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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1986년, 사실상 처음으로 '제대로' 예선을 통과해 한국이 월드컵 무대를 밟았을 때만 해도 모든 여론과 언론은 '16강 가자'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가공할 대진운과 한국의 실력으로 볼 때 그건 정말 무리하고 무모한 목표였습니다.

그로부터 24년이 흘렀고, 한국 축구는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 사이 한번도 빼놓지 않고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2002년에는 월드컵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해에 4강에 가기도 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할 때 과연 한국이 세계 4강권의 실력을 갖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하려는 얘기는 이겁니다. 이제 4강도 가 봤고, 4강이 진짜 실력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번에 원정 경기에서 16강에 올랐으니 할 말이 있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국제적으로 '축구 좀 하는 나라'라고 주장할 근거가 생긴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월드컵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축구 팬'들도 좀 달라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대체 16강이란게 뭐길래 이렇게 들썩들썩 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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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체 왜 본선 진출도 16강에 이렇게들 흥분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신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16강이라는게 뭐가 어떻게 의미가 있는 건지도 별로 고민 안 해보셨을 겁니다.

한번 궁금해서 예전에 16강에 가 본 나라들이 얼마나 되는지 세 본 적이 있습니다. 산술적으로 하자면, 지난 1986년부터 2006년까지 6개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나라들은 모두 96개국입니다. 그런데 아주 당연히, 중복 출전한 나라들이 있기 때문에 그 수는 꽤 적습니다. 모두 40개입니다.

독일, 스웨덴, 스위스,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잉글랜드, 포르투갈,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 덴마크, 벨기에, 터키, 아일랜드,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소련, 노르웨이, (이상 유럽),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칠레, 에쿠아도르, 콜롬비아(이상 남미), 멕시코, 미국, 코스타리카(이상 북중미), 카메룬, 가나, 나이지리아, 모로코(이상 아프리카),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이상 아시아).

이중 13개국은 단 한번밖에 기록에 남지 않았습니다. 2번 이상 16강에 들어 본 나라가 27개국입니다. 즉 이 27개국은 어디 가도 국가대표 대항전에서 세계 16강에 올랐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죠. 27개면 250개에 달한다는 피파 회원국 중에서 대략 상위 10%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자랑할 일인 겁니다.

그러니 16강에 한번도 못 가본 나라들은 지금 열거한 40개 정도의 나라들 사이에 끼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저 40개의 나라들은 더 나아가서 '웬만하면 8강 안에 드는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야말로 우리가 당장이라도 꼽을 수 있는 축구 TOP 10의 나라들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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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16강에 오름에 따라 한국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16강에 두번 이상 오른 나라'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게 두번, 세번이 되면서 '8강에도 수시로 오를 수 있는 나라'가 되겠죠.

이 정도가 축구를 하는 나라로서는 최고의 영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즉 축구의 세계에서 강국으로서의 인정은 한 대회에서 얼마나 반짝 잘 했느냐보다는 얼마나 자주 16강이나 8강에 올랐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그런 일이 있다는 건 그 나라 축구가 한두명의 기린아에 의해 좌우되는게 아니라, 혹은 어쩌다 대진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강하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가능하면 개최국이 아닐 때의 성적이 좋겠죠.^^)

한국인은, 혹은 동양인은 다리가 짧아서, 키가 작아서, 체력이 약해서, 유연성이 없어서 안된다고 하셨던 분들도 많았지만 그런 분들은 아마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오른다는 것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AS 모나코에서 한국 선수가 뛴다는 것도 상상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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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선수 저변입니다. 아르헨티나와 상대할 때 많은 사람들이 '저쪽은 박지성이 11명'이라고 했습니다. 틀린 얘깁니다. 저는 "19명의 박지성과, 3명의 골키퍼와, 1명의 메시가 있는 팀"이라고 봐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그리스전에 아르헨티나가 1.5군을 내보낸다고 걱정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해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같은 팀에서의 1.5군과, 다른 나라의 1.5군을 비교한다는 건 넌센스죠. 예전에 '브라질이 영국처럼 네 팀을 내보내면 어떻게 될까'라는 우스개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답은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 1진과 2진이 붙는다'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단 1명의 박지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뛰어난 선수 뒤에, 탈 아시아 수준의 선수들도 있고 국제 무대에 내놓기에는 좀 민망하지만 어쨌든 국내에는 그보다 나은 선수가 없어서 대표팀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번째 경우의 선수들이라 해도, 어쨌든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판단하기에 더 나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출전시키는 거라고 생각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이런 선수단이 나아가 11명의 박지성으로 베스트 일레븐이 채워지고, 그 뒤로 23명의 선수단이 박지성급으로 채워지는 날이 오면, 그제서야 메시 같은 당대의 에이스가 한국 팀에 등장하게 될 겁니다. 이걸 한 순간에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6강은 대단하고 의미있는 성과였고, 미래를 향한 중요한 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또 이런 대목에서 축구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은 그냥 인생의 재미 하나를 놓치고 사시는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뭐 그 분들에겐 월드컵보다 중요하고, 훨씬 재미있는게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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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N에서 이번 경기의 MVP를 박주영으로 꼽았다던데, 박주영의 프리킥이 그린 아름다운 궤적도 환상적이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날 한국을 16강에 끌어올린 주역은 박지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전방에서 최종수비진까지, 안 가는데가 없더군요. 심지어 상대 공격 실패 후 흘러나온 공을 전방으로 걷어내는 것도 최종수비수가 아니라 박지성이라는 건(이건 최종수비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지만)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위에서도 얘기했듯, 우리가 이 시점에서 박지성 같은 선수를 보유하게 된 건 지난 86년 이후, 또는 지난 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국가대표 축구를 육성시켜 온 수많은 공로자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우연히 박지성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또 5년 뒤, 혹은 10여년 뒤에 우리 국대의 1진이 11명의 박지성으로 짜여질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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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아침 올라온 응원샷 중 최고의 장면입니다. 아주머니 만세!


P.S. 이번 월드컵 들어 (1) 대진운 아주 좋다 (2) 그리스가 한건 해주길 빌어야 한다 (3) 1승1패 이후 16강 전망 밝다 (4) 박주영이 나이지리아전에서 한건 해준다 모두 대략 얼추 적중하고 있어서 매우 고무돼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하나 더 해볼랍니다. "덴마크, 16강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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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한판 승부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한국의 16강 향방을 가늠하게 됐습니다. 비관과 낙관이 교차했지만, 아무튼 역대 월드컵에서 조별 예전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 놓았을 때의 상황들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나은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수영복 챙겨서 휴가 떠나듯 가벼운 마음은 아니겠지만, 무리하게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깝게 2006년, 첫 두 경기에서 한국은 1승1무를 기록해 전적면에선 1승1패인 올해보다 나았지만 당시의 상황은 지금보다 무척 나빴습니다. 2패를 기록한 토고가 최종전에서 2무였지만 외형상 최강인 프랑스를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1승1무인 스위스와 비겨도 조 3위로 탈락하는 묘한 상황에 놓였었죠.

아무튼 그건 그렇고, 한국은 최종전에서 맞붙을 나이지리아와 5년 전에 치열한 명승부를 펼친 전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결에서 박주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죠. 왠지 그 경기가 재현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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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U-20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은 정말 역대 최악의 조편성을 맞습니다. 같은 조의 멤버들이 바로 브라질, 나이지리아, 스위스였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슈퍼 이글 나이지리아는 특히나 청소년 레벨에서 강한 나라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죠. 그나마 스위스가 '해볼만 한 팀'으로 꼽혔는데, 결국 이 대회에서 두각을 보인 센데로스, 바르네타, 볼란텐 등이 스위스를 2006년과 2010년 잇달아 스위스를 바늘구멍같은 유럽 예선을 뚫고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는 주역으로 성장합니다.

한마디로 상대 세 팀 모두 후덜덜, 조편성을 놓고 보면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이때 한국에도 박주영이라는 기린아가 있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상대들이 너무 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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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스위스-나이지리아-브라질 순으로 대진이 짜여졌는데, 첫판인 스위스에게 1대2로 패하자 분위기는 상당히 흐려집니다. 그나마 해볼만하다던 팀에게 진 거죠. 그런데 2차전인 나이지리아전에서 기적이 일어납니다.

나이지리아에 0:1로 끌려가던 상황. 여기에 믿었던 박주영은 페널티킥까지 실축하며 기회를 날려 버립니다. 패색이 짙던 한국. 하지만 종료 2분전인 후반 43분, 박주영은 상대 진영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절묘하게 왼쪽 구석으로 차 넣으며 동점을 이끌어냅니다.

이어 인저리타임에는 박주영의 슛을 골키퍼가 놓친 사이 백지훈이 달려들어 강슛, 나이지리아 선수들을 모두 운동장에 쓰러지게 만듭니다.

(그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 좀 긴데 박주영의 동점골과 백지훈의 역전골 장면은 5분 이후에 나옵니다. 뒤쪽으로 돌려 보시길.)

비록 한국은 예선 최종전에서 브라질에 0대2로 패하고, 나이지리아가 스위스를 3대0으로 대파하며 예선탈락하지만 이 대회에서 나이지리아는 준우승의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이 대회에서 나이지리아를 이긴 팀은 한국과 우승국인 아르헨티나, 두 팀 뿐이었으니 이 대회에서 한국의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 대회 4강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모로코로 그중 두 팀이 한국과 같은 조였다는 게 한국의 불행이었던 셈이죠. (이 대회 우승국인 아르헨티나의 핵이 바로 우리가 치를 떤 그 메시였습니다.^^)

어쨌든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23일 맞붙게 됐는데, 묘한 우연이 또 등장합니다. 2005년 당시 U-20이었던 선수 중 3명이 현재 나이지리아 대표로 뛰고 있죠. 그중 주전급은 둘인 셈인데 그게 바로 그리스전에서 퇴장당한 공격수 카이타, 그 경기에서 부상당해 한국전에 나서지 못할 걸로 보이는 수비수 타이워입니다(다 회복됐다는 설도 있던데 아직 알수 없군요). 세번째 선수인 오바시는 나온다면 교체 멤버.

