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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1)를 보고 나서 너무나 당연한 수순으로 1961년 판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극장에서는 몇몇 장면을 빼면 거의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고 나니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

2.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는 극의 핵심인 ‘1961, 뉴욕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백인과 푸에르토리코 출신 청소년들의 갈등에 대한 해석이다. ‘당시의 이 문제는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이슈였지만 지금 보기엔 60년 전의 과거다. 1961판에서 제트파는 샤크파에 비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우월하다. 심지어 경찰도 노골적으로 제트파의 편을 든다. 그때는 그랬을 테니까. 하지만 2021년에 만들어진 이야기는 제트파나 샤크파나 모두 곧 개발되어 없어질 지역(이미 영화 도입부에서 링컨 센터 건설을 위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의 추방이 예정된 난민들이다. 2021판의 제트파에게 경찰은 노골적으로 "똑똑한 사람들은 다 빠져나갔는데 너희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그렇지 못한 탓에 너희는 여기 살게 된 것"이라고 비웃는다.

이건 누가 봐도 21세기의 주제인 양극화와 젠트리피케이션의 시각이다. 개발은 부자들의 편의에 의해 이뤄지고, 그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너희의 형편이 나쁜 것은 다 쟤들 때문이라는 식으로 하층민들의 갈등을 부추긴다. 쟤들에는 때로 전라도 홍어가 들어가기도 하고 다문화, ‘멕시코 이민’, ‘예멘 난민이 들어가기도 한다. 극의 주제가 되는 갈등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가 더욱 강조된다.

3. 사실 흑인들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기는 했지만 미국이라는 이민자의 나라에서 인종, 혹은 민족간 차별은 미국을 건설한영국 식민지의 후손들, 즉 필그림 파더스의 직계 후손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인종집단들이 겪어야 했던 일이다. 영화로만 봐도 <갱스 오브 뉴욕>에서는 남북전쟁 시절까지도 같은 백인들끼리 먼저 온 쪽이 나중 온 쪽을 차별하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백인 중에서도 유럽 출신들 중 아일랜드나 이탈리아계 이민들에 대한 묘한 차별은 뿌리가 깊다. 1947년작인 그레고리 펙 주연 <신사협정 Gentleman's Agreement>을 보면 그 시절까지만 해도 유태인들이 미국 주류 사회에서 얼마나 배척받는 집단이었는지 참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세월이 흐르며 어느 정도 희석되어 과거의 유산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하지만 트럼프 시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자는 시도 덕분에 미국의 보통 사람들사이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못 사는 이웃들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메이크는 스필버그의 오랜 꿈이었다고 하지만, 아마도 마음을 굳힌 것은 이런 시대적 배경이 크게 작용한 것은 아닐까 싶다. 어느 시대나 외부로부터 유입된 인종 집단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것은 그 사회의 하층민들일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줄어드는 일자리의 경쟁자들이 되기 때문이다. “왜 안 그래도 없이 사는 힘든 사람들끼리 서로 미워하게 만드나.” 이게 2021판의 핵심 메시지로 읽힌다.

아, 물론 이 영화가 근본적으로 러브 스토리라는 건 바닥에 깔고 하는 얘기다.

 

3. 스필버그는 대단한 용기를 낸 셈이다. 레너드 번스타인(작곡), 스티브 손드하임(작사), 제롬 로빈스(안무), 로버트 와이즈(감독)라는 불멸의 라인업이 만들어 낸 역사적인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제아무리 스필버그라고 해도 감히 손대기 어려운 일이었고, 그래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일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어느 것이 더 리메이크하기 힘든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대답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을 듯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필버그는 원작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았다. 2021년판의 모든 캐릭터는 1961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소다 가게 주인인 중늙은이 닥이 여자로 바뀐 것 외에 주요 인물들은 모두 그대로. 아이스의 비중이 거의 사라지고 치노가 중요한 캐릭터가 되었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아울러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신들이 대폭 축소됐는데, 이건 이 관계가 궁금하면 1961년판을 참고하세요라고 해석하면 될 것 같다. 2021판은 누가 뭐래도 1961판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하고, 1961판에 대한 대단히 긴 프로모션 영상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원형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지? 궁금하면 1961판을 봐라는 식의.

물론 이런 시각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특히 1961판을 전설로만 생각해온 세대에게 2021판은 새로운 해석이 아닌 독자적 텍스트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런 분들, 2021판을 오리지널로 접하게 된 분들의 생각이 매우 궁금하다. 그냥 지루한 옛날식 뮤지컬일 수도 있을테니.

4. 이런 젊은 세대를 포함해서 2021판에 대한 만족도는 누가 봐도 추억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같다.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2021판은 ‘Maria’, ‘Tonght’, ‘Somewhere’ 같은 클래식 넘버들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개인적으로 ‘Mambo’ 씬에서 울컥 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극장이라는 게 있어 줘서 정말 고맙다는 생각도). 

아마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국가 문화 유산인 미국 관객들에겐 그런 생생한 추억이 큰 힘을 발휘하겠지만, 그 밖의 나라 사람들에겐 매우 개인차가 클 수밖에 없겠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를 다른 영화들처럼 추천/비추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다.

볼 사람들은 이미 알아서 보러 가고 있을 것이고, 별로 당기지 않는 이들은 괜히 호평에 눈이 멀어 보러 갔다가 아 지루해하고 나올 수밖에 없을 듯. 그러니 스스로 잘 판단하시길. 당신은 이 영화가 당신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 이미 알고 있다. 혹시 완성도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만듦새는 감히 누가 토를 달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원작의 틀 안에서.

개인적으로 레이첼 지글러 캐스팅은 10,0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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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1936.12.19 - 2019.12.09) 

김우중 회장 별세를 맞아 기억나는 단편들.

