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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스카이액세스 탑승장

인천공항에서 나리타로 가는 항공편은 여러가지 있지만, 직장인들은 일단 출근했다가 저녁에 떠나 늦은 밤에 나리타에 내리는 경우가 꽤 있다. 이 경우, 비행기에서 내려 바로 도쿄 시내로 가는 것은 꽤 피곤한 일정일 수 있다. 이때 문득, '그렇다면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 봤다. 나리타 주변에는 비슷한 생각을 한 여행자들 때문에 수많은 호텔들이 있다. 인천공항에도 구내에 호텔이 있는데, 나리타에는 구내에는 적당한 호텔이 없었지만 셔틀로 5분 거리에 다양한 호텔들이 있었다. 여기서 하룻밤을 잔 뒤, 아침에 나리타 공항으로 다시 가서 스카이액세스 편으로 도쿄 시내로 들어가면 매우 효율적인 이동이 될 거라는 계산이었다.

검색해 본 뒤 '나리타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이라는 이름의 나리타 토부 호텔 예약. 호텔비도 다음날 아침 조식 부페 포함 10만원대 초반. 

그러나... 광고는 역시 광고일 뿐. 호텔 방은 꽤 크기는 했지만 정말로 침대와 TV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냥 썰렁하기만 한 방이었다. 침대도 별로. 베개도 별로. 심지어 공항 라운지가 무색하다(고 어떤 블로거가 그랬다)는 조식 부페는 정말이지 부페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 딱히 길게 언급하고 싶지 않다. 국내에서 가격으로 치자면 1만5천원? 2만원 짜리 정도?

그리고 오전 10시에도 나리타 공항에서 출발하는 스카이액세스는 만석을 넘어 만원 전철에 가까운 수준. 아니 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서 오길래 이 새벽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는 것인가....라고 생각을 해 보기도 했는데, 어쩌면 그만치 공항 주변의 호텔에서 1박을 하고 시내로 들어가자는, 바로 나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결론은: 나리타 1박후 오전에 도쿄 시내 이동은 딱히 그리 권하고 싶지 않고, 나도 다시 시도하고 싶지 않다. 그냥 늦게라도 어떻게든 시내로 이동을 하고, 체크인을 한 뒤 늦잠을 자라, 그게 컨디션 조절에는 더 낫다. 괜히 다음날도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시내로 이동하고, 호텔에 짐을 맡기고 다시 나오고 하는게 더 피곤하다. 

나리타 토부 호텔에서 아침에 일어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공항이 조만치에 보인다.

....그런 상태로 아무튼 다이몬 역에 내려 오전에 리치몬드 호텔에 도착했고(앞글 참조), 체크인을 하고, 방 키를 받은 뒤 짐을 프런트에 보관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첫 목적지는 미츠비시 1호관 미술관. 이름이 왜 이 모양인지는 전혀 몰랐고, 일본어로 된 어떤 사이트에서 올 겨울 도쿄에서 봐야 할 중요한 미술 전시 중 하나로 꼽혔던 툴루즈 로트렉 X 소피 칼(Sophie Calle)의 전시를 보러 가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름다운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호텔에서 북쪽으로 이동, 히비야 역에서 내려 히비야 공원을 살짝 구경하고, 다시 길을 건너 미츠비시 1호관으로 이동해 이 전시를 본 뒤, 도쿄역으로 이동해 역 구내의 식당가에서 이름난 키와미야 도쿄역점의 함바그로 점심을 먹고, 동남쪽 긴자로 이동, 동네 구경과 약간의 쇼핑을 한 뒤 긴자의 빵가게들도 좀 구경하고, 어찌 어찌 시간을 보내다가 신바시 한 구석의 예약해둔 야키토리로 저녁을 먹고 호텔로 귀환해 푹 자자. 

그러나 이 계획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곧 드러난다. 

호텔을 나서 5분 정도 걸어 오나리몬 역에서 미타선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가면 바로 히비야 역. 일단 오나리몬 역으로 걸어갈 때까지만 해도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도쿄의 12월은 영상 5~10도 정도. 서울의 쾌적인 늦가을 날씨 같았고, 길 건너로 시바공원과 조죠지(増上寺), 그리고 도쿄타워가 보이는 길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히비야 역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는 순간, 갑자기 칼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어쩐 일인지 서쪽으로 황거가 있는 히비야 공원 앞은 아무 바람막이가 없는 지형 탓인지 엄청 독한 강풍이 불어 전철을 타기 전 느꼈던 온화한 날씨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는 현상을 느끼게 했다. 가능한 한 빨리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살길이라는 판단. 

그렇게 미츠비시 1호관을 찾아 들어가는데, 오호 이건 또 새로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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