든싱어 시즌2 제작발표회장에서 마지막으로 상영된 뒤 정답이 공개됩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금이라도 막차로 지원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그 다음은 히든 콜택시 이벤트입니다.

 

'히든싱어 2'에 출연하시고 싶은 분들을 직접 찾아가 진행하는 이벤트. 번호를 눌러 신청하시면 택시가 여러분의 댁으로 찾아갑니다.

 

6일까지 운행합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어떤 거냐면,

 

 

 

짧아서 아쉬우시죠? 풀 버전으로 보시면 조금 더 자세합니다.

 

짧은 시간 사이에 10만명 넘게 이 영상을 보셨습니다.

 

저는 조용필 모창자가 가장 인상적...^^

 

 

 

 

사실 히든 콜택시라는 새로운 서비스(이벤트^^)를 준비하면서 걱정도 많았습니다.

 

이게 택시로 오해받으면 어쩌나, 대뜸 타고 "부산 가자"고 하시면 어쩌나, 노래가 잘 녹음이 안 되면 어쩌나, 노래하기가 혹 불편하지는 않은가...

 

그래서 결론은,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기 전에 직접 타 봤습니다.

 

그 영상입니다.^^

 

(아는 사람이 나와도 너무 놀라진 마시길...)

 

 

 

아....

히든콜택시의 뒷좌석은 아이패드를 통해 태진 노래방 홈페이지를 접속, 노래를 고르고 부르는 방식입니다. 기존 노래방과 큰 차이 없습니다.

다만 노래방 시트(?)가 다소 덜컹거리고 간혹 급정거 비슷하게 하는 경우, 그리고 차선 변경을 하는 경우가 있어 미리 예측하지 못하면 노래하다 당황할 수가 있습니다.

어쨌든 사회자(운전자^^)의 평가에 따라 우수 모창자로 선발되시면 DR.DRE의 고급 헤드폰을 선물로 드립니다. (물론 선발되지 못한 분들에게도 기본 선물이 있죠.)

10월 6일까지입니다. 아직 시간 있습니다. 지원하십쇼.^^

그리고는,

감기때문에 목 상태가 좀 별로였다는 핑계.

 

그리고 뭐... 택시 뒷좌석에서 노래한다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는 핑계.

 

뭐 그런 등등.

 

아무튼 그래서 저는 본편에는 출연하지 못하게 됐더라는 얘깁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히든싱어 시즌2,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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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1주가 지났습니다.

첫주 손석희 앵커가 JTBC '뉴스9'을 진행하면서 들려 드린 클로징 음악이 화제를 뿌렸습니다. 물론 거기에 대해서도 정리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2주째. 9월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흘러나온 엔딩 음악을 소개합니다.

확실히 첫주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넓어졌습니다.

 

 

 

 

923일 클로징 멘트:

증세를 해도 공약의 후퇴, 증세를 안해도 공약의 후퇴 가능성. 이런 경우를 말그대로 진퇴양난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늘(23) 뉴스9,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내일도 저희들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Beatles Recovered Band ‘When I’m sixty-four’.

당연히 비틀즈의 곡입니다.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수록곡.

단지 저작권 사용에 대단히 민감한 비틀즈이기 때문에 카피 곡을 선곡하신 듯.

여기선 뭐 그냥 원곡으로 들으시겠습니다.

 

 

 

당장 귀에 확 들리는 가사는 이렇습니다.

나를 계속 필요로 할 건가요?

나를 계속 부양할 건가요?

내가 예순 네 살이 되어도?

Will you still need me,/ Will you still feed me/ When I’m Sixty-four

 

사실 국내 노인복지의 시작은 거의 대부분 65세부터 자격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예순 넷이나 예순 다섯이나(이건 아니구나), 아무튼 복지에 민감한 나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Will you still feed me는 딱 걸렸단 느낌. 

 

 

9 24일 클로징 멘트:

 

시청자 여러분, 오늘(24)도 끝까지 시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저희들이 추구한 것은 '한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였습니다. 내일도 그렇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James Taylor, ‘That lonesome road’

 

 

 제임스 테일러는 밥 딜런과 함께 손사장이 가장 좋아하시는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리로 향하는 길의 외로움을 노래한 'That lonesome road'는 성가풍의 멜로디와 코러스 때문에 'You raise me up'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당연히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니 외롭고 고될 수 밖에요. 지금 JTBC 뉴스가 걷고 있는 길처럼.

 

 

내가 가던 길을 멈추고 한두번 말을 들었더라면

내가 떠드는 대신 입을 다물고 눈을 크게 떴더라면

내가 머리는 차게 식히는 대신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더라면

나는 오늘밤 이 길을 가고 있는 신세를 면할 수 있었을텐데.

If I had stopped to listen once or twice/

If I had closed my mouth and opened my eyes

If I had cooled my head and warmed my heart

I’d not be on this road tonight

모두 가정법 과거완료, 즉,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후회라는 게 가슴아픈 가사... 

 

 

925일 클로징 멘트:

 

복지공약 후퇴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면서 내일(26) 대통령 주재의 국무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뉴스9을 여기서 마칩니다. 내일도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엘튼 존, Sorry Seems to be a hardest word

 

 

복지공약 후퇴를 말한 박대통령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죠.

(물론 26일부터 사과에 나섰죠. 이 노래는 25일까지의 상황을 대변하는 겁니다.)

정말 미안한다는 말 듣기가 어려웠죠. 문득 이 가사가 떠오릅니다.