아마도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류에서 본 이야기인듯. 고인은 먹을 것을 놓고 깨작거리는 사람을 굉장히 싫어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고인은 한창 일할 때 만나야 할 사람이 워낙 많아 점심 약속도 2부제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점심을 두번 먹어도 두번 모두 맛있게 음식을 싹 먹어치웠다는 얘기다. 만약 수행하는 사람 중에 그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내가 점심 두번을 감당 못 하면 무슨 큰 일을 하겠느냐”고 못마땅했다는.

또 하나는 장거리 비행에서 피로를 이기기 위해 바닥에서 잤다는 이야기. 통상 2-4-2나 3-4-3으로 배열되어 있는 항공기의 뒤쪽 4열 좌석 바닥에 모포를 깔고, 길게 누워 자면서 날아가는 걸 대우 직원들은 '회장님 방식'이라고 불렀다는 전언이다. 요즘처럼 국제선도 꽉꽉 차는 세상엔 쉽지 않은 방법이겠지만, 어쨌든 이 이야기는 김우중쯤 되는 인물도 이코노미 타고 출장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물론 회장 된 다음에도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기업인으로서 그분의 성취나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감히 뭐라 말할만큼 알지 못한다. 다만 21세기에도 우즈베키스탄에서 대우 브랜드가 여전히 큰 인기더라는 것, 이란에서는 지금도 대우라는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 등을 들었을 때 상당히 아쉽기는 했다. 한때 ‘받아도 잘 안 찌그러지는 차’의 대명사로 불렸던 대우 로열 시리즈도 생각나고. 어쩌면 대북사업에서도 현대보다 대우가 먼저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는데 이제는 모두 지나간 이야기일 터.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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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영화 열 편을 고르기는 여느 때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일단 2020년에 이어 극장에 몇번 가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였고, 개봉 편수 역시 적었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대작’의 숫자도 적었고, 매년 즐거움을 주던 마블도 <인피니티 워> 이후의 작품들은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입니다. 

아무튼 극장 개봉, OTT 개봉을 구분하지 않고 꼽아 봤습니다. 똑같이 OTT로 공개했을 때 50분 3부작 드라마와 150분짜리 영화는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같은 질문은 학계로 넘기고, 쪼개지 않고 한 편으로 된 작품은 영화로 분류합니다. 그렇게 10편.

아, 매년 똑같지만 이 리스트의 기준은 언제 제작되어 언제 개봉됐냐가 아니라, 제가 본 시기에 따라 가른 것입니다. 2018년, 2019년 제작 영화라도 제가 2021년에 봤으면 이 리스트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2011년, 1958년작도 좋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적당히 뺐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노매드랜드
홈리스와 하우스리스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든 영화지만 어쩐지 너무나 비현실적인 건 아닌가 싶은 구석이 있다. 이것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의도일까, 아니면 젊음에서 오는 치기인가. 

노매드 랜드, 유목 생활은 과연 낭만적일까 (tistory.com)

 

노매드 랜드, 유목 생활은 과연 낭만적일까

“엄마가 그러는데 선생님이 홈리스(homeless)래요.” “아니. 나는 하우스리스(houseless)야. 그건 다른 거야.” 홈리스와 하우스리스는 어떻게 다를까. 전자가 세상에 의해 강요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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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분명히 더 많은 이야기를 찍어 두었을 것 같은데, 만들어진 영화는 그 나머지를 그냥 상상에 맡긴다. 힘을 주다 만 느낌이 아쉽긴 하지만 담담한 진행이 나쁘지 않다. 어쨌든, 북한이고 남한이고, 극한 상황에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배려. 

자산어보
서로를 인정하는 좋은 스승과 제자도 모든 의견이 일치할 수는 없다. 서로 애정을 가진 두 사람이 갈린 의견 때문에 헤어졌다가 이견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잘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 어려움을 극복한 놀라운 영화. 
자산어보, 두 형제의 세계가 만났던 시대 (tistory.com)

 

자산어보, 두 형제의 세계가 만났던 시대

<자산어보>의 감동을 느끼며 나오는 길. 객석에 관객은 10명이 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극장보다 안전한 곳도 많지 않을텐데(관객이 입을 벌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팝콘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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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미싱 영 우먼
한 젊은 남자에게 한 젊은 여자가 ‘당했을 때’,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를 이런 일로….’라고 말하는 것은 한국에만 있는 일인 줄 알았다.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다소 과장된 톤이지만, 그 과장 덕분에 영화는 평이함을 넘어서는 힘을 갖는다. <크라운>의 카밀라이자 <킬링 이브>의 작가 중 한명인 에메랄드 페넬 감독의 차기작이 궁금해지는 영화. 


스타 파워와 스타 감독. 아낌없는 물량. 우주공간에서 펼쳐지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라 부르고 싶은 아름다운 대작. 2021년 단 하나의 영화만 골라 보라는 질문에도, 2022년 23년에 가장 속편이 기대되는 영화를 고르라고 해도 <듄> 이외의 다른 답을 할 수는 없을 듯. 

듄, 21세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 (tistory.com)

 

듄, 21세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

소설 <듄> 시리즈를 단 1페이지도 읽어보지 않은 관객 입장에서 말하자면, 드니 빌뇌브의 <듄> 파트1은 2시간 반이 짧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지루하면 어쩌나 했던 걱정은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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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
머저리들만 나오는 아담 맥케이의 <석세션>에는 매우 실망했지만 어떻게 머저리들에 의해 몇 안되는 현자들의 목소리가 묻혀 가는가를 보여준 <돈 룩 업>에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와 그 무리를 희화화하는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그 문제를 전 지구적인 공감대를 갖도록 풀어 낸 것은 맥케이와 초특급 배우들의 힘. (사실은 저 아래의 <헌트>와 함께 봐야 균형이 맞는 영화다)

돈룩업, 인류의 대동단결이란 가능한가 (tistory.com)

 

돈룩업, 인류의 대동단결이란 가능한가

몇해에 한번씩 그해의 히트작을 겨냥해 '내 아이디어', 혹은 '(아무도 모르는)내 작품을 베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곤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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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코로나 수혜작인가? 이런 작은 목소리에도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한 점에서라면 반드시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자전적인 이야기가 갖고 있는 담담하면서도 솔직함이 이 영화의 힘. 이런 식의 이야기는 반드시 그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아도 좋다.


