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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013년의 상반기가 마감되고 있습니다. 뭐 구구절절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반기도 즐거운 나날 계속되시길.

 

7월은 덥고 짜증나는 달이니 휴가와 여유있는 전시 관람 중심으로 짜 봤습니다. 특히나 5월이 공연의 달이라면 7,8월은 전시의 달이라고 할 정도로 방학 철을 앞두고 온갖 주최사들이 잔뜩 힘을 준 전시들이 이어집니다.

 

이번엔 알폰소 무하 전과 스튜디오 지브리 전이 눈길을 끕니다. 아울러 아래 사진의 브레겐츠 오페라 라이브 연결도 권장.

 

 

 

  

 

10만원으로 즐기는 7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휴가철의 문화생활이란 어떤 걸까. 직접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미켈란젤로의 천정화와 베르니니의 조각들을 직접 만나 보는 것?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할인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 다 좋은데, 당장 그런 팔자가 안 되는 사람들은 이번 달 가이드를 잘 읽어보도록. 서울에 앉아서도 잘 찾아보기만 하면 얼마든지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가장 먼저 추천해야 할 공연은 황병기 배병우 양방언의 토크 콘서트 동양 풍경이야. 가야금의 황병기, 사진의 배병우, 피아노의 양방언이라면 이미 대한민국의 각 분야에서 확실한 명성을 굳힌 거장들이지. 이런 거장들이 뭉쳐 90분 동안 뭘 보여준다면 3만원은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해. 73일 국립극장에서 단 한 차례 공연.

 

이 공연을 놓친다면 퓨전 국악 기획 공연 여우락(여기 우리의 음악이 있다)’의 다른 공연들을 눈여겨 봐. 양방언 한영애 김수철 등 믿고 볼만한 이름들이 꽤 있어.

 

지난번에 브레겐츠 호반 오페라에 대해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올해 휴가철을 맞아 메가박스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내놨어. 그것도 브레겐츠 현지에서 올해 717일부터 무대에 오르는 신작 공연을 라이브로 보는 기회야.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베니스의 상인(19)’과 모짜르트의 마술 피리(20)’. 특히 후자에 눈길이 가. 매번 공연 때마다 연출자들이 머리를 짜내 다양한 특수효과로 장식해 온 작품인데, 역시 늘 창의적인 연출로 화제를 만들었던 호수 위의 무대에서 어떤 연출이 이뤄질지 궁금해. 3만원.

 

이달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두 전시가 돋보이네.

 

 

 

 

우선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이 있어. ‘이웃집의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등 걸작 애니메이션의 밑그림이 된 스케치 1300여점을 볼 수 있어. 15천원. 더 설명이 필요한가?

 

 

 

 

또 하나는 알폰소 무하의 작품들이 나오는 아르누보와 유토피아전이야. 20세기 초 체코 출신 화가 알폰소 무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그의 작품을 보면 하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어. 너무나 친숙한 그림들이기 때문이지.

 

혹자는 연습장 표지계의 거장’, ‘순정만화 그림체의 창시자라고 비하하기도 하지만, 그건 이 화가의 놀라운 영향력에 대한 질시의 표현이라고 봐. 아무튼 알폰소 무하를 검색해서 나오는 작품들을 보고 결정해.  12천원.

 

, 휴가용 서적 추천. 휴가 때 정의란 무엇인가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을 사람은 패스. 아무래도 휴가 때는 뭔가 머릿속이 말랑말랑해지는 소설이 최고지.

 

 

 

 

추천 1번은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Gone Girl)’. 얼마 전 트위터에 최근 10년 동안 읽은 책 중 재미로 치자면 최고라고 했더니 많은 분들이 관심글표시를 했던데 과연 몇 명이나 실제로 읽었나 궁금해.

 

이 소설은 시골 출신 수재 닉이 뉴욕에서 나고 자란 부잣집의 천재 딸 에이미와 결혼해 5년이 지난 뒤의 얘기야. 5년째 되는 날, 에이미가 사라져. 그리고 이런 소설의 특징대로 남편이 용의자로 지목되지. 그런데 그 뒤로 이 소설은 적어도 다섯 번, 독자에게 반전의 스릴을 느끼게 해.

 

주의사항. 여기까지 읽었으면 절대 인터넷 블로그든, 신문 기사든, 서평 기사를 검색하지 마. 너무나 뻔뻔스럽게 스포일러를 노출한 작자들이 한둘이 아니야. 지금 상태에서 그냥 믿고 책을 찾아 읽든, 아니면 그냥 읽지 마. 인터넷 가격으로 12천원 내외.

 

 

 

또 한 권은 픽션이란 제목의 단편집이야. 닉 혼비, 닐 게이먼 등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영미권 작가들의 골때리는단편들을 모은 책이지. 레모니 스니켓이 쓴 서문을 읽어 보면 이 책에 참여한 작가들이 가장 혐오하는게 바로 진부함이라는 걸 알 수 있어.

 

작품 하나 하나가 발랄한 상상력 그 자체야. 뭣보다 피서길 흔들리는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읽기에도 적절해 보여. 11천원 내외.

 

그럼 밤에 배 잘 덮고 자고, 8월에 만나.

