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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은 다 아시다시피 천재적인 관상가 내경(송강호)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은 점이나 조짐, 팔자 등에 기대게 되어 있습니다. 모르면 몰라도 계유정난 당시, 각 진영엔 결정적인 판단을 할 때 의견을 묻던 점술가가 있었을 겁니다. 이 영화는 그런 상상에서 출발한 것이죠.

 

그럼 조선시대의 기록에 그와 비견할만한 역술가가 있었을까요. 조선 초기, '조선 왕조 500년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역술가'로 불린 인물이 있었습니다. 물론 기록이 너무 기이하다 보니 실존 인물인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고 문헌마다 살았다는 연도가 제각각이라 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힘들 듯한 면이 있습니다. 반면, 그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을 듯.

 

그의 이름은 홍계관입니다.

 

 

 

 

홍계관(洪繼灌, ?~?)

 

영화 관상은 관상의 대가 김내경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실제 사건인 계유정난을 재해석한 영화다. 영화 속 내경(송강호)는 누구든 얼굴만 보면 내력과 속내, 그리고 장래의 운명까지 꿰뚫는 천재 관상가다. 누구든 이렇게 관상으로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치세보다는 난세에 훨씬 더 출세하기 쉽겠지만, 불행히도 영화 속 내경의 행보는 그리 평탄치 않다.

 

실제로도 내경 같은 인물이 있었을까.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조선 초기에는 도성 안에 통명청(通明廳)을 두고 빼어난 점쟁이를 국복(國卜)으로 삼아 큰 일을 점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여러 사서에 조선을 통틀어 최고의 점쟁이로 홍계관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어찌나 유명했던지 한양 도성 안에 홍계관골이라는 마을이 생길 정도였다.

 

관상의 내경이 관상가였던 반면 홍계관은 맹인이었다는 차이는 있다. 하지만 백발백중이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어쩌지 못했다는 점에선 매우 유사하다 하겠다.

 

여러 문헌을 통해 전해지는 홍계관의 일화에는 계유정난을 전후로 한 세종~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과 명종 시대의 것이 뒤섞여 있다. 두 시대의 간격이 약 100년 정도이니 동일인일 가능성은 없고,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인물이 남긴 행적이 합쳐졌을 것이다.

 

세조 시대의 홍계관은 계유정난의 주역 중 하나인 홍윤성의 장래를 알아 본 것으로 유명하다.  젊은 시절 장안의 유명한 건달이었던 홍윤성이 점을 보러 오자 홍계관은 갑자기 자세를 고쳐 큰 절을 올렸다. 놀란 홍윤성이 연유를 묻자 공은 뒷날 정승의 자리에 오를텐데, 뒷날 제 아들이 누명을 쓰고 죽을 위기에 놓일 테니 그때 목숨을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과연 홍윤성이 홍계관의 지시에 따라 세조와 인연을 맺고 승승장구, 벼슬이 형조판서에 이르렀는데 한 죄수가 윤성을 보고 저는 점쟁이 홍계관의 아들이니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하고 외쳤다. 홍윤성이 그의 목숨을 구해 주고 홍계관의 재주에 탄복했다는 이야기다.

 

 

 

 

부계기문(涪溪記聞)’엔 이렇게 전해지지만. 극작가 윤백남의 채록에 따르면 홍계관의 아들은 배은망덕한 홍윤성 때문에 결국 목숨을 잃는다. 권세를 남용하며 백성을 학대했다는 홍윤성에 대한 민간의 반감이 표현된 설화다.

(윤백남의 채록에 따르면 홍윤성은 홍계관의 아들임을 알고도 뇌물을 요구하고, 홍계관의 아들에게 뇌물로 줄 돈이 없자 그를 처형당하게 내버려 둡니다. 그러자 홍계관의 아들은 끌려나가며 "우리 아버지가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는 평생 후손이 없을 것이라 합디다"라고 울부짖었다는 것이죠. 윤백남에 따르면 홍윤성이 그 뒤로 절손을 당했다고 하나, 실제로 홍윤성에게 자손이 아주 없지는 않았던 듯 합니다.)

 

명종 시대의 홍계관은 젊은 날의 승려 보우(普雨)와 재상 상진(尙震)을 만나 앞날을 예언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그의 죽음에 대한 것이다.

 

어느날 자신의 운명이 궁금해진 홍계관은 모년 모월모일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과, 그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는 용상 밑에 엎드려야 한다는 점괘를 얻는다. 명종의 총애를 받고 있던 홍계관은 왕에게 사정해 한시간 동안 용상 아래 숨을 수 있게 되었다.

 

용상 아래 홍계관이 죽은 듯 엎드려 있을 때 갑자기 전각 안으로 쥐 한 마리가 후다닥 달려들어왔다. 갑자기 홍계관을 시험하고 싶어진 왕은 지금 들어온 쥐가 모두 몇 마리냐고 물었다. 그러자 홍계관은 점을 짚어 본 뒤 세 마리라고 답했다.

 

재차 확인해도 홍계관이 세 마리라고 말하자 왕은 불같이 화를 내며 네가 그 동안 사기로 점을 쳐서 민간의 재물을 함부로 취했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당장 처형할 것을 명했다. 홍계관이 형장으로 끌려가 죽음을 기다리는데 혹시나 싶었던 왕이 쥐의 배를 갈랐다. 그 안에는 새끼 두 마리가 들어 있었다.

 

그제야 홍계관의 재주에 탄복한 왕은 급히 내시를 보내 형을 멈추려 했으나 이미 홍계관은 목이 잘린 뒤였다. 왕이 아차하고 탄식했다는 데서 이 곳의 지명이 아차산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이 아차산은 지금의 노량진 사육신묘 부근이란 설과 서울 광진구 아차산이라는 두가지 설이 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지만,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전하는 고구려 때 추남(楸南)의 이야기와 사실상 같다. 역시 억울하게 죽게 된 점쟁이 추남이 고구려 왕에게 내가 신라 김서현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 이 원한을 갚겠다고 한 뒤 김유신으로 태어났다는 설화다.

 

배경이야 어쨌든 이야기의 교훈은 유명한 점쟁이라 해도 제 죽을 날을 내다 보지 못한다는 것. 영화 속 내경의 경우에도 별 차이가 없었던 것을 보면, 운명을 예측한다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부질없는 짓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끝)

 

 

 

이렇습니다. 추남의 이야기란 삼국유사에 나오는 김유신의 젊은 시절 일화 중 하나입니다.

 

김유신이 국선(國仙)인 화랑(花郞)이 되었을 때, 백석(白石)이란 사람이 낭도(郎徒)로 있었다. 김유신이 삼국통일 계획을 세우는데, 백석이 고구려의 정세를 탐지한 뒤에 계획을 수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말을 옳게 여긴 김유신은 백석과 함께 고구려의 사정을 탐지하기 위해 길을 떠나 하루는 밤에 산 고개에서 쉬는데, 두 여자가 나타나 따라가겠다고 했다. 같이 일행이 되어 가는데, 골화천(骨火川)에 이르니 밤에 다시 한 여자가 나타나, 세 여자는 김유신에게 과일을 대접하며 즐겁게 얘기하고 놀았다.

 

김유신이 세 여인들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니, 여인들은 신(神)의 모습으로 변하여 자신들은 나라를 지키는 내림(奈林) 혈례(穴禮) 골화 등 세 지역 수호신인데, 김 공이 적국 사람에게 유인되어 가는 것을 막으려고 온 것이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놀란 김유신은 나와서 골화관에서 자고, 중요한 문서를 잊고 왔으니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하여 집으로 돌아와서 백석을 묶은 다음 문초를 했다. 백석은 원래 고구려 사람으로, 김유신이 전생에 원한을 품고 죽은 고구려의 추남이기 때문에 그를 잡으러 왔다고 했다.

 

추남은 고구려의 유명한 점쟁이였는데, 국경지역에 냇물이 거꾸로 흐르는 변고가 생겨 점을 치게 했더니 추남은 왕비가 왕과의 잠자리에서 음양을 거꾸로 하기 때문에 일어난 변고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왕비는 요망한 거짓말을 하니, 다른 것으로 시험해 보고 맞히지 못하면 벌을 가해야 한다고 임금에게 말했다. 임금이 상자 속에 쥐 한 마리를 넣고 봉한 다음, 무엇이 들었는지 맞혀 보라 했는데, 추남은 쥐 여덟 마리가 들었다고 대답했는데, 왕은 쥐 한 마리가 들었기 때문에 잘못 대답했다고 해 추남을 죽였다. 그런데 상자 속의 쥐를 꺼내 배를 갈라보니 새끼 일곱 마리를 배고 있었다.

 

추남은, 자신이 억울하게 죽으니 다른 나라 장군으로 태어나 고구려를 멸망시키겠다고 말하고 죽었는데, 이날 밤 임금의 꿈에 추남이 신라 서현공 부인 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꿈 얘기를 들은 고구려 사람들은 모두 추남이 원수 갚기 위해 신라 김유신으로 태어났다고 믿고 있어, 김유신을 제거하려고 했던 것이다. 김유신은 이야기를 듣고 백석을 사형에 처한 후, 음식을 마련해 지역 수호신에게 제사를 모시니, 신들이 나타나 흠향했다.

 

 

그러니까 홍계관의 사망 관련 설화는 아무래도 삼국시대 추남의 이야기, 혹은 그 이전부터 전해오던 용한 점쟁이의 이야기가 슬쩍 변형되어 '홍계관'이란 유명한 점쟁이의 이름에 덧씌워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선시대의 문헌이 '홍계관골이라는 지명이 있었다'는 기록을 전하고 있는 걸 보면 홍계관이라는 용한 점쟁이가 있었다는 건 사실인 듯.

 

 

 

아무튼 홍계관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점쟁이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점쟁이의 초인적인 능력을 인정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운명의 힘이란 점 따위로 비껴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짚어 내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 '관상'의 결론도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은데, 홍계관과 재상 상진(尙震)의 일화는 그 예외는 바로 '선행'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점쟁이 이야기를 후세에 전하는 뜻은 그런 교훈담이었다는 이야기.

 

상진 관련 설화를 마지막으로 전합니다. 출전은 '연려실기술'.

 

점쟁이 홍계관(洪繼灌)이 공의 일생을 점쳐 보니 길흉화복이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고, 죽을 해까지도 말하였다. 공이 지난 일이 다 맞았으므로 그해에 이르러 미리 초상에 쓸 것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홍계관이 마침 일이 있어 호남에 가 있으면서, 서울에서 오는 이를 만나면 꼭 공의 안부를 물었는데 1년이 다 지나도 공은 탈이 없으니, 홍이 매우 이상하게 여겨서 서울에 오는 길로 곧 공을 찾아 인사하니, 공이, “내가 자네의 점을 믿고 명이 금년으로 다 된 줄 알았더니, 어찌 맞지 아니하는가.” 하였다.

 

홍이 말하기를, “대감의 명수를 보면 어긋남이 없을 것이오나, 예전 사람이 음덕으로 수명을 연장한 이가 있었으니, 대감께서 반드시 그런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였다.

 

공이 말하기를, “어찌 그런 일이 있겠는가. 다만 내가 수찬으로 있을 때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오는데 노상에 붉은 보자기가 있어서 주워 보니, 순금 잔 한 쌍이라 가만히 간직해 두고 대궐 앞에 방을 붙이기를, ‘아무날 물건을 잃은 자는 나를 찾아오라.’ 하였더니, 이튿날 한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소인은 대전 수랏간 별감(大殿水刺間別監)이온데 자질의 혼인이 있어 몰래 주방에 있는 금잔을 빌려 내왔다가 잃었으므로 이미 죽을 죄를 범하였으니, 후일 탄로가 나면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대감께서 얻으신 것이 그 물건이 아닌지요.’ 하기에, ‘그렇다.’ 하면서 내어주었다.” 하니, 홍이 말하기를, “대감의 수명이 연장된 것이 반드시 이 때문입니다.” 하였는데, 15년 후에 죽었다.

 

결론: 착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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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워낙 잘 알려진 인물인데다 드라마며 영화에도 한두번 등장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래서 매우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아주 오래 전, 중학교 시절 김동인의 장편 '대수양'을 읽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기본 상식은 이광수의 '단종애사'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손자의 미래를 걱정하며 김종서 황보인 같은 중신들과 성삼문 박팽년 등 자신이 신뢰하는 집현전 학사들에게 단종을 보필할 것을 당부한 세종의 모습, 당연히 그 당부를 이행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람들은 '선인'의 영역에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또 당연히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즉 어린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이나 그를 도와 피바람을 일으킨 한명회 신숙주 홍윤성 같은 사람들은 악인의 위치에 올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대수양'('수양대군'이란 제목의 판본도 있습니다)은 이런 시각과는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이 책에는 김종서와 황보인이 역모까지는 아니지만 어린 왕을 볼모삼아 권력을 탐하는 무리들로 그려집니다. 정작 세종의 유지를 이어 왕권을 안정시키고 새 왕조를 탄탄하게 한 것이 바로 수양대군의 공이라는 쪽이죠.

 

실제로 세종의 눈부신 업적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반석 위에 놓인 것은 세조~성종 연간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국대전을 비롯한 제도의 정비가 완성된 것이 이 무렵이기 때문입니다. 1392년에 건국한 조선이라는 나라가 그 첫 100년에 걸쳐 이룬 것들이 이후 400년을 지탱한 힘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첫 100년을 이끈 사람들 중 '한명회'라는 이름은 단순히 업적만으로도 빼놓기 힘든 인물이더군요.

 

 

 

 

 

한명회(1415~1487)

 

권력에 눈이 먼 모리배인가, 시대의 경륜가인가. 한명회를 어떤 인물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16세기 이후 지식인들의 답 없는 숙제였다. 그를 정반대로 그린 이광수의 단종애사와 김동인의 대수양보여주듯, 한명회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의 역사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준이었다.

 

개국 공신의 후예였지만 가난한 집안의 칠삭동이로 태어난 인물. 변변찮은 외모에 과거에 번번이 떨어진 낙방거사가 하루 아침에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자로 거듭난 신화는 많은 창작자들을 자극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그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그중 기억할 만한 한명회 연기자로는 1984 MBC ‘조선왕조 500시리즈 설중매의 정진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한가놈조희봉과 영화 관상의 김의성을 주목할 만 하다. 특히 관상의 김의성은 실제 출연하는 장면은 두세 신 뿐이면서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명회에 대한 사적을 검토해 보면 다른 무엇보다 냉철한 판단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1453년 음력 1010, 뒷날 계유정난이라 불린 김종서 참살의 날 당일 낮까지도 수양대군의 측근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수양은 이미 김종서 등이 불측한 마음을 먹었으니 내가 베어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했으나 휘하 무장들은 임금(단종)에게 먼저 고하는 것이 좋겠다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때 한명회가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진다. “큰길 옆에 집을 지으면 오가는 사람마다 훈수를 두어 3년이 지나도 완성하지 못한다(作舍道旁, 三年不成)고 합니다. 이제 공이 큰 뜻을 세웠으니 오직 실행이 있을 뿐입니다.” 이 말에 수양은 과감하게 따를 자는 따르고, 갈 자는 가라. 강요하지 않겠다(從者從, 去者去, 吾不汝强)”는 비장한 한마디를 던진 뒤 단신으로 김종서의 집에 달려가 일을 치른다.

 

(그러고 나서도 곧바로 '혼자 가게 내버려두어선 안된다'고 장사들을 수습해 뒤를 따르는 것도 한명회입니다.)

 

 

 

세조의 내심을 그만큼 잘 읽어내는 사람도 없었다. ‘소문쇄록에 전하는 일화 하나. 술자리에서 만취한 세조가 신숙주의 팔을 꺾으며 그대도 내 팔을 꺾으라고 장난을 쳤다. 역시 취한 신숙주가 대뜸 세조의 팔을 꺾자, 옆에서 보던 세자(뒷날의 예종)의 안색이 변했다. 다들 껄껄 웃으며 술자리를 파했지만, 한명회는 신숙주의 하인에게 신숙주는 아무리 취해도 집에 가면 일어나 앉아 책을 읽는다. 오늘은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과연 밤에 세조가 내시를 보내 신숙주의 집을 정탐하게 했다. 한명회는 세조가 혹시 신숙주가 맨 정신이 아니었을까 의심하리라는 것을 내다 본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시는 분을 위한 해설. 그러니까 한명회는 '내시가 궁에 돌아가 "신숙주 대감은 귀가후 불을 켜고 한참 책을 읽다 잠이 들었습니다"라고 보고할 경우, 세조는 신숙주가 자신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이 술에 취해서 실수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해코지를 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입니다. 세조가 겉으로는 호방하지만 속으로는 매우 의심이 많고 치밀한 성격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한명회이니 이런 예측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 만큼 세조도 자신의 속내를 너무 잘 아는 한명회를 은근히 두려워했다. 1467, 이시애의 난 때 한명회와 신숙주가 내통한다는 소문이 돌자 세조는 즉시 두 사람을 의금부에 잡아들였다. 10여일만에 풀려나긴 했으나, 이들의 평생 관계를 생각하면 역시 권력의 비정함을 느끼게 한다..

