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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올 거라곤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겁니다. '이런 날'이란 싸이와 조용필이 신곡을 발표해 각종 음원 차트에서 경쟁을 펼치는 날을 말하는 겁니다. 빌보드 차트 히트곡인 싸이의 '젠틀맨'과 조용필이 내놓은 '바운스', '헬로' 세 곡이 차트 상위권에서 다투는 중입니다.

 

싸이가 글로벌 스타가 된 것도 놀랍지만, 노장의 신곡이 이렇게 새로운 감각을 담고 있을 지, 그리고 그 노래가 이렇게 대중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을지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을 겁니다. 2003년 발표했던 18집에도 기존 팬들은 열광했지만 이렇듯 전 사회적인 화제가 될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어쨌든 며칠전 있었던 조용필 19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는 자우림, 박정현 등 후배들이 한 무대에 서면서 더욱 무대가 풍성해졌습니다. 가왕의 권위라면 더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문득 싸이와 조용필, 그리고 수많은 다른 가수들이 한 자리에 있었던 그 언젠가의 저녁이 생각납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참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날의 기억입니다. 2006년 1월4일, 가요계의 '대통령' 조용필이 후배 가수들과 신년 하례를 했습니다.

 

 

 

 

사실 이 모임은 2005년 연말에 이뤄졌어야 했습니다. 그 전의 모임이 2004년 연말에 있었으므로, 이때 '1년 뒤에 만나자'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2005년 연말에 송년회를 했어야 하는 거였죠. 하지만 "한번 해 보니 연말보다는 연초가 좀 더 모이기 쉬운 것 같더라"는 의견 때문에 송년회 대신 신년회를 하게 된 거였습니다.

 

2004년 모임에 가지 못한 게 좀 안타깝긴 했지만 2006년 모임은 좀 더 기대되는 바가 있었습니다. 모이는 장소가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죠. 2004년엔 식사 후에 흩어졌던 톱가수들이 올해는 '한잔' 씩을 걸친 뒤 노래를 뽑아낼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죽기 전에 이런 무대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글을 읽다 보니 감흥이 되살아나 가슴이 콩당거립니다. 사실 옛날 블로그에 있던 글이지만, 이럴때 재활용하지 않으면 언제 재활용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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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송원섭의 through*2 조용필-이적-김종서의 3중창을 들어 보셨나요?

 

 

4일 오후(2006년 1월4일입니다), "조용필씨가 가수 후배들을 불러 모아 신년 하례식을 하려고 한다"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선약이 있었지만 취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요계의 대통령과 3부 요인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입니다. 어떻게 이런 자리에 안 갈 수가 있겠습니까.

 

오후 8시, 약속 장소인 서울 청담동 클럽 스타즈 앞에는 보디가드들이 서 있었습니다. 이날 연락을 맡았다는 이현우가 홍경민과 함께 약간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더군요. 대개 이런 행사 때에는 주최자가 가장 긴장하는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김정민을 필두로 가수들이 속속 도착했고, 60여석의 자리는 금세 꽉 찼습니다.

 

이문세,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 전태관), 이은미, 김종서, 신승훈, 조성모, 김현철, 김정민, 김민종, 패닉(이적 김진표), 김경호, 홍경민, 드렁큰타이거, 윤미래, 부가킹즈, 싸이, 빅마마, 린, 박효신, god(김태우 박준형), 자우림(김진만), 적우 등과 '위대한 탄생' 출신의 뮤지션인 송홍섭, 최희선, 최태완 등 30여 명이 모였으니 그야말로 한국 가요계의 중추가 움직였다고 할 수 있겠죠.

 

8시30분 쯤 '각하'가 도착하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서 맞았습니다. 조용필은 간단하게 "새해에 얼굴들을 좀 보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연말에 모여볼까 했는데 다들 콘서트 준비로 바쁜 것 같아서 아예 신년회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모처럼 모이니 정말 반갑다"는 덕담으로 '공식 개회'를 알렸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약간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가요계의 선후배들로 서로 얼굴이야 익은 사이였지만 연령차나 음악적 배경이 워낙 다양한 터라 쉽사리 섞이기는 쉽지 않더군요. 특히 어린 후배들은 조용필을 스스럼없이 대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싸이의 활약이 시작됐습니다.

 

싸이는 테이블을 돌며 '파도타기'를 외쳤고, 금세 술병이 비어갔습니다. 대신 급속도로 대화량이 늘어나고 분위기가 살아나더군요. 이날 조용필에게 "너 앞으로 공연 잘 하겠더라"라는 칭찬을 들은 터라 신이 날대로 난 싸이는 여기저기서 "브라질! 상파울로!"라는 특유의 환성을 올리며 흥을 돋궜습니다.

