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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입니다.

 

이 코너를 쓰기 시작하고 13번째 글. 그러니까 1년이 돌았다는 얘깁니다.

 

새해 준비, 1년의 마무리...이런 말들에 너무 크게 의미 두고 갑갑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생 뭐 있나요? 한살 더 먹으면 그만이지. 사실 남들도 별거 없어요.

 

송년회 못 가고 야근하고 있으면 어떻습니까. 볼 사람들은 새해에 보면 돼요.

 

연말에 괜히 한 것도 없이 올해가 다 갔네 뭐 쓸데없이 자책하지 마시라고 한 얘깁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12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이 연재를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됐어. 세월 징하게 빠르군.

 

12월에 뭔가 문화생활을 하라고 권할 때에는 아무래도 크리스마스가 끼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커플인 사람들에게 이 날은 참 잘 넘기기 어려운 날이야. 솔직히 말해 1224일과 25일에 권하고 싶은 행동 강령은 아무리 재미있는 공연도, 아무리 멋진 콘서트도, 아무리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도그 두 날 만큼은 절대 가지 말라는 거야.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질문. 주위에 알만한 선배나 친척 어른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연인과 함께 보낸 즐거운 기억에 대해 물어봐. 없지? 없는 게 정상이야. 그럼 크리스마스에 데이트 하다가 힘들었던 기억을 물어봐.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늦게 왔다고 자리 빼서 싸운 얘기, 없는 돈에 마이클 볼튼 공연 예매했다가 차가 밀려서 앵콜 곡밖에 못 들은 얘기, 밤에 명동에서 술취한 여친 등에 업고 택시 잡느라 허리 부러진 얘기, 결국 택시 못 잡고 한남동에서 상계동까지 걸어서 집에 간 얘기 등등, 아마 끝없이 나올 거야.

 

젊어서 힘들었던 얘기가 뒷날의 추억이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냥 크리스마스고 뭐고 당장 군대를 가. 갔다 왔다고? 그럼 해병대 캠프라도 다시 가든가.

 

 

그렇다고 명색이 커플인데 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물론 그렇지. 관계가 꽤 성숙한 사람들은 쓸데없이 고생하지 말고 야외로 나가. . 이때도 빠져나가는 길이 엄청나게 밀릴 테니 일찍 출발하는 건 필수. 물론 당일 귀가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야. 대한민국, 특히 서울 주변에는 이런 커플들을 위한 인프라가 굉장히 발달해 있어.

 

아직 이러기엔 서먹서먹한 커플들, 살아 남으려면 뭉쳐. 서너 커플만 모아도 방 하나 빌리는 데 큰 부담은 안 될거야. 호텔엔 방이 없을 거야. 변두리 레지던스를 알아 봐. 넓은 거실, TV, 냉장고, 주방이 있어. 이런 날 한우 등심에 양주 한병이면 정말 추억에 남는 크리스마스를 만들 수 있어. 물론 이것도 비용이 꽤 들지만, 밖에서 인파에 치이고, 밀리는 길에 짜증내면서, 별로 대단치도 않은 레스토랑에서 비싼 돈 내고 짐짝 취급 받는 것보단 훨씬 나을 거라고 장담해.

 

솔로들은 어쩌냐고? 쓸데없이 모여 봐야 한숨만 나올 테니 괜히 모여서 스트레스만 더 받지 말고, ‘이런 날은 외출하지 않는게 내 원칙이라고 해. 그리고 집에서 특집 프로그램이나 봐. 폭설에 한파가 밀려오길 기도하면서. . 이런 얘기는 여기까지.

 

1211, 미샤 마이스키+서울시향의 ‘3 Concertos’. 이렇게 유명한 연주자의 비싼 공연을 추천하긴 처음이야. 하지만 5만원 짜리 예술의 전당 B석이라도, 연말이고 뭔가 감성적이면서도 고상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봐.

 

누구든 포털사이트에 초본데 좋은 첼로 곡 좀 추천해 주세요라는 질문을 올리면 아마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 그리고 생상스와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이 1,2,3번 댓글로 달릴 거야. 그런데 이 세 곡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면 아니 좋을 수가 없겠지. 3층이라도 충분히 즐길 만 해.

 

1212, 코리아심포니의 베토벤 교향곡 9합창’. 12월에는 합창을 들어야 한 해가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 용. 베스트셀러는 정명훈의 서울 시향 연주지만 1226일과 27일 모두 매진이야. 그 안으로 추천할 만한 공연. 3만원짜리 A석이면 1층에도 앉을 수 있고, 15천원 짜리 B석도 괜찮을 듯.

 

 

 

 

국립 현대미술관이 서울 소격동에 서울관을 오픈하면서 기념 전시에 들어갔어. 국가대표 설치 미술 작가라고 할 수 있는 서도호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집속의 집 속의 집을 비롯해 현재의 현대미술 지평을 그리는 연결-전개, ‘자이트 가이스트, ‘알레프 프로젝트전 등 모든 전시를 7000원에 볼 수 있지. 이런 건 일단 가 봐야 하지 않겠나?

 

겨울의 책이라면 역시 미스터리. 이번엔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 집을 추천하겠어. 미미 여사를 구태여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이분은 최근 2이란 이름으로 에도 시대를 무대로 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내놓고 있어. 이 작품군을 대표하는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외딴 집이야.

 

10페이지만, 미미 여사 특유의 탄탄한 구성과 감탄을 자아내는 디테일을 읽어 가다 보면 어느 새 입을 떡 벌린 시커먼 동굴로 떨어져 에도 시대의 일본 어촌 마을로 툭 떨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어느 시대나 힘 있는 자들의 게임 사이에서 희생되는 불쌍한 보통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

 

악인에 대한 응징과 복수가 시원하게 이뤄지는 활극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다음 내용이 알고 싶어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미미 여자의 마력은 이 작품에서 진정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날, 바닥에 배 깔고 귤 까먹으며 보기엔 최고야. 신간이 아니라서 상/ 2권 세트에 12500원이면 살 수 있어.

 

정리하면, 

미샤 마이스키, 3Concerto B 5만원

코리아 심포니, 베토벤 교향곡 9합창’, B 3만원~C 1500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통합 관람권 7000

미야베 미유키, ‘외딴 집/하권 12500

합계 99500~84500

 

 

 

 

그러니까 이렇게 얘기를 해도, 명절이며 이름 있는 날에는 뭔가 복작거리는 데서 지지고 볶아야 제맛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꼭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12월24일이면 코엑스, 대학로, 홍대앞, 명동 언저리는 미어 터지다 못해 분노 범죄의 온상이 되고, 곳곳에서 패싸움과 난동으로 경찰서 보호실까지 만원이 됩니다.

 

물론 공연장도 일찍 일찍 도착하고, 예약 시간에도 꼭꼭 맞춰 가고, 이런 날 바가지 씌우지 않는(대부분의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속이 이런 날은 '스페셜 디너 코스'라는 이름으로 평소엔 하지도 않던 메뉴로 10몇만원씩 커플들의 - 주로 남자 쪽의 - 등골을 빼놓죠) 착한 업소를 찾고, 어디 가서 술 한잔 걸쳐 분위기를 낸 뒤에도 안전하고 쾌적하게 귀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놓는다면(아마도 기사 딸린 리무진 외에는 별로 없을 듯 한데...) 뭐 아무 상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분들, 혹은 그러기엔 좀 사정이 열악한 분들은 저 위의 충고를 따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요즘은 아예 파티룸이라는 신종 공간도 임대 가능한 모양이던데 지금부터 서두르면 아직 남아있는 자리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싱글들은... 역시 위에 있는 행동강령을 따르시구요. 싱글들끼리 이런 날 밖에서 만나 봐야 우울증만 더 심해지고 사고 칠 가능성만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런 날 TV에서도 재미있는거 많이 하더라구요. 그래도 정 누구라도 만나야겠다 싶으면, 누구 하나 집에서 모이는게 제일 나을 거에요.

 

본론으로 돌아가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Kol Nidrei)는 '첼로라는 악기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들어야 할 곡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게다가 길이도 10분 정도.

'콜 니드라이'는 히브리어로 '신의 날'을 뜻한다고 합니다. 곡의 분위기는 곧 '참회의 기도'.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는 어렵지 않게 구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장에서 듣는다면 훨씬 강렬한 느낌.

 

 

이어서 하나 더 듣는다면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보다 조금 덜 알려졌다고 할 수 있지만 1악장부터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초절정의 기교는, 흔히 첼로라는 악기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뚱뚱하고 둔해 보이는 악기'라는 선입견을 확 날려 버립니다.

 

아울러 베토벤 교향곡 9번은 어쩌다 보니 연말의 '반드시 들어야 하는 선택' 처럼 된 느낌이라 소개했습니다. 지난해 서울 시향의 경우에는 '합창'과 모짜르트의 레퀴엠 공연이 모두 12월에 있어 분산되는 효과도 있었는데, 올해는 너무 몰린 듯.

한 해를 정리하는 느낌으로는 개인적으로 이 곡도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합창교향곡 만큼의 대중적 인지도는 없어서 덜 연주되는 듯 합니다. 물론 베토벤의 9번 교향곡도 4악장의 합창 부분이 잘 알려졌다 뿐이지 1,2,3악장은 그리 말랑말랑한 곡은 아닙니다만...^^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5악장의 피날레, 역시 합창 부분입니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런던 필하모니 연주.

 

 

혹시 이 곡을 모르시는 분이라면 위 피날레 부분 만이라도 들어 보시라고 강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나 총 1시간 30분의 대곡이 이 거대한 합창으로 마무리되는 시점의 감동이란. 내년 6월5일에는 서울시향 스케줄에 이 곡이 잡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내년 리스트에는 말러의 교향곡이 3곡(2번, 5번, 10번)이나 들어 있군요.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 집'은 첫 장을 열면 그야말로 에도 시대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섬세한 묘사가 일품입니다. 물론 이런 평가에는 필연적으로 취향이 큰 영향을 미치지만, 개인적으론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하나만 꼽으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이 '외딴 집'을 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럼 연말. 숙취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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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무언입니다만...

 

그러니까 여행도 좀 다녀오고 하느라고 11월을 건너 뛴 걸 잊고 있었다는.

 

아무튼 한 분도 '왜 11월은 없냐'고 재촉해 주시지 않은 점도 약간 원망스럽습니다.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

 

뭐, 지나갔지만 아 11월엔 이런 것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으로 봐 주시길.

 

대신 12월엔 정상적으로 퍼 올리겠습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11월의 문화가이드

 

잠시 훑어보니 클래식 쪽의 11월 라인업이 정말 화려해. 2~3일 모스크바 필, 11~12일엔 베를린 필 내한공연. 솔로이스트로는 정경화와 랑랑. 오페라의 해답게 예술의 전당에서만 네 편의 오페라가 올려지더군.

 

물론 베를린 필 공연(45만원짜리 R석은 약간 남아 있는지도) 7만원 짜리 C석은 아예 구하는게 불가능한 상황이야. 재수 좋게 구한다 해도, 과연 그런 공연에 7만원을 투자하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일까. 이게 바로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칼럼의 출발점이야.

 

그래. 45만원짜리 2장을 예매하면서 싸잖아. 베를린까지 가는 왕복 비행기표와 숙박료를 생각해 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틀린 말은 아니야). 단지 차는 안전이 최고라는 이유만으로 벤츠 S600을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물론 훌륭한 이유지).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좀 적은 비용으로 높은 문화적 효용을 누릴 수 있는 지혜를 나눌 필요가 있겠지. 그래서 이런 칼럼도 필요한 거고.

 

그런 의미에서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메조소프라노 막달레나 코체나(공연 포스터에 코제나라고 되어 있는데 체코 출신에 Kozena니까 코체나가 맞을 거야)의 첫 내한 공연에 한번 투자해봐. 사이먼 래틀 경을 못 보니 대신 그 부인을 만나 보라는 얘기만은 아니야.

 

코체나는 래틀과의 사이에 두 아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늘씬한 미모라는 점 때문에 더 유명해진걸 부정할 순 없겠지만 가창력으로도 세계 정상급이야. 특히 이번 공연의 주 레퍼토리인 초기 바로크 시대 음악엔 더욱 강점이 있지. ‘카르멘류의 선곡으로 관객에게 아부하려는 공연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산점. 좌석을 확인해 보니 2층 사이드가 5만원짜리 B석이야.

 

 

그 다음엔 112,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리는 바흐, 피아졸라를 만나다를 추천하고 싶어. 두 작곡가 모두 시공을 초월한 팬덤을 갖고 있지만 이렇게 하나의 무대로 엮는 건 그리 보편적인 접근은 아니야. ‘브라질 풍의 바흐를 작곡한 빌라 로보스도 아니고 피아졸라?

 

주최측의 설명은 “17세기 클래식 음악계에서 바흐가 했던 역할과 피아졸라가 그 시대에 했던 역할을 비교한다는 건데, 무엇보다 두 개의 세계 모두, 혹은 둘 중 어느 한 쪽에만 익숙해 있는 청중이라면 이런 식의 조합이 음악적 소양을 넓히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거야. 특히나 전문가 해설이 덧붙여진 경우라면. 55천원과 33천원인데, 전에도 얘기했지만 IBK홀은 그리 큰 공연장이 아니므로 33천원이면 충분하다고 봐.

 

 

 

 

아낀 돈으론 김환기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김환기, 영원을 노래하다를 보러 가.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1228일까지. 사실 그 자리에 늘 있는 환기미술관이니 100주년 기념 전시라 해서 특별히 다를 게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에 부암동 나들이도 하고 그러는 거야.

 

마지막으로 책. 사실 11월의 책이라면 뭔가 좀 사색적인 내용이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작 권하고 싶은 책은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개인적으로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은 여러 권의 책들 가운데 가장 바르셀로나에 가 보고 싶게 만든 책이기도 해. 물론 주의할 점은, 실질적인 가이드 북으로서의 역할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아. 몇 군데의 포스트를 소개하고 있긴 한데 정말 가 보라는 건지, 아니면 난 이런 데도 알고 있다고 자랑하는 건지 약간 경계가 불분명한 정도라고 보면 돼. 아무튼 책이 나온게 2006년이고 내가 산 2009년 이미 18쇄를 찍었으니 지금은 엄청나게 더 팔려 있겠지만, 일러스트만 봐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야. 1만원 내외.

 

사실 연극 당통의 죽음도 관심이 가긴 하는데 뷔히너의 원작을 읽어 본 것도 아니고, 이자람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추천하는 건 좀 부담스럽더라고. 다행히 하루 이틀에 끝나는 공연은 아니니까 본 사람들의 평을 눈여겨 보도록. 그럼 연말에 봐.

