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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이] 여기저기서 '힐링 드라마' '힐링 예능'이 등장한지 오랩니다. 하지만 진짜 '힐링 드라마'라고 부를만한 작품이 나왔습니다. 바로 JTBC 새 주말드라마 '맏이'. 어떤 드라마일까요?

 

타이틀 사진을 보면 어떤 내용일지 대략 짐작하실 만 합니다. 어린 다섯 남매가 부모를 잃고 갖은 고생을 다 하며 성장하는 이야기죠. 제목이 '맏이'인 것은 그 성장을 위해 맏언니가 엄마 노릇을 하면서 동생들을 뒷바라지한다는 이야기임을 보여주는 것이구요.

 

그 '맏이'가 14일 처음 방송됐습니다. 그리고 방송 첫날부터 반응이 호평 일색입니다. 한마디로 무공해 청정 드라마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일단 누가 누군지 구별을 해야 드라마 보는 데 도움이 될 듯. 드라마의 중심인 오남매부터 시작합니다.

 

아역 캐스팅은 단연 최강입니다. 얼굴만 봐도 캐릭터가 절로 느껴집니다.

 

 

다섯 남매의 성격까지 뚜렷합니다. 드라마의 핵심인 맏이답게 똑똑하면서도 심지가 굳고 갖은 고생 속에서도 밝고 바른 마음씨를 간직하는 맏딸 영선. 아역 유해정, 어른 역은 윤정희가 연기합니다.

 

둘째 영란은 집안 살림이야 어쨌든 예쁜게 좋고 비싼게 좋은 허영 덩어리. 어느 집안에나 희한하게 둘째 중에 이런 성격이 많은 듯 합니다. 예쁘게 자라지만 그 예쁜 얼굴 때문에 결국 문제를 만듭니다. 아역 박하영, 어른은 조이진.

 

 

 

'난 공부가 제일 싫어요'라고 말하는 세째 영두. 아들이지만 똑똑한 구석도 없고, 야무진 구석도 없는 그런 아이. 아역은 김윤섭, 어른은 강의식. 그저 착한 것 하나 외에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네째 영숙은 말 없이 소심하고, 부모를 잃은 충격 때문에 몽유병까지 생기는 약한 아이입니다. 언니의 도움이 유난히 필요한 동생이죠. 아역 한서진. 어른은 미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막내는 아직 아기 상태에서 못 벗어난 영재. 김예찬 군이 연기합니다. 10여년 뒤라고 해도 아직 아역 상태일 듯.

 

 

 

 

이 다섯 아이들이 아빠(윤동환)와 엄마(문정희) 밑에서 가난하지만 아무 걱정 없이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엄마와 아빠를 모두 잃고 어쩔 수 없이 고모를 찾아가 살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고모도 소실 살이에 눈치 보며 사는 처지라는 것. 그 고모네 환경입니다.

 

 

 

고모 은순(진희경)은 동네 갑부 이상남(김병세)의 첩 살이를 하면서, 둘 사이에 아들 종복이를 낳아 기르고 있습니다.

 

그 이상남의 본처가 이실(장미희). 둘 사이에는 인호(아역 박재무, 어른 미정)와 지숙(아역 노정의, 어른 오윤아) 남매가 있지만 이실은 누구에게나 냉랭하기만 합니다. 워낙 상남과의 결혼이 원치 않은 결혼이었던데다 결핵이 깊어지며 누구 하나 곁에 가까이 두려 하지 않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실을 어려서부터 짝사랑했던 창래아재(이종원)만이 마음을 기울여 이실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 정도. 딸인 지숙까지도 '차라리 돌아가시는게 낫겠다'는 속내를 비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 은순의 조카 오남매가 들이닥치면 반가워 할 사람이 있을 리가 없겠죠. 은순 역시 떠맡을 처지가 아니지만 여기 말고는 기댈 데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같이 사는 사이가 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영선이 친자식들조차 열지 못한 이실의 차가운 마음을 열게 되는 스토리.