 

이때부터 현장에 있던 몇몇 기자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드림 스테이지가 펼쳐졌습니다. 만난 장소가 라이브 클럽이고, 모인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는 톱가수들인데 술이 한잔 들어가면 노래가 나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회자로 나선 이현우는 첫 가수로 박효신을 지목한 뒤, 노래한 사람이 다음 사람을 지명하는 규정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구름같은 선배들 앞에서 노래를 하려니 내성적인 박효신은 무척 떨렸던 모양입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박효신은 결국 스팅의 Shape of My Heart 를 골랐습니다. 노래 실력이야 누가 토를 달겠습니까. 나중에 물어보니 "한번도 안 해본 노래"라던데 아무리 박효신이지만 좀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2번타자는 린. "이런 자리니 제 노래보단 신나는 노래가 나을 것 같다"던 린은 장윤정의 짠짜라 를 멋지게 불러 숨겨놓은 트로트 실력을 뽐냈습니다. "가수 되기 전에 노래방 알바 출신이냐"는 의구심(?)을 자아낼 정도였죠.

 

이때 갑자기 지명도 받지 않은 김민종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선후배 사이에 의리가 두텁기로 소문난 김민종은 "막내들이 먼저 나설 게 아니라 중간급들이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며 평소 애창곡이었던 조용필의 <꿈> 을 불렀습니다. 이때부터 이날의 진짜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꿈> 이 2절로 접어들자 신승훈과 김종서가 무대에 올라 3중창이 됐습니다. 김민종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신승훈의 미성, 그리고 위편으로 '질러주는' 김종서가 한데 어우러진 이 무대는 그야말로 좌중을 압도했습니다. 이때부터 여기저기서 "조용필 트리뷰트 콘서트가 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죠.

 

다음 순서로 나선 신승훈은 자신의 노래가 아닌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를 부르다가 중간에 '깜짝 모창'을 보여줬습니다. 김민종, 김종서, 이문세의 목소리로 한 소절씩을 부른 것이죠. 김종서는 자신의 모창이 나올 때는 앞에서 '립싱크'를 하는 재치도 보여줬죠.

 

이어진 싸이의 무대. <여행을 떠나요> 를 부르겠다고 고집하던 싸이에게 신승훈은 "그래도 <챔피언>을 일단 들어 보자"고 설득했습니다. 싸이의 신들린 <챔피언>으로 한껏 분위기가 고조됐고, 싸이는 앵콜 곡으로 여행을 떠나요 를 불렀습니다. 이때 김태우와 박효신이 코러스로 등장했다가 결국은 코러스가 메인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한 구석에 설치된 드럼 세트에선 '드러머 김종서'의 모습도 볼 수 있었죠.

 

입대를 앞둔 김태우는 "다섯명 몫을 혼자 다 하겠다"며 <촛불 하나>를 부른 뒤 이은미를 지명하고 내려가며 "JYP 선배님, 사랑해요!"라고 외쳐 사람들은 배를 잡고 뒹굴었습니다. 여기서의 JYP는 김태우의 소속사가 아니라 조용필을 가리키는 것이었죠. "나도 좀 여자로 봐 달라"고 애교섞인 코멘트를 던진 이은미는 "조용필 선배님과 왕년에 이 노래를 부를 때 정말 행복했다"며 <모나리자>를 선곡했습니다. 오히려 조용필 본인보다 훨씬 묵직한 <모나리자>더군요.

 

다음으로 지명된 이문세는 후배들의 환호 속에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문세가 무슨 노래를 부를까 생각하기도 전에 후배들은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은 너뿐이야'를 불러제꼈고, 결국 이문세는 <붉은 노을>을 불렀습니다. 이문세는 마이크를 신승훈에게 맡긴 뒤 "난 이제 댄스가수"라며 멋진 안무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용필이형, 문세형 머리 쓰다듬는 장면 한번만 보여주세요"라는 신승훈의 코멘트도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이문세는 현장에 와 있던 3명의 빅마마 멤버들을 불러올리며 "3명이니 3곡은 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거부>로 포문을 연 빅마마는 <밤이면 밤마다>와 <남행열차>로 조용필을 비롯한 온갖 참석자들을 모두 무대 앞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마이크는 로커 김종서에게 넘어갔습니다. 라디오헤드의 'Creep'으로 문을 연 김종서는 열광의 박수가 이어지자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으로 열창을 이어갔습니다. 김종서는 "사실 목소리가 가늘다는게 컴플렉스였는데, 어딘가에서 '조용필은 하루에 담배 세 갑을 피는 골초'라는 기사를 읽고 이거다 싶었다. 담배를 피우면 조용필 선배의 멋진 탁성을 낼 수 있을 줄 알고 나도 담배를 세 갑씩 피웠다"는 사연을 얘기해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김종서의 마이크를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중간에 이현우가 등장, 자신의 <꿈>을 불렀지만 김종서는 잠시 후 다시 등장, "용필이형의 모창이라면 내가 최고일 것"이라며 <창밖의 여자>를 뽑아냈습니다. 이 노래가 신호탄이 된 듯 이때부터 가수들은 일제히 '조용필, 조용필'을 연창했습니다. 드디어 조용필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조용필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나도 90년대 초, 방송활동을 중단했을 땐 콘서트에 사람이 들지 않았다. 그때는 좌절했지만 이내 그래선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대중을 두려워하면 안되고, 대중 앞에서 노래하기를 멈추지 마라. 왜냐하면 우리는 노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이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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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시각이 밤 12시. 그때까지 귀가를 포기하고 심야의 '드림 콘서트'를 바라보고 있던 기자들의 눈이 번쩍 뜨인 것도 바로 이 순간입니다. "한류가 드라마와 영화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 가수들은 뭘 하나. 이래선 안된다. 수십만의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코리아 록 페스티발'을 한국 가수들의 힘으로 열자. 내가 추진하겠다."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 "방송사와 정부, 시민단체들의 힘을 빌테니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 물론 소속사 관계자 여러분의 협조도 필요하다. 누가 뭐래서가 아니라 우리 가수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조용필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때 김태우가 "R&B나 힙합도 끼워 주셔야죠"라고 크게 외쳤고, 김종진이 "'록 페스티발'도 좋지만 이름은 '코리아 뮤직 페스티발'이 좋을 것 같다"고 거들어 조용필은 이름을 정정, 다시 "'코리아 뮤직 페스티발'을 개최하자"고 선언했습니다.