 

막달레나 코체나 내한공연    B 5만원

바흐, 피아졸라를 만나다      B 33천원

김환기, 영원을 노래하다   1만원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1만원

 

합계             103천원

 

 

 

 

막달레나 코체나의 노래 중 유명한 노래를 먼저 들어 봅니다.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의 '울게 하소서 Lascia ch'io pianga'. 어떤 분은 이 노래의 제목이 '파리넬리'라고 알고 계시기도.^

 

 

 

 

 

 

다음은 코체나의 주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바흐의 곡. 'B단조 미사(BWV 232)' 가운데서 '주님께 찬양 Laudamus Te' 입니다.

 

 

 

 

 

마지막은 래틀과의 협연.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베를린 필하모니와 함께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카르멘'을 공연한 적이 있는 듯 합니다. 그중 흔히 '집시의 노래'로 잘 알려진 '신나는 트라이앵글 소리 Les tringles des sistres tintaient' 부분입니다.

 

 

 

 

이걸로 11월은 조용히 건너 뛰고, 12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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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가을의 중심. 가장 풍요로운 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루 늦었습니다만, 아무튼 10월의 권장 소비 문화 행사를 정리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문화 소비는 '10만원 가이드'와 함께~~

 

 

 

 

10만원으로 즐기는 10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올해가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란 얘기는 이미 여러 번 해서 지겨울거야. 그래서 국내외에서 수많은 공연이 있었는데, 아마도 올해 한국에서 무대에 올려졌던 오페라 중에 지금부터 얘기할 공연만큼 의미 있는 무대는 없을 것 같아.

 

10 1, 3, 5일 예술의전당에서 올리는 파르지팔(Parsifal)’이야.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인 파르지팔은 아서왕 휘하 원탁의 기사 중 성배를 발견하는 기사 퍼시벌Perciva의 이야기를 모태로 하고 있어. 퍼시벌의 독일어식 표기가 파르지팔이지. 그리고 이 파르지팔은 이미 바그너의 초기작 로엔그린에서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의 아버지로 나와. 

 

아무튼 , 드디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페이지를 열었다가 헉 하고 놀랐어. 이 오페라의 주역인 구르네만츠 역으로 연광철 선생이 나온다는 거야.

 

참고로 바그너 오페라의 주역을 꿈꾸는 가수에게 최고의 무대는 잘 알려진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이야. ‘파르지팔도 바이로이트에선 거의 매년 공연되지. 그런데 연광철 선생은 거기서 5년 연속으로 구르네만츠 역을 맡았거든. 이건 한마디로 굴지의 바그네리안인 동시에 세계 최고의 베이스 가수로 인정받았단 뜻이야.

 

여기다 지휘를 맡은 로타 차그로젝(Rotha Zagrosek)도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음악감독을 역임한 바그너 전문 지휘자야. 또 악한 마법사 크링졸 역을 맡은 몇해 전 국내 음악회에서 본 바리톤 양준모도 미래가 촉망되는 성악가지. 한마디로 흥분되는 무대야.

 

 

당연히 아쉬운 건 가격인데, 오페라하우스 3 B석에 5만원 정도는 투자할만한 생각해. 경쟁 상대라면 1015일 신영옥이 질다 역을 맡는 리골레토가 있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이미 질다 역으로 재능을 인정받은 신영옥이니 누가 토를 달 수 없는 훌륭한 공연이겠지.

 

그런데 이 공연은 무대 장치 없이 콘서트 홀에서 약식으로 공연이 진행되는 콘체르탄테(concertante). 반면 파르지팔은 제대로 무대와 의상을 갖추고 하는 정식 공연이지. 비슷한 가격이라면, 이번엔 파르지팔을 권하고 싶어. , 물론 무조건 바그너 보다 베르디가 좋다는 사람은 취향을 따라야겠지.

 

 

 

다음은 전시. 지난 달에 로버트 카파전을 소개했으니 이번 달에는 라이프 사진전이야. TV나 영화의 위력이 요즘같지 않던 시절, 사진 저널리즘의 최고봉이었던 라이프(LIFE)’ 지는 지금까지도 그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잊혀지지 않고 있어.

 

이번 전시는 ‘people’ ‘moments’ ‘It’s life’라는 3개 섹션을 통해 1936~1972년 사이에 촬영된 140여점의 사진이 전시돼. 특히 관심을 끄는 건 ‘people’ 섹션이야. 윈스턴 처칠-아돌프 히틀러, 무하마드 알리-조 프레이저에서 김구-이승만까지 라이프의 앵글에 잡힌 20세기 대표 인물들의 모습이 자못 기대돼. 1125일까지. 12천원.

 

 

 

국립극장에선 9월부터 하반기 완창 판소리 공연이 재개됐어. 1019, 최승희 명창이 정정렬제 춘향가를 완창해. 지난 3월에 우리 나이로 여든인 성창순 명창의 심청가를 듣고 홀딱 반했는데, 올해 희수(喜壽)인 최승희 명창도 그 못잖은 관록을 보여 주실 거야. 워낙 고령이시니 따님인 모보경 명창을 비롯한 네 제자들이 분창자로 나와. 2만원.

 

 

 

최근 이 모 국회의원 사건과 주사파 논란을 보면서 존 르 카레의 영원한 친구라는 소설이 생각났어. 유럽에서도 한때 학생운동이 뜨거울 때가 있었지. 하지만 이상주의적 좌파였던 학생들은 나이를 먹어 가며 동서 양대 진영의 현실 정치 세력에 의해 도구가 되어 있는 자신들을 발견해. 그리고 세월이 흘러 소련과 동구가 몰락한 뒤, 이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 그로부터 꽤 긴 세월이 지난 어느날, ‘현장이 다시 이들을 찾아와.

 

이 소설의 결말과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그리 비슷하지는 않아. 단지 세상은 쑥쑥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여전히 젊은 날의 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게 공통점이랄까. 고전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러시아 하우스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그 뒤로 존 르 카레의 관심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아. 대략 12천원 정도.

 

마지막으로 놓치지 말고 지켜봐야 할 것이 간송미술관의 가을 개관이야. 매년 5월과 10월에만 꼭 보름씩 보물창고를 여는 독특한 진행인데, 그런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사진으로나 봐야 할 명품들이 나와. 게다가 이 전시는 공짜.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이번에도 10월 중에는 개관을 할 테니 다들 개관 소식을 기다려 봐.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 B    5만원

라이프 사진전                  12천원

최승희, 정정렬제 춘향가 완창    2만원

존 르 카레, ‘영원한 친구        12천원

간송미술관 가을 개관 전시       무료

 

합계 94천원

 

 

 

 

아시는 분들은 이미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베이스바리톤 연광철은 한국 음악계의 진정한 국보입니다. 실제로 해외에서 평가하는 한국 성악계의 최대 강점은 베이스에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쓸만한 강속구 투수가 없을 때 '어디 쿠바에서 배 타고 누가 도망 안 나오나' 하듯, 유럽 오페라 관계자들은 '소프라노는 발트해 연안에서, 베이스는 한국에서'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병운, 연광철, 전승현(아틸라 전) 등 스타들이 줄줄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현재 최고의 명성을 가진 스타는 바로 연광철.

 

일단 몸풀기 영상부터.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라이문도 역을 맡았습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와의 듀엣.

 

 

 

워낙 바그너 전문 가수로 잘 알려져 있어서 이탈리아 오페라에 출연한 모습은 저도 처음 봤습니다. 아무튼 가볍게 감상.

 

다음은 독일계 성악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슈베르트 가곡.

 

 

 

'겨울나그네' 중의 '밤 인사'입니다.

 

자, 다음은 대망의 '파르지팔'.

 

 

'파르지팔'은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입니다.

 

당연히 표면적인 주인공은 파르지팔 역의 테너지만, 바그너 오페라가 대개 그렇듯 테너의 역할은 사실 별게 없습니다. 전체 등장인물 중 맨 처음 무대에 오르는 기사 구르네만츠가 실질적인 주인공이죠.

 

그런데 연광철은 현역 최고의 구르네만츠로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의 '파르지팔'에서 5년 연속 구르네만츠 역을 맡았다면 뭐 더 할 말이 없는 거죠.

 

2012년 바이로이트에서는 성배수호자인 왕 암포르타스의 부하인 구르네만츠와 그 시종들에게 모두 천사 날개를 달았습니다. 12분30초 쯤 보시면 구르네만츠가 등장합니다.

 

 

아무튼 뭐 이 정도로 해 두겠습니다.

 

(참고로 '파르지팔'의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성 금요일의 음악'은 아주 오래 전 MBC 뉴스 타이틀 음악으로 쓰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라이벌이던 TBC 뉴스는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팡파레를 타이틀로 썼죠.^^)

 

 

신영옥이야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습니다만.

 

 

 

포레의 '월광'입니다. 아름답습니다.

 

이상하게도 신영옥이 질다 역을 맡은 영상은 유튜브에서 발견할 수가 없군요. 아무튼 맑고 투명한 소리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라노입니다.

 

 

 

 

 

존 르 카레의 '영원한 친구'는 사실 끝까지 읽고 나면 좀 허탈할 수도 있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1970년대, 80년대의 이념을 21세기에 적용한다는 건 결국 이렇게 끝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마무리이기도 합니다.

 

(위 사진은 '영원한 친구'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그룹 폭시 사진. 이 친구들은 요즘 어디가서 뭘 하는지...^^)

 

 

 

 

끝으로 간송 가을 전시는 13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간송미술관 정도 되는 소장품을 가진 미술관이 아직 공식 홍페이지도, 전시 안내도, 이번 전시의 주제에 대한 발표도 없다는 건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매번 전시를 할 때면 이런 국보급 문화재들을 가산을 털어 마련한 간송 전형필 선생의 업적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지만, 그 전시 방식이나 미술관의 운영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제가 알지 못합니다만, 언젠가는 좀 개선되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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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9월이 된걸 몰랐다구요~~~~!!!"

(아래 사진의 피터 핀치 같은 심정...)

 

 

 

 

10만원으로 즐기는 9월의 문화 가이드

 

9월이라고 갑자기 시원해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건 웬만큼 살았으면 다들 알았을 거야. 하지만 이러다 어느날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나면 파카 찾아 입기 바쁠테지. 요즘 점점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 겁나기도 해.

 

8월의 대한민국은 대형 록 페스티발의 도가니였지. 그만한 대형 행사는 아니지만 쏠쏠한 행사가 있네. 예술의 전당에서 9 7일과 8일 열리는 예술의 전당 재즈 페스타. 자라섬에서 서재페까지 다양한 재즈 페스티발이 있지만 라인업이나 가격, 위치로 볼 때 특이한 공연이야.

 

 

 

 

출연진은 재즈파크 빅밴드 with 정엽, 빛과 소금, 박성연&말로(7), 웅산 with MC스나이퍼, JK 김동욱, 전제덕, 서영도&이순용&구본암(8) 등이야. 이 정도에 1일권 55천원이면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하다고 봐. 물론 장소 특성상 이런 페스티발의 특전인 아무데나 주저앉아 먹고 마시기는 좀 힘들 지도 모르겠어.

 

 

 

전시 중에는 세종미술관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로버트 카파 100주년 사진전을 우선 꼽지 않을 수가 없네. 카파는 어느 스페인 병사의 죽음을 비롯해 20세기를 대표하는 종군 사진기자야. 카파가 누군지 몰라도 막상 사진을 보면 대개 , 이 사진할 사람이지. 그의 사진을 보다 보면 종군 사진기자란 누구보다 자신들이 실업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는 그의 말이 실감날거야. 1028일 까지. 12천원.

 

 

 

 

 

요즘 ‘mobile’이란 철자를 보고 모바일이라고 읽지 않으면 촌사람 취급을 받기 딱 좋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 전시장에선 모빌이라고 당당하게 읽을 수 있을 거야. 리움 미술관의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전이지.

 

,,고 미술시간을 경험한 사람에게 모빌이 뭔지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번 전시를 방문한 사람은 아마 칼더(미술시간엔 콜더라고 배운 사람도 있겠지)의 작품 중엔 움직이는 조각인 모빌과 안 움직이는 조각인 스태빌(stabile)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1020일까지. 8천원.

 

 

 

 

테드 창의 이름을 안다면 장르 문학에 꽤 관심이 있는 사람일거야. 국내에서 그리 지명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일단 읽어 본 사람들에겐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작가지.

최근 아주 오랜만에 테드 창의 신작이 번역되어 나왔어.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라는 제목이야. IT 쪽 전공이 아닌 사람은 한글 제목을 보나 영어 원제 The Lifecycle of Software Objects. 를 보나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걱정은 금물. 테드 창의 특기가 굉장히 과학적으로 보이는 설정을 전혀 전문적인 이해 없이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거야.

 

그런데 이 책도 좋겠지만 먼저 테드 창 걸작선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보라고 권하고 싶어. ‘바빌론의 탑’, ‘네 인생의 이야기’, ‘지옥은 신의 부재등 그의 대표작들이 거의 다 수록돼 있어. 그리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거야. 대략 1만원 정도.

 

마지막으로 최근 영화 설국열차더 테러 라이브가 흥행 대박이 나는 걸 보고 느낀 바가 많았어. 그래서 생각나는 작품들을 추천할게.

 

먼저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가 가졌던 문제의식을 36년 전에 더 신랄하게 짚어낸 시드니 루멧 감독의 네트워크.  1977년 아카데미 각본상, 남우주연상(피터 핀치), 여우주연상(페이 더너웨이), 여우조연상(베아트리스 스트레이트) 4개 부문을 수상한 수작이지.

 

치열한 시청률 경쟁이 벌어지던 어느날, 스타 앵커가 생방송 중 자신의 자살을 공언하면서 벌어지는 얘기야. 물론 기술적인 면에선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지만 상황의 박력이나 기상천외의 전개는 지금 봐도 놀라울거야.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직 1만원 이내에 구할 수 있어.

 

 

 

다음은 책. ‘설국열차팬들은 프랑스제 원작 만화를 사 보는 것도 좋겠지만 내가 떠올린 책은 배명훈의 연작소설집 타워. ‘설국열차가 기차 안에 온 세상을 쑤셔넣었다면 타워 674, 인구 50만의 거대 빌딩에 한 나라를 밀어 넣었어. 여기저기서 수시로 작렬하는 기발한 상상력이 A, 유머는 S급이야. 수록작품 중 타클라마칸 배달사고는 언제 봐도 감동적이지. 2009년작이라 책값도 7000원 정도.

