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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것으로 오래 끌었던 600만불의 사나이-특수공작원 소머즈 시리즈를 끝맺겠습니다. 지나간 얘기들에 관심있는 분들은 왼쪽의 '추억의 외화' 폴더를 이용하시면 간편합니다.)

600만불의 사나이의 최대 강적은 역시 무적의 금성우주차였습니다. Death Probe라고 불리는 이 우주차는 본래 금성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첨단 과학을 동원해 만든 무적의 과학 장비지만 악당들의 손에 들어가 테러용 무기로 사용됩니다. 이 우주차는 상하편으로 두 번, 무려 4회에 걸쳐 스티브 오스틴을 궁지에 몰아 넣었습니다. 우주차는 어려서 먹던 스카치 캔디같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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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도전 때에는 금성과 지구의 기압차에 착안한 오스틴이 이 우주차를 높이 들어올려 파괴해 버립니다. 두번째는... 악당들이 머리가 좋아져서 이번엔 기압차이를 고려하고 만드는 바람에 공중들기 공격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억이 안 납니다.;; 산을 이용해서 녹여버렸던 것은 기억나는데 중간 과정이 전혀 깜깜하군요.

오스틴을 위협했던 적들은 이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오스틴과 소머즈가 함께 싸웠던 유명한 에피소드 중에는 Kill Oscar라는 것이 있습니다. 76년 10월에 방송된 부분인데, 무려 3부에 걸쳐 두 바이오닉 용사들은 악의 무리들이 만든 펨보트-여자 얼굴을 한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보트-들과 치열하게 싸웁니다. 심지어 이들의 상관인 오스카 골드맨까지도 로보트와 바꿔치기를 당하죠.

이때 오스틴은 골드맨의 발자국이 카펫에 깊이 패이는 걸 보고 연필을 던져 봅니다. 골드맨이 밟은 연필은 산산조각이 나 버리죠. 오스틴은 이를 보고 '골드맨, 다이어트좀 해라'...가 아니고 그가 진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그와 싸우는데, 싸우는 도중에 끔찍한 광경이 노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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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껍질이 떨어진 오스카의 모습입니다. 어려선 저 모습을 보고 비위가 상해서 밥을 못 먹었습니다. 지금 봐도 사뭇 징그럽군요. 괜히 올렸습니다.

펨보트군단의 모습입니다.




유난히 인기 높았던 펨보트. 심지어 펨보트 인형까지 나왔군요.




오스틴의 적수들이 대부분 무식했던 반면, 소머즈의 강적들은 좀 특이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앞에서 어떤 분이 지적했던 슈퍼컴퓨터 알렉스도 Doomsday is tomorrow라는 상하 에피소드에서 열연했습니다. 컴퓨터 주제에 은근히 소머즈를 좋아해서 욕을 먹기도 했죠.

소머즈의 친구로 등장한 맥스도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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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스타 맥스)

뭐라구요? 맥스 사진이 없으니까 아무 세퍼트 사진이나 갖다 놓은 것 아니냐구요? 아니 웬 의심이 그렇게 많으십니까. 아니라는 증거를 대세요, 증거를! 세퍼트 얼굴을 구별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아무튼 소머즈의 적 중에서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적은 바로 쌍둥이 소머즈, 소머즈와 똑같은 얼굴을 했던 여성입니다. 리사 갤로웨이라는 이 악역 캐릭터는 76년 Mirror Image, 77년엔 Deadly Ringer 상하편에 출연해 소머즈를 괴롭혔습니다.

첫 등장때 갤로웨이는 소머즈와 똑같이 성형수술을 하고 골드맨에게 접근해 OSI의 기밀을 빼내려다 결국 소머즈의 바이오닉 파워에 힘도 못 써 보고 감방행을 당합니다. 두번째 등장 때에는 악당들도 똑똑해집니다. 악당 중의 무슨 박사가 아드레날린(사실 저는 이 호르몬의 이름을 이 에피소드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제제를 이용해 초인적인 힘을 내는 방법을 발견하고, 갤로웨이에게 이 약을 투입해 진짜 소머즈와 구별할 수 없게 합니다. 물론 이들은 진짜 소머즈도 바이오닉 수술이 아니라 이 약이나 또는 다른 유사한 약을 이용해 슈퍼 파워를 낸다고 생각하죠.

갤로웨이 역할은 '당연히' 린제이 와그너의 1인 2역입니다. 우리의 주인공과 주인공을 흉내내는 사회 밑바닥 출신의 여자. 극중에서 소머즈는 적들을 찾아내기 위해 갤로웨이 행세를 하는데, 이때 '좋은' 소머즈와 '나쁜' 갤로웨이를 구별하는 기준 중 하나가 흡연/비흡연이었던 걸 보면 미국도 70년대에는 지독하게 보수적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쓰다 보니 기억나는 에피소드 하나: 바로 77년에 방송된 Jaime and the King이라는 에피소드입니다. 제목부터 벌써 고전 뮤지컬 영화 <왕과 나 King and I>의 냄새가 풍기죠. 여기서의 왕은 미국과 가까운 어느 중동 국가의 왕(뭐, 사우디 아라비아 말고 있겠습니까)입니다. 버르장머리 없는 아들을 데리고 사는 홀아비 왕(...중동에서 이 무슨...)이 아들의 가정교사로 미국 여자를 불러들입니다. 물론 소머즈는 왕의 신변 보호를 위해 가정교사를 가장하고 투입되는거죠.

소머즈는 이 에피소드에서 첩보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궁지에 몰리지만, 말썽꾸러기 왕자 제자 앞에서 벽에 걸린 거대한 방패를 주먹으로 쳐서 구멍을 낸 뒤 말합니다. "제가 나쁜 뜻이 있었다면 이런 힘을 갖고 순순히 물러났겠습니까?" 그리고는... 뭐 만사 해피엔딩이죠.

이 에피소드가 왜 기억에 나느냐, 바로 이런 장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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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기억나는 걸 보면 저는 아무래도 마냥 청순가련한 초등학생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아무튼 이것으로 기나간 600만불의 사나이와 소머즈 이야기는 마감하려 합니다. 사실 이렇게 길게 가려고 하지는 않았건만 쓰다 보면 다른 얘기가 생각나고, 또 다른 얘기가 떠오르고 해서 늘어지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그래도 쓰는 저 자신에겐 무척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정리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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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최근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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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색슨이 스티브 오스틴과 제이미 소머즈에 이어 원더우먼을 위협한 것은 1976년 11월 6일과 13일에 걸쳐 방송된 Feminium Mystique 편이었습니다.

페미니움이란 원더우먼과 아마존 일족이 살고 있는 파라다이스 섬에서만 나오는 신비의 금속-총알을 막는 원더우먼의 팔찌를 만드는 원료-을 말하는 것으로, 이 에피소드는 이 금속을 노리고 나치들이 파라다이스 섬을 기습한 내용입니다. <사관과 신사>의 데브라 윙거가 원더우먼의 동생 원더걸 역할로 등장하기도 했죠.

원더우먼이 힘의 원천인 허리띠를 빼앗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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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처지가 되기도 했었죠. 아무튼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존 색슨은 당연히 이 에피소드에서도 페미니움을 노리는 나치 특수부대 장교 역할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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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찾았습니다.;;




3대 슈퍼 영웅과 맞짱을 뜬 색슨의 활약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는 공포영화 팬이라면 잊을 수 없는 영화, <지옥의 카니발>에 주인공으로 나왔습니다. 영어로는 Cannibal Apocalypse, 이탈리아 원어로는 Apocalypse Domani라고 불리는 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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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면 뱃속으로 존 색슨의 얼굴이 보입니다. 여기서 색슨은 세계를 휩쓴 식인 바이러스-한번 좀비에게 물리면 의식이 없는 식인 좀비가 되어 버리는 이 병은 70년대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주요 테마 중 하나였죠-에 맞서 싸우는 파월 용사 노먼 호퍼로 등장합니다. 물론 맞서 싸운다고 해 봐야 이미 그의 몸 속에는 식인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습니다.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시체들의 새벽>의 전편처럼 느껴지는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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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색슨의 공포영화 이력도 상당히 화려합니다. 이 영화는 바로 <스크림>의 웨스 크레이븐의 신화가 시작된 영화, <나이트메어 Nightmare on Elm street>의 첫편입니다. 색슨은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헤더 랑겐캠프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합니다.

...오랜만의 좋은 역이라고나 할까요.

아무리 찾아봐도 <나이트메어>에 나오는 존 색슨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엉뚱한 사람의 옛 모습을 보게 된 기념으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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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연기파 배우 조니 뎁이군요. 그러나 이 영화에선 몇 번째 안에 프레디 크루거의 노예가 되어 버리는 그냥 흔한 조연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역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죠.

존 색슨은 이후에도 <비벌리힐스 캅 3>, <황혼에서 새벽까지> 등에 출연했고 지난해에는 <CSI>에 얼굴을 비치는 등 꾸준한 활약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70세를 맞은 기념으로 <호러 마스터스>라는 특별 행사에 출연해 이런 무서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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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눈매는 여전합니다. 아무튼 일세를 풍미한 '잘 생긴 악역' '거물 악역' 배우의 대명사 존 색슨의 일대기를 살짝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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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싱어의 <수퍼맨 리턴즈>는 여러 모로 <배트맨 비긴즈>와 비교되는 작품입니다. 두 작품 모두 이미 만화에서 시작해 영화와 책, 드라마로 더 이상 알려질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슈퍼 영웅을 소재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작품이면서 정 반대의 위치에 서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슈퍼맨 리턴즈>의 특징 중 하나는 이미 존재하던 크리스토퍼 리브의 <수퍼맨> 영화들, 특히 <수퍼맨(78)>과 <수퍼맨 2(80)>의 권위를 거의 절대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배트맨의 부모의 죽음과 조커와의 관계에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함에 따라 제2의 조커를 출현시킬 준비를 갖춘 <배트맨 비긴즈>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입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울려퍼지는, 올드 팬들의 심금을 흔드는 존 윌리엄스의 장중한 주제곡에서부터 이미 리처드 도너 감독의 <수퍼맨> 시리즈를 '계승하겠다'는 다짐을 과시한 브라이언 싱어는 '슈퍼맨의 아들'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들고 나옵니다.