이대로라면 2005년 멤버 셋은 한국전에는 선발로 나오지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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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당시의 스트라이커였던 박주영이 다시 전면에 나설 예정입니다. 비록 이번 대회 들어 그리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그가 없었어도 한국 축구가 지금 월드컵 본선까지 가 있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제 몫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당시 한국 선수단 가운데선 주전 차기석에 밀려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GK 정성룡이 주전으로 성장했고, 당시 후보였던 이근호가 마지막까지 월드컵 본선 대표 물망에 올랐습니다. 그밖에 당시의 주전이었던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리마리오'로 불렸던 김승용, 미남 미드필더 백지훈, 창의력 뛰어난 수비수로 불렸던 이요한이나 투지가 돋보였던 이강진 같은 이름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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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23일 경기에서 박주영이 다시 살아나 2005년의 명승부를 재현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다시 한번 어깨를 펴고 질주하는 박주영의 골 세레모니를 보고 싶습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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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매체가 생겨난 이후로 전쟁이라는 것은 대단히 강력한 무기의 위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실제 전장에 가서 전쟁을 '구경'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행위지만 안락한 극장에 앉아서, 화면 안에서 펑펑 터지는 불꽃과 화염을 보며 주인공의 대활약에 넋을 잃는 건 지난 100년 간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평균 이상의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가 실제가 아니라 해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보면서, 그것도 대량 살육을 구경하면서 좋아한다는 건 어쩐지 좀...'이라는 반성의 시점이 찾아오게 됩니다. 결국 어느 시점 이후로, 전 세계의 모든 전쟁 영화는 기본적으로 '전쟁은 나쁘다'는 휴머니티를 기본으로 깔고 제작되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관객들이 전쟁영화를 보는 가장 큰 동기는, 아무래도 가슴 끈끈한 휴머니티보다는 생사를 가르는 전장의 긴박감과 호쾌한 볼거리라는 사실이 변한 적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영화도 인간미 넘치는 주제보다는 몸서리처지는 오마하 해변 상륙작전이나 사람이 픽픽 죽어 나가는 시가전 장면으로 기억될 뿐입니다.

일종의 이율배반이죠. 그리고 이런 모순은 예외 없이 '포화 속으로'에도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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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8월. 전쟁 6주만에 인민군은 남한의 2/3를 점거하고 부산을 향해 남하합니다. 미군의 참전에 한가닥 희망을 건 국군은 낙동강을 방어선으로 최후의 반격을 준비하는데 인민군의 최정예부대 하나가 전선을 이탈해 낙동강 북쪽 포항으로 향합니다. 야심만만한 박무랑(차승원)이 지휘하는 이 부대는 격전지를 우회해 국군의 후방으로 침투, 허를 찌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강석대 대위(김승우)는 낙동강 전선의 핵심 방어구역으로 이동하면서 사단 사령부가 있던 포항여중을 71명의 학도병에게 맡깁니다. 그중 오장범(T.O.P)은 단지 실전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대장에 임명돼 지휘를 맡습니다. 하지만 살인미수로 경찰서에 잡혀 있다가 얼떨결에 학도병에 합류한 구갑조(권상우)는 영 오장범이 못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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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당시 전투에 참가했던 학도병이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에서 시작한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이런 편지는 실제 존재합니다. 영화 마지막 마지막에도 등장하지만, 1950년 8월11일, 실제로 포항여중을 방어하던 학도병 71명이 공산군과 전투를 벌여 그 지점을 약 12시간 동안 방어하는데 성공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물론 그중 48명이 전사했고, 그중 서울 동성중 3학년에 다니다 학도병에 합류한 이우근 학생의 시신에서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가 발견됩니다.

'어머님!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십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저는 2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편지가 바로 영화 '포화속으로'의 모태가 된 것입니다. 얼마 전 포항에는 이 편지의 내용을 담은 기념비가 세워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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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임권택감독의 '낙동강을 흐르는가'를 단체 관람으로 봤고 언젠가 한국 보이스카우트 회지에 연재되던 낙동강 전투 당시 학도병들에 대한 소설을 읽은 기억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 공간이 포항여중이라는 건 몰랐지만, 아무튼 그 소설은 학도병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꽤 상세히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대단히 높은 시각적 완성도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한동안 대규모 전쟁 영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한국 영화 시장에서 오랜만에 나온 작품답게 전투 장면에서 더 이상 싱겁거나 우습게 보이는 장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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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부 액션에서 지나치게 과장된(사격훈련이라고는 단 1발밖에 해 보지 않은 학도병들의 상당히 놀라운 전투 실력, 수류탄조차도 쓰지 않고 죽어가는 인민군들, 군사훈련이라곤 받은 적이 없을텐데 미제와 소련제 무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학도병들 등) 장면을 지적할 만 하지만, 아무튼 전쟁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인 전투 장면에서 이 영화의 수준은 월드 클래스라고 인정할 만 합니다.

'포화속으로'는 수없이 많은 선배들을 가진 영화입니다. 실화를 근거로 하고 있지만 이런 다윗대 골리앗의 그림은 관객들에게 대단히 친숙합니다. 특히 그 골리앗의 역할을 차승원이라는 중량감 넘치는 배우가 맡았다는 건 대단한 강점으로 꼽힙니다. 박무랑 VS 오장범이라는, 양쪽 두 지휘관의 대립을 그려내는 데에선 이재한 감독의 연출이 충분히 힘을 발휘했다는 느낌입니다.

이밖에 오장범을 후원하는 국군 대위 역의 김승우, 또 오장범을 위협하는 천부적인 파이터 구갑조 역의 권상우까지 네 명의 남자 주연들은 적재적소에 배치돼 탄탄한 구도를 이룹니다. 어쨌든 이 영화의 강점은 이 네 주인공의 구도가 끝까지 흔들리지도, 치우치지도 않고 긴장감을 유지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비록 넷 다 너무나 전형적인 캐릭터들이긴 하지만,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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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좋은 점 못잖게 아쉬움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네 주인공 외의 인물들이 지나치게 글자 그대로 들러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건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본 단계에서는 분명 독자적인 캐릭터가 부여됐던 것 같은 학도병들이 그저 소품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더군요.

물론 다 찍어 놓은 장면들이 강도 높은 편집 과정에서 다 잘려 나갔을 수도 있고, 러닝타임을 줄이려는 시도 속에서 중요도가 덜한 인물들과 관련된 내용이 희생됐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대본 수정 과정에서 '쓸데 없는 부분'이 날아갔을 수도 있겠죠. 참고로 이 영화 대본의 최종 각색자는 제작사 대표인 정태원씨('아이리스'를 만든 분이죠)로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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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 영화가 선전되는 것처럼 '한국판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되려면 그 안에 뭔가 전쟁으로 인해 희생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들의 얼굴을 좀 더 부각시켜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네. 멋모르고 형을 따라 온 어린 동생의 에피소드 정도가 있었지만 이건 이야기 자체가 너무도 전형적이라("형님아, 엄마가 끓여준 김치찌개 먹고 싶다" 같은 대사는 너무나 의무감에서 넣은 태가 역력합니다) 도대체 관객에게 감동이란 걸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입니다.

어쨌든 두시간짜리 영화를 딱 네 명의 주인공에게만 집중시켜버렸다는 건 이 영화의 한계를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사실 21세기의 시점에서 전쟁 영화란 상당히 위선적인 존재입니다. 전투신의 쾌감을 극대화해서 관객들의 마초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한편, 동시에 전쟁으로 인해 희생당하는(네. 전쟁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어쨌든 희생자죠) 인간들의 면모에도 초점을 맞춰야 잘 만든 작품이란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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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포화속으로'는 전자 부분을 수준급으로 이뤄낸 반면, 후자 부분에서는 기준점 이하입니다. 이 영화는 어깨에 '후까시'가 단단히 들어가 있는 영웅들의 전쟁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 생전 처음 끌려온 전장에서 겁에 질려 있는 십대 소년들의 모습은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갱스터 무비였다면, 어깨에 힘을 빡 주고 아무 것도 겁나지 않는듯한 태도로 무표정하게 상대의 몸에 칼을 꽂아 넣는 소년들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아무 생각 없이 진짜 전쟁에 끌려나온 소년들의 이야기이고, 그러려면 그 소년들이 어떻게 전쟁 속으로 젖어드는가가 드러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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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옹호자들은 혹시 오장범 역의 TOP이 그 역할을 맡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오장범은 '어쩔 수 없이 역할을 맡았지만 결국 훌륭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리더'의 캐릭터일 뿐입니다. 이 영화를 대표한다기엔 너무나 평면적이고 뻔한 캐릭터죠.

정리하면, 주변의 작은 얘기들을 다 쳐 내고 주인공들의 마초 스토리만 남겨 놓은 탓에 이 영화는 다양하고 작은 울림이 없는, 그냥 두 시간짜리 전쟁 블럭버스터, 혹은 두 시간짜리 전투 하일라이트 영화가 된 느낌입니다. 그 네 주인공의 이야기도 탄탄하긴 하지만 결국 어떤 감동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건, 아무래도 좀 더 고민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로 연결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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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복잡한 생각 하실 필요 없이, 두 시간 동안 다윗과 골리앗이 신나게 치고 받는, 제대로 된 전쟁 액션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에겐 당연히 권할만 합니다. '포화속으로', 절대 못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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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의 수'라는 말만 들어도 짜증을 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면밀한 진단이 일반적인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인데, 누군들 화끈하게 그냥 실력으로 이겨서 올라가는 걸 원치 않겠습니까.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16강 경우의 수는 꽤 낙관적이라는 겁니다.

몇가지 분석 기사도 나온 듯 한데 매우 실망스러워서 직접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분명 1대4로 대패했으면 뭔가 큰 타격이 있을 법 한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대미지는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당초의 계산'에 아르헨티나에게 한국이 진다는 것은 이미 들어 있었던 상황이고, 가능하면 좀 적은 점수차로 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후반 초기에 분위기를 탄 것이 오히려 병이 됐다는 건 뭐... 지금 와서 한탄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죠.

아무튼 '대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꽤 높은 편입니다. 물론 그리스의 도움을 받은 결과죠. 세상은 원래 혼자 잘나서만 살 수는 없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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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냥 순차적으로 정리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시작해 3차전의 가장 좋은 경우부터. 일단 현재의 득실 상황은 이렇습니다. 한국은 -1로 그리스와 득실차에서 동률이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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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이겼을 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이 경우 나이지리아가 3패가 되므로 그리스가 최종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으면 세 팀이 2승1패 동률이 됩니다. 물론 이 경우라도, 그리스가 조2위가 되기 위해서는 아르헨티나에게 1대0, 2대1로 이겨선 탈락입니다. 최소한 2대0, 또는 세 골 이상을 득점해야 합니다. (한국과 득실/다득점을 고려하면 이렇습니다.)

물론 숫자상으로는 이렇지만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 드러난 전력으로 볼 때, 이미 2승인 아르헨티나가 꽤 느슨한 경기를 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리스에게 이렇게 대패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나이지리아에게 이기는 순간 대세는 확정이라고 믿어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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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이 나이지리아와 비겼을 때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아무튼 이 경우에도 우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건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에 기댄 것입니다.