 

It's sad, so sad/ It's a sad, sad situation/

And it's getting more and more absurd

이건 정말, 정말로 슬픈 상황이야. 그리고 점점 어처구니없어져 가고 있어.^^

....

 

 

926일 클로징 멘트:

 

오늘(26)부터 날씨가 부쩍 선선해졌습니다.

감기 피하시고 가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뉴스 9을 여기서 마칩니다.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내일도 저희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서 버스커버스커의가을 밤이 흘러나왔습니다. 첫번째 국내 곡이자 연주곡입니다. 가슴이 저며옵니다.

뭐하세요. 가을을 느끼자는데. 가사 같은 건 필요 없잖아요.

 

 

 

9월27일 클로징 멘트:

 

오늘(27일)밤 밤샘토론 예고를 좀 해드리겠습니다.

JTBC에서는 매달 마지막 금요일 밤에 신예리 국제부장 사회로 밤샘토론을 합니다. 우리 사회 가장 뜨거운 이슈를 밤 12시 반부터 새벽까지 툭 터놓고 뜨겁게 토론할 예정입니다.

오늘 주제는 '꽉 막힌 정국, 누구 책임인가' 입니다. 토론으로 불금되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Junip, 'Line of Fire'

 

 

영화 'In the line of fire'에서처럼 line of fire는 총알이 날아가는 사선(射線)을 의미합니다. 또한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는 최전방을 가리키기도 하죠. 그리고 치열하게 논쟁이 오가는 토론은 흔히 사선으로 비교되곤 합니다.

 

CNN의 유명한 토론 프로그램 제목도 'CROSSFIRE(십자포화)' 였죠. 이번 선곡은 토론 프로그램 'JTBC 밤샘토론'을 위한 응원곡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네 주위에 네 편은 아무도 없어

아무도 네 말을 이해하지 못해

네가 부르는 소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아.

 

No one else around you
no one to understand you
no one to hear your calls

이런 토론이 되면 안 될텐데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또 한주가 흘렀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월요일에 만나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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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뉴스9 엔딩 음악]

웬만한 예능보다 열기가 뜨겁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얘깁니다. 심지어 뉴스 끝날 때 나오는 엔딩 곡들까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뉴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했습니다. "뉴스가 뭐 뉴스지, 새로울게 뭐 있누. 특종이나 나오면 몰라도..."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종 없이도 새로운 뉴스가 어떤 것인지.

 

말로만 하던 심층성, 그러니까 '깊이 있는 분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지상파 뉴스의 불문율은 '1분30초'입니다. 1분30초 짜리 뉴스들을 길게 길게 붙인 것이 기본 포맷이죠. 이 길이가 넘어가면 시청자들이 지루해 한다는 것이 원칙처럼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JTBC 뉴스는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죠.

 

뭐 사실 이런 얘기를 길게 하려던 건 아닙니다. 새로운 뉴스이다 보니 새로운 시도가 많은데 그중 눈에 띄는 건 뉴스에 깔리는 '엔딩 뮤직' 입니다. 방송사 메인 뉴스의 마지막 부분에 노래가 깔리는 건 지금껏 볼 수 없던 현상이죠.

 

손석희의 '뉴스9'이 방송 첫주에 흘려 보낸 다섯 곡의 노래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참고로 선곡은 모두 직접 하셨습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 깊어 보이는 건 2013년 9월16일, 손석희 앵커가 처음으로 뉴스를 진행한 날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입니다. 필 콜린스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을 선곡했죠. 물론 손 앵커 본인의 선곡입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밥 딜런의 원곡을 리메이크 한 것. 이 곡은 밥 딜런의 노래 가운데서도 손꼽힐 정도로 많이 리메이크된 곡입니다.

 

 

 

 

잠시 가사 보겠습니다.

 

사람들아 모여라, 지금 어디에 휩쓸려 다니든.

그리고 당신들이 키워낸 물결을 받아들여라,

얼른, 뼛속까지 젖도록.

그럴 만한 때라고 생각되거든, 흐름을 타고 헤엄쳐라.

아니면 돌처럼 가라앉을테니.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니까.

 

Come gather 'round people
Wherever you roam
And admit that the waters
Around you have grown
And accept it that soon
You'll be drenched to the bone.
If your time to you
Is worth savin'
Then you better start swimmin'
Or you'll sink like a stone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필자들이여, 비평가들이여, 오라.

그대들은 펜으로 예언하는 사람들.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라.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니.

그리고 너무 일찍 입을 열지 말라, 바퀴는 아직 돌고 있으니.

그리고 누구라고 아직 이름붙여 부르지 말라.

왜냐하면 지금의 패자가 나중의 승자가 될테니.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니까.


Come writers and critics
Who prophesize with your pen
And keep your eyes wide
The chance won't come again
And don't speak too soon
For the wheel's still in spin
And there's no tellin' who
That it's namin'.
For the loser now
Will be later to win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상원과 하원의원들이여, 오라

부름에 귀 기울이라.

문 앞에 서지 말고, 회당을 막지 말라.

왜냐하면 주저하는 자들이 곧 상처입는 자가 되리니.

밖에선 전쟁이 점점 더 뜨거워 가고

곧 당신들의 창을 흔들고 벽을 두들길테니.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니까.


