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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러브 데쓰+로봇> 시즌3의 마지막 편인 <Jibaro>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얼얼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작 17분짜리 애니메이션이지만 담고 있는 이미지와 스토리는 인류 문명 전체를 제대로 관통한다. 진정한 글로벌 프로젝트란 이런게 아닐까 싶다.
 
2. 가장 기본이 되는 배경 스토리는 신대륙을 짓밟은 스페인 침략자들의 이야기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혹은 키르케) 이야기의 결합인듯.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미지의 폭격은 머리가 멍해질 지경이다.
 
 
3. 지역 문명을, 지구를, 혹을 자연을 제멋대로 약탈하고 유린하는 침략자들에게 원주민들이 숭배해 온 자연신(혹은 신적 존재)이 저항하는 이야기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고전으로는 존 부어맨의 <에메럴드 포레스트>가 있었고, <원령공주>나 <아바타> 가 그랬다.
 
 
4. 그런데 여기에 존 워터하우스의 <사이렌>이나 <라미아> 같은 작품들의 메시지, 밀레이의 <오필리아> 같은 라파엘 전파 화가들의 물과 꽃잎 이미지, 금색 조각들로 뒤덮인 클림트의 <키스>같은 그림들의 아우라가 풍겨나온다. 극중 사이렌의 이미지나 동작은 인도+발리풍?
 
(물론 이건 다 제 기분에 그렇다는 겁니다. 전문가분들이 보시고 야 그거랑 그거랑 뭔 상관이야 하시면 바로 깨갱...)
 
5. 물론 이런 이미지나 스토리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은 가능하지만, 알베르토 미엘고는 이 모든 것을 종합해(사실 다 가져다 합쳤다는 것만도 놀라운데), 전에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 그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이유. 다음엔 또 어떤 것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백문이 불여일견. 17분밖에 안 된다. 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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