아, 스포일러인가요?

이 정도가 스포일러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수퍼맨> 영화를 즐길 자격이 없습니다. 뿔테 안경 하나만 썼다 벗었다 한다고 그 많은 사람들이 수퍼맨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영화를 보면서 그깟 설정 하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게 말이 됩니까?

다시 수퍼맨의 아들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수퍼맨 리턴즈>에서 수퍼맨 클라크 켄트(브랜든 라우스)는 클립톤 행성을 찾아갔다가 5년만에 불쑥 돌아옵니다. 그 사이 연인 로이스 레인(케이트 보스워스)은 다섯살 난 아들을 둔 채로 편집장의 조카이자 신문사의 중역인 리처드(제임스 매스던)와 동거하는 사이가 돼 버렸고, 평생을 감방에서 썩을 줄 알았던 렉스 루더(케빈 스페이시)는 어느새 석방되어 새로운 음모를 꾸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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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클라크에게 '당연히'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로이스. 비록 리처드와 살고 있지만 여전히 수퍼맨을 잊지 못하는 로이스를 보며 리처드는 서서히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세상 어느 남자가 수퍼맨이 연적이라는데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엑스맨 3>에서의 사이클롭스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여자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리처드. 나름대로 정말 괜찮은 남자 캐릭터인데 말입니다. 아무튼 문제의 저 꼬마, 제이슨을 둘러싸고는 몇가지 얘깃거리가 있습니다. 일단 첫번째는 의문, '로이스는 과연 제이슨이 수퍼맨의 아들이라는 것을 언제 알아차리는가'에 대한 것이 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입니다. 당연히 처음부터 알고 있다는 해석과, 로이스 자신도 몰랐다는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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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이스는 '당연히' 알고 있다.

일단 상식선에서의 해석은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녀가 리처드와 함께 살면서도 크게 정을 주지 않는 것은 아이 아버지가 따로 있음을 암시하고 있고, 렉스 루더가 아이 아버지를 물을 때 로이스는 살짝 당황해 루더의 의심을 삽니다.

하지만 이 해석에는 한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슈퍼맨 2>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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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크리스토퍼 리브와 마고 키더 콤비는 저렇게 북극의 '고독의 궁전'으로 허니문을 떠납니다. 여기서 수퍼맨의 아버지(어머니던가...)는 장중한 목소리로 "인간의 여자와 맺어지려면 너는 초인의 힘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민 끝에 수퍼맨은 힘을 포기하죠. 둘은 첫날밤을 북극에서 보낸 뒤 인간세계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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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드 장군의 침공으로 지구는 궤멸 직전에 놓이고, 결국 수퍼맨은 사랑을 포기한 채 다시 수퍼 영웅으로 돌아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가슴아픈 이별. "차라리 모든 것을 다 잊게 해 달라"는 로이스의 요청에 수퍼맨은 마지막 키스로 그녀의 기억을 지워 버립니다. 그녀는 다시 클라크 켄트와 수퍼맨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가 되어 버리죠.

바로 이 부분이 문제입니다. 두 사람이 한차례 동침을 했으므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로이스는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2. 로이스도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다?

사실 이 설정도 문제가 있습니다. 똑소리나는 여기자 로이스가 아버지도 모르는 자식을 낳는다거나, 아이 아버지를 리처트로 헷갈린다든가 하는 건 정말 어처구니없는 얘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바로 위 문단의 내용을 보면 모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런 가정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수퍼맨이 갑자기 사라지고, 감정의 파멸 상태에 이른 로이스는 밤마다 술을 마시고 남자를 바꿔치는(...?) 문란한 삶의 자세를 보입니다. 물론 그 중 하나가 리처드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배는 불러 오고, 로이스는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잘 몰라 당혹감을 느낍니다. 이때 천하의 멋진 남자 리처드가 나서는 겁니다. "(내 자식인지도 모르지만) 아이 아버지가 누구든 내가 잘 키워 주겠다"고 하는 거죠. 여기에 살짝 감동한 로이스는 리처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로이스는 어떻게 아이 아버지를 알고 있느냐. 그건 당연히 '피아노 사건' 때라는 것이 이쪽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입니다. 아이 아버지를 묻는 렉스 루더의 질문에 '리처드'라고 대답하는 것은 정말 로이스도 그렇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하지만 제이슨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서 애아빠를 알아차린다는 겁니다.

사실 '로이스의 지워진 기억'은 두 경우 모두 문제가 됩니다. 아무리 제이슨이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을 한다고 해도 수퍼맨과 동침한 기억이 없다면 저 아이가 수퍼맨의 아이라고 인정하는 것도 불가능해집니다. 아무리 좋아했다고 해도, '뭔가'를 했어야 아이가 나올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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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어느 쪽이든 '말이 되게 하려면' 상당히 설명이 궁색해집니다. 이를테면 로이스의 기억을 지울 때 '수퍼맨=켄트'라는 사실만을 지우고 '수퍼맨과 동침했다'는 사실은 지우지 않았다는 가정도 가능하지만 설사 이렇게 우긴다 해도 돌아오는 건 비웃음뿐일 겁니다.

하기야, 위에서도 얘기했다시피 '뿔테 안경 하나만 쓰면 수퍼맨과 클라크를 구별하지 못하는' 이런 바보같은 영화에 저렇게 정교한 설정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하려던 얘기는 그런 시각도 있을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누가 뭐래도 크리스토퍼 리브의 추억을 되살리는 아바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브랜든 라우스에게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 듯 합니다. 그런 면에서 케빈 스페이시의 무게는 전작들의 진 해크만보다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워낙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여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 영화에서의 렉스 루더 역할은 잭 니콜슨의 조커를 넘어선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포스터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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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맨 리턴즈>는 그야말로 노골적으로 '추억에 기댄' 영화인 대신 새로운 해석에 대한 야망 같은 것은 살짝 자리를 비운 영화입니다. 이미 고인이 된 말론 브란도를 끌어낸 것도 역시 올드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게 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만큼 영화의 성취에 대한 평가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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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수퍼맨의 아들이라는 설정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는 DC 코믹스의 시리즈 중 하나인 Son of Superman에서 빌려 온 것으러 보입니다. 이 책은 수퍼맨이 렉스 루더의 계략에 말려 크립토나이트의 힘이 지배하는 땅에 갇힌 지 15년 뒤, 클라크와 로이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존(Jon)이 청소년기를 맞아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되고, 원더우먼이나 아쿠아 맨 등 저스티스 리그의 다른 영웅들을 이끄는 새로운 지도자가 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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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쯤의 근미래 11월(좀 더 정확하게 하자면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입니다). 남북한은 경의선 개통에 합의하고 대통령(안성기)이 김정일 위원장(백일섭)이 도라산역에서 개통 기념식을 가지려는 찰나, 권총리(문성근)에게 일본 외상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일본은 경의선 개통을 허가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일본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경의선 철도 부설권을 일본에 영구 양도한다는 1907년의 대한제국 문서. 미국과 중국도 연이어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섭니다. 이런 대통령 앞에 "그 문서에 찍힌 대한제국 국새는 가짜다. 일본의 거짓말을 증명할 수 있다"고 외치는 전직 서울대 사학과 교수 최민재(조재현)이 나타납니다.

대통령은 최민재에게 국새를 찾아 줄 것을 당부하지만 최민재의 대학 후배인 국정원 서기관 이상현(차인표)은 지금 일본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대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느냐며 최민재를 공박합니다. 이러는 사이 한일간의 긴장은 점점 고조되기만 합니다.

(이상은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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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버호벤 감독의 <스타십 트루퍼스>를 보다 보면 영화 중간에 우렁찬 군가와 함께 흘러나오는 지구 정부의 선전물들이 등장합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배달의 기수> - 물론 10.26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알 리가 없는 단어지만 - 였죠. <스타십 트루퍼스>를 보면서 이 선전물들의 의도를 오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구 정부의 파시스트적 성격에 대한 버호벤 감독의 유머였던 겁니다.