한국이 최종전에서 비기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면 한국은 무조건 탈락입니다.

현재 전력을 볼 때 한국도 비기고 그리스도 비기는 그림이 꽤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때는 당연히 골득실-다득점-승자승의 순서로 순위를 매깁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일단은 유리합니다. 현재 득실차는 -1로 같기 때문에, 둘 다 비긴다면 득실차는 그대로 -1로 유지됩니다.

그럼 다득점. 현재 한국은 3골이고 그리스는 2골이므로 두 팀 모두 0대0으로 비긴다면 한국의 승리입니다. 한국이 0:0으로 비기고, 그리스가 1:1로 비기면 다득점에서도 동률이 되지만, 이 경우에는 한국이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2대0으로 이겼으므로 승자승으로 한국이 올라갑니다.

따라서, 둘 다 비길 경우 그리스는 최소한 한국보다 2골을 더 넣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든 지든, 한국-나이지리아전의 향방을 모르는 상황이라면(두 경기가 같은 시간에 열립니다) 그리스는 무조건 2골 이상은 넣어야 가능성이 생기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그리스는 초반부터 엄청난 공격 일변도의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얘긴데,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팀을 상대로, 수비가 특기인 그리스 같은 팀이 다득점을 노린다는 건... 그리 좋은 결과를 낼 걸로 예상되지는 않습니다.

결론:

한국이 0대0이면 그리스는 똑같이 비겨도 1대1로 비겨선 떨어집니다. 한국이 0대0일때 그리스는 2대2, 한국이 1대1이면 그리스는 3대3까지는 가야 16강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런 요소는 그리스로 하여금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최대한 공격적인 전형을 취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리스보다는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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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졌을 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지는 순간 탈락이 결정됩니다. 이 경우라도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게 진다면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세 팀이 1승2패 동률이 되지만, 득실차에 의해 한국은 탈락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0대1로 진다고 가정하면, 한국은 득실차가 -2, 나이지리아는 -1이 됩니다. 그럼 한국은 그리스-아르헨티나 경기의 결과와 무관하게 조 3위 이상은 올라갈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나이지리아는 절대 한국과 맥풀린 경기를 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이기려고 들 것입니다. 누가 봐도 아르헨티나가 최종전에서 그리스를 이겨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게 정상이기 때문에, 나이지리아는 한국을 꺾고 득실차로 올라가는 방법을 노릴 것입니다. (물론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지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 이기거나 비긴다면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자동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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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는 참고용. 본문 내용이 더 자세합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한국은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한다고 기대할 수 있다'입니다. 역시 처음에 말한 대로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는 전제하에 내린 결론입니다. 물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결코 없지 않기 때문에, 100%는 아닙니다.

아무튼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그리스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다득점을 노릴 수밖에 없고, 나이지리아 역시 한국에게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습니다. 어느 팀이든 이기려고 달려드는 상황에서 허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가 '비기면 끝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고, 그리스가 나이지리아 주전 선수 2명을 벤치로 보낸 상황에서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거의 올라간다'는 다소 편안한 마음을 갖는다면, 아무래도 우리 쪽이 유리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아르헨티나전 초반처럼 극도로 어색한 수비 치중보다는 최소한 반격은 가능한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합니다. 까짓 나이지리아가 잘 해봐야 어디 아르헨티나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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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메시와 이과인이 그리스전에서도 한국전처럼 해 주길 기대합니다. 이상이 절대 아마추어인 저의 분석입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환영합니다.

아무튼 구호로 정리하자면 가자! 16강!

또는 아르헨티나 화이팅!

P.S. 간밤에는 많은 분들이 이해하지 못하셨지만, 경기 결과를 놓고 보면 왜 어제 그리스-나이지리아전에서 무승부가 최선이었는지 이제 이해하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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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아쉬운 패배는 트위터로 꽤 히트했던 나라도나와 오베스 사진으로 달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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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민효린의 상당히 파격적인 화보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사실 민효린은 지금까지 '온라인 이슈화를 통한 성장'이라는 연예인 성공 모델의 표본 같은 주인공입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 '절대 성형하지 않았다'며 '명품 코'를 검색어로 등장시켰고, 이어 '기다려 늑대'를 통한 가수 데뷔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리곤 김연아가 일으킨 피겨 열풍을 타고 '커피프린스'의 이윤정 PD가 제작한 '트리플'의 주인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여기까지는 제대로 물살을 탔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트리플'에선 남자 주인공 이정재와 불균형이 좀 심했고, '트리플'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해 거기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화보가 약간 애매했던 국면의 돌파구가 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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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를 본 첫 느낌은 그 뒤로 잠잠했던 민효린이 또 한방 터뜨렸구나 하는 것입니다. '이슈화를 통한 성장'이라는 기본 모델 안에서, '앳돼 보이는 이미지 제거'를 주제로 삼은 이벤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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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좀 늦은 감도 있습니다. 민효린은 1986년생이므로 만 24세. 이미 동갑내기인 홍수아나 이채영, 2년 어린 서우나 유이(애프터스쿨)가 '여성미'를 잔뜩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더 어린 걸 그룹 멤버 중에도 89년생인 유리는 이미 '여자'의 느낌을 충분히 내고 있죠.

물론 여태까진 어려 보이는 외모의 덕을 본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에 늦어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다만, 훨씬 어린 친구들이 더 여자처럼 보인다는 건 좀 께름칙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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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미를 강조하는 방안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유리나 포미닛의 현아처럼 그런 느낌을 타고 난 경우도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베이비페이스의 운명을 타고 난 경우에는 그게 쉽지 않죠. 87년생인 문근영이 대표적입니다. 노출을 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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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살짝 퇴폐적인 느낌이 등장합니다. 뭐랄까, 농염하다거나 성숙하다는 느낌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어쨌든 이제 '소녀가 아니라 여자'라는 느낌은 확실히 주고 있습니다.

이런게 바로 화보의 위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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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인 고아라도 조금씩 시도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타고난 신체조건 때문에 시상식장 같은 곳에서 꽤 과감한 의상을 입어도 큰 효과는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런 화보가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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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시도 가운데서 김소은은 좀 너무 많이 나간 듯도 합니다만.^^ 김소은인지 알아보기도 쉽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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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전략은 만국 공통입니다. 성년이 빨리 오는(?) 해외에선 이런 변신의 시기가 빨라지죠. 최근 영화에서 보여준 아역 스타 다코타 패닝의 파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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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엠마 왓슨이 이미 걸었던 길을 걷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엠마 왓슨은 열애설까지 한몫을 했는데... 시기적으로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프로듀서들이 짜증을 냈을 법도 합니다. 자칫 시리즈의 청소년 여주인공 이미지를 깰 수도 있기 때문이죠. 뭐 그쪽 사람들의 생각은 또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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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앙증맞은 이미지에서 킬힐과 도발적인 여성미로 대폭 변신한 민효린을 보니 참 격세지감도 느껴지고, 전체적으로 신선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런 일은 계속 되풀이되겠죠. 다음번에는 또 누가 '화보를 통한 성인 이미지 전달'에 뛰어들지 궁금합니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은 화보만 찍는다고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 건 아니란 점이죠. 민효린은 거의 24시간 동안 검색어 상위권에 머물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민효린'이란 이름을 다시 한번 주목의 대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존의 이미지로 새로 부각시키려는 이미지, 그리고 그 이미지 변화를 주도할 전문가, 가장 효과를 발휘할 시점의 선택 등에서 종합적으로 좋은 판단이 있었던 결과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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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프로화가 선수들의 스포츠 정신을 망친다고 말하곤 합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위한 정신보다는 돈에 눈이 먼 잔치라고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정대세는 브라질전에 임해 반드시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정대세는 경기전 북한 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정대세는 "드디어 이 자리에 왔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축구를 시작하고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대단한 자리다. 그 자리에서 브라질과 같은 대단한 팀과 대결을 펼친 것은 너무 감동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무슨 만화에 나오는 축구 소년같은 소감인지. 그리고 그 소년의 열정은 마침내 놀라운 일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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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북한은 졌지만, 그 결과는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아마 44년만에 세상에 처음 나오는 북한 대표팀이 그 '브라질'을 상대로 전반 45분을 이렇게 당당히 버텨낼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정대세 한 사람의 힘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밀집수비 작전 속에서 외롭게 원톱으로 떠 땀과 눈물을 흘리며, 허벅지가 찢어져도 뛰던 정대세는, 우리가 흔히 쓰는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마이콘의 진정 거짓말 같은 신기의 킥이 들어가고, 2-0이 되면서 브라질은 승부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정대세에겐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정대세의 머리에서 찬스가 만들어졌고, 경기는 북한의 1대2 패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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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겼다면 정말 전 세계가 뒤흔들릴만한 대사건이었겠지만, 이걸로도 충분히 놀랄만한 일입니다. 아마 축구를 보는 세계 인구의 80% 정도는 3대0, 4대0을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경기 후 정대세의 표정에서는 "이만하면 잘했다"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전반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도 세계 최강을 잡아내지 못한 아쉬움만 넘쳐났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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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라운 선수에 대해 우리는 일찍부터 많은 걸 알고 있었습니다. 1984년생인 정대세는 나고야 출신의 재일교포 3세고, 흔히 '인민 루니'라고 불리며, 조총련계 학교를 거쳐 일본 프로에서 뛰고 있습니다. 2006년 가와사키 프론탈레에 입단해 4년간 39골을 터뜨린 J리그의 간판 골잡이이며, 2007년부터 북한 대표팀의 스트라이커로 자리잡았습니다.

