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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영웅 존 핸콕(윌 스미스)은 항상 사람들을 돕지만,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성격 때문에 감사보다는 욕을 더 많이 듣는 캐릭터입니다. 어느날 그에게 도움을 받은 이상주의자 PR전문가 레이(제이슨 베이트먼)는 그의 나쁜 이미지를 고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지만, 그의 아내 메리(샤를리즈 테론)는 헛수고 하지 말라며 남편을 설득합니다. 어쨌든 핸콕과 레이는 의기투합해 이미지 쇄신 작전을 짭니다.-

'핸콕'을 보고 나오는데 영 느낌이 깔끔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기대했던 영화가 아니더군요. 미국의 '유치한 흥행작의 대가'로 불러도 과언이 아닐 아키바 골즈먼(2편의 배트맨 시리즈와 '아이 로봇', '뷰티풀 마인즈' 등등을 쓴 시나리오 작가 겸 제작자)이나 조나선 모스토가 손을 댔다 하면 모든 영화가 안 봐도 본듯하게 흘러가는게 보통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을 합쳐도 못 당할 것 같은 슈퍼히어로가 있는데 성격은 최악이라 하는 짓마다 사고만 친다. 이런 슈퍼히어로를 어떻게 계도할 것인가?'라는 설정에다 주인공이 윌 스미스라면 관객들이 어떤 흐름을 기대할 지는 웬만한 제작자라면 짐작하고도 남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의 진행 방향은 이상하게도, 대다수 관객들이 기대했을 '아무 생각 없이 때려부수고 시원하게 즐기세' 와는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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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없었던 건, 이 영화를 그냥 오락영화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자꾸 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는게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영화를 보다 보니 핸콕의 모습이 왠지 미국의 은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처음 핸콕이 누워 자고 있던 벤치에 새겨진 흰 독수리, 거기에 이마에 떡하니 붙은 독수리... 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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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바로 미국의 상징이죠.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하는 짓거리도 미국과 어쩐지 비슷합니다. 세계 최강의 힘을 가졌지만 도대체 철학도 없고, 타자(외국, 타 문화 등등)와의 공존에 대해서는 영 젬병이란 점, 나름 좋은 일을 한답시고 여기 저기 나서는데, 이상하게 도움을 받았다는 쪽이 그리 고마워하질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정작 자기가 왜 욕을 먹는지 본인은 모른다는 것도 비슷하죠. (이를테면 이런 식이죠. "한쿡? 거기 우리 아미가 가서 목숨 걸고 공산화를 막아 준 나라 아니야? 우리 때문에 잘 살고 있는 나라잖아. 그런데 그런 나라가 반미? 걔들은 대체 왜 그래?")

일단 이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점점 더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웹 검색을 해 봤더니 역시나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 뉴욕포스트의 영화 칼럼니스트 카일 스미스(Kyle Smith)였습니다(그밖에도 여러 명 있겠지만 귀찮아서 다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수많은 사람들이 카일 스미스의 칼럼에 대해 자기 생각을 덧붙인 글들을 내놨더군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 분, 상당히 우경화된 분입니다.

“Hancock,” directed by Peter Berg, who also made last year’s pro-America Middle East crime drama “The Kingdom,” is superficially a blockbuster aimed at the masses who like to see cars thrown around and wish they could fly, but for those who read into a film it’s a sly allegory about America’s place in the world today.

원문을 보시려면: http://kylesmithonline.com/?p=1333
(영화를 보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존 핸콕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도 찾아봤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핸콕이 자신의 이름이 핸콕이 된 이유에 대해 "...그때 병원에서 간호사가 존 핸콕 어쩌고 하길래..."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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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핸콕은 미국이 독립하기 전 영국의 식민지였을때 자치기구격인 대륙회의 의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에겐 유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 1776년 7월 4일 발표된 미국 독립선언서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큼지막하게 사인을 한 사람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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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문서가 끝나는 부분에 유난히 눈에 띄는 사인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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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존 핸콕의 사인이라는군요. 그런데 왜 하필 병원에서 핸콕이 '존 핸콕'이란 이름을 듣게 됐을까요. 사실 이건 매우 코믹한 부분입니다. 존 핸콕은 저렇게 유명한 위인의 이름인 동시에 미국의 유명한 보험 회사 이름이기 때문이죠.^^

자, 독수리로 도배를 하고, 이름인 존 핸콕도 원래 이런 인물이라면 피터 버그는 관객들로 하여금 '핸콕=미국'이라고 읽어 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 그 의도는 어떤 방향일까... 생각해 보는데, 영화가 영화다 보니 '미국의 권력 남용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억울한 오해에 대한 푸념' 쪽의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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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핸콕이 비록 망나니 짓을 하지만,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도 핸콕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핸콕의 행위가 선의에 입각한 것이고, 핸콕이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지도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핸콕이 욕을 먹는 것도 나쁜 짓을 해서라기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는 해명입니다. 상당히 핸콕을 옹호하는 시선이 느껴지죠.

게다가 '핸콕이 없어지면 2주도 못가 사방에서 찾고 난리가 날 것'이라는 접근도 "니들이 맨날 미국 욕을 하지만 정작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세상이 더 개판이 될 걸?"이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냄새를 풍깁니다.

피터 버그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배경으로 만든 전작 '킹덤'에서도 은근히 '미국이 온 세게에서 일어나고 있는 악행을 외면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정의 실현에 기여해야 한다'는 시각을 보여줬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놀랄 일이 아닙니다. 뭐, 미국 감독이니 '미국의 국제 활동에 대한 건설적인 조언을 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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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그냥 제 생각일 뿐이고, 이런 생각들은 영화 '핸콕'을 즐기는 데 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냥 특이한 슈퍼히어로 무비로 소비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죠.

하지만, 그냥 순수한 오락영화라고만 본다면, '핸콕'의 주인공들이 너무 심각하게 꼬여버린다는 점이 좀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중반 이후에 영화가 초반의 경쾌한 유머 감각을 잃고 발이 무거워진다는 점도 약간 거슬리죠. 꽤 놀라운 반전(!)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여러분들이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할 장면들은 바로 여러분이 예고편에서 본 그 장면들이라는 이야기를 빠뜨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어째 예고편이 너무 길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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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윌 스미스는 매우 훌륭합니다. 반면 한때 영장류 최고의 미모를 자랑했던 샤를리즈 테론은 이 영화에서 역할이 너무 작아 보이죠. 뒷부분으로 가면 꽤 활약이 있기도 합니다만, 근래 테론의 괜찮은 작품을 본 기억이 없고 보면 아카데미 후유증이 너무 오래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깊이 얘기를 하려면 줄거리를 건드려야 하는 영화라 참 뭐라 쓰기가 민감합니다. 아무튼 '핸콕'은 아무 생각 없는 코믹 액션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나,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이상한 가정을 세워 보는 사람들 모두가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비록 그중 어느 한 쪽도 '최고의 영화'라고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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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영화 속에서 핸콕이 나발을 불고 다니는 버본 위스키의 상표를 혹시 보신 분이 있으신가요? 실제로 존재하는 술인지 그냥 가상의 술인지가 궁금합니다. 찾아보니 참 어이없게도 '핸콕'이라는 이름의 버본 위스키가 있더군요. 그런데 영화 속의 병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그럼 대체 그 술의 정체는 뭐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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