하지만 <한반도>를 보고 난 지금, 대단히 머릿속이 혼란스럽습니다. 과연 이 영화는 대체 어떤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저 보이는 대로만 이 영화를 받아들이자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주장은 국수주의라는 말도 온건하게 들릴 정도의 강경한 민족주의입니다. 민족의 자존심과 자주성, 이 두가지 가치를 저해하는 어떤 요소도 타도해야 할 악에 지나지 않는다는 선명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목소리가 너무도 선명해서, 차마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을 정도라는 데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정도만 되면 알아들을 수 있을 수준의 대화를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엘리트들인 대통령과 각료들, 그 보좌관들이 너무도 진지한 표정으로 나누고 있는 걸 보다 보면 혹시나 이 대화의 목표가, 그리고 이 영화가 노리고 있는 것이 이 영화가 표면적으로 내걸고 있는  '선명한 민족주의'에 대한 비웃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영화의 악역들인 일본과 그 하수인들의 지능이 <포켓 몬스터>의 로켓단 수준이라는 것도 진의를 의심케 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머리에 태극 수건을 질끈 동인 채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고귀한 이상에 동의하지 않느냐고,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 중에 한마디라도 틀린 말이 있느냐고 눈에 불을 켜고 물어보실 분이 나타날 것 같아 슬슬 겁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기엔 이렇게 대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려서 보던 <배달의 기수>에는 공박할만한 그릇된 가치가 담겨 있었느냐고. 그리고 그 <배달의 기수>가 당시엔 재미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말입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가치를 논하기 전에, 그리고 영화의 플롯에 어떤 구멍이 나 있는지 말하기 전에(물론 솔직하게 말하자면 '구멍이 난 플롯'이 아니라 '아예 그물인 플롯'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한반도>는 지나치게 지루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50% 이상은 넥타이를 맨 아저씨들이 역시 초등학교 4학년 사회 교과서 수준의 대화를 진지한 표정으로 나누며 서로 공박하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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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나머지가 시원한 액션으로 채워진 것도 아닙니다. 유일하게 무력적인 캐릭터인 차인표는 채 탄창 한개분도 총을 쏘지 않고, 사람이 죽는 장면도 을미사변 신 외에는 없습니다. 그것도 일방적인 살육이니 구경하는 재미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사가 재미있는 것도 아닙니다. 유일하게 웃음을 주는 캐릭터는 작업반의 이한위 뿐입니다.

바로 위 사진에 나오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저 화려한 배우들이 이 영화의 대사로 연기를 하고 있는 걸 걸 보면 베를린 필하모니가 <어머나>의 반주를 하고 있는 광경이(장윤정씨, 죄송합니다), 혹은 이창호와 이세돌이 상아 바둑돌로 알까기를 하고 있는 광경이 떠오르는 것은 저 혼자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럼 과연 이 147분 길이(내용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것도 상당 부분 과감한 커트를 거친 듯 합니다만)의 장편 영화를 통해 강우석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앞서 도 말했듯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보이는 대로 '이런 강경한 민족주의적인 담론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런 주장들에 염증을 느끼게 하려는' 것인지가 매우 혼란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가 담고 있는 주장이나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 두고, 오로지 영화적인 재미에 대해서만 얘기하겠습니다. 최근 수년간 1년에 영화를 5편 이상 보시는 분, 극장에는 가지 않더라도 집에 OCN이 나오는 분들은 이 영화를 보시면 실망하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영화의 흥행 성적은 매우 예측하기 힘듭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관객이 자진해서 이 영화를 보게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의 관객 대다수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분들이나, 급식 파문으로 어쩔 수 없이 오전수업을 하게 된 학생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참, 이현세 원작 <남벌>이 너무 난해해서 읽기 힘들었던 분들은 이 영화를 좋아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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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연대 추정의 근거: 이 영화가 다루는 시대의 마지막 '전직 대통령'이 우리가 잘 아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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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두(조인성)는 스물 아홉살까지 자기 조직 하나 꾸리지 못하고 형님 상철(윤제문) 밑에 빌붙어 있는 중간보스입니다.  집엔 병든 어머니와 철없는 두 동생이 있고 숙소에도 심복 종수(진구)를 비롯해 여섯명의 '동생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조직에서도 2인자 자리가 위태롭고, 아직도 웃통 벗고 떼인 돈 받으러 다니는 막일까지 하면서  '이제 딴 일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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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에게 상철의 뒤를 봐 주던 돈줄인 건설업자 황회장(천호진)의 손길이 기회처럼 다가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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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3년째 시나리오를 완성 못하고 생동감있는 얘깃거리를 찾아다니던 초등학교 동창 민호(남궁민)를 통해 어린시절부터 짝사랑해온 현주(이보영)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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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찾아다니던, 인생 역전의 기회. 지긋지긋한 궁상을 한방에 날릴 기회를 맞은 병두는 결단을 내릴 준비를 합니다. 그런 그의 귀에 의리니 도리니 하는 게 들릴 리가 없습니다. (줄거리는 이 정도로.)



<비열한 거리>를 보고 '새롭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태어나서 주윤발이 나오는 영화나 한국 영화계를 수놓은 수많은 조폭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않은 사람일 겁니다. 해외에서 태어나 자랐거나 명절때 TV를 볼 수 없었을 정도로 바쁜 사람이었던 모양이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비열한 거리>는 충분히 관객이 즐길 수 있게 합니다. 글자 그대로 아드레날린이 뚝뚝 떨어지는, 너무도 선명한 장르 영화이면서도 팬들을 질리지 않게 하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몇달 전 '장르영화'를 강력하게 표방했던 <사생결단>을 향해 "이봐, 장르 영화란 바로 이런 거야"라고 강의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남성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느와르의 성패는 아주 단순한 요소 하나에 달려 있습니다. 바로 영화를 보는 남성 관객들이 주인공의 안위를 걱정하느냐 마느냐,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예'냐 "아니오'냐 입니다.

유하 감독은 이미 전작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이 부분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어딘가 똘똘하지 못하고 모질지 못한 주인공 권상우를 통해 남성 관객들은 자신들의 '뭘 몰랐던' 학창시절을 반추해 보고 추억에 젖으면서 동시에 권상우의 복수를 자기 일처럼 주먹을 쥐고 흥분하며 바라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비열한 거리>에서도 조인성이 연기하는 병두는 외칩니다. 나만큼 절박하고, 나만큼 현실적으로 성공에 굶주려 있는 사람이 또 있느냐고. 세상에 나보다 나쁜 놈이 지천인데,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나쁜 놈이 되면 안 되느냐고. 나보다 훨씬 더 나쁜 짓으로 긁어모든 것들을 내가 좀 빼앗는다고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온 몸으로 부르짖는 거죠. 바로 이 부분에서 병두는 <사생결단>의 류승범이나 <야수>의 권상우보다 훨씬 설득력있게 그려집니다.

물론 느와르 영화의 특성상 병두의 앞날이 결코 밝을 수는 없다는 걸 관객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병두가 현주를 감싸 안고 떠나는 외항선 위에서 배웅나온 종수를 향해 손을 흔드는게 마지막 장면이라면 보는 관객들이 더 당황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두가 조금이라도 성공한 모습을 보일 때 관객들은 더욱 안타까워집니다. 특히 병두가 건달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의리를 강조할 때나 심복 종수와 뜨거운 눈빛을 나눌 때, 또 현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얻어낼 때 이런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유리병처럼 깨지기 쉬운 것인지를 잘 아는 관객들(왜냐하면 병두 자신이 이런 것들을 얻어낸 과정이 모두 남들의 행복을 깨는 것이었기 때문에)의 마음 속은 점점 우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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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믿어서는 안되는 친구의 캐릭터로 바로 자신의 직업인 영화감독을 설정했다는 것은 유하 감독의 심각한 결벽증을 상징하는 듯도 하지만, 그로 인해 등장하는 극중극과 영화 촬영 장면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무엇보다 '한방'에 목숨을 걸고 부나비처럼 달려드는 건 조폭만의 일이 아니라는, 이 영화의 주제를 매우 설득력있게 전달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젊은 배우들의 호연은 이 영화의 힘입니다. 이제껏 연기 안되는 배우로 찍혀 있던 조인성이 일생일대의 호연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진구는 이 역할을 통해 그 나이에서 흔치 않은 연기파 배우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올인>과 <달콤한 인생>을 통해 보여준 재능이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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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화의 마무리 즈음에 나오는 황회장의 노래 'Old and Wise'는 기가 막힌 선곡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한국 느와르의 역사에서 <게임의 법칙>, <친구>로 이어지는 라인을 잇는 수작이라는 평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강추입니다.



p.s.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Old and Wise>는 386세대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명곡이지만 요즘 세대에겐 낮설기 짝이 없는 노래일 겁니다(배철수씨가 자주 틀긴 합니다만). 특히나 가사는 수없이 많은 실연의 아픔에 대한 노래들 중에도 손에 꼽힐만한 명곡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약간 다른 의미로 쓰이죠.

한때 터키를 여행하다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에 걸린 석양을 바라보면서 이 노래의 첫 가사, As far as my eyes can see가 너무도 마음에 와 닿아 짜안해 진 적이 있습니다. <비열한 거리>의 예고편에 왜 이 노래가 나오나 했더니 영화에서 매우 중요하게 쓰였더군요. 이 노래의 가사를 되새겨보는 걸로 끝을 맺겠습니다.





 

Old and Wise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저 멀리서
As far as my eyes can see
내게 다가오는 그림자들이 있습니다.
There are Shadows approaching me
그리고 내 뒤에 남겨질 사람들에게
And to those I left behind
나는 알리고 싶습니다.
I wanted you to Know
당신은 항상 나의 가장 깊은 생각까지도 공유했다는 것을,
You've always shared my deepest thoughts
그리고 항상 내가 가는 곳마다 따랐다는 것을.
You follow where I go


그리고, 오, 내가 나이들어 지혜로워지면
And oh when I'm old and wise
쓴 소리들도 내겐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Bitter words mean little to me
가을 바람은 나를 그냥 지나쳐버리고
Autumn Winds will blow right through me
그리고 언젠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And someday in the mist of time
그들이 내게 당신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When they asked me if I knew you
나는 웃으며 말하겠지요. 당신은 내 친구였다고.
I'd smile and say you were a friend of mine
그리고 슬픔이 내 눈가로부터 사라지겠지요.
And the sadness would be Lifted from my eyes
내가 나이들어 지혜로워지면.
Oh when I'm old and wise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저 끝에서부터
As far as my Eyes can see
그림자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There are shadows surrounding me
그리고 내 뒤에 남겨질 사람들에게
And to those I leave behind
나는 알리고 싶습니다.
I want you all to know
당신은 내 가장 힘든 나날을 함께 한 사람이었고
You've always Shared my darkest hours
나는 내가 죽을 때에도 당신을 그리워 할 거라고.
I'll miss you when I go


그리고, 오, 내가 나이들어 지혜로워지면
And oh, when I'm old and wise
나를 힘들게 했던 그 말들도
Heavy words that tossed and blew me
그저 가을 바람처럼 나를 지나쳐 불어갈겁니다.
Like Autumn winds will blow right through me
그리고 언젠가, 오랜 시간 뒤에,
And someday in the mist of time
그들이 당신에게 나를 아느냐고 물으면
When they ask you if you knew me
내가 당신의 친구였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Remember that You were a frined of mine
내 눈 앞에 마지막 커튼이 내려질 때 말이죠.
As the final curtain falls before my eyes
내가 나이들이 현명해지면.
Oh when I'm Old and w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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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라구, 영화 제목이 '아버지와 마리화나'란 말야?" 그런데 실제로 그런 내용이라는 걸 알고 또 한번 놀랐습니다. (물론 진짜 제목은 '아버지와 마리와 나' 입니다.)