Come senators, congressmen
Please heed the call
Don't stand in the doorway
Don't block up the hall
For he that gets hurt
Will be he who has stalled
There's a battle outside
And it is ragin'.
It'll soon shake your windows
And rattle your walls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이 땅의 어머니와 아버지들, 모두 오라

그리고 당신들이 이해하지 못할 뿐인 것을 비난하지 말라.

이미 당신의 아들딸들은 슬하를 떠났고,

당신들의 길은 빠르게 옛 것이 되어 간다.

도와줄 생각이 없다면 새 길에선 벗어나 주길.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니까.


Come mothers and fathers
Throughout the land
And don't criticize
What you can't understand
Your sons and your daughters
Are beyond your command
Your old road is
Rapidly agin'.
Please get out of the new one
If you can't lend your hand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그어진 선, 던져진 저주.

지금 느린 자가 나중엔 빠른 자가 될지어다,

지금의 현재가 나중엔 과거가 되듯이.

지금의 질서는 빠르게 낡아 가고

지금의 1등인 것이 나중의 꼴찌가 되듯이.

왜냐하면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니까.


The line it is drawn
The curse it is cast
The slow one now
Will later be fast
As the present now
Will later be past
The order is
Rapidly fadin'.
And the first one now
Will later be last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공교롭게도 이 노래는 1984년 1월24일, IBM에 대항해 매킨토시를 내놓은 '젊은 사업가' 스티브 잡스가 프리젠테이션에 앞서 틀었던 노래입니다. 월터 아이잭슨이 쓴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에 있는 내용을 잠시 보시겠습니다.

 

- 애플의 회장인 잡스가 제일 먼저 무대에 올라 주주총회 개회를 선언했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밥 딜런의 20년 전 노래 가사를 음미하면서 주주총회를 시작할까 합니다." 그는 살짝 미소 지은 뒤 앞에 있는 원고에 간간이 시선을 던지며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의 2절 가사를 읊었다. 잡스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노랫말은 이렇게 끝났다. '지금의 패자는 훗날 승자가 되리.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니' 이 노래는 무대에 선 백만장자 회장으로 하여금 반문화적인 자아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찬가였다. (후략) -

 

애플이 매킨토시를 내놓을 당시, 전 세계의 컴퓨터 시장은 IBM의 차지였습니다. 애플이란 회사의 존재감은 없었죠. 그것을 뒤엎은 신호탄이 잘 아시는, 조지 오웰의 1984를 패러디한 애플의 광고였습니다.

 

 

 

 

이 맥락을 살펴 보시면 지금 JTBC의 뉴스가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 이 노래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굳이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

 

밥 딜런의 원곡도 한번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17일, 이어진 노래는 America의 'My Back Pages'입니다.

불행히도 이 노래를 America가 부른 버전은 유튜브에 없더군요.

그래서 원곡을 소개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이 노래도 원곡은 밥 딜런의 노래입니다.

 

 

 

 

가사 내용은 좀 더 심오합니다만^^

주제를 요약하면 젊어서 너무 쉽게 판단했던 일들에 대한 후회. Ah, but I was so much older then, I'm younger than that now 라는 후렴구가 귀에 걸립니다.

어떻게 하면 '그때' 보다 더 젊어질 수 있을까요?

 

 

 

 

18일, Adele의 'Make You Feel My Love' 입니다.

"달은 밝다지만 생활고를 비관해 세상을 뜨는 사람들의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고향에 계시든, 타지에 계시든 따뜻한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엔딩 멘트에 이어졌습니다. 이 노래도 밥 딜런의 원곡을 아델이 리메이크 한 것입니다.

 

 

 

 

 

Go to the ends of the Earth for you
To make you feel my love 
To make you feel my love...

 

가사에서도 따뜻한 느낌이 흐릅니다. 원곡은 굳이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밥 딜런과 프린스의 공통점은 리메이크할수록 듣기 좋아진다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19일, 추석인 목요일 밤의 엔딩 곡입니다. Toploader의 'Dancing in the Moonlight'.

 

 

 

처음으로 밥 딜런의 원곡이 아닌 곡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추석날, 축제 분위기를 북돋기 위해선 활기찬 선곡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밥 딜런의 노래 중에도 'Moonlight'이란 노래가 있습니다만, 가사는 좀 어둡습니다. Dancing in the Moonlight의 원곡은 1973년,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King Harvest라는 밴드가 불렀습니다.

 

제 느낌으론 이 원곡이 Toploader의 노래 보다 흥겹군요.^^

 

 

 

 

20일의 엔딩 곡.

고정 패턴은 없습니다. 이번엔 ABBA의 'When All Is Said And Done'입니다.

 

제목의 When All Is Said And Done'은 성경에 나오는 관용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약 미카서 4장 1절에 나오는 'But when all is said and done, God's Temple on the mountain, Firmly fixed, will dominate all mountains, towering above surrounding hills. People will stream to it'을 한국 성서는 "마지막 때에 주님의 집이 서 있는 산은 산들 가운데에서 가장 높이 세워지고 언덕들보다 높이 솟아오르리라. 백성들이 이리로 밀려들고..." 로 번역합니다.

 

'When all is said and done' 은 글자 그대로 '모든 것이 끝난 뒤' 라는 뜻입니다.

 

 

 

교차로에 섰지만 이젠 뛰고 싶지 않아요.

모든 게 끝났으니 이젠 더 이상 급할 게 없으니까요.