물론 그의 내력은 아직도 그리 자세히 알려지진 않은 듯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본적이 경북인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이며, 기회만 있었다면 한국에서 뛸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놀라곤 합니다. 아무튼 그는 한국 국적 보유자이면서 북한 대표팀 선수고, 북한 여권을 갖고 다니는 희한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재일동포 2세인 아버지는 고향이 경북 의성이고 한국 국적이다. 어머니는 조선 국적이다. 나는 태어나면서 자동적으로 아버지 국적을 따르게 됐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민족학교(총련계 학교)에서 민족교육을 받았다. 나를 포함해 재일동포를 길러주고 살려주고 교육시켜준 것은 조선이다. 나의 조국은 조선이고 어릴 때부터 조선대표로 뛰고 싶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내가 일본에서 태어난 것과 남북의 역사적 배경을 얘기했더니 이해해줬다. 2007년 7월 조선대표가 됐고, 총련 등 주위 분들 덕분에 조선 여권을 받았다. 외국에는 북한 여권으로 나간다. 한국 갈 때는 영사관에서 임시 여권을 받는다 (2009년 8월8일 동아일보)

정대세는 30일(한국시간) AFP와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축구국가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것을 두고. 한국 사람들은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또 통일이 되었더라면(그래서 단일팀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일교포 3세로 ‘조선’ 국적을 가진 정대세는 2007년 6월 북한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며. 태극마크와 운명을 달리했다. 차세대 공격수 정대세의 합류 이후 베일에 싸였던 북한대표팀은 급격한 전력상승과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44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A매치 21경기에서 14골을 몰아치는 정대세를 놓고 한 때 ‘한국 국적의 정대세를 왜 진작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았나’라는 여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염원을 읽은 듯 최근 추진되고 있는 2022 월드컵 유치전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정대세는 같은 날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만약 월드컵 경기가 평양에서도 열릴 수 있다면 그건 우리의 원대한 꿈.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남북의 정치적 봉합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포츠는 남북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남북 공동 월드컵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5월30일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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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국 대표팀이 그리스를 2대0으로 꺾을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달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정대세가 2골을 넣으며 승부를 2대2 무승부로 몰고 간 것도 큰 자극제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브라질을 상대로 한 북한의 분전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한 한국의 경기력에 좀 더 좋은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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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빡빡머리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정대세. 전에도 정이 가는 선수였지만 브라질전에서의 투혼은 그를 잘 모르던 사람이라도 이제는 좋아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한 듯 합니다.

그가 박주영과 투톱을 이뤄 남아공 월드컵 전장을 누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부디 그가 은퇴하기 전에 하루빨리 통일이 가시화되어 그가 존경한다는 박지성의 패스를 받으며, 박주영과 투톱을 이뤄 한 팀으로 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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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첫승, 한국이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유럽 팀을 상대로 거둔 첫승, 그것도 경기 내용까지 완전히 압도하는 2대0의 완승, 정말 월드컵 신경쓰고 본지 근 30년만에 이렇게 여유있게 이겨버리는 경기는 처음이라 지금까지도 감흥이 새롭습니다.

하지만 4팀이 각각 세 경기씩 해서 두 팀이 올라가는 조별 예선은 워낙 변수가 화려합니다. 세 팀이 각각 승점 9에서 승점 0까지 다양한 성적을 낼 수 있고, 그 성적들이 제각기 상대적이기 때문에 오만가지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조별 예선의 남은 경기에서 기대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합계 승점 5(그러니까 앞으로 최소 2무)만 올려라, 둘째는 그리스, 최소한 1승(아니면 1무)이라도 올려라. 이 두가지면 16강은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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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까지 수많은 월드컵 조별 예선을 치러왔습니다. 1986년부터 4년간격으로 비슷비슷한 여정을 거쳐왔죠(2002년 제외). 첫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조언도 늘 등장했고, 첫 경기가 끝나고 나면 '아직 희망은 있다'는 구호가 등장했던 것도 매번 비슷합니다.

그런 과정들을 지켜 본 결과, 그리고 각 팀들의 부침을 바라본 결과 올해는 비교적 예년에 비해 괜찮은 조에 들어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쓴 글이 이거였습니다. 이번 조편성은 1986년 이후에는 가장 좋은 여건이라는.
http://isblog.joins.com/fivecard/621

뭐 이 내용에 대해서도 수많은 분들이 바람넣지 마라, 그리스 얼마나 잘하는지 아느냐, 나이지리아가 호구냐, 등등의 얘기를 하셨지만 어쨌든 그리스에게는 1승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분위기를 볼 때 한국은 16강의 호기를 잡은 것도 분명합니다.

첫 1승으로 우리는 승점 3점을 얻었습니다(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승리는 승점 3, 무승부는 승점 1입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떤 경기 운영이 필요할까요. 일단 16강 진출의 필요 승점은 5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걸 보기 위해 지난번 대회들을 훑어봤습니다. 1998년 이후, 승점 5를 올리고 16강에 가지 못한 팀은 단 한 팀도 없었습니다. 즉 1승2무면 16강행은 오케이라는 뜻입니다.

승점 4, 즉 1승1무1패면 어떨까요? 신기하게도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4점으로 16강에 간 경우가 6번, 못 간 경우가 6번입니다. 그러니까 4점은 결코 안전한 점수가 아닙니다. 마음 편하게 16강에 가기 위해서는 남은 두 경기를 모두 비겨 주는 것이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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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끔찍한 변수가 또 하나 남아 있습니다. 네 팀 중 한팀만 독보적인 성적(잘하건 못하건^^)을 내고 나머지 세 팀이 진흙탕에서 물고 물리는 플레이를 할 때, 이때는 드물게 희한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현재의 조에서 아르헨티나가 혼자 3승으로 독주하고 한국과 그리스, 나이지리아가 1승1패씩 물고 물리는 상황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아르헨티나는 승점 9로 단독 조 1위지만 나머지 세 팀은 1승2패, 승점 3으로 동률이 되어 득실차를 가려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지고, 그리스가 나이지리아를 이기면 가능한 얘깁니다.

이와는 반대로 3패로 독보적인 팀이 나와도^^ 이상한 상황이 생깁니다. 지난 2006년 대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스위스, 한국, 토고가 한 조가 됐고 토고가 초반 2패로 동네북이 됐죠. 그리고 프랑스-토고, 스위스-한국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토고가 프랑스와 비기거나 이기지 못하는 한, 한국은 스위스를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아쉬운 상황을 맞았습니다. 1승2무로 3자 동률이 되면 득실차에서 뒤진다는게 이미 계산이 나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3승하는 팀이야 잘하는 걸 어쩔수 없지만, 3패 팀은 이래저래 4팀 예선 시스템의 민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도 그리스가 혼자 동네북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세 팀은 또 3자 동률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집니다. 비슷한 경우를 1994년 미국 월드컵 예선 D조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와 얼마나 비슷한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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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 불가리아 대신 한국이 들어가면 올해와 똑같습니다. 여기서 그리스는 3패를 했고, 세 팀이 2승1패로 동률을 이뤘습니다.

1994년에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현재의 32개국이 아니라 24개국이었고, 예선 조가 8개가 아니라 6개였으므로 2승1패를 하면 조 3위라도 16강 진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조 1, 2위만 16강에 갑니다. 그러니 저런 상황이 재발하면 골득실, 다득점까지 따져야 하는 피마르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상황이 극적으로 가려면 아르헨티나가 3승, 그리스는 3패를 하고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1승1패 상황에서 최종전에 맞붙는 상황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야말로... 참 피말리는 건곤일척의 대전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면하기 위해 우리는 그리스의 분전을 촉구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남은 경기에서 우리에게 진 그리스가 1승, 혹은 1무라도 올리고 탈락해 주면 16강으로 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밝아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다가 그리스가 기적적으로 분전,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면 또 상황은 일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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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모두에서 밝혔듯 4팀 조별 예선은 너무 변수가 많아 한 경기를 끝낸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한국이 남은 경기에서 2무를 확보하거나, 그리스가 '용을 써서' 나이지리아를 잡고 아르헨티나에게 '만인의 예상대로' 대패하면 한국의 앞날은 밝아집니다. 어쨌든 목요일에는 한국을 응원하는 것 못잖게 그리스를 응원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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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에서 반가운 것 중 하나는 8년만에 보는 '차두리의 귀환'입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2002년, 모든 대표 선수들이 '태극전사'라는 이름으로 스타가 됐지만 안정환이나 박지성처럼 승리에 직접 기여하는 골을 넣은 선수가 아닌데도 대중들로부터 높은 사랑을 받은 스타라면 차두리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호감형의 얼굴과 언제나 금방 면도한 듯 한 특유의 헤어스타일, 그리고 한국 축구의 영원한 신화인 차범근 감독의 2세라는 점 등에서 차두리는 항상 눈길을 끄는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스피드와 순발력, 2002년 기준으로 미완성의 스트라이커라는 점 등등이 화제의 초점이었습니다.

사실 이번에 나오고 있는 '차두리는 로봇이다?'도 그 무렵에 이미 나온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순서로 따지자면 차두리의 정체를 얘기할 때 먼저 나온 건 '차두리는 강백호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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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의 뜨거웠던 어느날, 이런 기사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차두리의 정체는 강백호였다!'
대표팀의 막내 차두리와 인기 농구 만화 '슬램 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의 '공통점 이야기'가 젊은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슬램 덩크'는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대표작. 국내에도 주간지 연재와 단행본 출간을 통해 절정의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주인공 강백호는 농구에는 문외한이지만 1m90의 큰 키와 빠른 발, 그리고 백보드에 이마를 찧을 정도로 엄청난 점프력을 가진 유망주.
어느날 농구부 주장의 여동생에게 반해 농구에 입문했다가 '백발귀'라고 불리는 안감독의 눈에 띄어 빠른 시간 사이에 최고의 리바운더로 다시 태어나 팀을 전국대회로 끌어올린다.
네티즌들은 ▲신체조건과 잠재력에 비해 세기가 부족하다 ▲똑같은 삭발 머리다 ▲흰 머리의 감독을 만나 새롭게 태어난다는 등의 공통점을 들어 '차두리=강백호'라는 주장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이 이 주장을 바탕으로 만화 '슬램 덩크'의 줄거리에 차두리와 동료 선수들을 끼워 넣은 '차두리 스토리'를 앞다퉈 유행시키고 있다.
빼어난 실력과 잘생긴 얼굴 때문에 늘 강백호가 질투하는 팀 동료 서태웅 역할로 가장 많이 꼽히는 선수는 '테리우스' 안정환.
이밖에도 채치수에는 홍명보, 정대만에는 황선홍, 송태섭에는 이천수 또는 윤정환이 거론되는 등 매일 새로운 스토리가 소개되고 있다.
스스로 '차두리 팬'이라고 밝힌 장지홍씨(27.회사원)는 "어느 경기에 투입돼도 골키퍼와 1:1 찬스를 만드는 선수는 차두리 뿐"이라며 "한국 축구의 '희망'인 차두리가 강백호처럼 '깜짝 성장'을 해 제몫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차두리 스토리'가 유행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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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슬램덩크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때는 이런 얘기가 끝없이 재생산되던 시절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이었죠. 이건 2002년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이 끝났을 무렵 나왔던 버전입니다.


차두리가 강백호라는 설은 정말 생각할수록 들어맞는다.

1. 하드웨어는 너무도 뛰어난 반면, 소프트웨어는 영 한심하다.
2. 머리 모양이 똑같다.
3. 팀내에 잘하는 같은 팀 소속 선수(그럼 이천수가 서태웅;;?)가 있다.
4. 백발의 감독(;;)을 만나 다시 태어난다.

