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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은 '문화어 사전'이라는 새로운 칼럼을 모아두는 곳입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여기 있는 글도 '매거진M'에 들어가는 정기 연재물입니다.

 

아니 왜 헷갈리게 이거 썼다 저거 썼다 하는거냐고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사실 처음에는 한달에 한번 쓰는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많은 분들이 아실(응?) '10만원으로 즐기는 이달의 문화생활'을 쓰는게 당초의 목적이었는데 이 책이 격주간이 되더니 끝내 매주 나오는 주간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만원으로 즐기는 이달의 문화생활'을 매주 쓸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이달의 문화인물'이 나오고, 그 사이에 '문화어 사전'까지 나온 겁니다.

 

아무튼 취지는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어'라는 것은 예전에 배웠던 '북한의 표준어'라는 뜻이 아니고, '그때 그때 시점에서 대중문화를 즐기기 위해 이해해야 할 말의 정확한 의미'라는 뜻입니다.

 

 

 

 

 

그럼 어디에 쓸모가 있느냐. 간단합니다. '문화어 사전'만 꿰고 계시만 굳이 취미도 없는데 TV 열심히 보면서 트렌드 따라잡으려고 노력하실 필요 없습니다. 개콘 봐도 재미도 못 느끼는데 일부러 애써 보실 필요 없습니다. 드라마, 일부러 세상과 호흡하는 척 하려고 인내를 시험해 가며 보실 필요 없습니다. 사람들과의 화제에 뒤떨어질까봐 억지로 참고 영화 보실 필요 없습니다.

 

문화어 사전이 앞으론 다 해결해드립니다. 만사 OK.

 

(단, 이 칼럼의 마감이 좀 빨라서 - 책으로 나오기 2주 전 - 조금은 OUT OF DATE 한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힘으로 어쩔 수 있는게 아니라서. ㅜㅜ 대신 다른 쪽으로 그런 약점을 커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쪽이라면 뭘 말하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아시잖습니까. 그걸로 최대한 얘깃거리를 뽑아낼 수 있게 도와드리는 거.^^ 그러니까 1970년대풍으로 광고 카피를 뽑자면

 

"문화어 사전만 있으면 당신은 대화가 두렵지 않다! 이것만 있으면 화제의 왕!"

 

그럼 시작합니다. (제목의 날짜는 작성 날짜입니다.)

 

 

문화어사전 0408

 

반인반수(半人半獸) [명사]

동물과 사람이 결합해 태어난 상상 속의 존재. 염색체 수가 다른 동물 사이에서는 교배가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류가 알아내기 전의 존재들. 또 나쁜 시력에서 기원한 것이란 설도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말 반, 사람 반인 명사수 켄타우로스는 페르시아 기병에 대한 공포심과 착시현상이 낳은 괴물이라는 것. 서양 전설 속 인어(人魚) 역시 해양 포유류인 듀공을 멀리서 잘못 본 사람들이 지어낸 것라고도 한다.

 

      (이게 정설이긴 한데 듀공의 생김새로 봐선 대체 뭘 보고 인어...;;)

 

최근 MBC 드라마 '구가의서'에서 이승기가 연기하는 최강치의 캐릭터가 반인반수로 설정되어 있어 자주 거론. 하지만 최강치는 다른 반인반수와 달리 외견상 동물적인 특징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다, 포니테일형 헤어스타일 등이 일본 만화 주인공 이누야샤(犬夜叉)와 너무 닮았대서 논란이 인다. 참고로 이누야샤의 설정은 반인반수가 아니라 반인반요(半人半妖: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 아버지인 요괴의 영향으로 개 꼬리와 뾰족한 귀가 달려 있다.

 

이승기가 연기하는 최강치는 저 위 사진, 이누야샤는 이렇게 생긴 녀석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누야샤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이누야샤의 이복형인 셋쇼마루. 진정한 차도남 스타일...

 

 

 

나쁜사람 [명사]

잘못이 없는 사람을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핍박하는 사람’. 본래 넓은 의미에서 모든 종류의 비양심적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을 가리키지만, KBS 2TV ‘개그 콘서트나쁜 사람이후 한정된 의미로 쓰이고 있다.

 

나쁜 사람은 경범죄로 체포된 범인(이상구)를 반장(유민상)을 비롯한 형사들이 엄하게 취조하지만 캐면 캘수록 범인의 안타까운 사연이 드러나 결국 부하들이 울먹이며 반장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항의하고, 반장 역시 얘 빨리 풀어줘!”라고 절규하며 끝맺는 내용. 최근에는 직장에서 사소한 착각으로 부서장이 부서원을 야단치고, 야단 친 이유가 오해로 드러나면 나머지 부서원들이 부서장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부르는 광경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브라더 [명사]

