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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에서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를 봤다. 앤드루 헤이그, <45년>의 그 감독이다. 앤드루 스콧, 좋아하는 배우다. 그 외에 다른 것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퀴어? 보고 나서 알았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도 그 관계 자체가 중요하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런던 어딘가의 낡은 고층 아파트. 입주자들이 거의 다 빠져나간 폐허 같은 건물에서 살고 있는 아담(앤드루 스콧)은 어느날 이웃 해리(폴 메스칼)을 알게 된다. 세상 살이에 미련이라곤 없어진 아담은 어느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어떠냐"는 해리의 요청을 냉정하게 거절한다. 뒤늦게 자기가 너무 심했다고 생각한 아담. 그리고 그들은 매우 친숙한 사이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아담은 갑자기 어려서 살던 옛 집을 찾아가는데, 거기에는 여전히 부모님이 살고 있다. 자기를 남겨 두고 죽었을 때의 젊은 모습 그대로. 그들은 너무나 반갑게 아담을 맞이한다.
(네. 이런 얘기에요. ㅋ)

왠지 그렇게 끝나면 안 될 것 같은 방향으로 영화가 흘러가고, 결국 엔딩 크레딧이 뜬 뒤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이런 기분 오랜만인데, 굳이 기억을 뒤져 보자니 관금붕의 <연지구>를 처음 봤을 때가 떠올랐다. 외로움, 인연, 그리움, 이런 키워드들에 이어 ‘회한’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쩌다 늦은 밤 시골길을 걷다 보면, 문명이란 어떻게든 어둠을 이겨 보려는 인간들의 발버둥이 이뤄낸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밤을 낮처럼 밝혀냈지만, 마음 속의 어둠은 쫓아낼 수 없었고, 도시에도 여전히 그늘은 있다.
그 그늘에서 무엇이 나올지를 두려워한다면, 아직 당신은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지도.
1월이지만 올 연말에 꼽을 올해의 영화 중 한 자리는 확정. 영화는 잔잔하지만 여운은 어마어마하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음.

P.S. 일본 작가 야마다 타이치의 <이방인과 보낸 여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1988년에 영화화됐다. 물론 번역 출간도 되지 않았고, 영화도 볼 방법은 없어 보인다. 혹시 보신 분 계심?

P.S.2. 해리 역의 폴 메스칼이 <글래디에이터>에서 그 소년 루시우스였다고. 아. 세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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