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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2025년에는 본 드라마도 많았지만, 마음에 드는 드라마도 많았다. 미드나 영드보다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 한 해 인듯. 주변에서도 미드/영드 추천을 많이 받지 못했다. <은중과 상연> 덕분에 <나의 눈부신 친구>가, 바카리즈무의 <핫스팟> 때문에 <브러시 업 라이프>가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인 듯.  

은중과 상연

극본 송혜진, 연출 조영민. 친구란 뭘까. '여자에게 오래된 남사친이란' 이란 질문의 답은 '내가 OK하면 바로 사귀는 사이가 될 수도 있지만, 사귄다고 남들 앞에 내놓기엔 부끄러운 남자' 일때만 가능하다는 주장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런 식의 논리를 '여자들 사이의 우정이란'에 대입하면 어떤 답이 나올까. '내게 만만한' 이나 '내게 도움이 되는' 외에 정말로 동등한 선에서 나란히 세상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우정이란 가능할까. 아니, 여자가 아니라 남자 사이에서는 가능할까. 아무튼 그런 우정, 그런 사랑, 그런 젊음을 설득력있게 그려낸 드라마. 결말 외에는 다 마음에 들었다.

 

파인

극본 강윤성 안승환, 연출 강윤성. 윤태호 원작 만화를 각색한 작품. 1970년대, 신안 보물선 탐사 당시 남아 있는 유물을 정부 몰래 찾기 위해 뛰어든 온갖 인간들의 행태를 그렸다. 지금 보기에 촌스럽기 짝이 없는 1970년대 목포 풍경이 그럴듯했고, 어중이 떠중이 다 모아놓은 듯한 패거리들의 치사한 행태가 쓴웃음을 자아냈다. 다만 연출에서 류승룡을 비롯한 패거리들의 살인 등 악행을 너무 가볍게 묘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연기 못하는 배우가 없는 출연진 가운데서 '복근이' 김진욱에게 특히 눈길이 갔고, 60년대 영화를 보면서 말투를 공부한 듯한 임수정도 확실한 변신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근처가 고향인 유노윤호의 사투리 연기도 발군. 

 

 

중증외상센터

극본 최태강, 연출 이도윤. 현직 의사인 한산이가 원작을 각색. 그렇다고 의학적 엄밀성, 의료계 현실반영 등등을 기대하면 큰일나는 판타지 드라마. 그저 시청자들은 국민 응급의 이국종 박사를 상상하며 사이다에 환성을 올렸고, 그거면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주지훈은 이제 버럭남으로 확실한 자리를 잡았고, 26세 추영우가 <옥씨부인전>에 이어 확실하게 차세대를 책임질 주인공으로 부각됐다. 개인적으로는 윤경호라는 배우의 이름을 처음 찾아본 작품.  (그런데 이 드라마의 제목이 중증의학센터가 아닌 것도 이번에 확인.)

 

 

폭싹 속았수다

극본 임상춘, 연출 김원석. 여기에 아이유 박보검 주연. 그야말로 국가대표 드라마답게 확실한 위력을 뽐냈다. 줄거리 모르는 사람 없을테니 생략. 애순이 아이유가 연기 잘했다 생략. 어쨌든 양관식 박보검은 이 지독한 순정남 연기로 국민 이상형의 자리를 굳혔고, 이미 다 떠 있는줄 알았던 염해란이 차세대 국민엄마의 자리를 넘볼 수 있게 올라왔는데, 뭐니뭐니해도 이 드라마의 최고 수혜자라면 '학씨' 최대훈을 빼놓을 수 없을 듯. 관식이 엄마 오민애와 학씨네 젊은 사모님 채서안도 빛을 발했다.

이 내용으로 글로벌 석권은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해외 반응도 꽤 있었던 듯? 하지만 2030에게는 거의 관심 밖의 드라마였다고도 한다. 외국보다 더 먼 젠Z의 세계...