그럼 이제 차두리에게 남은 것은 2만번의 슛 연습뿐이다. 다들 미국전을 하는 동안, 강백호 아니 차두리는 혼자 연습장에서 2만개의 슛을 날린다.
대표팀의 나머지 멤버들은 미국전에서 질 경우 "핫핫, 역시 이 천재 없이는 아무것도 안되지"라는 차두리의 비웃음을 살까 두려워 혼신의 힘을 다해 미국을 4:0으로 꺾는다.
마침내 포르투갈전. 한국의 기둥인 채치수 아니 홍명보가 피구에게 완전히 농락당한다. 같은 3학년(;)인 득점왕 황선홍(정대만-)은 체력저하로 고통스러워한다. 좌절하는 홍명보.
그러나 이때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있던 부산 출신의 김병지가 흰 모자를 쓰고 나와 무우를 깎으며 말한다. "어이, 꼭 당신이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마. 팀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 줘."
여기에 힘을 얻은 한국, 전반 0:3을 딛고 후반 1분을 남겨놓고 3:3 동점을 만든다. 마지막 순간, 공을 몰고 들어가던 안정환(아무래도 서태웅은 이쪽이 훨씬 어울리는것 같다;)의 귀에, 골대 45도 각도에 자리를 잡은 차두리(주전들의 부상으로 어쩔수 없이 나와 있었음)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왼발은 거들 뿐..."


어쨌든 이런 식으로 인기를 모으던 차두리는 강백호를 넘어 '로보트'라는 설의 주인공이 됩니다. 등에 달고 있는 이름 DR CHA는 바로 인간공학을 살린 축구로보트 차두리를 만든 차범근 박사를 가리킨다는^^ 등의 내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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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꽤 시간이 지난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차두리는 현재 22번을 달고 있고, 11번을 단 건 거의 5,6년 전의 일이죠. 아마도 2006년 월드컵 예선 참가 때였을 겁니다. 당시에는 차두리가 차범근 감독의 뒤를 이어 11번을 달았다는 것 자체가 큰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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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차두리는 대표팀에서 11번을 여러번 달았지만 2002년 대표팀 때에는 16번, 2006년 예선 때 11번, 그리고 지금은 22번을 달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와의 관계나 이런 사진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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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11번이라는 인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강하게 남아 있는 듯 합니다.

게다가 등에 붙이는 차두리의 이름 표기도 2002년 당시에는 DR CHA였지만 이것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요즘의 차두리는 DURI라는 표기를 이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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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격수 차두리' '오른쪽 윙포워드 차두리'를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대표팀에 최종 선발되지 못하면서 그 기대는 미완으로 끝났고, 언젠가부터 차두르는 오른쪽 윙백으로 소속팀과 대표팀에 기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공격수의 피가 뜨겁기 때문에 공만 잡으면 최전방까지 진출해 윙어 역할을 하는 게 장기입니다만, 그래도 방금 전까지 적진영 오른쪽을 헤집다가 저쪽 공격수가 공을 끌고 나오면 순간이동해 다시 오른쪽 진영을 굳게 지키는 탁월한 기동력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자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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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가 대표팀 오른쪽을 지키는 한, 사우디 아라비아나 이란의 빠른 윙포워드들에게 번번이 이면 침투를 허용하고, 순간 스피드가 떨어져 잡아내지 못하던 왕년 한국 축구의 슬픈 모습은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만큼 한국 축구가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겠죠.

이런 차두리의 활약과 함께 한국은 이미 1승. 이번 월드컵에서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지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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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런데 혹시 22번 차두리는 11번 버전의 업그레이드...? (가수 양진석님의 지적에 따르면 22번은 220V로 승압했다는 얘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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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생각하시는 것보다 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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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글을 쓸 때마다 '이건 순전히 주관적인 시각'이라는 점을 아무리 달아도, 거론되는 연예인의 팬들에게는 꽤나 불쾌한 글이 될 거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스타이고, 이미 '다 떠 있는' 배우들을 놓고 다시 점검이 필요하다는 식의 얘기가 되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포스팅에서 다룰 세 배우는 '아직까지 톱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올해와 내년 사이에 톱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젊은 꽃미남 배우들이라고 규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주인공을 몇번 했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큰 역을 했고 하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나이만 25세 미만으로 놓고 봤을 때, 올해가 지난 뒤에 얼마나 큰 성장을 해 있을지가 궁금한 세 남자 배우를 꼽아 봤습니다. 이름부터 꼽자면 유아인, 백성현, 김수현입니다.

당연히 이들과 비교선상에 있는 배우들이 누구인지도 꼽아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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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순으로 꼽자면 첫번째로 주목되는 것은 86년생인 유아인입니다. 물론 아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일찌기 '반올림' 때부터 고아라와의 풋풋한 연기로 주목을 끌었고, 그 시절부터 성장후가 기대됐던 배우입니다.

하지만 스무살 이후의 행보가 그리 눈에 확 들어오지 않습니다. 영화 '앤티크' 정도가 주목을 끌만 하달까요, 스타로의 길을 걷는데 필수적인 히트작이 없다는 것이 약점입니다. 더구나 어려 보이는 얼굴 때문에 적절한 성인 역할을 맡는데 어려움을 겪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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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반발인지 이번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걸오 역을 맡았습니다. 글쎄, 원작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읽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걸오 재신 역에 맞는 배우는 2PM의 택연 정도였던 터라 정 반대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아마도 유아인이라는 이름에 따라다니는 '창백한 꽃미남' 정도의 이미지를 확 벗어버릴 기회로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아무튼 상당한 모험을 시도했다는 건 분명합니다.

비슷한 또래의 꽃미남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게 유아인으로선 꽤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한살 위인 송중기도 사실 비슷한 입장이고(25세 '미만'을 꼽아 보자는 의도 때문에 이번 포스팅에선 빠졌습니다), 동갑내기들의 면면은 더 화려합니다. '지붕킥' 듀오인 최다니엘과 윤시윤이 있고 아이들 슈퍼그룹 출신의 김현중 정윤호 박유천 김재중 등이 앞으로 계속 경쟁해야 할 상대들입니다.

한살 아래인 87년생 그룹들도 만만찮습니다. 장근석-이민호-정일우이라는 이름값만으로도 중량감이 상당합니다.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바로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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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리스트에서 두번째로 꼽을 사람이 바로 88년생인 김수현입니다. 가능성은 이미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결정타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단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군요.^)

김수현이 처음 눈길을 끈 건 '김치 치즈 스마일'에서의 수영선수 역할.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강렬한 인상은 주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헤어스타일. 당시의 모습을 보시면 헤어스타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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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에서 맡았던 고수의 아역이 폭발점이 됐던 듯 합니다. 아울러 최근 '자이언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 22세라는 나이는 누군가의 아역을 맡고 있을 시점은 아닌 듯. 아마도 하반기에 뭔가 포텐셜을 증명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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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을 찾자면 꽤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그저 '조각같이 예쁜 얼굴'을 앞세우는 다른 '꽃미남 계열'의 얼굴들에 비해 남성미가 넘치고 깊은 우수를 표현할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점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드라마 속에서는 한번 보고 지나칠 수 없는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묘하게도 김수현의 발자취는 한살 아래지만 훨씬 앞서 달려가고 있는 김범의 발걸음과 비슷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물론 김범도 '꽃보다 남자' 이후 후속작이 폭발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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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타입은 아니지만 그와 함께 역시 올해를 돌파구로 삼을 듯한 배우가 바로 김범과 동갑인 89년생 백성현입니다. 93년생 유승호와 함께 근래 몇년 동안 '잘 자란 아역' 순위의 최상위에 올라 있던 백성현이지만 지금까지는 마땅히 위력을 증명할만한 기회가 없었다고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그러던 그가 올해는 전에 없이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 '구루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견자 역으로 눈길을 확 끌었고, 영화는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했지만 백성현만큼은 성인 연기자로서의 변신이라는 점에서 큰 포인트를 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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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대되는게 어제 첫 방송이 나간 MBC TV의 '런닝구'입니다. 4부작이라는 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 백성현은 형을 잃고, 온 인생을 빼앗기고, 사랑마저도 할 여유가 없어진, 절박한 청춘의 모습을 제대로 연기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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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꽃미남 계열'의 연기자들에겐 모두 공통적인 위협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 '지나치게 매끈한 얼굴' 때문에 오히려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듣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험으로 볼 때 이런 류의 평판은 하루 아침에 바뀌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 2001년으로 되돌아가 보면 '피아노'의 조인성(당시 20세)과 '맛있는 청혼'의 권상우(당시 25세)가 그랬습니다. 둘 다 '예쁘게는 생겼는데 글쎄'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죠. 하지만 거의 비슷하게 3, 4년 뒤, 조인성은 '발리에서 생긴 일'로, 권상우는 '천국의 계단'으로 포텐셜을 폭발시키며 톱의 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그 이후에는 '너무 예뻐서...' 어쩌고 하는 얘기는 다시 들리지 않더군요.

대강 어설프게 거론했는데도 10여명이 꼽히는군요. 물론 아직 연기자로 제대로 뭔가 보여주지 않은 87년생 최시원(슈주)과 88년 심창민(동방신기) 등도 있고... 과연 이들 가운데 누가 지금부터 6~7년 뒤, 그러니까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나이에 송승헌 권상우 소지섭 조인성 등이 갖고 있는 파괴력있는 위치(다른 말로 하자면 한류스타급)에 도달할지 궁금합니다.

현재 이 위치에 도달한 그룹과 오늘 포스팅에서 거론한 20대 초반 그룹 사이에 특별히 눈에 띄는 장벽이 크지 않고 보면, 이들 80년대 후반에 잇달아 태어난 꽃미남들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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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제빵왕 김탁구'는 1회부터 '신데렐라 언니'의 뒤를 이어 시청률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1회부터 군더더기를 덜어낸 빠른 진행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신기하게도 1회는 어디서 많이 본 줄거리였습니다.

물론 한 30년 전이라면 TV에서도 이런 스토리가 심심찮게 나왔겠지만 21세기 들어 이런 스토리가 방송으로 나온 적은 거의 없었던 듯 합니다. 1회의 전반부를 요약하면 모든 걸 다 갖춘 부잣집에 아이 보는 식모(전미선)이 들어갑니다. 주인집 남편(전광렬)과 아내(전인화)는 딸 하나를 두고 있죠. 그러던 어느날 부인은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가고, 두번째 딸을 낳아 완고한 시어머니(정혜선)을 실망시킵니다. 그리고 부인이 집을 비운 날, 남편은 갑자기 식모에게 손을 뻗어 옵니다.
 