 

관상의 한명회는 김내경(송강호)의 예언 때문에 평생 적을 만들지 않고 살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그에게 도전한 신진 세력은 어김없이 철퇴를 맞았다. 귀성군과 남이의 옥사가 대표적인 예다. 김종직 이후 배출된 사림파는 한명회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조정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도 1487년 사망할 때까지 아무도 그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죽은 뒤의 일까지 예측할 수는 없는 법.  1504, 연산군은 22년 전 아버지 성종이 폐비 윤씨를 사사하겠다 결정할 때 찬성한 사람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당시 조정의 중신 전원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살아있던 사람들은 즉시 참수됐고, 이미 죽은 정창손 한명회 등은 관을 뻐개고(剖棺) 시신의 목을 치는(斬屍) 부관참시를 당했다. 중종반정과 함께 복권이 이뤄졌지만, 선조 이후 정권을 장악한 사림은 대의명분을 앞세워 그를 대표적인 간신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행정구역의 이름 면,(面里)제도를 포함해 조선시대의 문물과 제도 가운데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명회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것이 드물다. 북방을 개척한 무인으로서의 공훈까지 생각하면, 조선 500년을 통틀어 그만한 업적을 가진 인물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결과가 과정을 덮을 수 있을지 고민할 만 하다.

 

그는 한강변에 압구정(狎鷗亭)이란 정자를 세우고 하루 빨리 고된 조정 일을 떠나 낙향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고 입버릇 처럼 말했지만, 그가 압구정에서 베푸는 연회는 그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들끓는 권력의 잔치였다. 공교롭게도 그 일대가 동네의 이름이 되어 오늘날에도 부귀공명의 상징이 됐다. 참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끝>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이 기억하고 있는 가장 선명한 한명회의 이미지는 과거 '조선왕조 500년'의 '설중매' 편에 등장한 정진 씨의 모습입니다. 당시 TV에선 사실상 무명이었다고 할 수 있는 정진씨는 이 드라마에서 '체구는 왜소하지만 꾀 많은 한명회'의 모습을 그럴싸하게 그려내면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진왜란' 편에서는 풍신수길 역으로 다시 등장했죠.

 

 

 

 

그리고서 기억할만한 한명회는 역시 또한번 '한명회의 틀'을 깬 '이덕화 한명회'. 한명회 역을 하기엔 너무 멀쩡한 외모 때문에 당나귀 귀 모양(혹은 스포크 귀^^)의 특수 분장을 하고 등장했습니다.

 

 

 

 

역시 최근의 모습 중에는 '뿌리깊은 나무'의 '한가놈'을 빼뜨릴 수 없죠. 끝까지 이름은 나오지 않고 '머리 좋고 임기응변에 능한 한가놈'이었던 조희봉은 마지막회에서야 '한명회'라는 실명을 드러냅니다. 작가진이 이 한명회가 주축이 되어 다시 밀본을 재건하는 내용의 속편을 준비중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죠.

 

 

 

 

이번 '관상'의 한명회는 목소리가 포인트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등장은 최소화하면서도 존재감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목소리가 필요했던 것이죠. 그리고 나서 마침내 얼굴이 공개되는 장면, 이 장면의 긴장감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탁월한 발성 덕분에 '목소리만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한명회' 역할이 제대로 살았던 거죠. 기억나는 영화와 비교하자면 영화 '프롬 헬'에서 마지막 시퀀스, 이안 홀름의 눈동자 색이 바뀌는 장면과 비교할만 합니다.  

 

 

 

 

배우 김의성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두 주인공이 들은 건축학개론 수업의 교수님으로 잘 알려진 분입니다. 물론 기억을 되새겨 보시면 홍상수 감독의 출세작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주인공이기도 했죠.

 

최근에는 연극 '우먼 인 블랙'의 주인공으로도 장기 출연중. 근래 몇년 사이 갑작스레 주목이 늘었지만 80년대부터 활동해온 원로 배우(물론 중간에 휴지기가 있었지만)에게 새삼 신 스틸러니 명품조연이니 하는 것도 적절치 않은 얘기라는 생각. 

 

아무튼 1980년대 이후 국사 교과서에서 훈구파와 사림파 중심의 내용이 나오면 '좋은 건 훈구파, 나쁜 건 사림파'로 쓰면 맞다는 우스개도 있었습니다. 사림파의 집권이 결국 지나치게 절의와 명분에 집중하고, 뒷날 당쟁의 기원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렇기도 합니다만, 그 훈구파의 '좋은 점'들을 마지막으로 계승한 인물이 바로 한명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대의명분과 역사의 정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정 반대의 답이 나오겠지요.

 

그래서 한명회라는 인물은 더욱 매력적으로, 그리고 한명회를 연기한 배우들을 더욱 명배우로 이끌어 내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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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가을의 중심. 가장 풍요로운 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루 늦었습니다만, 아무튼 10월의 권장 소비 문화 행사를 정리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문화 소비는 '10만원 가이드'와 함께~~

 

 

 

 

10만원으로 즐기는 10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올해가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란 얘기는 이미 여러 번 해서 지겨울거야. 그래서 국내외에서 수많은 공연이 있었는데, 아마도 올해 한국에서 무대에 올려졌던 오페라 중에 지금부터 얘기할 공연만큼 의미 있는 무대는 없을 것 같아.

 

10 1, 3, 5일 예술의전당에서 올리는 파르지팔(Parsifal)’이야.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인 파르지팔은 아서왕 휘하 원탁의 기사 중 성배를 발견하는 기사 퍼시벌Perciva의 이야기를 모태로 하고 있어. 퍼시벌의 독일어식 표기가 파르지팔이지. 그리고 이 파르지팔은 이미 바그너의 초기작 로엔그린에서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의 아버지로 나와. 

 

아무튼 , 드디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페이지를 열었다가 헉 하고 놀랐어. 이 오페라의 주역인 구르네만츠 역으로 연광철 선생이 나온다는 거야.

 

참고로 바그너 오페라의 주역을 꿈꾸는 가수에게 최고의 무대는 잘 알려진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이야. ‘파르지팔도 바이로이트에선 거의 매년 공연되지. 그런데 연광철 선생은 거기서 5년 연속으로 구르네만츠 역을 맡았거든. 이건 한마디로 굴지의 바그네리안인 동시에 세계 최고의 베이스 가수로 인정받았단 뜻이야.

 

여기다 지휘를 맡은 로타 차그로젝(Rotha Zagrosek)도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음악감독을 역임한 바그너 전문 지휘자야. 또 악한 마법사 크링졸 역을 맡은 몇해 전 국내 음악회에서 본 바리톤 양준모도 미래가 촉망되는 성악가지. 한마디로 흥분되는 무대야.

 

 

당연히 아쉬운 건 가격인데, 오페라하우스 3 B석에 5만원 정도는 투자할만한 생각해. 경쟁 상대라면 1015일 신영옥이 질다 역을 맡는 리골레토가 있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이미 질다 역으로 재능을 인정받은 신영옥이니 누가 토를 달 수 없는 훌륭한 공연이겠지.

 

그런데 이 공연은 무대 장치 없이 콘서트 홀에서 약식으로 공연이 진행되는 콘체르탄테(concertante). 반면 파르지팔은 제대로 무대와 의상을 갖추고 하는 정식 공연이지. 비슷한 가격이라면, 이번엔 파르지팔을 권하고 싶어. , 물론 무조건 바그너 보다 베르디가 좋다는 사람은 취향을 따라야겠지.

 

 

 

다음은 전시. 지난 달에 로버트 카파전을 소개했으니 이번 달에는 라이프 사진전이야. TV나 영화의 위력이 요즘같지 않던 시절, 사진 저널리즘의 최고봉이었던 라이프(LIFE)’ 지는 지금까지도 그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잊혀지지 않고 있어.

 

이번 전시는 ‘people’ ‘moments’ ‘It’s life’라는 3개 섹션을 통해 1936~1972년 사이에 촬영된 140여점의 사진이 전시돼. 특히 관심을 끄는 건 ‘people’ 섹션이야. 윈스턴 처칠-아돌프 히틀러, 무하마드 알리-조 프레이저에서 김구-이승만까지 라이프의 앵글에 잡힌 20세기 대표 인물들의 모습이 자못 기대돼. 1125일까지. 12천원.

 

 

 

국립극장에선 9월부터 하반기 완창 판소리 공연이 재개됐어. 1019, 최승희 명창이 정정렬제 춘향가를 완창해. 지난 3월에 우리 나이로 여든인 성창순 명창의 심청가를 듣고 홀딱 반했는데, 올해 희수(喜壽)인 최승희 명창도 그 못잖은 관록을 보여 주실 거야. 워낙 고령이시니 따님인 모보경 명창을 비롯한 네 제자들이 분창자로 나와. 2만원.

 

 

 

최근 이 모 국회의원 사건과 주사파 논란을 보면서 존 르 카레의 영원한 친구라는 소설이 생각났어. 유럽에서도 한때 학생운동이 뜨거울 때가 있었지. 하지만 이상주의적 좌파였던 학생들은 나이를 먹어 가며 동서 양대 진영의 현실 정치 세력에 의해 도구가 되어 있는 자신들을 발견해. 그리고 세월이 흘러 소련과 동구가 몰락한 뒤, 이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 그로부터 꽤 긴 세월이 지난 어느날, ‘현장이 다시 이들을 찾아와.

 

이 소설의 결말과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그리 비슷하지는 않아. 단지 세상은 쑥쑥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여전히 젊은 날의 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게 공통점이랄까. 고전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러시아 하우스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그 뒤로 존 르 카레의 관심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아. 대략 12천원 정도.

 

마지막으로 놓치지 말고 지켜봐야 할 것이 간송미술관의 가을 개관이야. 매년 5월과 10월에만 꼭 보름씩 보물창고를 여는 독특한 진행인데, 그런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사진으로나 봐야 할 명품들이 나와. 게다가 이 전시는 공짜.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이번에도 10월 중에는 개관을 할 테니 다들 개관 소식을 기다려 봐.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 B    5만원

라이프 사진전                  12천원

최승희, 정정렬제 춘향가 완창    2만원

존 르 카레, ‘영원한 친구        12천원

간송미술관 가을 개관 전시       무료

 

합계 94천원

 

 

 

 

아시는 분들은 이미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베이스바리톤 연광철은 한국 음악계의 진정한 국보입니다. 실제로 해외에서 평가하는 한국 성악계의 최대 강점은 베이스에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쓸만한 강속구 투수가 없을 때 '어디 쿠바에서 배 타고 누가 도망 안 나오나' 하듯, 유럽 오페라 관계자들은 '소프라노는 발트해 연안에서, 베이스는 한국에서'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병운, 연광철, 전승현(아틸라 전) 등 스타들이 줄줄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현재 최고의 명성을 가진 스타는 바로 연광철.

 

일단 몸풀기 영상부터.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라이문도 역을 맡았습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와의 듀엣.

 

 

 

워낙 바그너 전문 가수로 잘 알려져 있어서 이탈리아 오페라에 출연한 모습은 저도 처음 봤습니다. 아무튼 가볍게 감상.

 

다음은 독일계 성악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슈베르트 가곡.

 

 

 

'겨울나그네' 중의 '밤 인사'입니다.

 

자, 다음은 대망의 '파르지팔'.

 

 

'파르지팔'은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입니다.

 

당연히 표면적인 주인공은 파르지팔 역의 테너지만, 바그너 오페라가 대개 그렇듯 테너의 역할은 사실 별게 없습니다. 전체 등장인물 중 맨 처음 무대에 오르는 기사 구르네만츠가 실질적인 주인공이죠.

 

그런데 연광철은 현역 최고의 구르네만츠로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의 '파르지팔'에서 5년 연속 구르네만츠 역을 맡았다면 뭐 더 할 말이 없는 거죠.

 

2012년 바이로이트에서는 성배수호자인 왕 암포르타스의 부하인 구르네만츠와 그 시종들에게 모두 천사 날개를 달았습니다. 12분30초 쯤 보시면 구르네만츠가 등장합니다.

 

 

아무튼 뭐 이 정도로 해 두겠습니다.

 

(참고로 '파르지팔'의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성 금요일의 음악'은 아주 오래 전 MBC 뉴스 타이틀 음악으로 쓰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라이벌이던 TBC 뉴스는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팡파레를 타이틀로 썼죠.^^)

 

 

신영옥이야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습니다만.

 

 

 

포레의 '월광'입니다. 아름답습니다.

 

이상하게도 신영옥이 질다 역을 맡은 영상은 유튜브에서 발견할 수가 없군요. 아무튼 맑고 투명한 소리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라노입니다.

 

 

 

 

 

존 르 카레의 '영원한 친구'는 사실 끝까지 읽고 나면 좀 허탈할 수도 있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1970년대, 80년대의 이념을 21세기에 적용한다는 건 결국 이렇게 끝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마무리이기도 합니다.

 

(위 사진은 '영원한 친구'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그룹 폭시 사진. 이 친구들은 요즘 어디가서 뭘 하는지...^^)

 

 

 

 

끝으로 간송 가을 전시는 13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간송미술관 정도 되는 소장품을 가진 미술관이 아직 공식 홍페이지도, 전시 안내도, 이번 전시의 주제에 대한 발표도 없다는 건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매번 전시를 할 때면 이런 국보급 문화재들을 가산을 털어 마련한 간송 전형필 선생의 업적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지만, 그 전시 방식이나 미술관의 운영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제가 알지 못합니다만, 언젠가는 좀 개선되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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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추석 특집 문화어 퀴즈 http://v.daum.net/link/50019161 의 정답 공개를 위한 페이지입니다. 앞 글의 문제를 푸시고 모바일에서 정답이 안 보인다는 분들을 위해 페이지를 늘렸습니다.

 

답 없이 일단 문제를 풀어 보실 분은 앞 페이지로 가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선 바로 답이 보입니다.^^ 뭐 그런데 가끔은 답이 바로 보이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아무튼 정답은 이렇습니다.

 

 

 

 

  

추석 특집 문화어 사전은 문화어 퀴즈로 이뤄집니다. 최신 트렌드에 밝은 분들이 정답을 맞출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기성 세대가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다양한 문제들이 있으니 온 가족이 함께 풀어 보시고 세대간에 공감을 넓혀 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영역 I. 다음 보기 중 밑줄 친 부분과 같은 뜻인 것을 고르시오.

 

1. 그 무렵이 전현무의 리즈 시절이지.

1)     아무도 모르던 무명 시절

2)     전성기

3)     막 유명해지기 직전

4)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암흑기

 

답 2) ‘리즈 시절은 그냥 전성기라는 뜻. 박지성의 맨유 진출 이후 팀 동료였던 앨런 스미스를놓고 벌어진 일부 영국 축구 마니아들의 잘난척에서 비롯된 말.

 

 

2. 철수: LG가 올핸 정말 잘 하는데?

 영희: DTD 몰라?

1)     꿈은 이뤄진다 (Dream, true dream)

2)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down)

3)     무리한 팀은 떨어진다(Double team dead)

4)     항상 두 팀은 두각을 보인다(Double team done)

 

답 2)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김재박 전 LG감독의 말. 이 말이 족쇄가 되어 LG 2003년 시즌 이후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반전.

 

3. 컨트롤 비트 다운 받았습니다

1)     내가 반격할 테니 이제 각오해라

2)     이제 조직은 내 쪽에 있다

3)     어떤 음악이든 편곡할 수 있으니 원곡을 달라

4)     힙합에 대해선 더 이상 묻지 마라

 

답 1) 최근 벌어진 힙합 아티스트 사이의 디스(DIS) 논쟁 때 다이나믹 듀오 멤버인 개코가 했다는 말. 서로 디스를 하면서 미국 래퍼 켄드릭 라마의 컨트롤(Control)’이란 곡을 이용했으므로, “이제 나도 공격을 할 테니 너희들은 다 죽었어라는 의미.

 

4. 여자들의 가장 강력한 적은 이제 LOL이야.

1) League of Legends

 2) Lots of Love

 3) Language of Lane

 4) Laughing out Loud

 

답 1)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는 왕년의 스타크래프트처럼 2013년 한국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최고 인기 게임. 한 인터넷 게시판에 남자친구가 lol 한다고 전화를 안 받고 문자로만 답해요라는 한탄에 다른 이용자가 , lol하는데 문자를 보낼 정도면 님을 정말 사랑하나봐요라는 답했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 요즘 젊은 층에선 lol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5. 어머, 쌍수 밖에

 1) 양 손

 2) 쌍꺼풀 수술

 3) 빈 손

 4) 천한 수법

 

답 2) ‘쌍수를 들어 환영을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 등장하는 쌍수쌍꺼풀 수술의 준말. ‘쌍수는 성형도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중고생들에게까지 보편화된 성형수술의 기본이다.

 

6. 덕중 덕은 양덕 이라니까.

 1) 서양 오타쿠

 2) 養德, 덕을 기름

 3) 서양 오리

 4) 게임과 만화를 모두 좋아하는 오타쿠

 

답 1) 서구인이면서 일본 만화나 게임에 중독 양상을 보이며, 그 애정을 코스프레로 표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특히 아시아인에 비해 코스프레의 수준이 높다. 그 최고봉은 영화 퍼시픽 림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라는 평.

 

7. 영희: 오빠 나 김태희 닮지 않았어?

   철수: 답정너냐?

1)     오오, 이게 진정 너의 모습이냐?

2)     이런 질문 좀 안 하면 안되냐?

3)     김태희가 누구야?

4)     너랑?

 

답 2)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라는 말의 줄임말. 특히 남녀관계에서 여자의 주도권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답정너냐고 묻는 것은 제발 그만 좀 하라는 뜻.

