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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겠지만 매년 8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에딘버러 페스티발에는 공식 행사인 인터내셔널 페스티발과, 그 주변에서 열리는 프린지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공식 페스티발은 브로드웨이, 프린지는 오프 브로드웨이 식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겠죠. 세계적인 공연단체와 아티스트들이 으리으리한 공연장에서 뽀대 있게 공연하는 공식 페스티발이 열리는 동시에 온 시내의 수백개 공연장에서 수천개의 곁다리 공연이 열립니다. 연극, 음악, 뮤지컬 등 장르에도 아무 제한이 없죠.
당연히 한국 공연도 꽤 있습니다. 올해도 10여개 단체가 공연했다더군요. 물론 올해 열린 2000여개의 전체 공연 중에선 결코 눈에 띌 정도가 아닙니다만, 꽤 늘어난 숫자입니다. 지난 2002년에 갔을 때 한국 공연을 하나도 안 보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려서(^^) 이번엔 챙겨 봤습니다.
'패밀리'는 태권도 가족과 B-BOY 가족이 최고의 가족을 뽑는 콘테스트 결승에서 맞붙어 각자 기량을 뽐내 대결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그 가운데서 태권도 가족의 최고 연장자인 할머니와 B-BOY 가족의 할아버지가 눈이 맞아 므흣한 관계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태권도 패밀리는 태권도 선수 출신, B-BOY 팀은 B-BOY 출신들이 공연에 나섭니다. 전혀 연기 경력이 없는 선수들을 연습시켜서 만든 공연이더군요.
공연장 입구는 이렇습니다. 이 공연장에선 '패밀리'외에도 인도의 민속 공연이 3개, 그리고 다른 한국 공연팀의 '아리랑 파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헤비메탈 드러머 출신인 최소리씨의 퍼포먼스더군요.
막이 오르면
태권도 패밀리의 모습입니다.
100여석 조금 넘는 작은 공연장이었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더군요. 두 아이를 데려온 현지인 관객 맥클라런드씨에게 물어보니 "공연을 본 친구에게 추천 받아 아이들을 데려왔다. 너무 재미있었다. 나도 다른 가족에게 추천하겠다"고 하더군요.
왠지 뿌듯했습니다.
매일 하루 2회씩 공연을 한 팀이라 지칠만도 하지만, 이른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곧바로 다시 가두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건 몸풀기 정도.
사실 에딘버러 페스티발 기간중엔 온 거리가 공연장이 되고, 가두 홍보도 허가받은 장소와 시간에만 하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패밀리' 팀은 불행히도 그런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국 한국식의 게릴라 홍보로 승부를 걸었다는군요.
그냥 몸으로 밀어붙이는.
공연중 B-BOY 팀의 박성배군(정말 박지성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맨유 유니폼이라도 있었다면.^^)의 묘기가 펼쳐집니다.
이 정도 붕붕 나는 건 기본.
박지성군의 후배. 다른 단원들은 이 주변에서 열심히 목소리를 높이며 공연 전단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좀 더 집단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러면 금세 공연 단속팀이 출동해서 처벌 대상에 오른다는군요.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여기가 로열 마일. 에딘버러 구시가의 중심입니다. 페스티발 기간중에는 인파로 넘쳐나는 곳이죠.
그래서 단속을 피해(?) 두 사람 정도의 팀 퍼포먼스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날렵하기 이를데없습니다. 이러고 있으면 수십명이 "무슨 공연이냐?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고 전단을 받아 갑니다.
태권도 팀도 가만 있을 수 없죠.
할머니 역의 김미란양이 품세를 시작했습니다. 구경하는 관객들이 늘기 시작합니다.
사실 무허가 홍보라 너무 관객이 몰려도 안됩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군요.
태권도 시범단 출신답게 동작에서 절도가 넘칩니다.
힘찬 발차기. 구경꾼들의 박수가 터집니다.
공연 막바지라 다들 파스로 도배가 된^^ 몸들이었지만, 에딘버러 하늘을 지르는 발차기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기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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