 

그럼 10월에 보자고.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

 

 

예술의전당 재즈페스타             55천원

로버트카파 100주년 사진전         12천원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 전       8천원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1만원

배명훈, 타워                          7천원

영화 네트워크’ DVD                   1만원

 

합계                              102천원

 

 

 

음. 참 골라 놓고 보니 정말 주옥같군요.^^

 

배명훈 작가는 최근 '청혼'을 내놨군요. 아직 못 읽어 봤습니다. 그 사이 '신의 궤도', '은닉' 등을 내놨는데 지금까지 개인적인 선호로는 역시 '타워' > '신의 궤도' > '은닉' 입니다. '신의 궤도'는 장난기와 서정성의 조화가 가슴이 아린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만, '은닉'은 왠지 어딘가 너무 먼 곳으로 가 버린 듯 한 느낌.

 

지인 중 한 사람은 '타워'를 읽고 "언젠가 먼 훗날의 국어 교과서에 들어갈 작가"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어로 된 클래식을 남길 작가'라는 의미로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유명 작가의, 아마도 제목이 '112'가 될 작품은 전혀 기대하지 않습니다.)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역시 예상대로 멋진 작품입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신다면 이 책도 보지 않을 수 없을 듯.^^ 물론 개인적으로 평가할 때 그의 최고작은 아닙니다.

 

음악 소개를 안 했더니 영상으로 마무리할 게 없었는데 적절한 영상 발견.

 

알렉산더 칼더가 지인들을 상대로 자신의 철사 모형들을 갖고 진지하게 서커스 공연을 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무척 재미있습니다.

 

(PART1의 6분대에는 우리나라 '구구단 송'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멜로디가 들려옵니다. 아랍 쪽 노래인 듯 한데, 이 곡은 대체 뭘까요. 아는 분 계시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 영상물들은 1961년 제작된 것입니다. 칼더는 이런 공연을 수시로 펼쳤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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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조금 늦었습니다.;

 

아무튼 리스트 나갑니다.

 

더울 때 멀리 가 봐야 스트레스만 쌓입니다. 도심에서, 조용하게.^

 

 

 

 

 

10만원으로 즐기는 8월의 문화가이드

 

아직도 7월 말~8월 초에 휴가들을 가시나? 학생들 있는 집에선 소위 학원 방학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정말 그 시간에 가는 휴가지는 지옥과 별반 다를 게 없더군. 그러니까 학부형 아닌 사람들은 웬만하면 그 기간은 피하고,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해진 도심에서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납량특집으로 연극 한 편. 연극 우먼 인 블랙이 서울 대학로 둥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9월까지 네번째 연장 공연중이야.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이미지 세탁을 위해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지. 영화와는 달리 연극은 단 두 명의 배우만 등장하는데, 두 배우가 별다른 소품도 없이 수십명의 캐릭터를 종횡무진 연기하면서 극을 끌어갈 수 있다는 게 볼거리야. ‘건축학 개론건축과 교수님인 지성파 배우 김의성 주연. 33천원.

 

음악 공연 중에는 서울시향의 말러 9(830)이 눈길을 끌지만 일찌감치 매진. 추가 공연을 기다려 보고, 대신 31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셰익스피어 인 클래식 II’를 권하고 싶어. 이름 그대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와 맞닿아 있는 음악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야.

 

이렇게 강연과 음악이 버무려진 공연은 음악도 음악(테너 김재형, 피아노 윤홍천)이지만 해설자가 누구냐는 게 관건인데, 일단 김문경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면 신뢰해도 좋아. 풍부한 지식과 적절한 위트의 조합이 탁월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템페스트’,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로미오의 아리아 , 태양이여 솟아라등이 연주돼. 음악당이 아니고 IBK 챔버 홀이니 33천원짜리 뒷자리면 충분.

 

 

 

 

 

 

 

7월에도 전시 두가지를 소개했지만 8월이야말로 진정한 성수기. 이 대목에서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시크릿 뮤지엄을 추천하지. 한마디로 명화를 디지털 영상으로 분석해서 미술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내용이야. 루브르를 가 봤더라도 가서 모나리자밀로의 비너스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는 사람이 이 전시를 보면 , 내가 보기는 했지만 본 게 없는 거구나하고 느낄 점이 있을 거야. 12천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신중-불교의 수호신들도 추천하고 싶어. 신중(神衆)이란 부처나 보살보다 위계가 낮은 불교의 들을 말하는 거야. 그런데 사실 껍질을 벗겨 보면 다들 힌두교의 신들이지. 이를테면 제석천은 인드라, 범천은 브라흐마, 대자재천은 시바 신이 불교로 편입된 모습이거든. 이들이 불교 미술에서 어떻게 표현됐나를 보여주는 전시인데, 힌두 신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로울거야. 심지어 공짜. 당장 달려가.

 

일전에 제임스 설터의 어젯밤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이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인지 이번엔 장편이 번역되어 나왔어. 제목은 가벼운 나날(Light Years)’. 사실 이 책은 추천할까 말까 조금 망설였어.

 

줄거리만 보면 꽤 단순해. 꽤 성공한 건축가 비리 벌랜드와 사람을 잘 사귀는 미녀 네드라는 뉴욕 교외에 집을 짓고 두 딸과 개 한 마리를 키우는 부부야. 아름답고 통찰력있는 아내와 다소 소심하지만 착실하고 가정적인 남편, 누가 봐도 더없이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지.

 

하지만 네드라는 애당초 결혼으로 얽맬 수 없는 여자야. 어떤 양보나 희생도 그걸 바꿔놓지는 못해. 그렇게 두 남녀가 20여년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주 담담하게 펼쳐져 있어.

 

분야는 다르지만 글 써서 한 20년 먹고 산 사람으로서, 설터의 문장은 찬탄의 대상 그 자체야. 어쩌면 이 대목에서 이런 생략을. 어쩌면 이 대목에서 이런 살떨리는 비유를. 한마디로 놀라움을 자아내는 문장가야.

 

그렇게 대단한 작품인데 왜 추천을 주저했냐고? 과연 이 소설이 인생의 모든 국면을 맞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감동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야. 솔직히 내가 20대 때 이 소설을 읽었더라도 설터의 가공할 위력을 느낄 수 있었을 지는 잘 모르겠어.

 

그러니 혹 이 책을 읽다가 이게 뭐가 좋다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거든, 내 얘기를 기억하고 책장 구석에 처박아 뒀다가 한 20년 뒤에 다시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 (그런데 이런 얘길 하고 나니 문득 오래 전에 실망해서 읽다 만 책들이 문득 궁금해지네.)

 

덥다고 찬 음식 너무 많이 먹지 말고, 9월에 만나.  [끝]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은 잘 알려진 작품이면서도 다른 오페라들에 비해 캐스팅에 좀 민감한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최근 이 로미오/줄리엣 커플은 알라냐-게오르규 부부가 일단 나서고, 그 다음 알라냐-네트렙코(위 사진)에서 이번엔 남자가 바뀌어 비야존-네트렙코가 각광받습니다. 여기서 여자가 바뀌어 비야존-마차이제(아래 사진), 그리고 다시 한번 그리고로-마차이제가 현재 가장 각광받는 커플이 됐습니다. 한번은 남자, 한번은 여자가 바뀌는 순서가 매우 정례화되어 있는 듯.

 

어쨌든 유난히 출연하는 가수의 외모에 민감한 작품이다 보니 그리 많은 스타들이 이 역할을 맡지는 않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위 사진에 나오는 분들이 오페라계에서는 나름 비주얼 담당으로 꼽히는 분들이지만, 그래도 절대적 기준(!)에 따라 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느낌으론 그리 적절치 않죠.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R&J의 영상이 이런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듯 합니다.

 

아무튼 오페라를 소개했으니 노래 소개. 일단 줄리엣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나는 살고 싶어요(Je veux vivre)' 입니다. 1막 캐퓰릿 가의 파티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 조수미 버전.

 

 

 

 

 

 

그 다음은 로미오의 가장 대표적인 아리아. 바로 위에 소개한 '셰익스피어 인 클래식'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입니다. 니콜라이 게다가 부르는 '아, 태양이여, 떠올라라(Ah, Leve-toi Soleil)'

 

사실 위에서 한참 '캐스팅에 민감한 작품'이라고 했는데 이 영상을 보시면 왜 그런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오페라가 노래 실력 우선이라고 해도, 과연 이런 로미오를 보면서 작품에 몰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마르첼로 알바레스도 물론...^^

 

노래 실력이야 흠잡을 데가 없지만 이런 우렁찬 목소리가 과연 그렇게 어울리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그래서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이 노래에 특히 어울리는 목소리.

 

 

 

 

이 오페라의 에이스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롤란도 비야존과 안나 네트렙코의 '가세요, 당신을 용서하겠어요 Va! je t'ai pardonné'  

 

 

 

 

그리고 글을 맺기 전에...

'가벼운 나날'에 대한 감상은 위에서 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많은 글을 읽고 써 왔지만, 저 감상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아마도 글을 써 본 분들이라면 더욱 공감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나이 어린 분들은 이 글의 느낌을 충분히 즐기기 어려우실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추천은 하되, 혹 '이게 뭐야' 싶은 분들께는 책을 한 20년만 묵혀 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런 무책임한...;; )

 

그럼, 이런 글로는 9월에 뵙지요.

 

P.S. 위에 미처 적지 못한 볼거리로는 메가박스의 '라트라비아타' 베로나 원형경기장 공연 실황을 추천할 만 합니다. 아울러 짤스부르크 라이브도 있는데 이미 코엑스 M2관은 매진에 가까운 듯. 상영관이 여럿인데 평소 관객 수를 감안하면 아마도 동대문관이 가장 만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와 '돈 카를로'를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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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013년의 상반기가 마감되고 있습니다. 뭐 구구절절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반기도 즐거운 나날 계속되시길.

 

7월은 덥고 짜증나는 달이니 휴가와 여유있는 전시 관람 중심으로 짜 봤습니다. 특히나 5월이 공연의 달이라면 7,8월은 전시의 달이라고 할 정도로 방학 철을 앞두고 온갖 주최사들이 잔뜩 힘을 준 전시들이 이어집니다.

 

이번엔 알폰소 무하 전과 스튜디오 지브리 전이 눈길을 끕니다. 아울러 아래 사진의 브레겐츠 오페라 라이브 연결도 권장.

 

 

 

  

 

10만원으로 즐기는 7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휴가철의 문화생활이란 어떤 걸까. 직접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미켈란젤로의 천정화와 베르니니의 조각들을 직접 만나 보는 것?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할인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 다 좋은데, 당장 그런 팔자가 안 되는 사람들은 이번 달 가이드를 잘 읽어보도록. 서울에 앉아서도 잘 찾아보기만 하면 얼마든지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가장 먼저 추천해야 할 공연은 황병기 배병우 양방언의 토크 콘서트 동양 풍경이야. 가야금의 황병기, 사진의 배병우, 피아노의 양방언이라면 이미 대한민국의 각 분야에서 확실한 명성을 굳힌 거장들이지. 이런 거장들이 뭉쳐 90분 동안 뭘 보여준다면 3만원은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해. 73일 국립극장에서 단 한 차례 공연.

 

이 공연을 놓친다면 퓨전 국악 기획 공연 여우락(여기 우리의 음악이 있다)’의 다른 공연들을 눈여겨 봐. 양방언 한영애 김수철 등 믿고 볼만한 이름들이 꽤 있어.

 

지난번에 브레겐츠 호반 오페라에 대해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올해 휴가철을 맞아 메가박스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내놨어. 그것도 브레겐츠 현지에서 올해 717일부터 무대에 오르는 신작 공연을 라이브로 보는 기회야.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베니스의 상인(19)’과 모짜르트의 마술 피리(20)’. 특히 후자에 눈길이 가. 매번 공연 때마다 연출자들이 머리를 짜내 다양한 특수효과로 장식해 온 작품인데, 역시 늘 창의적인 연출로 화제를 만들었던 호수 위의 무대에서 어떤 연출이 이뤄질지 궁금해. 3만원.

 

이달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두 전시가 돋보이네.

 

 

 

 

우선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이 있어. ‘이웃집의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등 걸작 애니메이션의 밑그림이 된 스케치 1300여점을 볼 수 있어. 15천원. 더 설명이 필요한가?

 

 

 

 

또 하나는 알폰소 무하의 작품들이 나오는 아르누보와 유토피아전이야. 20세기 초 체코 출신 화가 알폰소 무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그의 작품을 보면 하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어. 너무나 친숙한 그림들이기 때문이지.

 

혹자는 연습장 표지계의 거장’, ‘순정만화 그림체의 창시자라고 비하하기도 하지만, 그건 이 화가의 놀라운 영향력에 대한 질시의 표현이라고 봐. 아무튼 알폰소 무하를 검색해서 나오는 작품들을 보고 결정해.  12천원.

 

, 휴가용 서적 추천. 휴가 때 정의란 무엇인가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을 사람은 패스. 아무래도 휴가 때는 뭔가 머릿속이 말랑말랑해지는 소설이 최고지.

 

 

 

 

추천 1번은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Gone Girl)’. 얼마 전 트위터에 최근 10년 동안 읽은 책 중 재미로 치자면 최고라고 했더니 많은 분들이 관심글표시를 했던데 과연 몇 명이나 실제로 읽었나 궁금해.

 

이 소설은 시골 출신 수재 닉이 뉴욕에서 나고 자란 부잣집의 천재 딸 에이미와 결혼해 5년이 지난 뒤의 얘기야. 5년째 되는 날, 에이미가 사라져. 그리고 이런 소설의 특징대로 남편이 용의자로 지목되지. 그런데 그 뒤로 이 소설은 적어도 다섯 번, 독자에게 반전의 스릴을 느끼게 해.

 

주의사항. 여기까지 읽었으면 절대 인터넷 블로그든, 신문 기사든, 서평 기사를 검색하지 마. 너무나 뻔뻔스럽게 스포일러를 노출한 작자들이 한둘이 아니야. 지금 상태에서 그냥 믿고 책을 찾아 읽든, 아니면 그냥 읽지 마. 인터넷 가격으로 12천원 내외.

 

 

 

또 한 권은 픽션이란 제목의 단편집이야. 닉 혼비, 닐 게이먼 등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영미권 작가들의 골때리는단편들을 모은 책이지. 레모니 스니켓이 쓴 서문을 읽어 보면 이 책에 참여한 작가들이 가장 혐오하는게 바로 진부함이라는 걸 알 수 있어.

