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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비가 내린다. 그리 심하게 쏟아지는 비는 아니지만 먹구름 가득한 하늘과 함께 지금이 캄보디아의 우기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하는 그런 비다.
씨엠립 시내에서 앙코르 와트까지는 차로 약 15~20분 거리. 시내를 벗어나 앙코르 와트로 가는 대로변(그래봐야 4차선 정도 된다)에 소피텔과 메르디앙 호텔이 있다.

앙코르 와트가 저 멀리 보이고, 차는 좌회전해 다시 달린다.이내 앙코르 종합 매표소에 도착. 대부분의 사람들이 40불짜리 3일권을 산다. 이 표를 사면 3일간 표를 보여주기만 하는 것으로 모든 주요 관광지의 출입이 자유롭다. 단 3일권부터는 사진을 부착해야 하므로 미리 사진을 가져가는 것이 현명하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줄의 길이가 장난 아니다.모든 걸 제쳐두고 앙코르 와트부터 보자고 했으나 우리의 드라이버 니르낫 군은 "오전에 앙코르 와트를 보는 법은 없다"고 한다. 건물이 서향이라 오전에 사진을 찍으면 거의 다 역광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늘같이 흐리고 비 뿌리는 날은 상관없지만, 앙코르 와트를 보고 나면 다른 사원들은 좀 뭔가 부실해 보이기 때문에 오전에는 다른 곳을 먼저 보는게 보통이라는 얘기다.

앙코르 유적군은 씨엠립에서의 거리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앙코르 와트와 바로 인접해 있는 앙코르 톰, 그리고 폐허의 사원으로 유명한 따 프롬까지 시내에서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유적들과 그렇지 않은 유적들이 있다. 후자의 대표자로는 가장 아름다운 부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반티아이 스레이가 꼽힌다. 이런 식으로 해서 앙코르 지역을 보는 관광객의 90%는 앙코르 톰의 남문에서 관광을 시작한다.바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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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문 밖에는 힌두 신화의 유명한 장면인 유해교반, 즉 '젖의 바다 젓기'가 다리 위의 양 난간으로 묘사되어 있다. 오른쪽 난간의 신들은 왠지 귀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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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리로 들어가서 앙코르 톰을 다 보고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문을 통과해 보니 기사 니르낫 군이 다시 차에 타란다. 여기서 차로 3분 정도를 더 달리고 나니 유명한 바욘이 나타난다. 앙코르 톰의 규모를 짐작케 하는 장면이면서, '차 대절 안 하고 그냥 대강 왔으면 큰일 날뻔 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대목이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앙코르 톰 안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바욘은 도성 앙코르 톰 안에 있던 가장 큰 사원이며, 사면 벽을 메운 부조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면 인면상을 사면에 새긴 다섯개의 탑 구조가 특히 유명한 곳이다. '앙코르의 미소'라고 불리는 그 미소들은 바로 바욘의 인면상에서 따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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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가 좀 끼긴 했지만 지금도 선명한 바욘의 부조들. 귀가 큰 앙코르 전사들은 당당한 모습으로 새겨져 있다. 이 나라에서도 귀 큰게 좋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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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가장 귀여운 부조. 원숭이 신 하누만을 연상시킨다고 옆의 영어 쓰는 가이드가 그랬다. 가이드가 딸린 팀을 슬쩍 따라다니면 설명을 훔쳐 들을 수 있는데, 한국 가이드의 솜씨는 그리 신통치 않은 것 같았다. 아무튼 바욘은 대강 이런 분위기. 그리고 이것이 바로 유명한 바욘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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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바욘 하나를 보고 내려온 것만으로 후덥지근한 날씨는 사람 진을 다 빼 놓는다.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유적들을 패스하고 내려와 보니 코코넛 주스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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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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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팔러 다니는 소녀 하나로부터 피리를 1불에 샀다. 아무래도 지나가는 애들 중에서 제일 예쁜 애 것을 사게 된다. ...뭘 해도 예뻐야 먹고 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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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유명한 코끼리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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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둥이 왕의 테라스 밑으로는 역시 부조가 수백개 감춰져 있다.

그중에서 단 둘만이 선탠이 안 됐는지 붉은 얼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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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선탠할때 니들은 뭐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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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타임. 현지식의 볶음 국수다. 계란과 야채를 넣고 볶은 국수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매우 훌륭했다는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물론 볶은 것이므로 음식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지만 물을 그냥 마실 용기는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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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렇게 해서 오전 탐방 끝.






