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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일은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의 1주기입니다. 벌써 1년이 지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4월1일자로 장국영 관련 포스팅을 할까 생각을 잠시 해 봤습니다. 어제 어떤 분도 댓글을 다셨지만 이 무렵이 되면 장국영의 신화가 되살아나곤 하죠.

이상할 정도로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는 아까운 한창 나이에 일찍 가버린 스타들이 많이 몰려 있습니다. 제목에도 있듯 장국영 뿐만 아니라 브랜든 리, 커트 코베인이 모두 이맘때 이승을 떠나갔습니다. 그들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봤습니다.

4월, 완연한 봄날이고 꽃은 피었지만 이상하게도 찬 바람이 가시질 않는군요. 옛날 글을 다시 읽어봐도 처연한 느낌은 여전합니다.




[송원섭의 두루두루] 4월, 왜 이다지도 잔인한가

4월. 여느 해나 마찬가지로 라디오 DJ들은 '잔인한 달…'을 오프닝 멘트로 흘렸다. 그런데 근래 들어 이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묘하게도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스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1993년 3월 31일은 '브루스 리' 이소룡의 아들인 영화배우 브랜든 리가 촬영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숨을 거둔 날이다. 당시 나이는 2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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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1987년, 그가 이국호(李國豪)라는 중국식 이름으로 출연한 영화 데뷔작 '용재강호(龍在江湖)'가 개봉됐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비록 백인 혼혈이라 상당히 서구적인 얼굴이었지만 뚫어질 듯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빛은 누가 뭐래도 이소룡의 재림을 알리고 있었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묘한 분위기의 영웅 '크로우'로 기억되는 그는 '크로우' 촬영장에서 빈 총이어야 할 총이 발사되는 바람에 숨을 거둔다. 부자 2대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것도 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다.



2003년 4월 1일 세상을 떠난 장국영은 6주기를 맞았다. 47세의 나이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젊음을 유지하던 그였지만, 마음의 그늘을 이기지는 못했다.

1994년 4월 5일에는 그런지 록의 대명사였던 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이 엽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과 27세.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죽음이었기에 유서까지 발견됐는데도 아내 코트니 러브가 개입됐다는 등 음모설이 끊이지 않았다. 생전에도 처절한 고독과 절망, 허무를 노래했던 그였기에 팬들의 눈물도 그치지 않았다.

한창 나이에 죽음을 맞은 사람은 누구라도 안타까움의 대상이 된다. 하물며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스타들의 경우임에랴. 해가 바뀔 때마다 팬들은 나이를 먹어 가고, 언제나 젊은 채로 남아 있는 스타들의 얼굴을 바라볼 때마다 그 위에는 팬들 자신의 젊은 모습이 겹쳐진다. 그리움과 슬픔이 한데 합쳐지는 까닭이다.

더구나 올해는 국내에서도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이 지난 2일 38세의 한창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숨을 거뒀다. 언제나 즐거운 노래로 사람들의 근심을 덜어주던 그였던 탓에, 애도의 눈물이 어색하면서도 더욱 애틋하다.

4월이 왜 이토록 잔인한지, 답은 물론 없다. 다만 한창 피는 꽃소식 속에 못다 이룬 젊은 스타들의 꿈과 그들을 그리는 팬들의 눈물이 있어 이 봄을 더욱 처연하게 한다. (끝)








이국호(李國豪, Brandon Bruce Lee)
1965년 2월 1일 출생  - 1993년 3월 31일 사망.






브랜든 리 아닌 이국호의 데뷔작, '용재강호'가 국내에서 개봉됐을 때의 포스터입니다. 네이버 그래플러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NBlogMain.nhn?blogId=grappler39 에서 퍼 왔습니다. 이런 포스터가 남아 있다니 믿어지질 않는군요.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이소룡의 아들'이라는 선전 문구 때문에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물론 그리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국호의 눈빛, 상대에게 손가락을 겨누고 정면으로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는 순간 '그래, 저 눈빛이야!'라는 생각이 뇌리를 때렸습니다. 역시 씨는 속일 수 없는 법이더군요.

예고편에 미국 버전과 홍콩 버전이 있습니다만, 홍콩 버전이 역시 제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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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했던 시절의 이소룡 일가 사진입니다. 당연히 왼쪽 아래가 브랜든 리, 그리고 엄마 품에 안긴 소녀가 샤론 리죠.  어렸을 때는 혼혈이라기보다는 백인 아이 같던 이 소년은 지금 아버지 곁에 누웠습니다.