 

 

 

 

그리고 한 동네에서 성장하는 영선의 소울메이트 순택네가 있습니다.

 

순택이네는 그래도 양반 끄트머리를 자처하는 집안. 어머니 반촌댁은 일자무식에 떡장수지만 그래도 아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전형적인 어머니입니다.

 

그 아들인 순택(아역 채상우, 어른 재희)은 도내 1등을 차지하는 수재. 부잣집 아들인 인호와 학교에서는 친구이자 라이벌 관계입니다. 당연히 부모의 온갖 기대를 품에 안은 '개천에서 난 용' 캐릭터죠.

 

그 동생인 순금(아역 박지원, 어른 미정)은 오빠와는 달리 공부는 전혀 소질이 없지만 마음만은 하늘만큼 넓은 소녀. 눈치도 없고 남의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그야말로 무공해 캐릭터입니다. 특히나 아역 박지원 양의 캐스팅은 정말 신의 한수. 단 1회만 봤을 뿐인데도 웃음이 빵빵 터집니다.

 

 

 

'맏이'의 초반은 이 아역들의 눈부신 활약이 신화를 만들어 낼 것 같은 예감.

 

부모 없이 오남매만 남아 갖은 고생 끝에 천천히 어른이 되어 가고, 어른이 되어서도 돌봐줄 사람 없어 또 고생하고, 그중에 또 철없이 맏언니 속 썩이는 캐릭터도 있고...

 

이렇게 이야기만 들으면 참 불쌍하고 눈물나고 답답한 이야기일 듯 하지만, 대한민국 원로 작가 중 첫 손가락에 꼽히는 김정수 작가는 그리 뻔한 드라마와는 거리가 먼 분입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나올 듯 한 구석에서도 아이들은 여전히 천진난만하게 어른들을 웃깁니다. 그 웃음이 오히려 더 찡하게 와 닿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전체적인 드라마의 색채는 밝은 녹색입니다.

 

 

 

 

저 또한 농촌 생활 한번 해 본적 없지만, 오가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리 정겨울 수가 없습니다. 어른들에게는 '그래, 저 시절엔 다들 저랬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할 드라마죠. 반면 젊은이들에게는 '정말 저 시절엔 저랬나' 싶은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피가 조금 다를 뿐, 그 안에 담겨 있는 사람살이의 모습은 똑같다고나 할까요.

 

또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대화를 듣다 보면 이건 금세 우리 삼촌, 우리 고모, 우리 누이의 모습이라고 공감할 만한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요 인물들만 20여명이 되는 대형 드라마인데도 인물 하나 하나, 대사 하나 하나가 모두 그냥 흘려 보낼 수 없다는 데서 대 작가의 관록이 느껴집니다.

 

저 불쌍한 아이들이 언제 다 자라서 사람 구실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 드라마지만 벌써부터 가슴이 아려오기는 하는데, 그래도 눈길을 떼기 힘들게 하는 드라마. 이런 드라마는 참 오랜만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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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중생 아역 스타가 교내 폭행 사건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있은 뒤로 아역 탤런트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린 배우들이 잘 자라는 건 뭣보다 중요한 일이고, 거기에 대해 관심이 늘어나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사실 현장에서 보고 들은 사람이 아니면 별 의미없는 얘기도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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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한 장면이라는 걸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 소년이 바로 몇해 전, <여인천하>에서 어린 세자 역을 맡아 안방극장을 들었다 놨다 했던 아역스타 권오민 군이라는 걸 아시는 분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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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최근 '이산'에서 대수(이종수)의 아역으로 나온 배우라는 것도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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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탤런트 중에 어른으로 성장해서 크게 성공한 사람은 적지 않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아역 스타 셜리 템플은 나중에 미국의 가나, 체코슬로바키아 대사를 역임하기도 했지요. 반면 어린 시절의 연예계 경험이라는 것이 성장에 그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얄개' 이승현씨의 경우가 널리 알려졌고, 몇몇 아역 출신 연예인들은 이미 성년이 되기 전에 아주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신문 사회면에 이름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아역 스타는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요. 선진국에서는 촬영장에 교사가 대기하지 않으면 아역을 동원한 촬영은 아예 불법적인 행위로 규정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는 한국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지켜 본 아역 스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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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건 아역 배우들이 연기를 못해서 드라마가 재미 없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항상 아역 배우는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녀들을 아역 배우로 만들어 보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뜻도 되겠다. 하기야 요즘처럼 연예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이런 수가 훨씬 더 많아졌음 직 하다. 그러나 아역 배우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세계에 던져져 겪어야 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권오민. 누군지 모르겠다고? <웰컴 투 동막골>에서 동구 역으로 출연해 강혜정과 멋진 호흡(?)을 보여줬던 소년이다. 그래도 기억이 안 난다면 혹시 왕년의 인기 드라마 <여인천하>의 세자라면 기억이 좀 더 쉬울지 모르겠다.