소울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 그런데 픽사라는 세계 최강의 크리에이터집단은 어떻게 매번 세계인의 기대를 넘어서는 작품들을 내놓을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별 것 아닌 이야기지만 그걸 음악과 재능과 인생에 대한 한 폭의 그럴 듯한 우화로 엮어낸 솜씨에는 찬사를 아낄 수 없다.

 

찬실이는 복도많지
늦게 본 게 미안했던 영화. 개인적으로 주변의 지인들이 자꾸 겹쳐지는 것이 이 영화에 대해 지나친 호평을 하게 된 게기가 아닐까 자기검증도 해 보게 되지만, 어느 순간엔가 주인공 찬실이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불가사의한 매력이 쭉쭉 뿜어나온다. 강말금, 김영민, 두 배우의 열연과 김초희 감독의 힘.

찬실이는 복도 많지 (tistory.com)

 

찬실이는 복도 많지

1. <찬실이는 복도많지>의 강말금이 신인여우상 6관왕을 차지한 2021년 2월에야 이 영화를 보고 뒷북으로 한마디 하려니 좀 찔린다. 하지만 아직도 본 사람보다는 안 본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을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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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헌트
<돈 룩 업>이 트럼프와 그 무리를 조소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더 헌트>는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 지지세력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입으로만 정의를 부르짖고, 못 배운 사람을 무시하고,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 하지만 돈벌이 욕심은 결코 뒤지지 않는 자들을 겨냥한 칼날이 제법 매섭다. 신나는 칼춤 한 판.

헌트,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나 (tistory.com)

 

헌트,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나

1. 뒷북. <헌트>는 인간 사냥에 대한 영화다. 소수의 부자들이 자신들만의 사냥터에 영문을 모르는 몇몇을 납치해다 풀어 놓고 잔혹한 사냥놀이를 진행한다. 이미 많이 써 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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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씨스피러시
이쯤해서 한번 거론을 하지 않으면 안될듯한 다큐멘터리 한 편. 우리가 바다에 버리는 PET 병이 자구를 망친다고? 그렇게 해서 생긴 쓰레기 섬이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킨다고? 만약 그게 아니라면? 바다와 인간, 해양 생물과 인류의 생존에 대한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 만약 ‘어업’ 자체가 문제라면 당신은 어쩔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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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찬실이는 복도많지>의 강말금이 신인여우상 6관왕을 차지한 2021년 2월에야 이 영화를 보고 뒷북으로 한마디 하려니 좀 찔린다. 하지만 아직도 본 사람보다는 안 본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을테니 한마디. 미리 말하면, 이 영화를 보면서 세 번 이상 크게 웃지 않는 사람과는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 

2. 줄거리. 영화 프로듀서 이찬실(강말금)은 같이 일하던 감독이 급사하는 바람에(죽음의 원인이 나오는데, 미리 얘기하지만 굉장히 어이없다) 일자리를 잃고 산동네 단칸방으로 이사하게 된다. 막상 한번 꺾이고 나니 마땅히 일을 주는 사람도, 그렇다고 영화를 떠나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다. 인생 왜 이 모양인가 싶고 마침 눈이 가는 남자도 나타나는데 과연 어찌 될지. 

3. 적잖은 나이. 모아둔 돈도 마땅히 장래가 보장된 일자리도 없는 찬실이 이야기인데 영화 분위기는 어둡지 않다. 영화계란 특정 직종이 문제가 아니라, 서른 넘고 마흔 넘어서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영화. 영화 속에서도 찬실이의 팔자는 전혀 풀리지 않는데도, 영화가 끝날 때 쯤에는 <찬실이가 운이 좋다>는 제목이 그리 엉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4. 여자 감독들이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들은 그 감독과 주인공이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강말금이라는 배우의 발견이 어찌 보면 이 감독의 행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윤승아, 김영민 같은 배우들도 이 영화에서 유난히 생기가 넘치는 걸 보면 ‘감독의 역량이 빛난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5. 내친 김에 <산나물처녀>까지 보고 나니 때로 어이없게까지 느껴지는 감독의 유머감각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윤곽이 잡힌다(내 취향이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6. 우디 앨런 주연의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 Play it again, Sam>에는 험프리 보가트가 나오고, 토니 스코트의 <트루 로맨스>에 엘비스가 나온다면 이 영화에는 장국영이 나온다. 끝. (혹시 이런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가 더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두편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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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뒷북. <헌트>는 인간 사냥에 대한 영화다. 소수의 부자들이 자신들만의 사냥터에 영문을 모르는 몇몇을 납치해다 풀어 놓고 잔혹한 사냥놀이를 진행한다. 이미 많이 써 먹은, 그렇지만 흥미로운 소재다. 그런데 반골기질이 넘치는 크레이그 조벨 감독은 이런 소재로 <사우스 파크> 실사판 같은 영화를 만들었다. 너무 늦게 본 걸 후회한다. 