왕년에 잘 나갔던 록가수 태수(김상중)은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혼자 살던 고교생 아들 건성(김흥수)에게 돌아옵니다. 밤낮 대마초에 취해 교도소를 들날락거리던 아버지를 거의 친구 대하듯 하는 건성 앞에 유모차에 아기를 실은 마리(유인영)이 나타납니다.

어찌어찌하다가 두 부자만 사는 집에 들어와 살게 된 마리와 아기.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철이 없고, 식구는 늘었지만 먹고 살기는 빠듯합니다. 이런 와중에 건성은 학교에서 1진과 시비가 붙죠. 참 복잡한 확대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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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묘한 부자간입니다. 아버지는 1960년대생, 아들은 1990년대생 정도로 보이지만 사실 아버지의 차림새나 스타일은 1950년대생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아버지나 아버지의 친구들의 모습을 봐선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친 히피 컬처의 수혜자들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젊은 시절의 아버지가 어린 건성을 두고 잡혀 갈 때의 패션은 누가 봐도 1970년대 풍입니다. 80년대의 로커라면 좀 더 머리가 길었어야죠.

어쨌든 아버지는 미국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젊어서 히피 시절을 보낸 철없는 중년' 캐릭터를 닮았습니다. 나이도 먹고 자식이 있지만 여전히 낙천적이고, 책임감도 전혀 없습니다. 당장 하루 하루를 즐기는게 최선인 사람입니다.

반면 아들 건성은 비록 아버지의 영향으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타워팰리스에 살아 보겠다'는 야심도 갖고 있죠. 또 한편으로는 아버지에 대한 반발로 절대 '약쟁이'가 되어 교도소에 들락거리지는 않겠다는 올곧은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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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건성은 출소한 아버지를 위해 두부를 준비해가며 맞이하지만 아버지는 두부의 유효기간이 지났다며 투덜대는, 사이가 괜찮아 보이지만 결국은 언젠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그런 사이입니다.


한번 상상해보시죠. 한국에서 '길들여질 수 없는 로커' 스타일의 노장들이 누가 있을지. 일단 한대수가 떠오르고, 전인권이 뒤이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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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여배우 아무개양 때문에서 스타일도 좀 구겼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인권은 대마초 피울 만큼 피우더라도 노래하게 안 잡아갔으면 좋겠다"는 골수 팬들이 즐비했습니다. 한번 이런 분들이 10대 아들과 한 집에서 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보시죠.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출발점입니다.

이 관계의 긴장을 바짝 당기는 것이 마리 역의 유인영입니다. 갑작스레 나타난 미모의 미혼모 여고생. 사실 이 부분에서 이 영화의 리얼리티는 심하게 떨어집니다.^^ 아무리 집에 먹을 게 없다 한들 혈기방장한 고교생이 비슷한 또래의 유인영을 보고 눈에 하트가 그려지지 않는다든가, 함부로 내쫓으려고 한다든가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아무튼 이 영화에서 '아무 생각 없는 천사' 역을 맡은 유인영은 한껏 매력을 뿜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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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염두에 두어야 할 건 이 영화가 2년 전에 이미 완성된 작품이라는 겁니다. 2년 전에는 거의 경력 없는 신인이던 유인영도 이제는 일일드라마를 통해 어느 정도 알려진 얼굴이 됐죠.

그런데 현재의 모습에 비해 이 영화에서의 모습이 훨씬 자연스럽고 생기있어 보입니다. 신인 연기자에게 연출자의 애정이나 정확한 디렉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기회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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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도 이 역할에서 자기 몫을 다 합니다. 꽃미남이라고 부르긴 살짝 간지럽지만 연기력 면에선 이제 인정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세 차례나 나오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버텨내는 건 장하다고 등을 두드려주고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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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흥수가 지금까지 인정받았던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와 이 영화에 이르기까지 너무 이미지가 하나로 굳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약간 얼띤 친구 역으로 나오는 이기찬도 칭찬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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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있다면 김상중 쪽입니다. 뭘 해도 좋고 즐거운, 철없는 중년의 록스타라는 생소한 캐릭터를 맡고 보면, 스스로 인물을 창조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긴 했을 겁니다. 하지만 평생 남의 절제를 받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과연 그렇게 허허 웃는 무골호인이기만 했을까 하는 데에는 의문이 갑니다. 대본 단계에서의 문제일 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는 '더러운 성질'이 드러나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김상중과 김흥수의 진짜 노력은 이 영화에 나오는 연주와 노래를 모두 직접 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김상중의 기타 연주와 노래는 프로 수준이라고 불러 아쉬움이 없습니다. 그가 이 역할을 맡아야만 하는 진짜 이유는 이쪽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경쾌하고 발랄한 초반에 비해 후반이 어이없이 신파로 흘러간다는 주장도 있지만, 영화 전체의 흐름 속에서 볼 때 후반이 처진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결말도,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이미 필연적으로 이런 결말이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정도로 복선이 깔려 있죠. 전혀 생뚱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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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재미있게 느끼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관객이 갖고 있는 마음의 여유와 관용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모든 장점과 단점을 막론하고 "대마초 피우는 놈들은 모조리 갖다 쳐 넣어야 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나 재미는 전혀 느낄 수 없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적극적으로 대마초 옹호론을 펴고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대마초가 상징하는 문화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무영 감독은 "대마초 허용을 주장하는 영화냐"는 질문을 상당히 두려워하는 것 같긴 합니다만, 취재진의 이어지는 질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허용해도 좋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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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는 사람에게 환각을 제공하지만 중독성은 없다는 것(물론 심리적 의존성은 크겠지만)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담배나 술보다 건강에 미치는 해악도 적다고 하죠. 물론 대마초 반대자들의 주장도 팽팽합니다. 대마초는 가끔 '마약 입문 과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대마초 자체가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반대자들도 인정하지만, 대마초 단계에서 막지 않으면 대마초를 통한 자극이 시들해진 마약 사용자들이 점점 더 상위단계의 '진짜 마약'에 손을 뻗게 되어 있다는 거죠. 아무튼 대한민국 현행법은 대마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김상중이 대변하는 것은 대마초라는 약물 자체가 아니라 흔히 미국 사람들이 말하는 '좋았던 60년대', 즉 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 턱없이 순진하고 낭만적인 이상주의가 세계(아무래도 특히 미국) 젊은이들의 머리 속을 점령했던 그 시절의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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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꽃을 꽂고 온 세상 사람이 서로 사랑으로 소통하면 빈곤이나 전쟁, 종교 갈등과 같은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극도의 평화주의죠. 대마초로 붕 뜬 몽환적인 상태는 빈부의 격차도, 악착같은 물욕도,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는 군비 경쟁도 잊게 해 줄 거란 게 이 시기의 생각들입니다. 전설적인 우드스탁 페스티발이나 뮤지컬 '헤어' 등이 이 시기의 대표적인 문화적 산물들이죠.

아버지의 세대는 그런 문화를 동경했지만, 불행히도 당시의 한국은 그런 문화가 꽃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습니다. 일단 먹고 살아 남는게 가장 시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절대 빈곤 속에서는 온 세상이 이런 '착하지만 무기력한 베짱이들'에 대해 손가락질을 해댔고, 간신히 살아남은 아버지는 모든게 풍족해 그 시대의 어려움을 모르는 아들이 좀 야속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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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버지를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이미 10대 후반에 현실은 거기서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알게 된 아들. 그 아들에게는 낭만이나 이상 보다는 부잣집 아이들만 편애하는 학교의 현실에서 겪는 고통,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한심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아들이 아버지 못잖게 대책이 없는 마리 모자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은 분명히 좀 지나친 낙관주의의 산물로 보이지만, 시위를 하면서 노래하고 춤을 출 수 있는 21세기에는 오히려 이런 동화가 더 설득력이 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리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자기 색깔을 갖고 있는 영화를 바라는 분, 지루하거나 눈물 짜는 영화는 딱 질색인 분들이 보시면 충분히 영화의 박자에 몸을 실을 수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가끔 "이런 얘기는 TV 단막극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소재를 어떻게 TV에서 다뤄!"라고 반문할 수 있는 영화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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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그동안 이무영 감독의 유머는 '보는 사람을 뻘쭘하게 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푸하하 웃게 되지만 막상 그 바로 옆에서는 웃는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 그런게 바로 '그분의 유머'였죠. 전작 '휴머니스트'나 이감독이 대본에 참여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보통 사람도 충분히 웃을 수 있는 개그 감각이 폭발합니다. 이게 아마 가장 큰 변화가 아니었나 싶군요. (감독 본인은 "나도 먹고 살아야지!"라는 입장입니다.)

p.s.2. 영화 속의 대마초는 모두 인조 화초입니다. 진짜 대마초를 갖다 찍으려 했는데 법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는군요.

p.s.3. 이건 영화 보신 분들이라야 이해하시겠지만 - 과연 마리와 아기에게는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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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에 대한 글을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시더군요. 이렇게 거의 모든 사람이 호응하는 영화가 참 드물다는 생각도 드는데, 은근히 글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쿵푸팬더'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꽤 있을 내용을 좀 정리해 봤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쿵푸팬더' FAQ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Q1. 대체 시푸는 무슨 동물인가?

