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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KBS 2TV '꽃보다 남자'의 연출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10일 방송된 12부를 보다가 쓴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구준표(이민호)는 이날 제하(정의철) 패거리에게 죽도록 맞다가 나머지 F3에 의해 구출됩니다.

다음 장면. 구준표가 여기 저기 다친 얼굴로 금잔디(구혜선)의 병상을 지킵니다. 이어지는 닭살 신을 생략하고, 사채업자들에게 납치된 금잔디 아버지를 건너 뛰어 F4와 금잔디는 스키장으로 갑니다. 놀랍게도 구준표의 모든 상처가 말끔히 나아 있군요! 얼굴 어디에도 죽도록 맞은 상처의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타박상과 멍이 그렇게 말끔하게 다 가시려면 한달은 걸렸을텐데(폭행 내용으로 보아 갈비뼈도 몇개 부러졌을텐데 스키 타는 몸놀림을 보면 전혀 부상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갈비뼈가 붙으려면 최소 두달은 걸릴텐데...^^), 그 한달 동안 구준표의 어머니 강희수 여사(이혜영)는 구준표의 얼굴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거겠군요. 그리고 금잔디가 돈도 돌려줬으니, 그 한달 동안 금잔디의 아버지는 사채업자들에게 과연 무슨 꼴을 당했을까요. 그걸 뻔히 알면서도 구준표와 먹을 계란말이 도시락을 싸고 있는 금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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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런 식으로 보기 시작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습니다. 스키장. '강원도 일대의 폭설로 교통이 두절되고...'라는 뉴스를 윤지후(김현중)가 보고 있고, 가을(김소은)이 달려와 잔디가 없어졌다며 걱정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교통이 두절'됐다는 그 순간, 구준표를 서울로 데려가는 보디가드들의 차는 깨끗한 고속도로를 씽씽 달리고 있습니다. 구준표가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건너편의 길도 마찬가지. 눈은 커녕 얼음 한조각 보이지 않는 길에서 차들이 쌩쌩 구준표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차가 빨리 달려서 폭설구역을 이미 지나갔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구준표는 다시 폭설 속의 스키장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럼 구준표는 대체 무슨 수로 폭설구역을 지나서 금잔디를 찾으러 돌아올 수 있었을까요?

이 두 장면을 종합해 볼 때 구준표는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입니다. 그래서 포장마차 오뎅을 한 자리에서 50개씩 먹을 수 있는 것이고, 상처도 며칠이면 싹 나아 버리고, 차도 다닐 수 없는 폭설의 강원도 산길을 무서운 속력으로 달려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장면에서 약한 척 하는 건... 아무래도 금잔디에게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연극인 거죠. (남산타워에서도 감기 증세를 보인 걸 보면 외계인이기 때문에 지구의 감기 바이러스에는 약점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의 실제 모습은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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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자식을 두지 못한 구본형 회장과 강희수 회장이 만들어 낸 인조인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신화전자의 첨단 공학의 집합체인 셈이죠. 그래서 고교생으로 설정되어 있고 극강의 전투력과 체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은 두세살바기 아기의 지능만 갖고 있습니다. 대신 인공지능에 학습능력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물에는 대단히 호기심을 느끼죠(계란말이도, 오뎅도, 김장도 모르는 건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시 늘 보던 쭉쭉 빵빵 아이들과 전혀 다른 금잔디에게도 연구 의욕을 느끼는 겁니다. 나머지 F3는 이 비밀을 알고 있지만, 신화그룹의 후계자로 구준표를 키워내야 하는 비밀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에 항상 구준표를 뒤에서 따라다니며 그의 결점을 감춰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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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부 마지막에서 강회장이 긴급히 중국으로 구준표를 데려가는 것도 구준표의 인공지능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한 강회장이 중국 오지에 있는 신화전자 비밀연구소에 가서 정밀진단을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13부에서 금잔디는 마카오에서 구준표를 만나지만 싸늘한 대접에 놀랍니다. 강회장이 칩을 몇개 바꿔 넣었기 때문입니다. (쓰다 보니 자꾸 말이 되는 것 같아서 제가 중독되는 느낌입니다. 그만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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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돌아와서...

사실 스키장에서의 조난 장면 역시 아무리 이해하려 해 줘도 어이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스키장에서 과연 조난을 당하는게 가능한지를 접어 둡니다. 드라마의 진행상 금잔디는 스키 극 초보인데, 그럼 가 봐야 가장 완만하고 낮은 초보자 코스였을 겁니다. 초보자 코스 꼭대기에 대체 무슨 장작까지 있는 피난용 오두막이 있는지도 참 안습입니다. 심지어 금잔디를 구하는 구준표의 저 머리 뒤로는 스키장 콘도의 불빛이 반짝이더군요. 대단한 눈보라입니다. 바람을 피할 오두막에, 장작불까지 피워 놓고, 두 사람 모두 방한복을 입은 상태에서 얼어 죽을 것 처럼 호들갑을 떠는 건 뭐 요즘 애들의 특징이라고 치겠지만,