 

Standing calmly at the crossroads,no desire to run

There's no hurry any more when all is said and done

 

이렇게 해서 JTBC '뉴스9'의 새로운 첫 주가 끝났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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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추석 특집 문화어 퀴즈 http://v.daum.net/link/50019161 의 정답 공개를 위한 페이지입니다. 앞 글의 문제를 푸시고 모바일에서 정답이 안 보인다는 분들을 위해 페이지를 늘렸습니다.

 

답 없이 일단 문제를 풀어 보실 분은 앞 페이지로 가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선 바로 답이 보입니다.^^ 뭐 그런데 가끔은 답이 바로 보이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아무튼 정답은 이렇습니다.

 

 

 

 

  

추석 특집 문화어 사전은 문화어 퀴즈로 이뤄집니다. 최신 트렌드에 밝은 분들이 정답을 맞출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기성 세대가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다양한 문제들이 있으니 온 가족이 함께 풀어 보시고 세대간에 공감을 넓혀 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영역 I. 다음 보기 중 밑줄 친 부분과 같은 뜻인 것을 고르시오.

 

1. 그 무렵이 전현무의 리즈 시절이지.

1)     아무도 모르던 무명 시절

2)     전성기

3)     막 유명해지기 직전

4)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암흑기

 

답 2) ‘리즈 시절은 그냥 전성기라는 뜻. 박지성의 맨유 진출 이후 팀 동료였던 앨런 스미스를놓고 벌어진 일부 영국 축구 마니아들의 잘난척에서 비롯된 말.

 

 

2. 철수: LG가 올핸 정말 잘 하는데?

 영희: DTD 몰라?

1)     꿈은 이뤄진다 (Dream, true dream)

2)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down)

3)     무리한 팀은 떨어진다(Double team dead)

4)     항상 두 팀은 두각을 보인다(Double team done)

 

답 2)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김재박 전 LG감독의 말. 이 말이 족쇄가 되어 LG 2003년 시즌 이후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반전.

 

3. 컨트롤 비트 다운 받았습니다

1)     내가 반격할 테니 이제 각오해라

2)     이제 조직은 내 쪽에 있다

3)     어떤 음악이든 편곡할 수 있으니 원곡을 달라

4)     힙합에 대해선 더 이상 묻지 마라

 

답 1) 최근 벌어진 힙합 아티스트 사이의 디스(DIS) 논쟁 때 다이나믹 듀오 멤버인 개코가 했다는 말. 서로 디스를 하면서 미국 래퍼 켄드릭 라마의 컨트롤(Control)’이란 곡을 이용했으므로, “이제 나도 공격을 할 테니 너희들은 다 죽었어라는 의미.

 

4. 여자들의 가장 강력한 적은 이제 LOL이야.

1) League of Legends

 2) Lots of Love

 3) Language of Lane

 4) Laughing out Loud

 

답 1)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는 왕년의 스타크래프트처럼 2013년 한국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최고 인기 게임. 한 인터넷 게시판에 남자친구가 lol 한다고 전화를 안 받고 문자로만 답해요라는 한탄에 다른 이용자가 , lol하는데 문자를 보낼 정도면 님을 정말 사랑하나봐요라는 답했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 요즘 젊은 층에선 lol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5. 어머, 쌍수 밖에

 1) 양 손

 2) 쌍꺼풀 수술

 3) 빈 손

 4) 천한 수법

 

답 2) ‘쌍수를 들어 환영을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 등장하는 쌍수쌍꺼풀 수술의 준말. ‘쌍수는 성형도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중고생들에게까지 보편화된 성형수술의 기본이다.

 

6. 덕중 덕은 양덕 이라니까.

 1) 서양 오타쿠

 2) 養德, 덕을 기름

 3) 서양 오리

 4) 게임과 만화를 모두 좋아하는 오타쿠

 

답 1) 서구인이면서 일본 만화나 게임에 중독 양상을 보이며, 그 애정을 코스프레로 표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특히 아시아인에 비해 코스프레의 수준이 높다. 그 최고봉은 영화 퍼시픽 림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라는 평.

 

7. 영희: 오빠 나 김태희 닮지 않았어?

   철수: 답정너냐?

1)     오오, 이게 진정 너의 모습이냐?

2)     이런 질문 좀 안 하면 안되냐?

3)     김태희가 누구야?

4)     너랑?

 

답 2)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라는 말의 줄임말. 특히 남녀관계에서 여자의 주도권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답정너냐고 묻는 것은 제발 그만 좀 하라는 뜻.

 

 

 

영역 II. 보기 중 빈칸 부분에 들어갈 말을 고르시오

 

1. 양갱이란 본래 고대 중국에서 ________()로 만들던 것이다.

1)     양고기

2)     양미리

3)     버드나무

4)     붉은 콩

 

답 1) 양갱(羊羹)이란 본래 양고기를 끓여 나오는 국물을 굳혀 만들던 것. 이것이 일본으로 전해지며 오늘날 팥이 들어간 과자가 됐다.

 

2. 갑을(甲乙)이란 20세기 이전엔 _____()란 뜻이었다.

1)     1등과 2

2)     어중이떠중이

3)     작년과 재작년

4)     급여를 미리 당겨 씀

 

답 1) 추사 김정희의 말 가운데 관악산의 샘물 맛이 두륜산과 비해 갑을을 논하기 어렵다(未知於頭輪甲乙何如)는 말이 나온다. 이때의 갑을은 누가 1등이고 누가 2등인지라는 뜻.

 

3. ‘유명세(有名稅)뒤에는 ______라는 동사만 올 수 있다.