A1. 지난번 올린 글에 대한 댓글에서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는데, 레드 판다(Red Panda) 혹은 레서 판다(Lesser Panda)입니다. 두 가지 이름이 혼용되는 동물이죠. 우리 말로는 너구리판다라고도 하고, 과천 서울동물원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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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2500마리 정도만 남은 희귀동물이고, 같은 판다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역시 너구리과의 동물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포 종류의 큰 판다의 공식 명칭은 '자이언트 판다'입니다. 아무튼 판다라는 이름 때문인지 이 동물도 주식이 죽순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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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Raccoon)와 별 차이가 없지만, 시푸와 너구리의 차이가 있다면 바로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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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줄무늬가 있는 탐스러운 꼬리가 레드 판다의 특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시푸가 전형적인 레드 판다의 얼굴은 아니군요.

아무튼 시푸 역을 맡은 더스틴 호프만도 "무슨 동물을 연기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나도 처음 보는 동물이라 물어봤더니 '레드 판다'라고 하더라. 나는 처음에 그냥 대충 얼버무리는 줄 알았는데 다시 '작은 레드 판다'라고 정정해 주더라"고 했습니다.





Q2. 캐릭터들의 이름은 한자 의미와 어떤 관계가 있나?

A2. 매우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시푸(Shifu)는 마지막 영화가 끝난 뒤의 크레딧에 사부(師傅)라고 표기됩니다. 이건 '사부'의 중국 발음이죠. 캐릭터의 이름이 아니라 그냥 사부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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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대사부 우궤이 역시 오구(烏龜)의 중국식 발음입니다.

오구혹은 금구는 중국에서 말하는 남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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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왠지 이 분의 영향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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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의 무천도사죠.

이런 버전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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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무천도사 아니 우구웨이 노사부의 목소리로 출연한 분은 한국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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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겠죠? 영화 '매트릭스 리로디드(2)'에서 트리니티 뒤에 매달려 가던 키메이커.

랜달 덕 김이라고 불리는 분이죠.


반면 악당 타이렁(大龍)은 이름과 실제 캐릭터(표범)이 별 상관 없는 경우죠. 무슨 경우인지 타이렁이 호랑이라고 우기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백표 혹은 설표(雪豹)라고 불리는 흰 표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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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출생의 비밀(^^)을 의심케 하는 포의 아버지 이름은 평선생(平先生). 영어로도 미스터 핑(Mr. Ping)이고 오리가 아니라 거위(Goose)였습니다. 그 밖의 동물들은 모두 육안으로 보는 바와 같습니다.




Q3. '쿵푸 팬더'의 무술지도는 누가 했나?

A3.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트릭스'의 원화평이나 직접 성우로 참여한 성룡 정도가 무술지도(action choreography)를 맡았을 걸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독 중 하나인 존 스티븐슨은 "사람의 동작을 기본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동물 탈을 쓰고 무술을 하는 것 보다는 동물이 직접 무술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동물의 동작과 무술의 품세를 혼합하는데 주력했다"며 유명 무술가를 기용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래서 이 만화의 애니메이터들은 동물의 동작을 연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는군요.



Q4. 하지만 역시 기본은 소림오권 아닐까?

A4. 존 스티븐슨은 "당연히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퓨리어스 파이브와 소림 오권의 동물이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죠. 본래의 소림오권은 용, 호, 표, 학, 사의 다섯가지입니다. 여기서 용권과 표권이 빠진 대신 후권과 당랑권이 들어갔습니다.

이에 대해 스티븐슨은 "여러가지 권법의 자세와 이념을 검토한 결과, 낮은 자세에서 상대의 약점을 노려 파고 들어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표권이 가장 '악당의 권법'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타이렁이 표범이 된 데엔 이런 이유가 있었죠.

아무튼 실제 오권 중 호권의 자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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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그리스의 기본 자세를 비교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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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권법을 연구했다는 말이 그냥 헛소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Q5. 속편은 언제 나오나?

A5. 여기저기서 '이 영화는 본래 6편의 시리즈로 기획됐다'는 말이 있는데 출처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이런 문건은 눈에 띄질 않았고, 잭 블랙은 일단 칸 시사회를 마치고 "이미 2편의 시나리오가 완성된 상태다. 지금이라도 들어갈 수 있고, 흥행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아무리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어도 스튜디오 측이 6편까지 미래를 내다본다는 건 좀 무리죠. 물론 마음이야 먹을 수 있겠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1편도 개봉되기 전에...^^

2편은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1편에서 스토리 총책임자를 맡았던 제니퍼 여(여인영)씨가 2편에서는 감독으로 데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군요.



아무튼 잭 블랙과 함께 한 10편만 시리즈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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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 만세!



p.s. 저도 궁금한게 있는데 결국 해결 못한게 있습니다. 대체 시푸의 비기라는 Wuxi Finger Hold란 본래 어떤 무공을 말하는 걸까요? '오현지' 혹은 '철비파수'라는 중국 쪽에서 나온 주장이 있던데... 무협계 분들의 도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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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본 사람도 있고, 자진해서 보러 간 어른도 있을 겁니다. 과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재미있다'는 느낌 외에 아마 다른 걸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영화의 가치는 '재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만드는 사람들도 굳이 다른 가치를 담기 위해 단 1분도 낭비하지 않았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간판인 '슈렉' 때만 해도 외모지상주의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가치'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쿵푸 팬더'에서 그런 의미를 찾는 건 그야말로 시간 낭비죠.

하지만 그건 전혀 흉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위력은 정말 가공할 정도입니다. 상영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모를 정도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가 되면 너무 빨리 끝나는 게 아쉽다는 마음 뿐입니다.

줄거리는 - 굳이 얘기하자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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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성전인 제이드 팰리스에는 대사부 우쿠웨이(거북이)와 시푸(레드 판다 혹은 레서 판다)가 타이그리스(호랑이), 멍키(원숭이), 크레인(학), 맨티스(사마귀), 바이퍼(뱀) 등 다섯명의 유명한 제자들을 거느리고 살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 못잖은 인기를 누리는 이들은 마을의 국수집 아들 팬더에게도 동경의 대상이죠. 대사부 우쿠는 제자들 중에서 최강의 '용의 전사'를 선발하기로 하고, 대회 구경을 간 팬더가 우여곡절 끝에 용의 전사로 지명됩니다.

한편 시푸가 키워낸 최강의 제자이지만 승부욕에 눈이 멀어 뇌옥에 감금된 타이렁(표범)이 우연한 기회에 탈출에 성공하고, 타이렁은 스스로 용의 전사가 되기 위해 제이드 팰리스로 발길을 돌립니다. 시푸는 어떻게 단기간에 팬더를 훈련시켜 타이렁을 막아야 할지 고민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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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수없이 많이 되풀이된 무협 코미디 영화의 기본에 충실합니다. 또 동물 친구들의 우정과 자기 혁신, '중요한 것은 마음 속에 이미 갖춰져 있다'는 천번 이상 되풀이된 메시지, 무엇 하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애니메이션은 관객들을 만족시키고, 열광하게 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자니 옛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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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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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습을 바꾼 셈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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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팬더의 특징을 알아차린 시푸가 만두를 이용해 팬더를 훈련시키는 장면 등은 그야말로 '취권'이나 '사제출마' 등 젊은 날의 성룡이 출연한 히트작들을 그대로 옮겨 온듯한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아시다시피 할리우드는 이미 그런 시도를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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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포비든 킹덤'입니다.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당대 홍콩 무협 최고의 스타들을 기용해 다소 유치한 수준의 코미디를 만든다는 발상까지는 '포비든 킹덤'과 '쿵푸 팬더' 사이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였을까요? 만화적인 액션? 액션에서는 오히려 차이를 느끼기 힘듭니다. 이연걸과 성룡에다 와이어 액션과 CG의 힘이 더해진 '포비든 킹덤'의 액션 장면들은 진짜 만화보다 더 만화적이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하지만 문제는 배우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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젋은 날의 성룡같은 배우가 있다면 모를까, '포비든 킹덤'은 배우들의 연기가 안 그래도 어설픈 대본을 저 아스라히 먼 곳까지 날려 보낸 범작입니다. 하지만 '쿵푸 팬더'의 동물 배우들은 목소리 연기자들의 이름 값답게 제 몫을 해내죠.

어찌 보면 안젤리나 졸리(타이그리스), 잭 블랙(팬더), 더스틴 호프먼(시푸), 루시 류(스네이크) 등의 유명 스타들의 힘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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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목소리 뿐만이 아닙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쿵푸 팬더'의 애니메이터들은 타이렁에게 실망한 시푸의 깊은 후회, 그런 시푸가 자신에게는 사랑을 기울여 주지 않아 마음 속에 상처가 남아 있는 어린 타이그리스, 그리고 은근히 성깔 있는 팬더의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충분히 전달해줍니다.

이건 어찌 보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그래픽'에 엄청난 돈을 뿌려온 거대 제작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 '파이널 판타지'에서 최근의 '베오울프'에 이르기까지, 인간 배우들과 구별하기 힘든 애니메이션을 추구한 사람들이 '쿵푸 팬더'를 봤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외형이 얼마나 사람과 가까우냐'가 아니라, '그 캐릭터들이 얼마나 인간이 느끼는 것과 근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느냐'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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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환상적인 것은 마크 오스본 감독입니다. 아마도 '쿵푸 팬더'는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모든 무협 관련 작품 중에서(물론 '와호장룡'을 포함해서) 가장 아시아의 무협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일 겁니다.