아무튼 제작진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장면을 넣었는지 궁금합니다. 뭐 요즘처럼 우울한 시절에 웃을 일을 많이 만들어 주는 건 좋은 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리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정교한 내러티브나 한 회 한 회의 완결성을 기대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좀 너무 막 나간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제 꼭 절반 지났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무책임한 진행을 보인다면 마지막 무렵엔 과연 어디까지 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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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다음번에는 유령 아니면 닌자일 듯한 윤지후(서울 시내 어디에 있든 금잔디의 위치를 찾아낸다)의 정체나, 대체 소이정 김범이 왜 '꽃보다 남자'에서 조연의 자리에 만족하고 있는지(정답을 슬쩍 공개하자면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고 있지 않을 때에는 하숙범으로 변신, 이원장 댁에 놀러가서 정일우 - 김혜성 형제와 놀고 있다는...)에 대해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공약을 지켰습니다.


p.s.2. 그러고보니 '꽃보다 남자' 시작 이후 F4 멤버들은 모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세 멤버가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반면, 구준표 이민호만큼은 전혀 다치지 않았죠.

...그럼 혹시 구준표가 아니라 이민호가... (심각해지면 지는겁니다.^)



꽃남들의 운명에 대한 글



벌떡 일어선 이민호가 뿌린 화제에 대한 글



관련이 있다면 있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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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의 이민호가 인기 상종가를 누리고 있습니다. 스타들 중에는 가끔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어느날 갑자기 딱 한 작품이나 노래 한 곡으로 곧바로 톱스타 진용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있죠.

하지만 이민호는 그렇지 않습니다.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이래, 아슬아슬하게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그 작품은 대박이 나고, 천신만고끝에 캐스팅된 작품은 조기종영을 하거나 흥행에서 참패했기 때문입니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성형수술을 한 것도 아니죠. 이런 건 그냥 운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마침내 '꽃보다 남자'의 히트가 이런 설움을 모두 씻어버리는 순간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이민호가 뜬 걸 보고 가장 아쉬워하는 건 누굴까요. 뭐니뭐니해도 영화 '울학교 이티'의 제작진입니다. 5개월 정도만 버티고 개봉을 했더라면 그렇게 무너지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이민호 하나면 사실 아쉬움은 그리 심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이 영화에는 무명의 똘망똘망한 배우들이 학생들로 줄줄이 출연하고 있었죠. 어떤 얼굴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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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학교 이티'는 강남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철밥통 생활을 즐기고 있던 천선생(김수로)이 어느날 체육시간을 줄이고 국-영-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학교 방침에 따라 직장을 놓칠 위기에 놓이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일이 되려다 보니 어찌어찌하다가 대학 재학 시절에 따 놓은 영어교사 자격증이 있었다는 사실이 기억납니다. 이 자격증을 발판으로 천선생은 영어 교사로 변신을 노립니다. 이것이 바로 이티(ET: English Teacher)의 정체죠.

이 영화는 시사회 직후엔 각계의 호평으로 "잘하면 300만 정도는 가능하겠다"는 기대를 자아냈지만 불행히도 스크린에 걸렸을 때에는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1주일 앞서 개봉한 '맘마미아'와 '신기전'이 의외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같은 9월11일 개봉한 '영화는 영화다'도 선전하는 가운데 묻혀 버린 피해자가 됐죠. 적절한 웃음과 따뜻함이 조화를 이룬 영화라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착한 영화'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극장 관객 70만은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아쉬운 숫자인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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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영화가 지금 개봉한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나오는 겁니다. 지난해 9월11일 개봉 당시만 해도 이 영화는 김수로의 원맨 무비로 홍보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습니다. 그만치 다른 배우들의 지명도가 떨어졌기 때문이죠.

아역 출신으로 고정팬을 어느 정도 확보한 백성현이 있었지만 극중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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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바로 F1 이민호가 꽤 큰 비중으로 나오기 때문이죠. 이민호는 이 영화에서 부잣집 아들 출신의 반항아로 우여곡절을 거쳐 천선생을 마음으로부터 이해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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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이민호라면 극중 비중도 편집 과정에서 훨씬 더 커졌을 겁니다. 지금의 웨이브 머리 모습이 다소 느끼하다면 저 때는 보다 야성미가 강조된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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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영화가 개봉된지 2주 뒤,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박신양 문근영이야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서 기생 정향 역을 맡은 문채원이 각광을 받았죠. 네티즌들이 문근영과 문채원의 묘한 관계를 '닷냥커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서 문채원의 고전미 넘치는 마스크가 화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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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원은 영화에선 가난으로 시달리다가 원조교제에 나서는 여학생 은실 역을 맡았습니다. 물론 정의감 넘치는 이티 천선생의 도움을 받는 캐릭터죠. 그늘진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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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 3개월 뒤, 아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 '과속스캔들'이 바람을 탔습니다. 현재 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코미디 사상 두번째로 많은 관객('미녀는 괴로워'의 661만 바로 다음)을 기록하고 있죠.