듣고 본즉 최근에도 어디서 본듯한 스토리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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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토리 뿐만은 아닙니다. 드라마 1회의 배경은 1950년대 내지는 60년대쯤으로 보입니다. 드라마의 주요 환경인 대성그룹 회장 집안은 당시는 물론 요즘도 보기 힘든 호화로운 2층집입니다. 대리석으로 치장한 집안 분위기는 영화 '하녀'의 회장 이정재가 살던 집에서 그대로 따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전체 줄거리를 놓고 볼 때 영화 '하녀'와 유사한 부분은 도입부뿐입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는 부인이 "절대 남편과의 사이에선 아들을 얻을 수 없다"는 역술인의 말을 듣고 어린 시절부터 남편과 다같이 함께 자란 비서실장 승재(정성모)와 몰래 정을 통해 아들을 얻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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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남편과 식모 미순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주인공 김탁구(윤시윤), 그리고 부인과 승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당연히 김탁구의 라이벌인 구마준(신인 주원)이 될 거라는 건 드라마 세 편만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진행입니다.

그리고 나선 출생의 비밀을 가진 김탁구가 성장하고, 다시 구마준과 경쟁을 벌이고, 부잣집 아들로 오만방자하게 자란 구마준에게 결국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김탁구가 승리하고, 승리한 김탁구는 구마준에게도 형제애(사실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를 발휘해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뭐 그런 진행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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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고전적인 진행이지만, 어쨌든 '제빵왕 김탁구'의 1회는 젊은 주인공들이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으면서 앞으로의 진행에 대해 흥미를 돋구는 역할을 충실히 해 냈습니다. 교과서적인 1회라고 할만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구도, 즉 '진짜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지만 결국은 스스로의 능력에 의해 일어서서 자기 몫을 찾고 '가짜 아들'은 성격적인 장애나 능력의 부족, 오만함 등의 부정적인 요소 때문에 몰락해간다는 그림이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아서 그렇지 수많은 한국 드라마들에서 비슷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권력자(왕이든, 회장이든, 어쨌든 권력과 돈이 있는 아버지)의 두 아들이 경쟁을 할 때 대개는 진짜 아버지의 혈통을 갖고 있는 아들이 보다 뛰어난 능력과 품성을 갖고 있고, 가짜 아들은 어딘가 부족해서 결국은 2등에 머물고 만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언뜻 보면 어머니가 천출(^^)이라서 고생하며 자라곤 하지만, 진짜 혈통을 가진 쪽이 승리한다는 건 대단히 보수적인 시각으로 감춰져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이 분야에서 전설적인 드라마 '생인손'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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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어찌 보면 왕조시대에나 있었을법한 혈통 제일주의라고나 할까요. 이런 시각에서 한국 드라마 속의 승리와 패배 구도를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아무튼 비슷한 맥락에서 '제빵왕 김탁구'가 얼마나 전형적인 구성에서 벗어난 결과물을 내놓을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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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물론 이 드라마에 그리 정확한 고증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늦어도 70년대 쯤으로 보이는 시대에 영화에서 나오는 정도의 현대화된 공정을 갖춘 제과 회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분명히 마준이가 빵공장에 가기 싫은 이유는 '일요일마다 깨워서 데리고가기 때문'이라는 설정이었는데 빵공장에 들어간 탁구와 뚱보 친구는 모두 책가방을 메고 있습니다.

P.S.2. 게다가 제목이 '제빵왕'이고 첫회부터 제과 공장이 나오는데, 끝나고 나오는 수많은 협찬 공지 중에서도 유명 제과회사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게 좀 신기하더군요. 무슨 이유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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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3. 어쨌든 제목은 표절 맞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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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아침에 뉴스라인을 훑던 분들, 일본에 개각이 있었고 렌호(蓮舫)라는 초선 의원이 행정쇄신상이 됐다는 기사를 보셨을 겁니다. 아마 많은 분들은 그냥 이름 보고 지나치려고 하다가 사진 보고 다시 한번 '응?' 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순수한 일본 사람으로는 아마 거의 없을듯한 두 자 이름은 누가 봐도 중국계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고, 흰 옷에 짧은 머리의 미모가 심상치 않았으니 43세라는 현재 나이에 과연 전직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게 당연지사였을 겁니다. 그렇다면 렌호라는 신임 대신은 본래 뭐 하시던 분일까요.

한때 그라비아 아이도루 모델로 활동했다는 경력이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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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호. 43세. 대만 출신. 아버지는 대만 출신의 사철신(謝哲信)씨, 어머니는 한때 '미스 시세이도'라고 불렸던 사이토 게이코(齊藤桂子)씨- 이게 모델이었다는 얘긴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습니다-입니다. 본래는 사련방(謝蓮舫)이어야겠지만 어머니의 성을 따서 사이토 렌호(齊藤蓮舫)라는 이름이 됐고, 일본 아오야마 대학 재학중 신인 모델 선발대회에 입상해 연예인의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모델 대회 출전 이유가 "부친이 사달라던 차를 사주지 않아서"라니 참 당돌한 아가씨지만 아무튼 우승 상금으로 차를 샀고, 그 뒤로 연예인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라비아 아이도루 모델을 했고, 한 음향기기 업체의 '클라비아 걸'이라는 전속 모델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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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배우 겸 아나운서로도 활동하지만 그리 톱스타는 아니었던 듯. 아무튼 기타노 다케시의 '독설' 덕분에 지명도를 늘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다케시 왈, "역대 클라리온 걸 중에서 렌호만큼 사진집이 안 팔린 사람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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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캐스터로도 활동했지만 한때 현장에 나가 리포트를 하면서 세상 누구나 아는 다이와(大和) 은행을 '야마토 은행(大和는 야마토라고도 읽습니다^^)'이라고 읽는 바람에 '역시 미모와 지성은 함께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1993년 남편 무라타 노부유키씨와 결혼했고, 이름도 자동으로 무라타 렌호(村田蓮舫)로 바뀌었지만 활동명은 여전히 렌호. 그리고 2004년 민주당 소속으로 도쿄에서 출마해 일본 최초로 중국계 참의원으로 당선됩니다. 이때 같이 당선된 분이 한국계인 백진훈(하쿠신쿤)씨죠. 물론 당선될 때에도 얼굴로 정치하냐, 혹은 몸매로 정치하냐는 비판이 예상대로 들끓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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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의정활동중에도 "왜 1등만 지향하냐, 2등 정도만 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을 했다가 "1등을 지향하지 않고 2등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거센 반발을 샀다는 얘기도 들려왔습니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특히 2009년 들어 의정활동에서 꽤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고, 그 덕분에 이번에 행정쇄신상이라는 각료의 자리에 올랐다고 전해집니다. 매스컴이 내린 평가는 '모델 출신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더군요. 이번 대신 임명에 대해서도 그리 비판적인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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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미녀 정치인이라는 것은 매우 드물기도 하고, 또 드문 만큼 대접을 확실히 받기도 합니다. 항상 뽑아 놓을 때에는 능력이 어쩌네 정치가 쇼네 말이 많지만, 또 뽑히고 나면 자기 몫을 제대로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네. 미모라는 자산은 어떤 자리에 있어도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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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예인과 정치인의 공통점에 대한 논의는(주로 부정적인 쪽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되어 온 만큼, 연예인 출신 정치인들이 '보여지기만을 위한 정치활동'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그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일 겁니다. 뭐 연예인 출신이 아닌 정치인들이 더 연예인처럼 활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그분들만 욕하는 것도 불공평할 듯 하고... 아무튼 표를 많이 얻어 당선된 분들인 만큼, 그 찍어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시는게 여러 모로 좋겠죠.

P.S. 혹시 남의 나라 장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식의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거 많이 순화한 겁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P.S.2. '인디애나 존스3'를 보신 분들에겐 보너스가 있습니다.

http://blogimg.goo.ne.jp/user_image/31/7d/240beff3d5a95078a553a6a6c49b9ef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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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이 연일 흥행 호조입니다. 서서히 할리우드 흥행 대작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꽤 관객몰이가 짭짤합니다. 홍보도 꽤 힘을 발휘하고 있고, 뭣보다 알짜배기들로 짜여진 출연진이 보여주는 연기 호흡이 만만찮습니다.

이 정도 영화라면 흥행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 싶으면서, 어쩐지 이 영화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한국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슬쩍 듭니다. 그건 바로 '전복'이란 것이 아닐까요. 제목에 대한 얘기는 맨 마지막에 첨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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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줄거리부터:

이몽룡(류승범)과 방자(김주혁)는 남원 퇴기 월매(김성령)의 딸 춘향(조여정)을 보고 반합니다. 하지만 춘향의 마음을 먼저 차지하는 것은 마영감(오갑수)의 도움을 얻은 방자.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낀 향단(류현경)은 방자를 짝사랑하지만 방자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곡절 끝에 몽룡은 서울로 가버리고, 방자는 춘향의 곁을 지키지만 몽룡은 과거에 급제해 암행어사가 됩니다. 남원 일에 별 관심 없던 이몽룡은 급제 동기인 변학도(송새벽)를 만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절묘한 계획을 짜내게 됩니다. 그 계획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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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춘향전'을 뿌리부터 뒤집어 놓은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런 뒤집기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거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2일 개봉한 영화 ‘방자전’은 누구나 다 아는 고대소설 ‘춘향전’의 춘향이가 이도령 아닌 방자에게 반했다는 다소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진짜 주인공은 춘향을 버리고 한양으로 가버린 이몽룡이 아니라 줄곧 곁을 지키며 궂은 일을 무릅쓴 방자였으며, 오늘날 사실과는 전혀 다른 ‘춘향전’이 전해지는 것은 의도적인 왜곡이라는 것이다.

다 아는 이야기를 뒤집어 보는 전복(顚覆)의 재미는 유래가 깊다. 엄밀히 말하면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기생의 딸인 춘향이 장원급제한 어사의 정실이 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전복적인 내용이지만, 남원 지방에 내려오는 ‘박석고개 전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이몽룡을 짝사랑한 춘향은 본래 미녀가 아닌 끔찍한 추녀였고, 월매의 간계에 넘어가 춘향과 하룻밤을 같이한 이몽룡은 본얼굴을 보자마자 서울로 도주한다. 굴욕을 참지 못한 춘향이 자결하고, 그 원혼 탓에 남원 땅에 부임하는 신관 사또마다 죽음을 당하자 나라에선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해 낙방거사 이몽룡에게 남원 현령을 제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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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몽룡이 진혼을 위해 윤색된 ‘열녀춘향수절가’를 만들어 널리 유포시킨 게 오늘날 전해지는 춘향전의 유래라는 것이다. 판소리 춘향가에도 나오는 박석티가 본래 박색치(薄色峙)였다는 게 이 전설의 핵심이다.