1)     타다

2)     치르다

3)     즐기다

4)     먹다

 

답 2) 한자를 보다시피 유명세는 세금이다. 따라서 유명세는 유명해진 대가로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나쁜 점을 의미하는 말이며, ‘타다’ ‘즐기다등과는 함께 쓰일 수 없다.

 

4. 좀비(zombie)란 본래 _____에서 쓰던 종교용어다

1)     마니교

2)     조로아스터교

3)     부두교

4)     라마교

 

답 3) 부두교에서 주술에 걸려 움직이는 시체를 가리키던 말.

 

5. 여객기내에서 끓인 라면이 맛이 없는 건 ______ 때문이다

1)     화력

2)     기압

3)     승무원의 실력

4)     수질

 

답 2) 고공의 낮은 기압 때문에 물이 제 온도에 끓지 않아 맛이 없다. 항공사에서는 승객이 고산병에 걸리지 않도록 인공적으로 기압을 높이지만 그래도 지표보다는 꽤 낮은 0.8기압 정도다.

 

6. __________ ‘썰전은 가장 완벽한 TV 프로그램 입니다

1)     단언컨데

2)     단언컨대

3)     단연컨데

4)     단연컨대

 

답 2) 맞춤법 테스트. ‘단언컨대가 맞다.

 

 

7. “잠깐만요, 보라언니 이에서 시금치 ___________”

(주의: 문법적으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

1)     빼시고 갈게요

2)     빼고 가실게요

3)     빼시고 가실게요

4)     제거하고 가실게요

 

답 1) 최근 국립국어원이 개그콘서트제작진에게 뿜 엔터테인먼트코너의 유행어 가실게요가 틀린 표현이라고 지적해 화제가 됐다. 주체 높임형 선어말 어미 '-'와 약속형 종결어미 '-ㄹ게'가 함께 쓰이면 안 된다는 것.

 

 

영역 III) _______안에 들어갈 수 없는 말을 고르시오.

 

1. 철수: 그 여자 참 예쁘지?

기영: 그러네. ________라고 할 수 있지.

1)이얼사 2) 볼매 3) 걸조 4) 흔녀

 

답 4) ‘이얼사는 이기적인 얼굴 사이즈, ‘볼매는 볼수록 매력있는 얼굴’, ‘걸조걸어다니는 조각’, ‘흔녀는 그냥 흔한 여자(훈녀와 착각 금지). 따라서 4.

 

2. 나 현찰이 없는데 혹시 ____()로 내면 안돼?

1)문상 2) 백상 3) 도상 4) 겸상

 

답 4) 1~3은 각각 문화상품권, 백화점상품권, 도서상품권

 

3. 조선시대 왕의 실명은 드라마 __________ 에서 찾아볼 수 있다.

 1) ‘뿌리깊은 나무의 이도

 2) ‘장옥정의 이순

 3) ‘이산의 이산

 4) ‘해를 품은 달의 이훤

 

답 4) 1~3은 각각 세종, 숙종, 정조의 실명. 조선시대에 이훤이란 왕은 없었음.

 

4. 반인반수는 __________ 같은 가상의 생물을 말한다.

 1) 켄타우로스

 2) 최강치

 3) 이누야샤

 4) 그리폰

 

답 4) 어쨌든 반인이려면 사람 형상을 해야 함. 그리폰은 사자, , 독수리, 독사가 혼합된 신화 속 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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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집, 당신은 얼마나 문화인일까 맞춰 보는 코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인은 일반적인 문화적 소양에 근거하지 않습니다. 다만 얼마나 최신 문화 정보에 익숙하고, 세대를 뛰어 넘은 대화를 할 만한 자격이 있나 살펴보고자 하는 퀴즈입니다.

 

뭐 웃자고 풀어 보는 퀴즈이니 죽자고 달려들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정답은 각 문제의 아랫 부분을 마우스로 긁으면 나옵니다.

(모바일 버전에서는 곤란할수도. 모바일에서 풀어 보시고 PC에서 정답을 확인하세요.

혹시 잘 안 보이시는 분들은 정답 페이지 http://v.daum.net/link/50019484 참조.)

 

 

그럼 시작합니다.

 

 

 

 

추석 특집 문화어 사전은 문화어 퀴즈로 이뤄집니다. 최신 트렌드에 밝은 분들이 정답을 맞출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기성 세대가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다양한 문제들이 있으니 온 가족이 함께 풀어 보시고 세대간에 공감을 넓혀 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영역 I. 다음 보기 중 밑줄 친 부분과 같은 뜻인 것을 고르시오.

 

1. 그 무렵이 전현무의 리즈 시절이지.

1)     아무도 모르던 무명 시절

2)     전성기

3)     막 유명해지기 직전

4)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암흑기

답 2) ‘리즈 시절은 그냥 전성기라는 뜻. 박지성의 맨유 진출 이후 팀 동료였던 앨런 스미스를놓고 벌어진 일부 영국 축구 마니아들의 잘난척에서 비롯된 말.

 

 

2. 철수: LG가 올핸 정말 잘 하는데?

 영희: DTD 몰라?

1)     꿈은 이뤄진다 (Dream, true dream)

2)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down)

3)     무리한 팀은 떨어진다(Double team dead)

4)     항상 두 팀은 두각을 보인다(Double team done)

답 2)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김재박 전 LG감독의 말. 이 말이 족쇄가 되어 LG 2003년 시즌 이후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반전.