범죄단체 조직원들이 친근한 동년배나 아랫사람을 부르는 호칭. 실제 나이 차이보다는 서열에 준한 호칭이다. 촌스러운 발음으로 친근감을 강조하는 것이 포인트이므로 어이(으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자들은 은근히 마음에 둔 한두살 연하 남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발음. ‘브롸더까지는 괜찮으나 ər]로 발음하면 뭔 개수작이냐는 소리 듣기 딱 좋다. 가장 좋은 용례와 발음은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일부 사람들은 이 말의 어원을 기타노 다케시의 2000년작 영화 ‘Brother’에서 찾기도 하나, 이 영화에서는 자기보다 윗 서열의 조직원, 즉 일본어 아니키(형님)’의 동의어로 쓰였으므로 전혀 의미가 다르다. [주의사항: 이 일본 영화 제목을 너무 정확하게 부라자(ブラザ)’라고 읽으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

 

 

'브라더'의 한 장면. 일본에서 사고치고 미국으로 쫓겨 간 조직의 '형님'이 미국의 아주 찌질한 뒷골목 양아치들에게 '조직의 법도'를 가르치면서 큰형님 역할을 한다는 다소 황당무계한 내용인데, 제법 재미있습니다. 기타노 다케시 영화 답지 않게 플롯이나 촬영이 지나치게 깔끔해서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하우스'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흑인 배우 오마 엡스가 '아니키!' 하면서 울먹이는 장면은 꽤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파견직 [명사]

일은 A회사에서 하되 B회사의 소속으로 되어 있는 사람의 총칭. 월급은 대개 A회사에서 B회사에 지불하고, B회사가 소정의 수수료를 공제한 뒤 당사자에게 지급한다. 일본에서는 평생고용의 신화가 무너진 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IMF 이후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실제 인력은 줄이지 않으면서 정규직을 줄이는 방안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전에 올라온 이유는 김혜수 주연 드라마 직장의 신때문. 현실에서 파견직의 99.9%는 참을성과 붙임성이 최고의 미덕이지만 김혜수가 연기하는 미스김은 복사기 수리에서 외국어 문서 작성, 중장비 운전에서 바리스타까지 못하는 게 없는 슈퍼 능력자다. 심지어 일본 드라마 원작인 파견의 품격(국내 방송 제목은 만능 사원 오오마에)’의 시노하라 료코는 헬리콥터까지 조종한다.

 

 

이 정도 능력자라면 1년에 6개월만 일하고 나머지 6개월은 스페인에서 휴식해도 뭐랄 사람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드라마는 드라마. 2년 지나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하고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하는 대다수 파견직의 한숨 앞에 자칫 이 드라마가 그거 봐, 스펙만 좋으면 저렇게 살 수 있잖아라는 어처구니없는 핀잔 거리로 쓰이지 않길 바람.

 

 

 

상남자 [명사]

한마디로 남자 중의 남자라는 뜻. 그러니까 천생 남자라는 뜻인데 흔히 천생천상으로 잘못 쓰다 보니 천상 남자에서 이 떨어져 나간 모양. 혹자는 ,,하 중에서 ()남자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별 설득력은 없음.

 

 

 

사용의 범위는 매우 넓다. 하정우나 엄태웅처럼 실제로 남자다움이 뚝뚝 떨어지는 인물들은 물론, 김범 장근석 같은 전형적인 꽃미남도 앳된 복근을 자랑하며 스스로 상남자라고 주장하곤 한다. 심지어 아빠 어디가에 나오는 성준(성동일 주니어)도 그 또래에서는 대표적인 상남자로 통한다.

 

아무튼 여자들에게 대체 어떤 남자가 상남자냐고 물어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시간 낭비다. 왜냐하면 그네들에게 상남자란 특정한 스타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조지 클루니에서 조셉 고든 래빗까지, 그냥 내 마음에 드는 남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 용례로 느끼남이란 명사가 있음. 이건 그냥 내 마음에 안 드는 남자라는 뜻.) <끝>

 

그러니까 여자분들은 그 시대에 인기 있는 남자의 타입을 가리키는 말(예를 들어 위버섹슈얼, 꽃미남, 상남자 등등)의 원래 의미가 뭐건, 자기 눈에 멋져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그 카테고리에 든다고 주장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게 이상하다는 걸 그 자신만 모를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상남자' 항목에 장근석이나 김현중을 넣거나, '꽃미남' 항목에 에드워드 노튼을 넣거나 하면서 그 자신은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남자들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하면 흔히 이런 상황이 발생합니다.

 

남: 여자들은 느끼한 타입을 좋아하지?

여: 누가 그래? 느끼한 남자 다 싫어해.

남: 좋아하더만.

여: 예를 들면 누구?

남: 조지 클루니도 그렇고...

여: 조지 클루니가 뭐가 느끼해!

 

결론: 그러니 여자분들과 대화를 하는 남자분들은 '대체 니가 생각하는 상남자의 정의가 뭐야?' 따위의 질문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것만 잘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첫회는 여기까지. 역시 써놓고 한달 지나니 좀 시대에 뒤지는 느낌도 있군요. 다음번엔 좀 더 앞당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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