(그런데 정말 정확하게 쓰기 어려운 제목. '폭삭 삭았수다'도, '폭싹 삭았수다'도 아니었다.)

 

 

서초동

극본 이승현, 연출 박승우. <중증외상센터>나 마찬가지로 현직 변호사 집필. 문유석 작가 이후로 '현직' 붐이 이는 모양이다. 변호사들 사이에서 은근히 '지금까지 나온 변호사 드라마들 중에서 리얼리티로는 최고'라고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물론 리얼해서 좋았다는 건 절대 아니고, 도시 한복판에서 만난 깍정이 변호사들이 '밥동무'라는 이름으로 서로 어울리며 도와 살아가는, 그런 청년 직업인들의 모습이 좋았다고 할까. 

 

루드비히 Ludwig

근래 짬짬이 본 드라마 중 최고는 역시 <Ludwig>. <루드비히>, <루드윅> 한글로는 어느 쪽으로 쓰는게 좋을지 애매하긴 하다. 시리즈의 전체 음악이 베토벤 작품의 변주라는 점에서 <루드비히>가 더 의도에 맞는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영국인인 주인공이 쓰는 필명은 <루드윅>이겠지.
(그런데 놀랍게도, 한글 제목은 <루드 비히: 퍼즐로 푸는 진실>이다. 아니 이 근본없는 띄어쓰기는 대체 뭔가...)
왠지 개인적으로 사회적 적응력이 떨어지는 천재 탐정 이야기에 집착하는 것 같다. <몽크>나 <엔데버>를 좋아했고, 사실 이런 탐정들의 조상은 셜록 홈즈라고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루터>도 반대 방향이긴 하지만 반 사회적 성격이긴 하네 ㅋ)
'루드윅'이란 필명으로 크로스워드 퍼즐을 만드는게 직업인 존 테일러는 어느날 형수 루시로부터 형 제임스(쌍둥이다)가 돌연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제임스의 직업은 수사반장.
 
 
당연한 수순으로, 존은 제임스 행세를 하면서 제임스가 사라진 이유를 추적하려 하는데, 그러려니 제임스가 맡았어야 할 사건 파일들이 그의 앞에 놓인다. 그런데 딱 보니 퍼즐이 풀리고 범인이 보이네. 그러니 말을 안 할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명탐정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
물론 천재다보니 사건을 어떻게 퍼즐화하는지 시청자는 그 뇌 속 알고리듬을 '당연히' 알 수 없는데, 그런 추리의 결과를 보여주는 장면이나 주위 사람들과의 티키타카가 아주 좋다. 주인공 데이빗 미첼은 로버트 웹이라는 동료와 코미디 듀오로 유명한 모양인데 이 작품에서 처음 봤다(문득 왕년의 사이먼 펙-닉 프로스트도 그립네).
아무튼 이런 풍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추. 왓챠 웨이브 티빙에 있는데, 누구든 좋은말 할때 빨리 시즌2를 내놓기 바란다.

 

아수라처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솜씨. 좋아하는 일본 배우들의 나이들어가는 모습이 빛났던 작품. 재미있었다. 문득 작년에 본 영화 <세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일본식의 자매 서사는 확실히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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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처럼, 순한 맛의 아수라장

1. 나이를 넘어 고혹적인 맏딸, 미야자와 리에. 둘쨋딸, 미인이지만 확 끌리지는 않는 둘째딸, 오노 마치코. 별 인기도 없고 남자와 인연도 별로 없는 셋째딸, 아오이 유우(이건 좀 캐스팅에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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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

유명한 게임이라는 건 일찍부터 듣고 있었다. 해본 사람들마다 게임이되 어지간한 드라마나 영화는 발라버릴만한 강력한 극성을 갖고 있다고들 했다. 마침내 드라마로 접했다. 감동했다. 