 

3. 컨트롤 비트 다운 받았습니다

1)     내가 반격할 테니 이제 각오해라

2)     이제 조직은 내 쪽에 있다

3)     어떤 음악이든 편곡할 수 있으니 원곡을 달라

4)     힙합에 대해선 더 이상 묻지 마라

답 1) 최근 벌어진 힙합 아티스트 사이의 디스(DIS) 논쟁 때 다이나믹 듀오 멤버인 개코가 했다는 말. 서로 디스를 하면서 미국 래퍼 켄드릭 라마의 컨트롤(Control)’이란 곡을 이용했으므로, “이제 나도 공격을 할 테니 너희들은 다 죽었어라는 의미.

 

4. 여자들의 가장 강력한 적은 이제 LOL이야.

1) League of Legends

 2) Lots of Love

 3) Language of Lane

 4) Laughing out Loud

답 1)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는 왕년의 스타크래프트처럼 2013년 한국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최고 인기 게임. 한 인터넷 게시판에 남자친구가 lol 한다고 전화를 안 받고 문자로만 답해요라는 한탄에 다른 이용자가 , lol하는데 문자를 보낼 정도면 님을 정말 사랑하나봐요라는 답했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 요즘 젊은 층에선 lol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5. 어머, 쌍수 밖에

 1) 양 손

 2) 쌍꺼풀 수술

 3) 빈 손

 4) 천한 수법

답 2) ‘쌍수를 들어 환영을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 등장하는 쌍수쌍꺼풀 수술의 준말. ‘쌍수는 성형도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중고생들에게까지 보편화된 성형수술의 기본이다.

 

6. 덕중 덕은 양덕 이라니까.

 1) 서양 오타쿠

 2) 養德, 덕을 기름

 3) 서양 오리

 4) 게임과 만화를 모두 좋아하는 오타쿠

답 1) 서구인이면서 일본 만화나 게임에 중독 양상을 보이며, 그 애정을 코스프레로 표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특히 아시아인에 비해 코스프레의 수준이 높다. 그 최고봉은 영화 퍼시픽 림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라는 평.

 

7. 영희: 오빠 나 김태희 닮지 않았어?

   철수: 답정너냐?

1)     오오, 이게 진정 너의 모습이냐?

2)     이런 질문 좀 안 하면 안되냐?

3)     김태희가 누구야?

4)     너랑?

답 2)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라는 말의 줄임말. 특히 남녀관계에서 여자의 주도권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답정너냐고 묻는 것은 제발 그만 좀 하라는 뜻.

 

영역 II. 보기 중 빈칸 부분에 들어갈 말을 고르시오

 

1. 양갱이란 본래 고대 중국에서 ________()로 만들던 것이다.

1)     양고기

2)     양미리

3)     버드나무

4)     붉은 콩

답 1) 양갱(羊羹)이란 본래 양고기를 끓여 나오는 국물을 굳혀 만들던 것. 이것이 일본으로 전해지며 오늘날 팥이 들어간 과자가 됐다.

 

2. 갑을(甲乙)이란 20세기 이전엔 _____()란 뜻이었다.

1)     1등과 2

2)     어중이떠중이

3)     작년과 재작년

4)     급여를 미리 당겨 씀

답 1) 추사 김정희의 말 가운데 관악산의 샘물 맛이 두륜산과 비해 갑을을 논하기 어렵다(未知於頭輪甲乙何如)는 말이 나온다. 이때의 갑을은 누가 1등이고 누가 2등인지라는 뜻.

 

3. ‘유명세(有名稅)뒤에는 ______라는 동사만 올 수 있다.

1)     타다

2)     치르다

3)     즐기다

4)     먹다

답 2) 한자를 보다시피 유명세는 세금이다. 따라서 유명세는 유명해진 대가로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나쁜 점을 의미하는 말이며, ‘타다’ ‘즐기다등과는 함께 쓰일 수 없다.

 

4. 좀비(zombie)란 본래 _____에서 쓰던 종교용어다

1)     마니교

2)     조로아스터교

3)     부두교

4)     라마교

답3) 부두교에서 주술에 걸려 움직이는 시체를 가리키던 말.

 

5. 여객기내에서 끓인 라면이 맛이 없는 건 ______ 때문이다

1)     화력

2)     기압

3)     승무원의 실력

4)     수질

답 2) 고공의 낮은 기압 때문에 물이 제 온도에 끓지 않아 맛이 없다. 항공사에서는 승객이 고산병에 걸리지 않도록 인공적으로 기압을 높이지만 그래도 지표보다는 꽤 낮은 0.8기압 정도다.

 

6. __________ ‘썰전은 가장 완벽한 TV 프로그램 입니다

1)     단언컨데

2)     단언컨대

3)     단연컨데

4)     단연컨대

답 2) 맞춤법 테스트. ‘단언컨대가 맞다.

 

 

7. “잠깐만요, 보라언니 이에서 시금치 ___________”

(주의: 문법적으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

1)     빼시고 갈게요

2)     빼고 가실게요

3)     빼시고 가실게요

4)     제거하고 가실게요

답 1) 최근 국립국어원이 개그콘서트제작진에게 뿜 엔터테인먼트코너의 유행어 가실게요가 틀린 표현이라고 지적해 화제가 됐다. 주체 높임형 선어말 어미 '-'와 약속형 종결어미 '-ㄹ게'가 함께 쓰이면 안 된다는 것.

 

영역 III) _______안에 들어갈 수 없는 말을 고르시오.

 

1. 철수: 그 여자 참 예쁘지?