 

작품 하나 하나가 발랄한 상상력 그 자체야. 뭣보다 피서길 흔들리는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읽기에도 적절해 보여. 11천원 내외.

 

그럼 밤에 배 잘 덮고 자고, 8월에 만나.

 

황병기 배병우 양방언의 토크콘서트 동양 풍경        3만원

브레겐츠 페스티발 오페라, ‘마술 피리                  3만원

미야자키 하야오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15천원

알폰스 무하, ‘아르누보와 유토피아                  12천원

길리안 플린, ‘나를 찾아줘                               12천원

닉 혼비 외, ‘픽션                                           11천원

 

11만원

 

 

 

 

올해 브레겐츠 페스티발 오페라 '마술 피리'의 준비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영상입니다. 독일어지만 그림만 보셔도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위에서 말한 브레겐츠 페스티발 오페라는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브레겐츠 호수 위에 설치된 무대에서 매년 여름 펼쳐지는 독특한 오페라입니다. 그때 "브레겐츠에 비길 만한 독특한 오페라 무대로는 이탈리아 베로나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이 있다"고 했는데, 올 여름에 브레겐츠와 베로나 무대를 모두 메가박스에서 현장 중계할 모양입니다.

 

(2월 가이드 참조: http://fivecard.joins.com/1093)

 

올해 브레겐츠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베니스의 상인'과 모짜르트의 '마술 피리' 입니다. '마술 피리'는 웬만한 분들은 직접 보시지 못했어도 제목은 들어 보셨거나 밤의 여왕이 부르는 가장 유명한 아리아 '지옥의 불길은 내 마음에 타 오르고 Der hoe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를 잘 아실 겁니다.

 

브레겐츠 오페라는 무대의 제한을 독특한 공간 연출로 승화시킨 놀라운 무대로 유명한데, '마술 피리'는 대대로 연출자들의 상상력을 시험해 온 작품입니다. 따라서 이 무대와 작품의 만남은 매우 기대되는 경우죠. 브레겐츠 무대가 감이 안 오는 분들을 위해 2011년 '안드레아 세니에'의 프로모 영상입니다.

 

 

 

 

이건 2009년의 '아이다'. 본래의 배경 이집트를 현대 뉴욕과 접목시킨 상상력이 그럴듯합니다. 아무튼 무대 미술은 놀랍습니다. 관객이 찍은 듯한 영상인데 분위기를 보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사실 윗글에는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베니스의 상인'을 작곡한 차이코프스키는 우리가 잘 아는 '백조의 호수'의 표트르 차이코프스키가 아니라 폴란드 작곡가 앙드레 차이코프스키(1935~1982)입니다. 그리고 '베니스의 상인'은 그의 유작으로, 이번 브레겐츠 공연이 세계 초연이라는군요.

 

 

 

                                  (이 양반이 앙드레 차이코프스키...)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를 읽고 난 다음 많은 분들의 소감을 들어 봤습니다. 의외로 여자들보다 남자들의 호응이 훨씬 컸고, 특히 결혼 생활을 경험해 보신 분들의 공감도가 훨씬 높았다는 점이 참 특이하더군요.

 

사실 서평이든, 영화 리뷰든,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그 책이나 영화를 스스로 보기 전에는 가급적이면 남의 리뷰를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어처구니없는 스포일러도 짜증나지만, 그 작품의 진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어설픈 리뷰는 감상을 해칠 뿐입니다. (원래 리뷰란 작품을 감상한 뒤, 남들은 나와 생각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기 위해 있는 겁니다.^^)

 

그래도 어떤 작품을 볼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리뷰를 참고하고 싶다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내가 믿을만 하다고 생각하는 리뷰어의 글만 보라'는 정도입니다. 이 말은 어찌 보면 '나와 코드가 맞는 리뷰어'라고 쓰는 게 더 적절할 듯 합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것과 달리 세상에 '모든 사람이 극찬하는 걸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디 워'를 보더라도 내가 만족하면 그걸로 그만이죠. 세상에는 '내가 보기에 재미있고 훌륭한 작품'을 다른 사람이 욕하면 벌컥 화를 내는 바보들이 있는데, 전혀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그 사람이 믿을만한 리뷰어인지는 경험이 축적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전에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어떤 작품에 대한 특정 리뷰어의 글을 읽어 보고, 그 글이 내 생각(혹은 취향)과 대략 일치한다는 느낌이 들면 일단 신뢰할 수 있는 리뷰어의 리스트에 올려 놓아도 좋을 겁니다.

 

이 대목에서 또 '이 바쁜 세상에 언제 내가 그런 리뷰어 따위까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냥 그대로 사시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외식 한번을 하려고 인터넷 블로그들을 검색할 때에도 이 블로거가 용돈 받고 맛있다고 써 주는 사람인지, 소신껏 자기 판단에 따라 쓰는 사람인지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결론은 뭐든 제대로 즐기려면 최소한의 관심과 노력은 필요한 법입니다. 그게 귀찮으면 그냥 집에서 열심히 리모콘을 조작하면서 '채널은 많은데 왜 이렇게 볼게 없냐'고 짜증이나 내시는게 좋겠죠.

 

아무튼 리뷰는 함부로 읽으면 안 됩니다. 아래 리뷰는 '절대 읽으면 안 되는' 리뷰의 좋은 예입니다. '나를 찾아줘'를 이미 읽어 보셨거나, 소설 따위는 전혀 관심 없는 분들만 보시기 바랍니다. 극악의 스포일러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다시 한번 주의: '나를 찾아서'를 읽어 보려고 생각하시는 분은 절대 보면 안 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2&aid=0002320918

 

 

'픽션'의 대표작가로 소개된 닉 혼비는 영화 '어바웃 어 보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와 '피버 피치(영국 영화)'의 원작자입니다.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문장이라면 당대 최고 중 하나죠.

 

아무튼 이 정도면 멀리 휴가 못 가는 분들도 7월을 즐기기엔 손색 없어 보입니다. 그럼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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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문화가이드가 조금 늦었습니다. 물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건 아닙니다.

 

벌써 7개월째 소개를 하고 있는데 일정한 패턴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미리 소개 드립니다. 1년 내내 시리즈로 펼쳐지는 공연들이 있습니다. 좋은 공연이고, 추천하고 싶은데 그 공연들을 줄줄이 소개하면 매달 똑같은 추천을 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죠.

 

이를테면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2년에 걸쳐 총 32곡을 4곡씩 8회의 공연으로 연주)나 국립극장의 완창 판소리 시리즈(6월22일에도 공연이 있죠) 같은 공연은 할 때마다 매번 소개하는 건 지면의 낭비인 듯 합니다. 물론 그 달에 추천할만한 적당한 공연이 영 없으면 다시 등장하겠지만(^^), 가능하면 한번도 소개하지 않은 공연을 추천하는게 의무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이달도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6월의 문화가이드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5월에 비해 6월은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야. ‘호국 보훈의 달’이라는 이름에다 현충일과 6.25가 있고, 예전부터 문화 행사보다는 추모/궐기 행사가 많은 달이지.


하지만 사실 6월에 행사가 적은 진짜 이유는,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로 이어진 5월의 지나친 지출로 6월은 조용히 그늘에서 쉬는 달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 그래도 잘 찾아 보면, 너무 큰 지출 없이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 바로 이런 칼럼이 필요한 달이지.

연재 시작할 때부터 ‘왜 뮤지컬은 소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꽤 있었어. 사실 안 한 건 아닌데, 아마도 클래식 공연에 비해 적다고들 느낀 모양이야. 사실 대부분의 뮤지컬 공연은 너무 고가라서 이 칼럼과는 인연이 없었지. 정한 예산이 10만원인데 ‘자, 20만원짜리 티켓을 사서 이 공연을 봐. 그리고 다음달은 쉬어’ 이럴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단가를 맞추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창작 뮤지컬들을 소개하기도 곤란해. 국산 뮤지컬 중에도 ‘빨래’나 ‘김종욱찾기’처럼 생명력이 검증된 작품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은 마니아용이야. 어지간한 라이선스 공연은 다 졸업하고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 눈을 반짝이는 관객들이 먼저 판단을 해 줘야 하는 공연들이지.

어떤 장르든 입문용 작품은 이미 추려져 있어. 오페라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 같은 걸 보여주면 한참 자다 일어나서 다음부턴 오페라란 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켜. 뮤지컬도 ‘그리스’나 ‘브로드웨이 42번가’ 같은 작품으로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 초심자에게 ‘레미제라블’을 보여주면 의외로 지루하다는 반응이 많아.

 

 


그런 의미에서 서울 디큐브센터에서 6월30일까지 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 를 추천하고 싶어. 고전 중의 고전인데다 ‘이런 게 바로 브로드웨이 쇼구나’하는 화려함에 흠뻑 빠질 수 있거든. 역시 비싸지만 6월의 수요일(5,12,19,26일) 낮 공연은 30% 할인이야. A석이면 3만5천원.

출연자 개개인보다 전체의 앙상블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A석이라도 괜찮아. 그리고 이걸로 자신의 ‘뮤지컬 적성 테스트’를 해 보라는 거지. ‘아, 이거야말로 내 취향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적금을 들어. 극장에 취직하든지.

 

다음. 중급용으로 ‘멤피스’라는 뮤지컬이 있어. 본 조비 밴드의 키보드 연주자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작곡한 작품인데, 2010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작곡상/극본상/편곡상을 휩쓸었지. 2009~2012년 사이 브로드웨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추천 받는 공연이었는데 아직 한국에선 공연된 적이 없어.

 

 


그런데 메가박스에서 5월부터 ‘멤피스’의 2011년 브로드웨이 공연 실황을 상영중이야. 무대와 가장 비슷한 곳에서 현장감을 느끼며 볼 수 있는 기회지. 이런 상연의 기회가 반가운 건 나중에 국내에서 라이선스로 공연이 이뤄질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거지. 굳이 브로드웨이까지 가지 않아도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 있어. 2만원.

 

음악으로 넘어가 볼까? 6월에도 수많은 공연들이 있지만 가격대 성능비를 고려해 볼 때 '바흐 특집'인 디토 페스티발을 추천하고 싶어. 그 중에서도 6월15일의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전곡 연주에 눈길이 가. 요요 마나 미샤 마이스키 같은 세계적인 첼로 비르투오조들에 의해 인기 높은 곡이지. 하지만 이 곡을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연주하는 걸 들어 본 사람은 흔치 않을 거야.

 

 

무반주 첼로 조곡 하면 생각나는 바로 이 곡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중 1번 곡의 전주곡입니다. 그러니까 '무반주 첼로 조곡 전곡'이라고 하면 이런 곡이 6곡씩 1번부터 6번까지, 총 36곡이라는 얘기죠.


 

6월1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2013 디토 페스티발 에서는 ‘삼색바흐’라는 제목으로 리처드 용재 오늘(비올라), 마이클 니콜라스(첼로), 디쑨 장(더블베이스)이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해. 세 사람이 각각 두 곡씩 맡아 독주로 들려주는 거지. 그야말로 날이면 날마다 오지 않는 이색 연주야. S석(4만원) 추천..

 

 

예산이 거의 찼네. 이번엔 살짝 초과해 보자고. 올 여름의 블록버스터 기대작 중에 ‘월드워 Z’라는 작품이 있는 걸 알고 있나? 사실 장르 문학, 특히 더 좁혀서 좀비 장르의 독자들에겐 너무나 유명한 소설 ‘세계대전 Z ’가 원작이야.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영화화 판권을 놓고 경쟁을 벌인 끝에 피트가 이겼지. 물론 자기가 주인공도 맡고.

 

맥스 브룩스가 쓴 원작은 지금껏 나온 좀비 장르의 소설들 가운데 가장 스케일이 커. 그 전까지의 좀비 이야기들이 대부분 좀비 창궐로 인한 인류 문명의 멸망과 생존자들의 필사적인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건 아예 국가 단위의 ‘대 좀비 전쟁’ 판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읽어볼만 한 책이야.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면 8천400원 선.


6월은 이렇게 보내. 7월에 보자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낮 공연 A석                              3만5천원
뮤지컬 ‘멤피스’ 실황 상영                                                       2만원
디토 페스티발 - 삼색 바흐(무반주 첼로협주곡)                        4만원
맥스 브룩스, ‘세계대전 Z’                                                  8천400원

합계                                                                          10만3천400원

 

 

 

 

 

 

'세계대전 Z'는 형식면에서도 매우 독특합니다. 그냥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소설의 형식이 아니라 정교한 가짜 보고서와 가짜 인터뷰의 결합이죠. 그런데 그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작가 맥스 브룩스가 만만찮은 양의 정보를 종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한 밀리터리 매니어가 만들어 낸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인류의 상황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사회경제학적 통찰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소설 '세계대전 z'가 더욱 흥미롭기도 합니다.

 

사실 원작을 읽고 나면, 이 방대한 규모와 시각을 가진 작품을 그대로 영화로 옮기는 것은 재앙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한 사람의 주인공을 뽑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죠. 게다가 소설은 '할리우드적'인 영웅담을 조소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강조하는 인류애나 인권에 대한 생각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을 때에도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에 매우 회의적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미 만들어진 예고편만으로도 원작 마니아들은 대단히 영화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원작이 갖고 있는 정서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영화 제작자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세계대전Z' 처럼 지적이고 냉소적인 작품을 그대로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었다간 투자자들로부터 테러를 당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소수의 '독자'들에겐 통할 지 모르지만 대다수 '관객'들에겐 용납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아무도 보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를 통해 원작 '세계대전Z'를 평가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실 분이든 아니든, 원작 '세계대전 Z'는 꼭 한번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단순한 '모험소설'이나 '공포소설'은 결코 아닙니다.

 

 

 

 

클래식계 훈남들이 늘 등장하는 디토 페스티발은 올해도 바흐를 주제로 다양한 공연이 열립니다. 위에서 소개한 무반주 첼로 조곡 3인 연주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지름은 각자 알아서 하시길.^

 

 

 

마지막으로 멤피스는 감명이 꽤 커서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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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문화가이드] 이달부터는 가능한 한 빨리 안내를 제공합니다. 일단 책과 조율해서, 책에 이 칼럼이 매달 마지막 주, 그러니까 '5월 가이드'는 4월 마지막 주에 실리도록 조정했습니다.