 

 

 

영역 II. 보기 중 빈칸 부분에 들어갈 말을 고르시오

 

1. 양갱이란 본래 고대 중국에서 ________()로 만들던 것이다.

1)     양고기

2)     양미리

3)     버드나무

4)     붉은 콩

 

답 1) 양갱(羊羹)이란 본래 양고기를 끓여 나오는 국물을 굳혀 만들던 것. 이것이 일본으로 전해지며 오늘날 팥이 들어간 과자가 됐다.

 

2. 갑을(甲乙)이란 20세기 이전엔 _____()란 뜻이었다.

1)     1등과 2

2)     어중이떠중이

3)     작년과 재작년

4)     급여를 미리 당겨 씀

 

답 1) 추사 김정희의 말 가운데 관악산의 샘물 맛이 두륜산과 비해 갑을을 논하기 어렵다(未知於頭輪甲乙何如)는 말이 나온다. 이때의 갑을은 누가 1등이고 누가 2등인지라는 뜻.

 

3. ‘유명세(有名稅)뒤에는 ______라는 동사만 올 수 있다.

1)     타다

2)     치르다

3)     즐기다

4)     먹다

 

답 2) 한자를 보다시피 유명세는 세금이다. 따라서 유명세는 유명해진 대가로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나쁜 점을 의미하는 말이며, ‘타다’ ‘즐기다등과는 함께 쓰일 수 없다.

 

4. 좀비(zombie)란 본래 _____에서 쓰던 종교용어다

1)     마니교

2)     조로아스터교

3)     부두교

4)     라마교

 

답 3) 부두교에서 주술에 걸려 움직이는 시체를 가리키던 말.

 

5. 여객기내에서 끓인 라면이 맛이 없는 건 ______ 때문이다

1)     화력

2)     기압

3)     승무원의 실력

4)     수질

 

답 2) 고공의 낮은 기압 때문에 물이 제 온도에 끓지 않아 맛이 없다. 항공사에서는 승객이 고산병에 걸리지 않도록 인공적으로 기압을 높이지만 그래도 지표보다는 꽤 낮은 0.8기압 정도다.

 

6. __________ ‘썰전은 가장 완벽한 TV 프로그램 입니다

1)     단언컨데

2)     단언컨대

3)     단연컨데

4)     단연컨대

 

답 2) 맞춤법 테스트. ‘단언컨대가 맞다.

 

 

7. “잠깐만요, 보라언니 이에서 시금치 ___________”

(주의: 문법적으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

1)     빼시고 갈게요

2)     빼고 가실게요

3)     빼시고 가실게요

4)     제거하고 가실게요

 

답 1) 최근 국립국어원이 개그콘서트제작진에게 뿜 엔터테인먼트코너의 유행어 가실게요가 틀린 표현이라고 지적해 화제가 됐다. 주체 높임형 선어말 어미 '-'와 약속형 종결어미 '-ㄹ게'가 함께 쓰이면 안 된다는 것.

 

 

영역 III) _______안에 들어갈 수 없는 말을 고르시오.

 

1. 철수: 그 여자 참 예쁘지?

기영: 그러네. ________라고 할 수 있지.

1)이얼사 2) 볼매 3) 걸조 4) 흔녀

 

답 4) ‘이얼사는 이기적인 얼굴 사이즈, ‘볼매는 볼수록 매력있는 얼굴’, ‘걸조걸어다니는 조각’, ‘흔녀는 그냥 흔한 여자(훈녀와 착각 금지). 따라서 4.

 

2. 나 현찰이 없는데 혹시 ____()로 내면 안돼?

1)문상 2) 백상 3) 도상 4) 겸상

 

답 4) 1~3은 각각 문화상품권, 백화점상품권, 도서상품권

 

3. 조선시대 왕의 실명은 드라마 __________ 에서 찾아볼 수 있다.

 1) ‘뿌리깊은 나무의 이도

 2) ‘장옥정의 이순

 3) ‘이산의 이산

 4) ‘해를 품은 달의 이훤

 

답 4) 1~3은 각각 세종, 숙종, 정조의 실명. 조선시대에 이훤이란 왕은 없었음.

 

4. 반인반수는 __________ 같은 가상의 생물을 말한다.

 1) 켄타우로스

 2) 최강치

 3) 이누야샤

 4) 그리폰

 

답 4) 어쨌든 반인이려면 사람 형상을 해야 함. 그리폰은 사자, , 독수리, 독사가 혼합된 신화 속 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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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집, 당신은 얼마나 문화인일까 맞춰 보는 코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인은 일반적인 문화적 소양에 근거하지 않습니다. 다만 얼마나 최신 문화 정보에 익숙하고, 세대를 뛰어 넘은 대화를 할 만한 자격이 있나 살펴보고자 하는 퀴즈입니다.

 

뭐 웃자고 풀어 보는 퀴즈이니 죽자고 달려들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정답은 각 문제의 아랫 부분을 마우스로 긁으면 나옵니다.

(모바일 버전에서는 곤란할수도. 모바일에서 풀어 보시고 PC에서 정답을 확인하세요.

혹시 잘 안 보이시는 분들은 정답 페이지 http://v.daum.net/link/50019484 참조.)

 

 

그럼 시작합니다.

 

 

 

 

추석 특집 문화어 사전은 문화어 퀴즈로 이뤄집니다. 최신 트렌드에 밝은 분들이 정답을 맞출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기성 세대가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다양한 문제들이 있으니 온 가족이 함께 풀어 보시고 세대간에 공감을 넓혀 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영역 I. 다음 보기 중 밑줄 친 부분과 같은 뜻인 것을 고르시오.

 

1. 그 무렵이 전현무의 리즈 시절이지.

1)     아무도 모르던 무명 시절

2)     전성기

3)     막 유명해지기 직전

4)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암흑기

답 2) ‘리즈 시절은 그냥 전성기라는 뜻. 박지성의 맨유 진출 이후 팀 동료였던 앨런 스미스를놓고 벌어진 일부 영국 축구 마니아들의 잘난척에서 비롯된 말.

 

 

2. 철수: LG가 올핸 정말 잘 하는데?

 영희: DTD 몰라?

1)     꿈은 이뤄진다 (Dream, true dream)

2)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down)

3)     무리한 팀은 떨어진다(Double team dead)

4)     항상 두 팀은 두각을 보인다(Double team done)

답 2)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김재박 전 LG감독의 말. 이 말이 족쇄가 되어 LG 2003년 시즌 이후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반전.

 

3. 컨트롤 비트 다운 받았습니다

1)     내가 반격할 테니 이제 각오해라

2)     이제 조직은 내 쪽에 있다

3)     어떤 음악이든 편곡할 수 있으니 원곡을 달라

4)     힙합에 대해선 더 이상 묻지 마라

답 1) 최근 벌어진 힙합 아티스트 사이의 디스(DIS) 논쟁 때 다이나믹 듀오 멤버인 개코가 했다는 말. 서로 디스를 하면서 미국 래퍼 켄드릭 라마의 컨트롤(Control)’이란 곡을 이용했으므로, “이제 나도 공격을 할 테니 너희들은 다 죽었어라는 의미.

 

4. 여자들의 가장 강력한 적은 이제 LOL이야.

1) League of Legends

 2) Lots of Love

 3) Language of Lane

 4) Laughing out Loud

답 1)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는 왕년의 스타크래프트처럼 2013년 한국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최고 인기 게임. 한 인터넷 게시판에 남자친구가 lol 한다고 전화를 안 받고 문자로만 답해요라는 한탄에 다른 이용자가 , lol하는데 문자를 보낼 정도면 님을 정말 사랑하나봐요라는 답했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 요즘 젊은 층에선 lol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5. 어머, 쌍수 밖에

 1) 양 손

 2) 쌍꺼풀 수술

 3) 빈 손

 4) 천한 수법

답 2) ‘쌍수를 들어 환영을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 등장하는 쌍수쌍꺼풀 수술의 준말. ‘쌍수는 성형도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중고생들에게까지 보편화된 성형수술의 기본이다.

 

6. 덕중 덕은 양덕 이라니까.

 1) 서양 오타쿠

 2) 養德, 덕을 기름

 3) 서양 오리

 4) 게임과 만화를 모두 좋아하는 오타쿠

답 1) 서구인이면서 일본 만화나 게임에 중독 양상을 보이며, 그 애정을 코스프레로 표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특히 아시아인에 비해 코스프레의 수준이 높다. 그 최고봉은 영화 퍼시픽 림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라는 평.

 

7. 영희: 오빠 나 김태희 닮지 않았어?

   철수: 답정너냐?

1)     오오, 이게 진정 너의 모습이냐?

2)     이런 질문 좀 안 하면 안되냐?

3)     김태희가 누구야?

4)     너랑?

답 2)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라는 말의 줄임말. 특히 남녀관계에서 여자의 주도권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답정너냐고 묻는 것은 제발 그만 좀 하라는 뜻.

 

영역 II. 보기 중 빈칸 부분에 들어갈 말을 고르시오

 

1. 양갱이란 본래 고대 중국에서 ________()로 만들던 것이다.

1)     양고기

2)     양미리

3)     버드나무

4)     붉은 콩

답 1) 양갱(羊羹)이란 본래 양고기를 끓여 나오는 국물을 굳혀 만들던 것. 이것이 일본으로 전해지며 오늘날 팥이 들어간 과자가 됐다.

 

2. 갑을(甲乙)이란 20세기 이전엔 _____()란 뜻이었다.

1)     1등과 2

2)     어중이떠중이

3)     작년과 재작년

4)     급여를 미리 당겨 씀

답 1) 추사 김정희의 말 가운데 관악산의 샘물 맛이 두륜산과 비해 갑을을 논하기 어렵다(未知於頭輪甲乙何如)는 말이 나온다. 이때의 갑을은 누가 1등이고 누가 2등인지라는 뜻.

 

3. ‘유명세(有名稅)뒤에는 ______라는 동사만 올 수 있다.

1)     타다

2)     치르다

3)     즐기다

4)     먹다

답 2) 한자를 보다시피 유명세는 세금이다. 따라서 유명세는 유명해진 대가로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나쁜 점을 의미하는 말이며, ‘타다’ ‘즐기다등과는 함께 쓰일 수 없다.

 

4. 좀비(zombie)란 본래 _____에서 쓰던 종교용어다

1)     마니교

2)     조로아스터교

3)     부두교

4)     라마교

답3) 부두교에서 주술에 걸려 움직이는 시체를 가리키던 말.

 

5. 여객기내에서 끓인 라면이 맛이 없는 건 ______ 때문이다

1)     화력

2)     기압

3)     승무원의 실력

4)     수질

답 2) 고공의 낮은 기압 때문에 물이 제 온도에 끓지 않아 맛이 없다. 항공사에서는 승객이 고산병에 걸리지 않도록 인공적으로 기압을 높이지만 그래도 지표보다는 꽤 낮은 0.8기압 정도다.

 

6. __________ ‘썰전은 가장 완벽한 TV 프로그램 입니다

1)     단언컨데

2)     단언컨대

3)     단연컨데

4)     단연컨대

답 2) 맞춤법 테스트. ‘단언컨대가 맞다.

 

 

7. “잠깐만요, 보라언니 이에서 시금치 ___________”

(주의: 문법적으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

1)     빼시고 갈게요

2)     빼고 가실게요

3)     빼시고 가실게요

4)     제거하고 가실게요

답 1) 최근 국립국어원이 개그콘서트제작진에게 뿜 엔터테인먼트코너의 유행어 가실게요가 틀린 표현이라고 지적해 화제가 됐다. 주체 높임형 선어말 어미 '-'와 약속형 종결어미 '-ㄹ게'가 함께 쓰이면 안 된다는 것.

 

영역 III) _______안에 들어갈 수 없는 말을 고르시오.

 

1. 철수: 그 여자 참 예쁘지?

기영: 그러네. ________라고 할 수 있지.

1)이얼사 2) 볼매 3) 걸조 4) 흔녀

답 4) ‘이얼사는 이기적인 얼굴 사이즈, ‘볼매는 볼수록 매력있는 얼굴’, ‘걸조걸어다니는 조각’, ‘흔녀는 그냥 흔한 여자(훈녀와 착각 금지). 따라서 4.

 

2. 나 현찰이 없는데 혹시 ____()로 내면 안돼?

1)문상 2) 백상 3) 도상 4) 겸상

답 4) 1~3은 각각 문화상품권, 백화점상품권, 도서상품권

 

3. 조선시대 왕의 실명은 드라마 __________ 에서 찾아볼 수 있다.

 1) ‘뿌리깊은 나무의 이도

 2) ‘장옥정의 이순

 3) ‘이산의 이산

 4) ‘해를 품은 달의 이훤

답 4) 1~3은 각각 세종, 숙종, 정조의 실명. 조선시대에 이훤이란 왕은 없었음.

 

4. 반인반수는 __________ 같은 가상의 생물을 말한다.

 1) 켄타우로스

 2) 최강치

 3) 이누야샤

 4) 그리폰

답 4) 어쨌든 반인이려면 사람 형상을 해야 함. 그리폰은 사자, , 독수리, 독사가 혼합된 신화 속 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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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회를 달려온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이 마침내 막을 내립니다.

 

조선 인조 시대. 인조반정과 병자호란이라는 대사건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욕의 역사라는 점 때문에 이 시대를 그린 드라마는 그리 흔치 않았습니다. 특히나 병자호란 이후 인조 말년에 소현세자와 강빈이 죽음을 맞는 과정은 사극 소재로 인기있는 내용은 아니었죠.

 

'꽃들의 전쟁'은 그 시대를 주도했던 악녀 소용 조씨(드라마가 끝날 무렵엔 귀인 조씨)와 간신 김자점을 조명하는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숙종 시대의 장희빈과 인현왕후 이야기가 남인과 서인의 정국 변화에 따른 부침으로 오르락 내리락이 있는 이야기인 반면, 귀인 조씨는 너무나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휘둘러 드라마로는 흥미가 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만, 아무튼 숨가쁘게 달려온 50회는 여느 사극에 비해 정하연 작가 특유의 현실적 역사관이 반영되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갔습니다. 여기에 젊은 노종찬 PD의 속도감 있는 연출도 새로운 사극의 개척이란 평을 들었습니다.

 

'꽃들의 전쟁'은 인조(이덕화), 김자점(정성모), 귀인 조씨-얌전이(김현주)의 죽음으로 한 시대의 끝을 맺고, 새로운 임금 효종(김주영)의 시대를 예고하면서 막을 내립니다. 인조의 둘째 아들 봉림대군으로 태어나 형 소현세자의 죽음으로 왕위에 오른 효종의 시대. 그는 어떤 왕이었을까요.

 

 

 

 

 

효종 이호(孝宗 李淏, 1619~1659)

 

TV에서 효종(봉림대군)의 일대기를 그린 최초의 드라마는 1981 KBS 사극 대명이다. 한국 방송이 본격적인 컬러TV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알린 대하 사극 대명은 효종이 병자호란의 비극을 딛고 야침차게 북벌을 준비하는 내용을 그렸다. 효종 역을 맡은 배우 김흥기의 열연도 화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효종=북벌이라는 공식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와 관련해 효종이 이완 대장과 함께 기해년 단옷날 대군을 일으키기로 약속하지만, 왕이 단오 전날인 음력 54일 급사하는 바람에 대망을 이루지 못했다는 전설도 있다. 이 때문에 효종의 갑작스런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북벌의 성패 여부를 떠나 효종의 치세는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1649년 왕위에 오른 효종은 두 가지의 장애를 극복해야 했다. 첫째는 아버지 인조를 왕위에 올려 놓은 반정 공신 세력이 건재하다는 것, 둘째는 형 소현세자의 세 아들을 제치고 왕위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우선 효종은 아버지의 총희인 희빈 조씨와 김자점의 연합 세력부터 손을 댔다. 권신 김자점은 잇단 탄핵으로 귀양을 간 뒤 아들과 손자가 모반을 계획했다는 고변으로 멸문지화를 당했다.

 

 

 

 

하지만 이것이 두번째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김자점을 역적으로 처단했으면 아버지 인조의 노염을 사 사약을 받은 소현세자빈 강씨는 복권을 시켜야 하는 것이 순리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강빈의 죽음은 김자점의 음모 때문이라고 생각하던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종은 강빈에 대해 말하는 자는 역적으로 다스리겠다고 못을 박았다. 눈치 없이 강빈의 복권을 주장했던 황해감사 김홍욱은 장살(杖殺)을 면치 못했다.

 

이런 기록은 JTBC 드라마 꽃들의 전쟁에서 강빈을 살려내기 위해 왕위를 던질 각오까지 하는 의로운 봉림대군(김주영)의 모습과 엇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효종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 강빈이 억울하게 죽었다면 자신이 조카가 올라야 할 왕위에 올랐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대신들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김홍욱의 죄에 이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효종과 강빈의 관계는 좀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효종의 대의가 '간신 김자점' 등 난신적자를 처단하는 데 있었다면, 당연히 억울하게 죽은 세자빈 강씨의 원을 풀어 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자면 자신의 정통성이 흔들립니다. 게다가 소현세자의 세 아들 중 막내 석견은 살아있는 상황. 만약 강빈이 복권되면 왕위의 정통성은 석견에게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미 왕위에 오른 자신은 그렇다 쳐도 자신의 아들(뒷날의 현종)은 어찌 될지 모르는 국면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현종의 안전을 위해 불쌍한 석견을 죽여야 하는 일이 생길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미 죽은 어머니의 신원 때문에 살아있는 아들을 해쳐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대의명분이 뭐건 냉정하게 생각할 때 이거야말로 부질없는 짓일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홍욱의 죽음을 놓고도 당시 그 많은 사대부들이 임금을 탓하지 않은 것입니다.