기영: 그러네. ________라고 할 수 있지.

1)이얼사 2) 볼매 3) 걸조 4) 흔녀

답 4) ‘이얼사는 이기적인 얼굴 사이즈, ‘볼매는 볼수록 매력있는 얼굴’, ‘걸조걸어다니는 조각’, ‘흔녀는 그냥 흔한 여자(훈녀와 착각 금지). 따라서 4.

 

2. 나 현찰이 없는데 혹시 ____()로 내면 안돼?

1)문상 2) 백상 3) 도상 4) 겸상

답 4) 1~3은 각각 문화상품권, 백화점상품권, 도서상품권

 

3. 조선시대 왕의 실명은 드라마 __________ 에서 찾아볼 수 있다.

 1) ‘뿌리깊은 나무의 이도

 2) ‘장옥정의 이순

 3) ‘이산의 이산

 4) ‘해를 품은 달의 이훤

답 4) 1~3은 각각 세종, 숙종, 정조의 실명. 조선시대에 이훤이란 왕은 없었음.

 

4. 반인반수는 __________ 같은 가상의 생물을 말한다.

 1) 켄타우로스

 2) 최강치

 3) 이누야샤

 4) 그리폰

답 4) 어쨌든 반인이려면 사람 형상을 해야 함. 그리폰은 사자, , 독수리, 독사가 혼합된 신화 속 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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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이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미 시사회를 거치면서 예견됐던 일이기도 합니다.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으로 시작하는 초 호화 캐스팅과 계유정난이라는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 그리고 과연 '관상이란 과연 운명을 지배하는 것인가'라는 흡인력 있는 주제가 관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결과입니다.

 

좋은 배우들의 열연은 '관상'의 가창 큰 힘입니다. 영화 초반은 송강호와 조정석의 착착 감기는 유머에 김혜수의 존재감이 영화를 풀어 갑니다. 후반은 잔혹무도한 수양대군(이 영화에서는 확실히 그렇습니다) 역을 맡은 이정재의 오만방자함이 힘을 발휘하죠. 이 배우들 보는 맛 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끌고 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려 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조금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네. '관상'이란 영화는 대체 '관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줄거리.

 

보는 즉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차린다는 관상의 대가 내경(송강호)은 처남 팽헌(조정석), 아들 진형(이종석)과 함께 어느 바닷가 시골에 묻혀 살다 도성의 유명한 기생 행수 연홍(김혜수)의 방문을 받습니다. 관상의 사업적 가치를 알고 있던 연홍이 내경의 소문을 듣고 한양으로 불러 올리려 한 것입니다.

 

비록 관상쟁이가 됐지만 내경과 진형은 모두 역모죄로 처단된 양반의 자손. 아버지가 관상 보는 것을 싫어하는 진형은 어쨌든 선비답게 글공부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역적의 자손이 출세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아는 내경은 이런 진형을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곡절 끝에 내경과 팽헌은 도성으로 향하고 진형은 절로 들어가 공부를 계속합니다.

 

도성에서 내경과 팽헌이 마주한 것은 세종이 승하하고 문종이 등극한 직후의 천하.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는 수양대군(이정재)과, 이에 맞서 문종-단종 부자를 보호하려는 김종서(백윤식)의 편으로 세상이 나뉘고 있는 사이 내경은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집안을 다시 일으켜 보려 합니다. (여기까지)

 

 

'관상'의 초반은 매우 활기차게 시작합니다. 15세기판 납뜩이 팽헌으로 변신한 조정석은 끊임없이 촉새 짓을 하고, 가끔씩 이를 눌러 주면서 오히려 웃음을 증폭시키는 송강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관객들을 쉽게 빨아들입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특히 내경이 김종서를 만난 뒤부터 이야기는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하고, 그 다음부터는 미리 놓인 철길을 따라 흘러가는 느낌을 줍니다. 역사의 갈 길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은 모든 관객이 알고 있지만, 영화 후반만 놓고 보면 내경은 존재감이 너무 미약해져 버립니다.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내경이 하는 생각이나 행동이 관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히 얘기하면 줄거리를 건드리기 때문에 이 정도만. 궁금하신 분들은 저 아래쪽을 읽어 보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살려내는 것은 단연 배우들의 힘입니다. 이름만 대도 대한민국이 다 아는 명배우들은 장면 장면마다 매력적인 커트를 내놓더군요. 특히 후반부, 한명회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신은 배우 김의성의 소름끼치는 표정과 함께 관객의 기억에 남을 만한 명장면을 만들어 냅니다. (문득 왕년 조니 뎁 주연 영화 '프롬 헬'에서 이안 홈의 눈동자 색이 바뀌던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그밖에도 관객을 사로잡는 요소들은 충분합니다. 치밀한 고증보다는 상상력의 소산이겠지만 조선시대 기방의 화려하고 방자한 모습이나, 황토빛이 도는 유려한 영상, 수양대군과 수하들의 공격적인 모습이 잘 드러난 야외 신 등에서의 미술은 보는 눈을 즐겁게 합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 정도면 추석 연휴를 앞둔 관객들에게 훌륭한 볼거리가 될 듯 합니다. 특히나 조정석, 이종석 팬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듯 합니다.

 

P.S. 개인적으로 영화 첫 부분에서 '아마데우스'가 떠올랐습니다.^^

 

P.S.2. 충분히 의도된 것이겠지만 이 영화 속 송강호의 얼굴은 참 윤두서 자화상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자, 기본적으로 여기까지.