97년생인 권오민은 <여인천하>에서 태어난지 6일만에 어머니를 잃고 문정왕후(전인화)의 손에 자라는 세자 역할로 장안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연출자였던 김재형 PD는 어린 세자가 드라마의 인기를 끌고 나가자 신이 나서 세자의 대사 양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권오민은 신동 소리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말 투성이인 대본을 척척 외워 주위의 칭찬을 독차지했다.

권오민의 영특함(?)을 일러주는 일화가 있다. <여인천하> 촬영장으로 국회의원들과 송도균 당시 SBS 사장이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 여성 국회의원이 귀엽다며 세자를 덥썩 안고 뽀뽀를 시도했다. 하지만 "악, 이상한 아줌마야! 싫어, 놔!"하고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금세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송사장이 안았다. 역시 권오민은 격렬하게 반항했다.

"싫어, 놔, 놔."

"이 녀석, 내가 누군지 알아?"

"누군데?"

"나 SBS 사장이야. 방송국 사장이라구."

잠시 몸부림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하던 권오민, "그래? 그럼 해" 하며 볼을 송사장 쪽으로 쑥 내밀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박장대소할수밖에.

그러나 이런 날만 있지는 않았다. 세자가 인기가 좋다 보니 한 아침 프로그램에도 출연을 했는데 철없는 MC 하나가 "엄마가 좋아, 어마마마가 더 좋아?"하는 질문을 해 버린 거다. 워낙 어린 나이라 거짓말을 못 하고 머뭇거리던 세자가 "어마마마가 더 좋다"는 식의 대답을 했다.

그 다음부터 촬영장 분위기가 묘하게 냉각됐다. '어마마마'인 전인화는 권오민의 가족들 눈치를 보느라 잠시도 세자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권오민 역시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어마마마' 주변에는 가까이 가질 않았다. 자연히 연기 호흡이 깨졌고, NG가 잦아져 녹화 시간이 길어졌다. 특히 엄마가 주변에 있으면 더 NG를 많이 내는 것 아닌가. 결국 연출진은 진짜 엄마를 스튜디오 밖으로 내보내고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을지 딱하기도 하지만 <웰컴 투 동막골>이며 드라마 <회전목마>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걸 보면 구김살 같은 건 전혀 없는 모습이라 적잖이 마음이 놓였다. 성장기의 혼란을 이겨내지 못해 나쁜 길로 빠진 아역 출신 스타들은 전 세계적으로 한둘이 아니지만 권오민이 보여준 영특함을 보면 손창민이나 정준 못잖은 아역 출신 스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아역 스타들이 제대로 크는 데에는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홀로 집에>로 만 10세에 엄청난 부와 명성을 손에 넣었지만 어린 나이에 결혼과 이혼, 마약 파문 등으로 혼란을 겪은 끝에 평범한 20대 청년이 되어 버린 매컬리 컬킨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성공한 이후로 아무도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안돼'라고 말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다 했지만 그게 결국 내게는 독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정작 힘든 역할은 바로 '성공한 아역 스타의 부모'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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