 

반면 효종이 실제로 강빈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근거도 있습니다. 아래 글에 1659년 3월11일 효종과 송시열의 대화 내용을 인용했는데 이날의 대화 속에는 강빈과 김홍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열이 아뢰기를,

강빈(姜嬪)의 옥사(獄事)에 대해서 지금까지 인심이 평정되지 않고 있는데 상께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매양 경과 함께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으나 틈이 없어 하지 못했다. 강빈의 악행을 어찌 한 입으로 다 말할 수 있겠는가. 단지 한 가지 일을 가지고 말하겠으니, 경은 일단 들어보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비록 금수라도 있게 마련이다. 소현(昭顯, 즉 소현세자)의 상을 당했을 때 대조(大朝, 인조를 말함)께서 애통해 하면서 그를 책망하기를 ‘이는 밤에 잠자리를 삼가지 않은 소치이다.’ 하셨는데, 강빈이 발악하기를 ‘아무 달 이후에는 서로 가까이 하지 않았다.’ 하였다. 그 후 자식을 낳고서는 서로 가까이하지 않았다는 말을 실증하고자 즉시 스스로 죽여서 감추었다. 그 성질이 이와 같으니 역모한 것이 괴이할 게 뭐 있는가. 또 역모한 형상은 안에서나 알 뿐이지 밖의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그 일이 낭자하여 완전히 의심이 없는데 밖의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억울하다고 여기니, 내가 실로 마음이 아프다.”
하자, 시열이 대답하기를,
“그 역모한 자취를 밖에서는 참으로 모릅니다. (하략).”
하였다. 상이 가만히 한참 있다가 이르기를,
“이는 내가 생각하지 못하였는데 과연 경의 말과 같겠다. 그러나 역모는 참으로 의심이 없다.”
하니, 시열이 대답하기를,
“설령 이 참으로 역모를 했다고 하더라도, 김홍욱(金弘郁)이 어찌 역모한 사실을 알고서 구원할 리가 있겠습니까. 소견이 이와 같은 데 불과한 것이었는데 전하께서 너무 갑자기 죽였으므로 인심이 더욱 안정될 수 없는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내가 이미 법령을 정하기를 만일 감히 말하는 자가 있으면 강과 같은 죄를 주겠다고 하였는데, 그가 어찌 감히 이 법을 무시하고 말을 한단 말인가. 이 때문에 내가 죽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19금 스토리가 등장해서 좀 그렇습니다만...) 이상의 내용을 보면 효종이 강빈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은 대단히 부정적이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자신이 이렇게 강경한 입장을 표명해야 뒷날 석견을 두고 다른 말이 없을 것이라는 깊은 생각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아무튼 효종의 북벌론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정통성을 확보했으니 그 다음엔 국론을 하나로 묶을 이데올로기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북벌론. 국력을 길러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자는 명분에 감히 반대할 사람은 없었다. 그 핵심에는 서인의 거두 송시열과 어영대장 이완이 있었다.

 

북벌을 전제로 실시한 부국강병책은 효과적이었다. 광해군 때부터 추진되어 온 대동법은 효종 때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무기 개량 사업의 성공으로 1654년과 58년 두 차례에 걸친 나선정벌에서 조선의 조총 부대가 러시아군을 물리치는 데 기여하는 성과도 있었다.

 

나선정벌에 참여한 조선군의 병력은 1 150, 2 270명 수준이었지만 그 실력의 우수성은 효종을 매우 고무시킨 듯 하다. 1659311, 40세의 효종은 송시열과 독대한 자리에서 “10만 포수(조총수를 의미)을 길러 요동으로 쳐들어가면 명의 유민들과 포로로 잡혀간 우리 백성들이 내응할 테니 어찌 성공하지 못하겠느냐고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석달 뒤, 종기가 덧난 왕은 돌연 숨을 거뒀다.

 

 

 

 

그 뒤에도 북벌론이 일시에 자취를 감추지는 않았다. 숙종 때인 1673, 윤휴는 오삼계 등 삼번(三藩)의 난으로 청이 혼란에 빠지자 이때야말로 북진해 심양을 함락시킬 기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1681년 강희제가 삼번의 난을 제압하고 내정에 힘쓴 뒤로는 국력의 차이가 현격해졌다. 박지원, 박제가 등 북학파의 시대에 청은 이미 복수의 대상이 아니라 배워야 할 본보기였다.허생전에서 허생이 효종의 심복 이완을 꾸짖는 장면은 박지원이 얼마나 북벌론을 허황된 것으로 여겼는지 잘 보여준다.

 

어쨌든 북벌 정책을 통해 확고한 권력 기반을 확보한 효종은 형 소현세자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1656, 소현세자의 세 아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석견을 귀양지 제주에서 불러 올려 경안군에 봉한 것이다.

 

효종이 귀인 조씨를 죽일 때 그 소생인 숭선군도 죽여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지만, 효종은 어린 아이가 무슨 수로 역모를 꾀했단 말이냐며 어린 이복동생을 지켰다. 권력 앞에 형제고 조카고 없었던 조선의 군왕 치고는 칭찬받아 마땅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효종이 강화시킨 왕권은 효종-현종-숙종으로 이어지는 삼종의 혈맥을 거치며 영,정조 시대의 정치적 안정을 가져왔다. 이쯤 되면 효종을 역사의 승자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끝>

 

 

 

 

허생전의 마지막 대목은 다들 읽어보셨을테니 여기서는 생략.

 

 

전에도 얘기한 바 있지만 숙종은 뒷날의 영조나 정조보다도 강력한 왕권을 휘두른 왕입니다. 남인과 서인을 자유자재로 조종한 정치젹 역량의 힘이기도 하지만, 그 근거에는 이른바 삼종의 혈맥이라는 탄탄한 정통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삼종의 혈맥이란 효종-현종-숙종으로 이어지는 세 왕이 모두 임금의 정궁(정비)으로부터 태어난 대군으로 이어진 순도 높은 왕들이라는 것이죠. 그게 뭐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조선 초기를 제외하면 이렇게 3대를 잇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북벌사업이 실제로 가능성이 있는 것이었는지, 그 주도 세력은 현실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떠나 효종의 치세는 왕조를 이어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뿌리를 내린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그는 매우 성공적인 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P.S. 강빈이 신원된 것은 숙종 때의 일입니다. 그리고 나서 영조 때, 소현세자의 증손이며 석견(경안군)의 손자인 밀풍군 이탄이 이인좌의 난에 연루되어 자결합니다. 만약 강빈이 더 일찍 신원됐다면 소현세자의 자손들에게는 더 일찍 비극이 찾아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효종을 현명한 군주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악녀 얌전이와는 이별입니다.

 

 

 

 

 

 

 

아무튼 이 드라마의 소득 중 하나는 김주영이란 새로운 배우를 발굴한 것.

 

'꽃들의 전쟁'은 이렇게 끝나고, 다음주부터는 새 주말드라마 '맏이'가 방송됩니다. '그대 그리고 나'의 원로 김정수 작가가 집필하는, 가족애 넘치는 시대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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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9월이 된걸 몰랐다구요~~~~!!!"

(아래 사진의 피터 핀치 같은 심정...)

 

 

 

 

10만원으로 즐기는 9월의 문화 가이드

 

9월이라고 갑자기 시원해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건 웬만큼 살았으면 다들 알았을 거야. 하지만 이러다 어느날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나면 파카 찾아 입기 바쁠테지. 요즘 점점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 겁나기도 해.

 

8월의 대한민국은 대형 록 페스티발의 도가니였지. 그만한 대형 행사는 아니지만 쏠쏠한 행사가 있네. 예술의 전당에서 9 7일과 8일 열리는 예술의 전당 재즈 페스타. 자라섬에서 서재페까지 다양한 재즈 페스티발이 있지만 라인업이나 가격, 위치로 볼 때 특이한 공연이야.

 

 

 

 

출연진은 재즈파크 빅밴드 with 정엽, 빛과 소금, 박성연&말로(7), 웅산 with MC스나이퍼, JK 김동욱, 전제덕, 서영도&이순용&구본암(8) 등이야. 이 정도에 1일권 55천원이면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하다고 봐. 물론 장소 특성상 이런 페스티발의 특전인 아무데나 주저앉아 먹고 마시기는 좀 힘들 지도 모르겠어.

 

 

 

전시 중에는 세종미술관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로버트 카파 100주년 사진전을 우선 꼽지 않을 수가 없네. 카파는 어느 스페인 병사의 죽음을 비롯해 20세기를 대표하는 종군 사진기자야. 카파가 누군지 몰라도 막상 사진을 보면 대개 , 이 사진할 사람이지. 그의 사진을 보다 보면 종군 사진기자란 누구보다 자신들이 실업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는 그의 말이 실감날거야. 1028일 까지. 12천원.

 

 

 

 

 

요즘 ‘mobile’이란 철자를 보고 모바일이라고 읽지 않으면 촌사람 취급을 받기 딱 좋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 전시장에선 모빌이라고 당당하게 읽을 수 있을 거야. 리움 미술관의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전이지.

 

,,고 미술시간을 경험한 사람에게 모빌이 뭔지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번 전시를 방문한 사람은 아마 칼더(미술시간엔 콜더라고 배운 사람도 있겠지)의 작품 중엔 움직이는 조각인 모빌과 안 움직이는 조각인 스태빌(stabile)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1020일까지. 8천원.

 

 

 

 

테드 창의 이름을 안다면 장르 문학에 꽤 관심이 있는 사람일거야. 국내에서 그리 지명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일단 읽어 본 사람들에겐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작가지.

최근 아주 오랜만에 테드 창의 신작이 번역되어 나왔어.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라는 제목이야. IT 쪽 전공이 아닌 사람은 한글 제목을 보나 영어 원제 The Lifecycle of Software Objects. 를 보나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걱정은 금물. 테드 창의 특기가 굉장히 과학적으로 보이는 설정을 전혀 전문적인 이해 없이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거야.

 

그런데 이 책도 좋겠지만 먼저 테드 창 걸작선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보라고 권하고 싶어. ‘바빌론의 탑’, ‘네 인생의 이야기’, ‘지옥은 신의 부재등 그의 대표작들이 거의 다 수록돼 있어. 그리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거야. 대략 1만원 정도.

 

마지막으로 최근 영화 설국열차더 테러 라이브가 흥행 대박이 나는 걸 보고 느낀 바가 많았어. 그래서 생각나는 작품들을 추천할게.

 

먼저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가 가졌던 문제의식을 36년 전에 더 신랄하게 짚어낸 시드니 루멧 감독의 네트워크.  1977년 아카데미 각본상, 남우주연상(피터 핀치), 여우주연상(페이 더너웨이), 여우조연상(베아트리스 스트레이트) 4개 부문을 수상한 수작이지.

 

치열한 시청률 경쟁이 벌어지던 어느날, 스타 앵커가 생방송 중 자신의 자살을 공언하면서 벌어지는 얘기야. 물론 기술적인 면에선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지만 상황의 박력이나 기상천외의 전개는 지금 봐도 놀라울거야.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직 1만원 이내에 구할 수 있어.

 

 

 

다음은 책. ‘설국열차팬들은 프랑스제 원작 만화를 사 보는 것도 좋겠지만 내가 떠올린 책은 배명훈의 연작소설집 타워. ‘설국열차가 기차 안에 온 세상을 쑤셔넣었다면 타워 674, 인구 50만의 거대 빌딩에 한 나라를 밀어 넣었어. 여기저기서 수시로 작렬하는 기발한 상상력이 A, 유머는 S급이야. 수록작품 중 타클라마칸 배달사고는 언제 봐도 감동적이지. 2009년작이라 책값도 7000원 정도.

 

그럼 10월에 보자고.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

 

 

예술의전당 재즈페스타             55천원

로버트카파 100주년 사진전         12천원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 전       8천원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1만원

배명훈, 타워                          7천원

영화 네트워크’ DVD                   1만원

 

합계                              102천원

 

 

 

음. 참 골라 놓고 보니 정말 주옥같군요.^^

 

배명훈 작가는 최근 '청혼'을 내놨군요. 아직 못 읽어 봤습니다. 그 사이 '신의 궤도', '은닉' 등을 내놨는데 지금까지 개인적인 선호로는 역시 '타워' > '신의 궤도' > '은닉' 입니다. '신의 궤도'는 장난기와 서정성의 조화가 가슴이 아린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만, '은닉'은 왠지 어딘가 너무 먼 곳으로 가 버린 듯 한 느낌.

 

지인 중 한 사람은 '타워'를 읽고 "언젠가 먼 훗날의 국어 교과서에 들어갈 작가"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어로 된 클래식을 남길 작가'라는 의미로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유명 작가의, 아마도 제목이 '112'가 될 작품은 전혀 기대하지 않습니다.)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역시 예상대로 멋진 작품입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신다면 이 책도 보지 않을 수 없을 듯.^^ 물론 개인적으로 평가할 때 그의 최고작은 아닙니다.

 

음악 소개를 안 했더니 영상으로 마무리할 게 없었는데 적절한 영상 발견.

 

알렉산더 칼더가 지인들을 상대로 자신의 철사 모형들을 갖고 진지하게 서커스 공연을 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무척 재미있습니다.

 

(PART1의 6분대에는 우리나라 '구구단 송'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멜로디가 들려옵니다. 아랍 쪽 노래인 듯 한데, 이 곡은 대체 뭘까요. 아는 분 계시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 영상물들은 1961년 제작된 것입니다. 칼더는 이런 공연을 수시로 펼쳤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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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은 감이 있지만 올라갑니다. 이 글이 나가고 한참 뒤(그러니까 최근) 크레용팝의 '일베돌' 논란이 있었죠.

 

뭐 결론부터 얘기하면 뜻도 모르고 남들이 쓰니까 뭐 원래 있는 말인가보다 하고 쓴 사람들이 잘못인데, 그걸 갖고 응원을 하네 이제 정이 떨어졌네 하는 게 좀 우습게 보입니다. 애당초 이상한 표현을 만들어 낸 사람들에게 뭐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그 말을 따라 쓰는 어린 친구들에게 그 말의 책임을 다 지라는 건 지나쳐 보입니다.

 

그 말이 잘못된 것이니 쓰지 말라고 타이르면 충분할 일 아닐까요.

 

 

 

문화어사전, 일단 '갑을관계'부터 시작합니다.

 

갑을관계[명사]

: 지시하는 자()와 실행하는 자(), 혹은 돈을 내고 일을 시키는 자()와 돈을 받고 일을 해 주는 자()의 관계

 

흔히 갑을관계라고 표현되는 말. 여기서의 갑과 을이란 대개 계약서상으로 돈을 대는 자와 돈을 받고 용역을 집행하는 자 정도로 요약되지만, 실상은 주도권을 쥔 자와 끌려가는 자정도의 의미가 된다. 당연히 을은 갑의 비위를 맞춰야 하고, 갑은 수틀리면 판을 뒤집어 을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갑을이라는 말에 이런 의미는 들어 있지 않았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도 삼한갑족(三韓甲族, 아주 오래 전부터 명문거족인 유서 깊은 집안)이란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역시 갑이 좋은 것이긴 하나, 그렇다고 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갑이 가장 좋은 것이라면 을은 그 다음으로 좋은 것으로 통했다.

 

추사 김정희의 서독(書牘)을 보면 이곳의 샘물 맛은 관악산에서 흘러내려온 것인데, 두륜산과 비해 갑을을 가리기 어렵다(此中泉味是冠岳一脉之流出者未知於頭輪甲乙何如)’라는 용례를 볼 수 있다. 여기에 쓰인 갑을이란 ‘1,2등을 가리다, 비슷하게 좋은 것들 사이에서 순위를 매긴다는 정도의 뜻이다.

 

갑을 관계이란 말이 지금의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은 현대적 계약서의 등장 이후다. 통상 모든 계약서에는 긴 회사 이름을 생략하기 위해 이란 대명사가 쓰인다. 이 경우에도 대부분 돈을 내는 쪽이나 정부 기관, 언론사, 대기업 등이 의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힘있는 쪽이란 등식이 성립했다.

 

이후 갑이 을에 대해 저지르는 강자의 횡포를 흔히 갑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갑이 그렇게 말할 리는 없고, 힘없는 을들이 뒤에서 흉을 볼 때 쓰는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갑을 관계가 얼마나 일반화되어 있는지는 한 중소기업 사장이 늘 로 살아가는 데 지쳐 자녀들에겐 항상 수입 브랜드 GAP을 입혔다는 농담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혹자는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 교육열도 자식 세대만큼은 갑의 위치에서 살기를 바라는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20134월 이후 포스코 상무 사건, 제과회사 회장 장지갑 구타 사건, 남양유업 욕설 통화 사건 등이 잇달아 이슈가 되면서 갑의 도덕적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청 업체와 대기업 사이의 관계를 풍자했던 KBS 2TV ‘개그콘서트갑을 컴패니코너가 한 달만 더 버텼더라면 화제를 선도하는 인기 코너가 될 수 있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갑을 컴패니 2012년 연말 방송을 시작했으나 2013 3월 종방, 간발의 차이로 대목을 맞이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그 다음.