아마도 그만큼 진짜 무협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 되겠죠. 어떤 면으로는 성룡과 그 주변 인물들이 추진해 온 코믹 쿵후의 세계가 이제 전 세계인에게 먹혀 들 정도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도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렇게 탄탄하고 흡수력 좋은 대본을 만들어낸 건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코미디를 만들든, 공포영화를 만들든 거기에 '메시지'나 '의미', 혹은 '교훈'을 심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한국 영화인들에게도 이런 영화가 좀 자극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무튼 미국내 흥행에서도 첫주 1위를 차지한 '쿵푸 팬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국내에서는 벌써부터 '슈렉'의 기록을 깰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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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런데 궁금해지는게 있습니다. 팬더의 아버지가 오리(?)인 것은 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팬더는 그냥 그 집안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뜻 뿐일까요?

아무튼... 잭 블랙은 역시 지존입니다.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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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좀 부실한 듯 해서 추가했습니다.

http://isblog.joins.com/fivecard/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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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의 비는 '스피드 레이서' 출연으로 주가를 한껏 올렸고, 다시 미국 영화 '닌자 어새신' 촬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박진영 역시 소녀그룹 원더걸스를 히트시키면서 A급 제작자로 거듭났죠.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갈라섰을 때만 해도 매우 불안해 보이는 시점이 있었습니다. 그 시기의 시각은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해두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합니다. (물론 비가 가수로서 미국을 진출하는 것은 아직도 재개 시점이 묘연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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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떠난 비, 불안한 ‘홀로 서기’LA 공연 막판에 취소된 가수 비
송원섭 JES 기자 | 제17호 | 20070707 입력  


2004년 프로듀서로 막 미국 진출에 성공한 박진영씨를 만났을 때 일이다. 그는 대뜸 “우리는 모두 야구선수 박찬호에게 고맙다고 절해도 모자라요”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었다.

“미국 여자들은 아시아계 남자들을 섹시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공부는 잘하지만 신체 능력이 엉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채노박’이 메이저리그의 A급 투수가 되면서 얘기가 달라졌죠.”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비가 영어만 되면 당장이라도 금발 미녀들이 아시아인에게 환호하는 걸 볼 수 있을 텐데.”

비의 영어 실력은 지금도 ‘열심히 노력 중’ 상태지만 이 말은 거의 사실이 되는 듯했다. 2006년 이후 비는 최고 권위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에 2년 연속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인기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르가 코미디의 소재로 사용하고, 뉴욕 타임스가 그의 메트로폴리탄 공연의 리뷰를 썼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렇게 욱일승천하던 비가 최근 살짝 갈지자 행보로 우려를 낳고 있다. 하와이 공연의 취소야 정말 돌발 사태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바로 뒤이어 1일(한국시간) LA 공연이 시작 1시간30분을 남기고 취소된 것은 뒷맛이 좀 나쁘다.

관객 2만을 목표로 했던 규모의 공연이 하루 전도 아니고 1시간30분 전에 취소됐다는 것은 공연 주관사의 업무 추진 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게 한다. 주관사 ‘스타엠’ 측의 설명대로 현지 공연 업체의 불성실한 준비가 공연 취소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더라도 무대가 설치돼 있지 않을 정도로 부실한 준비 상황을 주관사가 공연 당일에야 알았다는 것은 직무유기라 따져도 할 말이 없다.

이 대목에서 미국 LA 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비가 다시 미국에서 공연하기까지는 약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흠집을 냈다. 물론 비가 영화 ‘스피드 레이서’의 촬영에 들어가 당분간 가수 활동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도 고려한 얘기였지만 상식적으로 봐도 이 정도의 심각한 사고를 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미국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비는 5월 11일자로 그를 키워낸 ‘JYP 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하고 여타 기획사들의 거액 베팅을 마다한 채 홀로 서기에 나섰다. 아직 공식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비는 이제 스스로 프로듀서 겸 아티스트, 그리고 그 자신의 매니지먼트까지 맡아야 할 전망이다. 하지만 과연 그가 매니저로도 자신 정도의 거물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는 인정하기 쉽지 않다.

공교롭게도 그와 결별한 박진영씨는 같은 시기에 미국 지사 격인 ‘JYP USA’를 설립, 아시아계 청소년들을 미래의 팝 아이들(Pop Idol)로 키워 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비는 또 만들 수 있다’지만 아무리 노하우가 뛰어나다 해도 만드는 족족 비가 될 수는 없을 게 당연한 일. 헤어진 두 사람의 그림자가 둘 다 지나치게 길어 보여 아쉽기만 하다.





지난해 7월7일의 글입니다. 이후 PD수첩에서 비의 잇단 미국 공연 취소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긴 취재 탓인지 미국까지 다녀와서도 시원한 규명은 없었죠. 아직 이 문제는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누가 책임이 있느냐'보다는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일 것입니다. 분명히 책임은 조각 조각 나눠져 있습니다. 전체 투어를 책임 감독했어야 하는 스타엠의 책임이 분명히 있는 한편, 스타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비나 JYP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일이 발생함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결국 비 본인, 그리고 팬들일 것입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한 조언은 아랫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isplus.joins.com/enter/star/200707/18/2007071810025618760201000002010200020102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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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황진이'가 개봉됐던게 작년이군요. 송혜교는 요즘 드라마 복귀로 분주합니다. '황진이' 때의 얘기니까 확실히 옛날이죠. 아무튼 기록은 남겨야 하니까.


이제 숙성을 시작한 와인 같은 여자
영화배우 송혜교
송원섭 | 제13호 | 20070609 입력
 
소설 ‘삼국지연의’에는 적벽대전을 앞두고 제갈량이 조조의 아들 조식이 지었다는 ‘동작대부(銅雀臺賦)’의 구절을 슬쩍 바꿔쳐 주유를 흥분시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유가 격분한 것은 조조가 강동 일대 최고의 미녀로 알려진 이교(二喬) 자매를 탐냈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이교가 누군가. 언니 대교는 죽은 친구 손책의 아내, 동생 소교는 주유의 아내였다. 비록 소설이긴 하지만 이 두 미녀로 인해 천하의 영웅들은 마침내 세 나라로 편을 갈라 맞붙게 된다.
 

그 시절 이교가 논란의 초점이었다면 지금 한국 영화계에선 혜교(慧喬)에 시선이 몰린다. 송혜교가 주연한 영화 ‘황진이’가 이번 주말 관객의 심판대에 올랐다. 심은하를 키워낸 사람으로 유명한 이춘연 ‘시네2000’ 대표는 ‘황진이’ 시사회장에서 “한국 영화는 앞으로 10년간 여배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시사 이후에도 영화 ‘황진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어쨌든 송혜교는 괜찮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제작 전부터 워낙 적역이냐 아니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던 것을 감안하면 송혜교는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하다.

1996년, 김국진과 함께 한 컴퓨터 광고에서 ‘밤 새우지 말란 말이야’라는 광고 대사를 히트시키던 열네 살 때 이후 송혜교는 중요한 대목마다 적역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한류’의 기원을 만든 작품으로 꼽히는 ‘가을 동화’ 오디션 때도 윤석호 감독은 “너무 하이틴 이미지가 강하다”며 송혜교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어쨌든 송혜교는 역할을 따냈고, 동아시아 전역에 이름을 떨쳤다.

이병헌과 공연한 ‘올인’ 때에도 최완규 작가의 고집이 아니었다면 캐스팅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병헌에 비해 너무 어려보여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성공시키는 걸로도 부족했는지 송혜교는 아예 보란 듯 이병헌과 연인이 되어 ‘나도 이제 어른’이라고 선언했다.

영화 ‘황진이’의 경우엔 어땠을까. 드라마 ‘황진이’의 하지원과 비교되기도 했고, 북한의 원작자 홍석중이 한국 드라마를 얼마나 봤는지 “난 송혜교보다 수애가 하길 바랐다”고 했다는 말도 화제가 됐지만 송혜교는 장윤현 감독이 그려내고자 했던 이지적이면서도 도도한, 시대에 맞서는 황진이의 얼굴을 적절하게 표현해 냈다. 물론 적어도 황진이 역할이라면 좀 더 농염한 매력을 뽐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여배우 송혜교가 일선에서 활동할 시간은 앞으로 줄잡아 15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교(二喬)가 적벽대전을 앞두고 군웅들의 운명을 갈랐다면 혜교는 ‘슈렉3’와 ‘다이하드4’ ‘트랜스포머’의 내습에 맞서 한국 영화계를 수호해야 하는 중임을 맡았다. 과연 어떨까. 당장은 몰라도 언젠가는 그로 인해 한국 영화계가 일어나는 것을 기대할 만하다. 1982년은 한국 여배우에겐 좋은 빈티지(vintage)다. 손예진과 한예슬, 김아중이 같은 해에 태어났다. 이들과 함께 숙성해 갈 송혜교의 모습이 궁금하다. (끝)







당일 오전에 청탁을 받고 오후 4시쯤 기사를 보냈더니 담당자인 강혜란 기자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썼냐길래 오히려 좀 놀랐습니다. 지난 15년을 '이거 써!'하면 30분만에 날려 쓰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죠. 물론 그런 덕분에 나쁜 버릇도 많이 들었습니다. 일단 쓰고 나면 다시 다듬는 게 습관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상하게 나이를 먹으니 자꾸 오자가 납니다.