2. 인류애, 공감, 연민, 박애, 평등과 같은 덕목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중받아온 가치이긴 하지만, 오늘날처럼 사회 전반으로부터 인정받게 된 것은 사실 길게 잡아 봐야 100년도 되지 않았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은 젠더, 동성애자, 외국인 근로자, 기타 사회적 약자들도 이런 가치들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정서적 배려와 자원의 분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개 '진보적인 가치'라고 여겨 왔다. 

3. 각 국가와 환경에 따라 진보/보수의 경계가 다르고, 쟁점도 당연히 다르지만, 전통적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가 진보적인 가치로 여겨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보니 일반적으로 '보수=부를 독점하고 있는 부자들' '진보=착취당하는 민중의 깡마른 대변자'라는 식의 등식이 성립해왔는데, 21세기 들어 상황은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해석할 수 없게 점점 더 복잡해져가고 있다. 한국도 포함해서. 

4. 이를테면 트럼프의 당선과 브렉시트는 '돈 많고 잘난척하는 진보적 엘리트 놈들'에게 '못 배우고 보수적인 촌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한 사건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 쪽이 선이고 다른 쪽은 악이라는 식의 구분은 이미 무의미. 즉 <헌트>에서 보듯 배운 것들이 이렇게 타락하고 오만했으니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나온 것도 놀랍지 않다는 설명인 셈이다.


5. 영화 <헌트>에서 인간 사냥을 하는 쪽은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 쪽, 당하는 쪽은 트럼프 지지자 쪽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 양쪽을 바라보는 시선도 공평하다. 한 쪽에선 '너희같이 무식하고 생각없는 것들은 이렇게 당해 봐야 해' 라고 하고, 반대 쪽에선 바로 '매일 인권과 공정성, 심지어 동물권까지 외치는 것들이 왜 이렇게 위선적이냐' 고 야단을 친다. 모두까기의 끝판왕이랄까. 

6. <사우스파크>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피가 좀 나와서 그렇지 영화 <헌트>는 심하게 웃긴다. 보는 내내 폭소가 터진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대사)들: 

"그리고 기후변화는 진짜야!" 

"아프로 아메리칸, 이제 다시 블랙이라고 불러도 된대." "누가 그래?" "NPR(미국 공영 라디오)에서." "그거 백인 남성들이 만드는 거잖아." 

"기모노? 그거 문화도용(appropriation)인거 알아?" 

"(설마 조지 오웰이 쓴) <동물농장>을 네가 읽었단 말이야?" 

"캐비어 좋아해요?" "아뇨. 먹어본적 없어요. 규정상 전 못먹게 되어 있어요." "앉아요. 이제 먹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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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의 감동을 느끼며 나오는 길. 객석에 관객은 10명이 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극장보다 안전한 곳도 많지 않을텐데(관객이 입을 벌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팝콘도 안 파는데). 뭣보다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들 좀 봐줘야 하는데. 

1. 아시다시피 <자산어보>는 정약용 4형제중 둘째이며 흑산도로귀양가서 해양어류 연구서 '자산어보'를 집필한 정약전의 이야기다. 정약전은 유배지 흑산도에서 지식욕과 출세욕이 가득한 젊은이 창대를 만나고, 지루하기만 했을법한 유배생활은 창대 때문에 다채로워진다. 

2. 정약전(설경구)과 창대(변요한)는 실존인물. 물론 창대가 서자인지 상놈인지, 아비가 나주의 부유한 홍어상인인지는 알 수 없다(이런 캐릭터는 제작진의 창작). 

3. 영화의 시작은 정조 승하 1년 뒤인 1801년. 교과서에 '삼정의 문란'이라고 표현됐던 지방 행정의 부패와 타락은 극에 달했고, 뜻 있는 엘리트라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리 없는 시대였다. 

4.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영화는 여기서 <목민심서>의 길과 <자산어보>의 길을 나눈다. 기존 성리학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시스템을 운영하는 인간 개개인의 윤리적 각성이 시스템 붕괴를 막으려 하는 쪽과, 시스템 자체의 교체 없는 부분적 수리는 이미 한계 극복의 수단이 아니니 좀 더 극단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쪽이다. 이 영화의 고민을 읽어냈다면, 그 다음엔 과연 조선이 외세의 개입으로 망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떠올라야 정상이다. 

5. 이준익 감독의 영화답게 함축적인 대사가 폐부를 찌른다. 영화 시작과 함께 나오는 "벼슬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에서 "질문이 바로 공부지! 외우는 공부만 하다가 나라가 이꼴이 됐는데!" 까지. (그런데 이것은 바로 <차이나는 클라스>의 모토가 아닌가!!) 

6. 영상미는 수묵화를 보는 듯 경이롭고, 배우들의 연기는 착착 붙는다. 특히 '가거댁' 이정은의 캐스팅은 신의 한수. 결론은 꼭 보시라. 극장에서. 스크린의 마법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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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그러는데 선생님이 홈리스(homeless)래요.”
“아니. 나는 하우스리스(houseless)야. 그건 다른 거야.” 

홈리스와 하우스리스는 어떻게 다를까. 전자가 세상에 의해 강요된 ‘집 없는 사람’이라면 후자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길 위의 삶을 선택한 것이란 뜻일까. <노매드랜드>의 주인공 펀(프란시스 맥도먼드)은 산업 구조의 변화로 도시 하나가 없어지다시피 하는 날벼락을 맞아 낡은 밴 한 대가 전 재산인 처지가 됐다. 그 밴에 몸을 싣고 돈벌이를 따라, 날씨를 따라, 때로는 친구를 따라 미국의 대평원을 이리 저리 달리며 살아간다. 그야말로 현대의 유목민이다. 

