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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들을 발표됐습니다. 올해는 좀 특별한 해였죠. 작품상, 남녀 주연상 후보보다 남우조연상 후보가 더 관심을 끌었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남우주연상 후보, 안젤리나 졸리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간 것도 흥미로웠지만 히스 레저라는 이름이 올라가기를 기대한 사람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죠.

'다크 나이트'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히스 레저는 남우조연상 후보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주연상 후보래도 뭐 크게 탈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경우 조연상 후보로 올라가는 쪽이 수상 가능성이 훨씬 높은 편이죠.

이미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히스 레저가 과연 오스카에서도 사상 두번째로 사후 수상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이지만 오스카라는 상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설픈 예측은 금물입니다. 일단 사후 수상에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살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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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후수상

1993년 3월 8일,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상인 세자르상 시상식장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 수상작으로 시릴 콜라르가 감독·주연한 영화 '사베지 나이트(Les Nuits Fauves)'가 호명됐다. 하지만 콜라르는 금빛 세자르상 트로피에 키스하지 못했다. 에이즈에 걸려 있던 콜라르는 시상식 3일 전 병원에서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12일(한국시간) 열린 2009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도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역으로 명성을 떨친 히스 레저가 극영화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지만 수상자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동성애자 연기로 2006년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나이답잖게 연기파 배우의 명성을 쌓아온 레저는 영화가 개봉되기 6개월 전인 지난해 1월, 29세의 나이로 자신의 아파트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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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상의 결과에 따라 레저의 팬들은 '32년 만의 오스카 사후 수상'이라는 기대에 한껏 차 있다. 아카데미상의 80년 역사에서 사후에 연기상을 받은 인물은 1977년 '네트워크'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피터 핀치 단 한 명뿐이다.

영원한 청춘의 우상 제임스 딘은 55년 사망한 뒤 이듬해엔 '에덴의 동쪽'으로, 57년엔 '자이언트'로 두 번이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모두 수상에는 실패했다. 스펜서 트레이시(68년 '초대받지 않은 손님'), 랄프 리처드슨(85년 '그레이스토크'), 마시모 트로이지(96년 '일 포스티노') 등 일세를 풍미한 명배우들도 후보에 그쳤다. 그만치 생과 사의 벽은 높았다.

어떤 분야에서든 사후 수상이란 매우 감동적인 이벤트다. 불의의 사고사든, 예고된 죽음이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분야에서 열정을 불사른 위대한 장인에게 살아 남은 사람들이 바칠 수 있는 최고의 헌사이기도 하다. 물론 분야에 따라 경우가 다를 수 있다. 무공훈장이라면 생존한 수상자보다 사망한 수상자가 더 많은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반면 노벨상은 이미 사망한 인물을 수상자로 결정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감정의 개입 없이 오로지 업적으로만 엄격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다.

오스카상도 지금까지는 '망자에게는 공로상, 산 배우에게는 연기상'이란 원칙에 비교적 충실해 왔다. 역대 최고의 악역 연기라는 평가를 얻었던 히스 레저는 원칙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다음 달 23일의 제8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결과가 기대된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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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베지 나이트'라는 해괴한 제목으로 국내에 공개됐던 이 영화는 에이즈 감염자인 남자와, 그 남자와 동침한 뒤에야 그가 에이즈 환자라는 것을 알게 된 여자의 사랑과 좌절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미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고 나서 이 영화의 구상에 들어간 시릴 콜라르는 결국 죽기 전에 영화를 완성시켰습니다.

물론 문화 차이도 있겠지만, '사베지 나이트'를 보고 공감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주인공들의 자기연민과 이기적인 행동에 도저히 동정심이 가지 않기 때문이었죠. 기억나는 건 석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콜라르의 모습 정도지만 세자르상은 이 영화에 작품상을 주고 콜라르를 기렸습니다. 아마도 프랑스 사람들이 앵글로색슨족 보다는 좀 더 인정에 약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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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핀치의 '네트워크'는 미디어의 본질을 파헤친 문제작이었고, 어느날 갑자기 현대의 예언자가 되어 버린 핀치의 명연기는 상이 아깝지 않은 호연입니다. 저보다 몇년 윗 분들은 이 영화의 페이 더너웨이를 '지적인 미녀'의 대명사로 기억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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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수상이 이번만큼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아마 제임스 딘의 사후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주연한 영화라고는 단 3편. 그중 2편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나머지 한 편은 '이유없는 반항'입니다) 이 배우의 재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아카데미는 이 배우에게 상을 주기를 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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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에 올랐던 나머지 배우들도 모두 상을 탈만 했던 배우들이었죠. 남우주연상으로만 9차례나 오스카 후보에 올라 이미 2차례 수상한 경력을 가진 스펜서 트레이시는 마지막 후보작이었던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세번째 수상에 도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당시의 인종 문제를 엿볼 수 있는 사회성있는 작품이었죠. 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헵번(오랜 연인이었죠) 부부의 중산층 백인 가정에 어느날 딸이 남자친구라며 흑인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를 데려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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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리처드슨의 '그레이스토크'는 타잔 이야기에서 신화적인 요소를 걷어 내고 '과연 어린 시절 아프리카에서 실종돼 원숭이의 손에서 자란 청년이 런던의 모습을 본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를 지켜본 작품입니다. 크리스토퍼 람베르가 이 영화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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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포스티노'는 '시네마천국' '지중해' 등과 함께 이 시기의 대중적인 유럽영화를 대표하던 작품입니다. 위대한 시인 네루다와 집배원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죠. 집배원 역을 맡았던 트로이지는 이 영화로 오스카 각본상 후보에도 동시에 올랐으나 결국 수상엔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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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올해 히스 레저와 경쟁할 후보들은 '밀크'의 조쉬 브롤린, '트로픽 선더'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다우트'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그리고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마이클 섀논입니다. 본 작품은 아직 '다크 나이트'와 '트로픽 선더' 뿐인데 다우니의 후보 지명은 좀 많이 의외군요.^

과연 이들과의 경쟁에서 레저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시상식은 다음달 23일(한국시간), 전체 수상 후보는 http://www.imdb.com/features/rto/2009/oscars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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