교씨 자매와 주유, 그리고 제갈양의 이야기는 삼국지를 읽어 본 분이면 모두 아시는 얘기일테니 구구하게 보태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송혜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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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동갑이라는 건 참 복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경쟁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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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갓 건너온 한채영을 봤을 때, 이런 보석이 있나 싶었습니다. 특히 국내 여자 연예인들에게서 흔히 보기 힘든 글래머 체형은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했죠. 조랑말을 보다가 서러브렛 순종 말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강렬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 한채영은 사진 찍을 일이 있을 때마다 헐렁한 옷을 걸치고 나타났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죠.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2년전 드라마 <불꽃놀이> 제작발표회장에 나타난 한채영의 모습은 그날의 헤드라인을 휩쓸어버렸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쓴 글입니다. 그게 벌써 2년이나 지났군요. 그 사이 한채영은 유부녀가 됐죠.



'초원이 다리'만 백만불 짜리는 아니다


영화 <귀여운 여인>의 한 장면. 호텔 펜트하우스로 돌아온 리처드 기어는 거품 목욕을 하고 있는 줄리아 로버츠에게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렸다"며 측은한 표정을 짓는다. 이때 줄리아 로버츠의 대답. "이리 와요. 내가 '80인치'로 위로해 드릴게요."

여기서 말하는 80인치란 로버츠의 두 다리 길이. 1인치가 2.54㎝이니 말대로라면 한쪽 다리가 1m를 넘는다는 얘기다.

'다리가 아무리 길다 한들 설마 1m나 되랴' 싶기도 하지만 최근 MBC TV 새 드라마 <불꽃놀이> 제작발표회에 등장한 한채영의 위용은 이런 의심을 한방에 날려버릴 만한 위력을 과시했다. 그야말로 '각선미란 이런 것'임을 백마디 말이 필요없게 만드는 무력시위라고나 할까.

동양적인 신체미의 핵심이 목에서 어깨로 내려오는 가녀린 선이라면 쭉 뻗은 각선미는 그야말로 근대 이후 도입된 서구적인 미의 상징. 이런 면에서 한채영의 다리가 주는 느낌은 1980년대 국산 자동차 개발자들이나 90년대 반도체 연구원들이 느꼈을 법한 감회를 줬다. '이제 더 이상 수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런 느낌 말이다.

물론 한채영에게도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시절이 있었다. 드라마 데뷔작이 2000년 <가을동화>이니 결코 신인은 아닌 한채영. 하지만 데뷔 초에는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 항상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포대자루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소속사 스타제이의 정영범 대표에게 물으니 "몸매를 드러내는 걸 쑥스러워한다"는 거였다.

저런 몸매를 쑥스러워하다니. 당시 필자의 머릿속에는 초패왕 항우의 '금의야행(錦衣夜行)'이라는 고사가 스쳐갔다. 항우의 라이벌인 유방의 참모들은 전국의 노른자위인 함양을 장악한 항우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공을 세워도 고향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비단옷(錦衣)을 입고 밤길을 가는(夜行) 격'이라는 말을 퍼뜨렸다고 한다. 자랑해야 할 것을 자랑하지 않는 것도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라는 얘기. 이런 맥락에서 세월이 흘러 한채영의 생각이 바뀐 것은 본인을 위해서나, 팬들을 위해서나 백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리 얘기를 하자면 제이미 리 커티스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왕년의 명우 토니 커티스의 딸이며 영화 <트루 라이즈>의 주인공 커티스는 한때 스타킹 모델로 나서면서 100만 달러의 '다리 보험'을 들어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몇몇 연예인들이 유사한 보험을 들었다는 내용이 기사화되기도 했지만 해당 보험사에 확인해 보면 '보험료를 내지 않아 그저 명목상의 보험일 뿐'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이쯤해서 보험사 하나가 나서 '한채영 다리보험'을 유치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그 정도는 보험사가 부담해도 되지 않을까? 최근 며칠 사이 '한채영의 다리'에 쏟아진 뜨거운 관심과 회사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별로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 같다. '초원이 다리'만 백만불짜리는 아닐 텐데 말이다.
(신문에 실렸던 글은 여기까지.)




아참,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한채영이 몸매 드러내기를 꺼리던 시절'의 증거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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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푸대자루같군요.^^





물론 한채영의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채영이 몸매 드러내기를 부끄러워 한 것은, '연기자라면 몸매나 외모보다는 연기력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박찬호가 '그저 공을 빨리만 던질 수 있는 어깨'를 부끄러워하거나, 차범근이 '발만 빠르면 뭘하나'라고 생각했더라면 과연 그만큼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타고난 재능이나 천분을 과시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도, 부당한 일도 아닙니다.

오늘의 교훈은 '누구나 자신의 장점을 깨닫는 순간이 진정한 자각이 오는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말을 해놓고 보니 그렇게 '자각' 할만한 장점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참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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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에서는 사람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모자이크 사진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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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자이크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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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자이크를 말하는 겁니다. 방송국에서 모자이크를 하고 음성변조를 할 때 신문들은 이니셜 기사를 씁니다. 물론 이니셜 기사는 '선정적인 나쁜 기사'의 표본처럼 되어 있긴 하지만, 다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니셜 기사가 없어지면 필요 이상으로 피해를 보실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Start.



배도환씨, 죄송했습니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상당히 공통점이 많다. 신문에 자기 기사가 나오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사람들이 못 알아보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밥은 굶어도 체면 구겨지는 일은 못 참는다.

그렇다면 연예인과 정치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정치인들은 자기가 이것으로 불리는 걸 영광으로 알지만 연예인들은 이걸 죽기보다 싫어한다. 정답은 바로 `이니셜`이다.

일찌기 JP에서 시작해 DJ, YS를 거쳐 KT, DY까지 내려오는 이니셜은 바로 `저렇게만 불러도 누구나 다 안다`는 지명도의 상징이자 거물의 증거였다. 최근엔 고작 30대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ES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는데, 물론 정치인이 아니긴 하지만 이 두 글자 이니셜의 유구한 전통을 생각하면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반면 연예인들은 이니셜로 불리는 것을 치욕으로 여긴다. IS는 얼마전 조폭 관련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연예인들에 대한 보도를 하며 이니셜을 사용했다. 그중 L씨는 "경찰이 신원을 철저하게 보호해 줄 것이라고 해서 조사에 응했고, 혐의 내용을 전부 부인했다. 그런데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내 이름이 마구 나돌고 있더라. 도대체 인권 보호에 관심이 있기나 하다는 얘기냐"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연예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무분별한 이니셜 보도` 운운하는 내용이 나오지만, 여기서도 보듯 이니셜 사용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당사자의 신원은 보호하되 이런 사실이 있었다는 내용만큼은 전달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까지 실명을 밝힐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물론 나쁜 이니셜 보도는 있다. 첫번째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주는 이니셜 보도다. 예를 들어 `동남아는 물론 미국에서도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겸 탤런트 B`라고 쓰려면 차라리 그냥 실명으로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두번째는 이니셜을 쓰는 것이 기사의 주인공이 아니라 쓰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다. 즉 사실이라는 확증도 없는 내용을 기사화하면서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의 항의를 피해 보자는 의도에서 나온 이니셜 기사를 말하는 것이다. 심각한 내용보다는 요조숙녀 A양이 드라마 쫑파티를 하다가 술에 취해 화장실에서 잠이 들었다는 정도의, 장난기어린 정도가 대부분이었긴 했지만 대부분의 연예 기사에서 비난받았던 이니셜 기사는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아무튼 최근에는 K씨, M씨, T씨처럼 구체적인 이니셜은 사라지고, 기사 안에 이름이 나오는 순서대로 A씨, B씨, C씨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경우가 익명으로 처리된 연예인들의 신상을 보호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만을 가진 분들은 여전히 있었다. 예전에 한 동료 기자는 이런 항의를 받은 일이 있다.

"이것 봐요, 이기자, 아니 왜 이니셜로 기사를 써서 사람을 귀찮게 해."

"저희는 선생님 기사를 이니셜로 쓴 적이 없는데요."

"글쎄 며칠 전에 A양이 B군이랑 어쩌고 저쨌다고 기사가 났다면서?"

"예, 그런데요?"

"사람들이 죄다 날 보고 난리야. 당신이랑 안문숙이랑 사귄다고 신문에 났던데 어떻게 된 거냐고."

항의하던 사람은 바로 배도환. `B군 맞잖아, 나, B군` 하던 그의 익살스러운 표정에 항의받던 기자는 물론,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까지 모두 웃다가 쓰러져 버렸다. 안문숙씨, 배도환씨, 사소한 일로 가끔 귀찮게 해드린 데 대해 업계 종사자로서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p.s. 이 글을 쓰고 났더니 나이 어린 시청자들은 '배도환씨가 누구에요'라는 질문을 하더군요. 이런 질문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아니, 국민배우 배도환씨를 모른단 말입니까.