전복의 미학은 최근 대중문화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방자전’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3일 종영한 KBS-2TV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는 원작에서 주인공 신데렐라를 학대하던 조연인 ‘계모가 밖에서 데려온 딸’을 주인공으로 바꿔 놓아 큰 성공을 거뒀다.

올 칸 영화제 개막작이던 영화 ‘로빈 후드’는 영국의 한 변두리 셔우드 숲을 누비던 의적 로빈 후드가 전국의 영주들을 이끌고 국왕을 압박해 영국 헌정의 기초인 대헌장(Magna Carta)을 낳게 한다는, 다소 황당무계한 줄거리를 갖고 있다. 동화 속 왕자와 공주 이야기를 뚱뚱하고 못생긴 괴물로 바꿔 놓은 ‘슈렉’ 시리즈 4편은 지난주 미국에서 개봉돼 이미 흥행 1억 달러를 넘어섰다(국내는 8월 개봉).

이렇듯 전복 스토리가 넘쳐나는 세상은 뭘 말해주고 있을까. 혹시 한번 주인공이 늘 주인공인 줄 알면 큰 오산이라는 교훈은 아닐까. 자신들의 지위를 과신하고 민의(民意) 읽기를 게을리했다가 2일 지방선거에서 아찔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겐 왠지 남의 얘기가 아닐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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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영화 얘기에 집중하자면, 영화 '방자전'은 전체적으로 무척 재미있는 영화긴 하지만 전반부와 후반부의 불균형이 조금 아쉽습니다. 전반부에서 마영감(오달수)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활기 넘치는 이야기가 사그러들 무렵 변학도(송새벽)이 등장하면서 흥미를 지속시켜나가는 데 까지는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지만 이몽룡의 전략이 등장하면서부터는 힘이 뚝 떨어져버립니다.

그저 관객의 입장에서는 왠지 비장감을 강요하는 듯한 결말이 아쉽습니다. 감동을 강요한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전형적인 한국 '흥행' 영화의 패턴이라고나 할까요. 축구로 치자면 전반전에 펄펄 날던 선수들이 후반에 체력 고갈로 역전을 허용하는 모습같은 느낌을 줍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런 대로의 결말도 의미가 있고, 충분히 재미를 느낄 여지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쉽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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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라이터로서의 김대우 감독의 재치는 여전합니다. 일찌기 '음란서생'에서 조선시대판 '댓글'을 보여줬던 그는 이번엔 '은꼴사' 아닌 '은꼴편'을 던져줍니다. 요소요소에서 웃음을 던져주는 구성 또한 훨씬 세련되어졌습니다.

배우들로 넘어가면, 이번 배우들은 김대우 감독과 심하게 의기투합이 됐던 듯 합니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야한 장면 중 하나(뭐 '거짓말'이나 '미인' 처럼 아예 영화 전체가 그저 '야함' 속으로 던져졌던 영화들을 제외하고)에 주저없이 몸을 던진 조여정이나 류현경 같은 여배우들은 일단 말할 필요도 없겠죠.

김주혁이나 류승범은 크게 무리하진 않았지만 이미 수많은 관객들에게 공인받은 캐릭터를 활용해 편안한 연기를 펼쳤습니다. 이걸 갖고 뭐 평이했네 운운하면 뭐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두 남자 주역의 연기가 그저 평이해보이는 건 그만치 두 조연의 독특한 연기가 빛을 발했을 뿐, 김주혁과 류승범의 연기가 다른 작품에 비해 떨어진 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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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조연이란 마영감 역의 오달수와 변학도 역의 송새벽. 오달수는 타고 난 웃음제조기의 위력을 발산하는 가운데서도 특히나 '눕혀봐' 신에서, 0.5초 사이에 김주혁의 손길을 거부하는 숫처녀로 변신하는 기량이 무릎을 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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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새벽은 또 '평생 남들의 기에 눌려 순둥이 비슷한 왕따로 살면서 그저 하릴없이 공부만 하다가, 고시 한번 잘 봐서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자리에 올랐는데, 그렇게 해서 다른 사람들의 통제를 벗어나자 그제서야 못된 버릇이 고개를 든' 이렇게 말로 하면 세 줄이나 되는 캐릭터를 그냥 딱 보는 순간 아, 쟤가 그런 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솜씨를 보여주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육혈포강도단'의 김병철과 함께 2010, 2011년 가장 각광을 받게 될 조연배우로 지목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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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배우를 어디서 봤더라 하는 분이라면 바로 이 영화, '마더'의 한 장면이 떠올랐을...)

총평을 먼저 해버렸더니 뒤에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제목에 대한 책임감으로 한마디 하자면, 최근 한 전통문화 관련단체에서 영화 '방자전'이 민족의 귀감인 열녀 춘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항의에 나섰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애당초 심각하게 받아들일 항의도 아닌데다 이 항의가 영화 상영에 무슨 영향을 미칠 리는 없을 것 같고, 그 사건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존재와 이 단체의 이름을 알게 되었을테니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항의를 하고 계신 분들도 아마 이런 점을 충분히 납득하시지 않을까 싶군요. 위에 나오는 '박석고개 전설'로 봐선 춘향전 비트는 재미라는 건 이미 그 자체가 '전통문화'의 일부인 듯 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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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무튼 뭐 길게 썼지만 한마디 소감으로 요약하라면 닥치고 조여정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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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신데렐라 언니'가 20회로 막을 내렸습니다. 마지막회 시청률 19.4%. 어쨌든 1위를 빼앗기지도, 위협받지도 않고 무사히 레이스를 마쳤습니다. 20%대로 내달릴 수 있는 기회는 놓쳤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이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물론 시청률이 성공의 잣대냐...는 식의 뻔한 지적은 반사합니다. 당연히 '시청률 면에서의' 성공을 얘기한 겁니다. 사실 TV 드라마는 철저하게 민주주의가 반영되는 영역입니다.

품질면에선 어땠을까요. '신데렐라 언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봐도 좋을 드라마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들이 악녀들을 그려냈고, 드라마가 끝날 때쯤 이 악녀들에게도 모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거리를 마련해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그 '악녀'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심지어 그 악녀의 해피엔딩인 드라마는 없었을 겁니다. (물론 사실은 진짜 악녀가 아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신선했던 드라마는 과연 끝까지 신선했을까요. 솔직히 그렇게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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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시청자들을 - 그러니까 이 드라마에 인질로 잡혀 있던 대략 전체 가구의 20%에 해당하는 시청자들을 - 애태우던 은조(문근영)과 기훈(천정명) 커플은 마지막 19회와 20회에서 연빵으로 키스신을 안겨주며 그동안의 속 태움을 보상했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의 초반 구성을 봐선 이렇게 뒷심이 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일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문제는 호흡 조절이었죠. 사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드라마는 아버지 대성(김갑수)이 죽은 뒤부터 계속 쳇바퀴돌기를 계속했습니다. 회사는 망할듯 망할듯 망하지 않았고, 은조와 기훈은 될듯 될듯 되지 않았고, 효선(서우)은 매일 똑같은 투정과 응석을 맴돌았고, 정우(옥택연)는 정말이지 그럴 시간에 고시 공부를 했으면 변호사라도 되어 은조를 보쌈해가고도 남았을 정도로 끈질기게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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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앞부분, 10회까지 이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 역사에 기록될만한 드라마였다면, 뒷부분은 그냥 '결말이 궁금해서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는 자동시청모드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뒷부분의 흐름을 30% 정도는 걷어내고 16부 정도에서 마무리했다면 훨씬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감히 해 봅니다.

(물론 이 드라마가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던 분들에겐 전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일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보면 저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이 결코 적지 않은 것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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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또 별다른 액션이나 사건 없이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비쳐 주는 것으로 한회 한회를 이어갔습니다. 그런 결과, 연기자 개개인의 기량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효과가 나타났죠.

칭찬은 문근영에게 집중됐고, 문근영은 정말 충분히 그런 칭찬을 받을만 했습니다. 구태여 여기서 칭찬을 더 보탤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이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 갔던 힘은 문근영보다는 역시 강숙 역의 이미숙에게서 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고전 신데렐라나 장화홍련에서도 드라마를 끌고 간 것은 역시 계모들이었죠.^ 문근영이 발군의 연기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드라마 전체로 볼 때에는 강렬한 캐릭터의 계모 역할이 역시 더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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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진짜 마음 속의 소리인 듯 좋은 말을 할 때에도 '나 계모 노릇 하는거야. 더 이상 나한테 뭘 바래?'라며 효선을 윽박지르는 강숙을 볼때는 절로 아, 하는 탄성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밖에도 이 드라마는 천정명이 얼마나 낭독에 능한지, 서우에게 있어 작품과 캐릭터의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택연이라는 새로운 연기자가 수많은 다른 아이들 출신 남자 배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얼마나 품격 있는 연기 자질을 갖췄는지를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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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규완 작가의 죽은 사람 사랑은 참 여전하더군요. 마지막회 거의 마지막 장면에 김갑수의 등장 신은 '출연료 챙겨드리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살 만도 했겠지만, 어쨌든 앞으로도 김규완 작가의 이름 뒤에 '아사다 지로'라는 이름을 붙이고 가게 하는 명장면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다음번에는 좀 밝은 이야기도 써 보셨으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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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한폭의 드라마 잘 봤습니다. 다만 조금 짧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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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공개석상에 나오면 그 자체가 뉴스가 되는 스타가 심은하입니다. 애당초 심은하의 남편인 지상욱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부터 '그럼 심은하는?'이라는 얘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아니, 더 나아가서 심은하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측근인 지상욱 박사의 아내가 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러다가 혹시 심은하가 영부인(!)이라도 되는게 아니냐'는 농담을 나눴을 겁니다.