2편을 보시려면-



1편을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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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앙코르 와트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뛰십니까? 아니면 씨엠립이라는 도시 이름을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아니면 캄보디아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나시는 편입니까?

 

블로그를 옮기면서 옛날 글들을 조금씩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글은 옛날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진이 전부 깨졌더군요. 옛날 블로그에서 손을 볼까 하다가 아예 옮기는 김에 새로 만지기로 했습니다.

요즘 부쩍 씨엠립과 앙코르 와트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적극 권장입니다. 특히 건기에 가실 수 있는 분들은 대단한 행운아라고 해야겠죠. 이 글들은 제가 무작정 다녀온 씨엠립 여행에 대한 얘기들입니다. 벌써 2년전 얘기지만, 그래도 아직은 정보로 쓸만할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소년중앙>류의 책에서 '밀림 속의 신비, 앙코르 와트' 류의 글을 읽은 뒤부터 앙코르 와트에 한번 가 보는 것은 저의 변함없는 꿈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크메르라는 나라는 캄보디아로 이름을 바꿨고, 어느새 '절대 갈 수 없는 나라'에서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나라'로 바뀌었습니다. 제대로라면 건기인 10월에서 12월 사이에 갔어야 했지만 그래도 갈 짬이 났다는 게 너무나 기뻤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쉬웠지만 아직도 다녀왔다는 게 꿈만 같을 정도로 앙코르 와트는 멋진 곳이었습니다. 혹시나 가실 분이 있을까봐 지난 6월말부터 7월초까지 다녀온 경험을 기준으로 준비 과정을 상세히 적어 봅니다.

다른 곳에 써 있는 글을 퍼온 탓에 갑자기 반말을 하더라도 양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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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막연히 '직항기인 아시아나를 타고 씨엠립(앙코르 와트를 구경하기 위해 가야 할 도시)적당한 호텔에서 자면 되겠지' 정도로만 구상하고 있었다. S씨의 친척이 현지에 있다니 적당히 도움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이한 생각도 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일단 항공료. 씨엠립 직항 아시아나는 1년중 가장 싼 가격이 64만원이었다. 유류부담금(그런게 있다)을 합하면 73만원 정도 되고 두 사람이면 약 150만원이 항공료로 소요된다.

뭐 싸다면 싸다(아시아나의 7월 가격은 유류부담금을 합해 80만원쯤 된다). 하지만 이거보다는 더 싼게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베트남 항공은 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훨씬 불편하다. 그러나 원동항공이라는 대안이 있다.

 

원동항공은 6월말 가격이 30만원(+유류 39만원)이었다. 거의 절반 가격이다. 물론 직항이 5~6시간 정도 걸리는 반면 원동은 갈아타는데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해 7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기내식은 나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경험해본 결과 이 악평은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내식 한번에 30만원을 걸 사람이 아니라면, 아시아나를 타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원동항공을 개별적으로 탑승하면 흔히 로열 이코노미라고 불리는 '좌석만 비즈니스석'에 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같이 타는 승객의 90%가 패키지 여행객이다 보니, 이들 중에서는 누구 하나를 빼서 좌석 승급을 시켜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행사가 장사를 잘 해서 객석이 만석이 되면 개별 여행객들이 그 과실을 따먹게 된다.

불행히도 원동항공은 2008년 현재 서울-씨엠립 구간을 운행하지 않습니다(회사가 부도 났다는 설도 있더군요). 아무튼 그래서 현재로서는 이만치 싸게 날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떠나는 아시아나 직항의 여름 요금은 여전히 60만원대(유류할증료 포함). 방콕-씨엠립 구간의 항공편은 16만원 정도지만(http://www.bangkokair.com/en/index.php) 서울-방콕 요금을 생각하면 이쪽이 쌀 리는 없습니다. 방콕 구경을 겸할 거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가격만 생각한다면 개별적으로 가는 것이 역시 훨씬 비싸다. 우리 부부의 경우 항공권이 원동항공으로 2인 합계 78만원, 호텔비가 9만*4박 해서 36만원 들었다. 반면 적당한 패키지를 이용했다면 1인당 39만원+유류 9만원 해서 48만원, 곱하기 2하면 96만원 정도가 든다. 여기에 교통비, 식대, 가이드비(만약 쓴다면) 등을 감안하면 패키지는 개별 여행의 60% 가격 수준이 된다.