유목이라는 말은 낭만적으로 들린다. 쌓아 둘 곳이 없으니 몸이 가볍다. 돈이며 명예며 권력이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쫓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어디든 마음에 드는 곳에 몸을 누이고 별들이 쏟아져 내릴 듯한 일망무제 하늘 아래서 잠을 청한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기만 할 리가 없다. 쉴새없이 날씨와 굶주림, 폭력과 야만, 질병과 부상을 겁내야 하는 것이 유목 생활의 본질이다. 실용적이지 않은 지식이나 예술은 유목민에겐 사치다. 비록 그 무대가 12세기의 유라시아 평원이 아니라 21세기 미국이라 해도 그렇다. 디지털 노매드라는 새로운 인류에 대한 보고도 있었지만, 펀은 그런 계열도 아니다. 전화기는 그저 통신수단일 뿐인 올드 스쿨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는 비록 아름답지만 필요 이상 판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 안에서 펀은 꽤 행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어쨌든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별다른 위협에 부딪히지도 않는다. 문명의 혜택으로 유목민 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위생상태도 좋고, 무엇보다 노동으로 먹고 살 수 있게 건강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펀의 모습은 참 많은 ‘만약에’를 떠올리게 한다. 만약 치과에 갈 일이 생기면. 만약 교통사고가 나면. 만약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당하면. 영화에도 나오지만 펀에게 차 수리비를 빌릴 누군가가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현재도 미국에는 이렇게 스스로 유목생활을 선택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현실 가운데서 ‘집 앞에 요트를 사 놓고 한번도 타 보지 못한 채 죽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는 자오의 메시지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은 얼마나 될지.

그럼 자오는 <노매드랜드> 관객이 무엇을 느끼길 바랐을까. 이미 잃은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새로운 삶의 방법에 어떻게든 적응해야 한다? 어떤 삶에든 아름다움은 있다?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인생 후반에 대한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는 없었다. 노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젊은이의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클로이 자오는 참 용감하고, 훌륭하다). 

갑자기 서글퍼졌다. 이런 아름다운 영화를 그냥 주는 대로 받아먹기엔 너무 늙어버린 것인가. 영화를 보면서도 노파심이 앞서가니. 젠장. 

P.S. 맥도먼드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건 이미 수달의 수영 솜씨에 감탄하는 거나 마찬가지.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모습은 <쓰리 빌보드>나 드라마 <올리브 키터리지>와 사뭇 비슷하면서도 인물의 감수성 면에서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한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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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듄> 시리즈를 단 1페이지도 읽어보지 않은 관객 입장에서 말하자면, 드니 빌뇌브의 <듄> 파트1은 2시간 반이 짧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지루하면 어쩌나 했던 걱정은 기우. IMAX 예매는 실패했는데 암튼 꼭 극장에서 보시길.

1만몇년이라는 연도(서기인가?). 우주제국의 귀족들이 행성 하나씩을 자신의 영지로 갖추고 군림하는 시대. 명망있는 아트레이데스 공작 가문이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환각제 '스파이스'의 산지 아라키스 행성을 관리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드니 빌뇌브의 가장 큰 강점은,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차분한 진지함'이라고 생각한다. 잔혹한 이야기든 황당무계한 이야기든, 스토리텔러가 이 정도로 진지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누구라도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빌뇌브의 영화들은 일단 보기 시작하면 그 성실한 완벽주의에 끌려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그러다 어느 순간 한눈을 팔 수 없게 되어버린다. 

우주를 무대로 한 판타지의 영역에서도 그런 성실성은 빛을 발한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은 한스 짐머의 음악과 함께 가히 압도적이다(사실 스토리도 앞으로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유사해질 기미가 보인다. 모두가 탐내는 자원이 풍부한 사막의 나라. 그들을 장악하려는 악의 제국. 외부의 간섭을 싫어하는 용감무쌍한 토착민. 이들을 도와 나라를 일으키겠다는 파란 눈의 백인 전사...).

우주전함은 광선포를 쏘고 있는데 전사들은 검(광선검 아님)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는 기이한 상황도, 빌뇌브의 손을 거치면 그럴싸한 긴장을 유발한다. 어느 순간 설득당하고 마는 진지한 친구 같달까. 



티모데 살라메의 여린 몸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남주를 연상시키는 듯 나름 성공적. 하지만 배우 중 파트1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레베카 퍼거슨이라고 말하고 싶다. 개연성이 다소 부족한 캐릭터의 약점이 퍼거슨 덕분에 보완되는 느낌이다. 퍼거슨의 캐스팅으로 인해 제시카-폴 간엔 모자간답지 않은 묘한 긴장감이 생긴 건 감독의 의도적인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개봉이 다소 늦었지만 그 시점에 이미 해외 개봉(미국 기준임)만으로도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어 버렸다. 이제 관건은 빌뇌브가 몇 편까지 감독을 맡는냐 하는 문제.

이 영화가 '파트 1'이 된 것은 6권으로 된 시리즈 중 1권의 파트1이라는 뜻이다. 현재 빌뇌브는 1권을 2편으로 나눠 만들고, 2권을 3편으로 하는 트릴로지를 구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트릴로지가 성공하면 소설 3권 이후도 죽 시리즈로 나올 수 있겠단 생각이 드는데, 과연 빌뇌브가 계속 붙어 있을지 모르겠다.

마블 외에도 기다려 가며 볼만한 시리즈가 나왔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다. 그런데... 한 2023년에는 볼 수 있는건가. 

P.S. 워낙 방대한 원작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일각에선 세계관을 공부하고 가야 하네 말들이 많던데,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던 사람이라면 관람에 아무 무리 없을 듯. 