 

더 아래로 내려가시는 분들은 줄거리에 노출되실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여기서 멈춰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2부 시작.

 

 

 

 

 

 

영화 '관상'은 누구나 결말을 다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전제는 '관상이라는 것이 있고, 그를 통해 사람의 운명을 꿰뚫어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 '관상'은 흘러가던 도중 갑자기 변화구를 시도합니다. 김종서를 만나고 죽음의 위협을 경험하기 전까지 내경은 백발백중의 귀신같은 실력을 발휘합니다. 처음 만난 연홍의 속내를 한눈에 꿰뚫고, 관상만 보고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고, 탐관오리를 적발해 내는 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도, 한명회의 경우엔 죽은 다음의 일까지 예측해 냅니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능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뚝 떨어져 버립니다. 이를테면 김종서가 호랑이의 길상을 가진 인물이란 것을 알아내지만, 그가 비명횡사하고 멸문을 당할 팔자라는 것은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수양대군이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성품이라는 것은 읽어 내지만 그가 왕위에 오를 팔자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정말 관상이라는 것을 제대로 읽는 것이 가능하다면 내경은 문종이 곧 죽을 것이라는 점, 단종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란 점, 또 김종서의 측근들은 모두 일찍 죽고 집안이 몰락할 것이라는 점, 반면 수양대군의 측근들은 모두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라는 점 등을 맞춰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비록 영화 속에서 죽은 여자의 경우처럼 '무병장수할 관상이라도 상대를 잘못 만나면 비명횡사 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지만, 그럼 양쪽 진영의 사람들이 함께 있어 길한 관상인지 흉한 관상인지 정도는 짚어 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내경은 "나는 파도만 바라보고 있었지, 바람을 보지 못했다.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라고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누구나 파도를 보고 바람을 읽습니다. 파도가 동쪽에서 치면 동풍이 불고 있다는 뜻이죠. 수양대군의 측근 신숙주가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이고, 김종서의 측근 황보인이 비명횡사할 팔자라면(물론 영화 속 내경은 이 자체를 읽어내지 못하지만) 어느 쪽이 승자가 될 운명인지는 너무 당연하게 읽혀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죠.

 

내경이 생명의 위협을 겪은 뒤에도 계속 관상쟁이 노릇을 하는 것은 첫째, 김종서의 부름이 있은 뒤 역적의 후손으로 망해버린 집안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둘째는 이름을 바꾸고 벼슬길에 들어선 아들 진형의 앞날에 대한 걱정 때문입니다. 비록 내경이 문종과 단종에게 충신 역할을 하지만 이건 당대의 세도가인 김종서 곁에서 보호를 받기 위한 것일 뿐, 그가 자진해서 문종이나 단종의 안위를 걱정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설정상 선량한 사람이긴 하지만 '자신과 아들 진형의 앞날을 위해' 편을 선택한 것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마지막까지 '김종서가 죽으면 우리 다 죽는다'며 수양대군의 김종서 살해 현장에서도 끝까지 김종서를 보호하려 합니다. 만약 그가 '누가 역사의 승자가 될 지'를 관상을 통해 읽어냈더라면 당연히 수양대군 쪽으로 편을 바꿨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그에게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경이 무능한 관상쟁이로 바뀌면서 영화는 점점 무거워지고 갈 길이 뻔해집니다. 내경이 더 이상 사람들의 얼굴에서 아무 것도 읽어내지 못하게 된 이상, 앞으로 보여질 내용들은 내경이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한 저주가 실현되는 과정 뿐입니다. (영화 초반, 내경은 진형에게 "벼슬길에 나가면 화를 당할 관상"이라고 했고, 처남 팽헌에게는 "성질을 못 이기면 신세 망칠 관상"라고 했죠.)

 

이런 주장에 대해 혹시 어떤 분들은 애당초 처음부터, 영화 '관상'이 생각한 관상의 힘은 한 사람의 '능력치와 성격'을 읽어 내는 것이지 '운명이나 미래'를 읽어 내는 것은 아니었다고 항변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볼만한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렇게 처음부터 '관상의 힘'을 제한된 것으로 설정해 놓고 들어갔다고 하면 내경의 능력이 갑자기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야기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을 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그 정도의 능력이라면 애당초 내경에게 역사를 바꿀 어떤 기회를 기대하는 것 조차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물 됨됨이를 파악하는 정도의 능력이라면 아무리 김종서가 신임한다 해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된 일들일 뿐입니다. 아울러 문종 앞에 선 내경이 "그 인물과 행동거지를 함께 보면 과거의 일 뿐만 아니라 미래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한 이야기가 매우 공허해지는 것이죠.

 

내경에게 진정 미래를 꿰뚫는 능력을 인정하되, '그럼에도 바꿀 수 없는 운명의 힘'을 보여주는 극적 장치를 좀 더 정교하게 보여주었더라면, 혹은 운명의 힘을 직감하면서도 그를 바꾸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할만한 동기를 내경에게 부여했더라면, '관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P.S.3. 이 영화에서 가장 와 닿는 말은 수양대군의 대사  "하지만 나는 이미 왕인데, 이제 와서 내가 왕이 될 관상이라고 하면 그걸 맞춘다고 할 수 있나?" 입니다.  이 세상의 가짜 예언자들과 아부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할까요. 결과적으로 "관상이란게 무슨 쓸모가 있어?"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수양대군은 왜 내경에게 계속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고 물어 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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