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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의 또 한 커플이 위태롭습니다. 바로 광수-인나 커플이죠. 광수(이광수)와 인나(유인나)는 김자옥의 하숙집에서 이미 한 방을 쓰던 사이입니다. 둘은 처음부터 함께 연예계로 진출하자고 굳게 약속한 사이지만, 오디션에서 인나는 발탁되고 광수는 떨어지죠. 결국 인나는 걸 그룹 스키니(사실은 현아 빠진 포미닛)로 데뷔하고,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지붕킥' 시청자들이면 다 아는 진행입니다.

여기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 벌어집니다. 걸 그룹 멤버가 된 인나와 광수의 관계가 위태로워진 것이죠. 당연히 인나는 사생활의 정리가 절실해지고, 핸드폰도 다른 사람(아마도 매니저)이 대신 받아 주다가 결국은 아무 사전 예고 없이 번호가 정지돼 버립니다. 광수의 생일 잔치에도 오지 못하고, 방송에선 "제 남자친구는... 저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이죠"라는 멘트를 날리며 방글방글 웃습니다.

현실이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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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얘깁니다. 다만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현실의 걸 그룹 멤버들은 인나처럼 초 스피드로 발탁된지 몇달만에 데뷔에 이르지는 못합니다. 최소 1,2년은 훈련 기간을 갖죠.

그 기간 동안 소속사에서는 기존의 인간관계들을 대부분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왜 그런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걸 그룹이든, 보이 밴드든 절대 다수의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스타가 특정인에게 매여 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 그룹 멤버들이 '애인은 없어요', 심지어 '연애 경험도 없어요'를 간판처럼 내세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만약 사생활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장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당한 피해나 고전이 예상됩니다. 그런 걸 쫓아다니는 기자들이 문제...라고 하고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이미 상황은 그 선을 넘어섰습니다. 어느 그룹 멤버가 '남자와 함께 모텔에 가서 찍은 사진'이라는 사진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과거사진'이라는 사진들이 인터넷에 등장하는 일도 그리 드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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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면 지난해를 떠들썩하게 했던 '박재범 마이 스페이스 사건' 또한 네티즌들의 극성스러운 활약(?) 덕분이라는 걸 이제는 모를 사람이 없을 겁니다. 데뷔하기 훨씬 전, 철없는 소년이 친구에게 별 생각없이 던진 몇마디를 찾아내 사람을 죽이네 살리네 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어 버린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놓고 '소속사의 관리가 부족했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네티즌들이 있는 한, 소속사에서 아이들 그룹 데뷔를 준비중인 연습생들의 사생활과 전화 통화, 미니홈피를 예의주시하는 걸 탓하기는 힘듭니다.

어쨌든 '지붕킥' 내용대로라면 인나는 연습한지 몇달만에 데뷔를 하게 됐습니다. 당연히 광수와의 감정은 전혀 정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여러 해 준비한 연습생이라도 어쨌든 끔찍하게 사랑하는 남친(혹은 여친)이 데뷔때까지도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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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광수와 인나의 관계는 영화 '노팅 힐'을 연상시키는 기자회견장면을 연출해 냈습니다. 광수가 기자를 가장해 "인나씨의 팬으로서 앞으로 더욱 더 높이 올라가길 바란다"고 말하자 인나는 "정말 사랑하는 친구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역시 대답을 가장해 자기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곤 두 사람의 입모양 인사가 마무리였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장면을 봤는데, 이 장면을 보신 분들은 '인나가 얄밉다' '광수가 불쌍하다' '아니다, 광수가 저렇게 찌질하게 있을 필요가 없다. 인나의 애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보이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저는 여러분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한번 상황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부터 가상의 상황입니다.

여러분이 눈여겨 본 걸 그룹이 있습니다. 특히 걸 그룹의 한 멤버에 유난히 눈길이 갑니다. 그 멤버의 팬이 되는 바람에 그 그룹을 성원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멤버가 몇달 전까지만 해도 남자와 동거를 했다더라. 그 남자를 떨궈 버리고 데뷔를 하는 바람에 남자가 폐인이 될 지경이라더라'라는 소문을 듣습니다.

(혹은 소문의 내용을 바꿔 보겠습니다. '몇달전까지 동거를 했고, 지금도 그 남자가 &&를 잊지 못하고 숙소 주변을 맴돈다더라. 둘이 아직도 진한 관계고, &&는 남자 만나러 숙소 이탈했다가 매니저들한테 걸려서 호되게 혼난 적도 있다더라'는 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특히 후자의 경우, "쯧쯧, && 안됐네. 그 나이에 성공을 위해서 남자친구와 생이별을 하다니, 정말 가슴아프겠구나. 둘이 그냥 예쁘게 만나면서 활동하면 안될까?"라고 생각하실 분들은 과연 얼마나 됐을까요? (질문이 과거형인 것은 '광수와 인나의 사연'을 보기 전에는 어떻게 생각하셨느냐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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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일입니다. 한때 무척 잘 나갔던 여배우가 신인일 때의 얘기죠. 이 여배우가 막 화려한 조명을 받기 시작했을 무렵, 갑자기 이 여배우의 옛날 남자친구라는 남자가 자신의 존재를 만방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남자의 주장은 '군대 가기 전만 해도 ##(여자의 이름입니다)의 엄마가 나를 사위라고 불렀다. 제대하면 결혼하기로 했었는데 지금은 나를 아는 체도 안 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이었죠. 여배우는 여배우대로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니었는데 왜 이제 와서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의 인터뷰를 하곤 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이 터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여배우를 향해 '왕년에 놀았다더니... 남자도 버리고... 스타가 그렇게 좋은가'하며 혀를 끌끌 찼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은 대놓고 남자를 욕했습니다.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든간에 이미 여자의 마음이 떠났고, 그 어렵다는 톱스타의 길을 걷고 있는 왕년의 여자친구를 이런 식으로 다리를 걸어서 어쩌겠냐는 것이었죠. 아마 그 시절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난 그런데 관심 없었다'는 분을 빼고 대략 비슷한 느낌을 가지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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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상황을 '광수와 인나'에 대입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인나가 성공을 위해 광수에게 결별을 선언하고(또는 선언이고 뭐고 없이 연락을 끊어 버리고), 광수가 인나를 잊지 못해 '인나는 내 여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팔베개를 하고 자던 여자다'라고 떠들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바로 위 사연의 주인공들이 '내가 아는 광수', '내가 아는 인나'라면 저렇게 쉽게 재단할 수 있을까요?

네. 바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3월16일 방송된 '지붕뚫고 하이킥'의 광수와 인나 에피소드는 바로 그런 시선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쉽게 했던 아이들 그룹과 연예인들의 이야기. 바로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겠느냐는 것이죠. 혹시 전과는 좀 다른 눈으로 보게 되셨습니까?

광수가 인나를 쫓아다니는 스토커로 만들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언론의 보도도, 네티즌의 극성도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마음, 여러분의 판단, 여러분의 심판이라는 걸 이젠 아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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