말썽많은 '일베 용어' 차례.

 

민주화 [명사]

 

: (일베 사이트에서 쓰이는 의미) 뭔가를 억눌러 획일화시키다

사전에선 ‘민주적으로 되어 가는 것’이란 뜻. 1960년대 이후 90년대까지 한국 사회 운동의 지상 과제였다. 대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2013년 네티즌 세계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일 때가 있다.

 

인터넷 사이트 일베저장소(www.ilbe.com)는 한국 온라인 이념지도에서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곳으로 통한다. 박정희와 전두환을 숭상하고, 5.18 사망자 사진에 ‘홍어 말리는 중’이라는 사진설명을 붙이는 포스팅이 재미로 올라오는 곳이다. 이 사이트에 올라오는 포스팅에는 두 개의 버튼이 붙어 있다. 다른 사이트의 ‘찬성’이 있는 위치에는 ‘일베로’라는 버튼, ‘반대’ 위치에는 ‘민주화’라는 버튼이 있다. 이 사이트에서 ‘민주화’란 곧 ‘싫다’ 혹은 ‘억누르다’ ‘반대하다’의 뜻으로 사용된다. 반대로 ‘산업화’는 ‘좋다’ ‘추천한다’는 의미다.

 

514일 인기 걸그룹 시크릿 멤버 전효성이 라디오 생방 도중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소수 의견이라고 무시하거나 억누르지 않는다”는 의미로 ‘민주화’라는 말을 사용한, 너무도 ‘일베적’인 용법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6시간만에 전효성은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사용했다”며 공개 사과로 진화에 나섰지만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반면 일베 사이트에서는 “우리가 전효성을 보호해야 한다”며 음원 단체 구매 운동이 벌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일베식 표현' 때문에 혼이 난 사람 중에는 가수 김진표도 있습니다. 김진표는 한 방송에서 헬기 추락 장면을 보고 '운지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을 썼다가 큰 항의를 받은 것이죠.

 

그 문화를 모르시는 분들은 '대체 왜 운지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 있는 단어냐'고 의아해 하시기 마련입니다. 그 내용에는 최민식이 나왔던 운지천 광고와 관련된 몇 단계의 파생 과정이 있습니다만, 굳이 아실 필요가 없습니다(시간 낭비죠). 아무튼 그 결과 어디선가 떨어지는 것을 '운지하다'라고 쓰는 표현이 나돌고 있는데, 그 표현의 출발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비하하는 것이라는 점만 알아 두시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김진표 본인은 '전혀 그런 의미인지 몰랐다'고 곧 사과했습니다. 사실 모르는 사람이 '운지'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떨어진다'는 뜻으로 알아들을만한 여지가 충분합니다. 한자로도 隕地 라고 써 놓으면 그럴 듯 하기 때문입니다. 저 隕자는 '떨어질 운', 즉 '운석'의 운입니다. 앞뒤 배경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본래 그런 말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멤버들이 쓴 것으로 알려진 이 트윗의 '노무노무'라는 말도 일베 사이트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라는 게 크레용팝을 '고발'한 네티즌들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한국어의 음상을 생각하면 '너무너무'를 '노무노무'로 쓰는 것도 충분히 있을 법한....

 

 

뭐 크레용팝 소속사 대표라는 이 분은 확실히 그쪽과 친하신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 일베 회원들이 크레용팝이 인기를 얻는데 큰 기대를 했다면, 이쪽 소속사에서는 이 사이트에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일 아닐까요.^

아무튼 사과든 해명이든 그리 깔끔하진 않았지만 거의 봉합되어 가는 느낌.

 

 

 

 

마마돌 [명사]

 

: 아이돌 출신으로 자녀를 둔 뒤 현역으로 복귀한 연예인

일본의 가수 겸 배우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 때문에 생긴 단어다. 198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아이돌이었던 마츠다는 1986, 24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결혼을 발표하며 무대를 떠났으나 87년 출산 후 곧바로 컴백, 미디어로부터 마마돌(Mama+Idol)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2013 116일 결혼한 원더걸스의 선예가 임신 발표를 하면서 국내에서도 마마돌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팬들의 기대가 한창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룹 업타운 출신인 윤미래가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JK와 결혼해 2008년 이미 아들 조단을 출산했으므로 마마돌 1호로 불릴만한 자격이 있지만 일단 업타운이 아이돌 그룹이냐는 데 약간의 논란이 있고, 윤미래도 결혼 뒤에는 아이돌이라기보다는 힙합 아티스트의 이미지로 활동했으므로 마마돌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지는 않았다.

 

순혈 아이돌 출신으로는 S.E.S 출신의 슈가 지난 2010년 결혼해 이미 아기엄마가 됐지만 결혼 시기가 전성기를 지난 뒤였고, 출산 후 사실상 활동이 없기 때문에 나이나 인기로 볼 때 국내 마마돌 1에 대한 기대는 선예 쪽으로 몰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선예가 출산후 선교 활동을 하겠다는 입장이라 원더걸스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것... 소속사에선 일단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과연 어떻게 될지.

 

 

 

731 [명사]

 

뜻: 20세기 초 제국주의 일본의 만주군 휘하에 있었던 특수부대의 이름.

피점령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생체실험으로 악명이 높다. 2차대전 종전 후에도 한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으나1980년대 이후 발견된 기밀 문서를 통해 그 실체가 공개됐으나 이 시설에서 얼마나 많은 한국인, 중국인, 몽골인 포로가 희생됐는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얼빈 교외에 있었던 유적은 현재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이 부대의 만행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말이 마루타라는 단어다. 이 부대에서는 실험용 포로를 통나무를 뜻하는 마루타라고 불렀다. 지난 2009년 국회 질의응답 중 당시 정운찬 국무총리는 마루타라는 말을 아느냐는 질문에 전쟁 포로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리고 “731부대가 뭔지 아느냐는 질문에는 , 항일 독립군이라고 대답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정 총리는 나중에 알고 있었으나 질문자가 너무 다그쳐 말을 끝맺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2013, 무뇌아적인 역사인식으로 줄곧 극우파적인 행동을 일삼아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13 ‘731’이라는 숫자가 붙은 항공자위대 훈련기에 탑승한 사진을 공개해 다시 말썽을 빚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독일 총리가 나치 문양이 새겨진 전투기에 탑승한 것과 같다고 강도높게 비판했고 미국에서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P. S. 음모설 하나. 지난 2006 721, 일본 민방 TBS731부대의 실체를 밝히는 시사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이 방송의 한 장면에 아무 맥락 없이 당시 내각 관방장관직을 맡고 있던 아베의 사진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자민당이 발칵 뒤집혔고 원인 조사가 이뤄졌으나 제작진의 단순 실수로 결론이 내려졌다.

당시 자민당 총재를 노리던 아베는 "고의라면 내 정치생명을 노린 음모"라며 격분했지만 그 이상의 사실은 밝혀진 바 없다.

 

 

 위의 전투기 사진은 많이 보셨겠지만 마지막에 언급한 이야기는 꽤 오래 전 일입니다.

 

 

 

 

그러니까 2006년 7월21일, TBS의 '이브닝 파이브'라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731부대 관련 내용이 등장했고, 그 보도 과정에서 별 맥락 없는 아베 당시 장관의 선거 포스터가 노출됐다는 겁니다.

 

정상적인 반응은 '대체 아베와 731이 무슨 관계?' 라는 식이었을 것이 분명하고, 아베 본인은 당연히 펄쩍 뛰었죠. TBS 측은 사과.

 

 

흥미로운 것은 일본 우익 사이에서는 TBS가 "재일교포들의 지배를 받는 반일 방송"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진실은 저 너머에.

 

어쨌든 2006년의 이 사건이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면,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워낙에 별 맥락 없는 사건들의 연속인데다, 시간이 좀 경과한 것들이라 더 어수선하게 보이는군요.^^ 아무튼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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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 '월드워 Z'의 반향이 꽤 컸던 듯 합니다. 인터넷 서점에 들러 보니 아직도 맥스 브룩스의 원작 소설 '세계대전 Z'와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가 아직도 장르소설 부문 차트에 올라 있더군요. 최근에는 김봉석 평론가의 '좀비 사전'이라는 새 책도 나왔습니다.

 

아래의 정의는 그냥 아주 압축된 내용이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물론 진짜 좀비가 어디선가 나타나 여러분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진 않지만, 왜 갑자기 첨단 과학이 검색자 마음까지 읽어주는 21세기에 걸어다니는 시체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됐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문화어 사전 (6)


좀비[명사]

뜻: 살아 있는 시체


좀비(zombie)는 카리브해 연안 지역에서 사용되는 크레올(Creole)어로 ‘움직이는 시체’라는 뜻이다. 부두교 주술사가 시체에 마법을 걸어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한 것을 말한다. 서구 전설 속의 언데드(undead)와 사실상 같다.


미국 대중문화 시장에 좀비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전설적인 호러 전문배우 벨라 루고시 주연의 1932년작 ‘화이트 좀비’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후 좀비 영화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의 성공으로 상업적인 폭발력을 과시하며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거듭났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는 ‘좀비’라는 말이 아예 나오지 않지만, 로메로가 정립한 세 가지 원칙, ▲사람의 살을 먹이로 하고 ▲뇌를 파괴해야만 동작을 멈추며 ▲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좀비가 된다는 설정(1954년 나온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은 이후 거의 모든 좀비 영화의 기초가 된다. 이후 ‘좀비의 정의’에 가장 심취했던 사람은 영화 ‘월드워Z’의 원작자인 맥스 브룩스다.

 

 

 

 

소설(가상 논픽션) ‘세계대전Z’와 ‘세계대전Z 외전’을 쓴 맥스 브룩스는 저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통해 좀비의 유래와 발생 근거, 신체적 특징과 퇴치법을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게 규정했다. 그러나 정작 브룩스의 작품을 기초로 한 영화 ‘월드워Z’는 브룩스의 설정을 여러 곳에서 무시하고 있다. 브룩스가 묘사한 좀비는 인간의 절반 정도 속도로 움직여야 하지만 영화 ‘월드워Z’의 좀비는 표범처럼 날쌔고, 심지어 점프력도 뛰어나다. 그래서 영화 ‘월드워Z’는 원작 팬들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았다.

 

 

인기 미드 '워킹 데드'는 좀비 역을 연기하는 엑스트라를 공모하는데 경쟁률이 수백대 1까지 올라가는 초 인기라고 합니다. 대체 왜 이렇게 좀비 되기를 갈망하는지...^^

 

 

심지어 이런 좀비 분장 도구까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파는 곳은 여기.

http://www.funshop.co.kr/goods/detail/25055?t=s 

 

뭐 재미있을 거 같긴 합니다만...^^

 

 

 

1970년대 이후 살아 움직이는 시체를 부르는 이름은 ‘좀비’로 통일되어 가는 분위기지만, 아직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이름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강시(殭屍)다.


전승에 따르면 강시는 본래 변방에서 군역을 살다가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은 시체를 말한다. 이 시체들을 남쪽 고향으로 운반하기 위해 도사의 법력을 이용,  한줄로 세워 멀리 이동하게 했다 는 것이다. 죽어서 굳은 시체이므로 무릎을 굽히지 못하고, 양발로 콩콩 뛰어야만 움직일 수 있었다.

강시(殭屍)가 등장하는 문헌으로는 청나라 때 기효람(紀曉嵐)의 소설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무공이 뛰어난 의원 호궁산(胡宮山)이 젊어서 강시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 이야기다. 이 강시는 눈에서 붉은 빛이 나고 송곳니와 손톱이 길었는데 온몸이 통나무처럼 단단해 때리고 차도 끄덕없었고, 간신히 나무 위로 피신해 목숨을 건졌다는 것이다.

 

이 강시의 모습은 1980년대 홍콩에서 대유행한 강시 영화에 그대로 적용됐다. 그 대표작인 임정영 주연 ‘강시선생(1985)’은 중국어권을 비롯한 동남아권에서 크게 히트했고, 서구에도 ‘Mr.Vampire’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다만 본래 산 사람의 양기를 빨아들이는 강시가 송곳니로 사람을 깨무는 것으로 묘사된 것은 명백히 뱀파이어 영화의 영향이다.

 

 

 

라고 쓰긴 했습니다만, 사실 홍콩 영화계에서도 강시 영화의 원조를 찾자면 아무래도 홍금보 주연 '귀타귀(1980)' 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 합니다. 이 영화에서 이미 강시, 시체 조종, 귀신 쫓는 마법 등에 대해 나올 것은 다 나왔습니다. 심지어 나중에 '강시선생' 시리즈의 최대 수혜자가 되는 배우 임정영도 이 '귀타귀'에 출연했죠.

 

최근 들어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기존의 설정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괴물들에게 새로운 성격을 부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느리고 사고력이 없는 기존의 좀비들과 달리 21세기의 좀비들은 빠르고(‘28일 후’), 강력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며(‘월드워Z’), 심지어 연애까지 할 수 있는(‘웜 바디스’) 존재로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유명세(有名稅) [명사]

 

뜻: 명성을 얻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

많은 사람들이 ‘유명해짐으로서 얻는 기세, 혹은 지위, 혹은 특전’ 등의 뜻이라고 오용하는 말. 이 때문에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는 어린이들도 유명세를 ‘타고’, 벚꽃 철을 맞으면 관광 명소들이 유명세를 ‘누리고’, 아이돌 스타들은 해외에서도 유명세를 ‘떨친다’는 표현이 난무한다.

그렇지만 ‘유명세’는 한자로 有名稅라고 쓴다. 잘 보면 ‘세’가 ‘권세 勢’가 아니고 세금 稅’다. 즉 ‘유명세’란 ‘유명해졌기 때문에 내야 하는 세금’, 즉 ‘명성의 대가로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불이익’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유명세를 얻다’나 ‘유명세를 누리다’, 심지어 ‘유명세를 타다’ 등은 써서는 안 되는 잘못된 표현이다. 어디까지나 유명세는 ‘치르는’ 것이다. 한류스타가 된 연예인이 마음대로 시장 떡볶이집에 갈 수 없는 경우나,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싸이월드에 쓴 글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것 등이 ‘유명세를 치르는’ 좋은 예.

 

 

이건 아무리 강조해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틀리게 쓰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유명세를 탄다'고 쓰면 안 됩니다. '유명세를 치르다' 만이 맞는 표현입니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들이 마구 쓴다고 해도, 배운 사람은 이렇게 쓰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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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군은 그동안 사극 드라마든 영화든 크게 주목받은 적이 없는 인물입니다. 물론 등장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동안 임해군 역을 맡은 배우들만 해도 정성모(조선왕조 오백년, 임진왜란), 임정하(조선왕조 오백년, 회천문), 임혁주(서궁), 김유석(왕의 여자), 그리고 이번 '불의 여신 정이'의 이광수까지 꽤 많습니다. 한마디로 영화 '광해'를 제외하고 광해군이 나오는 작품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임해군의 역할이 있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광해군만 해도 1980~90년대 이후에야 '똑똑했는데 제대로 안 풀린 비운의 군주'로 관심의 대상이 됐던 만큼, '광해군 때문에 왕위에 오르지 못한 비운의 형'에게까지 돌아갈 관심이 예전에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조금 공부를 해 보니, 물론 '광해군이라는 똑똑한 동생'의 존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했겠지만 임해군에게는 왕이 될 수 없었던 더 큰 이유가 있었습니다. 

 

 

 

 

 

 

임해군 (1574-1609) 1

 

선조의 장남이며 광해군의 형 임해군에 대해 널리 알려진 사실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임진왜란 때 백성들을 괴롭혀 조선 백성들의 손으로 왜군에게 포로로 넘겨졌다는 것, 또 하나는 광해군 때 명나라에서 왜 장남을 두고 차남이 왕이 되었는가 대한 엄격한 추궁이 있었다는 것 정도다.

 

두 가지 모두 를 묻는다면 한국사에서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임금이 되기에는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역시 왕의 장남이면서 왕위에 오르지 못한 소현세자나 사도세자의 경우에도 공식 기록은 임금 감이 아니었다는 쪽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정사가 아닌 다른 사서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능력도 있고 뭔가 바꿔 보려는 의욕을 갖고 있던 왕자들이, 권신들의 음모에 휘말린 것이란 의심이 뭉클뭉클 일어난다. 

 

반면 임해군은 거의 모든 기록이 일치한다. 정사든 야사든 성품이 못되고 포악해서 임금이 될 수 없는 인물이었다는 서술이다. ‘불의 여신 정이에서 얄미운 행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임해군(이광수)은 실제 기록에 비하면 많이 점잖은 편이다.

 

선조는 아들만 14형제를 두었는데 후궁인 공빈 김씨에게서 장남 임해군(1572년생), 차남 광해군(1575년생)을 얻었다. 14형제 중 정비에게서 태어난 아들은 1606년생인 막내 영창대군 뿐이었다.

 

물론 영창대군이 왕위 계승의 경쟁자로 고려되는 것은 한참 나중의 이야기고, 일단 임해-광해 형제는 임진왜란 이전부터 배다른 형제들과 소리 없는 전쟁을 벌여야 했다. 이들을 낳은 공빈이 일찍 죽고, 그 뒤 선조의 총애를 받은 인빈이 의안군(1577년생)부터 내리 4형제를 낳았기에 더욱 그랬다.

(요즘 '불의 여신 정이'에 나오는 신성군은 의안군의 동생. 인빈의 둘째 아들.)