이 영화를 통해 가장 큰 덕을 본 것은 신인 박보영이었습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던 박보영이라는 이름이 '제2의 전도연'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집중적인 조명이 쏟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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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은 '울학교 이티'에서는 반의 모범생이자 전교 1등 송이로 출연하죠. 공부도 잘 할 뿐만 아니라 마음 속 깊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천선생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최고의 후원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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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울학교 이티'가 지난해 9월11일이 아니라 올해 1월에 개봉했다면 어땠을까요. 박보영-문채원은 몰라도 이민호의 덕은 확실히 볼 수 있었을 듯 합니다. 지난해까지는 영화를 다 찍어 놓고도 홍보비 문제로 개봉이 미뤄지는 영화들도 많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깔끔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울학교 이티'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게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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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오뉴월 하루 볕이 다르다고 한장 자랄 나이의 청춘들이라 그런지 벌써 이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사뭇 달라 보이는군요.





꽃보다 남자에 대한 다른 이야기:



무명시절 이민호가 겪었던 고초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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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가 불같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당연히 예상됐던 궤적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요 소구 대상인 10대 후반-20대 후반의 여성층 중에서 원작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사실 이 원작은 기본적으로 남자들이 이해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네 명의 엄친아들에게 전교생이 노예처럼 굴종하는 상황이라는 건 남자들이 상상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한마디로 '꽃보다 남자'는 자신의 모습을 여주인공 츠쿠시에게 투영하는 여성들을 위한 완벽한 판타지 상품이죠.

이런 부분을 일단 접고 볼 때 현재 방송중인 KBS판 '꽃보다 남자'는 꽤 볼만한 드라마입니다. 에피소드끼리의 연결이 억지스럽지 않고, 다소 설익은 듯한 주인공들의 연기도 싱싱합니다. 일본 드라마 '부호형사' 식의 부자들에 대한 희화화도 충분히 웃음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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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완성되어 방송중인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는 드라마 내용과는 별도로 흥미로운 부분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들의 행동을 제어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실종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어떻게든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성인 연기자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성인들은 고교생인 주인공들 만큼의 이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준표에 의해 '마귀할멈'이라고 불리는 어머니(이혜영)이나 동전 한푼에 목숨을 거는 희화화된 금잔디의 부모(안석환, 임예진)는 청소년들의 눈에 비쳐지는 속물적이고 한심한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배울 게 없는 어른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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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 비해 F4의 지각은 다 자란 듯 합니다. 금잔디와의 연애로 희희낙락하는 준표에게 던져지는 F4 동료들의 충고를 보시죠. "우리의 자유는 연애까지야.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권리는 부모님에게 있다는 걸 잊지 마." 이미 어른들의 세계 따위는 다 꿰뚫고 있다는 식입니다.

그나마 전직 대통령 이정길이나 신화그룹의 비서실장 정호빈 정도가 '철든 어른'의 모습을 앞으로 보여 줄 걸로 기대되지만 그 나머지 어른들은 모두 '어른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의 어른들의 공백은 만화에서는 흔한 설정이죠. '슬램 덩크' 이후로 청소년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만화에서 부모들이 의미 있는 역할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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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교생들의 현실은 겉으로 보기엔 '꽃보다 남자' 속 세상과 꽤 다릅니다. 일상생활에서 진로선택까지 모두 부모의 교육열과 과보호 속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게 지나쳐서 서른이 넘을 때까지 부모의 보호 속에서 사는 캥거루족이 되는 경우도 널렸죠. 아무튼 현실의 고교생들은 부모의 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음 속에서도 어른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을까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현상은 권위의 부정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값싼 지식의 확산과 함께 전통적인 '어른과 아이' 사이의 장벽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직접 경험의 의미는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나 알 수 있는 것이죠. 여행 감상문과 진짜 여행의 체험은 직접 그 땅을 밟아 본 사람이 느낄 수 있습니다. 맛집 기행문과 진짜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의 느낌은 천지차이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아직 아무 것도 먹어 보지 못한 사람, 직접 거기에 가 본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마치 가 본듯 그 느낌을 줄줄 외울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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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지식민주화와 함께 너무나 많은 정보가 쏟아지면서, 웹 검색 기술이 기존의 '어른들'이 일생 동안 읽은 도서목록을 일시적으로 추월해버리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무식한 어른들'을 인정하지 않게 돼 버렸죠. 여기에 몇몇 어른들이 동조하면서 '아이들'의 '어른들'에 대한 태도는 권위의 부정을 넘어 아예 멸시의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꽃보다 남자'는 이런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는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관계는 우리 사회에서 한창 빚어지고 있는 권위의 공백을 그대로 묘사한 듯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성인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권위의 기준은 돈 뿐입니다. 돈으로 청소년들을 지배할 수 없는 어른들은 반대로 돈을 가진 청소년들에 의해 지배당하는 존재들로 묘사됩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꽃보다 남자'는 그저 유치하고 낯간지러운 드라마에서 보고 있으면 무서워지는 드라마로 슬쩍 변신하기도 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시각의 얘깁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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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참 대만판이나 일본판의 캐스팅을 보면 한국산 F4의 위용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더군요. 어찌나 다들 쭉쭉 빠지고 잘생겼는지. 아니면 이런 부분이 한-중-일간의 미묘한 취향 차이를 보여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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