근미래의 아포칼립스가 된 미국. 좀비 비슷한 감염자들이 세상을 뒤덮은 가운데, 유일하게 그 감염병에 면역을 갖고 있는 소녀가 나타난다(그 소녀가 바로 <왕좌의 게임> 후반부에 "킹 인 더 노쓰!"를 외치던 바로 그 소녀라니). 그래서 주인공 페드로 파스칼은 온갖 역경을 극복하며, 저항군의 본부가 있는 중서부 깊숙히 소녀를 데리고 길을 간다. 파스칼은 <만달로리안>에 이어 어쩐지 '보호자 역에 특화된 배우'의 길을 가고 있는 듯. 어쨌든 긴 말이 필요없다. 시즌2가 시즌1에 비해 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데, 누구도 시즌1에 대해서는 트집잡을 구석이 없을 거라고 생각. 

 

 

재칼의 날

이 드라마를 보고 얼마 뒤, 지난 6월에 원작자 프레드릭 포사이스의 부음을 들었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작가라고 생각했던 사람. 사실 아직도 이 드라마 <재칼의 날>보다는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1973년작 영화 <재칼의 날>이 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드라마 <재칼의 날>에 나오는 가족 서사는 정말이지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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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칼의 날, '가족'이 과연 필요했을까

2025 첫 완주 드라마는 . Peacock 오리지널인데 한국에서는 웨이브를 통해 공개됐다. The Day of the Jackal. 한때 세계 최고의 작가라고 생각했던 프레드릭 포사이스 원작을 드라마로 만들었다. 소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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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오퍼

영화 사상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인 <대부>의 제작 과정을 그린 드라마.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물론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 스티브 맥퀸(응?), 알리 맥그로 등이 등장한다. 물론 주인공은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마일스 텔러가 연기하는 알버트 루디와 매튜 구드가 연기하는 로버트 에반스. 그밖에 역사의 뒤안길에 있었던 숨은 주역들이 주욱... 설명이 필요없다. <대부>를 사랑했던 사람들이라면 날밤을 새도 모자랄 작품.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누벨 바그>도 고다르가 영화 <네멋대로 해라>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라는데, 이런 작품들은 좀 더 많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

1. 다음 사항 중 4개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
- <호간의 영웅들>을 재미있게 본 적이 있는 사람(사실 영화 <파벨만스>에서도 잠시 언급된다. ㅎㅎ)
- <대탈주>에서 스티브 맥퀸의 오토바이 신을 기억하는 사람. 혹은 영화 <르망>을 본 사람.
- <러브 스토리> 주인공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
- <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인공들 이름을 아는 사람.
- <캬바레>의 라이자 미넬리 의상이 기억하는 사람, 혹은 <올 댓 재즈>를 본 사람.
-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누군가에게 대리수상하라고 시킨 배우를 아는 사람.
- 코폴라 와인을 호기심에 사 본 사람.
2. 다음 대사가 나오는 영화 장면이 3개 이상 떠오르는 사람.
-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네"
- "그분은 나쁜 소식은 빨리 듣고 싶어하죠."
-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배신자야."
- "내가 내 누이를 과부로 만들거 같아?"
- "카놀리 사 오는거 잊지 말아요."
- "흑인들에겐 마약을 팔아도 돼. 놈들은 영혼이 없으니까."
- "마이클 콜레오네, 악과 맞설수 있습니까?"
위 조건을 통과하신 분, 드라마 <디 오퍼>를 보십쇼. 인생 드라마가 될 겁니다. (그런데 왓챠에서만 볼수 있단게 문제...)

 

 

 

핫스팟

후지산이 보이는 일본 야마나시현 어느 호숫가의 작은 호텔. 이치카와 미카코가 이 호텔에서 일하는 싱글밤 키요미를 연기한다. 그 주변에는 세상에 대한 큰 야망이나 기대 없이 살아가는 소시민들뿐인데, 어느날 호텔에서 함께 일하는 선임 노총각 다카하시가 엄청난 초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심지어 그냥 초능력자도 아니고 외계인... 