  

 

그런 가운데서도 선조는 임진왜란 발발 15일만인 428, 대신들의 뜻에 따라 17세의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했다. 전란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혹시 왕이 잘못될 수도 있으니 후사를 미리 정해야 다소나마 민심이 안정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피난길을 떠나기 직전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대신들 사이에서도 반대가 없었다. 그만치 광해군은 임해군에 비해, 그리고 다른 왕자들에 비해 선조의 총애나 왕으로서의 자질 면에서 돋보였던 것이다. 이를테면 공사견문에는 이런 기록이 전한다.

 

(선조)이 여러 왕자에게 묻기를, ‘반찬 중에서 무엇이 으뜸이냐?’ 하니, 광해군이 소금이라 했다. 이유를 물으니 소금이 아니면 온갖 맛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라 했다. 임금이 또 묻기를, ‘너희들이 부족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이냐?’ 하니 광해가 모친이 일찍 돌아가신 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했다. 왕이 이를 기특하게 여겼다.”

 

세자가 된 광해군은 평안도로, 임해군은 순화군과 함께 함경도로 향하게 되었다. 민심을 안정시키고 군사를 모아 적에게 대항하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임해군은 이런 의도에 적임자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북상하는 가토 기요마사의 군사에 쫓긴 임해군 일행은 함경북도 회령으로 달아나지만 여기서도 백성을 함부로 대하다 오히려 반란을 맞이한다. 난의 주역인 국경인 등은 두 왕자를 묶어 왜군에게 넘겼다. 의병장 정경운은 임진왜란 일기 고대일록(孤臺日錄)’에서 임해군의 체포를 출이반이(出爾反爾)’라며 한탄하고 있다. 이는 자업자득이라는 뜻. 오죽했으면 백성들이 들고 일어났겠느냐는 얘기다.

 

(함경도를 장악한 가토의 병력은 평안도로 넘어가 선조가 행재소를 차려 놓고 있던 의주를 공격해야 했겠지만 뜻하지 않게 이들을 가로막은 것은 여진족. 조선의 견제에서 벗어난 북동지방의 여진족들은 두만강 일대를 장악하려는 왜군을 물리치고 왜군이 함흥 언저리에서 머물게 만듭니다.

이어 정문부 - 아래 영정의 주인공 - 가 의병을 일으켜 국경인 등의 모반자들을 잡아 죽이고 가토 군을 무찔러(북관대첩) 함경도 일대를 회복합니다. 하지만 임해군 일행은 가토 군에 의해 이미 남쪽으로 옮겨진 뒤.

뒷날 임해군은 무사히 석방되긴 합니다만, 이후 평화회담이 오가던 시절 가토는 자기 명의로 임해군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포로로 있던 임해군과 가토는 비교적 관계가 원만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우리 조정에선 '누가 대충 예의만 갖추고 알아서 회신해라' 정도의 반응.)

 

 

 

반면 광해군은 선조 일행과 갈라선 뒤 영변, 정주 일대를 돌며 백성과 군사들을 위로했는데 매우 반응이 좋았고, 심지어 신하들 중에는 대놓고 선조에게 아예 광해군에게 양위하라는 권고를 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자책감에 빠진 선조는 실제로 양위를 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하지만 1593, 명나라는 장남을 두고 둘째를 세자로 삼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광해군의 세자 책봉에 이견을 제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선조는 그렇다고 심병(心病, 마음의 병, 즉 정신병)이 있는 임해군을 세자로 삼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답답해 했다. 광해군에 대한 신뢰도 신뢰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임해군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임해군에 대한 사서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이런 반응은 당연해 보인다. 포악하다, 탐욕스럽다, 백성의 재물을 함부로 갈취했다, 왜군이 한양으로 몰려왔을 때 백성들이 궁성을 노략질할 때에도 임해군의 집에 재물이 많다 하여 표적이 됐다(유성룡의 서애집에는 반면 광해군의 집에는 아무도 불을 지르지 않아 민심이 광해군에게 있음을 확인했다는 기록이 있다) 등등이다.

 

임진왜란 후에는 전 경기도관찰사 유희서의 첩을 빼앗기 위해 유희서를 청부 살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선조의 적극적인 옹호로 더 이상 파헤쳐지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소시오패스의 기록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2부로 이어집니다)

 

 

 

 

유희서 사건에 대한 연려실기술의 기록은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계묘년(1603) 6월에 전 참판 유희서와 전 부사 황극중(黃克中)이 암살되었다.
희서는 고 정승 전(㙉)의 아들로서 본래 행검(行檢)이 없었는데, 임해군(臨海君)이 유의 첩이 미색임을 듣고 비밀리 불러들인 후 도적을 시켜 살해 하였다. 《일월록》


○ 도적이 참판 유희서를 암살하였는데 범인을 잡지 못하여 포도대장 변양걸(邊良傑)이 이 옥사를 철저히 수사하던 중 죄를 얻어 귀양가고 희서의 아들도 또한 장을 맞고 귀양가니, 영의정 이덕형이 상소하여 논하다가 임금의 뜻에 거슬려 드디어 파면 당하였다.

이항복이 그 후임 갑진 에 임명되자 사양하기를, “양걸이 귀양간 것을 신도 실상 마음 아프게 여기는 바였는데 다만 미처 말을 못했을 뿐이니, 덕형은 바로 이미 말한 신(臣)이요 신은 바로 미처 말하지 못한 덕형입니다. 죄가 비록 드러나지 않았으나 신이 어찌 차마 본 정을 숨기겠습니까.”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보면 더욱 심각합니다. 유희서가 죽은 뒤 선조는 "서울에서 하루 거리인 포천에서 30여명의 도둑떼가 고관을 죽였으니 철저히 조사하라"는 영을 내립니다. 하지만 여기서 캐면 캘수록 흉흉한 구석이 나타납니다. 일단 설수와 김춘배라는 용의자가 잡히지만 이들을 포함해 관련자가 잡혀 오면 잡혀 올 때마다 감옥 속에서 자백할 틈도 없어 죽어 나갑니다. 유희서의 아들 유일, 그리고 포도대장 변양걸은 이 사건과 임해군의 관계를 폭로했지만 오히려 '증거도 없이 왕자를 모함했다'며 역공을 당해 귀양 가는 몸이 됩니다.

 

진상은 유희서의 첩 애생을 임해군이 탐내면서 벌어진 치정사건. 임해군이 은근히 애생을 달라 청을 해 보지만 유희서 또한 나라 법을 어기면서 차지한 애생을 내줄 마음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생은 본래 관서의 관비라 유희서가 마음대로 데려올 수 없는 몸이었는데 나름 세도가인 유희서가 임의로 자기 집에 데려다 놓은 것이었습니다. 결국 임해군이 도적떼를 가장한 수하들을 보내 애생을 빼앗아 오게 한 것인데, 유희서가 기죽지 않고 맞서다 죽음을 당했다는 이야기.

 

수많은 관련자가 죽어 나가는 바람에 증인이 없는 상태가 되어 미궁에 빠지고 맙니다. 살아남은 박삼석 한 사람은 처음 체포됐을 때 임해군이 배후에 있다고 증언했으나, 막상 의금부에 와서는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라고 증언하고, 결국 이 사건은 선조 하대의 국가 기강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맙니다.

 

아무튼 왕자가 무장한 건달 패거리를 거느리고, 그 건달이 참판급 관리를 죽여도 유야무야되는 이런 사건은 조선시대의 다른 왕 때에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듭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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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조금 늦었습니다.;

 

아무튼 리스트 나갑니다.

 

더울 때 멀리 가 봐야 스트레스만 쌓입니다. 도심에서, 조용하게.^

 

 

 

 

 

10만원으로 즐기는 8월의 문화가이드

 

아직도 7월 말~8월 초에 휴가들을 가시나? 학생들 있는 집에선 소위 학원 방학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정말 그 시간에 가는 휴가지는 지옥과 별반 다를 게 없더군. 그러니까 학부형 아닌 사람들은 웬만하면 그 기간은 피하고,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해진 도심에서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납량특집으로 연극 한 편. 연극 우먼 인 블랙이 서울 대학로 둥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9월까지 네번째 연장 공연중이야.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이미지 세탁을 위해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지. 영화와는 달리 연극은 단 두 명의 배우만 등장하는데, 두 배우가 별다른 소품도 없이 수십명의 캐릭터를 종횡무진 연기하면서 극을 끌어갈 수 있다는 게 볼거리야. ‘건축학 개론건축과 교수님인 지성파 배우 김의성 주연. 33천원.

 

음악 공연 중에는 서울시향의 말러 9(830)이 눈길을 끌지만 일찌감치 매진. 추가 공연을 기다려 보고, 대신 31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셰익스피어 인 클래식 II’를 권하고 싶어. 이름 그대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와 맞닿아 있는 음악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야.

 

이렇게 강연과 음악이 버무려진 공연은 음악도 음악(테너 김재형, 피아노 윤홍천)이지만 해설자가 누구냐는 게 관건인데, 일단 김문경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면 신뢰해도 좋아. 풍부한 지식과 적절한 위트의 조합이 탁월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템페스트’,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로미오의 아리아 , 태양이여 솟아라등이 연주돼. 음악당이 아니고 IBK 챔버 홀이니 33천원짜리 뒷자리면 충분.

 

 

 

 

 

 

 

7월에도 전시 두가지를 소개했지만 8월이야말로 진정한 성수기. 이 대목에서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시크릿 뮤지엄을 추천하지. 한마디로 명화를 디지털 영상으로 분석해서 미술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내용이야. 루브르를 가 봤더라도 가서 모나리자밀로의 비너스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는 사람이 이 전시를 보면 , 내가 보기는 했지만 본 게 없는 거구나하고 느낄 점이 있을 거야. 12천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신중-불교의 수호신들도 추천하고 싶어. 신중(神衆)이란 부처나 보살보다 위계가 낮은 불교의 들을 말하는 거야. 그런데 사실 껍질을 벗겨 보면 다들 힌두교의 신들이지. 이를테면 제석천은 인드라, 범천은 브라흐마, 대자재천은 시바 신이 불교로 편입된 모습이거든. 이들이 불교 미술에서 어떻게 표현됐나를 보여주는 전시인데, 힌두 신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로울거야. 심지어 공짜. 당장 달려가.

 

일전에 제임스 설터의 어젯밤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이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인지 이번엔 장편이 번역되어 나왔어. 제목은 가벼운 나날(Light Years)’. 사실 이 책은 추천할까 말까 조금 망설였어.

 

줄거리만 보면 꽤 단순해. 꽤 성공한 건축가 비리 벌랜드와 사람을 잘 사귀는 미녀 네드라는 뉴욕 교외에 집을 짓고 두 딸과 개 한 마리를 키우는 부부야. 아름답고 통찰력있는 아내와 다소 소심하지만 착실하고 가정적인 남편, 누가 봐도 더없이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지.

 

하지만 네드라는 애당초 결혼으로 얽맬 수 없는 여자야. 어떤 양보나 희생도 그걸 바꿔놓지는 못해. 그렇게 두 남녀가 20여년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주 담담하게 펼쳐져 있어.

 

분야는 다르지만 글 써서 한 20년 먹고 산 사람으로서, 설터의 문장은 찬탄의 대상 그 자체야. 어쩌면 이 대목에서 이런 생략을. 어쩌면 이 대목에서 이런 살떨리는 비유를. 한마디로 놀라움을 자아내는 문장가야.

 

그렇게 대단한 작품인데 왜 추천을 주저했냐고? 과연 이 소설이 인생의 모든 국면을 맞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감동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야. 솔직히 내가 20대 때 이 소설을 읽었더라도 설터의 가공할 위력을 느낄 수 있었을 지는 잘 모르겠어.

 

그러니 혹 이 책을 읽다가 이게 뭐가 좋다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거든, 내 얘기를 기억하고 책장 구석에 처박아 뒀다가 한 20년 뒤에 다시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 (그런데 이런 얘길 하고 나니 문득 오래 전에 실망해서 읽다 만 책들이 문득 궁금해지네.)

 

덥다고 찬 음식 너무 많이 먹지 말고, 9월에 만나.  [끝]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은 잘 알려진 작품이면서도 다른 오페라들에 비해 캐스팅에 좀 민감한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최근 이 로미오/줄리엣 커플은 알라냐-게오르규 부부가 일단 나서고, 그 다음 알라냐-네트렙코(위 사진)에서 이번엔 남자가 바뀌어 비야존-네트렙코가 각광받습니다. 여기서 여자가 바뀌어 비야존-마차이제(아래 사진), 그리고 다시 한번 그리고로-마차이제가 현재 가장 각광받는 커플이 됐습니다. 한번은 남자, 한번은 여자가 바뀌는 순서가 매우 정례화되어 있는 듯.

 

어쨌든 유난히 출연하는 가수의 외모에 민감한 작품이다 보니 그리 많은 스타들이 이 역할을 맡지는 않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위 사진에 나오는 분들이 오페라계에서는 나름 비주얼 담당으로 꼽히는 분들이지만, 그래도 절대적 기준(!)에 따라 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느낌으론 그리 적절치 않죠.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R&J의 영상이 이런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듯 합니다.

 

아무튼 오페라를 소개했으니 노래 소개. 일단 줄리엣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나는 살고 싶어요(Je veux vivre)' 입니다. 1막 캐퓰릿 가의 파티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 조수미 버전.

 

 

 

 

 

 

그 다음은 로미오의 가장 대표적인 아리아. 바로 위에 소개한 '셰익스피어 인 클래식'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입니다. 니콜라이 게다가 부르는 '아, 태양이여, 떠올라라(Ah, Leve-toi Soleil)'

 

사실 위에서 한참 '캐스팅에 민감한 작품'이라고 했는데 이 영상을 보시면 왜 그런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오페라가 노래 실력 우선이라고 해도, 과연 이런 로미오를 보면서 작품에 몰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마르첼로 알바레스도 물론...^^

 

노래 실력이야 흠잡을 데가 없지만 이런 우렁찬 목소리가 과연 그렇게 어울리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그래서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이 노래에 특히 어울리는 목소리.

 

 

 

 

이 오페라의 에이스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롤란도 비야존과 안나 네트렙코의 '가세요, 당신을 용서하겠어요 Va! je t'ai pardonné'  

 

 

 

 

그리고 글을 맺기 전에...

'가벼운 나날'에 대한 감상은 위에서 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많은 글을 읽고 써 왔지만, 저 감상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아마도 글을 써 본 분들이라면 더욱 공감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나이 어린 분들은 이 글의 느낌을 충분히 즐기기 어려우실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추천은 하되, 혹 '이게 뭐야' 싶은 분들께는 책을 한 20년만 묵혀 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런 무책임한...;; )

 

그럼, 이런 글로는 9월에 뵙지요.

 

P.S. 위에 미처 적지 못한 볼거리로는 메가박스의 '라트라비아타' 베로나 원형경기장 공연 실황을 추천할 만 합니다. 아울러 짤스부르크 라이브도 있는데 이미 코엑스 M2관은 매진에 가까운 듯. 상영관이 여럿인데 평소 관객 수를 감안하면 아마도 동대문관이 가장 만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와 '돈 카를로'를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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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드라마 '천명'은 마지막에 악인 문정왕후가 참회하고 인종이 왕으로서의 귄위를 회복하는 해피엔딩을 맞았습니다.

 

뭐 드라마야 시청자들이 행복한 결말에 만족했다면 그걸로 끝이겠습니다. 사실 사극이건 현대물이건,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질 때 반드시 현실 그대로 끝을 내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천명'이 다루고 있는 공간은 실제 역사에서는 그냥 도입부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인 듯 합니다. 드라마는 문정왕후의 뉘우침으로 마무리됐지만, 진정한 '문정왕후의 시대'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셈이기 때문입니다.

 

 

 

 

 

문정왕후 윤씨(1501.10.22~1565.4.6, 음력)

 

조선 중종의 두 번째 아내이자 명종의 어머니. 조선 왕조를 통틀어 손꼽히는 독부(毒婦)로 꼽힌다. 그가 죽은 날 조선왕조실록에는 서경에 이르기를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 했으니, 바로 윤씨 같은 이를 가리킨 것이다(牝雞之晨, 惟家之索, 尹氏之謂也)’라는 극언이 등장한다. 물론 생전에는 감히 아무도 할 수 없었던 말이다.

 

중종의 첫 왕비(엄밀히 말하면 왕위에 오르기 전 진성대군일 때 혼인을 한 적이 있으니 아내로는 '두번째 아내'입니다) 장경왕후가 1515년 세자 호(, 뒷날의 인종)를 낳고 죽은지 2년 뒤, 문정왕후 윤씨는 만 16세의 나이로 왕비의 자리에 오른다. 당시 궁의 최강자는 중종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던 경빈 박씨. 출생 연대는 분명치 않지만 흥청(興淸, 연산군이 즐기기 위해 선발한 미녀들) 출신이라는 점, 1509년 아들 복성군을 낳았다는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윤씨보다 열 살은 연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인자 희빈 홍씨도 아들을 다섯이나 낳을 정도로 총애가 두터웠다.

 

중종이 연산군을 내쫓고 왕위에 오른 것이 1506년. 이때 이미 경빈 박씨는 연산군이 고른 미녀들 중 하나였으니 대략 1500~1501년 전후에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연산군의 승은을 입지는 않았으니 중종에게도 차례(?)가 돌아왔을텐데, 1517년 문정왕후가 간택을 통해 궁에 들어올 즈음 경빈 박씨는 이미 궁 생활 10년을 넘긴 마녀 중의 마녀가 되어 있었을 겁니다.