P.S.2. 1984년작인 데이비드 린치의 <듄>(국내 비디오 출시명은 <사구>)은 왕년에 보기는 했으나 혀를 끌끌 차며 잠들어버렸다. 기억나는 건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과 거대한 샌드웜 뿐. 문득 이 <사구>를 칭찬하는 사람들은 서극의 <촉산>도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기억도 난다. 둘 다 좋아하는 사람은 멀리 하고 싶었던 기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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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에 한번씩 그해의 히트작을 겨냥해 '내 아이디어', 혹은 '(아무도 모르는)내 작품을 베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곤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는 걸 믿으란 말이냐'고 주장하는데, 드라마 신인작가 공모전 채점을 한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세상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혜성이 지구를 삼킬 거라는 영화가 거의 동시에 두편 나온 적이 있었다. 찾아보니 그게 벌써 1998년.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이었다. 

<돈 룩 업>이 지금까지의 범 지구적 재난 영화들과 철저하게 다른 점은 인류의 단결에 대한 냉소다. 지금껏, 최소한 영화 속에서 세계 각국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외계인의 침공, 혜성, 괴수, 질병, 기후위기에 일치 단결해 맞서 왔다. 이런 영화들 중 절대 다수가 할리우드 산이었던 만큼, 미국 대통령이 그 선두에 서서 엄청난 명 연설로 인류의 단합을 촉구하는 장면이 빠지지 않았다. 또 지난 50여년간 만약 그런 재난이 닥친다면, 웬만하면 미국 대통령이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을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2021년. 아담 맥케이(<돈 룩 업>의 감독이다. 혹시 모르실까봐)는 과연 지금도 그런가 묻는다. 1998년이든 2021년이든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건만 어째 '미국 대통령이 지구 대통령'이라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최악의 대통령이 코로나라는 최악의 시기에 집권하는 바람에? 

물론 이 이유도 크지만, 설사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았었다고 해도, 이미 '미래를 위한 인류의 단합' 자체가 그리 공감가지 않는 이슈가 되어 버린지 좀 된다. 코로나 이전에도 기후 이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각국 정부의 태도는 인류의 공동 대응이란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줘 왔다. 전문가들은 인류의 멸종을 가져올 수도 있는 대대적인 생태계 파괴와 생물다양성의 소멸이 금세기 안에 일어날 거라고 경고의 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지만, 어떤 국가도, 어떤 기업도 자신들의 이기심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구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런데 과연 혜성이라면 다를까? 그것이 바로 <돈 룩 업>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세계다. 

물론 이런 아이디어 자체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고 싶지 읺지만, 과연 이 아이디어의 구현을 위해 메릴 스트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케이트 블랜칫, 티모시 살라메, 조나 힐 같은 엄청난 출연진이 필요했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데(솔직히 좀 낭비다 ㅎ), 반대로 저 배우들이 모두 '정상적인 출연료'를 모두 챙겨 받았다면 이 작품이 7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완성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디카프리오가 이 영화로 얼마를 벌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운동에 기부한 누적 금액은 1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이 작품 출연의 동기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본다.) 

초반은 지나친 코미디 설정으로, 중반은 그리 진행에 도움되지 않는 요소의 남용으로 잠시 지루해지기도 하지만 마지막 20분은 걸작의 일부로 손색이 없다. 떠나려던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엔딩이다. (그리고 쿠키도!) 

P.S. 그리고... 이 영화를 보다가 내가 뭘 놓쳤나 싶은 분들은 다시보기를 통해 지난주 <차이나는 클라스-인생수업> 최재천 교수님 편을 찾아 보시길 권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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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태곳적부터 있었던 거라고 쉽게 생각해버리곤 한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냉장고나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당연히 없겠지만 그보다는 좀 덜 선명한 요소들, 예를 들어 고려시대에도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 먹었을 거라든가, 조선시대에도 "역시 한우가 맛있네" 같은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분들은 <양식의 양식>을 보시길 권장한다.

 2. 또 그 얘기냐고 하실 분들을 위해 신속하게 주제 전환. 오늘 얘기는 프로 스포츠의 기원에 대한 거다. 축구의 발상지 영국에서 FA컵이라는게 있는 시절이라면 당연히 밥먹고 축구만 하는 선수, 그러니까 프로 선수가 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19세기 말까지 오히려 '돈을 받고 축구하는 선수'가 있는 팀은 출전정지를 먹는 게 룰이었다.

 3. 이유는 당연히 '스포츠맨십을 해치는 부도덕한 행위이기 때문'이라는 것. 스포츠란 건강과 여가를 위한 것이니 돈에 팔린 선수는 그 순수함을 해치는 존재라는 논리다. 직장인 야구적인 사고방식.

 4. 이런 논리는 축구라는 스포츠가 어떻게 정립된 것인지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아무렇게나 모이면 공을 차던 시절, 그러니까 축구나 팩차기나 별 차이 없던 시절에 이튼과 해로우 등 영국의 유명 보딩 스쿨 축구인들이 모여 공식 룰을 만들었다. 대주분 귀족 출신인 동호인들이 축구를 '소유' 했기때문에 엄격한 아마추어리즘이 축구의 본질이 된 것이다.

 5. 그런 시대, <더 잉글리시 게임>에서 최초의 프로 축구선수가 된 퍼거스 수터(블랙번 로버스)는 말한다. "만약 그 규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같은 노동 계급 선수는 당신들처럼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사람들을 영원히 축구로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따로 연습할 시간도 체력도 없습니다."

 (정말 똑똑한 자본가들은 이 대목에서 ', 축구라도 져 주는게 장기적으로 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겠구나! 입장료 수입이 얼마지?'라고 느꼈을 터.)

6.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는 당시의 사회상에서 축구라는 것이 어떻게 귀족들의 여가에서 노동계급의 엔터테인먼트로 변해가는지를 이해하게 해 주는 너무나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한다. 이것은 축구판 <양식의 양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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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플레이크드 Flaked>를 조금씩 쪼개 시즌 2까지 봤다. 미친듯이 정주행한 건 아니고 시간날때마다 곶감 빼먹듯 계속 보고 있었다. 낄낄대며.