 

매년 5월은 엄청난 행사의 폭풍이 밀어닥치는 때입니다. 미처 이 지면에 소개하지 못한 수많은 소/대형 공연이 쌓이는 시절이죠. 특히 올해는 지난번, 지지난번에도 소개드렸듯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라 관련 공연/콘서트/행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 4월26일에는 서울시향이 콘체르탄테 형식(이게 뭔지는 아래 칼럼 참고)으로 베르디의 마지막 걸작으로 불리는 '오텔로'를 공연했습니다. 같은 시기, 오페라극장에서는 역시 베르디의 '돈 카를로'를 공연하고 있었죠.

 

정명훈의 '오텔로'는 유감없이 훌륭했습니다. 오텔로 역을 맡은 테너 그레고리 쿤드의 연기력은 정말 발군이더군요. 물론 오텔로가 갖고 있는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은 위대한 장군'의 모습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배신당해 비탄에 빠진 남편'이라는 두 모습 중 앞쪽의 표현에는 좀 아쉬움이 있었지만(특히 처음 등장하는 Esultate! 신에서 박력이 좀..), 후자 쪽의 연기는 뛰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공연에서 가장 빛을 발한 사람은 아무래도 이아고 역의 베이스 사무엘 윤(바로 위 사진)이었을 겁니다. 셰익스피어 원작 '오셀로'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역할인 이아고 역인 만큼 '오텔로' 역시 이아고의 연기력에 성패가 달린 작품이죠. 사무엘 윤은 그 역할을 넘치게 해 냈습니다. 왜 주변에도 있잖습니까. 머리도 좋고 능력도 있는데, 워낙 마음이 꼬여서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자기도 망하고, 남도 망치는 그런 사람. 캐릭터 해석이 눈부셨습니다. 탄탄한 목소리는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레고리 쿤드, 사무엘 윤 등 26일 '오텔로'의 주요 출연진은 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베르디의 '레퀴엠' 공연에도 그대로 다시 등장합니다. 이건 아래 칼럼에선 소개하지 않았는데 올해의 추천 공연 중 하나죠. 별도 추천이라고 생각하고 시간 되시는 분들은 구경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도 갑니다.)

 

그럼 이달의 추천, 시작합니다.

 

 

 

 

 

 

5월의 주제는 바그너.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2013년은 동갑내기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야. 시간과 돈만 해결된다면 올 여름 바이로이트로 날아가 한국인 베이스 전승현(Attila Jun)이 하겐 역으로 등장하는 니벨룽의 반지를 보고 싶지만 그건 이 칼럼의 영역은 아니지. 일단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두 개의 공연부터 살펴보자고.

 

첫째는 5 7일 열리는 서울시향의 바그너 특집 그레이트 시리즈 I(지휘 정명훈)’, 둘째는 522일 열리는 KBS교향악단의 바그너 콘체르탄테(지휘 카이 뢰리히)’. 전자는 지난 2월 예정됐던 공연인데 지휘자 정명훈의 허리 부상으로 연기된 거지.

 

공연 제목의 콘체르탄테(concertante)오페라 콘체르탄테를 줄여 쓴 것인데,  무대나 조명은 생략하고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가수들이 나와 노래로만 공연하는 오페라를 가리키는 말이야. 특히나 바그너 오페라는 무대를 구현하는 데 워낙 큰 돈이 들기 때문에,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공연하는 경우가 꽤 흔한 편이야. 서울시향도 지난해 역시 바그너 오페라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공연한 적이 있어.

 

아무튼 두 공연 모두 바그너의 대표적 기악곡으로 꼽히는 탄호이저서곡이나 신들의 황혼에 나오는 지그프리트의 죽음등을 빼놓지 않고 들을 수 있어. 그렇다면 가격을 비교해 보자고.

 

같은 공연장이니 A석끼리 비교하자면 KBS 교향악단은 5만원, 시향은 6만원. KBS 싸 보이지만 좌석배치도를 보면 또 다르지. KBS 쪽은 반드시 A석이라야 2층 사이드를 살 수 있고 B석은 모두 3층이지만 시향은 한 등급 아래인 B(3만원)을 사도 2층 사이드에 앉을 수 있어.

 

그러니까 정확한 비교는 KBS(A 5만원)와 시향(B 3만원) 사이에서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이 가격 차이가 바로 오페라 콘체르탄테의 가격이라고 해야겠지. ‘발퀴레의 줄거리를 이 짧은 지면에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날 공연되는 발퀴레1막은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통틀어 가장 로맨틱한 대목이라고 해도 좋아. 특히 지그문트의 아리아 겨울 바람은 우아한 달빛에 길을 열어 주고(Wintersturme wichen dem Wonnemond)’를 듣고 나면 바그너도 이런 서정적인 곡을 쓸 수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거야.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바그너 오페라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사라질 수도 있고.

 

 

골랐으면 그 다음엔 525,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완창 판소리, 임현빈의 강도근제 수궁가를 꼭 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 ‘아니 이제 판소리까지?’ 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토요일 오후, 한 네 시간 만 투자해 봐. 판소리라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나 하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거야.

 

단 공연장 앞에서 파는 가사집(2천원)은 꼭 사서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어. 아무래도 판소리 가사를 귀로만 듣고 이해하는 건 어려울 거야. 오페라 공연 처럼 무대 옆으로 자막을 넣어 주면 더 좋겠지만, 3월까지는 그런 서비스가 없었어. 그러니 가사집을 보면서 감상하는게 현명할 거라고 봐. 아무튼 재미있어. 믿어 봐.

 

 

오랜만에 전시. 리움 미술관에서 금은보화 미장센 전을 동시에 기획해 전시하고 있어. 전자는 삼한시대 이후 대한제국까지 우리 조상들이 금, 은과 옥, 수정, 호박 등 보석들을 이용해 만든 공예품의 정수를 보여줘. 글자 그대로 금은보화지. 저게 대체 시가로 따지면 얼마쯤 될까 생각하면서 보면 꽤 흥미로울 거야.

 

미장센 전은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사건들 속에서 한 장면에 집중해 연출 기법을 가미한 미술 작품들에 대한 전시야. 말로 설명하긴 쉽지 않지만, 리움 홈페이지에서 설명을 읽으면 느낌이 올 거야. 아무튼 기획 전시 2개에다 상설 전시까지 모두 볼 수 있는 데이 패스(Day Pass) 13천원. 다 돌고 나면 퍽퍽한 다리와 함께 , 뭔가 문화적으로 충만한 하루를 보냈구나하는 포만감에 절대 본전 생각은 나지 않을 거야.

 

 

 

마지막으로 이달의 책 한 권.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가 쓴 심야치유식당이라는 책이 있어. 제목만 보고 이건 또 뭐야, 일본 만화 심야식당의 아류작인가?”하고 휙 던져 버릴 분도 있겠지만 한 챕터라도 읽어 보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 거야. 이미 꽤 알려져 시리즈 2권까지 나온 책이지만, 인생이 퍽퍽하고 고달프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겐 자못 실질적인 위안을 주는 책이야.

 

전직 정신과 의사인 철주가 노 사이드라는 바를 차리고, 병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크고 작은 문제들을 갖고 있는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지. 읽다 보면 골치아픈 문제들이 서서히 씻겨 나가는 느낌이 들어. 그리고 저자인 하지현 박사가 술집을 내면 꼭 찾아가 보고 싶어져.

 

그럼 구경 잘 하고. 내달 말에 또 보자고.

 

 

서울시향, ‘그레이트 시리즈 I’(A 6만원, B 3만원)

KBS 교향악단, ‘바그너 콘체르탄테’(A 5만원)           1, 3만원~6만원

임현빈, ‘강도근제 수궁가완창                         2만원

리움 금은보화 전’ + ‘미장센 전                         13천원

하지현, ‘심야치유식당                                 13천원

 

합계                                                76천원~106천원 (끝)

 

 

이달은 참 풍성하고 가격대 성능비도 매우 높은 물건들이 많아 개인적으로 흐뭇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두 개의 바그너 공연, 그리고 5월2일의 베르디 '레퀴엠' 공연을 한데 묶어서 고려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겨울바람...'은 바그너의 가장 강력한 발라드 중 하나입니다. 혹자는 '바그너와 이런 달달한 사랑 노래는 어울리지 않아!'라고 하기도 하지만 '탄호이저'에 나오는 '저녁별의 노래'와 함께 '바그너도 발라드(?)를 작곡할 수 있다'는 증거로 보이는 곡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존 비커스 풍의 다소 명징한 목소리가 이 노래의 이상에 더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위에 소개한 요나스 카우프만의 노래도 일품이죠.

 

그리고 처음에 소개한 전승현, 사무엘 윤 같은 베이스-바리톤 가수들은 서울대 연광철 교수를 비롯해 요즘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바그너 가수들입니다. 이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상식이지만, 이미 유럽에서는 "한국인 베이스가 없으면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을 치를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산 베이스의 성가가 높습니다.

 

요즘 '명 테너의 산지'는 전 세계로 흩어져 있지만 '발트해 연안 출신의 소프라노'와 '한국산 베이스'는 그야말로 믿고 쓰는 브랜드라고나 할까요.

 

연광철이 '파르지팔'의 구르네만츠 왕 역을 맡은 2012 바이로이트 실황입니다. 워낙 긴 영상인데 약 12분 쯤에 연교수님이 날개를 달고 첫 등장합니다.

 

 

 

(여담이지만 '파르지팔'의 메인 테마인 '성 금요일의 음악'은 아주 아주 오래 전 - 흑백 TV 시절 - MBC TV 뉴스 시그널로 쓰인 적이 있는데 혹시 기억하시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다음은 슈타츠호퍼의 '라인의 황금'에 거인(?) 파졸트 역으로 출연한 영상.

 

 

유명한 연교수님은 이쯤 해 두고, 베이스 전승현(Attila Jun)이 슈트트가르트에서 '발퀴레'에 출연한 영상입니다. 훈딩 역을 맡아 지글린데를 열심히 학대하고 있군요.

 

무대가 너무 미니멀해서 약간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만.^

 

 

 

이 전승현이 올해는 바이로이트에서 '신들의 황혼'의 하겐 역을 맡게 됐다고 합니다.

 

강렬한 카리스마의 하겐(어쩌면 '신들의 황혼'에서는 지그프리트보다 중요한 역으로 보이기도 하는) 역은 전 세계의 베이스 가수들에겐 꿈의 역할입니다. 물론 훌륭한 선배들이 이미 길을 닦아 놓은 역할이기도 하죠.

 

역시 한국인 베이스 강병운(Phillip Kang)이 하겐 역을 맡은 1992년 바이로이트 실황. 개인적으로 이 오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Hoi Ho 신입니다.

 

 

 

사무엘 윤은 직접 눈으로 보시도록 하고^^.

 

좋은 공연이 넘쳐나지만 빠뜨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 바로 완창 판소리 공연입니다.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비싸지도 않습니다. 2만원인데다 심지어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회원 가입만 해도 20% 할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연의 만족도는 최강입니다.

 

2천원짜리 가사집(심청가, 춘향가, 수궁가, 흥보가 사설이 들어 있습니다) 하나만 사시면 대비는 끝. 이걸 무시하고 자신의 귀만 믿으면 그건 판소리를 절반만 즐기겠다는 뜻이 됩니다. 분명히 한국어 공연이지만, 고사성어와 약간의 고어가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에 귀만으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저는 지난달에 성창순 명창과 제자들의 공연으로 '심청가'를 봤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여태 모르고 있었나 매우 아쉬웠습니다. 특히나 올해 우리 나이로 여든을 맞으신 성창순 명창의 관록과 재미는 명불허전. 이런 양반들이 나이드시는 게 진정으로 안타깝더군요.

 

마지막으로 '심야치유식당'. 어렵거나 시간 걸려 읽을 책이 아닙니다. 요즘 저자 하지현 박사는 민음사에서 나온 주력상품 '예능력' 홍보에 여념이 없지만 그래도 아직 대표작은 '심야치유식당'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나 정말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느낌.

 

'심야치유식당'이 마음에 드시면,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 되시면 '예능력'에도 관심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5월의 추천은 여기까지. 혹시라도 이 란의 추천때문에 보시고 만족하신 공연이나 볼거리가 있으면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그런게 글 쓰는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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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문화 생활 가이드] 변명으로 시작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시간이 유수와 같다 보니 큰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뭐 관심있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이 '10만원으로 즐기는 문화생활 가이드'는 얼마전 창간된 주간 문화매거진 '매거진M'에 실리는 칼럼입니다.

 

이 칼럼이 실리는 시점이 3월 마지막 주였다면 아무런 부담 없이 이쪽으로 끌고 올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매달 첫호에 실리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달의 경우는 4월 5일이었던 셈이죠.

 

지면에 칼럼을 쓰는 처지에, 아무리 제가 쓰는 것이긴 하지만 지면에 쓴 칼럼이 읽히기도 전에 블로그로 퍼올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기다리다가 깜빡 시점을 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추천 공연인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공연 일정이 지나 버렸더군요. ;;; (아, 물론 제가 추천하는 공연을 제가 모두 보러 가는 건 아닙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4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이젠 봄내음이 물씬 나지? 3월이 발레의 달이었다면 4월은 음악의 달이야.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예술의전당 개관 25주년 기념 행사로 치러지고 있는 코리언 월드 스타 시리즈. 신영옥(45), 장한나(429), 조수미(430) 등 진짜 월드스타들이 홈커밍데이 행사를 하는 셈이지. 특히 장한나는 첼로 연주자 아닌 지휘자로 황병기 교수와 협연한다니 관심이 아니 갈 수 없지.

 

문제는 가격이야. 화려한 출연진에 비하면 과히 비싸다고 할 수 없지만, 3~12만원은 약간 부담스럽기도 해. B석이라도 조수미 장한나의 무대를 놓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괜찮은 기회지만, 아무래도 이 지면이 지향하는 공연은 아닌 것 같아. 그래도 일단 소개는 했어.

 

 

대신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건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야. 설마 김선욱이 누군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피겨 스케이팅에 김연아, 수영에 박태환이 있다면 피아노에는 김선욱이 있다는 괴물이야. 백건우 정명훈 이후 한국을 빛낸 수없이 많은 스타 피아니스트들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선욱은 특이해. 뭐랄까, 아이돌의 자질을 가진 클래식 스타랄까?

 

김선욱은 지난해부터 LG아트센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 중이야. 그 다섯 번인 413일은 17번부터 21번까지 연주하는 날. 특히 첫 곡인 17템페스트’ 3악장은 영화 하녀에서 이정재가 연주한 곡으로도 유명하지. 비교될 거라고? 천만에. 연주하는 김선욱을 현장에서 보면 이정재가 오징어로 보인다는 사람도 많아. R석은 7만원이지만 3만원 짜리 A석으로 즐기는 게 바로 문화가이드 정신이지.