바로 이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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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의 어린이는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발견되는 배도환씨의 사진을 보니 웬만한 사진은 모두 어린이를 안고 있군요. 정치인의 특징 중에는 '사진찍을 때는 무조건 가까이 있는 어린이를 덥썩 안아든다'는 것도 있는데, 이분도 기질이 좀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늘 '이니셜이 소용없는 연예인'으로 통하는 가수 겸 탤런트 B군(RAIN), 안재욱씨, 배용준씨 등 여러 A군과 B군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한가지만 더. 신문에 가수 J양 혹은 가수 J라고 나오면 그냥 이 분인줄 아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거 아주 심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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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처럼'의 가수 제이입니다. 이 분을 쓸 때는 대개 제이(J)라고 쓰죠. 그냥 J양이라고 나오는 건 이니셜이 J로 시작하는 여자 연예인의 신원을 가리기 위해 쓴 겁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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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마돈나’ 꿈꾸며 일본으로
가수 이효리
송원섭 | 제12호 | 20070602 입력
 사진 뉴시스 


가수 겸 엔터테이너 이효리가 바다를 건넜다. 3일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리는 ‘SG 워너비’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 20여 분간 무대에 선다. 4일에는 효리 자신이 주제가를 부르고 주인공까지 맡은 드라마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유료 시사회도 열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효리의 하이라이트를 일본 관객과 연예 관계자들 앞에 펼쳐 보이는 셈이다. 양쪽 모두 티켓은 매진됐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람들은 상대 국가의 어떤 사물을 소개할 때 자국의 것에 비교해서 설명하곤 한다. 고도(古都) 경주를 설명할 때 일본에서는 ‘한국의 교토’라고 하고, 요코즈나(橫綱ㆍ일본 씨름인 스모의 최고 지위)라는 단어를 설명할 때도 흔히 ‘일본의 천하장사’라고 말한다.

한국에 이효리가 있다면 일본에는 고다 구미라는 여가수가 있다. 2005년과 2006년 일본 골든디스크 대상을 2연패한 고다 구미는 가창력도 수준급이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인기의 원천은 과감한 노출을 피하지 않는 섹시하고도 역동적인 이미지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두 가수는 그래서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각각 ‘한국의 고다 구미’와 ‘일본의 이효리’로 불릴 때가 많다.

그 ‘일본의 효리’ 고다 구미가 지난해 6월 전남 담양에서 열린 ‘아시아 송 페스티벌’ 참가차 내한했을 때 누군가 “한국의 이효리와 비교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좋다’도 ‘나쁘다’도 아닌, “한국 연예인과 비교하는 질문은 받지 않겠다”였다. 그래서 현장에선 “고다가 이효리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돌았다.

사실 이효리는 이번이 첫 번째 공식 일본 프로모션이다. 지난해 4월 케이블TV M.net의 일본 개국 축하 공연차 다른 가수들과 함께 한 차례 도쿄 무대에 선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인터뷰도, 집중 조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연예계가 이효리에 대해 보인 관심은 적지 않았다. 올해 국내 무대에 서기 시작한 소녀가수 윤하는 “일본에서 활동할 때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중 효리 언니에 대해 묻는 사람이 단연 많았다”고 털어놨다.

최근 국내 활동 성과가 성에 차지 않았던 이효리는 과연 일본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까. 일각에서는 이효리를 ‘한류의 미래’라고 보기도 하지만, 계은숙 이후로 한국 여가수가 일본에 연착륙한 적이 없다는 우려 섞인 비관론도 있다.

고다 구미가 불편해한 것은 자기는 ‘일본의 이효리’가 아니라 ‘일본의 마돈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효리 역시 지향점은 ‘한국의 마돈나’. 효리가 다시 바다를 건너올 때쯤이면 누가 ‘아시아의 마돈나’인지 판가름이 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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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인간, 이눔시키, 왜 정신 사납게 날아다녀?"

영화배우 김수미씨가 전면에 나섰다. 한국 영화계를 덮친 ‘거미 인간’과의 한 판 승부다. 김수미 주연 영화 ‘못말리는 결혼’이 10일 280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좀 외로워 보인다. 무려 800개 상영관을 장악한 외화 ‘스파이더맨 3’의 기세등등한 모습 앞에서 웬만한 한국 영화는 죄다 개봉을 미루거나 피했기 때문이다.

김수미씨로서는 오랜만에 “내가 주인공”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만한 작품을 내놓은 참인데, 어쩌다 보니 한국 영화의 명예를 건 전사가 돼버렸다.

그가 드라마건 영화건, 단독 주인공을 맡은 적은 한 번도 없었을까? 있긴 있었다. 1982년 이상언 감독의 영화 ‘화순이’에서 그는 타이틀 롤을 맡았다. 당시 방송되던 MBC TV 드라마 ‘새 아씨’에서 아씨 김영란을 모시는 몸종 화순이 역을 맡았는데, 이 수다스럽고 조심성 없는 캐릭터가 어찌나 인기가 있었는지 아예 화순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제작된 것이다.

이때를 빼고 그는 항상 조연이었다. 물론 조연이되 MBC TV ‘전원일기’의 일용엄니처럼 주연보다 인기 있는 조연인 적이 많았지만, 그래도 항상 그 자신의 마음속에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반면 영화 ‘못말리는 결혼’은 김수미에 의한, 김수미를 위한 영화다. ‘가문의 부활’과 ‘가문의 위기’에서도 비중이 작지 않았지만 ‘못말리는 결혼’은 김수미를 빼면 아예 영화가 이뤄지질 않는다. 대체 그녀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가 출연한 최근 히트작들인 ‘가문…’시리즈와 ‘맨발의 기봉이’의 시나리오 작가 김영찬씨는 “김수미씨의 출연이 결정되고 나면 최소 두 번은 시나리오를 고치게 된다”고 말한다. 연습 리딩 때 김수미의 애드리브가 터져나오고, 이 즉흥 대사를 주워 담아 대본을 수정한 뒤 다시 현장에서 김수미의 아이디어를 추가한다는 얘기다.

‘가문의 부활’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홈쇼핑 신은 대부분 그가 즉석에서 쏟아 부은 애드리브의 잔치다. 그는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입심을 뽐냈는데 사실 이런 식의 토크도 어찌 보면 김수미가 원조다.

중년이 지나 ‘낼모레 환갑’인 이 배우에게 책(대본)이 쌓이는 이유는 많다. ‘시원시원하게 내지르는 말맛’, 눈에서 느껴지는 묘한 힘 등. 지난해 MBC TV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2’에서 이사벨 역을 맡아 “젊은 팬이 많이 생겼다”는 이 배우는 “내 라이벌은 김태희”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할 줄도 안다.

과연 김수미는 이번에 만난 스파이더맨에게는 뭐라고 일갈을 날릴까. “이눔시키, 왜 정신 사납게 날아다녀? 시커먼 거 뒤집어쓴 건 또 뭐야? 한 번 지대로 맞아볼 텨?” 하면서 제대로 맞상대를 해줄 것 같지 않은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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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 - 160만을 넘지는 못했지만 140만까지 선전하면서 그나마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살짝 지켰습니다. 배급사인 롯데까지도 시네플렉스 롯데시네마의 상영관을 뽑아 가는 상황이었으니 그만하면 선전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과연 김수미의 원맨 쇼 외에 무엇이 더 볼게 있었느냐고 물으신다면... 대답이 좀 궁색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짐 캐리가 나오는 영화도 대개는 짐 캐리가 유일한 볼거리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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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몇 글자 안 들어가다 보니 넣어야 할 내용을 많이 빠뜨렸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소룡, 600만불의 사나이, 원더우먼, 소머즈와 맞장을 뜨고 A특공대와 5-0수사대를 위협했으며, 프레디 크루거와도 한판 승부를 벌인 남자'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한 터프가이 아닙니까? 저런 조건을 가진 사람이 정말 있냐구요? 분명히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존 색슨 John Saxon입니다.

<용쟁호투> 팬이라면 그의 이름을 모를 수는 없겠죠. 위의 포스터에서 이소룡의 오른쪽 아래에 있는 사람입니다. 한때 '금발의 사무라이'라고도 불렸던 가라테 고수 색슨은 35년생으로 비록 톱스타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할리우드와 미국 TV의 액션 시리즈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을 보인 사람입니다.

아직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잘 모르시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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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흑백영화가 아닌데도 흑백 사진밖에 없군요. 특히 두 사람 다 나온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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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소룡의 영화에서 이소룡에게 맞고 위험에 빠지는 백인 액션 스타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그 중에는 80년대에 와서 <람보2>보다 한술 더 뜨는 정글전 액션의 <MIA: Missing In Action>의 히트에 이어 <델타포스> <사일런스> 등으로 한때 할리우드 최고 액션 스타의 위치(요즘으로 치면 스티븐 시걸 쯤 되겠군요)를 차지했던 척 노리스도 있습니다. 바로 <맹룡과강>에서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이소룡에게 신나게 맞던 그 아저씨입니다. 주한미군 출신으로 한국에서 태권도를 배웠다고 말해 친근감을 더하기도 했죠.

이 형이 바로 척 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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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존 색슨은 얼굴을 보니 누군지 알겠는데 이 사람이 <600만불의 사나이>와 무슨 상관이냐고 하시는 분, 색슨은 73년 <용쟁호투>에 출연한 뒤 <600만불의 사나이>에 두 차례나 각각 다른 역할로 나왔습니다. 모두 스티브 오스틴을 위협하는 악역이었죠. 그가 첫번째 등장한 에피소드는 74년 2월8일 방송된 Day of the Robot 편이었습니다. 오스틴의 동료와 그 동료를 가장한 로봇의 1인 2역이었죠. 언제나 그렇듯 가공할 힘을 가진 이 로봇은 오스틴을 최후까지 위협하지만 결국 오스틴에 의해 퇴치되고 맙니다.

두번째 출연은 76년 9월22일과 27일 방송된 The Return of the Big Foot I & II. 저번에 말한 사스콰치가 다시 등장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여기서 존 색슨은 오스틴과 소머즈를 위험에 빠뜨리는 악질 외계인 역으로 등장합니다. 문제가 있다가 보다는 잘 생긴 얼굴인데도 날카로운 눈매 때문인지 색슨은 늘 악역으로만 출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긴 악당 중에서는 항상 중량급 악당이긴 하죠.

<용쟁호투>의 한 장면입니다.




너무 길어져서 원더우먼 등등의 이야기는 좀 나중에 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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