 

경빈을 지원하던 쪽은 남곤 심정 등 훈구파의 구신들. 또 희빈 홍씨도 홍경주의 딸이었으니 아무리 문정왕후가 명문 파평윤씨가의 딸이라 해도 상대들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종은 경빈을 아예 계비로 삼으려 했으나 조정 대신들이 미천한 집안 출신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해 뜻을 접었다. 세자만 없다면 복성군이 왕위에 오른다 해도 놀랍지 않을 상황이었다.

 

문정왕후의 최선책은 아들을 낳는 것이었지만 그건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 1521년 의혜공주부터 딸만 내리 셋을 낳았다. 살기 위해선 내가 세자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며 경빈 세력과 맞서야 했다. 이 파란의 시기를 그린 작품이 월탄 박종화 대하소설 여인천하. 2001 SBS TV에서 장장 150회에 걸쳐 방송되며 공전의 인기를 누린 사극 여인천하의 원작이다.

 

 

 

 

당시 여인천하를 열심히 본 시청자들에겐 요즘 KBS 2TV ‘천명의 문정왕후(박지영)가 영 낯설다. ‘여인천하의 문정왕후(전인화)는 악녀 경빈(도지원)의 세력으로부터 어린 세자를 보호하는 지혜롭고 따뜻한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명에서는 그 문정왕후가 인종(바로 그 세자)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 좀 이상하지만 둘 다 실제 문정왕후의 모습이다.

 

1527, 이른바 작서(灼鼠)의 변으로 경빈이 몰락한다. 누군가 세자의 생일에 맞춰 불에 지진 쥐의 시체를 나무에 매달아 놓은 사건이다. 당연히 경빈 모자가 범인으로 지목돼 귀양길에 오른다.

 

중종은 어떻게든 복성군만은 살려 보려 했으나 윤임, 김안로 등 세자 보위 세력과 문정왕후의 동맹군은 집요했다. 6년 뒤인 1533, 사약이 내려졌다. 사실 경빈이 주범이라는 확증은 없었다. 오히려 이종익 같은 이는 김안로의 아들 김희의 짓이라고 상소를 올리기도 했던 만큼 자작극일 가능성도 충분했다.

 

 

 

'여인천하' 방송 당시 장안의 화제였던 천재 소년 세자 역의 아역 스타 권오민. 이 친구에 대해서도 전에 뭔가 쓴 적이 있습니다. 1997년생. 한창 폭풍의 나날을 보내고 있겠군요.

 

아역스타, 그 성장의 위기   http://fivecard.joins.com/121

 

물론 권오민 군이 위기라는 뜻은 아닙니다.^^

 

 

1534, 문정왕후가 마침내 아들 경원대군(뒷날의 명종)을 낳으며 동맹이 깨졌다. 세자는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었다. 1543년에는 동궁 처소에 원인 모를 화재가 일어나 세자 부부가 죽을 뻔 했으나 유야무야 됐다.

 

결국 1544, 중종이 승하하고 인종이 보위에 오르지만 즉위 8개월만에 사망한다. 문정왕후에 의한 독살설이 파다한 가운데 열한살의 명종이 왕위를 이었다.

 

그러니까 드라마와 역사가 갈리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드라마 '천명'에선 '모든것이 정리되고 다들 행복하게 살았어요'라는 식의 마무리가 있었지만, 인종이 왕위에 머문 기간은 다 합해 8개월 뿐이기 때문입니다.

 

최원(이동욱)이 "밖에서 잘 살겠습니다"라고 했지만, 과연 인종이 죽고 문정왕후가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뒤 그가 잘 살 수 있었을까요.^^

 

 

 

'여인천하' 보시던 분들에겐 참 아쉬운 일이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이런 현명하고 냉철한 전인화 문정왕후는 사라지고,

 

 

 

아들과 윤씨 일족, 그것도 윤원형 일족의 안녕을 위해 모든 장애물을 몸소 제거하기로 마음 먹은 독한 박지영 문정왕후의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당시 권력 주변엔 윤씨 외척이 너무 많았다. 세조비 정희왕후, 중종의 어머니 정현왕후, 중종의 정궁인 장경왕후와 문정왕후가 모두 파평 윤씨였기 때문이다. 대동단결했다면 조선말의 안동 김씨가 부럽지 않았겠지만 윤씨들은 내부 경쟁을 선택했다. 특히 인종의 외숙 윤임을 중심으로 한 대윤(大尹)과 명종의 외숙 윤원형의 소윤(小尹)은 마침내 명종 1(1545) 을사사화로 충돌, 수백명의 피를 흘렸다. 여기서 승리한 윤원형은 문정왕후의 묵인 아래 친형인 윤원로까지 죽이고 권력을 독점했다.

 

문정왕후가 사관들에게 치열한 공격을 받은 것은 불교를 숭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그보다는 윤원형의 독재를 비호한 잘못이 가장 컸다. 명종도 윤원형을 견제하려 했으나 어머니가 네가 누구 덕에 왕이 됐는지 아느냐고 윽박지르는 데에는 당할 수가 없었다.

 

20년 세도 끝에 문정왕후가 세상을 뜨자(1565) 곧바로 윤원형을 처단하라는 상소가 쏟아졌고, 궁지에 몰린 윤원형도 자결했다. 그의 부패와 만행이 얼마나 심했는지 실록은 오래도록 천벌을 면하다가 마침내 죽으니 조야가 모두 기쁘게 여겼다. (중략) 극형을 받지 않고 스스로 죽은 것이 안타깝다고 했을 정도다.

 

 

 

 

문정왕후와 윤원형을 거론할 때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정난정(위 사진은 '여인천하' 때의 윤원형-정난정 커플)입니다. 천민 출신으로 윤원형의 소실이었던 난정은 문정왕후의 인정을 받으며 마침내 윤원형의 정실이 되어 정경부인의 칭호를 허락받습니다. 대단한 신분 상승인 셈이죠.

 

하지만 뒤를 봐 주던 문정왕후가 죽자 윤원형의 만행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황해도로 귀양가는 몸이 되었습니다. 다가올 미래를 예감한 정난정은 지니고 있던 독약으로 바로 목숨을 끊었고, 난정의 죽음을 안 윤원형 역시 통곡하다가 따라 자살했습니다.

 

(이런 사연을 보면 비록 악인들이라고는 하지만, 정난정에 대한 윤원형의 마음은 참 진실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문정왕후와 윤원형 남매는 사후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다음 임금인 선조 때 사림은 심의겸의 서인과 김효원의 동인으로 갈라졌다. 동인은 심의겸이 외척(명종의 처남)이란 이유로, 서인은 김효원이 한때 윤원형의 식객이었다며 날을 세웠다. 서로 상대방을 타락한 구세력의 잔재로 규정하고 명분 싸움을 벌였으니, 당쟁의 기원이 바로 문정왕후의 정치적 유산이었던 셈이다.

 

윤원형은 본래 사림의 언관 출신이라 지식인들을 어떻게 억누르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문관들의 인사권을 좌우하는 이조전랑직을 관리하면서 젊은 신진 관료들이 자신 앞에 스스로 줄을 서도록 한 것이죠. 유학 하는 선비로서 관직에 나가기 위해서는 윤원형에게 잘 보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든 것입니다.

 

그러고 나니 윤원형의 시대를 정리한 뒤에도 조정에 윤원형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웠던 사람이 별로 남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조차도 윤원형의 세도가 시퍼렇던 시절에 벼슬을 하고 과거에 장원을 했다는 이유로 '세상에 아부했다'는 비판을 받았을 정도입니다.

 

윤원형도 죽고, 명종도 죽으면서 사림의 정치가 시작됐지만 이제 사림은 그 내부에서 파가 갈리며 권력 독점을 위해 경쟁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상대편을 비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도구는 바로 '윤원형의 개' 혹은 '구시대의 잔류'라는 것이 되죠.

 

 

 

P.S. ‘여인천하천명만큼 중요한 역할은 아니지만 한류 드라마의 대표작 대장금에도 문정왕후가 등장했다. 박정숙이 연기한 이 문정왕후는 장금의 후원자로 그려졌으니 당연히 좋은 이미지.

 

실존인물인 의녀 장금은 천명에도 등장하는데, 이 장금(김미경)은 궁에서 홀몸으로 늙은 것으로 묘사된다. 그럼 민정호(지진희)와의 러브스토리는?

 

 

여담이지만 영화 '후궁'에서 박지영이 연기했던 대비 역시 문정왕후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그 이미지 때문에 '천명'에도 이어 출연하게 된 것으로 보이구요. 그런 의미에서 '후궁'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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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즈시절'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됩니다. 대략의 의미를 알고 쓰시는 분도 있고, 그냥 남들이 쓰니까 쓰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가끔 꽤 엉뚱한 의미로 쓰시는 분들이 눈에 띄는게 조금 거슬립니다.

 

사실 '리즈시절'같은 말은 세월이 얼마가 흐르든 절대 사전 같은 곳에 등재될 말도 아니고, 누가 그런 의미에 크게 얽매일 말도 아닙니다. 하지만 '리즈 시절'같은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은 분명 그 사회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고, 왜 그런 말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정도는 누군가 정리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문화어 사전]이란 항목으로 나오는 글들은 그런 목적에 따른 것들입니다.

 

 

 

 

 

리즈 시절 [관용구]

: 간단히 말해전성기

2005년 박지성이 전통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을 때, 같은 맨유 소속이던 앨런 스미스를 두고 일부 팬들이앨런 스미스도 리즈 시절엔 날아다녔는데라며 자신의 축구 지식을 자랑한 것이 유래다.

 

여기서 리즈(Leeds)는 영국의 프로 축구 클럽 리즈 유나이티드를 말하며, 이는 곧나는 박지성 때문에 영국 프로 축구에 관심을 가진 너희와는 달라라는 잘난 척이다. 하지만 이후 ‘OOO의 리즈 시절이라는 식의 관용구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연예인을 지칭할 때에도 널리 사용되며옛날’ ‘성형 전’, 심지어학생 시절을 가리키는 말로 오용되는 사례가 눈에 띈다. 하지만 원 뜻은 어디까지나가장 빛나던 시절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리즈 유나이티드는 21세기 들어 무리한 구단 운영으로 성적이 추락, 2004 2부 리그로 강등된 이후 1(프리미어 리그)에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내 축구 팬들이 안방에서 리즈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저 위 사진이 바로 리즈 유나이티드 엠블렘을 자랑스럽게 들어 올리고 있는 앨런 스미스입니다. 2000-2001 시즌 리즈를 UEFA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올려놓은 것이 앨런 스미스의 선수생활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즈가 몰락한 것은 위에서 적은 바와 같고, 팀 말고 앨런 스미스 개인으로 봐도 98-99 시즌 EPL에 데뷔해 리즈에서 뛴 첫 6년 동안 38골을 넣었고, 다른 팀으로 이적한 뒤 현재까지 10년 동안 10골을 넣었으니 확실히 리즈 시절이 그에겐 최고의 나날이었던 듯 합니다. 아무튼 당시엔 벤 애플렉을 연상시키는 미모가 매우 출중했군요.

 

결론적으로 '리즈 시절'이라는 말은 '가장 잘 나가던 시절'이란 뜻입니다. 그냥 '옛날', 심지어 '사람들이 잘 모르던 시절'이란 뜻으로 쓰시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사진에도 '리즈 시절'이라는 제목이 붙어 돌아다니는데, 물론 재미있긴 하지만 이런게 '리즈 시절'은 아니라는 거죠.^^ 뭐 말의 의미라는 것이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니 계속 쓰이다 보면 아예 이런게 '리즈 시절'이란 뜻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송혜교는 여전히 리즈 시절의 한복판이군요. 시들지 않는 미모와 인기.

 

 

 

 

 

 

미란이[고유명사]

 

올란도 블룸의 아내인 세계적인 톱모델 미란다 커(Miranda Kerr)를 한국 팬들이 친근하게 부르는 이름. 퍼스트네임인 미란다와 한국 여자 이름인미란의 발음 유사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런 식의한국식 명명은 한국인 특유의 가족주의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레이 아나토미로 유명한 캐서린 헤이글은 한국 소녀 네일리(Naleigh)를 입양한 덕분에김서린이라고 불린다.

 

 

 

이 계열에서석호필(石虎弼)’ 웬트워스 밀러를 빼놓을 수 없다. 밀러가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맡았던 캐릭터 이름인 스코필드를 한국식으로 변형한 이름인데, 사실 이 이름은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캐나다 선교사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가 원조다. 스코필드 박사는 3.1운동을 서구에 알린 공로 등으로 1968년 건국훈장 독립훈장을 수상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 리스트는 1627년 풍랑에 밀려 도착한 네덜란드인 얀 벨테브레(Jan Weltevree)에 도달한다(흔히한국에 도래한 최초의 서양인으로 오인되는 하멜보다 26년 빠르다). 끝내 조선을 탈출한 하멜과 달리 벨테브레는 박연(朴燕)이란 한국 이름으로 적응해 잘 살았고, 병자호란에도 종군했다. ‘하멜 표류기에도 박연이 하멜의 탈주를 말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후 구한말엔 고종의 외교 고문 목인덕(穆麟德, 독일인 파울 폰 묄렌도르프), 영국 언론인 배설(裵說, 어니스트 베델), 연희전문 설립자 원두우(元杜尤, 미국 선교사 호레이스 언더우드) 등이 이 전통을 이었다. 물론 거스 히딩크의 애칭 희동구(喜東丘)도 이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뭐 한두분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 거론하기는 그렇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가문을 꼽으라면 아에 '연희 원씨'라고 스스로 부르는 언더우드 패밀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원두우-원한경-원일한-원한광 박사에 이르기까지 4대가 120년간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집안이니 누가 이분들을 외국인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희동구 이야기는 전에도 거론한 적이 있으니 링크로 대신합니다.^^

히딩크는 왜 희동구가 되었나?     http://fivecard.joins.com/43

 

 

소공녀(小孔女) [명사]

 

: 모공이 작아 HDTV의 압박을 견딜 수 있는 피부 미인

 

한자가 다른소공녀(小公女)’는 미국 여류 작가 프랜시스 버넷이 1888년 펴낸 소설 ‘Little Princess’의 일본 번역판 제목. 한국에도 같은 제목으로 소개된 뒤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아왔다. 부유한 장교의 딸로 민친 기숙여학교 학생이던 사라 크루(Sara Crewe)  아버지가 행방불명 된 뒤 학교의 하녀로 신분이 급전직하되지만, 강인하고 낙관적인 성격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이야기다.

 

하지만 2013년의소공녀(小孔女)’는 글자 그대로모공(毛孔)이 작은 여자라는 뜻. HDTV의 등장 이후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피부나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고화질에 대한 공포를 호소해 왔고, 그 뒤로 피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도자기 피부’ ‘단백질 인형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며 급기야소공녀까지 등장했다.

 

2013 5월 한 유명 피부클리닉에서 내원객 547명을 대상으로최강의 소공녀를 설문조사한 결과 미스A의 멤버 수지가 35%의 지지로 당당 1위에 뽑혔다. 19세의 나이를 생각하면 불공평한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그만치아기 피부에 대한 여성들의 염원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P.S. 소설소공녀의 영원한 파트너인소공자(小公子)는 같은 프랜시스 버넷이 1886년 펴낸 ‘Little Lord Fauntleroy’의 번역판 제목. 두 작품이 한 작가의 작품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뉴욕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살던 소년 세드릭(Cedric)이 어느날 영국 귀족인 할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후계자가 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미국 여자와 결혼한 아들을 버렸던 완고한 할아버지가 영리하고 품성 좋은 소년 세드릭의 힘으로 인간미를 되찾게 되는 훈훈한 이야기다.

 

버넷은소공자’, ‘소공녀는 물론 1909년작비밀의 화원(Secret Garden)’으로도 명성을 얻었다. 물론 현빈 하지원 주연의 드라마와는 무관한 내용이다.

 

 

 

 

 

프란시스 버넷 여사는 작품세계와는 달리 매우 씩씩하게(?) 생긴 분이더군요.

 

 

아무튼 소공자, 소공녀, 비밀의 화원을 모두 같은 분이 썼다는 것 정도는 기억하셔도 좋은 일일 듯. 참고로 JTBC에서도 곧 전현무-오상진-오현경이 진행하는 '비밀의 화원'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 아, 물론 이것도 소설과는 무관한 미스코리아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잘 찾아 보시면 보너스 사진이 있습니다. 인디애나 존스3 스타일.^^

 

 

http://www.egotastic.com/photos/miranda-kerr-topless-surprise-during-photoshoot-in-miami/miranda-kerr-topless-surprise-in-miami-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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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중학교 교사의 블로그에서 가슴아픈 사연을 봤습니다. '요즘 제자들과 진격의 거인 때문에 대화가 통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게 왜 가슴아픈 사연일까요? 이유는 하나. "그 전까지 제자들이 어떤 만화도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랍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덕후'는 아주 심한 욕에 가깝고,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답니다. 그리고 절대 다수의 학생들은 만화를 볼래야 볼 시간이 없다는군요. 그래서 원피스도, 슬램덩크도 본 사람이 없답니다. '요즘 학생들이 호연지기가 없는 건 좋은 만화를 보고 자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란 말에 저도 좀 가슴이 아팠습니다.