주인공 이름은 칩. 그럭저럭 관리가 된 40대 싱글 남자. 전 장인(전처의 아버지) 소유 건물에서 전혀 장사가 되지 않는 가구점 운영. 세 안냄. 친구 데니스 어머니 소유 주택 본채(?)에 얹혀 생활. 역시 세 안냄. 인생에 대한 대단한 철학이 있는 척 하기 위해 핸드폰도 운전면허도 없이 산다. 한마디로 보기에 멀쩡한 빈대. 왜 제대로 된 뭔가를 하지 못하느냐는 질문에는 답이 엄청나게 길어진다. 

특기는 순간적인 멋진 척, 생각있어 보이는 척, 상처 많이 받은 척, 그리고 얄팍한 거짓말을 이용한 임기응변. 실상을 알고 보면 도대체 긍정적인 면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워낙 뛰어난 사회적 위장막 덕에 사람들에게 은근히 인기있는 편이다. 특히 그를 무슨 롤모델인 양 떠받드는 남자 후배들(?)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자아는 비대하지만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인식은 유아 수준인 중년 남성이 주인공이다. 이 두가지가 종특이라는 중년 한남으로서, 보고 있으면 누군가 옆에서 바늘로 심장을 콕콕 찌르는 듯한, 매저키스틱한 쾌감이 일품이다. 그런 면에서 아저씨의 세계를 필요 이상으로 미화했던 <나의 아저씨>와는 우주 정 반대에 위치한 작품이랄까. 어쩌면 홍상수 영화를 영어로 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대체 왜 제목이 flaked일까. '너무 얄팍해서 속이 뻔히 보일 듯한 캐릭터' 때문일까도 했는데 한국어로는 뭐라 번역하면 좋을까. 들통난? 뽀록난? 드라마 좀 보다 보다 뻔하지 않은 드라마 찾는 분들께 추천. 이런 엉망진창 개차반인 캐릭터가 주인공인 드라마에 다른 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으실지도 궁금.  

#자신있는사람만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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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2019년에는 개취 10대 영미 드라마, 2020년에는 개취 10대 외국 드라마를를 포스팅했는데 이제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K-콘텐트 원년, 그냥 한국을 포함해 2021년 본 드라마 시리즈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것들 것 꼽겠습니다. 이른바 개취로 꼽는 전 세계 드라마 TOP 10’. 물론 제가 본 것 중에서만 꼽았습니다. (별로 꼽을 게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한국 드라마까지 합하고 보니 좀 넘치네요. 양해해주세요.) 

그래도 제목은 수정하지 않겠습니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폼나는 건 TOP10일 때잖아요.

(매년 보시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2021년의 드라마라고 해서 꼭 2021년작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2021년에 본 것 중에 최고라는 뜻이죠.)

 

 

라인 오브 듀티 Line of Duty

경찰 조직의 건강성 확보를 위해 부패 경찰을 수사하는 내사 조직 이야기. 그런데 어느 순간, 내사 조직이 오염되고 있다는 경보음이 들리고, 형사들은 이제 바로 옆의 동료를 의심하게 된다. 시즌1~5까지 왓챠에 있고 시즌6을 기대하고 있음.

개인적으로 2021년에 본 작품들 중 단연 최고. 인생 드라마 중 하나. 

라인 오브 듀티, 이런게 바로 드라마다 (tistory.com)

 

라인 오브 듀티, 이런게 바로 드라마다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을 말하자 사람들이 이유를 물었다. '성질 급한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2배속 기능이 없기 때문' 이라고 대답했다.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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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랙  Flack

셀럽들의 사생활에서 터지는 사건사고를 어떻게든 커버해 그들의 몰락을 막아주는 여성 위기관리전문가 이야기. 그 주인공이 <피아노>의 안나 파퀸이라는 걸 알아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일반인들이 알면 기절초풍할 수준의 사기와 조작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뇌하는 주인공. 나는 정말 괜찮은 인간인가, 아니면 괴물인가. 이것도 왓챠에서 봄.

 

조용한 희망 Maid

세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천둥벌거숭이 미혼모는 어떻게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찾나. 그건 그의 행운인가, 타고난 자질 덕분인가. 보고 나니 실화라고.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 Maid, 너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려면 (tistory.com)

 

조용한 희망 Maid, 너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려면

영어 제목이 Maid라니까 많은 사람들이 혹시 전도연 나오냐는 드립을 쳤다. 한국 제목은 <조용한 희망>. 사실 잘 지은 제목은 아니다. 스무살 나이에 아기 엄마가 된 주인공.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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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탈영은 수시로 일어난다. 스무살 안팎의 피 끓는 청춘들을 대체 무슨 수로 통제할 것인가. 그런 청년들의 일탈을 군법이란 무시무시한 단어로 억눌러도 될까. 아무도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약자 D.P.

(요번 링크는 리뷰가 아니라 잡담입니다. ㅎ)

D.P.를 보다 생각난 드라마 만들던 시절 (tistory.com)

 

D.P.를 보다 생각난 드라마 만들던 시절

1. 6년 전. 드라마팀에 있던 시절. 뭘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까 눈에 불을 켜고 찾던 무렵이다. 김보통이란 작가의 '아만자'를 재미있게 봤는데 누군가 'D.P. 개의 날'이라는 작품도 좋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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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게임

놀이와 스포츠는 언제부터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나?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스포츠라는 것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은 과연 어떻게 해서 출현하게 되었을까? 공을 차서 골에 넣는 것은 즐겁지만, 그 즐거움을 먹고 사는 수단으로 삼아도 되는 것일까? 영국에서 프로 축구라는 것이 탄생할 무렵, '돈을 받고 축구를 하는 것'이 부도덕한 행위로 여겨지던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이런 낯선 문제에 접근해 보는 것도 어떤 이들에겐 매우 흥미로운 일일 것 같다. (아직 넷플릭스에 있나?)