이제 이렇게 시애틀의 한 묘역에 나란히 잠들어 있습니다.







장국영(張國榮)
1956년 9월 12일 출생 - 2003년 4월 1일 사망




장국영 얘기를 하자니 너무 할 얘기가 많습니다. 그건 곧 다른 포스팅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이번엔 2003년의 비극 이후 세상 사람들에게 애잔한 마음을 전한 '천장지구' 이야기만 잠깐 보태겠습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당학덕은 장국영의 장례식장에서 '아자, 천장지구유시진, 차애면면무절기(阿仔,天長地久有時盡 此愛綿綿無絶期)'라는 헌시를 전했다고 합니다.

영화 '천장지구'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이 구절은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에서 한 글자만을 바꾼 것입니다. '장한가'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옛 노래죠. 대단한 장시지만 유명한 끝부분만 보면 이렇습니다.


臨別殷勤重奇詞
헤어질 무렵 간곡히 다시금 전할 말 부탁했는데

詞中有誓兩心知
그 말 중에는 두 사람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다.

七月七日長生殿
칠석날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
밤 깊어 사람 없자 은밀히 속삭였던 말

在天願作比翼鳥
하늘에 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里枝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자고.

天長地久有時盡
이 하늘과 이 땅도 언젠가는 다할 날 있으련만,

此恨綿綿無絶期
이 한만은 영원히 이어져 끝이 없으리.

당학덕의 노래는 이 마지막 구 구절에서 한(恨)을 사랑(愛)으로 바꾼 것입니다.

비익조는 날개가 한쪽밖에 없어 암수가 같이 있어야 날 수 있는 새죠. 연리지는 두 그루의 나무가 줄기가 붙어 하나의 나무가 됐다는 채옹의 고사에서 나온 말로, 원래는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 깊음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부부의 연이 두터움, 가끔은 친구 사이의 우정이 두터움을 말할 때 쓰는 말입니다.

천장지구유시진, 차한면면무절기. '장구한 천지도 언젠가는 다할 날이 오겠지만, 이 한만은 끝내 이어져 끝날 날이 없으리'라는 말을 열 네자로 압축해서 표현하는 간결미는 한문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아닐 수 없죠.

장국영이 부른 수많은 주옥같은 곡들 중에 가장 대표적인 곡 한 곡을 골랐습니다. '영웅본색'의 주제가 '당년정(當年情)'이죠. 요즘은 바비 킴의 '사표를- 던져라-'로 더욱 익숙해진 곡이 돼 버렸지만.






커트 코베인(Kurt Donald Cobain)
1967년 2월 20일 출생 - 1994년 4월 5일 사망





코베인에 대해서도 그리 길게 보탤 말은 없습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사연에,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죠. 그러고 보니 저와 동갑이군요.^





유서의 마지막에도 그는 아내를 사랑한다고 썼지만




팬들은 그의 아내를 증오하죠.

그를 생각하면 저는 항상 이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너바나의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 잘 알려진 MTV 언플러그드 버전입니다.



...과연 코트니는 그날 어디서 자고 들어갔기에 이렇게 남자를 비탄에 빠지게 했을까요.



임성훈(Turtleman)
1970년 9월 3일 출생 - 2008년 4월 2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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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데뷔해 운동가요 '사계'를 댄스곡으로 편곡한다는 발랄한 상상력을 보여준 터틀맨은 2005년 이미 심근경색 판정을 받고 수술도 받았습니다. 심근경색과 댄스가수란 거의 양립할 수 없는 영역이죠.

하지만 그는 '병원에 누워서 인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며 계속해서 곡을 쓰고 무대 활동을 해 나갔습니다.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명을 재촉하는 일이었겠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에겐 절대 납득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이었지만 그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터틀맨이 남긴 노래들을 고르다 보니, 추모곡으로 걸맞은 노래는 한 곡도 없더군요. 하긴, 병마와 싸우면서도 밝고 즐거운 노래들을 만든 터틀맨이고 보면 자신의 추모 분위기를 어둡고 칙칙하게 만들고 싶어 하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비행기'입니다.






마지막 노래로는 이 노래가 어울릴 것 같아 마지막으로 덧붙입니다.

퀸의 'No One But You', 부제는 'Only the good die young' 입니다. 정말 훌륭한 사람들은 일찍 죽고, 좋은 일들은 이미 끝나 버린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똑같의 제목의 노래를 빌리 조엘도 불렀지만 아무래도 이 노래의 분위기가 훨씬 어울리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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