 

또 매년 4월은 예술의 전당에서 한달 내내 교향악축제가 열리는 달이지. 생소한 사람도 있겠지만, 매년 전국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이 서울 예술의 전당으로 상경해 각자 자존심을 걸고 공연을 펼치는 행사야. 평소 예술의전당 문턱이 높아 보였던 사람이라면 R3만원, S 2만원이라는 티켓 가격도 매력적이지. S석이면 충분해.

 

레퍼토리에 따라 취향 껏 찾아 보는 게 행사 취지에 맞는 감상이지만, 굳이 딱 하나만 골라 추천하라면 417일 열리는 수원 시향(지휘 김대진)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협연을 보라고 하고 싶어.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와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생상스 교향곡 3번이면 매치도 그만이지. 이제 손열음과 김선욱의 스승으로 더 유명한 마에스트로 김대진의 지휘를 즐겨 보도록.

 

 

모처럼 연극 한편? 마침 대학로에서는 연극 광해 21일까지 공연 중이야. 영화 광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고, 광해가 연극으로 개작되어 공연 중이라는 것도 꽤 알려졌을 거야.

 

사실 같은 줄거리를 놓고 영화와 연극을 어떻게 차별화할 지가 제작진의 고민거리였을 텐데, 그 부분에선 꽤 훌륭해. 오히려 대본의 완성도는 영화보다 우수하다고 해야 할 것 같아. 영화에서 구멍으로 보였던 부분들이 싹 사라졌어. 출연진의 화려함으로 치자면 이병헌-류승룡-한효주가 나온 영화에 비길 수 없겠지만, 광해/하선(배수빈, 김도현)-허균(박호산, 김대종)-중전(임화영) 라인업도 매력적이야. 특히 영화에선 상징으로 처리됐던 하선의 뒷얘기가 궁금한 사람들이 볼만한 작품이기도 하더군. S석은 35천원.

 

볼만한 공연이 많다 보니 나머지는 책 한 권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4월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프라하의 묘지.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진자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이번엔 19세기 음모설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괴문서 유대 장로들의 의정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특유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했어.

 

그렇다 보니 이 책은 너무나 한국인들의 정서를 꿰뚫는 느낌이야.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폐부를 찔러. 예를 들면 극중 회의주의자 게동이 하는 이런 말을 들어 봐.

 

무엇하러 책을 쓰고 감옥에 간단 말입니까? 책을 읽는 사람들은 원래 공화주의자이고, 문맹이라서 책을 읽지 못하는 농민들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보통 선거권을 얻어도 독재자를 지지하는 판에.” 물론 루이 나폴레옹이 제2공화정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스스로 황제가 되어 제2제정 시대를 연 당시의 프랑스 정국을 비꼰 것이지만, 오늘날에도 기막히게 와 닿는 얘기가 아닌가 싶어. 그런 의미에서 한번 읽어볼 만 한 책이야.

 

 

김선욱,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시리즈          3만원

연극 광해                                             35천원

교향악 페스티발 중 1                                 2만원

움베르토 에코, ‘프라하의 묘지                           12500원 내외

 

 

 

 

자칫하면 연극 '광해'의 종영도 지나쳐 버릴 참입니다. 21일까지.

지명도는 당연히 배수빈이 앞서지만 김도현-임화영 커플의 앙상블이 더 좋다는 평도 있습니다. 아무튼 보실만 합니다.

 

'프라하의 묘지'는 에코 선생의 전작들에 비해 그리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오랜만에 보는 흥미진진한 책입니다. 솔직히 말해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 등과 이 분의 작품을 비교해 보자면, 단행본 3권짜리 어린이용 삼국지와 10권짜리 박종화 삼국지(혹은 이문열 삼국지)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아무튼 음모설 좋아하기로는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듯한 한국인들이 꼭 봐야 할 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문득 또 위에 인용한 문장이 마음에 걸리네요. 음모설 따라다니는 분들이 이런 책을 읽을 리가 없고, 이런 책 읽을 사람은 이미 음모설은 그냥 음모설이라는 걸 아실 분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재미있습니다. 강추.

 

왠지 부실한 포스팅이 된 듯 한 느낌이라 사죄의 의미로 벚꽃 짤방.

 

 

 

 

찍어놓고 보니 천녀유혼 배경 같군요.

내년 봄까지 벚꽃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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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신입생의 달입니다. 뭐 학생들이라면 딱 신입생이 아니더라도 신입생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맞는 달이기도 하죠. 직장인들에게는 크게 다를 것 없는 달이지만 말입니다.

 

3월에는 여기저기서 꽤 그럴싸한 문화행사가 펼쳐집니다. 지난달에 비해 매우 풍성해 보입니다. 특히 이번 문화가이드상으로 3월의 테마는 '발레'. 뭐 저도 개인적으로 크게 발레에 관심있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번 달엔 모처럼 저렴한 가격에 고품격 발레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좀 있어서 소개합니다.

 

어쨌든, 뭐든 최대한 가격 배리어를 넘고 보자는 문화가이드 정신.

 

3월분을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3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3월이야. 직장인들은 설 연휴나 스키 휴가가 이미 지나간 꿈이라는 게 안타깝고, 학생들은 뭔가 새 학기의 분주함과 설렘으로 마음이 바쁠 때지. 또 애인 있는 남자들은 314, 화이트데이를 어떻게 넘길까 고민하게 되어 있고, 솔로들은 이런 고민이 마냥 배부른 투정으로 보이는 달이기도 해.

 

사실 지난달에 발렌타인 데이용 스케줄을 소개하지 못해 좀 찜찜했는데, 올해는 314일에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공연이 있어. 그것도 갑자기 생겼어.

 

본래 서울시향은 315일에 베토벤의 3중협주곡과 교향곡 7번을 공연할 예정이었어. 이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지. 그런데 표 못 산 분들이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14일에 추가 공연 스케줄이 생긴 거야.

 

베토벤 교향곡은 전부 9곡인데 그중 3,5,6,9번에는 부제가 있지. 사실 웃자는 얘긴데, 클래식에 별 조예가 없는 사람일수록 곡의 제목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그래서 부제가 없는 다섯 교향곡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곡이 바로 7번이야. 개인적으로는 5운명다음으로 대중적이고 매력적인 곡이라고 생각해(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타이틀로 괜히 쓰인 게 아님). 3만원짜리 B석 권장. 단 화이트데이 데이트라면 이날 교통 정체가 심할 테니 시간 잘 맞춰야 할 거야.

 

다음. 3월의 테마 장르는 발레야. 남자들 중엔 발레란 말만 들어도 낯빛이 어두워지는 사람이 있겠지만, 마침 이번 달엔 저렴한 가격에 클래식 발레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두 가지나 있어.

 

하나는 319일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 물론 이번 시즌 들어 열리는 6차례의 공연 중 세번째지만 이번엔 좀 특별해. 주제가 ‘17세기 말부터 19세기 말까지 클래식 발레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 이름도 유명한 백조의 호수라 바야데르를 소개해.

 

백조의 호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 생략. 그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인도를 배경으로 한 라 바야데르지젤이나 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클래식 발레를 대표하는 작품이야. 게다가 국립 발레단은 올해 49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이 작품을 공연할 예정이란 게 포인트야. 팬들로선 예술의 전당 공연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하이라이트를 미리 볼 수 있는거지. 해설까지 곁들여서.  2만원.

 

또 하나는 38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되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물론 비싸. R석은 10만원이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 없어. 1만원짜리 C(4)도 있으니까 내가 과연 발레를 좋아하는지, 한번쯤 테스트해 볼 수 있어. 혹시 알아? 지금부터 발레에 확 꽂힐 수도 있잖아. 나라면 이미 검증된 백조 강예나의 11일 공연으로 적성검사를 해 볼 것 같아.

 

 

, 그럼 DVD 코너. 아시겠지만 올해는 1813년생 동갑인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행사가 준비되고 있어. 여러분도 여기에 살짝 동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야. 현재 나와 있는 DVD 중에서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건 안나 네트렙코와 롤란도 비아존이 출연한 라 트라비아타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발 실황 공연이야.

 

DVD는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어. 일단 전 세계적으로 오페라 DVD 시장을 살려 놓은 타이틀로 평가돼. 왜냐. 흔히 오페라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뚱보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가 폐병 걸려 애처롭게 죽어가는 장르라고 비웃곤 하는데, DVD를 보면 그런 말을 못 해. 당대의 미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주인공이기 때문이지.

 

그렇다고 네트렙코가 노래도 못 하면서 얼굴로 미는 인물이냐면 절대 그렇지 않아. 노래는 물론이고 연기도 A급이지. 게다가 빌리 데커라는 천재 연출가가 만들어 낸 미니멀한 무대도 감탄을 자아내. 그야말로 소장가치 100점의 DVD. 인터넷에서 2700~25000원 정도에 살 수 있어. (주의사항: 한글 자막이 있는 상품인지 꼭 확인할 것.)

 

마지막으로 3월의 책은 이시은 작 짜릿하고 따뜻하게.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일본의 히트 광고 카피와 해제를 모아 놓은 책인데, 만약 어떤 일에서든 새로운 영감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어. 후루룩 한번에 읽어 보기는 좀 아깝고, 생각날 때마다 한 챕터씩 읽어보는 화장실 용 책으로도 활용가치가 높아 보여. 인터넷으로 11000원 정도.

 

말이 많았는지 작별할 공간이 없네. 4월에 만나.

 

 

서울시향 베토벤 교향곡 7                         3만원

국립발레단 해설이 있는 발레                          2만원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1만원

DVD ‘라 트라비아타                                  2700~25천원

책 짜릿하고 따뜻하게                                 11000

                                                     96천원

 

 

발레는 발레고, 여기서 저화질 동영상으로 보여드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발레는 현장에서 볼 때가 다르고, 뭔가 좌정하고 볼 때 또 다릅니다. 정말 다르더라구요.  

 

그리고 "나 발레 봤는데 그거 영 나랑 안 맞는 것 같아"라고 하시는 분들께 '뭘 봤냐'고 물으면 절대 다수가 '호두까기 인형'이라고 합니다. 뭐 훌륭한 작품이지만, '호두까기 인형'을 보고 발레가 맞지 않는다고 하는 건 '해리 포터'를 보고 난 다음에 "난 영화는 이제 안 볼래"라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만치 발레에도 여러 가지가 있죠.

 

특히 추천 공연인 11일 강예나의 공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백조 중 하나인 강예나가 스스로 '백조는 이제 마지막'이라고 부르는 공연입니다. 여러 모로 의미가 있죠.

 

그리고 이번 달에 추천한 '백조의 호수'나 '라 바야데르'는 '지젤'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등과 함께 고전 발레를 대표하는 명작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전 발레만 발레라고 생각하셔도 곤란합니다. 시대의 변천과 함께 모던 발레도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지 킬리안(Jiri Kylian: 이 스펠링에서 대체 왜 이런 발음이 나오는지 제가 설명할 길은 없지만 체코어로는 이렇게 표기한다고 합니다)의 발레 소품 'Petite Mort(작은 죽음)'을 보시면 '이런 발레도 있다'는 말에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은 오페라. '네가 뭘 안다고 되도 않는 오페라 타령이냐'고 할까봐 늘 겁나는 장르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저 잘 모릅니다. 제대로 배운 적도 없습니다. 그냥 듣고 좋으면 좋다고 하는 겁니다. 유명한 아리아나 합창곡은 들어보면 아 이게 어디 나오는 뭐구나 좀 알지만, 레시타티보를 들으면서 음 좋구나 하는 분들은 신선의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런 수준이다 보니, 노래만 잘 하는 가수(특히 소프라노..;;)에게선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합니다. 인지상정이죠. '라 보엠'같은 오페라를 볼 때 덩치가 산만한 소프라노가 고혈압이나 당뇨가 아니라 폐결핵으로 죽어간다는 얘기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낄지는 솔직히 저도 의문입니다. 심지어 카라얀 선생도 일찌기 왜 뚱뚱한 소프라노들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네는 오페라 볼 때 눈 감고 보나"라고 반문하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안젤라 게오르규나 안나 네트렙코 같은 가수들은 신의 선물이라 여길만 합니다. 최근에는 네트렙코도 나잇살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2005년 '라 트라비아타' DVD에 출연할 때만 해도 인기는 하늘을 찔렀죠.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축배의 노래(Brindisi)'를 비롯해 수많은 히트곡을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소프라노 비올레타를 대표하는 곡은 '언제나 자유롭게(Sempre Libera)'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그 노래.

 

 

들어 보시면 안나 네트렙코가 얼굴만으로 세계 유명 오페라 극장의 주역을 따내고 있는 가수가 아니라는 것은 금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아, 물론,

 

 

사실 문외한이 들어도 위 노래와 아래 노래 사이의 차이는 제법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한 세기에 몇명 안 될 겁니다. 게다가 보는 즐거움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죠. 모든 여배우가 메릴 스트립처럼 연기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적으로 이 노래는 조운 서덜랜드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Memory'의 표준이 엘렌 페이지가 아니라 바브라 스트라이잰드가 되었듯 말이죠.)

 

 

 

아무튼 근래 들어 세계적인 주역 소프라노들의 외모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듯 합니다. 지난번에도 한번 거기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죠.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법의 다이어트에 나서다 http://5card.tistory.com/1042

 

그때 소개한 슈퍼모델 소프라노 발렌티나 나포르니타(Nafornita를 나포니타 혹은 나폴니타로 쓸 수 도 있을 듯 합니다)가 부르는 '라 트라비아타'의 브린디시입니다. 상대는 블라드 미리짜(Vlad Mirita). 

 

 

마지막으로 3월의 책 한권. 제목은 '짜릿하고 따뜻하게' 입니다. 산토리 올드 위스키 광고 카피인 '사랑은 먼 옛날의 불꽃이 아니다' 등 일본 광고의 명 카피들을 모아 해설한 책입니다.

 

'일본 광고는 참 착하다'는 하지현 박사님의 추천으로 보게 된 책입니다. 기한을 읽을 책도 아니고, 심각하게 공부하면서 볼 책도 아닙니다. 오히려 위에서 소개했듯, 화장실 문 앞에 두고 들어갈 때마다 한 장씩 읽고 나오면 너무나 적절할 그런 책입니다. 머리가 맑아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달은 여기까지. 풍성한 3월 즐기시기 바랍니다. (물론 야구도 보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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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도 많은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여유 넘치는 분들은 2월이면 리오데자네이루로 날아가 카니발의 삼바 구경을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보고 즐길 것들은 날로 넘쳐납니다.