아무튼 대통령은 몰라도 서울 시장 선거에 나왔다는 것은, 아예 당선 가능성을 포기하고 선거전에 임한 것이 아니라면 각 당의 후보들로서는 최선을 다한 진검 승부였을 겁니다. 아예 안 나왔다면 모를까, 객관적인 관측이 어쨌건 일단 선거에 나온 마당에는 1표라도 더 얻는 것이 개인이나 소속 정당의 입장을 위해서라도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 '왕년의 최고 스타' 심은하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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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가 거의 끝난 오전 9시 상황으로 볼 때 지상욱 후보는 89,608표로 전체 유효투표수 4,428,813표 가운데 2% 정도를 득표했습니다. 당선자인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2위인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밤을 새는 대혈전 앞에 다른 후보들의 표수는 별 관심 밖이었을지도 모르지만, 2%는 그리 무시할만한 표수는 아닙니다. 아무튼 3위는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14만표, 3.3% 득표-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였고, 지상욱 후보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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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9만명 가까운 투표자가 지상욱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진보진영에서 노회찬 후보가 한명숙 후보의 표를 깎았네 말았네 하는 얘기가 나온다면 보수진영에서도 지상욱 후보의 표가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지 후보가 없었다면 1위와 2위 차이가 저렇게 박빙이 이니었을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뭐 이런 얘기로 가면 한계를 넘을테고, 어쨌든 하려던 얘기는 저 9만표라는 숫자가 선거의 형세로 볼 때 절대 적은 표수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 그 과정에서 심은하는 어떤 영향을 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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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심은하는 단 한번도 지 후보의 선거 유세에 동참하거나, 단독으로 활동을 하거나, 어쨌든 선거를 지원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심은하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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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후보 진영은 선거 직전 무가지 광고를 통해 심은하와 결혼 당시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선 17일에는 심은하가 선거 캠프에 등장해 지 후보의 생일 잔치를 하는 사진이 여기저기에 소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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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활동들은 모두 사소한 것들입니다. 더 나아가서 얘기하면, 지 후보가 지금까지 해 온 어떤 활동보다 대중에게 알려진 것이 바로 심은하와의 결혼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선거운동'이라는 얘기가 되겠죠.

이런 심은하가 만약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했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뤄볼 때 지금보다는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합니다. (결과적으로 박빙으로 끝난 이번 서울 시장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한명숙 후보 측은 심은하가 활동을 자제한 것이 매우 아쉽고, 오세훈 당선자 쪽에선 반대로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지금에 와선 그냥 추측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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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과연 스타 아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위력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는 뭐라고 말하기기 쉽지 않습니다. 사례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비교하기도 힘듭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도 스타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엔 슈워제네거가 훨씬 더 스타죠. 낸시 레이건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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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멜다 마르코스가 마르코스의 장기집권에 영향을 줬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에바 페론의 경우도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한 건 대통령 영부인이 된 뒤라고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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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교를 하려면 70-80년대의 톱가수였던 린다 론스타트를 생각하게 됩니다. 론스타트는 알려진대로 미국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이던 제리 브라운과의 열애로 꽤 큰 화제를 뿌렸습니다. 1979년, 이미 공식적인 관계였던 두 사람의 사진이 뉴스위크지 표지에 나왔을 때 제리 브라운은 현직 캘리포니아 주지사였죠.

그래서 미국 연예계와 정계에서는 "(영화배우였던)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이 된 것도 놀랍지만, 다음 영부인이 린다 론스타트가 될 거란 걸 생각하면..."이라는 농담이 유행했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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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론스타트는 그 자신이 '자기 목소리'를 가진 활동가였다는 점입니다. 론스타트는 철저하게 민주당 지지자였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를 꺼리지 않았고, 제리 브라운과 사귈 때에도 그 소신이 크게 작용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꽤 뒷날 얘기긴 하지만) 지난 2004년에는 라스베가스의 한 공연장에서 부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그를 공격하는 영화 '화씨 911'을 만든 마이크 무어 감독에게 자신의 노래 'Desperado'를 바친다고 밝혔습니다. 이때 객석에선 박수와 야유가 거의 비슷한 크기로 나왔다는군요.

물론 론스타트는 제리 브라운을 공개 지지했지만 브라운은 여러 차례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자리에 오르는 데 실패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답게 할리우드와 친분이 두터웠던 그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제작한 30분짜리 선거용 영상물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사실은 이런 저런 행동들 때문에 "팝이냐, 정치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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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를 비교의 대상으로 삼자면 이렇습니다. 심은하는 물론 현역 스타가 아니고, 현재 가정 주부입니다. 하지만 어떤 현역 스타보다 유명한, 가정 주부입니다.

심은하가 만약 지상욱 대변인을 어떤 식으로든 지원하려 한다면, 스스로 '과거의 스타'가 아닌 다른 명함을 새로 마련해야 합니다. 환경보호 운동이든, 결식아동 돕기 운동이든, 혹은 박지성 선수 후원회이든 뭔가 이 세상과 관련을 맺고, 관심을 가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합니다.

만약 심은하가 그냥 '신비주의로 유명한 왕년의 스타' 심은하로서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이번엔 그러지 않았습니다만), 그 영향은 영향력 못잖게 '아내 덕이나 보려는 거냐'는 비난을 이끌어 낼 수(심지어 이번엔 나서지 않았는데도 이런 의혹을 샀습니다) 있을 겁니다.

그러니 장기적으로라도 뭔가 남편의 정치 활동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면, 심은하는 조심스럽게 지금부터 뭔가 세상과 인연을 맺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드시 정치와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심은하 정도의 지명도를 가진 인물이 어떤 목표를 위해 움직인다면 그건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물론 본인이 원치 않고, 가족을 위해 현재의 위치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아무 의미 없는 얘기겠지만, 그 주변 사람들로선 이만한 잠재력이 그냥 잠자고 있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일 것 같습니다.


P.S. 농담처럼 '심은하가 현역 배우가 아니어서...'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현역 배우였다면 비난이 지지 효과보다 크지 않았을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말난 김에 린다 론스타트의 노래 한 곡. 'Long long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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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흔히 생각하시는 것보다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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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는 '슈렉'과 '쿵푸팬더'를 만든 드림웍스의 2010년 야심작입니다. 솔직히 최근 몇년 사이 국내에서 개봉된 드림웍스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실망스러웠던게 약간 아이디어가 고갈된 듯 보였던 '슈렉3' 정도라면 이들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입니다. 그 약했다는 '슈렉'도  3D로 재정비한 '슈렉 포에버'가 이미 1억 달러 흥행을 넘어섰으니 이들의 화양연화는 꺼질 날이 보이질 않습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유일한 라이벌로 꼽히는 픽사/디즈니도 올 여름 3D로 '토이 스토리3'를 내놓고 현재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미국은 6월, 한국은 8월). '슈렉 포에버'와 '드래곤 길들이기', '토이 스토리 3' 등 이들 세 작품은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 흥행작은 뭐냐를 놓고 겨룰 후보들이면서, 세 편 모두 3D로 제작돼 세월의 대세가 3D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 빅3 중의 첫 작품, '드래곤 길들이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활주 장면의 박진감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더군요. 스토리 탄탄, 주인공 매력 만점, 특히 나이트 퓨리 투스리스 귀여움 만점. 더 바랄게 없는 홈 엔터테인먼트 상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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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스칸디나비아 북쪽 어느 섬에 사는 소년 히컵(제이 버루첼)은 머리는 좋지만 쓸데없는 공상에 매달리고 체력이 형편없는, 흔히 미국 고등학교를 다룬 영화에서 힘센 깡패나 풋볼 선수들에게 치여 사는 캐릭터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계 제작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꿔놓는 데에는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지만 마을 전체와 족장인 아버지 스토크(제러드 버틀러)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마을을 용의 습격으로부터 지켜낼 용감하고 날쌘 전사입니다.

또 한번 용들의 습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날 밤, 히컵은 자체개발한 장거리용 요격 무기로 다양한 종류의 용들 가운데서도 아무도 잡아 보지 못한 나이트 퓨리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 합니다. 결국 나이트 퓨리를 맞혔지만 증인이 아무도 없어 증명하지 못했던 히컵은 마침내 산넘고 바다건너 자신의 무기에 의해 격추(?)된 나이트 퓨리를 발견합니다. 그리곤 우여곡절 끝에 그에게 투스리스(Toothless)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 친구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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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부턴 그냥 얘기들입니다. 뭐 스포일러라고 할만한 부분도 꽤 있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그런 걸 따지는 것도 촌스러운 일일 듯 합니다. 대략 읽어 보시고 보러 가셔도 큰 탈은 없을 듯 합니다.

영화 중간 정도까지만 보면 이 애니메이션이 담고 있는 정치적 함의랄까 하는 것을 알아보는 것은 장님만 아니면 다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똑똑한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라면 충분히 알만한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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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에서 인간과 용은 공존할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입니다. 용에 의해 수많은 바이킹들이 목숨을 잃고, 용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바이킹들의 가치는 용과 싸울 수 있는 전사냐 아니냐에 의해 정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투스리스를 직접 대해 본 히컵의 생각은 점점 바뀌기 시작합니다. 서로 맞닥뜨렸을 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은 인간이나 용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아 버린 것이죠. 공포가 상대에 대한 잔혹한 학살을 이끌어내고, 그 학살이 계속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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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용들이 그렇게 악착같이 인간들의 삶의 터전을 건드리는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다소 동화적인 설명으로 끝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한계이고, 현실에 대해선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을 수 없는 나이브한 시도인 것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물론 여기선 미국 관객들을 말합니다)에게 최소한의 메시지라도 전해 보자는 시도가 그렇게 밉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뭐 이런 정도의 시도까지도 '미국 외 시장에서 좀 더 잘 팔아먹자는 장삿속'이라고 욕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앞글에서도 얘기했듯,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에도 약간 비슷한 시도가 등장합니다만, 그 시도라는게 영 생뚱맞고 어처구니없었던 반면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이런 시도는 영화에 전혀 껄끄럽지 않게 맞아 떨어집니다. 무엇보다 공포의 상징이었던 투스리스가 너무나도 귀엽고 천진난만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는 게 주효했을 겁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여러 해 전, 갑자기 '유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일본 여배우 후에키 유코가 언제든지 현해탄을 건너 돌진할 듯 하던 대한 청년 남아들의 반일감정을 봄눈 녹이듯 사라지게 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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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탄탄하고 앙증맞은 줄거리와 캐릭터 외에 가장 칭찬하고 싶은 것은 3D의 박진감을 최대한으로 살려낸 투스리스의 비행 신입니다. 제대로 4D를 가동한다면 멀미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멋진 시각 경험이었습니다. 20여년 전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영화 '파이어폭스'를 보면서 느꼈던 시원함은 다시 보면 별 감흥이 없겠지만... 아무튼 그 무렵의 감흥이 되살아나는 느낌입니다.

저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결론은 매우 강추.




P.S.1. 문득 히컵의 캐릭터를 보면서 왕년에 국내에서도 방송됐던 '슬기돌이 비키'라는 만화영화가 생각났습니다. 바이킹 족장의 아들이지만 힘과 용기보다는 지혜로 자기 몫을 하는 바이킹 소년 이야기... 뭐 그리 동떨어진 건 아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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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이 만화영화의 실사판도 만들어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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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히컵의 로망인 아스트리드의 모델은 어쩐지 '윔블던'의 커스틴 던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 물론 목소리는 던스트가 아니었습니다만... 어쩐지 일치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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