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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포츠가 두번째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지난해 공연을 한 데 이어 이번엔 SBS TV '스타킹' 출연을 포함해 다양한 행사에 참가한다고 합니다.

이제 와서 새삼 폴 포츠가 누구냐고 물을 분은 없을 겁니다. 이미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됐고, 엊그제 그의 판박이같은 수잔 보일이 새로운 스타덤을 시작하려는 시점입니다. 폴 포츠는 최근 두번째 앨범을 냈고, 여전히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폴 포츠 때문에 속상해 하는 사람은 혹시 없을까요? 과거의 폴 포츠가 성공한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쓸쓸히 속앓이를 했듯, 이번에는 폴 포츠의 성공 뒤에서 좌절하는 다른 사람도 있을 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그 사람들이 폴 포츠보다 훨씬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떨까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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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포츠와 '세상의 이치'에 대한 이야기

KBS 2TV '개그 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 팀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강유미-안영미 듀오는 '영광인줄 알아 이것들아'와 '고생이 많다'에 이어 이제 '어쩔 수 없어. 세상 이치가 그래'까지 유행어 반열에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코너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가슴에 와 닿는 강렬한 공감이다. 누구나 학교에서, 조직에서, 직장에서 뭔가 혼자 맞설 수 없는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인생 선배들로부터 "야, 세상이 원래 그런 걸 어쩌겠니"하는 위로를 들으며 소주 한 잔으로 가슴 속 응어리를 푼 기억이 있을 법 하다.

이런 '세상 이치'는 다양한 분야에서 불쑥 불쑥 고개를 든다. 얼마 전 "요즘 성악 전공자들에게 가장 '세상 이치'를 한탄하게 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는 우스개를 들었다. 답은 '폴 포츠'였다.

2년 전 영국 ITV의 장기자랑 쇼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통해 등장한 폴 포츠는 우스꽝스런 외모와 자신없는 표정으로 우려를 낳았지만, 깜짝 놀랄 만한 미성으로 오페라 아리아를 뿜어내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특히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한 지역의 스타가 곧장 세계인의 스타가 됐다는 점에서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하나로 만드는 정보 통신 기술의 총아이기도 했다.

폴 포츠는 곧바로 데뷔 앨범을 냈고, 15개국에서 총 4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지금까지 6만 여장이 판매됐다. 하지만 앨범을 들을 때부터 몇몇 사람들은 뭔가 환상이 깨지는 느낌을 받았다. 눈물을 흘리는 심사위원들과 방청객들의 환호가 없는 그의 노래는 어딘가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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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집이 발매됐다. '1집 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리뷰도 나왔지만, 노래 실력은 여전히 '꽤 잘 부르는 아마추어' 수준 이상으로 보기 힘들다.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이 마지막 트랙에 들어 있다. 그의 애창곡이었다지만 듣고 있으면 과연 이 곡을 꼭 불러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이 아리아를 불러 음반을 내는 게 꿈인 수많은 '진짜 테너'들이 폴 포츠의 노래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궁금증이 떠올랐다. '폴 포츠보다 잘 생긴게 죄고, 인생에 사연 없는게 죄'라는 씁쓸한 농담을 던지며 소줏잔을 기울이지나 않을까.

한때 최고의 R&B 보컬로 군림했던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팝계에선 가장 노래 잘 하는 사람이 반드시 최고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때론 인간 승리라는 감동이 '감동적인 노래 실력'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대중에게 '왜 진짜 노래 잘 하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느냐'고 타박해 봤자다. 하긴 그걸 누가 어쩔 수 있을까. 세상 이치가 원래 그런 건데. (끝)

[로베르토 알라냐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e)'입니다. 폴 포츠가 부르는 이 노래는... 각자 찾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유튜브에는 없습니다. 폴 포츠가 부르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와 진짜 테너들이 부른 그 노래의 비교는 여기저기서 수도 없이 했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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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에서 가장 노래 잘 하는 가수'로 불렸던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저 말은 내한공연 인터뷰 도중에 나온 겁니다. 전문은 이런 거였죠. "농구에서는 골을 제일 잘 넣는 마이클 조던이 최고 스타지만, 팝계에서는 노래를 제일 잘 한다고 최고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자기라는 뜻을 풍겼죠.

아무튼 '진짜 테너'나 '진짜 테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폴 포츠의 인기는 뭔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그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천상의 목소리'라느니 하는 얘기를 들으면 어이가 없기도 하죠. 그런 생각이 윗글에 담겨 있습니다.

오해를 좀 막아 보자는 뜻으로 한줄 덧붙이지면, 여기서 '노래를 잘 한다'라는 것은 반드시 성악적으로 완벽한 소리를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창법을 망라해서, 정말 노래 솜씨만으로 감동을 자아내는 그런 솜씨를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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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들어온 폴 포츠. 돈 버신 만큼 치열교정까지 해결됐다고 합니다.^^ 부쩍 표정도 밝아지고... 이 분이 이렇게 성공한 모습만 봐도 사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부디 안 좋은 소문 없이 계속 이렇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거기에 대해 어떤 분의 의견을 듣게 됐습니다. "노래를 잘 하고 못 하고가 그렇게 중요한가? 수많은 사람들이 폴 포츠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느끼고 눈물을 흘렸다. 또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었다. 그러면 그 사람의 존재 이유는 충분히 증명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반박할 수 없는 부분은 폴 포츠라는 사람의 가치입니다.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감동을 주었다는 것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런 의미에서 그의 존재 가치는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노래에서 그의 사연과 배경을 털어 버려도 과연 그런 감동이 가능할 것이냐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털어버려도 감동적일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폴 포츠 때문에 다른 진짜 실력있는 노래꾼들이 가려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시곤 합니다. 그런데 사실입니다. 진짜 '노래'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상관이 없겠지만, 많은 분들이 그 수준의 '노래'가 '노래'의 표준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 너머에 정말 대단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내다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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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래도 "우리는 노래 실력을 원하는 게 아니라 인간승리와 감동을 원한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꽤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단지 가끔은, '진짜 가수'나 '진짜 노래 실력'에도 관심을 좀 기울여 주시는 게 어떨까 하는 말 밖에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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