 

12월, 1월에 이어 2월의 문화가이드입니다. 물론 예산 10만원은 1인 기준. 홀몸이 아닌 분들은 이 금액에 x2(아 물론 책은 돌려읽을 수 있으니 빼고) 하셔야 하니까 제법 부담이 되는 금액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애인은 깨져도 문화적 소양은 남는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뭐 전혀 위안이 안 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럼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2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2월은 다른 달보다 짧아. 그리고 전반적으로 모든 공연의 비수기이기도 해. 또 많은 사람들에겐 졸업과 새 학기 준비의 달이기 때문에 문화 생활을 즐기기엔 그리 적절하지 않은 달이지. 하지만 영화광들에게는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이 열리면서 반짝 특수를 노리는(평소 같으면 그리 호객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예술성 높은 작품들이 우루루 밀려오기 때문에 행복한 시기이기도 해.

 

2월의 공연 스케줄을 보다가 눈이 번쩍 뜨였어. 벤 폴즈 파이브(Ben Folds Five)가 2월24일에 내한공연을 한다는거야. 벤 폴즈가 누구냐고? 아무래도 유튜브에 접속해서 ‘브릭(Brick)’이나 ‘매직(Magic)’같은 노래를 들어보는게 가장 좋은 설명이 아닐까.

 
한없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완 달리 팀의 리더 벤 폴즈는 무척 괴짜야. 얼마나 괴짜냐고? 일단 밴드의 구성이 기타 없이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라는 것부터 독특하지. 게다가 멤버가 세 명인데 밴드 이름이 ‘파이브(five)’야. 대체 왜 파이브냐고 물으니 “그게 쿨해서”라고 했다나. 문제는 티켓 가격이 11만원. 이 칼럼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좀 어긋나 있어서 이 얘기는 여기서 끝(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는 걸 보면 진심으로 강추라는 걸 알 수 있겠지?).

정식으로 소개하고픈 2월의 대표 공연은 이자람의 ‘사천가’야. 성남 아트센터라는 지역적인 약점이 있고, 5만원이면 이 칼럼에서 소개하는 공연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이런 무대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어. 왜냐고? 이자람이 나오기 때문이야. 물론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여.

 

 

 

 

이자람을 1984년 나온 동요 ‘예솔아/할아버지께서 부르셔’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재의 이자람은 대한민국이 낳은 가장 빛나는 무대 예술인으로 꼽아 손색이 없어. 창작 판소리 ‘억척가’나 ‘사천가’, 뮤지컬 ‘서편제’ 등 그의 무대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거야. 정말 대단한 소리꾼이지.

다음. 오페라라는 장르를 소개하자니 좀 망설여지네. 더구나 어쨌든 제목만이라도 친숙한 ‘아이다’나 ‘라 트라비아타’도 아니고, ‘라보엠’도 아니고 ‘안드레아 세니에’라니. 베르디도 바그너도 아닌 지오르다노의 작품이라니.

 

그렇지만 메가박스에서 2월에 상영되는 ‘안드레아 셰니에(Andrea Chenier)’는 여러가지 면에서 볼만한 점이 있어. 혹시 유럽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이라면 브레겐츠(Bregenz)의 수상 무대 오페라를 들어 봤을거야. 유럽에서 가장 유니크한 오페라 공연장으론 브레겐츠의 호반 무대와 이탈리아 베로나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 오페라를 꼽는게 보통이지.


 

그러니까 이번 안드레아 세니에를 보는 건 단순히 오페라 한 편을 감상하는 이상으로, 브레겐츠 수상 무대라는 독특한 무대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인 거지. 특히 테너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좋은 아리아가 많아. 4막의 ‘5월의 어느 맑은 날에(Come un bel di di Maggio)’ 같은 아리아를 들어 보면 바로 느낄 수 있어. 게다가 정통 오페라 공연은 대개 3시간 정도 걸리지만 이건 110분에 오페라의 정수를 한껏 보여준다는 점에서 입문용으로도 제격이야.

 

 

 

 

자, 이번 달엔 추천할 책이 세 권이야. 일단 ‘위대한 개츠비’. 나가사와 선배가 와타나베에게 “세번 읽은 사람이라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그 책이야(멀뚱멀뚱 보고 있는 당신,  뭐야. 설마 ‘상실의 시대’ 도 안 읽은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 ‘위대한 개츠비’ 가 개봉해. 바즈 루어만이 감독인데 재즈 시대의 감성을 어떻게 일렉트로니카에 실어 낼지 무척 궁금한 작품이지.

 

아무튼 사설 빼고, ‘위대한 개츠비’(4800원)는 꼭 읽어볼 만한 작품이야. 그리고 민음사에서 나온 ‘스콧 피츠제럴드 단편선’ 두 권(각각 7000원, 6650원)을 추천하지. 저자가 생전에 썼던 수백편(?)의 단편 중에 10여편을 골랐어. 이 단편들을 읽으면 섬세하고도 풍부한 감성에 일단 놀라고,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소재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나 다시 한번 놀랄 거야.

 

 

 

 

아, 단편선 2권에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인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도 실려 있어. 물론 원작이라곤 하지만 영화와 소설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지. 아무튼 읽고 나면 왜 겨울엔 피츠제럴드를 읽어야 하는지 느끼게 될거야.

 

참고로 위에 쓴 가격은 모두 인터넷 서점 yes24 가격이야. 세 권 합해 2만원이 채 안 돼. 이렇게 고전은 여러 가지로 이익이야.

그럼 다들 2월 잘 보내. 3월에 만나자고.


이자람 ‘사천가’                                                                  5만원
브레겐츠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3만원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단편선 1’ ‘단편선 2’     1만8450원
합계                                                                           9만8450원

 

 

 

브레겐츠 오페라의 호반무대입니다. '안드레아 세니에' 무대는 유명한 그림 '마라의 죽음'을 테마로 만들어졌더군요. 혁명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선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007 영화 '퀀텀 오브 솔라스'에서 이 브레겐츠 오페라 장면을 보신 적이 있습니다. 극중의 공연은 '토스카'였죠.

 

 

 

 

저도 브레겐츠는 가보지 못했지만 베로나는 가 봤습니다. 로마시대에 건설된 돌 건물을 아직도 쓰고 있다는게 참 놀랍기도 했고 분위기는 그만입니다만, 사실 저만한 크기의 경기장에서 마이크를 쓰지 않고 오페라를 공연한다는 건 살짝 만용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본 공연은 '아이다'였는데 아쉽게도 라다메스 역의 테너가 이런 대공연장을 감당할 수 있는 음량을 가진 가수가 아니더군요. 물론 무대 앞쪽 분들에게는 별 문제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공연이 '아이다'였기에 원형경기장에 걸맞는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만으로도 불만은 없었습니다. (진짜 코끼리도 나오더군요.)

 

이제부터는 각론. '안드레아 세니에' 4막에서 죽음을 앞둔 세니에가 부르는 '5월의 어느 맑은 날에 Come un bel di di maggio'. 개인적으로 역사상 최고의 세니에라고 생각하는 마리오 델 모나코의 노래입니다.

 

 

 

 

1막에서 세니에가 부르는 '어느날 파란 하늘을 보다가 Un di all 'azzurro spazio (Improvviso)'. 마르첼로 알바레스의 절창. 호쾌하면서도 애절한 분위기가 그만입니다.

 

 

 

 

너무 '안드레아 세니에'로 몰고 가서 그렇습니다만, '사천가'는 그닥 따로 소개할만한 영상이 만만치 않군요. 직접 가서 감동을 느끼시길 권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소개했는데 정작 2월이 되자 메가박스 측이 브레겐츠 오페라를 아이다로 바꿔 버렸다는... ㅠㅠ 뭐 다시 안드레아 세니에로 돌아올 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를 새삼 이 공간에 풀어놓을 방법은 없는 듯 합니다. 흔히 이 이야기는 재즈 시대를 대표하는 이야기로 소개되곤 합니다. 젊은 날의 열정을 잊지 않은 남자의 고독한 열정, 그리고 그 열정을 바쳤던 여신이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존재였는가 하는 처절한 반성이 읽는 이를 서늘하고 축축한 냉기 속으로 이끄는 작품이죠.

 

 

 

단편선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다시 찾아온 바빌론'입니다. 그리 많지 않은 장수 안에 한 남자의 반생과 반성, 그리고 재생의 가능성이 차곡 차곡 정리 잘 된 서랍 안처럼 담겨 있기 때문...이라면 너무 도식적인 표현이군요.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 영화 '내가 마지막 본 파리'의 원작 역할을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아시는 분이라면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지도. (위 사진의 남자는 무명 시절의 로저 무어.)

 

사실 피츠제럴드는 윗글에서도 얘기했지만, 한 가지의 정서를 수십개의 작품으로 풀어내는 재능이 기가 막힙니다. 열정과 의욕을 가진 젊은 남자가 있고, 그 남자의 혼을 뽑아낼 정도로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 젊은 미녀가 있습니다. 남자는 그 여자를 위해 인생을 걸기로 결심하지만, 여자는 그리 오래 기다릴 생각이 없습니다. 결국 남자는 어떻게든 여자를 차지하는 데 실패하고, 그 실패는 남자에게 좀 더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죠.

 

사실 피츠제럴드를 읽으면 읽을 수록 이런 식의 여성혐오(?)^^를 깊이 느끼게 됩니다. 그의 여주인공들은 남자에게 어떤 영감도 주지 않죠. 남자들에게 있어 인생의 트로피 역할을 합니다만 동시에 남자들을 파멸시키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와 아내 젤다의 사연을 보면 무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의 어떤 작품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신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애당초 불균형을 전제로 쓰여진 작품들이기 때문에, 남자의 열정 역시 결국은 무의미한 집념으로 밝혀지고 맙니다. 가끔 '개츠비 같은 식지 않는 사랑'을 여자에게 말하는 남자들이 있는 모양입니다만, 그건 사실은 '당신에 대한 내 열정은 결국 착각에서 비롯된 인생의 낭비였다는 것이 증명될 거야'라는 뜻입니다. 피츠제럴드 식으로 말하자면.)

 

 

아무튼 2월이 무르익었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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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한대로 2013년 1월 문화생활 가이드를 내놨습니다.

 

사실 이쪽에 조금 더 빨리 공개하는 것도 가능하겠습니다만, '매거진 M'이 나오는 것이 1월4일이다 보니 너무 여기에 빨리 옮겨놓는 것도 약간 예의가 아닌 듯 하고, 뭐 그런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살짝 매월 초반보다는 후반 쪽의 행사에 집중하게 될 듯도 합니다. 뭐 어차피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걸 다 즐길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럼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1월의 문화생활 가이드'입니다.

 

 

 

 

2013 1월 문화생활 가이드

 

아직도 새해 계획 같은 거 짜고 있나? 혹시 자기계발서와 부동산 투자 관련서 잔뜩 사서 쌓아 놓고 인생역전을 노리는 중? ‘월 문화 예산 10만원같은 기특한 계획도 한번 생각해 봐.

사실 이번 달에 가장 추천하고 싶었던 공연은 118일 서울시향이 김선욱과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교향곡 5‘5+5’ 공연이었는데, 바로 매진이네.

 

지난 달에 이어 서울시향을 또 거론하니까 뭐 얻어먹은 거라도 있나 의심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나도 돈 내고 표 사서 공연 보는 사람이야. 김선욱의 황제와 정명훈의 운명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면 그건 당연히 강추지. 혹시 임박해서 취소되는 표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www.sac.or.kr)를 자주 방문해 봐.

 

 

그 다음 눈길을 끄는 이벤트는 20일 서울 홍대 앞 롤링홀에서 열리는 롤링홀 18주년 기념 콘서트 vol.7’ 이야. 원래 그 주간 내내 기념 콘서트가 열리는데, 이날 출연진이 유독 화려하더라고. 노브레인, 트랜스픽션, 갤럭시 익스프레스, 브로큰 발렌타인이 하루에 다 나온다는 거야. 예매가는 25000. 혹시 더 싸게 구할 수 있는 표가 있는지는 각자 알아보도록.

 

지난달에 이어서 하는 얘기지만,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한번 큰 돈 내고 보러 가기 전에 그 작품을 충분히 익혀야 본전을 뽑을 수 있어. 아무래도 그중에서 오페라는 심리적으로도 진입 장벽이 높을 테니 우선 뮤지컬부터.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를 통해  작품과 친해지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이달에 추천할 작품은 고전 중의 고전 그리스. 개인적으로 저는 뮤지컬이란 걸 보면 연기하다 노래하다 하는 게 좀 웃기고 어색해요. 뭘 보면 뮤지컬과 친해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이런 사람 의외로 많아) 나는 꼭 이 영화를 추천해. 특히 영화 그리스는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트래볼타라는 황금의 캐스팅이 압권이야. 좀 과장된 듯한 출연진의 헤어스타일이며 분장이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작품의 배경이 1950년대 미국 고등학교니 그러려니 해. 그리고 다운받지 말고 DVD . 6600원밖에 안 해.

 

 

 공연 중인 뮤지컬 중에 딱 하나 고르라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어쌔신이야. 20세기를 대표하는 뮤지컬 작곡가를 꼽을 때 앤드류 로이드 웨버, 클로드 미셸 숀버그(‘레미제라블’), 알란 멘킨(거의 모든 디즈니 뮤지컬)과 함께 반드시 거론되는 사람이 바로 손드하임이지. 하지만 스위니 토드’ ‘컴패니등 손드하임의 작품들은 한국 취향은 아니라는 평 때문에 자주 공연되지 않아.

 

 

 

 

만약 당신이 보려는 공연이 그리스지킬 앤 하이드라면 그건 언제라도 몇 달 안에 새 프로덕션으로 공연을 볼 수 있어. 하지만 어쌔신을 볼 기회는 이번 아니면 5년은 있어야 할거야. 바쁘니까 어떤 작품인지는 각자 찾아보도록. 4장을 사면 1장은 공짜(그러니까 25% 할인) 등 이벤트도 많은 것 같아. 보고 나면 후회는 없을 거야.

 

 

 

 

돈이 남았으니 이런 겨울날 읽으면 좋을 단편집 하나 추천할게. 제임스 설터의 어젯밤이야. 이 사람의 글을 읽어 보면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라는 게 어떤 건지 실감이 날 거야. 하지만 읽고 나면 미묘하고 섬세한 잔향이 며칠은 가더라고. 9500.

