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교토 4화] 기오지(기왕사), 아라시야마의 작은 보석 :: 송원섭의 스핑크스 2호점
[2025 교토 4화] 기오지(기왕사), 아라시야마의 작은 보석
[2025 교토 3화] 아라시야마의 빛, 조잣코지(상적광사)의 첫인상 :: 송원섭의 스핑크스 2호점 [2025 교토 3화] 아라시야마의 빛, 조잣코지(상적광사)의 첫인상오전 9시30분 경. 사가 아라시야마 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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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번 회차는 실망의 회차입니다. 물론 주말 아니고 단풍철 아니고, 아주 조용할 때 가신 분들은 텐류지나 치쿠린에 대해서도 좋은 느낌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인산인해의 사람들 속에서는 절대, 절대 여러분이 생각하는 교토의 정취는 느낄 수 없습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느끼시려면 앞의 회차들 참조.
아라시야마를 가되 텐류지, 치쿠린, 도게츠 다리는 마음을 내려놓고 가시길. 그런데 가이드 따라 오는 분들은 전부 거기만 가시는 듯 합니다(저 지역에서만 한국말이 들립니다). 참조하시길.

치쿠린의 인파에 밀려 둥둥 떠 다니면 어느새 텐류지의 뒷문에 도착하게 된다.
텐류지. 천룡사(天龍寺). 유네스코 문화유산. 1339년 아시카가 다카우지가 고다이고 천황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거찰이다. 무로마치 막부의 첫 수장이 지은 절이니 그 뒤로 얼마나 대대손손 가꿨을지 상상이 된다. 가마쿠라 막부를 박살내고 새로운 막부를 세운 다카우지는 호조씨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가마쿠라에는 호카이지(宝戒寺)라는 절을 지었다고 한다. 워낙 사람을 많이 죽인 터라 점점 후환이 두려웠던 듯.

아무튼 <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도 재미있게 본 터라, 교토를 간다면 텐류지는 한번 가봐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북문. 그러니까 산 쪽으로 나 있는 문이다. 들어가는데부터 인파가.... 인파가.... 아 이거 잘못 온건가 잠시 생각.

최대한 사람이 많아 보이지 않도록 기를 쓰고 찍은 사진들임을 감안해 주시길.

그런데 내가 봐도 신기할 정도로 사람이 안 찍혔다. 내가 이렇게 기술이 좋았나....

뭔가 하늘의 뜻인지, 그렇게 화창하던 하늘이 인파로 들끓던 텐류지로 들어가는 순간 어두워졌다.
그래도 이렇게 보니 그럴듯했네.

그 앞에 이런 그림같은 연못이 있는데, 사방에서 떠드는 소리 때문에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이 텐류지가 자랑하는 소겐치 정원 (曹源池庭園).
그런데 참 이렇게 찍어놓고 보니 멋지네.

이렇게 웅대하고 멋진 방장 건물이 있는데, 마음속으로는 괜히 들어왔다, 어이 좀 밀지 마 하는 생각 뿐.
조금 떨어져 찍으니 이 정도로 보이는데, 지금 사진을 찍는 나는 인파에 밀려 연못에 빠질락 말락이다.
먼저 들렀던 조잣코지와 기오지의 감흥이 사라질까 겁이 났다.

소겐치 정원의 다른 각도.

사진으로는 참 호젓하기만 하네.
아, 텐류지가 자랑하는 볼거리로는 법당 천장의 운룡도가 있다.

바로 이런 그림. 대략 2~3층 높이인 본당의 천장에 이런 용 그림이 그려져 있다. 대단한 품평을 듣고 있는데... 가보니 이 운류도(운룡도)를 보는 것만 티켓이 500엔. 그리고 들어가 보면 운룡도를 포함해 본당 내부는 전체 촬영 금지. 심지어 촬영이 아니고 그냥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 (대체 얼마나 엄청난 보물이라고. 참. 내.)
이 그림은 키노 탄엔이라는 화가가 1899년에 그린 그림이다. 텐류지 자체는 14세기에 건설되었고 일본 선종의 제 1위 사찰로 군림하는 명문 거찰이지만, 대부분의 건물들은 1788년 대화재때 소실되었고, 이 그림은 1899년 법당을 재건하면서 다시 그려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교토에는 운룡도가 여러 군데에 있는데, 다음날 밤에 본 도후쿠지의 운룡도가 훨씬 더 강렬한 위압감을 줬다. 천장도 도후쿠지가 더 높다. 한 5층 건물 높이에 그려진 운룡도의 박진감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그러니 운룡도 보러 가실 분, 도후쿠지로 가셔.

이번에 절실히 느꼈지만, 교토에 가시는 분들은 굳이 텐류지는 아니 가 보셔도 될 듯. 특히 단풍/벚꽃철에는. 물론 기요미즈데라는 사시사철 관람객이 들끓어도 아, 여기는 안 왔으면 안 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텐류지는 굳이 사람들에게 치이면서까지 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시간에 작은 절을 더 들러 볼 걸 하는 생각.
(물론 개취입니다. 선택은 각자가. 나는 텐류지 좋기만 했는데 뭐가 불만이냐는 분들도 분명 계실 듯.)
그러니 앞의 포스팅에서 말했듯, 사가 아라시야마 역에 내리시는 분들, 단풍철에는 특히 남쪽은 일단 쳐다보지 마시고,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세요. 북쪽의 조용한 절들을 구경하시고, 나중에 역 쪽으로 오면서 치쿠린, 텐류지, 도게츠 다리를 보시면서 야 정말 사람 많구나 하시는 것이 아라시야마에 대한 인상을 좋게 간직하시는 길입니다.
아, 만약 사가 아라시야마 역에 내렸는데 오후다 하시는 분들. 단풍철에는 모든 걸 내려 놓으세요. 이건 여러분이 양심이 없는 겁니다. 사람이 아무리 많고 복작거려도, 아, 내가 부지런을 떨었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세요.

그래도 또 골목 안으로 들어오면 이런 조용한 산사 느낌의 절이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이런게 아라시야마의 매력인 듯.
이런 절도 들어가보고 싶은데, 이런 절은 '일반입장객 사절'이라는 문패를 내걸고 있음.

어쨌든 그 유명한 도게츠 다리.
이 개천 위로 그 유명한 도게츠 다리가 지나고, 그 위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건너고, 개천 양쪽의 둑길에는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다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 지역 물가는 살벌한 관광지 물가.... 아이스크림을 시키면 찻숟갈로 두 개 정도 준다.
이런 건 취향이 아니야!를 20번 정도 마음속으로 외치고 아라시야마와 이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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