 

황병기 배병우 양방언의 토크콘서트 동양 풍경        3만원

브레겐츠 페스티발 오페라, ‘마술 피리                  3만원

미야자키 하야오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15천원

알폰스 무하, ‘아르누보와 유토피아                  12천원

길리안 플린, ‘나를 찾아줘                               12천원

닉 혼비 외, ‘픽션                                           11천원

 

11만원

 

 

 

 

올해 브레겐츠 페스티발 오페라 '마술 피리'의 준비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영상입니다. 독일어지만 그림만 보셔도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위에서 말한 브레겐츠 페스티발 오페라는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브레겐츠 호수 위에 설치된 무대에서 매년 여름 펼쳐지는 독특한 오페라입니다. 그때 "브레겐츠에 비길 만한 독특한 오페라 무대로는 이탈리아 베로나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이 있다"고 했는데, 올 여름에 브레겐츠와 베로나 무대를 모두 메가박스에서 현장 중계할 모양입니다.

 

(2월 가이드 참조: http://fivecard.joins.com/1093)

 

올해 브레겐츠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베니스의 상인'과 모짜르트의 '마술 피리' 입니다. '마술 피리'는 웬만한 분들은 직접 보시지 못했어도 제목은 들어 보셨거나 밤의 여왕이 부르는 가장 유명한 아리아 '지옥의 불길은 내 마음에 타 오르고 Der hoe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를 잘 아실 겁니다.

 

브레겐츠 오페라는 무대의 제한을 독특한 공간 연출로 승화시킨 놀라운 무대로 유명한데, '마술 피리'는 대대로 연출자들의 상상력을 시험해 온 작품입니다. 따라서 이 무대와 작품의 만남은 매우 기대되는 경우죠. 브레겐츠 무대가 감이 안 오는 분들을 위해 2011년 '안드레아 세니에'의 프로모 영상입니다.

 

 

 

 

이건 2009년의 '아이다'. 본래의 배경 이집트를 현대 뉴욕과 접목시킨 상상력이 그럴듯합니다. 아무튼 무대 미술은 놀랍습니다. 관객이 찍은 듯한 영상인데 분위기를 보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사실 윗글에는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베니스의 상인'을 작곡한 차이코프스키는 우리가 잘 아는 '백조의 호수'의 표트르 차이코프스키가 아니라 폴란드 작곡가 앙드레 차이코프스키(1935~1982)입니다. 그리고 '베니스의 상인'은 그의 유작으로, 이번 브레겐츠 공연이 세계 초연이라는군요.

 

 

 

                                  (이 양반이 앙드레 차이코프스키...)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를 읽고 난 다음 많은 분들의 소감을 들어 봤습니다. 의외로 여자들보다 남자들의 호응이 훨씬 컸고, 특히 결혼 생활을 경험해 보신 분들의 공감도가 훨씬 높았다는 점이 참 특이하더군요.

 

사실 서평이든, 영화 리뷰든,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그 책이나 영화를 스스로 보기 전에는 가급적이면 남의 리뷰를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어처구니없는 스포일러도 짜증나지만, 그 작품의 진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어설픈 리뷰는 감상을 해칠 뿐입니다. (원래 리뷰란 작품을 감상한 뒤, 남들은 나와 생각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기 위해 있는 겁니다.^^)

 

그래도 어떤 작품을 볼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리뷰를 참고하고 싶다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내가 믿을만 하다고 생각하는 리뷰어의 글만 보라'는 정도입니다. 이 말은 어찌 보면 '나와 코드가 맞는 리뷰어'라고 쓰는 게 더 적절할 듯 합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것과 달리 세상에 '모든 사람이 극찬하는 걸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디 워'를 보더라도 내가 만족하면 그걸로 그만이죠. 세상에는 '내가 보기에 재미있고 훌륭한 작품'을 다른 사람이 욕하면 벌컥 화를 내는 바보들이 있는데, 전혀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그 사람이 믿을만한 리뷰어인지는 경험이 축적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전에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어떤 작품에 대한 특정 리뷰어의 글을 읽어 보고, 그 글이 내 생각(혹은 취향)과 대략 일치한다는 느낌이 들면 일단 신뢰할 수 있는 리뷰어의 리스트에 올려 놓아도 좋을 겁니다.

 

이 대목에서 또 '이 바쁜 세상에 언제 내가 그런 리뷰어 따위까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냥 그대로 사시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외식 한번을 하려고 인터넷 블로그들을 검색할 때에도 이 블로거가 용돈 받고 맛있다고 써 주는 사람인지, 소신껏 자기 판단에 따라 쓰는 사람인지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결론은 뭐든 제대로 즐기려면 최소한의 관심과 노력은 필요한 법입니다. 그게 귀찮으면 그냥 집에서 열심히 리모콘을 조작하면서 '채널은 많은데 왜 이렇게 볼게 없냐'고 짜증이나 내시는게 좋겠죠.

 

아무튼 리뷰는 함부로 읽으면 안 됩니다. 아래 리뷰는 '절대 읽으면 안 되는' 리뷰의 좋은 예입니다. '나를 찾아줘'를 이미 읽어 보셨거나, 소설 따위는 전혀 관심 없는 분들만 보시기 바랍니다. 극악의 스포일러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다시 한번 주의: '나를 찾아서'를 읽어 보려고 생각하시는 분은 절대 보면 안 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2&aid=0002320918

 

 

'픽션'의 대표작가로 소개된 닉 혼비는 영화 '어바웃 어 보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와 '피버 피치(영국 영화)'의 원작자입니다.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문장이라면 당대 최고 중 하나죠.

 

아무튼 이 정도면 멀리 휴가 못 가는 분들도 7월을 즐기기엔 손색 없어 보입니다. 그럼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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