그러니까 이건 순전히 취향에 따른 선택이다. 만약 당신이 (1) 일단 관광지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싶고 (2) 호텔의 레벨이 좀 낮은 것은 전혀 상관이 없고(사실 패키지로 여행을 가 보면 호텔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란 거의 자는 시간 뿐이다. 따라서 호텔 시설은 어쨌거나 상관이 없다) (3) 가이드가 가자는 대로 악어농장에서 사파이어 가게까지 온갖 쇼핑센터를 가도 참을 수 있고 (4) 피곤해도 절대 먼저 호텔에 갈 수 없는 그런 상황을 모두 웃어 넘길 수 있다면, 패키지 여행은 대단히 좋은 선택이다.

내가 패키지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1) 앙코르 지역의 사원들을 데리고 다니는대로 다 돌기에는 체력에 자신이 없었고 (2) 날도 더운데 좀 좋은 호텔에서 좋은 수영장의 혜택을 누리며 탱자탱자하고 싶었고 (3) 새벽에 나가서 저녁식사 후에 호텔로 기어들어와 기진맥진 잠이 드는 여행은 이젠 하고 싶지 않았고 (4)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만 골라 다니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건 부수적인 거지만, 아무래도 개별 여행을 하게 되면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하게 되고, 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뭐라도 더 남게 된다. 게다가 '이런 건 나만의 여행에서만 할 수 있다'는 경험도 몇가지 가질 수 있다. 지난 2004년 베이징에 갔을 때, 나는 북경짜장면도 먹어 보고 싶었고, 북한 식당의 평양냉면도 먹어 보고 싶었고, 명십삼릉 중에서 영락제의 장릉도 보고 싶었고, 북경 동물원의 팬더도 보고 싶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나는 실크 이불이며 싸구려 진주 공장을 돌아봐야 했다.

Angkor Palace Resort & Spa는 분류에 따라 4성 또는 5성으로 의견이 갈리지만 아무튼 최고급의 호텔이었다. S씨의 추천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호텔이 있었는지도 알 길이 없었겠지만, 특히 그녀의 오라버니가 경영한다는 S사는 인터넷 가격 120~150불인 이 호텔을 90불에 예약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과정은 이렇다.

인터넷으로 이 호텔의 가격을 알아보다가 최저가로 85불을 발견했다. 이걸로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해 봤다. 전화를 안 받는다. 다시 걸어봤다.

현지인이 전화를 받아 쏼라쏼라한다.

S사에 전화했다.

S사: 식비는 끼니당 5불 정도, 호텔비는 40불 정도면 좋은 데서 주무실수 있습니다.
나: 저어, 호텔은 APR&S로 하려고 하는데...
S: 네? 거긴 좀 비싼데요.
나: 비싸다면 어느 정도...?
S: 우리가 예약해도 150불 정도 됩니다. 할인을 잘 안 해줘서 패키지가 잘 못 들어가죠.
나: 좀전에 인터넷에서 85불짜리를 봤는데요?
S: 그럴리가요. 그럼 확인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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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에 다시 전화가 왔다.

 

S: 확인해봤는데 우리가 해도 90불 정도까지밖에 안 된답니다.
나: 그래요? 생각보다 좀 비싸네요.
S: 네. 이제 저희가 90불보다 더 받을 수는 없고... 그 가격에 하려면 하세요.

전화를 끊고 생각해봤다. 어딘지도 모르는 호텔 예약 사이트에다 카드를 오픈하는 위험을 감수하느니 5불 정도 더 내고 믿을만한 국내 회사에 하는게 훨씬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아무튼 이런 절차는 호텔 예약을 할 때 초보자들이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호텔비와 항공권에는 정가라는 것이 없다. 따라서 '호텔비 50% 할인'같은 문구야말로 사기 중의 사기다. 세상에 정가도 없는데 어디서 뭘 어떻게 할인을 한단 말인가? 국내 호텔들도 어떤 때에는 10만원, 어떤 때에는 30만원씩 하는게 보통이다. 따라서 적당한 가격을 골라 내는 데에는 제법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제법'이라고 해 봐야 구글을 이용해 약 1시간 정도만 웹서핑을 하면 충분하다.

이렇게 해서 항공권과 호텔을 잡았다. 이제 가기만 하면 된다. (계속)

p.s. 현지 여행사와 잘 얘기하면 7월초까지는 70불 정도에 잘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역시 저는 웹서핑 시간이 좀 짧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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