이 드라마가 수없이 많은 초능력자, 외계인 드라마와 달라지는 점은 그 다음부터다. 키요미는 다카하시의 능력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나고, 다카하시는 절대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한 키요미가 친구들에게 사실을 털어놓은 데 화를 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속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초능력자든 뭐든, 세상을 살아하게 하는 것은 이런 엉뚱하면서도 사소한 욕망의 구현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바카리즈무(일본의 잘나가는 코미디언이자 작가)의 영특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보는 사람이 절로 빠져들밖에. 

혹시 아직 <브러쉬 업 라이프>를 안 보신 분들, 꼭 찾아서 보세요. 

 

사건수사대 Q      DEPT.Q

매튜 구드에게 별 관심없는 사람들은 얼굴을 보고도 뭐야, 두산에서 뛰던 니퍼트 아냐? 할 정도의 배우. 그런데 희한하게 이 열편의 드라마 중에 <디 오퍼>에 이어 두번째로 등장한다. 아무튼 넷플릭스에서 <사건수사대 Q>를 보고, 이런 글을 페북에 썼다.

 

매튜 구드. 아마도 <와치맨>의 오지맨디아스 역으로 본게 처음일테니 20년이 족히 됐는데 그 이후로 큰 변화를 못 봤다. 생김새를 보고 넥스트 제레미 아이언스라고 생각했는데 별 엣지가 없었던 모양이다.
사실 동년배 영국 배우들을 보면 존재감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을법도 하다. 톰 하디, 마이클 파스벤더, 제임스 매커보이, 벤 위쇼, 에디 레드메인 같은 쨍한 개성은 암만 봐도 없다. 휴 댄시나 루크 에반스처럼 뭔가 깊이 악한 느낌도 약하고. 핸섬 앤 댄디만으로 이겨내기엔 경쟁자들이 너무나 강력했다.
그렇게 묻혀 늙어가나 했는데 갑자기 수염을 기르고 형사로 나섰다. 이건 누가 봐도 더스틴 니퍼트.... 사실은 에딘버러가 무대라길래 보기 시작했는데, 보다 보니 재미있다.
<사건수사대 Q> . 원제도 Dept.Q. 제잘난 맛에 동료들을 다 개무시하고 혼자 잘난데다 시니컬하고 상처도 잘 받지 않는, 샤프한 대문자 T 모크 형사. 현장에서 총격 사고를 당하고 복귀해보니 자리도 없고, 원래 없었던 인망은 더 없고.
사실 이 구도는 전혀 드물게 없는데 시리아에서 대체 뭘 하다 왔는지 모르겠으나 못하는 게 없는 치트키 아크람, 딱 봐도 너무나 일 못하게 생겼는데 분석력도 있고 앞가림도 잘 하는 로즈가 추가되고 나니 희한한 올 루저 팀 하나가 뚝딱 생겼다. 에딘버러판 슬로 호시스인가.

 

9개 에피소드를 한 사건으로 끌고 가니 사건은 꽤 지지부진한데 0에서 99로 만드는 과정이 그럴듯하고, 캐릭터들의 티키타카가 특히 재미있다. 시즌2에선 아크람의 과거사가 좀 더 드러나길. 어쨌든 수염 기르고 나온 매튜 구드의 변신 성공을 축하하며 추천.
 
 

그밖에도 <미지의 서울>, <협상의 기술>도 좋았고, 아직 결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프로보노>도 울림이 대단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질적으로 볼 때 한국 드라마의 전성기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아직도 뒷목잡게 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인 작품의 수준이 훅 성장했다. 

미드 중에는 <외교관3>가 정상적인 폼을 유지하며 잘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아닌 시리즈로는 단연 <피지컬 아시아>. 이렇게 손에 땀을 쥐고 본 시리즈가 없었다고나. 

이렇게 해서 2025년 결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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