 

또 "결국은 라이브의 힘이 가수의 힘이다. 방송사에서 요구하더라도 립싱크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가수가 필요하다"는 등의 당부를 마친 조용필이 그냥 무대를 내려가려 하자 후배들은 길을 가로막고 일제히 '노래, 노래'를 연호했습니다. 사방에서 신청곡이 난무하는데 정말 히트곡이 많긴 많더군요. 결국 첫곡으로는 <비련>이 채택됐습니다. 그렇습니다. '기도하는' 다음의 가사가 '꺄아악'인 바로 그 비련 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꺄아악'이 연출됐고, 조용필은 여기서 노래를 끊었습니다. 역시 거의 강요에 못 이겨 <여행을 떠나요>를 부르게 된 조용필 옆에 이적과 김종서가 나란히 섰습니다. 흔히 보기 힘든 3중창. 이어진 <모나리자>에선 조성모, <단발머리>에선 갑자기 나타난 김경호가 화음을 이뤘습니다. 한껏 고조된 분위기에서 조용필은 다시 한번 '코리아 뮤직 페스티발'을 강조하며 위대한 탄생 출신의 건반 주자 최태완씨를 불러올렸습니다. <친구여>를 피아노로 반주해달라는 얘기였죠.

 

조용필이 가운데 서고, 20여명의 가수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부르는 <친구여>를 듣고 있으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어디서 이런 무대가 다시 열리겠으며, 그런 광경을 이런 근거리에서 볼 기회가 언제 있겠습니까. 끝없이 이어질 듯 하던 친구여 가 끝났고, 조용필도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용필이형 노래 좀 듣자"며 무대로 올라가는 후배들을 뜯어 말리던 신승훈에게서도, 노래 한 곡 하지 않으면서도 온갖 퍼포먼스로 가수들의 노래에 양념 역할을 하던 홍경민의 표정에도 흡족한 빛이 가득했습니다. 아마도 곧 추진될 '코리아 뮤직 페스티발'의 피날레에서도 이런 장면이 연출되겠죠. 반드시 올해 안에 이 행사가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후에도 드렁큰타이거와 JK김동욱 등의 무대가 이어졌지만 사실 이날의 볼거리는 여기서 끝났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조용필 나오는 것 봤냐'는 속담도 있는 마당에, 조용필의 스테이지가 끝난 다음에 더 이상 뭘 바라겠습니까. 기자들 사이에선 "이 공연을 녹화하면 대박일텐데..." "진짜 드림콘서트보다 캐스팅이 낫잖아"라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아무튼 이날 하례식에 참석한 소감을 딱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이럴 겁니다. "음. 기자 되길 잘 한 것 같아." (끝)

 

 

 

 

 

 

윗글엔 쓰지 않았지만 이날 싸이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가왕으로부터 칭찬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때도 워낙 붙임성이 좋아 기자들의 테이블에 온 싸이는 "'너 공연 좋아하지? 그래. 공연 계속 해. 공연 자주 하는게 가수야' 하시더라"며 연신 싱글벙글했습니다.

 

이날의 분위기로 봐선 이 신년하례식이 매년 열릴 정례행사가 될 것 같았는데 어찌 하다 보니 현재까지는 이게 마지막 모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 또 열리게 될지, 만약 열리게 되면 그때처럼 들뜬 마음으로 한 구석에서 행사를 지켜볼 수 있을지. 앞날이야 누가 알겠습니까.^

 

 

 

 

P.S. 조용필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예수 풍의 남자주인공 제임스 리 맥쿤(에 대해 트위터에 쓴 적이 있는데 여주인공은 메이메이 렌프로(Maemae Renfrow)라는 미국 모델이군요. 본명은 메건 리 렌프로(Megan Leigh Renfrow). 이미 우리나라 남성 중심 사이트에서는 '매매(Mae는 '메이'라고 읽습니다^^) 렌프로'라는 이름으로 지명도를 얻고 있습니다.

 

 

 

 

 

 

1997년생. 메가엘라풍의 짱구 앞머리가 인상적입니다. 아직 어린 나이라 앞날이 기대되는군요. 얼핏 보기보다 키가 크지만(5-8.5, 174cm) 모델보다는 다른 쪽으로 가는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진에서 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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