 

'진격의 거인'이 훌륭한 작품인 건 맞지만 과연 '슬램덩크'처럼 많은 소년들의 가슴에(소녀들은 어떤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청춘의 불꽃을 타오르게 할 그런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지도.

 

아무튼 이번 '문화어사전'은 진격의 거인으로 시작합니다.

 

 

 

 

 

문화어사전 (4)

 

진격의 [관형사]

 

: 엄청나게 큰, 매우 크고 위협적인, 도저히 당할 수 없는

 

만화 진격의 거인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말. 진격의 거인(원제 進擊巨人)지난 2009년부터 일본 소년 매거진에 연재중인 이사야마 하지메(諫山創)의 장편 만화. 27세의 신예가 그린 작품이라기엔 놀라울 정도로 탄탄한 구성과 획기적인 세계관으로 온갖 상을 휩쓸었고 단행본 판매도 일찌감치 100만부를 돌파, 2013년부터는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송중이다.

 

배경은 인류가 갑자기 나타난 거인들의 습격으로 멸종 직전인 가상의 시대. 살아님은 인류는 높이 50m 성벽 도시 안에 대피해 일시적이나마 평온을 유지하게 된 지 100년이 흘렀다. 하지만 어느날,  그 성벽 위를 넘겨다 볼 수 있는 초대형 거인이 등장하며 한 순간에 인류는 다시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만화의 인기와 함께 수없이 많은 패러디가 등장했다. 가장 자주 패러디되는 것은 초대형 거인이 성벽 너머로 인류를 바라보는 첫 장면과 그 장면에 깔리는 그 날, 인류는 떠올렸다. 놈들이 지배하던 공포를. 새장 속에 갇혀 지낸 굴욕을이라는 대사다. (추천 검색어: ‘진격의 맥도날드’, ‘진격의 금붕어’) 최근 무한도전에서도 정준하의 신체적 위력을 진격의 준하라는 자막으로 빗대 표현하는 등, 터무니없이 크거나 강력한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자주 사용된다.

 

P.S. ‘進擊巨人이란 일본어 제목과 ‘Attack on titan’이라는 영어 제목 사이엔 뭔가 괴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진격의 거인이란 한글 제목도, 한국어의 의미에 맞추려면 거인의 진격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게 바로 진격의 장미칼입니다.

(원작을 모르는 분들은 덜 재미있을 수 있는...^^)

 

여담이지만 진격 시리즈를 잠시 소개합니다.

 

 

 

         진격의 금붕어

 

 

 

           진격의 백금붕어

 

 

  진격의 맥도날드

 

 

 

사랑과 진격 ㅋㅋㅋ

 

 

 진격의 식욕

 

 

 

 

 

그리고 진격의 축구공

 

 

 

죄송합니다. 이건 패러디는 아니군요.^^

 

이 축구공은 지금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보는 즉시 인증샷을 찍어 두시기 바랍니다. 찍어 두시면 좋은 일이 있습니다.

 

http://home.jtbc.co.kr/Event/Event.aspx?prog_id=PR10010216&menu_id=PM10018402

 

모든 이벤트는 중복응모가 가능합니다.^^

 

 

 

 

가짜 싸이 [고유명사]

본명: 드니 재완 카레(Denis Jae Wan Carre)

2013년 칸 영화제에 등장했던 싸이와 닮은 인물. 신원이 밝혀지기 전에는 네티즌들에 의해 짜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의 정체는 드니 재완 카레라는 이름의 프랑스인. ‘재완이라는 미들 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계 입양아다. 올해 34인 카레는 현지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한 나이트클럽에서 사람들이 나를 가리키며 싸이다!’라고 외친 뒤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의 대 혼란이 벌어졌다. 이후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싸이가 내 인생을 바꿔 놨다고 밝혔다. 최근 나이트클럽 등에서 싸이 닮은꼴로 행사 등에 출연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의 눈으론 그리 닮은 편이 아니지만 칸 현지에서는 진짜 싸이라고 믿은 사람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싸이도 대인배답게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받아들인 듯. 그가 개설한 페이스북 ’Gangnam Denis’도 칸 해프닝 이후 4000여명의 팬이 몰리는 등 인기 급상승중이다.

 

 

 

 

 

 

 

 

기내 라면 [명사]

: 항공 여객기 내에서 기내식 혹은 간식으로 먹는 라면

 

기내 라면이 정확하게 라면이냐 컵라면이냐를 구분하지 않은 보도 때문에 상당 기간 혼란이 있었다. 현재 국적기 규정에 따르면 1등석은 봉지 라면을 끓여서, 비즈니스석은 대형 컵라면을 익힌 뒤 그릇에 담아서, 그리고 이코노미석은 컵라면에 물을 부어 용기 그대로 서비스하는 것이 원칙이다. 컵라면이든 라면이든 1등석과 비즈니스석은 항상 제공 가능하지만, 이코노미석은 일부 노선에서만 제한적으로 공급된다.

 

최근 승무원 폭행 사건의 핵심으로 등장한 라면의 맛에 대해 본래 기내에서 먹는 라면은 맛이 없다는 주장이 일었다. 그 원인으로 신형 기종인 A380의 기내 전압이 안전 문제로 80V 이하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전압이 낮다는 것은 화력이 약한 불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라면 조리의 달인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여객기내의 낮은 기압이다.

 

표고 1m 고공의 정상 기압은 0.2기압. 물론 항공사들은 승객들이 고산병으로 쓰러지는 일을 막기 위해 인공 가압(pressurization)을 통해 기내 기압을 0.8기압 정도까지 올려 놓는다. 그래도 기내에서 물의 끓는점은 섭씨 80도 정도다. 높은 산에서 밥이 설익듯, 압력솥을 쓰지 않는 한 기내에서 알맞게 익은 라면을 먹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컵라면의 조리법이 애당초 끓이는 것이 아니라 불리는(macerate) 것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차이가 나겠느냐는 주장이 있다. 라면이 제공되지 않는 이코노미석에서도 승무원에게 잘 보여(“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라면을 얻어먹어 온 베테랑 승객들의 의견을 따르면, 기내에서 라면 맛 타령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배가 불렀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현재까지 등장한 설명 가운데 가장 설득력있는 쪽을 골랐습니다.

 

아무튼 저도 기내라면 참 좋아하는데요, 저도 곧 먹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국적기를 타고 단 한번도 승무원이 불친절 근처에라도 간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가끔씩 불친절과 차별대우를 호소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체 그 분들은 평소에 다른 서비스업 종사자들로부터, 혹은 회사 직원들이나 가족들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고 사시는지 참 궁금해지곤 합니다.

 

(아, 물론 승무원 말고 항공사의 다른 분야 직원들, 그리고 항공사의 업무 처리 스타일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한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K 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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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013년의 상반기가 마감되고 있습니다. 뭐 구구절절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반기도 즐거운 나날 계속되시길.

 

7월은 덥고 짜증나는 달이니 휴가와 여유있는 전시 관람 중심으로 짜 봤습니다. 특히나 5월이 공연의 달이라면 7,8월은 전시의 달이라고 할 정도로 방학 철을 앞두고 온갖 주최사들이 잔뜩 힘을 준 전시들이 이어집니다.

 

이번엔 알폰소 무하 전과 스튜디오 지브리 전이 눈길을 끕니다. 아울러 아래 사진의 브레겐츠 오페라 라이브 연결도 권장.

 

 

 

  

 

10만원으로 즐기는 7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휴가철의 문화생활이란 어떤 걸까. 직접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미켈란젤로의 천정화와 베르니니의 조각들을 직접 만나 보는 것?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할인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 다 좋은데, 당장 그런 팔자가 안 되는 사람들은 이번 달 가이드를 잘 읽어보도록. 서울에 앉아서도 잘 찾아보기만 하면 얼마든지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가장 먼저 추천해야 할 공연은 황병기 배병우 양방언의 토크 콘서트 동양 풍경이야. 가야금의 황병기, 사진의 배병우, 피아노의 양방언이라면 이미 대한민국의 각 분야에서 확실한 명성을 굳힌 거장들이지. 이런 거장들이 뭉쳐 90분 동안 뭘 보여준다면 3만원은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해. 73일 국립극장에서 단 한 차례 공연.

 

이 공연을 놓친다면 퓨전 국악 기획 공연 여우락(여기 우리의 음악이 있다)’의 다른 공연들을 눈여겨 봐. 양방언 한영애 김수철 등 믿고 볼만한 이름들이 꽤 있어.

 

지난번에 브레겐츠 호반 오페라에 대해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올해 휴가철을 맞아 메가박스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내놨어. 그것도 브레겐츠 현지에서 올해 717일부터 무대에 오르는 신작 공연을 라이브로 보는 기회야.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베니스의 상인(19)’과 모짜르트의 마술 피리(20)’. 특히 후자에 눈길이 가. 매번 공연 때마다 연출자들이 머리를 짜내 다양한 특수효과로 장식해 온 작품인데, 역시 늘 창의적인 연출로 화제를 만들었던 호수 위의 무대에서 어떤 연출이 이뤄질지 궁금해. 3만원.

 

이달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두 전시가 돋보이네.

 

 

 

 

우선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이 있어. ‘이웃집의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등 걸작 애니메이션의 밑그림이 된 스케치 1300여점을 볼 수 있어. 15천원. 더 설명이 필요한가?

 

 

 

 

또 하나는 알폰소 무하의 작품들이 나오는 아르누보와 유토피아전이야. 20세기 초 체코 출신 화가 알폰소 무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그의 작품을 보면 하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어. 너무나 친숙한 그림들이기 때문이지.

 

혹자는 연습장 표지계의 거장’, ‘순정만화 그림체의 창시자라고 비하하기도 하지만, 그건 이 화가의 놀라운 영향력에 대한 질시의 표현이라고 봐. 아무튼 알폰소 무하를 검색해서 나오는 작품들을 보고 결정해.  12천원.

 

, 휴가용 서적 추천. 휴가 때 정의란 무엇인가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을 사람은 패스. 아무래도 휴가 때는 뭔가 머릿속이 말랑말랑해지는 소설이 최고지.

 

 

 

 

추천 1번은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Gone Girl)’. 얼마 전 트위터에 최근 10년 동안 읽은 책 중 재미로 치자면 최고라고 했더니 많은 분들이 관심글표시를 했던데 과연 몇 명이나 실제로 읽었나 궁금해.

 

이 소설은 시골 출신 수재 닉이 뉴욕에서 나고 자란 부잣집의 천재 딸 에이미와 결혼해 5년이 지난 뒤의 얘기야. 5년째 되는 날, 에이미가 사라져. 그리고 이런 소설의 특징대로 남편이 용의자로 지목되지. 그런데 그 뒤로 이 소설은 적어도 다섯 번, 독자에게 반전의 스릴을 느끼게 해.

 

주의사항. 여기까지 읽었으면 절대 인터넷 블로그든, 신문 기사든, 서평 기사를 검색하지 마. 너무나 뻔뻔스럽게 스포일러를 노출한 작자들이 한둘이 아니야. 지금 상태에서 그냥 믿고 책을 찾아 읽든, 아니면 그냥 읽지 마. 인터넷 가격으로 12천원 내외.

 

 

 

또 한 권은 픽션이란 제목의 단편집이야. 닉 혼비, 닐 게이먼 등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영미권 작가들의 골때리는단편들을 모은 책이지. 레모니 스니켓이 쓴 서문을 읽어 보면 이 책에 참여한 작가들이 가장 혐오하는게 바로 진부함이라는 걸 알 수 있어.

 

작품 하나 하나가 발랄한 상상력 그 자체야. 뭣보다 피서길 흔들리는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읽기에도 적절해 보여. 11천원 내외.

 

그럼 밤에 배 잘 덮고 자고, 8월에 만나.

 

황병기 배병우 양방언의 토크콘서트 동양 풍경        3만원

브레겐츠 페스티발 오페라, ‘마술 피리                  3만원

미야자키 하야오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15천원

알폰스 무하, ‘아르누보와 유토피아                  12천원

길리안 플린, ‘나를 찾아줘                               12천원

닉 혼비 외, ‘픽션                                           11천원

 

11만원

 

 

 

 

올해 브레겐츠 페스티발 오페라 '마술 피리'의 준비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영상입니다. 독일어지만 그림만 보셔도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위에서 말한 브레겐츠 페스티발 오페라는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브레겐츠 호수 위에 설치된 무대에서 매년 여름 펼쳐지는 독특한 오페라입니다. 그때 "브레겐츠에 비길 만한 독특한 오페라 무대로는 이탈리아 베로나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이 있다"고 했는데, 올 여름에 브레겐츠와 베로나 무대를 모두 메가박스에서 현장 중계할 모양입니다.

 

(2월 가이드 참조: http://fivecard.joins.com/1093)

 

올해 브레겐츠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베니스의 상인'과 모짜르트의 '마술 피리' 입니다. '마술 피리'는 웬만한 분들은 직접 보시지 못했어도 제목은 들어 보셨거나 밤의 여왕이 부르는 가장 유명한 아리아 '지옥의 불길은 내 마음에 타 오르고 Der hoe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를 잘 아실 겁니다.

 

브레겐츠 오페라는 무대의 제한을 독특한 공간 연출로 승화시킨 놀라운 무대로 유명한데, '마술 피리'는 대대로 연출자들의 상상력을 시험해 온 작품입니다. 따라서 이 무대와 작품의 만남은 매우 기대되는 경우죠. 브레겐츠 무대가 감이 안 오는 분들을 위해 2011년 '안드레아 세니에'의 프로모 영상입니다.

 

 

 

 

이건 2009년의 '아이다'. 본래의 배경 이집트를 현대 뉴욕과 접목시킨 상상력이 그럴듯합니다. 아무튼 무대 미술은 놀랍습니다. 관객이 찍은 듯한 영상인데 분위기를 보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사실 윗글에는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베니스의 상인'을 작곡한 차이코프스키는 우리가 잘 아는 '백조의 호수'의 표트르 차이코프스키가 아니라 폴란드 작곡가 앙드레 차이코프스키(1935~1982)입니다. 그리고 '베니스의 상인'은 그의 유작으로, 이번 브레겐츠 공연이 세계 초연이라는군요.

 

 

 

                                  (이 양반이 앙드레 차이코프스키...)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를 읽고 난 다음 많은 분들의 소감을 들어 봤습니다. 의외로 여자들보다 남자들의 호응이 훨씬 컸고, 특히 결혼 생활을 경험해 보신 분들의 공감도가 훨씬 높았다는 점이 참 특이하더군요.

 

사실 서평이든, 영화 리뷰든,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그 책이나 영화를 스스로 보기 전에는 가급적이면 남의 리뷰를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어처구니없는 스포일러도 짜증나지만, 그 작품의 진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어설픈 리뷰는 감상을 해칠 뿐입니다. (원래 리뷰란 작품을 감상한 뒤, 남들은 나와 생각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기 위해 있는 겁니다.^^)

 

그래도 어떤 작품을 볼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리뷰를 참고하고 싶다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내가 믿을만 하다고 생각하는 리뷰어의 글만 보라'는 정도입니다. 이 말은 어찌 보면 '나와 코드가 맞는 리뷰어'라고 쓰는 게 더 적절할 듯 합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것과 달리 세상에 '모든 사람이 극찬하는 걸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디 워'를 보더라도 내가 만족하면 그걸로 그만이죠. 세상에는 '내가 보기에 재미있고 훌륭한 작품'을 다른 사람이 욕하면 벌컥 화를 내는 바보들이 있는데, 전혀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그 사람이 믿을만한 리뷰어인지는 경험이 축적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전에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어떤 작품에 대한 특정 리뷰어의 글을 읽어 보고, 그 글이 내 생각(혹은 취향)과 대략 일치한다는 느낌이 들면 일단 신뢰할 수 있는 리뷰어의 리스트에 올려 놓아도 좋을 겁니다.

 

이 대목에서 또 '이 바쁜 세상에 언제 내가 그런 리뷰어 따위까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냥 그대로 사시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외식 한번을 하려고 인터넷 블로그들을 검색할 때에도 이 블로거가 용돈 받고 맛있다고 써 주는 사람인지, 소신껏 자기 판단에 따라 쓰는 사람인지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결론은 뭐든 제대로 즐기려면 최소한의 관심과 노력은 필요한 법입니다. 그게 귀찮으면 그냥 집에서 열심히 리모콘을 조작하면서 '채널은 많은데 왜 이렇게 볼게 없냐'고 짜증이나 내시는게 좋겠죠.

 

아무튼 리뷰는 함부로 읽으면 안 됩니다. 아래 리뷰는 '절대 읽으면 안 되는' 리뷰의 좋은 예입니다. '나를 찾아줘'를 이미 읽어 보셨거나, 소설 따위는 전혀 관심 없는 분들만 보시기 바랍니다. 극악의 스포일러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다시 한번 주의: '나를 찾아서'를 읽어 보려고 생각하시는 분은 절대 보면 안 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2&aid=0002320918

 

 

'픽션'의 대표작가로 소개된 닉 혼비는 영화 '어바웃 어 보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와 '피버 피치(영국 영화)'의 원작자입니다.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문장이라면 당대 최고 중 하나죠.

 

아무튼 이 정도면 멀리 휴가 못 가는 분들도 7월을 즐기기엔 손색 없어 보입니다. 그럼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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