 

마지막으로 이달의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이야. 인상주의? 그런데 프랑스가 아니고 미국? 그게 볼만 할까?

 

 

. 한번 생각해 봐. 서울에서 열리는 반 고흐 전이나 바티칸 박물관전에 과연 A급 작품들이 오긴 할까? 암스테르담이나 바티칸을 찾는 관람객들을 외면하고? ‘오페라의 유령이나 위키드를 서울에서 공연할 때 브로드웨이의 현재 출연진이 오는 경우가 있을까?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중국의 변검 시범단이나 일본의 가부키 극단이 서울에 온다면 진짜 최강의 공연진이 오겠지.

 

바로 그런 이유로 이 전시를 추천하는거야. 차일드 하썸, 라일라 캐봇 페리 등 이 장르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대표작이 망라되어 있고, 작품수도 130여개나 돼. 같은 돈으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모조품을 보러 가는 것보단 훨씬 나을 거야.

 

이번 달은 여기까지. 그럼 2월에 만나는 걸로.

 

 

요약

120, 홍대 롤링홀 개관 18주년 기념 공연 vol.7                          25000

뮤지컬 어쌔신         S 4만원, R 6만원(4인 관람시 1인당 각 3만원, 45000)

영화 그리스’ DVD                                                                   6600

제임스 설터 단편집, ‘어젯밤                                                       9500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                                                           12000

소계                                                                83100~113100

 

 

 

 

보충 사항 1. 일단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이미 '차세대'라는 말이 무색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하는 '베토벤 교향곡 5번 + 피아노 협주곡 5번' 공연은 당초 예정됐던 18일 공연이 이미 매진됐고, 이 때문에 추가로 마련된 17일 공연(같은 출연자, 같은 레퍼토리)도 매진 직전입니다. 지금이라도 서울시향이나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면 남은 표가 몇 장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연말 서울시향의 레퀴엠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이 매진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한 적이 있는데, 요즘은 매진을 기록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특히 연말의 '베토벤 교향곡 9번'같은 공연이 아닌데도 매진(이틀 연속 매진)이 이뤄진다는 건 아마도 이런 문화를 즐기는 저변이 상당히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아 왠지 뿌듯합니다. (...이봐, 그런데 당신이 왜?)

 

보충 사항 2. '어쌔신'에 대한 글은 예전에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참고가 되실 듯 합니다. ( http://fivecard.joins.com/131 )

 

보충 사항 3.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소개하면서 잠시 들먹인 'A급 이론'은 꽤 오랜 시간을 문화적 변방에서 살아온 경험이 말해주는 교훈입니다. 세계 유명 박물관/미술관의 출장 전시회에 그 박물관이 자랑하는 A급 전시품이 오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최고'라고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특히 '피에타'를 비롯한 유명 작품들의 복제품(물론 복제품에도 '공인된 복제품'이라는 라벨이 붙기는 하겠습니다만)을 내놓는 전시회에서 '바티칸 박물관의 정수'를 느낀다는 건 좀 넌센스죠.

 

세계적인 연주 단체들의 내한 공연 때에도 늘 비슷한 이야기들이 따라다닙니다. 이들이 내한 공연을 한번 치르고 나면 '이번에 온 단원들은 2진'이네 '사실상 3진'이네 하는 말들이 돌곤 합니다. 두 사람만 가도 100만원이 넘는 엄청난 티켓 가격에 비하면 참 아쉬운 일이죠. 매번 그런 건 아니겠지만, 굳이 그렇게 비싼 공연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바에는 '실속있는' 공연 위주로 즐기는 것이 현명한 소비가 아닐까요.

 

이 칼럼은 앞으로도 '가격대 성능비 최고'의 문화 소비를 지향합니다.^^

 

보충 사항 4. 이 글을 쓰면서 오랜만에 '그리스'를 다시 봤습니다. 고등학교를 무대로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이야기는 언제 봐도 사람을 유쾌하게 합니다.

 

유명한 'Glee'에서 이런 소재를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겠죠. 아예 에피소드 하나를 할애해서 사실상의 리메이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뭐, 아무래도 저 위에 소개한 오리지널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죠.^^

 

이건 좀 더 볼만 합니다. 글리 멤버들이 재현한 Greased Lightning 입니다.

 

 

 

물론 이쪽도 영화 원작 만은 못하다는 느낌. 혹시 궁금하실 분을 위해 영화판의 Greased Lightning도 붙여 봅니다.

 

 

 

그럼 1월도 즐겁게들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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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체에 새로운 방식으로 기여하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최근 중앙일보에서 새로 '매거진M'이라는 주간 영화전문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물론 계열사에서 나오는 기존의 '무비위크'가 건재하지만 이건 약간 스타일이 다릅니다. '무비위크'가 5000cc급 벤츠 세단이라면 '매거진M'은 2000cc 이하의 보급형 2인승 스포츠카라고나 할까요. 가볍고, 부담없는 편집입니다.

 

뭐 이렇게 길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제가 여기에 기여를 하기 때문이라는 걸 다들 눈치채셨을 겁니다. 고정란 제목은 '10만원으로 즐기는 *월의 문화 가이드'. 그러니까 예산이 10만원이라는 전제하에 대체 이 예산을 어떻게 집행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덜어 주는 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10만원은 꽤 큰 돈입니다. 특히 남자의 경우라면 대부분 이 돈에 x2를 해야 하기 때문에 20만원이 될 공산이 크죠. 물론 x2를 하지 않더라도 이 돈을 쓰기 위해 써야 하는 돈, 즉 교통비/식사비/커피값 등은 추가로 써야 하기 때문에(아, 물론 "자기가 공연을 보여주니까 밥은 내가 살게"라고 말하는 관대한 여자친구를 두신 분들은 예외겠죠. 하지만 현실은 "나는 자기 만나려고 머리도 하고 화장도 하고 구두도 샀으니 데이트 비용은 자기가 내"라고 말하는 여자들의 세계...) 10만원의 문화 예산은 실제 집행시에는 2배 이상으로 불어나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문화란 어디까지나 공유가 기본. 추가 지출(?)이 두려워서 혼자 공연 보고, 혼자 책 사 읽고 하다 보면 어느새 주위에서 피하는 종류의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안 그래도 춥고 외로운 계절, 널리 함께 나누도록 하세요. ("누가 나누기 싫대? 나도 나누고 싶다고!"라고 울부짖는 분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일수록 정서를 가다듬기 위한 문화 소비가 필수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긴 솔로생활이야말로 당신의 정신 세계를 황폐화시킬 수 있으니.)

 

한가지 죄송한 건 글을 써 놓고 나서 실제로 책이 나올 때까지 예기치 못한 시간이 소요되는 바람에 글 머리에 나오는 서울시향의 '레퀴엠'은 이미 과거 얘기가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이야기들은 모두 지금도 유효.

 

책보다 블로그가 좋은 점이라면 일단 '1) 길이 제한이 없다' '2) 동영상을 첨부할 수 있다'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본책에서는 잘린 부분들을 일단 원문 그대로 소개합니다. 

 

그럼 시작. 

 

 

 

 

10만원으로 즐기는 문화생활 가이드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문화비라는 지출 항목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영화는 다운받아 보거나 케이블TV에서 보고, 음악은 다운받아 듣고그래. 나도 알아. 돈 쓸데가 좀 많겠어. 핸드폰 할부금 내야지, 맛집 순례도 해야지, 옷도 사 입어야지. 안다고.

 

한달에 10만원, 꽤 많은 돈이긴 해. 이 돈을 1년 모으면 120만원, 3년쯤 모으면 샤넬 클래식 백 하나쯤 살 수 있을거야. , 이제부터 선택이야. 이 돈을 3년 모아 명품 백 하나를 사는 것과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정서적인 충족감을 느끼는 일. 당장 모르겠다고? 그럼 차근 차근 읽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아.

 

12. 공연도 많고 이벤트도 많아. 사실 10만원은 뽀대나게 쓰기에 그리 많은 돈은 아니야. 연말 기분 낸다고 이승철 이승환 콘서트를 가겠다면 표 한장 사기도 모자라. 그런데 이 글의 취지는 아까부터 얘기하듯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다양한효용을 누리는 데 있어. 뭐 굵고 짧게 쓰겠다면 그것도 방법이니 말리진 않겠어.

 

일단 12월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공연은 6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레퀴엠이야. 레퀴엠이 뭔지 얘기하자면 하루 종일 할 수 있지만 여기선 그런 지면이 허락되지 않았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 아무튼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임선혜(소프라노) 같은 솔리스트들이 공연하는 모짜르트의 레퀴엠 3만원에 볼 수 있다는 건 신의 은총이라고 생각해. 모짜르트 교향곡 41주피터까지 덧붙여서 말이야.

 

이 공연은 원래 127일 하루 공연이었는데, 지난 7월에 이미 매진돼 버렸어.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이 매진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거야. 표 못산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바람에 6일 공연이 추가된 거지. 물론 R석은 12만원이지만 3만원짜리 표도 결코 후지지 않아. 1층 사이드 자리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거야.

 

레퀴엠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려면 꼭 봐야 할 영화가 있어. 바로 밀로스 포먼 감독의 아마데우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망 덕분에 한국의 DVD 시장은 빈사상태고, 그 덕분에 이런 소장가치 200점의 걸작을 9900원에 살 수 있어. 그것도 코멘터리까지 들어있는 2 DISK 버전을 말이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영화 후반부, 죽어가는 모짜르트와 살리에리가 서로 협력해 가며 레퀴엠의 콘푸타티스(Confutatis)와 라크리모사(Lacrimosa) 부분을 작곡하는 장면을 본 뒤에 6일 예술의 전당으로 가서 전곡을 들으면 만점짜리 코스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네.

 

아직도 6만원이나 남았으니 연극도 한편 보면 어떨까 싶어. 좀 올드하긴 한데, ‘돌아서서 떠나라라는 작품이 12월 말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3관에서 공연 중이야. 박신양 전도연 주연 영화 약속의 원작이라면 대략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갈 거야. 이번 출연진은 상당히 젊은데, 강영구-이만희 콤비의 작품이라면 믿어도 좋아. 추운 날, 가슴 뭉클한 얘기를 권하고 싶었어. 참고로 남자들한테 하는 얘긴데, 이 연극 같이 보고 안 우는 여자는 계속 사귈지 말지를 심각하게 다시 한번 고민해 봐.

 

뮤지컬은 대부분 고가라 추천하기가 쉽지 않네. ‘오페라의 유령같은 작품은 내년 1월 공연의 싼 표는 지금 사면 4만원 정도에도 구할 수 있는데 블루스퀘어홀의 악명 높은 2,3층 좌석 배치를 생각하면, 차라리 몇 달치 예산을 묶어서라도 꼭 좋은 자리를 사라고 권하고 싶어.

 

그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12월 영화로 개봉할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예습하는 거야. 국내에선 20년 전에 무허가(라이선스 없이) 공연한게 전부였으니 그동안 해외 공연 팀의 내한 공연을 보거나 해외에서 보지 않았다면 전막을 본 사람은 거의 없겠지.  일단 DVD를 사. 두가지가 있는데 새로 나온 25주년 기념 공연은 9900, 15년 전에 나온 10주년 기념 공연은 3900원에서 7500원쯤 해. 대체 어떻게 이 가격에 판매가 가능한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합법적으로 만원 이하에 살 수 있어.

 

왜 미리 보고 가야 하느냐고?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작품에 대한 지식이 감상의 폭을 좌우해.

 

 

 

둘의 차이는 리아 살롱가(Lea Salonga)‘I Dreamed a Dream’을 부르느냐(25주년), ‘On My Own’을 부르느냐(10주년)로 요약할 수 있어. 뭘 고를지는 취향인데 굳이 권한다면 후자 쪽. 여유 있으면 둘 다 사.

 

(참 15년 간격인데... 살롱가도 정말 놀라운 방부제 복용자...)

 

단 두 DVD 모두 뮤지컬 공연이 아니라 뮤지컬 콘서트(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노래를 하되 연기는 하지 않음) 형식이라는 건 염두에 둬야 해. DVD 보고 영화도 보고, 욕심이 나면 지방을 돌아 내년 4월 서울에서 공연될 정성화 주연의 레미제라블도 질러 보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 원래 이 난에서 개봉 영화 얘기는 안 하기로 했어. 하지만 약간 경우가 다른 작품이 있더라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극장 상영중이야. 영화로 개작된 건 아니고, 무대 공연을 촬영한 버전인데 그래서 더 괜찮을 것 같아.

 

이 뮤지컬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일단 유튜브로 가. 마커스 로빗(Marcus Lovett)이 부르는 수퍼스타(Superstar)’나 스티브 발사모(Steve Balsamo)가 부르는 게세마네(Gethsemane)’를 들어. 이렇게 친절하게 스펠링을 써 주는 건 이걸로 검색해 보란 뜻이야.

 

 

 

 

 

아무튼 들어. 그럼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거야.

 

마지막으로 전시 하나. 12월 전시로는 바티칸 박물관전이 눈길을 끌지만 이 난을 볼 사람이라면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 본관)팀 버튼 전(12.12~)’을 권하고 싶어. 버튼의 드로잉, 스케치, 의상 등등 영화적 상상력의 근간이 된 작품들이 전시된대. 가격은 아직 미정인 듯 한데 시립미술관이니 비싸도 만원 안팎일 거야. 버튼 팬이라면 한번 가봐야겠지.

 

12월은 여기까지야. , 12월엔 술 약속도 많을 테니 여기까지.

 

요약

126일 예술의 전당 모짜르트 레퀴엠     B 3만원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S 3만원

영화 아마데우스(SE)’ DVD                      9900

뮤지컬 레미제라블 DVD                      3900~9900

극장 상영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9000

1212~ 시립미술관 팀 버튼 전             1만2000원

대락 9만 3천~ 7천원 정도..?

 

 

갑자기 반말이라 놀랄 분들도 있겠군요.^^ 평소 너무 공손했던 것 같아서 이미지를 바꾸는 중입니다. 새로운 컨셉트. 책에는 이렇게 들어갔습니다. 뭐 책 나오고 나니 바로 1월 문화생활 가이드 마감 직전이군요.

 

아무튼 앞으로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P.S.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제가 처음 본 '돌아서서 떠나라'는 한명구-정경순 주연이었군요. 세월이란 참.

 

P.S.2. 지금 메가박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시면 매거진M을 1년간 무료로 정기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놀랍지만 사실! http://www.megabox.co.kr/Event/EventsMegaDetail.aspx?eventkind=1&eventid=1763&rownu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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