잉글리시 게임, 프로 스포츠란 어떻게 만들어졌나 (tistory.com)

 

잉글리시 게임, 프로 스포츠란 어떻게 만들어졌나

1.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태곳적부터 있었던 거라고 쉽게 생각해버리곤 한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냉장고나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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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 차차차

도대체 왜 망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영화 <홍반장>TV 리메이크. 뒤늦게라도 한국 로맨틱 코미디 사상 가장 멋진 캐릭터 중 하나인 홍반장이 부활한 기쁨. 물론 조용하지는 않았으나… tvN.

 

괴물

선악이 불분명한 주인공을 선호하는 취향 저격. ‘누구도 믿을 수 없는마음 속 어둠의 심연과 내가 너를 못 믿으면 누굴 믿겠니가 여전히 살아 있는 시골 마을 정서가 교묘하게 한데 어우러지는 부분이 비슷비슷한 다른 작품들과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다. 심나연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 어려운 완성도. 여진구 신하균은 말할 것도 없고, 김신록은 <지옥>의 김신록 이전에 <괴물>의 김신록. JTBC.

 

지옥

어느날 찾아온 지옥의 겁벌. 그런데 그 겁벌이 대체 무슨 기준으로 주어지는 지 알 수 없게 된다면 세상이 어찌 될까에 대한 이야기. 모든 종교의 오랜 질문을 CG로 풀어낸 K-CONTENT의 수작. 연상호 감독의 한 칼. 

지옥,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방법 (tistory.com)

 

지옥,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방법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지옥으로 소환되기 시작하고, 어떤 수단도 그 소환을 막을 수 없다. 이 소환은 신의 심판일까? 그럼 그 소환되는 자들은 모두 죄인일까? 그렇게 믿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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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희생양      The Victim

2019BBC. 범인도 피해자도 미성년자인 과거의 사건. 당연히 범인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어느날 피해자의 엄마는 한 남자가 어린 시절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라고 SNS에 게시해 버리고, 남자의 일상은 그때부터 지옥이 된다. 법이란. 제도란. 그리고 그걸 운영하는 사람의 태도란.

 

나쁜 아이들(은비적각락)        隱秘的角落

10대 초반 청소년들이 우연히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 일반적인 드라마라면 아이들은 살인범에게 쫓기게 되겠지만 이 드라마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음. 후반의 다소 무리한 진행 때문에 점수를 깎아먹기도 하지만, 예상을 빗나가는 나쁜아이들 이야기는 중독성이 극강.

 

프로페서T          Professor T

하다 하다 벨기에 드라마까지 보게 될 줄은. 결벽증 환자인 천재 범죄심리학 교수인 T 선생이 일선 형사들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몽크와도 다르고 하우스 박사와도 또 다른 이상성격 교수님의 좌충우돌 활약이 포인트. 형사들간의 로맨스와 T 교수의 아련한 앳 사랑도 시청자의 즐거움.

 

그리고 막상 또 하다보니 열개로 끝내기가 좀 아쉬워서 몇개 더 꼽아 봅니다. 물론 이것들도 추천작.^^

플레이크드

영웅/반영웅을 넘어 이제는 과연 인간 쓰레기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를 얘기해야 할 듯한 시대. 중년에 갓 접어든 한 남자가 있다. 허우대는 멀쩡하고 자칭 직업은 목수. 하지만 실제론 주위 사람들의 호의에 얹혀 살고 있고, 매일 하잘것없는 사기와 몽상, 엽색(?)으로 세월을 보내는게 일이다. 과연 이 남자의 인생도 제 길을 찾아 갈 수 있을까?

플레이크드, 좀 심하게 적나라한 중년남의 실체 (tistory.com)

 

플레이크드, 좀 심하게 적나라한 중년남의 실체

넷플릭스 드라마 <플레이크드 Flaked>를 조금씩 쪼개 시즌 2까지 봤다. 미친듯이 정주행한 건 아니고 시간날때마다 곶감 빼먹듯 계속 보고 있었다. 낄낄대며. 주인공 이름은 칩. 그럭저럭 관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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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 조지아 Ginny and Georgia

첫눈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엄마와 딸 이야기지만 한꺼풀 까고 들어가면 미스터리, 그리고 두 모녀가 각각 펼치는 연애 이야기. 10대 안에서의 다문화 환경 이야기까지 담으며 세상의 변화까지 엿볼 수 있는 엄청나게 풍성한 보따리가 되었다.

지니 앤 조지아, 가족 드라마의 미래일까. (tistory.com)

 

지니 앤 조지아, 가족 드라마의 미래일까.

왜 이 드라마를 보게 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아무튼 가장 최근 끝까지 본 드라마. (다들 그러시겠지만, 요즘은 끝까지 보고 싶은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 30세의 엄마 조지아(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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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올해의 작품으로 거론할 만한 드라마들은 <해피니스><철인왕후>, 그리고 <악마판사>입니다. 기본적인 재미도 재미지만, 세 작품 모두 각각 기존의 드라마 틀을 깨고 성공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국 배우 휴 로리 팬으로서 <로드킬>도 올해의 드라마로 꼽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강추!

여러 사람에게 강하게 추천을 받았던 <석세션>을 비롯해 항간에 화제가 됐던 작품 중 <완다비전>, <록키>, <스위트홈>, <플라이트 어텐던트>는 사뭇 실망스러웠습니다. <브리저튼>, <갱스 오브 런던>, <오징어게임>은 나름 괜찮았으나 추천까지 할 작품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취)

 

, 여러분의 2021년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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